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대담> 보수당에 몸담은 호남 청년 김가람 국민의힘 최고위원

“호남이라고 다 같은 호남 아니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보수당에 몸담은 호남 청년. 국민의힘에선 다소 생소할 수도 있는 인물이다. 국민의힘 김가람 최고위원은 지난 3·8 전당대회서 청년 최고위원으로 출마해 아쉽게 고배를 마셨다. 김 최고위원은 최고위원 보궐선거서 압도적 지지를 받으며 지도부 입성에 성공했다. 이젠 주목도가 한층 더 높아졌다. 지역과 세대를 아우르는 교두보는 당내서 김 최고위원에게 붙은 수식어다. 

“메시지를 국민에게 어떻게 알릴지 고민해야 한다.” 최근 국민의힘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약하다는 소리가 자주 들려온다. 국민의힘 김가람 최고위원은 이 방법을 알아야 힘이 실린다고 보고 있다. 전라도 태생으로 직접 기업을 운영해본 김 최고위원은 호남 공략에 선봉자로 서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직접 김 최고위원을 만나 호남 공략 카드, 중도층의 민심을 되돌릴 방법,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문제 등에 대해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최고위원으로 임명된 이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내가 선출된 것에 어떤 의의를 찾는다면 국민의힘이 가장 취약한 호남 출신 40대라는데 있다고 생각한다. 선출된 의미에 맞춰 지금 할 수 있는 게 뭘까 늘 고민하고 있다. 최고위원이 된 직후 전남 영광군에 다녀왔다. 지난 지방선거서 전남·북도를 합쳐 41개 기초단체 중 이 중 10곳 기초단체장이 무소속으로 당선됐다. 그런 지역을 발 벗고 뛰면서 여당으로서 뭘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싶다. 무소속인 분들이 소외되지 않게 하려고 부단히 노력 중이다.

-김가람은 어떤 정치인인가?

▲아직 정치인이라고 하기엔 쑥스럽다. 지난 3·8 전당대회 때 최고위원이 되기까지 얼마 걸리지 않았는데 어떻게 보면 위험요소일 수 있다. 한편으론 지금도 일상을 살아가는 국민의 마음을 가장 따끈따끈하게 잘 공감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나는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내 일을 하고 있다. 지금 마음을 잊지 않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청년 최고위원 후보로 나섰을 때보다 주목도가 높아졌다

▲나 자체에 대한 주목도보다는 국민의힘 전당대회 후 정상화되는 과정서 국민이나 당원의 많은 요구로 시선을 끌었다. 설화 때문에 여러 공석이 생기고 채워나가는 과정에 나서다 보니 관심을 많이 가져 주셨다. 당원이나 국민에게 국민의힘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호남 출신이다. 매주 찾아가고 있다. 과거와 어떻게 다른가?

▲호남이 크게 변하고 있다. 과거에는 이념에 많이 매몰돼있었다. 호남이 주로 지지해오던 민주당이 아닌 국민의힘이 여당이 됐을 때, 국민 스스로 호남이 소외되거나 발전이 지체돼서는 안 된다는 마음이 있으시다. 당연히 국민의힘은 여당으로서 불안감이나 우려를 해소시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게 여당이 해야 될 일이다. 특히 호남 출신으로 이번에 지도부에 입성했는데 그게 내 소명이라고 여긴다. 열심히 국민의 심부름을 하겠다. 

“나도 일상 살아가는 사람…민심 알아”
“서울, 경기 청년층 공략도 앞장설 것”

-대선 직후까지는 국민의힘을 향한 호남 민심이 괜찮았다. 지금은 다소 분위기가 좋아보이진 않는다

▲호남서 유의미한 지지율 상승은 전국 판세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실질적 통계가 있다. 또 호남분들은 서울, 경기 쪽에도 많이 계신다. 단순히 호남 지지율이 약간 오른다는 개념으로 보지 않는다. 호남을 대할 때 국민의힘은 특히 더 진정성을 가져야 한다. 그런 면에서 기존에 해왔던 이준석 전 대표의 서진정책을 높게 평가할 수 있다. 순천서 활동하는 모습도 좋게 본다. 같이해 시너지를 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호남 지지율 상승을 위해 어떤 카드를 내세울 것인가?

▲광주·전남·전북을 기반으로 하는 현역 국민의힘 의원은 이용호 의원이 유일하고 나머지는 모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나 단체장은 정부와 소통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을 것이다. 많은 분들을 열심히 찾아다니려고 한다. 나주, 광양 등지를 방문할 예정인데, 호남은 세부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전북은 충청도와 맞닿아 있기 때문에 중원의 분위기에 크게 영향받는 곳이다. 전남 동부권은 영남과 인접해 있어 개방적인데, 호남 산업화의 성지 같은 지역이다. 광양 제철소라든지, 여수 화학단지와 같은 곳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성도 크다. 다음 총선 때 결국 호남 지역 의원을 탄생시킬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호남은 민주당이었던 구도도 깨지는 듯 보인다. 무당층이 많이 늘었는데?

