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대담> 답답한 연금 해법을 묻다 - 허준수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폴리페서에 책임 있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현재 한국의 연금 기금 적립액은 1000조원으로 세계 2위 수준이다. 젊은 세대들 사이에선 다가올 미래에 기금 고갈로 인해 연금을 받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불안함이 퍼져 있다. 이에 대해 허준수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고갈된 이후의 대처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고갈은 문제가 아니다. 정치권의 이해관계가 문제다.” 사회복지학과 숭실대 허준수 교수는 정치권의 이해관계로 연금개혁이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일요시사>가 허 교수를 만나 현 국민연금 제도의 문제점, 개선책 등에 대해 물었다. 다음은 허 교수와의 일문일답. 

-한국의 공적연금 종류는?

▲한국의 공적연금 제도는 전 국민이 가입하고 있는 국민연금과 특수직역연금으로 구분돼있다. 국민연금(89.2%)은 1998년부터 시작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 특수직역연금(11.7%)에는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사학연금 등이 있으며 소수의 관련 직군 종사자들이 가입한다. 국민연금은 적게 내고 적게 받는 반면, 특수직역연금은 많이 내고 많이 받는 구조다. 

-2030년 연금제도가 시한폭탄이 된다는 우려가 많다

▲사실 ‘시한폭탄’이라기보다는 연금 기금의 ‘고갈 시점’이라고 써야 한다. 공적연금 종류에 따라 기금의 고갈시점이 다르다. 예를 들어 국민연금의 경우, 현행제도 유지 시(국민연금 재정 추계 위원회 추계 결과) 적립 기금은 2040년까지 증가해 최대 1755조원에 이르고 2055년까지 유지된다. 현재 1000조원 정도 적립 기금이 있는데 이게 고갈되는 것이다. 

-한국은 연금 규모가 1000조원으로 세계 2위 수준이다. 그럼에도 기금 고갈서 자유롭지 못한 이유는?

▲인구의 고령화와 기대수명 증가로 수급자가 증가해서다. 한국의 고령화는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이다.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전체 인구서 차지하는 비율인 고령화율은 2045년 30%에 달할 예정이다. 기대수명 역시 1970년 61.7세서 지난해 83.8세로 증가했다. 기대수명이 증가하면 고령인구도 빠르게 급증한다. 현재 2020년 기준 국민연금 수급자가 532만명인데, 앞으로 2055년이 되면 2119만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연금 기금이 고갈된다고 해서 당장 문제가 발생하는 건 아닌가?

▲핵심은 기금이 고갈된다고 해서 문제가 당장 닥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미리 대비하면 된다. 언론에 언제 받을지도 모르고 맨날 기금은 고갈된다고 짚는데, 이건 잘못된 보도다. 기금의 적립 방식이나 부과 방식은 한국이 전 세계 1등 수준이다. 

-국민연금 기금의 문제는 뭔가?

▲출생율이 감소하고 고령인구가 증가하고 있다. 연금 수급자는 증가하고, 연금 납부자들은 감소하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다. 경제 성장률도 둔화 중인데 연금 조성 재원이 줄고 있다는 뜻이다. 결국 연금개혁이 필요하다. 

-결국 저출생 문제가 연금 문제까지로 이어지는 건가?

▲복지 선진 국가라고 하는 나라는 대부분 부과식을 많이 선택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꺼내서 쓴다는 느낌인데 이 방식이 한국 정서에는 딱 맞다. 해외는 이미 기금이 고갈된 상황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노동자가 낸 세금과 정부의 기여금을 통해서 현재 연금 수급자에게 지원한다.

미국이나 유럽 같은 경우에는 합리적인 이민정책을 통해 노인 인구 고령화 속도를 늦춘다. 연금은 결국 비율 싸움으로 젊은 사람이 많으면 된다. 미국의 고령화 수준은 한국보다 높은데 전체로 따지면 젊은 층이 훨씬 많다. 그 이유는 1년에 100만명씩 이민자들을 외국서 수혈해오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전체적인 생산 가능 인구가 확 늘었다. 

-한국은 적립식을 택하고 있다

▲적립식 방법을 택한 나라는 미국, 캐나다, 호주다. 이들 국가는 연금 재정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이 방법을 취하고 있지만, 부과식도 일부 혼합하고 있다. 부과식만 하는 나라는 독일, 스웨덴, 일본이다. 독일, 스웨덴은 흔히 복지 국가로 불린다.

