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대담> ‘바보’ 소리 듣는 천하람 순천갑 당협위원장

“이재명 없어도 이길 수 있나”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이제는 전국구로 불린다. 국민의힘 전당대회서 깜짝 등판해 인지도가 부쩍 높아진 국민의힘 천하람 순천갑 당협위원장 이야기다. 그는 늘 개혁을 외치는 남자다. 이젠 거리로 나서면 하나둘얼굴을 알아볼 정도다. 전남 순천을 고향처럼 생각하는 인물이다. KBS 프로그램 <6시 내고향>을 보듯이 느끼는 따뜻한 정과 정서도 좋지만, 최근 순천 시골에 사람이 없는 것을 마음 아파하는 남자기도 하다. 

“당 주류에 ‘팔로워’만 잔뜩 남은 느낌이다.” 국민의힘 천하람 순천갑 당협위원장이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민심의 관심을 받는 이들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요시사>가 천 위원장에게 최근 근황 및 국민의힘 총선 전략 등을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최근 근황은?

▲서울서 진행 중이던 고정 방송 출연을 대부분 없앤 후로 순천에 있는 시간이 확 늘어났다. 순천만정원박람회에 참석하고 있다. 전국 각지서 손님이 많이 온다. 종일 슈트를 입고 박람회를 누비고 있다. 순천갑당협위원장으로서 지역행사를 챙기는 등 나름 바쁜 하루를 보내는 중이다. 순천이 요즘 정치적으로도 ‘핫’한 지역이라 일이 많다. 

-천하람에게 순천은 어떤 곳인가?

▲한마디로 ‘정치적 고향’이다. 순천 유권자는 수준이 높고 매우 열려있는 도시다. 사실은 그래서 순천으로 온 것이다. 같은 당 이정현 전 의원을 두 번이나 뽑아줬다. 더불어민주당이라고 해서 무조건 뽑아주는 곳이 아니다. 순천은 인구 28만명 정도로 작은 도시가 아니다.


눈여겨볼만한 점은 큰 도시임에도 서로를 다 안다는 것이다. 인물에 대한 평가도 정확하고 빠르게 나온다. 실수라도 하면 바로 아웃이다. 도농 복합지역이라는 것도 좋다. 내 스스로 농촌의 정서를 아는 몇 안 되는 젊은 정치인이라고 생각한다.

요새 젊은 정치인 대부분은 광역시서 정치를 하려고 한다. 순천서 호남의 정서를 배웠고, 농촌, 지역사회 정서까지 느낄 수 있다는 게 좋다. 호남서도 능력과 의지만 있다면 연고가 없어도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는 게 가능하다.

-순천서 활동하면서 느끼는 점은?

▲<6시 내고향> 같은 정서가 있지만 실제로는 쇠락한 게 마음 아프다. 서울은 사람이 없다는 게 별로 와닿지 않는다. 농촌에 가보면 진짜 사람이 없다. 한 집 건너 세 집이 빈 집일 정도다. 아들을 데리고 가끔 순천 시골 지역을 돌아다니면 아이를 본 게 몇 년 만인지 모르겠다 이런 분들도 계신다.

청년 회장이 69세다. 한 세대만 더 지나면 사람이 있기는 할까 우려된다. 진짜 소멸이라는 게 과도한 얘기가 아니다. 10년 후에 이 마을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든다. 걱정이다.

-당내 이야기를 안 물어볼 수 없다. 최고위원 2명이 징계를 받은 뒤 국민의힘이 잠잠해진 것 같다

▲헛소리 하면 날아간다는 걸 느껴서 조심할 수밖에 없을 거다. 문제는 조심하는 건 좋은데, 이제 메시지가 없다. 지도부가 탄생하고 도대체 뭘 했는지를 모르겠다. 지도부가 탄생한 지 벌써 세 달 가까이 돼간다. 사고 친 것만 기억난다. 황우여 전 환경부 장관도 조용히만 있는 게 국민의힘의 목표냐고 일갈했다.


순천, 유권자 수준 높고 열려있는 지역
“용산과 소통하며 조금씩 차별화해야”

그럴 수도 있긴 하다. 지금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좀 올랐음에도 60%가 되는 게 아니다. 다음 총선을 잘 치르려면 확장을 해야 하고 득점이 필요하다. 누굴 때리는 것보다는 말과 글로. 좀 걱정스럽다. 새로 뽑는 최고위원도 결국 김기현 대표와 잘 맞는 ‘친윤’으로 간다. 결국 김남국 사태 같은 것만 기다리는 꼴이다. 그게 국민의힘의 전략이다. 

-지도부가 이렇게까지 조심스러워하는 이유는?

▲국민의힘을 취재하시는 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당 대표 이야기를 듣기 어렵다는 말들이 들린다. 김 대표가 백브리핑도 잘 안 하려고 하고, 언론 인터뷰도 안 한다. 쉽게 이야기해서 김 대표가 당 대표가 된 이후 하려는 무언가가 안 보인다는 거다. 그냥 윤 대통령을 조용히 보좌하는 건가 싶을 때도 있다.

