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대담> 보수당에 몸담은 호남 청년 김가람 국민의힘 최고위원

“호남이라고 다 같은 호남 아니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보수당에 몸담은 호남 청년. 국민의힘에선 다소 생소할 수도 있는 인물이다. 국민의힘 김가람 최고위원은 지난 3·8 전당대회서 청년 최고위원으로 출마해 아쉽게 고배를 마셨다. 김 최고위원은 최고위원 보궐선거서 압도적 지지를 받으며 지도부 입성에 성공했다. 이젠 주목도가 한층 더 높아졌다. 지역과 세대를 아우르는 교두보는 당내서 김 최고위원에게 붙은 수식어다. 

“메시지를 국민에게 어떻게 알릴지 고민해야 한다.” 최근 국민의힘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약하다는 소리가 자주 들려온다. 국민의힘 김가람 최고위원은 이 방법을 알아야 힘이 실린다고 보고 있다. 전라도 태생으로 직접 기업을 운영해본 김 최고위원은 호남 공략에 선봉자로 서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직접 김 최고위원을 만나 호남 공략 카드, 중도층의 민심을 되돌릴 방법,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문제 등에 대해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최고위원으로 임명된 이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내가 선출된 것에 어떤 의의를 찾는다면 국민의힘이 가장 취약한 호남 출신 40대라는데 있다고 생각한다. 선출된 의미에 맞춰 지금 할 수 있는 게 뭘까 늘 고민하고 있다. 최고위원이 된 직후 전남 영광군에 다녀왔다. 지난 지방선거서 전남·북도를 합쳐 41개 기초단체 중 이 중 10곳 기초단체장이 무소속으로 당선됐다. 그런 지역을 발 벗고 뛰면서 여당으로서 뭘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싶다. 무소속인 분들이 소외되지 않게 하려고 부단히 노력 중이다.

-김가람은 어떤 정치인인가?

▲아직 정치인이라고 하기엔 쑥스럽다. 지난 3·8 전당대회 때 최고위원이 되기까지 얼마 걸리지 않았는데 어떻게 보면 위험요소일 수 있다. 한편으론 지금도 일상을 살아가는 국민의 마음을 가장 따끈따끈하게 잘 공감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나는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내 일을 하고 있다. 지금 마음을 잊지 않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청년 최고위원 후보로 나섰을 때보다 주목도가 높아졌다

▲나 자체에 대한 주목도보다는 국민의힘 전당대회 후 정상화되는 과정서 국민이나 당원의 많은 요구로 시선을 끌었다. 설화 때문에 여러 공석이 생기고 채워나가는 과정에 나서다 보니 관심을 많이 가져 주셨다. 당원이나 국민에게 국민의힘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호남 출신이다. 매주 찾아가고 있다. 과거와 어떻게 다른가?

▲호남이 크게 변하고 있다. 과거에는 이념에 많이 매몰돼있었다. 호남이 주로 지지해오던 민주당이 아닌 국민의힘이 여당이 됐을 때, 국민 스스로 호남이 소외되거나 발전이 지체돼서는 안 된다는 마음이 있으시다. 당연히 국민의힘은 여당으로서 불안감이나 우려를 해소시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게 여당이 해야 될 일이다. 특히 호남 출신으로 이번에 지도부에 입성했는데 그게 내 소명이라고 여긴다. 열심히 국민의 심부름을 하겠다. 

“나도 일상 살아가는 사람…민심 알아”
“서울, 경기 청년층 공략도 앞장설 것”

-대선 직후까지는 국민의힘을 향한 호남 민심이 괜찮았다. 지금은 다소 분위기가 좋아보이진 않는다

▲호남서 유의미한 지지율 상승은 전국 판세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실질적 통계가 있다. 또 호남분들은 서울, 경기 쪽에도 많이 계신다. 단순히 호남 지지율이 약간 오른다는 개념으로 보지 않는다. 호남을 대할 때 국민의힘은 특히 더 진정성을 가져야 한다. 그런 면에서 기존에 해왔던 이준석 전 대표의 서진정책을 높게 평가할 수 있다. 순천서 활동하는 모습도 좋게 본다. 같이해 시너지를 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호남 지지율 상승을 위해 어떤 카드를 내세울 것인가?

