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판 흔드는 두 가지 후광

수도권 분양시장을 흔드는 두 가지 후광 효과에 수요자들이 주목하고 있다. GTX 후광 효과와 반도체 후광 효과가 대표적이다.

교통 인프라 개선과 일자리 창출은 부동산시장서 대표적인 호재로 꼽힌다. 먼저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의 경우 지난해 사업이 지지부진해지면서 거품이 꺼졌지만, 최근 다시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반도체 호재는 ‘반세권’이란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부동산시장의 새로운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경기도 용인, 동탄2신도시 등은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한다는 발표 소식에 부동산 가치가 재평가되고 있다. 또 경기도 이천, 평택 등 반도체 산업을 이미 확보한 지역은 아파트 가격이 바닥을 다지고 상승세로 돌아서는 모양새다.

▲GTX 효과= 고금리 기조 영향 등으로 전국 부동산시장의 하락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특례보금자리론, 전매제한 완화 등의 정부 정책이 적극 전개되고 있으나, 효력이 다할 경우 다시 부동산시장 하락세가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다.

반면 경기 동탄, 안양 인덕원역, 의정부역, 인천 송도 등 GTX 수혜지역 내 아파트, 상가, 소형 오피스 등 교통개발 호재를 품은 수도권 부동산시장의 반등세 기대감도 커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바닥 다지고 
상승세 유턴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가격이 지난해 1월부터 하락세를 이어오고 있지만, 지난 7월 전국 아파트값이 약 18개월 만에 상승세로 전환된 바 있다. 수도권 중심으로 상승세가 이어진 가운데 이 같은 양상을 두고 정부의 정책 효과뿐 아니라 교통개발 호재 덕분이란 분석이 대두되고 있다.

정부 부동산 대책 효과가 들썩이면서 경기도 부동산시장을 눈여겨보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부가 GTX의 적기 개통을 지원하기 위해 7247억원을 투여하고, 주요 고속철도 노선 등을 차질 없이 건설할 계획이라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내년 개통되는 GTX-A에 1805억원을, 2030년 개통될 GTX-B에 3562억원을, 2028년 개통될 GTX-C에 188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그중에서도 GTX-A 개통 시기는 불과 1년 안으로 임박했다. 이에 내년부터 파주 운정~서울역 구간과 화성 동탄~수서 구간을 확실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지나는 길목마다 들썩 ‘GTX’
시세차익 주목 지역으로 부상

남부 구간에는 동탄을 비롯해 안양, 용인, 성남역 주변 수요가 주목된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동탄역롯데캐슬 전용면적 102㎡가 20억원에 거래됐다. 지난 3월 16억3000만원, 6월 17억원대를 거쳐 7월 18억3000만원으로 오름세를 보였다. 

GTX-B 노선 주요 기점인 송도국제신도시 역시 마찬가지다. 부동산시장 하락에 따라 송도신도시 매매가는 반 토막이 났었으나, GTX-B 노선 착공이 가시화되면서 반전이 일어나고 있다. 송도 주요 대장 아파트들은 가격 회복을 넘어 갱신을 나타내고 있는 상황이다.

GTX-C 개발에 따른 의정부, 안양 인덕원 중심의 부동산시장 상승세도 주목할만하다.


GTX는 시속 100㎞로 운행하는 고속철도로 서울지하철 운행속도(시속 30㎞대)보다 3배가량 빠르다. 특히 공사 중인 GTX-A 노선에 비해 사업이 더뎠던 C 노선은 이번 실시협약으로 사업이 본격화돼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경기 북부의 관문 도시인 의정부 의정부역서 강남 삼성역까지 5 정거장, 예상 소요시간 20분대로 이동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 1시간 이상 소요되는 이동시간이 크게 줄어드는 것이다. 

차질 없이 
건설 계획

의정부역은 1호선(경원선)과 의정부 경전철, GTX 이외에도 고양 능곡을 연결하는 교외선도 연결돼 향후 광역교통망이 더욱 강화될 예정이다. 인덕원 지역은 과거부터 주요 교통요점이었으나 구도심 유흥지역, 상업지역이란 지배적인 인식이 깔려 있어 상대적으로 저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GTX-C 연내 착공 발표에 따라 미래 가치와 시세차익을 지켜볼 수 있는 지역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인덕원역 인근 아파트 단지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또 운영 중인 수도권 지하철 4호선, 월판선, 동탄인덕원선에 이어 GTX-C 노선이 개통될 경우 인덕원역은 쿼드러플 역세권으로 거듭날 예정이다. 

