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특집 일요초대석> 무너진 교권 한탄한 유정우 훈장

인성 없는 교육 “해서 무얼 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다사다난했던 계묘년이 저물고 있다. 올해는 유독 각계각층서 흉흉한 소식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교육계는 교사, 학부모, 아동 할 것 없이 모두 상처받은 한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그 답을 찾아 ‘양지서당’으로 향했다. 

‘양지서당’이 새겨져 있는 표지석을 지나고도 시골길을 한참 더 들어가야 했다. 차 한 대가 지나갈 수 있을 만한 좁은 도로를 10분 정도 달리자 멋스러운 한옥 지붕이 먼저 눈에 담겼다. ‘충효당’이라고 쓰여 있는 현판이 달린 가로로 긴 건물, 양지서당에 도착했다. 

20년 명맥
전통문화

충남 논산시 연산면 송정리 범골에 위치한 양지서당은 ‘큰 훈장님’ 의정 유복엽 훈장이 설립했다. 한학을 통해 아이들에게 인성과 예절을 가르치는 민간 교육기관이다. 2002년 7월 대전서 논산으로 자리를 옮긴 뒤 20년 넘게 ‘예절학당’으로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 12일 오후 양지서당을 찾았다. 인기척을 내자 양지서당 사람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유복엽 훈장은 어린 여자아이와 장기를 두고 있었다. 상투를 틀고 유건을 쓴 모습은 전래동화에 나오는 훈장의 모습 그대로였다. 

양지서당에는 유복엽 훈장과 향산당 김초선 여사, 대산 유정인 훈장·봉암 유정우 훈장·해암 유정욱 훈장, 그리고 그 자녀들까지 3대가 함께 살고 있다. 여기에 도심서 농촌으로 유학 온 아이들 10여명도 한 집에서 생활한다. 


오후 12시30분 양진당에 모여 점심을 먹었다. 양지서당 관계자를 비롯해 아이들까지 나란히 앉아 자기 몫의 식사를 했다. 유명원 양지서당 홍보이사는 밥과 반찬이 부족하지 않은지 연신 물었다. 앞마당에는 새끼 고양이 5마리가 엉킨 채 놀고 있었다.

흐린 날씨로 공기는 차분하게 가라앉았고 사위는 고요했다. 물레방아 물소리가 백색 소음으로 흘러들었다. 

유정우 훈장은 인터뷰 진행에 앞서, 붓으로 ‘선(善)’이라는 한자를 적었다. 그러면서 ‘지극한 선에 머물러 움직이지 않는다’는 뜻의 지어지선(止於至善)을 언급했다. 그는 “<대학>의 말씀이 내 심성을 밝힘으로 인해서 천하를 평화롭게 하는 게 바로 지선의 자리에 그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정우 훈장은 양지서당을 운영하면서 1000여명의 아이를 만났다. 빠른 아이들은 7세에 양지서당에 들어와 초등학교를 거쳐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10여년간 머물다가 관내 고등학교 기숙사로 진학한다. 이보다 길게 머무는 아이들은 13년 동안 서당서 생활한 뒤 다른 지역으로 가기도 한다.

아이-학부모-교사 악순환
흉흉한 교육계 대책 없나

양지서당은 이름대로 아이들의 뜻(志)을 길러주기(養) 위한 교육을 하고 있다. 학교 수업을 보완하는 이른바 ‘방과 후 수업’ 같은 방식이다.

유정우 훈장은 “일반 학교서도 도덕 과목을 통해 인성교육을 하고 있다. 하지만 학교는 기능성을 키워주는 교육으로 조금 기울어 있다”며 “서당 역시 아이들 개개인의 능력을 키워주는 교육을 하고 있지만, 그보다도 ‘사람됨’을 키우는 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지서당의 아이들은 <사자소학>과 <추구>를 배운다. <사자소학>은 살아가면서 반드시 지켜야 할 생활 규범과 예절 등을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가르치는 생활철학 글이다. 서당서 처음 배우는 글이기도 하다. <추구>는 좋은 글귀를 뽑아 모은 책이라는 뜻이다. 고리타분한 옛것으로 여겨지지만 그 안에는 삶의 진리가 들어있다.