▲광주·전남·전북을 기반으로 하는 현역 국민의힘 의원은 이용호 의원이 유일하고 나머지는 모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나 단체장은 정부와 소통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을 것이다. 많은 분들을 열심히 찾아다니려고 한다. 나주, 광양 등지를 방문할 예정인데, 호남은 세부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전북은 충청도와 맞닿아 있기 때문에 중원의 분위기에 크게 영향받는 곳이다. 전남 동부권은 영남과 인접해 있어 개방적인데, 호남 산업화의 성지 같은 지역이다. 광양 제철소라든지, 여수 화학단지와 같은 곳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성도 크다. 다음 총선 때 결국 호남 지역 의원을 탄생시킬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호남은 민주당이었던 구도도 깨지는 듯 보인다. 무당층이 많이 늘었는데?

▲순천만정원은 국가정원 제1호로 지정된 곳이다. 호남 중에서도 서부권인 목포를 기점으로 하는 지역들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다. 이런 곳은 사실 시간을 갖고 정서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광주는 젊은 분들이 많이 살고 있긴 하지만, 5·18을 직접 겪은 지역이라 접근이 좀 어렵다. 그래서 아직까지 보수당이 전북이나 전남 동부 쪽에는 국회의원을 배출한 적이 있지만, 광주나 전남 서부권은 전무하다.

호남이라고 해서 다 같은 호남이 아니라는 얘기다. 국민의힘이 호남에 대해 좀 더 면밀하고 정서적으로 알지 못했던 부분까지 체크해야 한다. 국민의당 바람이 불었을 때조차도 민주당 국회의원이 혼자 당선됐던 시절이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지방선거 때 무소속 군수가 당선됐다. 이게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는 증거다. 

-영광은 지금 후쿠시마 오염수로 불안감이 고조돼있다. 지도부 차원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나?

▲영광은 굴비로도 유명하지만 천일염 생산지다. 전국서 두 번째로 천일염을 많이 생산하는 지역이다. 당에서도 해당 지역서 계속 살아와 잘 알테니 임무를 주셨다. 내 장점을 활용하려고 한다.

-지역민들 이야기도 들어봤나?

▲영광에 갔을 때 지역분들이 지금이야 소금이 많이 나가지만, 결국 나중에는 덜 팔릴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결국 왜 정치권서 싸워 우리만 피해 보게 만드냐는 뼈 때리는 말씀들을 하셨다. 호남은 지역을 분리해서도 생각해야 하지만, 세대를 분리해서도 생각해야 한다. 과거의 기성세대에는 상징적인 아픈 역사가 있다. 산업화 과정서 소외됐다는 마음도 분명히 갖고 계실 것으로 생각한다. 그분들께는 진정성 있는 사과가 필요하다.

국민의힘 과오 되풀이하지 말아야
개성만 내세우면 정부와 불협화음

앞으로 호남을 대하는 모습이 바뀌었다는 걸 보이는 게 중요하다는 이야기들을 들었다. 호남의 청년층은 현실적이다. 찍어오던 당에 연연하지 않고, 내 생활에 어떤 당이 더 도움을 줄지, 우리가 일변도로 힘을 몰아줬는데 다른 지역과 비교해 어떤가 하는 나름대로 냉정한 평가를 해준다. 청년층에는 미래 비전을 이야기하는 게 훨씬 낫다.


-결국 국민의힘이 호남서 민주당의 대안 세력이 될 수 있느냐가 관건인 듯 보인다

▲맞다. 결국 정치가 내 생활에 어떤 도움도 되지 않고 실망만 끼치고 있다. 어느 정당도 지지하지 않는 게 청년이다. 호남의 복합쇼핑몰 이슈 같이 우리 삶에 꼭 필요하지만 민주당은 외면하고 국민의힘은 발굴해 비전을 제시한 사례처럼 국민의힘이 대안을 찾는 정당으로서 인정받도록 노력하겠다. 

-사실 순천 하면 국민의힘서 떠올리는 이가 천하람 순천갑 당협위원장이다. 협치 생각은 없나?

▲당연히 협치해야 한다. 이번에 김기현 대표가 내려갔을 때 만나긴 했다. 내년 총선이 중요한 걸 떠나서 천 위원장은 국민의힘 인물 중 전남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또 국민에게 대외적으로 많이 인식된 인물이기도 하다. 호남 출신인 내가 최고위원에 들어왔는데,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는 게 있다면 고민할 일이 아니다. 

-당내 생황도 궁금하다. 민생특위의 존재감이 실종됐다. 특위위원 중 한 사람인데?