저출생으로 조성 재원 줄어들 것
과감하게 소득대체율 부과 높여야

독일은 보험료율이 18% 정도로, 연금 역사가 가장 길다. 부과식과 함께 재정 분배 기능을 통해 운용한다. 한국은적립식 방법을 택하고 있는데, 젊은 세대의 걱정을 덜기 위해서는 부과식으로 하면 된다. 사실 기금 고갈이 문제가 아니라 여기저기 많이 쓰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계성을 확보하지 않아 문제다. 

-연금 고갈 이후에는 어떻게 되나?

▲지금부터 23년 후까지는 탄탄하다. 5년마다 재정을 재계산해서 필요한 부분을 어떻게 채울까 사회적으로 논의하면 된다. 완전히 소진되면 부과식 방법을 채택해야 한다. 외국의 경우 1인 1연금 제도로 가령, 가구에 4명이 있고, 노동시장서 일을 하면 4개의 연금이 있는 셈이다.

한국은 연금의 역사가 짧아 고령층은 연금이 아예 없거나 받을 수 있는 돈이 있기는 하지만, 많지 않다. 그분들에게는 연금의 이동을 보장하지 않았다. 

A라는 산업서 B로 이동하면 중간에 정산하도록 하는 시스템이었다. 이 이후로 납부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노년기에 접어드니 받는 돈이 없다. 한국은 연금 수급자 30%를 제외하고, 소득 하위 70%에 대해 정부가 기초연금을 지급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기초연금으로 20조원을, 국민연금은 30조원을 지출했다. 합치면 50조원 규모로 2021년 50만원서 60만원까지 증가했다. 가입자가 점점 늘어나는데 이렇게 되면 기초연금을 줄일 수 밖에 없다. 정치권에서는 이 부분에 대해 진실하게 이야기하지 않는다. 

-특수직역연금의 기금 대부분은 이미 고갈된 상황이다

▲공무원연금은 2001년 이미 고갈됐다. 2001년 처음 투입한 보전금은 현재 5조원 규모다. 군인연금은 1973년에 고갈이 된 상황이고, 올해 국고 약 3조원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학연금은 2049년 고갈 예정이다. 변수는 기금 투자의 수익률이다. 투자 수익률이 1%p 높아지면 기금 소진을 2년 늦출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연금 보험료율 2%p 인상과 동일한 효과다. 최근 20년 투자 수익률은 연평균 4.5% 정도다.

-어느 부분을 먼저 개선해야 하나?

▲보험료율이다. 한국은 가입자의 기준소득월액에 9% 보험료율을 부과하고 있는데, 다르게 이야기하면 기여율이다. 사용자가 4.5%, 노동 4.5%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또 소득대체율이라는 게 있다. 연금 수급자가 돼 과거 근로 노동 기간에 있던 급여서 소득을 얼마나 대체해 연금으로 받을 수 있는지다. 100만원을 벌었으면 40만원을 받는다. 

고갈 후 부과식 채택해야
정치적 이해관계로 실패

현재 국민연금 10년 이상 가입자의 평균 연금 수준은 60만원 전후인데 이 정도로는 소득 보장을 하지 못한다. 결국 기여율, 소득대체율을 인상하고, 수급 연령 인상, 연금액을 정하는 노력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연금제도가 안정적으로 운용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계획과 재정적 지원이 요구된다.

또, 공적연금 기금이 고갈되는 경우 기금을 적립하는 방식이 아니라 대부분 복지 국가라고 불리는 나라서 활용하는 부과 방식으로 개편해야 한다. 

-해외는 한국과 어떤 점이 다른가?

▲독일의 경우 보험료가 19.5%, 덴마크는 18%, 스웨덴은 16.5% 정도로 굉장히 많이 낸다. 소득 대체율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는 셈이다. 물론, 많이 내는 만큼 돌려받는다. 한국의 국민연금과 외국 연금의 차이는 총가입 기간이다. 한국은 남성, 여성 노동자가 대부분 25세를 전후해 노동시장에 진출했다가 45~50세 전후로 빠진다.

전체적인 정년 연령은 60세지만 대부분 50대에 일자리서 나오게 된다. 그러다 보면 월급이 적어져 기여금이 줄어들고, 실업이 생기기도 한다.

외국은 연금의 역사가 100년 이상 된다. 대부분 일자리도 정년이 보장돼있어 퇴직 시 국민연금으로 받는 소득이 굉장히 높다. 그에 반해 한국은 일하는 기간이 20년 내외인 데다, 주 일자리서 나왔을 겨우 3대 업종으로 빠지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총 소득 및 가입 기간도 짧아질 수밖에 없다. 즉, 국민연금이 노후 소득 보장의 주된 역할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소득대체율 상향 조정이 필요하다는 소리인가?