안양시는 인덕원역 주변 도시개발 사업을 추진하며 인덕원역 일대를 스마트시티 관련 기업 집중육성지역으로 탈바꿈시킬 목표를 지니고 있다. 다역세권에 청년 일자리 창출 및 주거를 지원하는 청년 스마트타운 및 환승 교통체계가 마련된 복합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반도체 효과= ‘반도체’ 키워드가 수도권 분양시장을 휩쓸고 있다. 동탄2, 평택 등 반도체 산업단지가 연계된 지역에서는 최근 잇달아 청약 마감 소식이 들리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4월 청약을 받은 ‘동탄신도시 금강펜테리움 6차 센트럴파크’와 ‘동탄 파크릭스 2차’는 각각 평균 9.3대1, 7.7대1의 경쟁률로 청약을 마감했다.

이들 단지는 동탄2신도시 신주거문화타운에 조성되는 아파트로, 최근 삼성전자의 300조원 반도체 사업 투자 소식이 발표된 용인시 처인구 남사읍과 인접해 있어 수요가 몰렸다는 분석이다.

또 지난 3월 평택시 고덕신도시에 공급된 ‘고덕자이 센트로’는 올해 경기권역 최고경쟁률인 평균 45.3대1로 1순위를 마감했다. 공장 라인 증설 등 호재가 있는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와 가깝다는 점이 인기를 끌었다는 평가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수도권 분양시장에 GTX와 반도체가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데, 이런 대형 호재가 있는 지역과 없는 지역 간 양극화 현상이 더욱 두드러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GTX·반도체 후광 효과를 볼 수도권 주요 신규 단지.


▲의정부역 성원상떼빌 리버뷰= 의정부동 민간임대주택 협동조합이 ‘의정부역 성원상떼빌 리버뷰’를 10년 후 분양 전환형 민감임대 방식으로 공급한다. 전 세대 선호도 높은 84㎡ A·B·C·D타입, 지하 5층~지상 47층, 총 171세대 규모로 조성된다. 1~3층에는 근린생활시설이 들어서 슬세권 프리미엄을 누리는 우수한 생활편의성을 확보했다.

역 일대
탈바꿈

단지 가까이에는 신세계백화점, 영화관, 대형 서점, 의정부 제일시장, 로데오거리, 관공서, 을지대병원 등이 자리해 원스톱 라이프를 실현할 수 있다. 운동시설과 산책로가 조성된 중랑천을 비롯해 추동공원 등 자연환경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여기에 500m 거리에 있는 신동초를 비롯해 반경 2㎞에 신곡중, 의정부여고, 상우고까지 초·중·고교가 모두 도보권에 자리한 탄탄한 교육환경을 더했다. 

호국로와 3번국도 대체 우회도로가 인접해 있고,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로 통하는 의정부IC, 호원IC를 빠르게 이용할 수 있다. 단지 가까이에 있는 1호선과 의정부 경전철 의정부역뿐 아니라 GTX-C 의정부역(예정), 고양~양주~의정부 연결 교외선(24년 재개 예정) 등의 호재도 예고돼있어 교통망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인덕원역 시그니티 타워= 경기 안양시 관양동에 인덕원역 도보 1분 거리 초역세권 소형 오피스와 상가 결합 상품인 ‘인덕원역 시그니티 타워’가 분양한다. 지하 5층~지상 18층 규모로 8~18층은 소형 오피스, 3~7층은 메디컬, 1~2층은 근린생활시설 등이 공급된다. 자주식 주차장 140대의 넉넉한 주차공간이 들어선다.