▲민생특위는 사실 많은 전문가들이 참여했었다. 요즘 돌아가는 분위기는 표면상으로 좋진 않는데 대국민적으로 민생에 관심 있는 분들을 뽑아 진행하고 있다. 취약계층, 사회서 부조리한 부분을 파고들고 있다. 


-지도부 설화는 일단 잦아들었다. 이후 메시지들이 치명적이지 않다는 우려가 나오는데?

▲김기현 대표가 취임 100일을 맞이하면서 안정에 방점을 뒀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비대위로 시간을 보내는 기간이 길었다. 공격적이고 선명성에서는 좀 부족했을 수 있다. 그렇지만 필요했던 시간이다. 이제는 국민의힘이 여당으로서 정부와 잘 협의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필요하다. 부족한 부분들을 지금부터 차근차근 채워나가겠다.

지도부에 들어와 보니 우리가 이야기하는 걸 국민에게 어떻게 알리느냐는 건 또 다른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어 있던 홍보본부장 자리가 다시 채워졌는데, 국민께서 기대해주셨으면 한다. 

-사실 국민의힘이 급한 건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중도층 확장 문제다. 청년층의 지지세가 더 높지만 완전한 신뢰를 보내는 상황은 아닌데?

▲호남에 공들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른 시일 내에 서울, 경기에 집중할 생각이다. 30·40대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다. 또 서울·경기서 민주당과 박빙이었던 곳이나, 박빙으로 예상되는 지역을 위주로 뛰어다닐 생각이다. 청년정책을 정부서도 많이 지원하고 있는데, 사실 30·40대를 위한 정책이 별로 없다.

창당 권력 잡기 위해서라면 의미 없어
이념에 갇히지 않고 국민만 생각해야

이분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게 어떤 것들이 있는지 생각하고 그분들께 직접적인 정책 지원을 할 수 없다면, 피부에 와닿는 육아 등의 분야에 신경쓰려고 한다.

-김 대표가 민생 해결사라는 슬로건을 걸고 민생을 챙기려는 모습은 보인다. 다만 주목도가 좀 떨어지는 듯하다

▲안정적인 리더십을 갖고 계신 분이다. 지금은 당과 정부가 잘 협력하는 데 도움을 주는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싶다.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둔 시기다. 이제 막 100일이 됐다. 쉬운 부분을 뒤로 하고 지금부터 노력할 필요가 있다. 다만 국민의힘이 너무 개성 있게 치고 나가면 당과 정부 사이서 불협화음이 발생할 수 있다. 그것 또한 국민에게 좋지 않은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지도부에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들었다. 젊은 기업 대표 등을 영입하려는 움직임이 있던데?

▲정치권서 국민의 민생, 사업하는 분들이 겪는 고초를 완전히 체감하기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사람은 다 자기가 처한 환경서 느끼기 마련이다. 우리나라 정치구도 자체가 정쟁에 너무 많이 매몰돼있다고 느끼곤 한다. 국민의힘도 민주당하고만 싸운다.

국민들은 하루하루 자기 생계에 치열하다. 정치권은 이 부분서 상당히 동떨어져 있다. 이런 분들이 들어와서 국민은 이런 건 관심없다고 이야기하고, 진짜 중요한 게 뭔지 이야기하는 게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네거티브적인 부분이 아니라 정책적인 면에서 정쟁이 있어야 하지 않겠나?

▲맞다. 잠을 못 잘 정도로 화가 난다. 사는 문제만큼은 절대로 정쟁화되선 안 된다. 정치권서 해야 할 일은 사안을 갖고 싸울 게 아니다.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가 대표적이다. 과학적 근거로 방류가 적합한지, 국민건강에 해로운지 아닌지 양당이 같이 몰두해야 하는데 오염수 하나로만 싸우고 있다.

민주당은 일본 후쿠시마산 수입을 반대한다고 외치고 있는데 실제로 한 번도 수입된 적이 없는 걸 반대한다고 있는 꼴이다. 이러면 국민이 불안해서 수산물을 먹지 않는다. 민심과 동떨어진 정치를 하고 있다고 느낀다. 총선이 300일도 채 남지 않았다. 양당을 떠나 네거티브 정쟁만 할 게 아니고 확실한 정책을 보여줘야 국민이 선택해 주신다. 

