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대담> 보수당에 몸담은 호남 청년 김가람 국민의힘 최고위원

“호남이라고 다 같은 호남 아니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보수당에 몸담은 호남 청년. 국민의힘에선 다소 생소할 수도 있는 인물이다. 국민의힘 김가람 최고위원은 지난 3·8 전당대회서 청년 최고위원으로 출마해 아쉽게 고배를 마셨다. 김 최고위원은 최고위원 보궐선거서 압도적 지지를 받으며 지도부 입성에 성공했다. 이젠 주목도가 한층 더 높아졌다. 지역과 세대를 아우르는 교두보는 당내서 김 최고위원에게 붙은 수식어다. 

“메시지를 국민에게 어떻게 알릴지 고민해야 한다.” 최근 국민의힘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약하다는 소리가 자주 들려온다. 국민의힘 김가람 최고위원은 이 방법을 알아야 힘이 실린다고 보고 있다. 전라도 태생으로 직접 기업을 운영해본 김 최고위원은 호남 공략에 선봉자로 서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직접 김 최고위원을 만나 호남 공략 카드, 중도층의 민심을 되돌릴 방법,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문제 등에 대해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최고위원으로 임명된 이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내가 선출된 것에 어떤 의의를 찾는다면 국민의힘이 가장 취약한 호남 출신 40대라는데 있다고 생각한다. 선출된 의미에 맞춰 지금 할 수 있는 게 뭘까 늘 고민하고 있다. 최고위원이 된 직후 전남 영광군에 다녀왔다. 지난 지방선거서 전남·북도를 합쳐 41개 기초단체 중 이 중 10곳 기초단체장이 무소속으로 당선됐다. 그런 지역을 발 벗고 뛰면서 여당으로서 뭘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싶다. 무소속인 분들이 소외되지 않게 하려고 부단히 노력 중이다.

-김가람은 어떤 정치인인가?

▲아직 정치인이라고 하기엔 쑥스럽다. 지난 3·8 전당대회 때 최고위원이 되기까지 얼마 걸리지 않았는데 어떻게 보면 위험요소일 수 있다. 한편으론 지금도 일상을 살아가는 국민의 마음을 가장 따끈따끈하게 잘 공감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나는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내 일을 하고 있다. 지금 마음을 잊지 않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청년 최고위원 후보로 나섰을 때보다 주목도가 높아졌다

▲나 자체에 대한 주목도보다는 국민의힘 전당대회 후 정상화되는 과정서 국민이나 당원의 많은 요구로 시선을 끌었다. 설화 때문에 여러 공석이 생기고 채워나가는 과정에 나서다 보니 관심을 많이 가져 주셨다. 당원이나 국민에게 국민의힘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호남 출신이다. 매주 찾아가고 있다. 과거와 어떻게 다른가?

▲호남이 크게 변하고 있다. 과거에는 이념에 많이 매몰돼있었다. 호남이 주로 지지해오던 민주당이 아닌 국민의힘이 여당이 됐을 때, 국민 스스로 호남이 소외되거나 발전이 지체돼서는 안 된다는 마음이 있으시다. 당연히 국민의힘은 여당으로서 불안감이나 우려를 해소시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게 여당이 해야 될 일이다. 특히 호남 출신으로 이번에 지도부에 입성했는데 그게 내 소명이라고 여긴다. 열심히 국민의 심부름을 하겠다. 

“나도 일상 살아가는 사람…민심 알아”
“서울, 경기 청년층 공략도 앞장설 것”

-대선 직후까지는 국민의힘을 향한 호남 민심이 괜찮았다. 지금은 다소 분위기가 좋아보이진 않는다

▲호남서 유의미한 지지율 상승은 전국 판세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실질적 통계가 있다. 또 호남분들은 서울, 경기 쪽에도 많이 계신다. 단순히 호남 지지율이 약간 오른다는 개념으로 보지 않는다. 호남을 대할 때 국민의힘은 특히 더 진정성을 가져야 한다. 그런 면에서 기존에 해왔던 이준석 전 대표의 서진정책을 높게 평가할 수 있다. 순천서 활동하는 모습도 좋게 본다. 같이해 시너지를 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호남 지지율 상승을 위해 어떤 카드를 내세울 것인가?

▲광주·전남·전북을 기반으로 하는 현역 국민의힘 의원은 이용호 의원이 유일하고 나머지는 모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나 단체장은 정부와 소통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을 것이다. 많은 분들을 열심히 찾아다니려고 한다. 나주, 광양 등지를 방문할 예정인데, 호남은 세부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전북은 충청도와 맞닿아 있기 때문에 중원의 분위기에 크게 영향받는 곳이다. 전남 동부권은 영남과 인접해 있어 개방적인데, 호남 산업화의 성지 같은 지역이다. 광양 제철소라든지, 여수 화학단지와 같은 곳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성도 크다. 다음 총선 때 결국 호남 지역 의원을 탄생시킬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호남은 민주당이었던 구도도 깨지는 듯 보인다. 무당층이 많이 늘었는데?