아이들은 부모, 형제, 친구, 스승, 어른 등 사회적 관계에 대해 배운다. 한 달에 한 번 계룡산 둘레길을 걸으며 자연과 접한다. 이 과정서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법, 앞으로 나아가는 법, 포기하지 않고 계속 가는 법을 익힌다. 

유정우 훈장은 “양지서당에 처음 온 아이가 둘레길을 걷는 데 너무 힘들어했다. 안 가면 안 되냐고 몇 번이나 말하길래 ‘천천히 가는 건 괜찮은데 포기는 하지 마’라고 말했다. 결국 그 아이는 끝까지 걸었다. 지금은 누구보다도 잘 걷는다. 아이가 잘 있나 보러 오신 아버지보다도 잘 걸어서 놀랐을 정도”라고 말했다.

미디어나 휴대폰에 대한 접촉도 가급적 줄이도록 했다. 유정우 훈장은 “아이들은 한쪽을 차단하면 다른 한쪽에 관심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미디어를 차단하면 그 시간에 서예나 검도 같은 몸으로 하는 것, 그리고 책에 관심을 보인다. 독서에 대한 맛을 알게 되면 그다음부터는 아이가 스스로 찾게 된다. ‘습’(습관)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망가진 교육
무너진 교권

최근 학교서 아이가 문제를 일으키고 이를 학부모가 교사의 탓으로 돌리면서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 사건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학부모의 항의에 견디다 못한 교사가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났고 남은 교사들은 교권 회복을 위해 거리로 나왔다.

유명 웹툰 작가가 아들이 아동학대를 당했다며 특수교육 교사를 고소한 사건도 갑론을박이 계속되고 있다. 

유정우 훈장은 “개인에 대한 존중이 지나치게 커지면서 이기주의로 변화했고 이것이 공동체의 균열로 이어졌다”고 진단했다. 과거와 비교해 자녀 수가 현저하게 적어지면서 부모의 관심이 집중되고 이 과정서 공적인 부분과 사적인 부분의 경계가 흐릿해졌다는 설명이다.

아이가 ‘자신의 것’에 대해 강하게 어필하면서 균형이 깨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20여년간 수많은 아이와 부대끼며 살아온 유정우 훈장 역시 그 변화를 몸소 느끼고 있다. 그는 “과거에는 가정교육이 굉장히 중요했다. 하지만 지금은 가족이 한 밥상서 밥 먹기도 어려워졌다. 대가족 시대에는 아이들이 어른들을 보면서 성장했다. 생활 과정서 조심하고 예의를 갖추는 모습을 자연히 배우고 컸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지금은 그러한 부분이 많이 사라지면서 ‘난 이렇게 해도 돼’ ‘내가 하고 싶으면 해도 돼’라는 표현이 많아졌다.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피해를 주는 것에 대해서는 굉장히 방어적으로 굴지만 내가 하는 행동에 대해서는 ‘그게 어때서?’라는 식으로 변해버렸다”고 한탄했다.

실제 양지서당에 처음 오는 아이들 가운데서도 ‘왜요?’ ‘왜 그렇게 하면 안 되는데요?’라고 말하는 사례가 많아졌다고 한다.


대단한 부모
대견한 아이

부모의 역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유정우 훈장은 “예전에는 기본 교육을 가정서 하고 그다음에 학교 교육을 받았는데 지금은 보육과 교육 모두를 학교에 의존하는 상태가 돼버렸다. 그래서 책임까지도 학교에 전가하는 식이 된 거다. 아이가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키면 ‘가정 교육을 잘 못 시켜서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지금은 부모가 먼저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런 사건이 반복되다 보니 교육이 무너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교서 생긴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못하면서 교권이 추락하고 공교육이 붕괴하는 악순환이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 계속되다 보니 교육청 등 정부 기관을 중심으로 인성교육의 필요성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양지서당서 2020년부터 진행 중인 농촌 유학도 그 일환이다. 

도시와 농어촌 간의 교류 촉진에 관한 법률(도농교류법)에 따라 농촌 유학을 온 아이들은 주소지를 양지서당으로 옮기고 관내 학교에 다닌다. 아침에 일어나 청소를 하고 식사를 한 뒤 함께 등교한다. 하교 후에는 서예, 검도 등 이른바 ‘방과 후 수업’을 한다.