-무당층이 많아졌고, 이를 바탕으로 최근 창당 소식이 자주 들려온다. 현역 의원들도 창당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창당이라는 건 결국 무당층을 보고 자신들의 이해를 위해 가고자 하는 게 아닐까? 국민 눈에 이런 게 보이면 결국 백전백패다. 본인들도 기존의 정치권에 있는 인물과 똑같은 모습으로 국민에게 비칠 경우, 창당해도 가치와 의미가 없다. 창당이 두 개의 거대 양당서 느낄 수 없는 순수함, 국민만 바라본다는 메시지를 보여준다면 모를까? 결국 권한이나 권력을 잡기 위한 창당은 전혀 의미 없는 일이다. 

-앞으로 어떤 정치를 하고 싶은가?

▲보수라는 이념이 우리 국가 발전이나 국민의 행복에 더 부합하다고 생각하는데, 이게 바로 국민의힘에 몸담은 이유다. 하지만 이념에 갇히지 않고 오로지 국민을 위한 게 무엇인지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볼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 국민의힘이 특정 지역, 특정 세대로부터 미움받거나 인정받지 못한 부분을 탈피하도록 하겠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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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후폭풍이 거세다. 더불어민주당과 검찰의 시각이 크게 엇갈리면서 서로를 향해 날을 겨누는 형국이다. 검찰청은 내년 9월 폐지될 시한부 운명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은 ‘검찰개혁’을 필두로 이참에 검찰의 뿌리를 뽑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을 등에 업고 버티기에 나선 검찰의 반발 또한 만만치 않아 당분간 양측 간의 힘겨루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7일 서울중앙지검이 대장동 사건에 대한 항소 시한을 넘기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서울중앙지검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비롯해 ▲남욱 변호사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정민용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 대장동 일당에 대한 1심 판결에 항소하지 않은 것이다. 꺾이거나 되치거나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불이익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피고인에게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게 됐다. 대장동 개발 비리로 발생한 범죄수익의 국고 환수 규모가 축소될 것이란 해석에도 힘이 실린다. 화살은 곧바로 이재명 대통령에게로 향했다. 이 대통령은 대장동 사건에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 등을 받는데, 이미 대장동 민간업자 재판에서 무죄가 나온 만큼 항소 포기로 인해 추가로 다툴 여지를 차단했다는 게 국민의힘의 설명이다. 여기에 대통령실이 항소 포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재명 면죄부’라고도 주장했다. 국민의힘 곽규택 대변인은 “대통령실 민정수석실 비서관 4명 중 3명,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 법제처장, 국정원 기조실장까지 모두 이 대통령의 변호인 출신”이라며 “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대장동 사건 주요 피고인 정진상, 김용, 이화영 등을 특별 면회하면서 ‘검찰은 증거가 없다’는 발언으로 회유를 시도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보수 성향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역시 “국가의 유례없는 사법 정의 포기 사태는 이재명정부의 책임”이라며 “공소 사실의 핵심에 무죄 선고가 난 사건에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전례를 찾기 어렵다. 대통령의 어깨가 한결 가벼워진 것은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부 출범 이후 대검찰청 차장검사로 승진한 노만석 검찰총장을 겨냥해서는 책임론이 불거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항소 시한을 앞두고 서울중앙지검은 대장동 일동에 대해 일부 무죄가 선고되는 등 다툼의 여지가 있는 1심 판결에 대해 “관행대로 항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이를 전해 들은 대검 수뇌부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노 대행은 지난 9일 “대장동 사건은 일선 검찰청의 보고를 받고 통상의 중요 사건의 경우처럼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후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대행인 저의 책임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의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역시 대장동 일동에 대해 검찰의 구형량보다 높은 형량이 선고된 만큼 항소 포기가 ‘적절한 판단’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항소 포기 지시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화약고에 불붙인 ‘항소 포기’ 후폭풍 이재명·노만석·정성호 몽땅 도마 위로 정 장관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이진수) 법무부 차관에게 대장동 사건 관련으로 어떤 지시를 했느냐’는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의 질문에 “노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지휘권을 행사할 수도 있으니 항소를 알아서 포기하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어 정 장관은 총 3번 정도 대장동 사건에 관해 이야기했다고 언급하며 “(두 번째인) 11월6일 목요일에는 국회에서 예결위 종합질의가 있어 국회에 왔는데, 예결위 끝나고 대검에서 항소할 필요성이 있다고 한 의견을 들었다”며 “당시 ‘중형이 선고됐는데 신중한 판단을 해야 하지 않는가’란 정도의 이야기만 하고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음 날인 11월7일에도 마찬가지”라며 “저녁에 예결위가 잠시 휴정돼 검찰에서 항소할 것 같다는 구두 보고를 식사 중에 받았고, 그날 저녁 예결위가 끝난 후 최종적으로 항고하지 않았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부연했다.