잇단 완판 소식 들리는 ‘반도체’
양극화 현상 더욱 두드러질 전망

인덕원역은 현재 운영 중인 4호선부터 월곶판교선(2025년 예정), 동탄인덕원선(2026년 예정), GTX-C 노선(2028년 예정)까지 총 4개 노선이 관통하는 쿼드러플 역세권 프리미엄 상권이다. 과천시와의 경계서 불과 500m 거리에 떨어져 있다.

안양 벤처밸리, 의왕 테크노파크, 인덕원 IT밸리 등과 현재 조성중인 과천지식정보타운, 의왕 제2테크노파크 그리고 판교테크노밸리 등 직주근접의 요건이 잘 갖춰 있어 경기 남부 주요지역을 아우르는 최중심 입지다.

서울시의 평균 공실률은 6.5%, 경기도의 평균 공실률은 5%지만, 경기 인덕원 상권의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0%로 알려져 있다. 인덕원역을 주 지하철역으로 이용하는 아파트가 30여개가 넘는다. 해당 단지는 약 2만세대에 달하는데, 이를 인구로 추산하면 약 4만7000여명에 육박한다. 

▲동탄신도시 금강펜테리움 7차 센트럴파크= 금강주택이 동탄2신도시에서 ‘동탄신도시 금강펜테리움 7차 센트럴파크’를 분양한다. 단지가 세워지면 동탄2신도시 내 5400여 가구의 ‘금강펜테리움’ 마침표를 찍는다.

지하 3층~지상 최고 20층, 10개동, 총 662가구 규모로 조성된다. 전 가구가 수요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전용면적 74㎡, 84㎡의 중소형 아파트로 구성된다. 타입별 가구 수는 74㎡ 133가구, 84㎡A 218가구, 84㎡B 311가구다. 전 세대 남향 위주 배치와 함께 판상형 설계, 4베이 평면구조와 함께 팬트리, 대형 드레스룸 등을 도입해 공간활용성을 높였다. 골프연습장, 피트니스, GX룸, 키즈카페, 스터디룸 등 다양한 고품격 커뮤니티도 마련한다.

도로도 
수월하게

주변이 숲으로 둘러싸인 숲세권 아파트로 조성된다. 인근에는 대규모 공원인 왕배산3호공원과 신리천수변공원(가칭)이 조성될 계획이다.

내년 하반기 개통이 예정된 GTX-A 노선과 동탄인덕원선(2026년 예정)이 지나갈 SRT 동탄역이 인접해 있다. 인근에는 동탄도시철도(트램) 2호선도 지나갈 예정이다. 신리IC를 통해 경부고속도로, 수도권제2순환고속도로 등 접근성이 용이해 도로 교통망도 수월하게 이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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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공개> 검찰 수사기록으로 본 12·3 내란 사태 전말 ⑥좌파 14명 체포 실패 내막