▲그렇다. 2021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연금보고서에 의하면 공적연금 소득대체율이 OECD 회원국 평균은 42.2%고, 한국은 31.2%로 11%p가 낮은 셈이다. 한국의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은 40% 정도로 알려져 있다. 이는 40년 가입 시 기준으로 대부분의 가입자들은 여기에 미치지 못한다. 소득대체율이 낮은 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출산 ▲군복무 ▲실업 크레딧 등 사회적 경제적 연금 약자에게 가입 기간을 추가로 인정하는 제도를 강화하고, 저소득자에 대한 국가 보험료 지원도 늘려야 한다. 

-연금의 가입 기간과 가입 대상도 고려할 사안으로 보인다

▲가입 기간, 가입 대상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 외국 연금 가입자의 정년 연령은 65세 전후다. 앞서 언급했듯이 한국의 정년 연령은 60세 미만이 대부분으로 외국보다 가입 기간이 현저하게 낮은 편이다. 가입 대상 확대는 국민연금 재정 안정을 위해 중요한 정책 방안인데 가입자는 고령화로 인해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가입 대상을 확대하면 국민연금의 재정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데 형평성 측면서도 중요하다. 국민연금 가입자는 소득이 높은 사람이 많다. 가입 대상 확대를 통해 소득이 낮은 사람도 가입하도록 하면 형평성을 높일 수 있다. 이를 위해 저소득 노동자의 사회보험료 지원 대상을 확대(현재 10인 미만 사업장에만 적용)하고, 앞으로는 저소득 계층의 보험료를 중앙정부가 소득계층별로 지원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역대 정부서도 계속 연금개혁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는데?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이다. 연금개혁이 굉장히 복잡하고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건 사실이다. 여야가 협력해야 가능한 부분으로 협치를 해야 한다. 서로 공방만 벌이기 때문에 번번이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1988년 처음 연금개혁을 띄웠을 때, 소득 대체율이 너무 높게 설정됐다면서 손을 댔다. 다음 주자가 노무현정부때였는데, 소득 대체율이 하락해 50%까지로 올리려고 했다.

노인만을 위한 제도 아냐
50년, 100년 뒤 미래봐야

하지만, 여야의 대립이 강했고 이 때문에 기초연금이라는 것을 만들었다. 국민연금이 없는 사람들에 대해… 결국 핵심적인 제도 개선이 아닌, 땜질 처방한 것인데 현재 그게 30조원이 돼버린 것이다. 문재인정부서도 연금개혁을 하겠다며 소득 대체율을 올리고 내리는 방식 등의 네 가지 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단순히 방안만 제시하는 데 그쳤다. 

-윤석열정부도 연금 개혁을 띄웠다

▲윤석열정부 들어 국회 차원서 연금개혁 특별위원회 산하 민간자문위원회를 만들었다.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모았지만, 합의문 도출도 하지 못했고 그동안 논의 경과만 정리한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한쪽은 보험료와 소득 대체율을 높여 온전히 노후 보장을 하도록, 다른 한쪽은 소득 대체율도 40%로 줄이고 보험료율도 줄이자는 입장이 팽팽하게 맞섰다.

다만 수급 개시 연령이 2023년 63세, 2033년 65세 등으로 상향 조정되는 만큼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인식은 공유했었다. 국민적 저항과 경제 상황도 개혁을 좌우하는 부분으로 국민의 이해와 협조가 필요하다. 보험료 인상이나 수급 연령 상향 등 국민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내용이 많아 저항에 부딪히기 쉽다. 

-여야 합의가 필요한 것 아닌가?

▲정치적 이해관계를 탈피해서 50년, 100년 뒤 미래를 봐야 한다. 초저출생의 초고령화 사회서 아이들도 줄어들고 노동자도 사라진다. 노인이 많아지면 정부가 감당할 수 없는데 돌파구는 국민연금을 안정화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정치권이 좀 더 솔직해졌으면 좋겠다. 고갈 이야기만 하지 않고 책임져야 할 사람들, 자문위원회에 있는 사람들이 연금을 기획했던 사람들인데, 이들 폴리페서(Politicsfessor, 현실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교수)들에게 책임이 있다. 연금 기금의 고갈, 노후 소득 보장, 노인 빈곤, 저출생 인구 고령화 등이 함축적으로 섞여 있는데, 이를 국민에게 잘 설명해야 한다. 연금은 지금의 노인 세대만을 위한 게 아니다. 미래에 노인이 될 세대와 태어나지 않은 미래 세대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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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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