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정부 ‘좋빠가’ 인사 막전막후

“그냥 앉혀” 밀어붙이기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윤석열정부가 장관급 인사 밀어붙이기에 나섰다. 잇단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인물들을 지명할 정도로 외부의 시선은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다. 여권서조차 우려하던 ‘설마’가 현실이 됐다는 평가다.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보와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가 각각 방통위원장, 통일부 장관에 내정되면서 지지율이 꺾일 수 있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보와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는 여당인 국민의힘 내부서조차 부정적 시선이 강하다. 두 사람 모두 방통위원장과 통일부 장관으로서의 경력은 충분할 수 있으나 논란의 꼬리표를 떼지 못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지난달부터 임명 강행 관측이 지배적이었던 만큼 우려도 상당하다. 자칫 윤석열정부 정책 동력이 깨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굳이?
갸우뚱∼

문재인정부 시절부터 자리를 지켰던 국민권익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의 새 수장에 부산고검장을 지낸 김홍일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와 이 특보가 내정됐다. 전현희 전 권익위원장은 지난달 27일, 임기를 마치고 야인으로 돌아갔다.

본래 임기가 7월 말까지였던 한상혁 전 방통위원장은 TV조선 재승인 심사 점수 변경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져 면직 처분됐다. 법원은 한 전 위원장이 낸 면직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했다.

새 수장을 맞는 두 기관은 당분간 역할과 기능을 재정립할 계획이다. 특히 방통위는 대대적 조직개편을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TV 수신료 분리징수를 위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 등을 포함해 이른바 ‘방송개혁’ 드라이브를 걸면서 방통위의 자체 권한이 커질 것이라는 말도 흘러나온다.


다만, 두 위원장 임명 시점에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도 있다. 둘 다 장관급이지만, 권익위원장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지만 방통위원장은 이를 거쳐야 한다.

신임 통일부 장관으로는 김 교수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으로는 방문규 국무총리실 국무조정실장이 내정됐다. 국민의힘 현역 의원인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당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지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후임으로 거론되는 김 교수는 이명박정부서 청와대 통일비서관을 역임했고 윤석열정부 통일미래기획위원장으로 활동했다.

방 실장은 행정고시 28회로 박근혜정부서 기획재정부·보건복지부 차관을, 문재인정부서 한국수출입은행장을 역임했다. 여권 내부는 싸늘함과 안도감이 공존하는 분위기다.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인물들이 그대로 내정된 게 문제라는 견해도 나온다.

친윤(친 윤석열)계 의원들 사이서조차 이 특보와 김 교수에 대한 인사가 부적절하다는 시각도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도부에서부터 걱정이 많았다. 이동관 특보는 아들 문제와 국정원 개입 의혹이 제대로 해소되지 않았고, 김 교수는 언행이 문제”라며 “정부 정책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같은 당 장예찬 최고위원도 지난달 6일 MBC 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이 특보가)후보자로 지정된다면 그 부분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서 납득할 수 있는 충분한 해명이나 후속 조치, 이런 것들이 있어야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어 “그런 우려를 지지자분들이나 당원분들이 문자로 많이 보내주신다. 1주일 사이에 문자가 1000통 넘게 왔다”고 덧붙였다.

방통위·통일부에 이동관·김영호 “철회 없다”
내정 전부터 언급된 ‘문제 인사’ 임명 강행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도 “일부 기관에 극단적 우파 성향의 인물이 안착하면 내년에 있을 총선에 화가 될 수 있다. 정치적 사상이 개인의 자유이긴 하나 ‘기관장’은 중립성이 요구되는 자리”라며 “언행에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특보 아들의 학폭 문제는 장인홍 전 서울시의원이 2015년 8월26일 ‘하나고 특혜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위원회’ 행정사무조사에서 “하나고에 다니던 시절 교내서 폭력사건을 일으켰지만 제대로 처벌받지 않았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밝히면서 불거졌다.

위원회에 출석한 전경원 하나고 교사는 “피해자의 진술서를 갖고 있던 일부 젊은 교사들이 교직원 회의서 ‘학교폭력위원회가 왜 열리지 않느냐’며 문제를 제기했던 사실이 있었다”며 “학교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른 교사도 “이동관씨 부인이 학교에 와서 학폭위가 열리지 않은 것에 이의를 제기한 교사들 명단을 적어달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증언한 바 있다.