▲순천만정원은 국가정원 제1호로 지정된 곳이다. 호남 중에서도 서부권인 목포를 기점으로 하는 지역들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다. 이런 곳은 사실 시간을 갖고 정서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광주는 젊은 분들이 많이 살고 있긴 하지만, 5·18을 직접 겪은 지역이라 접근이 좀 어렵다. 그래서 아직까지 보수당이 전북이나 전남 동부 쪽에는 국회의원을 배출한 적이 있지만, 광주나 전남 서부권은 전무하다.

호남이라고 해서 다 같은 호남이 아니라는 얘기다. 국민의힘이 호남에 대해 좀 더 면밀하고 정서적으로 알지 못했던 부분까지 체크해야 한다. 국민의당 바람이 불었을 때조차도 민주당 국회의원이 혼자 당선됐던 시절이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지방선거 때 무소속 군수가 당선됐다. 이게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는 증거다. 

-영광은 지금 후쿠시마 오염수로 불안감이 고조돼있다. 지도부 차원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나?

▲영광은 굴비로도 유명하지만 천일염 생산지다. 전국서 두 번째로 천일염을 많이 생산하는 지역이다. 당에서도 해당 지역서 계속 살아와 잘 알테니 임무를 주셨다. 내 장점을 활용하려고 한다.

-지역민들 이야기도 들어봤나?

▲영광에 갔을 때 지역분들이 지금이야 소금이 많이 나가지만, 결국 나중에는 덜 팔릴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결국 왜 정치권서 싸워 우리만 피해 보게 만드냐는 뼈 때리는 말씀들을 하셨다. 호남은 지역을 분리해서도 생각해야 하지만, 세대를 분리해서도 생각해야 한다. 과거의 기성세대에는 상징적인 아픈 역사가 있다. 산업화 과정서 소외됐다는 마음도 분명히 갖고 계실 것으로 생각한다. 그분들께는 진정성 있는 사과가 필요하다.

국민의힘 과오 되풀이하지 말아야
개성만 내세우면 정부와 불협화음

앞으로 호남을 대하는 모습이 바뀌었다는 걸 보이는 게 중요하다는 이야기들을 들었다. 호남의 청년층은 현실적이다. 찍어오던 당에 연연하지 않고, 내 생활에 어떤 당이 더 도움을 줄지, 우리가 일변도로 힘을 몰아줬는데 다른 지역과 비교해 어떤가 하는 나름대로 냉정한 평가를 해준다. 청년층에는 미래 비전을 이야기하는 게 훨씬 낫다.


-결국 국민의힘이 호남서 민주당의 대안 세력이 될 수 있느냐가 관건인 듯 보인다

▲맞다. 결국 정치가 내 생활에 어떤 도움도 되지 않고 실망만 끼치고 있다. 어느 정당도 지지하지 않는 게 청년이다. 호남의 복합쇼핑몰 이슈 같이 우리 삶에 꼭 필요하지만 민주당은 외면하고 국민의힘은 발굴해 비전을 제시한 사례처럼 국민의힘이 대안을 찾는 정당으로서 인정받도록 노력하겠다. 

-사실 순천 하면 국민의힘서 떠올리는 이가 천하람 순천갑 당협위원장이다. 협치 생각은 없나?

▲당연히 협치해야 한다. 이번에 김기현 대표가 내려갔을 때 만나긴 했다. 내년 총선이 중요한 걸 떠나서 천 위원장은 국민의힘 인물 중 전남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또 국민에게 대외적으로 많이 인식된 인물이기도 하다. 호남 출신인 내가 최고위원에 들어왔는데,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는 게 있다면 고민할 일이 아니다. 

-당내 생황도 궁금하다. 민생특위의 존재감이 실종됐다. 특위위원 중 한 사람인데?

▲민생특위는 사실 많은 전문가들이 참여했었다. 요즘 돌아가는 분위기는 표면상으로 좋진 않는데 대국민적으로 민생에 관심 있는 분들을 뽑아 진행하고 있다. 취약계층, 사회서 부조리한 부분을 파고들고 있다. 


-지도부 설화는 일단 잦아들었다. 이후 메시지들이 치명적이지 않다는 우려가 나오는데?

▲김기현 대표가 취임 100일을 맞이하면서 안정에 방점을 뒀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비대위로 시간을 보내는 기간이 길었다. 공격적이고 선명성에서는 좀 부족했을 수 있다. 그렇지만 필요했던 시간이다. 이제는 국민의힘이 여당으로서 정부와 잘 협의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필요하다. 부족한 부분들을 지금부터 차근차근 채워나가겠다.

