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대담> 칼 물고 퇴장한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

“어설픈 공격…지금부터 반격”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지난 23일,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은 <일요시사>와 마지막 언론 인터뷰를 가졌다. 이날 전 전 위원장은 직원 한 명, 한 명에게 “고맙고, 고생했다”며 감사 인사를 전하고 다녔다. 정권이 바뀌면서 그는 이른바 ‘알박기 인사’로 낙인찍혀 공격을 받아왔다. 그럼에도 웃는 모습을 잃지 않으려 노력해왔다. 평소 조곤조곤한 성격이지만, 여러 난관들을 거치면서 ‘투사’적인 면모도 돋보였다. 

“차라리 잘 됐다.” 인터뷰 내내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은 자신감을 드러냈다. 최근 감사원의 감사 결과와 함께 임기 마지막까지 여러 고발과 의혹 제기가 전 전 위원장을 괴롭혀왔던 탓이다. 끝까지 버텼던 그는 “이제 반격할 차례가 왔다”고 이야기한다. <일요시사>가 전 전 위원장을 만나 임기를 보내며 느낀 점, 감사원의 감사 관련, 포상금 문제, 앞으로의 행보 등을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임기가 끝났다. 어떤 느낌이 드나?

▲시원하고, 서운한 감정이 동시에 든다. 일단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기분이다. 나에게 주어진 임무를 완수하는 과정서 굉장히 많은 시련을 겪는 동안에도 치열하게 일해왔다. 이런 점은 시원하다. 또 일을 마무리하고 결과를 보고 싶었던 것들을 숙제로 남겨둬 서운하기도 하다. 권익위 직원들을 굉장히 고생시켰는데, 좀 미안하다. 

-직원들에게 미안한 감정이 드는 건가?

▲새벽에 간부들에게 전화해 업무 지시를 하기도 했다. 나는 일에 빠지면 정신없이 몰두하고 집중하는 성격이다. 일하는 도중에 미리 이야기하지 않으면 못 챙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을 때가 있었다. 시간을 모르고 한밤중이나 새벽에 전화를 걸 때가 있을 수밖에 없었는데 그런 점이 미안하다. 그래서 직원들이 ‘근태’를 문제 삼은 건 말이 안 된다는 이야기들을 하곤 했었다. 실제로 나는 하루에 3~4시간씩 자면서 일했다. 


-권익위는 스스로에게 어떤 존재였나?

▲해왔던 모든 경험을 농축해서 최상의 결과를 녹여낼 수 있는 자리라 천직이었다고 생각한다. 권익위원장은 법을 잘 알아야 한다. 부패 방지 총괄 기관으로서, 행정심판법에 관해 기본적으로 다양한 지식이 필요하다. 민원 해결에 있어 본인들의 아픈 마음을 달래주고 치료해줘야 하니 의사로서의 자질도 갖춰야 하는 곳이라고 늘 생각했다. 부처에 권고하는 기관인 만큼 다른 부처와의 협조도 중요하다.

-다수 언론서 문제 제기한 부분은 역대 권익위원장 중 실적이 낮다는 점인데…

▲절대로 그렇지 않다. 역대 최고의 성과를 냈다고 자부한다. 실제 우리 직원들도 그렇게들 말한다.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을 제정해서 10년 만에 통과시키는 데 일조했다. 국민신문고에 접수되는 사안이 내가 취임하기 전까지는 접속 수가 700만건에 그쳤지만, 이후에는 약 1300만건으로 증가했다. 새로운 업무들도 있었다.

일반 민간기업에 적용하는 청렴 윤리경영 브리프스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역대 최고 성적이라고 당당히 이야기할 수 있다. 권익위의 국민적 인지지도 높였다. 취임할 때만 해도 구독자가 3000명에 지나지 않았는데, 지금은 10만명이 넘는다. 

경험 농축해 최상 결과 녹여낸 자리
비판 아닌 비난 하면서 사퇴 압박해

-양적인 부분보다 질적인 부분서 진보를 이뤘다는 건가?


▲그렇다. 행정심판 인용률을 높인 부분만 해도 알 수 있지 않나? 국민권익제도에 좀 더 걸맞은 역할을 수행했다고 생각한다. 역대 위원장님들도 훌륭하지만, 역대 가장 좋은 성과를 냈다고 기억될 것이라고 이야기해줬다. 성과가 낮다는 건 몇몇 국회의원 일부의 주장일 뿐이다. 단지 양적인 수치 몇 개로 여론전을 펼쳐선 안 된다. 제도 개선들은 프로젝트로 보통 6개월서 1년 가까이 걸린다. 또 장기적이고 많은 기관들과 연관돼있다. 부동산 중개 수수료 개선도 국민적 측면서 보면 국민의 절반 이상이 효과를 본 프로젝트였다. 