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대목을 놓고 국민의힘은 “신중한 검토(판단)가 곧 항소 포기인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며 법무부가 사실상 외압을 행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이 8글자에 모든 것이 함축적으로 들어가 있다”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인 견해임을 전제로 하며 검찰에 지시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대장동 사건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일선 검사를 중심으로 반발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김영석 대검찰청 감찰1과 검사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를 통해 “검찰 역사상 일부 무죄가 선고되고 엄청난 금액의 추징이 선고되지 않은 사건에서 항소 포기를 한 전례가 있었나”라며 이번 결정으로 대장동 일당 등 민간업자에게 수천억원 상당의 범죄수익이 돌아간 점을 꼬집었다. 대장동 사건의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도 “항소 포기로 남욱·정영학을 상대로는 범죄수익을 단 한 푼도 환수할 수 없게 됐고, 김만배를 상대로는 당초 예상 금액의 1/10에 불과한 금액만 추징 선고가 이뤄졌음에도 이를 묵과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기막힌 타이밍 검찰 안팎에서 책임론이 확산하자 결국 노 대행은 항소 포기 논란이 불거진 지 닷새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자 일선 검사들은 ‘검찰총장 권한대행께 추가 설명을 요청드린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항소 포기 과정에 대한 상세 설명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냈다. 해당 입장문은 박재억 수원지검장을 비롯해 ▲박현준 서울북부지검장 ▲박영빈 인천지검장 ▲박현철 광주지검장▲임승철 서울서부지검장 ▲김창진 부산지검장 등 검사장 18명 명의로 작성됐다. 이들은 “서울중앙지검장은 명백히 항소 의견이었지만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항소 포기 지시를 존중해 최종적으로 공판팀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을 상대로 항소 의견을 관철하지 못하고 책임지고 사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면 검찰총장 권한대행이 어제 배포한 입장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의 항소 의견을 보고받고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뒤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책임 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하담미 수원지검 안양지청장 ▲최행관 부산지검 동부지청장 ▲신동원 대구지검 서부지청장 등 8개 대형 지청을 이끄는 지청장들도 집단 성명을 냈다. 이들은 “이번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지시는 그 결정에 이른 경위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면 검찰이 지켜야 할 가치, 검찰의 존재 이유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라며 “그간 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입장문, 법무부 장관의 설명만으로는 항소를 포기한 구체적 경위가 설명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법적·행정적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정치 검사들의 반란을 분쇄하겠다”며 검찰의 집단 반발을 ‘항명’이라고 규정하고 이에 대한 징계를 예고했다. 현재 일반 공무원은 6단계 징계 처분(파면·해임·강등·정직·감봉·견책)이 가능하지만, 검사는 파면에 해당하는 징계 규정이 없다. 검사에 대한 징계는 검사징계법에 따라 이뤄지는데, 이를 ‘검사 특혜법’이라고 지적하며 폐지하겠다는 설명이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정치 검사들의 반란에 철저하게 책임을 묻겠다”며 사실상 검찰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김 원내대표는 “정 법무부 장관께 강력히 요청한다. 항명 검사장 전원을 즉시 보직 해임하고 이들이 의원면직하지 못하게 징계 절차를 바로 개시하라”며 “항명에 가담한 지청장과 일반 검사들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이후 김 원내대표가 검사징계법 폐지 법률안·검찰청법 개정안을 각각 국회에 제출하면서 사실상 검찰 징계는 당론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항소 포기 논란 이후 박재억 수원지검장에 이어 송강 광주고검장이 연달아 사의를 표명했지만 민주당은 “사표를 수리하지 말고 징계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퇴로를 막았다. 항명? 투쟁? 