이 특보 아들이 2012년 단국대학교 사범대학 부속고등학교로 전학을 가면서 사건은 묻히는 듯했다. 2015년 하나고 입시비리가 공개돼 서울시의회의 진상규명이 진행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다. 이 특보는 이명박정부 청와대 언론특별보좌관이었고, 2012년에는 제19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새누리당(국민의힘의 전신) 종로구 경선에 출마했다.

사건 당시 피해 학생들의 진술서를 보면 이 특보 아들의 가해 정황은 상세한 편이다.

“복싱·헬스를 1인 2기로 해 배운 후 연습한다며 팔과 옆구리 부분을 수차례 강타했고, 침대에 눕혀서 밟았다” “이유 없이 1주일에 2~3회 꼴로 때렸으며 식당서 잘못 때려 명치를 맞기도 했다” “공부에 방해된다며 피해 다니자 책상에 머리를 300번 부딪히게 하는 등의 행위를 했다” “그 친구가 나보고 ××를 때리라고 시켰다. 그래서 나는 ××를 살짝 때렸는데 약하게 때렸다고 내가 대신 맞으라고 해서 주먹으로 팔뚝을 맞았다”는 등의 충격적인 내용이 즐비하다.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학교 소속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장은 학폭 사실을 신고받거나 보고받은 경우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를 반드시 소집해야 한다. 당시 하나고는 피해 학생들이 일부 교사에게 피해 사실을 알리면서 이 특보 아들의 학폭 사건을 인지했지만 학폭위는 열리지 않았다.

법무부 검증
여전히 부실

하나고의 학폭위 개최 의사 결정 과정에 ‘고위공직자(이동관 특보) 출신 인사의 자녀라는 사실’이 개입됐다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이후 그가 김승유 하나고 초대 이사장(전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통화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2015년 9월, 서울시교육청은 하나고 특별감사에 착수했다. 학폭위를 열지 않은 것을 문제 삼아 당시 교감(학폭위원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2016년 11월 해당 교감을 ‘혐의 없음’ 처리했다. 논란이 재점화되자 이 특보는 지난달 입장문을 냈다.

그는 2011년 아들과 친구 A씨 사이에 물리적 다툼이 있었지만 일방적 가해는 아니었고 당사자 간 사과와 화해가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피해 학생 A로 추정되는 인물도 언론에 입장문을 보내 “(이 특보 아들에게)사과를 받고 1학년 1학기에 화해했다. 올해 4월에도 만나는 등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며 자신을 학폭 피해자로 분류하지 말아달라고 밝혔다.

이 특보가 낸 입장문에 등장하는 아들의 학폭 피해 학생은 한 명으로 언론에 입장문을 보낸 A씨다. 그러나 2012년 피해 학생들이 작성한 진술서는 두 건이 더 있다. 진술서를 작성한 학생 2명과 진술서 속 ‘친구들’의 사례를 종합하면 피해 학생은 최소 4명으로 늘어난다.

학폭위 개최 없이 이 특보의 아들 전학으로 마무리된 사건은 이 특보가 개입된 은폐 의혹으로도 연결된다. 이 특보는 이와 관련해 “‘잘 봐달라’는 취지가 아니라 상황을 정확하게 알기 위한 문의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다만 입장문 속 다른 항목서 이미 자신의 배우자가 학교에 방문해 담임교사와 아들 학폭 문제로 상담했다고 밝혔고, 이 자리서 전학 권유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상황 파악을 위한 문의라는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 특보 자신은 이명박정부 홍보수석으로 재직하면서 공영방송 운영에 부당하게 개입한 의혹을 받는다. 의혹을 뒷받침하는 근거들은 2017~2018년 진행된 ‘국가정보원 불법사찰’ 수사·재판기록 곳곳에 담겨있다. 이 특보는 KBS 개입 의혹에 대해 “요청한 적도, 보고받은 적도, 본 적도 없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 특보의 주장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국정원 직원들의 진술이 수사 과정서 다수 언급됐다.

“내년 총선에
적잖은 영향”

지난달 28일 검찰에 따르면 국정원 국익전략실서 근무한 B씨는 “2010년 5월28일 청와대 홍보수석실서 요청해 작성된 것”이라며 “청와대서 이 보고서를 요청한 이유는 당시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성향의 KBS 내부 인사를 솎아내겠다는 것이었다”고 진술했다.