결국 필요한 것은 당 대표의 방향성이다. 정무수석 공천 개입 의혹 사태가 있었을 때 빨리 총선 기획단을 꾸리던 공천룰을 바꾸겠다는 등 대책을 내놨어야 했다. 말 그대로 지금은 데미지 컨트롤만 하는 것과 다름없다. 정치는 위기가 곧 기회다. 일이 터졌을 때 어떻게 돌파하겠다는 계산을 해야 하는데 그런 점이 너무 아쉽다. 

-결국 용산과 갈등이 언젠가 한 번쯤은 터지는 거 아닌가?

▲윤 대통령과 소통하면서 조금씩 차별화를 꾀하는 게 방법이다. 갑자기 대통령과 선을 긋는다고 하면 배신의 정치가 바로 튀어나온다. 그렇게까지는 아니더라도 대신 용산과 소통을 이어가면서 이 부분은 조금 다른 목소리를 내겠다. 당 자체적으로 이런 것을 좀 하겠다하는 부분이 필요하다.

‘그게 없다’는 식으로 가면 용산에서는 당 대표가 독자적으로 뭔가 할 거라는 생각 자체를 별로 안 할 것이다. 오히려 뒤통수 맞는 기분이 더 커진다. 공천 시즌이 되니까 갑자기 각을 세우냐는 식일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만의 어젠다를 지금이라도 차근차근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 

-다행스러운 점은 내년 총선서 캐스팅 보트로 불리는 2030세대가 김남국 의원 코인 사태 이후 다시 옮겨가는 모양새다. 이전만큼 청년층을 견고하게 할 추진력을 발휘해야 할 텐데?

▲국민의힘으로 오는 2030세대의 문제는 공고하지 않다는 점이다. 사실 그렇게 많이 왔는지도 잘 모르겠다. 당장 민주당이 꼴 보기 싫으니까 여론조사 전화 오면 국민의힘을 선택하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분들은 여전히 스윙이다. 추진력도 중요한데, 신뢰할 수 있는 메신저가 당내에 잘 안 보인다.

예를 들면 천원 밥상 정책은 사실 큰 반향이 없었다. 복지청책이라는 건 필요한 사람 말고는 관심이 없다. 2030 표심은 싸구려가 아니다. 전체적으로 정치를 잘하고 소신 있고, 합리적으로 하면서 뭔가 해주려고 하네 느낄 때 표가 온다. 지금 2030이 봤을 때 참신하거나 상식적이지 않을 것이다. 고작 저런 이유로 찍어주지 않는다는 소리다. 

-2030에게 인기 받았던 인물을 활용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래도 이제 어지러운 상황은 조금 지났다. 아쉬운 건 지금도 당의 리더급이라는 인물을 다 못 써먹고 있다는 점인데 오히려 멀리하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을 상임고문직서 해촉했고, 유승민·나경원 전 의원,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국면서 멀어졌다.

중량급 인물과 컬래버레이션 전혀 없어 
인재풀 민주당에 비해 뒤진 측면 있어

이준석 전 대표도 마찬가지다. 사실은 주요한 스피커들이 김 대표와 협업할 상황이 아니다. 김 대표와 어떤 의미서든 척을 지고 있다. 김 대표가 ‘연포탕’이라고 발언했지만 솔직히 잘 모르겠다. 국민의힘 정치를 하면서 홍 시장, 유·나 전 의원, 안 의원, 이 전 대표 등 차·포를 다 떼고 정치하겠다는 것과 다를 게 뭔가?

-언급한 인물들은 민심이 강한 축에 속한다

▲민심에 강하고, 나름대로 대중이 다 잘 알고 주목하고, 공감하는 사람들이다. 다 떨어져 나가니까 지금은 당 주류에 ‘팔로워’만 잔뜩 남은 느낌이다. 윤핵관이라는 사람들도 원래 당의 리더가 아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역할이 조연, 보좌역 같은 느낌이 짙다.

김 대표도 대중적으로 스피커 파워가 센 느낌은 아니다. 그러다 보니 국민에게 국민의힘이라는 당 자체가 사고를 치는 거 말고는 뭘 하는지 잘 모르게 된다. 이슈가 될만한 사람들과 협업해야 하는데, 그런 컬래버레이션이 없다. 하다 못해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홍 시장을 찾아갔다. 꼭 그러라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이제는 총선을 대비해야 할 시점이다. 반사이익에만 기대려는 경향이 보이는데?

▲이재명 없는 민주당에 이길 수 있어야 한다. 기본적으로 지도부는 선거를 치를 때 이념적으로, 지역적으로, 세대적으로 확장해야 한다. 이 부분과 더불어 기존 국민의힘 지도부서 갖고 있는 인적 구성만으로 쉽지 않다고 여겨지면 다른 전략을 고심할 필요가 있다. 차라리 인재 영입을 빨리 시작하는 게 방법이다.