법무부 내부에서 집단행동에 나선 일부 검사장을 대상으로 평검사 보직이동을 하거나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으로 형사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또 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검찰 측에서는 “보복용 강등”이라는 거센 반발이 나오지만 법무부는 “검사장은 직급이 아닌 보직”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강등·징계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검사장의 집단행동을 비판하며 징계의 타당성을 주장했지만, 일선 검사들은 항소 포기 판단 경위에 대해 추가 설명을 요청한 것이 어떻게 항명이냐며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그동안 민주당 의원들이 앞다퉈 일선 검사장을 향해 “빨리 나가라”고 윽박지르던 것과 달리 최근 지도부는 숨 고르기에 돌입한 모양새다. 국민의힘이 계속해서 이정부와 대장동을 엮어 공격하는가 하면, 이 대통령의 UAE(아랍에미리트) 순방 성과가 묻힐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톤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이 순방을 떠난 17일부터 이틀간 공개 석상에서 검사 항명, 징계 등 관련 현안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 등 일부 최고위원이 내란전담재판부 도입을 주장했으나 당은 “지도부 차원의 의견은 아니”라며 거리를 뒀다. 정 법무부 장관 역시 지난 18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검사장 징계 검토 관련 질문에 “어떤 것이 좋은 방법인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건 국민을 위해 법무부나 검찰이 안정되는 것”이라며 신중한 자세를 택했다. 낮은 볼륨을 유지하는 지도부와 달리 의원 개개인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한 라디오를 통해 정 법무부 장관의 ‘검찰조직 안정’ 발언에 대한 질문에 “아무 일 없었던 듯이 넘어가는 것이 조직의 안정을 위해서 도움이 되는 방법은 아니”라고 답했다. 이어 “정 법무부 장관은 법무부와 검찰 전체를 총괄하는 수장이기 때문에 고민이 있으신 것 같다”면서도 “다만 중요한 것은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현재 민주당이 내세우는 원칙은 항명 검사에 대한 징계로, 그 원칙을 지키는 것이 국민 여론이라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몰아붙이던 지도부 잠시 숨 고르기 이제는 각개전투…검사들도 ‘부글’ 민주당이 다수 석을 차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에서는 ‘집단 항명 검사장 18인’ 전원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항소 포기 결정에 반발하는 검사장 18명을 겨냥해 “헌정 질서의 근본인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과 검찰조직의 지휘 감독체계를 정면으로 무너뜨린 사건”이라고 비판하며 법적 조치에 나선 것이다. 지난 19일 법사위 여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조국혁신당·무소속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검찰의 집단 항명은 정치적 집단행동으로 헌정 질서를 훼손하는 중대 범죄”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의 행동은 단순한 의견 개진이 아니었으며 법이 명백히 금지한 공무의 집단행위, 즉 집단적 항명”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피고발인 18명은 모두 각 검찰청을 대표하는 검사장급 고위 공무원으로서 정치적 중립성이 누구보다 강하게 요구되는 위치에 있다”며 “그런데 이들은 서로 합의해 공동성명을 작성하고 이를 동시에 내부망과 언론에 공개했다. 이는 다수가 결집해 실력으로 주장을 관철하려는 집단적 압력 행위”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압박이 거세지자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뒤 검사들이 반격에 나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권력이 교체됨에 따라 검사의 태도 역시 손바닥 뒤집듯 바뀌고, 만일 보수 세력에게 정권이 넘어갈 경우 검사의 날이 다시 이 대통령을 향할 것이란 점에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내년 10월 해체 예정인 검찰청이지만 막강한 권력을 지니던 시절의 관행을 버리지 못한다면 이들을 중심으로 정치 검찰의 모습을 한 또 다른 집단이 탄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은 “검사 인사권은 법무부에 있다”며 이번 사안에 직접 개입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논란의 중심으로부터 최대한 거리를 유지하며 대통령실이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대통령실 외압’은 궁지에 몰린 국민의힘의 프레임”이라며 “만약 5년 뒤에 검찰이 반기를 들면 그때는 (이 대통령의 거취를) 국민 여론에 맡기면 된다. 지난 몇 년간 수십번의 압수수색과 조사가 이뤄졌고, 그 결과를 전부 국민이 지켜봤다”고 설명했다. 피바람 과도기 이 모든 과정을 놓고 최요한 정치 평론가는 “과도기”라고 설명했다. 최 평론가는 <일요시사>를 통해 “검찰이 하나의 권력으로 등장해 민주주의를 유린했다. 그 대상을 개혁하는 일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고, 이정부는 그걸 시스템으로 헤쳐나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혁은 혁명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혁명은 싹을 자르면 되지만 그건 민주주의가 아니”라며 “검사 징계, 검찰개혁을 놓고 같은 진보라 하더라도 결이 다르지 않나. 다양한 논의와 의견을 두들겨 맞춰서 하나의 안을 만드는 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혁안은 보수도 일정 정도 동의를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시스템 개혁이라는 건 단칼에 두부처럼 잘리는 게 아닐뿐더러 이정부가 끝날 때까지 (개혁을) 시도하는,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일일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