아이들은 공동생활을 하면서 인내와 배려를 배운다. 조부모-부모-자녀 등 3대가 생활하는 모습서 예절을 습득하고 인성을 기른다.

유정우 훈장은 “사회는 나만이 아니라 우리가 사는 곳이다. 공동체에 대한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 요즘 아이들은 누군가와 부대끼며 함께 생활하는 경험을 거의 하지 못한다. 그런 지점서 필요성을 느껴 서당으로 아이를 보내는 부모님들이 꽤 있다”며 “교육청서도 인성교육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의 인성을 함양할 수 있는 기관이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게 되면 무너진 교육이 회복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유정우 훈장은 “모든 상황을 경제 논리로 해결하려 들면 결국 수단과 방법이 나오게 된다.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방식을 배우게 되는 것이다. 경제 논리 위에 교육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아이들이 가치 있는 인재로 거듭날 수 있다”고 말했다.

기능보다는 인성에 집중
“옛 선조 지혜서 배워야”

2006년 문화체육관광부는 ‘대한민국 100대 민족문화상징’을 선정했다. 당시 선정된 교육 분야 두 가지 상징 중 하나가 바로 서당이다. 다른 하나는 ‘한석봉과 어머니’가 뽑혔다. 고구려 때 ‘경당’이 서당의 기원으로 알려져 있다. 조선시대에 세워진 서원, 향교 등과 비교해 그 역사가 어마어마하게 긴 편이다. 

서당은 다른 기관에 비해 접근성이 좋아 민초의 학력 향상에 큰 역할을 했다고 전해진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의 민족 말살 정책의 하나로 ‘서당 철폐’가 있을 정도였다.

유정우 훈장은 “서당은 지역민 누구나 교육을 받을 수 있던 장소다. 교육의 문턱을 낮춘 기관인 셈이다. <사자소학> <추구> 등 사람다움에 대한 글이 가득한 옛 선조의 가르침을 전파하는 기관이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농촌 유학을 오는 아이들 수가 급감하는 등 위기를 겪었지만, 서당은 여전히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유정우 훈장은 “인성교육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널리 확산하고 이를 위한 정책이 진행된 찰나에 코로나가 확산하면서 많은 부분이 흐트러졌다. 특히 코로나를 겪으면서 대면 접촉이 줄어들었고 이 과정서 사람 사이의 끈이 많이 끊겼다. 더 안타까운 부분은 끊어진 관계가 복원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교육은 백년지대계다. 인기를 누리기 위한 정책이 아니라 멀리 봐야 한다. 유아교육, 초등교육 과정서 인성교육이 빠져버리면 중‧고등학교서 이를 바로잡는 게 정말 힘들어진다. 교육기관서 지속성을 가지고 인성교육을 기본소양으로 배울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한국 사람은 인성이 좋다는 인식이 해외에 널리 확산하면서 외국에 있는 우리 국민이 융숭한 대접을 받는 일이 많다고 한다. 양지서당에도 해외서 오는 아이들이 있다. K-문화가 전 세계에 알려지면서 전통 교육과 서당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생긴 일이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인성 역시 세계로 수출될 수 있었으면 한다”고 ‘K-인성’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세계적으로 미래가 밝은 국가를 선정할 때 가장 중점적으로 보는 부분이 청소년의 꿈이라고 한다. 청소년이 어떤 꿈을 꾸고 있는지, 청소년이 가치 있는 꿈을 많이 꾸고 있는 곳이 바로 미래가 밝은 나라라는 것이다. 

청소년의 꿈
K-인성으로

유정우 훈장은 “좋은 토양일수록 여러 가지 식물을 심어도 잘 자라지 않나. 또 땅을 단단하게 고르면 어떤 건축물을 세워도 잘 떠받칠 수 있다. 마찬가지다. 교육이 바로 서면 아이들의 심리적 터전을 잘 닦아줄 수 있다”며 “인성은 기능보다는 본연의 본심서 일어난다. 심성의 토양을 잘 관리하면 거기에 어떤 기능을 더해도 가치 있는 인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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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