‘국정원 구원투수’ 조태용 청문회 관전 포인트

파벌 싸움, 어땠길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김규현 전 국정원장의 후임이 내정됐다.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이다. 한 차례 외부 인사로 불거진 국정원 내홍에도 대통령실은 외부 인사를 다시금 기용한다는 입장이다. 조 후보자가 국정원 내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윤석열정부의 안보 라인 2기 출범이 눈앞이다. 2023년 12월19일 대통령실은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을 국정원장 후보자로 내정했다. 김규현 전 국정원장의 사표를 수리한 뒤 3주 만이다. 국정원은 내부 인사를 둘러싼 내부 알력 다툼이 불거지며 수뇌부가 모두 경질됐다. 현재는 신임 홍장원 1차장이 원장 대행을 맡고 있다.

내홍

정부는 국가 최고 정보기관의 무게감과 내홍으로 곤욕을 겪은 국정원의 안정화가 시급하다고 판단하고 외교안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던 조태용 후보자를 내정한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이후 대대적인 인적 쇄신, 방첩 기능 강화를 통해 국정원이 다시 태어나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고질적인 내부 갈등이 발목을 잡았다.

특히 인사 문제로 연일 시끄러웠다. 2022년 10월에는 윤 대통령의 측근이자 사실상 국정원 2인자인 조상준 전 기획조정실장이 임명 4개월 만에 돌연 사퇴했다. 조 전 실장 사퇴 이전에 국정원 1급 간부 20여명이 퇴직한 사실이 보도되기도 했다. 


지난 6월에는 2차 인사 파동이 일었다. 10여명의 인사 대상자 중 A 전 방첩센터장 및 그의 국정원 동기 3명, 주미대사관공사, 주일대사관공사, 해외분석국장 등과 인사 책임자인 국정원 인사처장까지 ‘대기발령’ 조처됐다. 당시 김규현 전 국정원장이 제청하고 윤 대통령이 재가한 1급 간부 5명의 인사가 번복됐다.

최고위급에 대한 인사 번복은 62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2차 인사 파동의 원인으로 외교관 출신인 김 전 원장과 내부서 꾸준하게 승진을 이어온 권춘택 전 1차장이 해당 인사로 알력 다툼을 벌였다는 설이 제기됐다. 또 외부 인사와 문재인정부 당시 중용됐던 인사들의 다툼이라는 설도 나왔다.

해당 내용이 보도되자 김 전 원장의 책임론이 불거졌지만 윤 대통령은 그를 다시 한번 신임했다. 그러나 국정원 내부 문제는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인사 내홍’ 사태로 수뇌부 전격 교체
외교안보 컨트롤타워 내세워 정리 작업

오히려 국정원 내부 알력 다툼은 더욱 격화됐다. 한쪽은 인사 정횡을 했다고 지목됐던 A씨와 가까운 사람들이 또 인사 개입에 연루됐다고 주장했으며 다른 한쪽에선 인사 청탁 의혹 등으로 감찰을 받게 된 이들이 김 전 원장을 흔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3차 인사 파동은 국정원 수뇌부 모두에게 치명타로 작용했다. 윤 대통령은 칼을 빼들고 정권 초기부터 이어진 인사 파동과 관련된 국정원장, 1·2차장을 모두 경질했다.


윤 대통령은 신임 1차장에 홍장원 전 영국공사를 임명해 당분간 원장 직무대행을 맡겼다. 신임 2차장에는 황원진 전 북한정보국장을 임명했다. 

조 후보자는 정통 외교관 출신으로 특히 미국통으로 평가된다.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박근혜정부 외교부 제1차관과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 등을 역임했다. 2020년 21대 총선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당선됐다. 

현 정부 출범 직후 주미한국대사를 맡은 뒤 2023년 3월 말 김성한 당시 국가안보실장 후임에 임명돼 9개월간 안보실장으로 일했다.

