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형 부동산 얼굴 마담 바뀌나?

한때 아파트 규제의 반사이익으로 높은 인기를 끌었던 생활숙박시설과 오피스텔이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주택 공급 활성화 대책이 기대와는 달리 생숙에 규제의 핵심인 용도변경 허가와 이행강제금 소급 적용을 할지 여부가 불명확하고, 소형 오피스텔 등에는 주택 수 배제 방안이 빠졌기 때문이다.

생활숙박시설(이하 생숙)은 오는 14일부터 전국 10만실 규모가 불법 건축물로 간주될 위기에 처했다. 2021년 5월 건축법 개정으로 생숙의 숙박업 등록이 의무화돼서다. 신규 생숙뿐 아니라 기존 시설에도 소급 입법이 적용되는 탓에 그동안 생숙을 내 집처럼 거주하던 수분양자들은 날벼락을 맞게 됐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가 숙박업 신고를 담당하는 보건복지부와 이행강제금 부과 주체인 지방자치단체로 책임을 떠넘기려 한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생숙의 주거 제한은 국토부(건축정책관) 담당 업무며 숙박시설의 숙박업 등록 신고를 규제하는 부서는 보건복지부다.

생숙의 주거용 오피스텔 용도변경 정책서 허가권자는 또 각 지방자치단체장이다.

용도변경 전제 조건에 지구단위계획 변경이 필요한 경우도 지자체가 담당한다. 지구단위계획이 관광특구인 경우엔 다시 중앙정부인 문화체육관광부가 소관 부처로 된다. 국제업무지구의 지구단위계획 변경일 경우 사업시행자의 신청 행위가 필요하다.

용도변경을 신청·검토하는 단계서 관계부서는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돼 소방·교육·교통 등 관련 법의 모든 규제를 피할 수 있어야 한다.


10만실 규모
불법 건축물

당초 일반 민간인이 수행할 수 없는 정책이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오는 14일까지 생숙을 주거형 오피스텔로 용도변경하거나 숙박업 신고를 이행하지 않으면 해마다 공시가격의 10%를 이행강제금으로 내야 한다. 생숙이 주거용으로 사용된 것에 국토부의 책임이 있다고 레지던스 협회는 주장했다. 

2015년 국토부는 민간 임대주택 활성화를 위해 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 레지던스 등 다양한 유형의 공동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주택임대사업자의 소득세와 법인세를 감면해 공급을 늘리고 주거 안정을 유도한다는 취지였다. 

생숙서 주거를 지속할 경우 이행강제금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생숙의 원래 용도대로 숙박업을 신고하고 운영하는 것이다. 다만 영업신고는 30개실 이상부터 가능해 호텔 운영업체에 위탁해야 한다. 이때 인테리어 비용과 운영 대행 수수료 등도 계약자가 부담해야 한다.

최후의 수단은 생숙을 매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고금리 여파로 부동산 매수 심리가 위축돼 아파트 거래시장도 한파가 이어진 가운데 이행강제금을 내야 하는 불법 건축물을 매수할 유인이 낮은 게 현실이다. 

생숙·오피스텔 지고 소형 오피스 뜬다
온라인 기반·1인 창조기업 증가로 각광

다만 정부가 당장 이행강제금 부과에 나서는 것에도 법적 다툼의 여지가 있다. 2021년 건축법 시행령 개정의 소급 적용에 대한 위헌 소지로 실제 이행강제금 부과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게 중론이다.


오피스텔의 경우도 정부가 당초 예상과는 달리 주거용 오피스텔을 주택 수 제외서 배제키로 하면서 오피스텔 시장이 더 얼어붙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오피스텔 소유자의 실망감도 커지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정부가 오피스텔을 보유 주택 수에서 제외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으면서 오피스텔 시장에 찬바람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서는 주택 공급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오피스텔을 주택 수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내놓을 것이란 시각이 있었다.

하지만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지금처럼 주거용 오피스텔의 경우 주택 수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금리인상, 투자 수요 감소 등으로 거래가 감소하는 상황서 규제가 지속되면 시장 위축이 더욱 확산할 가능성까지 있다. 문재인정부 시절 투기 근절을 목적으로 시행된 규제로 2020년 8월12일 이후 취득한 주거용 오피스텔은 주택 수에 포함된다. 다주택자의 경우 합산과세로 종합부동산세가 늘어나고, 양도세 비과세도 받기 어렵다. 