[단독 공개] 검찰 수사기록으로 본 12·3 내란 사태 전말 ⑥좌파 14명 체포 실패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12·3 계엄 당일 내란 주동자들은 정치인과 판사 등 자신들이 반국가 세력으로 지칭한 14명의 체포를 위해 서둘렀다. 하지만 준비가 된 것은 각 군의 사령관들뿐이었다. 계엄사령부와 합동수사본부의 설치는 훈련 상황서도 24시간가량 걸리는데 이를 간과한 것이다. 미리 계엄을 준비했다는 증거가 계속해서 나오는 상황에 실무진에게 준비시키지 않은 점이 의문점으로 남아있다.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내란 주도자들이 정치인과 판사 등 ‘좌파세력’이라고 지칭한 14명의 체포를 시도했지만 무산됐다. 그 내막에는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이하 합수본)의 미설치가 있다. 진술 나오자 다른 전략 <일요시사>가 검찰 진술 조서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계엄이 시작된 계기와 14명의 체포 미수 및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불법 점거의 실패 이유로 ‘합동수사본부 미설치’를 꼽았다.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하기 이전 국회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대립은 심각했다. 과반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야당은 자기들끼리 뭉쳐서 법안을 통과시켰고 윤 전 대통령은 재의요구권을 사용했다. 또 야당은 이진숙 방통위원장과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를 수사한 검찰들에 대한 탄핵을 시도하고 김건희씨와 관련한 특검법을 계속 발의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검찰 진술조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27일경, 윤 전 대통령이 관저 식사 자리서 “수사받다가 마음에 안 든다고 검사를 탄핵하고, 재판받다가 마음에 안 든다고 판사를 탄핵하고, 헌법재판소가 마음에 안 들면 정족수를 자르고, 이게 나라냐.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국가 세력의 준동에 관해 청주간첩단 및 창원간첩단 사건과 관련해 수사 과정서 잡은 인원들을 판사 기피 신청이 들어오면 단기간에 결정하는 것이 상식인데 6개월이나 결정을 하지 않아 간첩들의 구속 기간이 끝나 다 풀려나 돌아다니는데도 이런 것을 방치하고 있는 상황이니 나라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미래 세대에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어주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비상계엄)이 필요하겠다”고 강조했다. 일주일이 지난 후 윤 전 대통령은 김 전 장관에게 “야당의 패악질로 나라의 미래가 없다. 국가 비상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들은 비상계엄 관련 논의를 했다. 이때 체포 명단인 이른바 ‘좌파 세력’ 14명의 명단과 군대를 어떻게 투입할지 등을 확정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들은 체포 명단의 사람들의 신병을 확보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게다가 내란 주동자들은 검찰 진술과 형사 법정 등에서도 체포하려 하지 않았다고 진술하고 있다. “합수부 미설치로 체포 불가” “합수부 없어 시작부터 위법” 김 전 장관은 검찰에 “주요 정치인 등에 대한 검거를 시도한 바 없다. 혐의가 있어야 검거를 시도하지 않겠냐”며 “언론에 나오는 위치 추적 등은 포고령에 따라 정치활동이 금지되고 있는 상황이니 주요 정치인 몇 분과 부정선거 등과 관련해 사회서 의혹이 제기되는 사람들의 위치를 미리 파악하라고 이야기한 것일 뿐”이라고 진술했다. 하지만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과 작전에 투입된 군인들의 진술로 체포 명단이 실제로 존재했으며 체포를 지시하고 시도했다는 것마저 모두 드러났다. 체포 시도가 있었다는 진술이 계속해서 나오자 내란 주동자들은 다른 전략을 세우게 된다. 바로 ‘합동수사본부 미설치’다. 김 전 장관은 검찰 진술서 합수본이 미설치돼 체포가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는 “계엄사령부와 합수본이 설치되는 과정이라 검거가 불가능하다”며 “합수본이 설치되려면 검찰과 경찰의 협조가 필요한데 아무런 대비도 없이 체포부터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진술했다. 김 전 장관의 진술은 계엄 직후 선관위에 국군 정보사령부 부대원들을 보내 선거인 명부 관리 서버를 장악하고 선관위 당직자들에 대한 통신 제한(휴대전화 압수)과 감금이 위법한 수사 활동임을 나타내고 있다. 계엄이 터지면 통상적으로 합수본 역할을 맡는 국군 방첩사령부 관계자도 검찰 진술 당시 선관위 투입은 잘못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영희 방첩사 비서실 1과장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방첩사 소속 군인들로 하여금 중앙선관위 서버를 꺼내오도록 지시하거나 계엄 해제 이후 관련 증거를 제거하도록 시킨 것은 자신들의 정당한 권한 범위를 넘어선 것”이라고 말했다. 