안보 사령탑인 국가안보실장서 국정원 수장으로 옮기는 것은 그만큼 국정원의 상황이 안좋다는 것을 의미한다. 윤정부는 북한의 도발이 고조되는 상황서 내부 잡음을 확실히 잡을 카드로 조 후보자를 선택했다. 특히 조 후보자가 윤정부서 국가안보실장으로 일하면서 보여준 조직 장악력을 높이 샀다는 후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사람 좋은 미소에 숨겨진 진가가 따로 있다”며 “업무 능력을 앞세워 조직을 빠르게 장악하는 능력이 출중하다”고 말했다.

김성한 전 안보실장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사임해 어수선하던 안보실의 분위기를 신속하게 추스르면서 윤 대통령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는 평가도 있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조 후보자에 대해 “후보자는 외교 1차관, 안보실 1차장 및 주미국대사 등 핵심 요직을 두루 거친 외교안보 분야 전략가”라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대미 관계와 대북 안보 문제에 모두 정통하고 경륜이 풍부하다. 후보자가 그동안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고 빈틈없는 안보태세를 구축하는 등 큰 성과를 보여준 만큼 국정원장으로서도 대한민국의 안보와 정보 역량을 한 단계 높여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정통 외교관 출신 ‘미국통’
내부 잡음 확실히 잡을 카드?

조 후보자는 “정확한 정보를 적시에 제공함으로써 대한민국이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갖고 있다”며 “우리 외교의 입지와 전략적 공간, 활동 영역을 늘려 안보와 번영의 토대를 튼튼히 하는 데 헌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후보자와 국정원은 인사청문회를 준비 중이다. 이번 인사청문회에서는 김 전 원장에 이어 정통 외교관 출신이 국정원 수장에 연거푸 발탁이 된 점이 주목될 것으로 보인다.

외부 인사인 김 전 원장이 내부 장악에 실패하면서 국정원 내홍이 격화된 것이 지난 수뇌부 전격 교체의 원인이기 때문이다. 김 전 원장의 사표가 수리된 후 내부 인사 발탁에 무게가 실렸기도 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조 실장의 경우 이미 안보실을 안정시킨 경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대한민국 안보사령탑서 국정원장으로의 수평 인사도 주목된다. 당초 신임 국정원장 후보자에는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김용현 대통령실 경호처장 등 수평적 인사가 아닌 수직적 인사가 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이 조 후보자를 내정한 것은 외교안보의 특성상 인재풀이 넓지 않은 상황서 믿을 수 있는 참모에게 ‘국정원 정상화’라는 중책을 맡긴 것으로 풀이된다.

윤정부의 협소한 인재풀도 인사청문회서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외교·안보 핵심 인사들이 논란 속에 경질되고 이를 ‘돌려막기’ 인사로 채우는 일이 누적됐기 때문이다. 

앞서 이뤄진 7개 부처 장관과 방송통신위원장 후임 인선을 두고도 비판이 많았다. 총선 출마가 유력한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직무 3개월 만에 후임이 발표됐다. 김홍일 국민권익위원장은 직무 5개월 만에 방통위원장 후보자가 돼 ‘검찰 인맥 회전문’ 비판을 받았다.

연속성 있는 조직 운영 대신 ‘총선용’ ‘회전문’ 인선이 두드러지면서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2019년 10월 주유엔 대사를 마지막으로 현역서 떠났던 조 전 대사가 4년 만에 복귀한 것도 협소한 현 정부의 인재풀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법은?

한편 대통령실은 안보실 산하에 ‘경제안보’를 담당하는 안보실 3차장직을 신설할 계획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차장은 외교, 2차장은 국방, 3차장은 경제안보를 담당한다”며 “외교와 경제의 경계가 무너지고 특히 과거 자유무역주의서 평온하던 국제 경제질서에 지각변동이 일어나는 상황서 공급망이 중요해 사령탑의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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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