-반면 감사도 꽤 오랜 기간 받았는데?

▲감사원, 정권이 사퇴를 압박하고 다른 부처와의 협조나 도움이 없는 상황이었다. 1년 동안 갖은 사퇴 압박에 시달리면서 국무회의서 배제되기도 했었는데, 이것은 업무보고를 하지 말란 소리다. 손발이 꽁꽁 묶인 상태였다. 지난 정부서 임명된 기관장이라 거기에 관한 거부감이 있었던 것 같은데, 이는 옳지 않다.

정권과 상관없이 국민을 위하는 기관은 중립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나 같은 경우가 더 중립적으로 업무를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정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자 했던 인물을 임명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다고 본다. 

-물러나라는 강력한 신호를 받았다. 그런데도 버텼다

▲국민의힘서 참 많이 물러나라고 말해왔다. 10명 이상으로 기억한다. 비판이 아닌 비난을 하면서 사퇴를 압박했다. 정무위원회에 소속된 한 의원도 직원들과 간부들을 불러서 사퇴 압박을 했다. 권익위원장이 뭔가 허위로 내부에 거짓말하고 있다는 식으로 몰아세웠다. 그러면서 감사와 수사 요청을 하겠다는 식으로 이야기했다고 한다. 아예 공개적으로 나가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탄원서 관련해서도 의원들의 요구가 많았나?

▲개인정보보호법상 기관들이 이걸 확보하지 못하니까 국민의힘 의원 10명이 동시다발적으로 권익위에 탄원서를 내놓으라고 자료 제출을 요구했었다.

감사원 행태 보니 분노 참을 수 없어
“가짜 소설 차라리 정교하게 던졌으면”

-감사원 감사 결과 불문 결정이 내려졌다. 어떻게 보나?

▲감사원 감사는 빈손 감사로 한마디로 실패했다. 처음에는 묵과할 수 없는 심각한 비위가 있다면서 감사를 시작했다, 거창하게. 막상 10달 동안 감사한 결과는 권익위원장 개인 비리는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완전 실패다. 단 하나 탄원서를 써준 부분을 문제삼았는데 이것도 개인 비위가 아니다.

나를 파렴치범으로 만들어놨다. 감사원은 대국민 사과 성명을 내야 한다. 공직자들이 공권력을 낭비하면서 손발을 묶고 일도 못 하게 했다. 임기가 정해진 권익위원장을 정권과 발맞춰 감사한 것 아닌가. 헌법기관으로서 독립된 기관을 자기들 스스로 무너뜨린 것과 다를 바 없다. 


-평소 격양하지 않는 성격으로 알고 있는데. 화가 많이 난 듯하다

▲조곤조곤 말하려 한다. 원래 투사형이 아니다. 합리적으로 생각하려는 자세를 가지려는 성격이다. 감사원의 행태를 보니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감사원에선 주심 패싱 논란도 일었다

▲조직이나 통상 국가기관의 결재 라인은 굉장히 중요한 부분으로 현장 질서 문란이다. 감사원법에 따르면 감사원은 감사원장과 감사위원으로 구성된다. 감사원의 최고 의결기구인 감사위원회 의결을 거치지 않은 감사 결과가 나왔다. 뭐라도 있다고 포장해야 하는데 감사위원들이 불문 결정을 내렸다.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뭐라도 채워서 감사하려면 보고서를 만들어야 하는데 동의하지 않은 감사위원들을 패싱하고 자신있게 만들어 공개한 것이다. 법원으로 따지면 감사 결과 보고서 판결문의 최종 권한은 명백히 판사에게 있으며 법원 서기에게 있는 게 아니다. 이 같은 행태는 사무처가 마치 판결하는 판사나 주심 같은 행위를 한 것과 다름없다. 

-이에 대해 공수처에 감사원을 고발했다


▲공수처에 표적 감사 및 직권남용 조작 감사해 공무집행을 방해한 혐의로 고발했다. 이번 감사 결과로 나에 대한 표적 감사라는 게 확인됐다. 조작 감사 부분도 공수처 수사로 밝혀질 가능성이 높다. 감사 결과 보고서에 대해 무죄 판결이 나면 공수처서 자신들의 후속 감사와 직권남용,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혐의가 인정될 가능성이 생긴다. 

“정권 입맛대로 법치주의 무너뜨렸다”
“바다의 딸 경험 강력하게 발휘할 것”

-최근에는 포상금 문제와 관련해서도 정치권서 문제삼고 있는데…

▲신고자라고 하는 사람은 전혀 모르는 사람이다. 기자회견을 보니 내가 그 신고자라는 사람과 기획해서 포상금을 지급했다고 한다. 자작극, 조작 행위로 이 역시 직권남용, 무고, 명예훼손 등으로 법률 검토를 거쳐 법적 조치할 생각이다. 