그는 국정원의 2010년 6월3일 자 ‘KBS 조직개편 이후 인적쇄신 추진 방안’ 문건의 중간 결재자였다.

문건을 직접 작성한 정보분석관도 “청와대 홍보수석실서 좌편향 등 부적격 간부에 대해 파악해달라는 취지로 보고서 작성 지시가 있었다”고 했다. 당시 국정원이 작성한 KBS 문건에는 시사프로그램 PD 등 직원 10여명이 ‘좌편향 간부’로 분류돼 이름과 성향이 적혀 있다.


국정원 관계자들은 ‘좌편향’이라는 규정 역시 청와대 홍보수석실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고 증언했다.

B씨는 “정연주 전 KBS 사장과 친분이 있는 인물, 노조 활동을 했던 인물 등을 좌편향 인사로 분류했다”면서 “청와대 지시사항 및 국정원 지휘부 지시사항 자체가 당시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세력은 모두 좌편향 인사로 규정하고 있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이어 “청와대 홍보수석실서 요청한 것이기 때문에 이것을 실행한다면 홍보수석실서 직접 KBS 사장에게 취지를 전달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당시 KBS 담당 IO(국정원 정보관)의 나이가 40대 후반에 불과하고 직급도 4급으로 낮았다”며 “이런 급의 인사가 KBS 사장을 찾아 내부 인사에 관여한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청와대 홍보수석실 정도 급이 돼야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국정원 개입·아들 학폭 의혹 진행 중
“남북관계 적대세력” 주장 인물이 수장?

홍보수석실이 문건 작성을 요청한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이 특보가 홍보수석일 당시 국정원으로부터 문건을 보고받은 사례만 수십 건에 이른다.

‘언론 장악’을 두고 국정원과 청와대 홍보수석실 사이 활발한 소통이 있었다는 사실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입을 통해서도 언급됐다. 원 전 원장은 지난 2011년 2월 국정원 전 부서장 회의서 “(한 언론사)편집국장에 대해 청와대 홍보수석실에 그 사람 평가를 지원한 게 거기서 끝나야 하는데 그것이 다시 옆으로 흘러가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고 발언했다.

통일부 장관에 임명된 김 교수의 언행도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그는 “남북관계는 적대관계”라며 “김정은 정권 타도”를 주장해왔다. 김 교수는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평결을 “체제전복세력에 붉은 카펫을 깔아주는 결과”라고 비난하고, 당시 촛불시위를 “전체주의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뉴라이트’ 성향으로 알려진 김 교수는, 2018년 7월6일부터 ‘김영호 교수의 세상읽기’라는 문패를 달고 지금까지 2800여개에 이르는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그는 2019년 4월18일 인터넷 매체 <펜앤드마이크> 기고를 통해 “김정은정권이 타도되고 북한 자유화가 이뤄져서 남북한 정치체제가 ‘1체제’가 되었을 때 통일의 길이 비로소 열리게 된다”며 “2000년 6월 남북공동선언은 북한의 선전과 선동에 완전히 놀아난 것이다. ‘민족통일’이 아닌 ‘체제통일’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의 이 같은 주장은 윤석열정부를 포함한 탈냉전기 역대 정부의 대북·통일 정책과 대조적이다. “흡수통일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윤정부의 공식 방침과 거리가 멀다. 특히 ‘흡수통일’을 원천적으로 배제한 헌법 4조에 반하기도 한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배상 책임을 인정한 2018년 대법원 판결을 두고는 “반일종족주의적 사고에 사로잡혀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일제 강점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의 강제성을 부인해 역사학계와 한국 사회에 큰 파문을 몰아온 단행본 <반일종족주의>의 북콘서트(2019년 7월17일) 자리서 밝힌 의견이다.

문제는
사람이다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은 이번에도 제 역할에 충실하지 못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던 정순신 변호사 아들의 학폭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법무부 인사검증에 구멍이 뚫렸다는 비판이 거셌던 만큼 논란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당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알았다면 그냥 넘어가지 않았을 것”이라며 “학폭 피해자에 대해서 굉장히 큰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법무부는 이 특보 아들 사건과 관련해 하나고나 서울시교육청에 어떤 자료 요구도 하지 않았다. 법무부가 교육부에 요청한 자료 내역서도 이 특보 아들의 학폭 관련 자료는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대통령실이 이 특보에게 학폭 전력과 이후 소송이 있었는지 구두로만 질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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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