▲순천만정원은 국가정원 제1호로 지정된 곳이다. 호남 중에서도 서부권인 목포를 기점으로 하는 지역들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다. 이런 곳은 사실 시간을 갖고 정서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광주는 젊은 분들이 많이 살고 있긴 하지만, 5·18을 직접 겪은 지역이라 접근이 좀 어렵다. 그래서 아직까지 보수당이 전북이나 전남 동부 쪽에는 국회의원을 배출한 적이 있지만, 광주나 전남 서부권은 전무하다.

호남이라고 해서 다 같은 호남이 아니라는 얘기다. 국민의힘이 호남에 대해 좀 더 면밀하고 정서적으로 알지 못했던 부분까지 체크해야 한다. 국민의당 바람이 불었을 때조차도 민주당 국회의원이 혼자 당선됐던 시절이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지방선거 때 무소속 군수가 당선됐다. 이게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는 증거다. 

-영광은 지금 후쿠시마 오염수로 불안감이 고조돼있다. 지도부 차원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나?

▲영광은 굴비로도 유명하지만 천일염 생산지다. 전국서 두 번째로 천일염을 많이 생산하는 지역이다. 당에서도 해당 지역서 계속 살아와 잘 알테니 임무를 주셨다. 내 장점을 활용하려고 한다.

-지역민들 이야기도 들어봤나?

▲영광에 갔을 때 지역분들이 지금이야 소금이 많이 나가지만, 결국 나중에는 덜 팔릴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결국 왜 정치권서 싸워 우리만 피해 보게 만드냐는 뼈 때리는 말씀들을 하셨다. 호남은 지역을 분리해서도 생각해야 하지만, 세대를 분리해서도 생각해야 한다. 과거의 기성세대에는 상징적인 아픈 역사가 있다. 산업화 과정서 소외됐다는 마음도 분명히 갖고 계실 것으로 생각한다. 그분들께는 진정성 있는 사과가 필요하다.

국민의힘 과오 되풀이하지 말아야
개성만 내세우면 정부와 불협화음

앞으로 호남을 대하는 모습이 바뀌었다는 걸 보이는 게 중요하다는 이야기들을 들었다. 호남의 청년층은 현실적이다. 찍어오던 당에 연연하지 않고, 내 생활에 어떤 당이 더 도움을 줄지, 우리가 일변도로 힘을 몰아줬는데 다른 지역과 비교해 어떤가 하는 나름대로 냉정한 평가를 해준다. 청년층에는 미래 비전을 이야기하는 게 훨씬 낫다.

-결국 국민의힘이 호남서 민주당의 대안 세력이 될 수 있느냐가 관건인 듯 보인다

▲맞다. 결국 정치가 내 생활에 어떤 도움도 되지 않고 실망만 끼치고 있다. 어느 정당도 지지하지 않는 게 청년이다. 호남의 복합쇼핑몰 이슈 같이 우리 삶에 꼭 필요하지만 민주당은 외면하고 국민의힘은 발굴해 비전을 제시한 사례처럼 국민의힘이 대안을 찾는 정당으로서 인정받도록 노력하겠다. 

-사실 순천 하면 국민의힘서 떠올리는 이가 천하람 순천갑 당협위원장이다. 협치 생각은 없나?

▲당연히 협치해야 한다. 이번에 김기현 대표가 내려갔을 때 만나긴 했다. 내년 총선이 중요한 걸 떠나서 천 위원장은 국민의힘 인물 중 전남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또 국민에게 대외적으로 많이 인식된 인물이기도 하다. 호남 출신인 내가 최고위원에 들어왔는데,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는 게 있다면 고민할 일이 아니다. 

-당내 생황도 궁금하다. 민생특위의 존재감이 실종됐다. 특위위원 중 한 사람인데?

▲민생특위는 사실 많은 전문가들이 참여했었다. 요즘 돌아가는 분위기는 표면상으로 좋진 않는데 대국민적으로 민생에 관심 있는 분들을 뽑아 진행하고 있다. 취약계층, 사회서 부조리한 부분을 파고들고 있다. 

-지도부 설화는 일단 잦아들었다. 이후 메시지들이 치명적이지 않다는 우려가 나오는데?

▲김기현 대표가 취임 100일을 맞이하면서 안정에 방점을 뒀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비대위로 시간을 보내는 기간이 길었다. 공격적이고 선명성에서는 좀 부족했을 수 있다. 그렇지만 필요했던 시간이다. 이제는 국민의힘이 여당으로서 정부와 잘 협의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필요하다. 부족한 부분들을 지금부터 차근차근 채워나가겠다.