“정부 책임”
협회 주장

물론 이전 취득한 오피스텔은 주택 수에서 제외된다. 시가표준액 1억원 이하는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고 상속받은 경우에도 개시일 이후 5년 이내 주택 수에서 제외한다.

오피스텔 소유자들은 주택공급 활성화 대책서 주택 수 배제가 빠지면서 이번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그동안 소유주들은 불합리한 세금 정책으로 역차별을 받고 있다며 개선을 요구했다. 주택으로 분류돼 아파트와 같은 보유세를 내면서 주택법이 아닌 건축법이 적용돼 취득세는 주택(1~3%)보다 높은 4.6%를 부담해야 한다.

아파트와 비교해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높고 특례보금자리 대출 대상서도 제외된다. 주택으로 분류돼 세금은 대폭 늘었는데 주택으로서의 가치가 없다는 얘기다. 

아파트 규제 완화, 금리인상과 맞물려 오피스텔 시장은 수요자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다. 고금리에 월세 수익률이 낮아진 데다 매매값도 약세를 보여서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8월 서울지역 오피스텔 거래량도 664건으로 전년 동기(1033건) 대비 36% 정도 줄었다. 2021~2022년 월별 거래량이 1500건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반 토막 이상으로 감소한 것이다.

경매시장서도 외면받고 있다. 지난달 서울지역 오피스텔 낙찰률은 13.7%를 기록했다. 경매에 나온 매물 100건 중 14건만이 새로운 주인을 찾았다는 얘기다. 작년 같은 기간 30.6%서 대폭 쪼그라들었다. 아파트, 다가구, 주상복합 등 주거상품 중 가장 낮은 낙찰률이다.

아파트 규제 반사이익으로 인기
주택공급 대책 후 애물단지 전락


더욱이 이번 주택 수 제외 무산으로 다주택자가 된 오피스텔 소유주에게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오피스텔은 통상 주택으로서의 가치가 없어 잘 안 팔리며 1년 이상 매물이 수두룩 쌓여 있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이번 정부 조치로 오피스텔 거래 시장을 더욱 얼어붙게 만들 것으로 예측된다. 오피스텔을 통해 얻는 임대수익보다 더 많은 돈을 세금으로 내야해서다. 이렇게 되면 공급자 우위 시장이 올 때 오피스텔 임대료가 대폭 올라갈 가능성도 거론된다. 

최근 2~3년간 수익형 부동산의 얼굴 마담 역할을 했던 생숙과 오피스텔이 시장서 외면당하면서 소형 오피스(섹션 오피스)가 대세로 떠오를 전망이다. 오피스는 견고한 수요와 부족한 공급으로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특히 오피스 시장서 소형 오피스의 강세가 계속되고 있다. 주택 시장서 소형의 인기가 다소 누그러진 것과 대조된다. 

소유자
실망감

소형 오피스는 높은 공간효율성과 상대적으로 저렴한 분양가, 그리고 높은 환금성, 풍부한 임차 수요 확보 등 다양한 장점을 갖고 있다. 또한 온라인 기반 기업이나, 1인 창조 기업 등 소규모 기업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는 것도 오피스 시장서 소형이 인기를 지속하는 요인으로 풀이된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 3월 발표한 ‘1인 창조기업 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1인 창조기업 수는 총 91만7365개로 집계됐다. 이는 2019년 45만8322개 대비 2배 이상 크게 증가한 수치다. 또 2017년 40만2612개서 2018년 42만7367개로 꾸준히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소형 오피스나 섹션 오피스의 또 다른 장점은 가격 부담이 적다는 것”이라며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고, 늘어난 수요만큼 임차인 리스크도 빠르게 줄어들고 있어 투자자들의 관심도는 계속 커지고 있다. 앞으로도 인기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음은 수도권 역세권에 분양(예정) 중인 소형 오피스.