-의혹을 제기한 부분에 배후가 있다는 건가?

▲국민의힘 의원들이 관련돼있는 사안으로 보인다. 관여된 국회의원들도 함께 법적 조치할 예정이다. 

-포상금 제도는 어떤 시스템인가?

▲우선 다시 한번 말하지만 신고자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다. 아는 사람이라면 그럴 여지가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전혀 아니다. 포상금 지급은 권익위의 보상금 심의위원회서 결정한 뒤 전원위원회서 결정하는 구조로 위원장은 관여할 수가 없다. 이건 증거가 너무나 명백한 사안이다. 차라리 잘됐다. 다시는 이런 의혹을 제기하지 못하도록 강력하게 대처하겠다. 

-자신감이 있어 보인다

▲‘정치적 카르텔’ 등의 용어를 써서 자꾸 키우니 나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 허무맹랑한 소설이다. 어설프게 던지려면 공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교하게 던지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내가 위원장이니 결정했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개입할 이유 자체가 없는 게 이 신고가 접수된 건 내가 취임하기 이전이다. 그런 사람과 내가 결탁해 포상금을 줄 이유가 뭔가?

전원위가 포상금을 지급했다고 하는데 이런 사건이다, 이런 식으로 보고되는 게 아니다. 신고 사건이 이렇게 처리됐다는 보고는 최종적으로 올라온다. 지급하라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하려면 제대로 했어야 한다. 

-퇴임 이후 본격적으로 반격을 준비하는 건가?

▲이미 고소, 고발을 다 했다. 이 건은 막판에 자신들을 고발해달라고 들어왔으니 거기에 맞는 대응을 하는 게 맞다. 원하는 대로 해 주겠다. 조금이라도 관여했다면 당당하게 못했을 것이다. 무엇 때문에 이렇게까지 무리하는지 잘 모르겠다. 나를 압박해 집권여당 대통령과 자신들의 존재감을 높이려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정권서 임명한 인사들은 임기 말 알박기 논란에 휩싸이곤 하는데…

▲일반 행정부처들은 대통령과 임기를 같이 하는 게 맞다. 가급적이면 임기를 일치시키는 법이 필요하다. 예외 기관이 있는데 선관위원장, 권익위원장, 방통위원장이 그렇다. 해당 기관들은 정치적 중립이나 독립성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감사원장도 지난 정권에 임명했었는데 왜 권익위원장과 방통위원장만 물러나라고 하는지 묻고 싶다.

대통령 국정운영 지원 기관이라고 하고 충성을 맹세하니까 봐주는 건가? 기관을 정권 입맛대로 자신들의 잣대로 법치주의를 완전히 무너뜨리는 행위를 하고 있다.

-차기 권익위원장 내정자가 벌써 하마평이 돈다. 차기 위원장에게 한마디 한다면?

▲차기 위원장님께서 내가 열심히 지키려던 권익위의 독립성, 중립성을 지켜줬으면 좋겠다. 이번 정권서 임명하지만, 위원장으로 오는 순간 정권과 거리를 둬야 한다. 권익위 법에 정해져 있는 원칙 그대로, 부당한 압력에 맞서 싸워주는 역할을 해달라고 말하고 싶다. 또 하나는 권익위의 제일 중요한 기능 중에 하나인 국민 권익 구제 기능, 민원 해결, 제도 개선 이런 데 소홀하지 않을까 걱정이 드는데 현장에 자주 나가서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으면 좋겠다. 

-퇴임 이후 일정은?

▲바다서 나고 자라 바다의 딸로도 불렸다. 경험과 경륜을 가장 강력하게 발휘할 수 있는 시기가 왔다. 할 수 있는 능력만 있다면 국민과 대한민국을 위해 쓰겠다. 국민이 나를 필요하다고 명령한다면 국민이 부여하는 역할을 할 예정이다. 일단은 오염수 저지에 힘을 보탤 계획이다. 

-총선에 출마하겠다는 소리로 들리는데…

▲민주당으로 돌아가는 건 차후 수순으로 고민해볼 생각이다. 현재까지는 총선에 대해 구체적으로 고민해보지는 않았다. 정치가 모든 해결 방법의 마지막 길은 아니다. 다시 국회로 돌아가는 것이 해결 가능한 방법에는 포함되지만 다양한 길이 있다고 생각한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만날 계획이 있나?

▲저를 권익위원장에 임명하신 분에게 퇴임 시 당연히 찾아뵙고 인사를 드리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한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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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