지도부에 들어와 보니 우리가 이야기하는 걸 국민에게 어떻게 알리느냐는 건 또 다른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어 있던 홍보본부장 자리가 다시 채워졌는데, 국민께서 기대해주셨으면 한다. 

-사실 국민의힘이 급한 건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중도층 확장 문제다. 청년층의 지지세가 더 높지만 완전한 신뢰를 보내는 상황은 아닌데?

▲호남에 공들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른 시일 내에 서울, 경기에 집중할 생각이다. 30·40대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다. 또 서울·경기서 민주당과 박빙이었던 곳이나, 박빙으로 예상되는 지역을 위주로 뛰어다닐 생각이다. 청년정책을 정부서도 많이 지원하고 있는데, 사실 30·40대를 위한 정책이 별로 없다.

창당 권력 잡기 위해서라면 의미 없어
이념에 갇히지 않고 국민만 생각해야

이분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게 어떤 것들이 있는지 생각하고 그분들께 직접적인 정책 지원을 할 수 없다면, 피부에 와닿는 육아 등의 분야에 신경쓰려고 한다.

-김 대표가 민생 해결사라는 슬로건을 걸고 민생을 챙기려는 모습은 보인다. 다만 주목도가 좀 떨어지는 듯하다

▲안정적인 리더십을 갖고 계신 분이다. 지금은 당과 정부가 잘 협력하는 데 도움을 주는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싶다.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둔 시기다. 이제 막 100일이 됐다. 쉬운 부분을 뒤로 하고 지금부터 노력할 필요가 있다. 다만 국민의힘이 너무 개성 있게 치고 나가면 당과 정부 사이서 불협화음이 발생할 수 있다. 그것 또한 국민에게 좋지 않은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지도부에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들었다. 젊은 기업 대표 등을 영입하려는 움직임이 있던데?

▲정치권서 국민의 민생, 사업하는 분들이 겪는 고초를 완전히 체감하기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사람은 다 자기가 처한 환경서 느끼기 마련이다. 우리나라 정치구도 자체가 정쟁에 너무 많이 매몰돼있다고 느끼곤 한다. 국민의힘도 민주당하고만 싸운다.

국민들은 하루하루 자기 생계에 치열하다. 정치권은 이 부분서 상당히 동떨어져 있다. 이런 분들이 들어와서 국민은 이런 건 관심없다고 이야기하고, 진짜 중요한 게 뭔지 이야기하는 게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네거티브적인 부분이 아니라 정책적인 면에서 정쟁이 있어야 하지 않겠나?

▲맞다. 잠을 못 잘 정도로 화가 난다. 사는 문제만큼은 절대로 정쟁화되선 안 된다. 정치권서 해야 할 일은 사안을 갖고 싸울 게 아니다.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가 대표적이다. 과학적 근거로 방류가 적합한지, 국민건강에 해로운지 아닌지 양당이 같이 몰두해야 하는데 오염수 하나로만 싸우고 있다.

민주당은 일본 후쿠시마산 수입을 반대한다고 외치고 있는데 실제로 한 번도 수입된 적이 없는 걸 반대한다고 있는 꼴이다. 이러면 국민이 불안해서 수산물을 먹지 않는다. 민심과 동떨어진 정치를 하고 있다고 느낀다. 총선이 300일도 채 남지 않았다. 양당을 떠나 네거티브 정쟁만 할 게 아니고 확실한 정책을 보여줘야 국민이 선택해 주신다. 

-무당층이 많아졌고, 이를 바탕으로 최근 창당 소식이 자주 들려온다. 현역 의원들도 창당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창당이라는 건 결국 무당층을 보고 자신들의 이해를 위해 가고자 하는 게 아닐까? 국민 눈에 이런 게 보이면 결국 백전백패다. 본인들도 기존의 정치권에 있는 인물과 똑같은 모습으로 국민에게 비칠 경우, 창당해도 가치와 의미가 없다. 창당이 두 개의 거대 양당서 느낄 수 없는 순수함, 국민만 바라본다는 메시지를 보여준다면 모를까? 결국 권한이나 권력을 잡기 위한 창당은 전혀 의미 없는 일이다. 

-앞으로 어떤 정치를 하고 싶은가?

▲보수라는 이념이 우리 국가 발전이나 국민의 행복에 더 부합하다고 생각하는데, 이게 바로 국민의힘에 몸담은 이유다. 하지만 이념에 갇히지 않고 오로지 국민을 위한 게 무엇인지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볼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 국민의힘이 특정 지역, 특정 세대로부터 미움받거나 인정받지 못한 부분을 탈피하도록 하겠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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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