▲인덕원역 시그니티 타워= GTX -C노선 등 4개 노선이 예정된 인덕원역을 도보 1분 거리로 오갈 수 있는 초역세권 ‘인덕원역 시그니티 타워’가 분양을 앞두고 있다.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관양동 1505-15외 1필지 지하 5층~지상 18층 규모로 8~18층은 오피스, 3~7층은 메디컬, 1~2층은 근린생활시설 등이 공급된다.

자주식 주차장 140대의 넉넉한 주차공간이 들어서며, 신축 복합타워의 희소가치를 지닌 인덕원역 일대에 간만에 공급되는 대로변 랜드마크급 복합타워다.

4개 노선으로 재탄생 될 인덕원역은 현재 운영 중인 4호선부터 월곶판교선(2025년 예정), 동탄인덕원선(2026년 예정), GTX -C노선(2028년 예정)까지 총 4개 노선이 관통하는 쿼드러플 역세권 프리미엄 상권이다. 시그니티타워 인덕원이 자리 잡는 인덕원은 과천시와의 경계에서 불과 500m 거리에 떨어져 있다.

안양 벤처밸리, 의왕 테크노파크, 인덕원 IT밸리 등과 현재 조성 중인 과천지식정보타운, 의왕 제 2 테크노파크 그리고 판교테크노밸리 등 직주근접의 요건이 잘 갖춰 있어 경기 남부 주요지역을 아우르는 최중심 입지다. 

시내·외 버스정류장을 비롯해 개통 예정된 월곶-판교선과 동탄인덕원선, GTX-C노선 덕에 대중교통 편리성 또한 뛰어나다. 서울시의 평균 공실률은 6.5%, 경기도의 평균 공실률은 5%이지만 경기 인덕원상권의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0%로 알려졌다. 인덕원역을 주지하철역으로 이용하는 아파트가 30여개가 넘으며, 해당 단지들의 세대수는 2만세대에 달한다. 이를 인구수로 추산하면 4만7000여명에 육박한다.

▲힐스테이트 동탄 르센텀= 일과 휴식이 조화된 신개념 소형 오피스 ‘워라인(Work-Life Integra-tion) 오피스’인 ‘힐스테이트 동탄 르센텀’이 분양한다. 동탄2신도시 지원35블록에 지하 2층~지상 최고 24층, 3개동 규모로, 워라인 오피스, 주거형 오피스텔, 상업시설이 함께 구성되는 주거복합단지다.

워라인 오피스는 403실이 구성되며, 상업시설은 27실이 들어선다. 워라인 오피스는 현대엔지니어링의 차별화된 설계로 업무 쾌적성과 효율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내부는 다락과 욕실, 트렌디한 탕비 공간이 포함되고 사용 편의성을 높인 풀 퍼니시드로 구성돼 일과 휴식의 조화로움은 더욱 극대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지상 1층에는 공용 회의실 등 업무 편의를 위한 다채로운 커뮤니티 공간도 구성된다. 

견고한 수요
부족한 공급

약 2㎞ 거리에 SRT동탄역이 자리하고 있고, 단지 바로 앞에는 강남, 잠실, 서울역을 오가는 광역버스가 정차하는 버스정류장이 위치해 광역교통망이 우수하다. 또 단지로부터 직선거리 600m에는 기흥IC가 위치해 있으며, 동탄2신도시를 관통하는 전국 최초의 지하차도 고속도로인 ‘경부동탄터널’도 개통됐다.

여기에 SRT동탄역은 향후 GTX -A노선(다음 해 상반기 목표), 동탄 트램(2027년 예정), 분당선 연장(계획) 등이 개통될 예정이다.

대표적인 혼잡 구간이었던 기흥IC는 정체 해소를 위한 개선 공사가 진행 중으로, 최근 임시개통을 완료하면서 서울 및 수도권으로의 접근성은 더욱 좋아질 전망이다. 워라인 오피스와 함께 상업시설의 분양도 진행하고 있다. 상업시설은 임대 및 공실 여부와 상관없이 2년간 연 5%의 임대수익을 보장하는 ‘르센텀 렌탈 프로그램’을 적용하는 등 파격적인 혜택을 내걸어 관심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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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