지도부에 들어와 보니 우리가 이야기하는 걸 국민에게 어떻게 알리느냐는 건 또 다른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어 있던 홍보본부장 자리가 다시 채워졌는데, 국민께서 기대해주셨으면 한다. 

-사실 국민의힘이 급한 건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중도층 확장 문제다. 청년층의 지지세가 더 높지만 완전한 신뢰를 보내는 상황은 아닌데?

▲호남에 공들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른 시일 내에 서울, 경기에 집중할 생각이다. 30·40대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다. 또 서울·경기서 민주당과 박빙이었던 곳이나, 박빙으로 예상되는 지역을 위주로 뛰어다닐 생각이다. 청년정책을 정부서도 많이 지원하고 있는데, 사실 30·40대를 위한 정책이 별로 없다.

창당 권력 잡기 위해서라면 의미 없어
이념에 갇히지 않고 국민만 생각해야

이분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게 어떤 것들이 있는지 생각하고 그분들께 직접적인 정책 지원을 할 수 없다면, 피부에 와닿는 육아 등의 분야에 신경쓰려고 한다.

-김 대표가 민생 해결사라는 슬로건을 걸고 민생을 챙기려는 모습은 보인다. 다만 주목도가 좀 떨어지는 듯하다

▲안정적인 리더십을 갖고 계신 분이다. 지금은 당과 정부가 잘 협력하는 데 도움을 주는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싶다.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둔 시기다. 이제 막 100일이 됐다. 쉬운 부분을 뒤로 하고 지금부터 노력할 필요가 있다. 다만 국민의힘이 너무 개성 있게 치고 나가면 당과 정부 사이서 불협화음이 발생할 수 있다. 그것 또한 국민에게 좋지 않은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지도부에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들었다. 젊은 기업 대표 등을 영입하려는 움직임이 있던데?

▲정치권서 국민의 민생, 사업하는 분들이 겪는 고초를 완전히 체감하기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사람은 다 자기가 처한 환경서 느끼기 마련이다. 우리나라 정치구도 자체가 정쟁에 너무 많이 매몰돼있다고 느끼곤 한다. 국민의힘도 민주당하고만 싸운다.

국민들은 하루하루 자기 생계에 치열하다. 정치권은 이 부분서 상당히 동떨어져 있다. 이런 분들이 들어와서 국민은 이런 건 관심없다고 이야기하고, 진짜 중요한 게 뭔지 이야기하는 게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네거티브적인 부분이 아니라 정책적인 면에서 정쟁이 있어야 하지 않겠나?

▲맞다. 잠을 못 잘 정도로 화가 난다. 사는 문제만큼은 절대로 정쟁화되선 안 된다. 정치권서 해야 할 일은 사안을 갖고 싸울 게 아니다.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가 대표적이다. 과학적 근거로 방류가 적합한지, 국민건강에 해로운지 아닌지 양당이 같이 몰두해야 하는데 오염수 하나로만 싸우고 있다.

민주당은 일본 후쿠시마산 수입을 반대한다고 외치고 있는데 실제로 한 번도 수입된 적이 없는 걸 반대한다고 있는 꼴이다. 이러면 국민이 불안해서 수산물을 먹지 않는다. 민심과 동떨어진 정치를 하고 있다고 느낀다. 총선이 300일도 채 남지 않았다. 양당을 떠나 네거티브 정쟁만 할 게 아니고 확실한 정책을 보여줘야 국민이 선택해 주신다. 

-무당층이 많아졌고, 이를 바탕으로 최근 창당 소식이 자주 들려온다. 현역 의원들도 창당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창당이라는 건 결국 무당층을 보고 자신들의 이해를 위해 가고자 하는 게 아닐까? 국민 눈에 이런 게 보이면 결국 백전백패다. 본인들도 기존의 정치권에 있는 인물과 똑같은 모습으로 국민에게 비칠 경우, 창당해도 가치와 의미가 없다. 창당이 두 개의 거대 양당서 느낄 수 없는 순수함, 국민만 바라본다는 메시지를 보여준다면 모를까? 결국 권한이나 권력을 잡기 위한 창당은 전혀 의미 없는 일이다. 

-앞으로 어떤 정치를 하고 싶은가?

▲보수라는 이념이 우리 국가 발전이나 국민의 행복에 더 부합하다고 생각하는데, 이게 바로 국민의힘에 몸담은 이유다. 하지만 이념에 갇히지 않고 오로지 국민을 위한 게 무엇인지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볼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 국민의힘이 특정 지역, 특정 세대로부터 미움받거나 인정받지 못한 부분을 탈피하도록 하겠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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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