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주고 과일도 깎아 배달

몇 년 전만 해도 아파트 구색 갖추기에 불과했던 커뮤니티시설이 코로나 팬데믹 이후 진화하고 있다. 바깥 외출이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아파트 단지 내 활동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어졌다. 이 현상이 지속되면서 아파트 커뮤니티시설이 점차 특화되고 있다. 

요즘 분양하는 아파트들이 고급 커뮤니티 명함을 내밀려면 물놀이 시설인 수영장, 사우나, 피트니스센터, 실내 골프장, 게스트룸, 놀이터, 경로당 등은 기본이다. 앞으로는 입주민들의 의견을 더욱 반영해 한층 더 다채로운 시설들이 생겨날 전망이다.

지난해 여론 조사기관인 한국갤럽 조사연구소에서 응답자에게 10여가지 유형 중 거주하고 싶은 주택을 선택하게 한 결과 ‘다양한 커뮤니티를 갖춘 주택’이 27 %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직전 조사(24%)에 비해 3%p 높아진 수치로, 커뮤니티를 보유한 주거단지에 대한 선호도가 지속해서 증가한 셈이다.

한층 더 
다채롭게

차별화한 커뮤니티시설은 아파트 단지의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형성하고 가치 상승으로 이어진다. 대표적으로 커뮤니티가 잘 갖춰진 아파트로 꼽히려면 수영장이나 물놀이시설은 기본이다. 

잘 이용하면 멀리 갈 필요 없이 단지 내에서 휴가와 레저를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관리가 까다롭고 유지 비용이 적지 않아 돈을 들여 시공해 놓고도 애물단지가 되는 경우도 많다. 이 때문에 수영장 운영이 원활한 아파트는 ‘단지 관리가 잘 되는 곳’이란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서울 서초구 반포자이 단지는 ‘워터파크 아파트’로 유명해졌다. 물놀이와 아일랜드 놀이를 함께 즐기는 미니카약 놀이터는 아일랜드를 중심으로 연결된 섬 사이에 미니카약을 탈 수 있도록 물길을 만든 놀이시설이다.

부산 북구 화명동 랜드마크 단지인 ‘화명롯데캐슬카이저’ 단지에는 총길이 25m, 6개 레일의 실내수영장과 유아풀장, 고급 사우나 시설 등으로 커뮤니티시설을 꾸몄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사회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만큼 기존의 고정관념서 벗어나 새로운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특별한 상품이 필요하다”며 “고객의 목소리를 반영한 최상의 주거 상품을 끊임없이 연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 용산 등 대표적인 부촌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의 아파트에선 호텔식 식사 서비스가 유행하고 있다. 조식과 중식뿐만 아니라 키즈식까지 내놓고 과일을 깎아 집까지 직접 배달해주는 케이터링 서비스도 운영하고 있다. 

특화 커뮤니티시설 갖춘 신규 단지 눈길
수영장은 기본…조식·중식에 키즈식까지

최근 식사 서비스를 도입하는 단지가 증가하는 것은 1인 가구와 맞벌이 가정, 노인 가구가 늘면서 직접 요리를 하는 가정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호텔식 아파트 조식 서비스가 제공되려면 조리시설 및 식사 공간 조성이 필요한 데다 조리 전문 인력 등을 배치하려면 그만큼의 수요가 있어야 하는 만큼 사실상 신축, 대단지 아파트서만 가능한 서비스라는 인식도 있다.

건설업계는 한 발짝 더 나아가 커뮤니티시설을 최첨단 기술과 접목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미래 주거 모델로 제시한 ‘넥스트 홈’의 주거생활 플랫폼인 ‘홈닉’을 선보였다. 여러 주거 관련 서비스를 한데 모은 앱이다.


삼성물산은 홈닉을 통해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홈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통해 개별 가구서 온도를 조절하거나 가전을 제어하는 수준을 넘어 커뮤니티시설 등 단지 전체와 입주자를 연결한다.

예를 들어 홈닉을 통해 미리 예약한 커뮤니티 골프연습장서 운동을 한 뒤 단지 내 카페서 입주자들과 만나 로봇이 서빙한 커피를 마시고, 카페테리아 벽에 걸린 미술품을 감상하며, 앱을 통해 미술품을 직접 구매하는 것이다.

단지 내에서 
휴가와 레저

아파트 지하 또는 지상의 저층에 주로 자리 잡았던 커뮤니티시설들도 이제는 최상층 또는 고층으로 자리 잡는 추세다. 최상층에 펜트하우스 같은 고급 주거시설이 아닌 입주민 전용 커뮤니티시설을 마련하면서 다른 단지들과의 차별화를 꾀하고 입주민 만족도까지 높이고 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위치한 ‘래미안원베일리’ 101~102동, 122~123동 등은 각각 스카이브릿지로 연결해 북카페, 공중정원 등의 스카이 커뮤니티 시설들이 자리하고 있다. 한강 조망이 가능해 입주자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경기 안산시 상록구 사동에 있는 ‘그랑시티자이’ 1·2차의 경우 42층에 스카이 피트니스, 라운지카페 등의 커뮤니티시설이 마련돼있다. 수리산을 비롯해 시화호 등의 조망이 가능하다.

‘디에이치방배’(방배5구역 재건축)는 지난 10월10일 커뮤니티시설 개선안에 의거해 커뮤니티시설로 영화관 메가박스를 설치하기로 했다. 이밖에 어린이도서관이 함께 있는 실내 놀이터도 추진할 계획이다. 