불법성 미리 알고? 박성하 방첩사 기획조정실장은 “현장에 나가 있던 소위 체포조에 대해서 당시에는 알지 못했다”면서도 “하지만 전시에도 방첩사가 일부 범죄에만 수사권이 있기 때문에 전시나 계엄 상황이라도 관할권이 없는 선관위나 정치인 등 체포나 점거는 경찰의 협조가 필요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게다가 합수본(방첩사)은 직접 수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통합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 하는데 지역 합수단서 해야 할 일을 방첩사 인원으로 진행한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한 군검찰 출신 변호사는 “합수본은 계엄사령관이 임명하는 군사경찰 관리, 경찰공무원, 국가정보원 직원 중 사법경찰 관리의 직무를 수행하는 자, 그 밖에 사법경찰 관리의 직무를 수행하는 자로 구성된다”며 “또 합수본은 계엄사령관이 지정한 사건의 수사와 정보기관 및 수사기관의 조정·통제업무를 관장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선관위로 투입된 인원들은 계엄사령관으로부터 임명을 받지도, 임무를 하달받지도 않았다”며 “게다가 합수본까지 설치되지 않았다고 한다면 시작부터 위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보사와 방첩사 모두 계엄사령군(군사경찰)이 아니기에 정당한 절차가 없었다면 반란군이라고 볼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여기서 의문이 드는 점은 계엄 업무를 해본 김 전 장관이 왜 무리수를 뒀는지다. 김 전 장관은 대한민국 합동참모부서 작전본부장을 역임한 바 있다. 합참 작전본부에는 계엄과가 편제돼있기 때문에 김 전 장관이 계엄군과 합수본 지정 및 운용 등을 몰랐다고 보기 힘들다. 합참 계엄과서 편찬하는 계엄실무편람에도 잘 나와있기 때문이다. 김 전 장관은 논란을 줄이기 위해 계엄이 선포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전군주요지휘관회의를 화상으로 개최하면서 박안수 전 육국참모총장을 계엄사령관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을 합동수사본부장으로 임명했다. 하지만 일부 사령관 등에게만 공유됐던 12·3 계엄 작전은 계엄사령부가 설치되기도 전에, 합수본이 설치되기도 전에 끝났다. 사령부만 알았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검찰 진술 조서에 따르면, 김 전 장관은 전군주요지휘관회의서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부 사령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부 사령관에게 국회와 선관위 출동을 하면서 방첩사에 합동수사본부를 구성해서 임무 수행을 하라고 지시했다. 김 전 장관이 방첩사에 지시한 임무는 경찰과 국방부 조사본부에 100명씩 인원을 요청하고 선관위로 먼저 투입된 국군 정보사령부가 접수한 선관위 서버를 꺼내오라는 지시였다. 국방부 조사본부와 경찰에 인원 요청을 한 것은 정치인, 판사, 등 민간인 체포를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조사본부는 방첩사가 요청한 수사관 지원 요청을 4차례 거절했다. 조사본부 한 관계자는 검찰 조사 당시 “지난 3일 계엄령 선포 이후 방첩사로부터 수사관 100명 지원을 네 차례 요청받았지만, 근거가 없다고 판단해 응하지 않았다”며 “이후 합수본 실무자 요청에 따라 시행 계획상 편성돼있는 수사관 10명을 지난해 12월4일 오전1시8분 출발시켰다”고 진술했다. 방첩사의 수사관 파견 요청에는 불응했고, 계엄 시행 이후 방첩사를 중심으로 꾸려지는 합수본 요청에는 응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사관이 파견된 시간은 이미 계엄 해제 의결이 이뤄진 뒤였다. 합수본이 계엄 해제와 비슷한 시기에 모양새라도 갖춘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김 전 장관이 계엄 직후 전군주요지휘관회의서 여 전 사령관에게 합수본 설치를 지시했지만 설치가 늦어진 이유가 있다. 방첩사에 내려진 지시는 좌파세력 체포와 합수본 설치, 검찰과 경찰 및 국방부 조사본부 등에 협조 요청 등으로 내란 주동자들에게는 어느 것 하나 미룰 수 없는 일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박 기획조정실장은 “부대에 도착해보니 OOO회의실에 여 전 사령관이 이경민 참모장, 이창엽 비서실장과 같이 있었다”며 “합수본 설치 지시를 받으려 사령관에 물어봤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여 전 사령관이 다른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는데 ‘합수본부장으로 임명됐다. 우리 대원들은 다 나가 있다’고 말하며 통화에만 집중했을 뿐 합수본 설치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계엄 6개월 전부터 준비 실무진만 ‘닭 쫓던 개’ ‘비상계엄이 선포되면 국가적으로 엄중한 상황이 될 텐데 방첩사는 계엄 선포 예정 사실을 알고 준비하지 않았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계엄이 선포되면 합수본을 설치해야 하는 사람이 나다. 