특화된 커뮤니티시설은 아파트의 가치를 더한다. 단지 내에 조성되는 고품격 커뮤니티시설은 입주민의 주거만족도를 높이는 데에 크게 기여할 뿐 아니라 대외적인 이미지 형성과 시세 상승 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대형 호텔식 
식사 서비스

입소문을 타면서 지역 랜드마크로 자리 잡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커뮤니티시설이 집값과 직결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최근 강남권 고급 단지 중심으로 특화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단지를 고급화해 커뮤니티시설이 늘어날수록 공사비가 늘어나고 입주민들의 관리비가 늘어나는 만큼 반기는 입장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대형 건설사와 브랜드를 보유한 중견 건설사를 포함해 건설사들의 시공 능력이 일반적인 수준으로 차이를 보이지 않는 수준”며 “예전과 같은 일률적인 시설로는 사용자의 니즈를 만족시킬 수 없다. 건설사 또한 사용자의 의견을 청취하고 커뮤니티시설을 포함한 특화 설계에 더욱 비용을 아끼지 않는 추세”라고 말했다.

다음은 커뮤니티시설을 강점으로 내세운 수도권 분양 아파트.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 서울시 동작구 상도동 일원에 들어서는 선시공 후분양 아파트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가 미계약 잔여 세대를 선착순 분양 중이다. 지하 5층~지상 18층 10개동, 총 771세대 규모로 전용면적 59~84㎡로 구성된다. 주차 대수는 939대로 세대당 1.22대가 가능하다. 입주는 내년 3월 예정.  

최첨단 기술과 접목
미래 주거 모델 제시

지난달 1순위 청약서 401가구 모집에 5626명이 몰리며 평균 1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바 있다. 단지는 남향 위주 배치로 채광과 통풍이 우수하고, 전 세대 발코니 확장과 함께 붙박이장, 시스템에어컨, 하이브리드 쿡탑, 전기오븐 등 다양한 옵션들을 기본으로 제공한다.

또 골프존, GX존, 피트니스센터, 그리너리 스튜디오, 경로당, 어린이집 등 입주민을 위한 커뮤니티 시설이 갖춰진다.

▲더샵 의정부역 링크시티= 의정부를 대표할 캠프 라과디아 도시개발사업으로 공급되는 단지가 주목을 받고 있다. 포스코이앤씨가 선보이는 ‘더샵 의정부역 링크시티’다. 경기도 의정부시 의정부동 일대 캠프 라과디아 도시개발사업 부지에 들어서는 단지로, 지하 3층~지상 최고 48층 1401세대 규모다.

타입별로는 84㎡ 1058세대, 112㎡ 339세대, 162㎡ 2세대, 165㎡ 2세대로 의정부 내 희소성 높은 중대형 평형까지 다양하게 구성된 것이 특징이다.


포스코이앤씨의 ‘더샵’ 브랜드에 걸맞은 차별화된 상품성을 갖췄다. 먼저 단지를 남향 위주로 배치해 햇빛과 바람이 잘 통하도록 했다. 주차장을 모두 지하로 내려 쾌적하고, 안전한 지상 공간을 조성했다. 또 4베이(BAY) 판상형 위주의 설계를 적용해 개방감과 공간활용도가 우수하다. 최고층에는 7베이(BAY)의 펜트하우스도 공급된다. 

이미지 형성
시세 상승으로

알파룸을 활용한 다양한 평면 특화 설계를 적용해 가족 구성원 및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세대 내부 공간을 바꿔볼 수 있도록 했다. 단지 대지면적의 61%를 차지하는 조경도 자랑거리다. 싱그러운 잔디와 수경시설이 어우러진 넓은 중앙정원인 네이처 테라스와 물놀이터가 마련되는 스플래시가든 등에서 자녀와 여가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가족, 친구들과 산책하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숲속 산책로 페르마타 가든도 조성될 예정이다. 

지역서 보기 힘든 다양한 최신 커뮤니티 시설도 약 4000㎡ 규모로 마련된다. 지역 최초로 자녀의 학업을 위한 스터디 공간인 에듀&비즈니스라운지와 스텝가든카페, 작은 도서관, 키즈스테이션, 어린이집, 돌봄센터 등이 들어선다.

운동시설인 피트니스센터, GX룸, 실내골프연습장(GDR 적용), 탁구장, 필라테스룸 등과 사우나(냉·온탕), 코인세탁실 등 편의시설도 조성된다.

주한미군 공여지였던 캠프 라과디아의 반환으로 약 3만㎡의 공원이 함께 조성돼 쾌적한 환경을 누릴 수 있다. 공공복합청사 내 스포츠시설(실내수영장, 암벽등반, 조깅트랙 등 예정) 등 주민들의 편의시설도 함께 조성될 계획이다. 

▲운정3 제일풍경채= 제일건설은 경기 파주시 운정3지구에 위치해 GTX운정역 초역세권 입지로 평가받는 ‘운정3 제일풍경채’를 분양한다. 지하 2층~지상 28층, 4개동, 전용면적 84㎡ 총 383세대 규모로 구성된다. 전용면적별 세대수는 84㎡A 190세대, 84㎡B 96세대, 84㎡C 97세대로 전 가구가 선호도가 높은 전용면적 84㎡로 구성된다. 

본 청약은 부적격 당첨자와 사전당첨자 지위 포기 세대를 제외한 121세대(예정)가 청약 물량으로 배정됐다. 단지 내에 6개의 자연테마정원과 산책로, 스크린골프 및 탁구장, 휘트니스 등 고품격 커뮤니티가 조성된다. 채광을 극대화한 남향 위주의 단지 배치와 알파룸 (일부 세대) 특화 설계를 적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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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