하지만 나는 해당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체포조를 운영한 수사단장도 해당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답했다. 그는 “방첩사 비상소집이 완료된 시간이 지난해 12월4일 오전 1시4분”이라며 “합수본은 기본 시설도 갖추지 못한 상태서 계엄이 해제됐다”고 말했다. 방첩사 인원들이 전원 소집되는 시간에 이미 계엄은 해제된 것이다. 방첩사의 작전 계획상에는 상황실 설치에 8시간, 합수본 설치에 24시간을 예정하고 있는데 비상계엄이 3시간 만에 해제됐다. 본부 설치에만 24시간이 걸리며 계엄사령관으로부터 임명을 받아 합수본을 완전히 구성하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한 군사학과 교수는 “계엄 선포에 대해 사령관과 참모진 외에 실무자에게도 공유가 됐다면 미리 합수본 설치를 준비하고 있다가 계엄이 선포된 후 바로 체포를 진행했을 것”이라며 “이번 계엄의 패착은 이전 계엄과 달리 빠르게 대처한 국회를 막지 못한 것과 계엄사령부부터 합수본까지의 실무자들이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방첩사 사령부에서는 미리 계엄 준비를 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방첩사 소속 간부 A씨는 검찰 조사에서 “방첩사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체결한 MOU에 언급된 ‘합동수사본부’는 계엄 시 설치되는 합수부가 맞다”고 진술했다. 방첩사와 국수본은 지난해 6월28일 ‘안보범죄 수사 협력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합동수사본부 설치 시 편성에 부합하는 수사관 등을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검찰은 이를 근거로 방첩사가 계엄을 오래전부터 준비한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지휘부에서 최초에는 지난해 5월 초순경 3주안에 체결하라는 지시를 했다”며 “보통 미국 국방정보국(DIA) 등 해외정보수사기관과 이런 MOU를 맺고, 국내 기관은 관련 법령이 있어 MOU를 맺지는 않는다. 국내 기관과 MOU를 맺은 건 이번이 처음이고, 굳이 이런 MOU를 맺는 게 의아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다만 조지호 경찰청장은 해당 MOU에도 불구하고 계엄 당일 수사관 지원 요청을 이행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조 청장은 지난 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긴급 현안 질의에 나와 “방첩사 주관으로 수사본부가 꾸려질 수 있으니 경찰서 필요한 인력을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해서, 제가 준비하겠다고 했다”고 밝혔으며 계엄 당일 수사관 81명이 방첩사 요청으로 대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두환과 구상 흡사 내란 주동자들은 경찰력을 대거 방첩사로 파견해 합동수사본부를 꾸리고 정치인 체포 작전을 벌일 계획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1979년 비상계엄하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피살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이 만든 합수본과 흡사한 구상이다. 당시 합수본은 정권에 반대하는 정치인에 대한 정보 기능을 도맡아 12·12 군사 반란의 수괴인 전두환씨가 권력을 장악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됐다. <kcj512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계엄 사령부 구성도 완전 실패 <일요시사>가 확보한 검찰 진술조서에 따르면 계엄사령부는 구성조차 못했다. 권영환 전 대한민국 합동참모본부 계엄과장은 계엄이 선포된 후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으로부터 ‘계엄사령부 설치를 도와라’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에 그는 육군 본부 참모진들이 올라올 때까지 계엄사 상황실 구성 준비를 했다. 계엄이 선포되면 계엄사에는 2실(비서실, 기획조정실) 8처(정보처, 작전처, 치안처, 법무처, 보도처, 동원처, 구호처, 행정처)를 구성하도록 돼있으나. 권 전 과장이 계엄사 상황실을 구성하고 있을 당시 국회에서는 ‘비상계엄해제 요구결의안’이 가결됐다. 당시 권 전 과장이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에게 “(계엄해제 요구안이 가결됐으니) 법률상 지체 없이 계엄을 해제하도록 돼있다”고 말하자 박 전 총장은 “그런 것을 조언할 것이 아니라 일이 되게끔 만들어야지 일머리가 없다”며 “올해 연습을 두 번이나 했다고 하면서 구성을 왜 빨리 못하냐”고 꾸짖었다고 한다. 이는 내란 주동자들이 2차 계엄을 생각하고 있었으며 계엄사 구성의 역할이 합참에 있었다는 것을 내포하는 대목이다. <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