당내 분란이 생기겠지만, 우리 당의 인재풀은 민주당에 비해 뒤진 면이 있다. 최근까지 민주당이 여당이었기 때문에 문재인정부는 청와대, 구청장, 행정 등을 하면서 인재풀이 확 수혈됐었다. 국민의힘이 이번 지방선거는 이겼지만 오랜 기간 선거를 지다 보니 박근혜정부 때 하던 인물이 그대로 남은 경우가 많다. 

수도권 선거는 바람도 중요하지만, 인물 경쟁력도 중요하다. 본격적으로 실행에 옮길 시점이다. 당협위원장, 현역 의원들이 반발할 게 뻔하지만, 아무것도 안 하고 있을 수는 없다. 당장은 그런 움직임이 있진 않다. 

-인재 영입 외에 필요한 부분은?

▲진정성이다. 쉽게 이야기해 영남서 공천만 받으면 되는 사람이 하는 정치랑은 달라야 할 것이다. 국민의힘은 좀 더 다양한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특히 수도권, 충청권의 원외서 활동하는 인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이런 창구가 잘 마련돼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호남은 말할 것도 없어서 걱정이다. 특히 수도권 당협위원장들 같은 경우는 수도권 민심이 안 좋은 것에 관해 어디 가서 말할 데가 없다. 게다가 괜히 말했다가 공천 잘릴까 봐 이런 걱정들을 하고 계신다. 

-대전략을 세워야 하지 않나?

▲국민의힘이 비례대표 공천에 있어 테마가 뭔지, 비례대표가 국회에 들어온 뒤 다음 번 총선에 지역구로 나갈 만한 인재를 뽑을 건지 정해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4년간 의정활동만 잘할 진짜 전문가들, 비례 장사하려는 사람을 빼고 고려해야 한다. 지금은 아무것도 안 하고 있을 수 없는 시기다.

공천에 테마가 뭔지 정확히 설정해야
비수도권 대표할 리더급 정치인 될 것

불신도 높은데 국민이 참여할 수 있는 형태로 바꿔볼 수도 있을 것이고, 안정적인 지역서 컷오프가 발생했을 때 좀 더 창의적으로 잘 채워볼 수 없을지 고민할 때다. 무조건 경선하라고 하면 싸움만 난다. 조직력만 가진 지방 호족같은 인물이 올라오니까 당직자, 보좌관 등 여의도서 잘 훈련받은 사람을 지역으로 내려보낼 방법은 없을까 등 고민거리는 많다. 

-국민의힘이 하루하루 넘기기 급급해 보인다

▲여당이니까 정책적인 드라이브는 아무래도 정부가 주도할 수밖에 없다. 요즘 정치개혁 이런 것도 늘 국민이 관심 많은데 국민의힘의 안은 도대체 뭔가 알기 어렵다. 사실은 정당도 생각보다 어젠다나 주도권을 갖고 올 수 있는 부분이 있다. 단순히 이재명·김남국 때리기만으로는 떨어지는 감을 주워 먹을 수 있을지 몰라도 확장적으로 가기는 쉽지는 않다.

-늘 개혁이 필요하다고 외치는 인물 중 한 명이다. 전당대회 때도 개혁을 말하면서 민심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이 민심을 더 잡으려면?

▲맞다. 전략 자체가 민심을 움직여 당심을 따라오게 하려는 전략이었다. 민심이 반영되지 않는 선거다 보니 잘 먹히진 않았다. 인지도나 신뢰도가 낮아서다. 이 전 대표처럼 파괴력이 없었던 시절이다. 그렇지만 수치상으로 1등을 한 여론조사도 꽤 많이 나왔다.

그러나 대구·경북(TK) 당원, 국민의힘 지지자도 결국 이기는 선거를 원한다. 나도 대구가 고향이지만 우리 당은 맨날 수도권서 죽을 것 같을 때 대구 가서 ‘제발 살려달라, 낙동강 전선을 지켜달라, 개헌 저지선을 지켜달라’고 말한다. 대구가 왜 국민의힘을 지켜줘야 하나? 국민의힘이 대구를 위해서 열심히 일해야지. 

TK라고 해서 무조건 표를 맡겨 놓은 게 아니다. 국민의힘 당원도 당이 안정적이고 분란 없이 돌아가기를 바라지만, 이기기를 바라는 마음은 같다. 결국 당원을 괴리시키지 않는 선에서 민심 지향적으로 갈 수밖에 없다. 민주당도 개딸(개혁의 딸) 이야기를 안 들을 수 없다. 그런데 개딸 이야기만 들으면 망한다. 어느 정도는 같이 가면서 민심 지향적으로 가야 한다. 

-이런 상황 속에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오름세를 보였다

▲모든 게 다 연동돼있다. 신뢰의 문제인데 민주당이 신뢰를 많이 잃은 상황이다. 민주당이 중도층의 신뢰를 많이 받았다면 정부를 때리는 게 힘이 실린다. 지금은 발목 잡는 수준이다. 2020년 총선을 치를 때도 문재인정부에 대한 인식이 좋지만은 않았다. 지지율은 괜찮았지만.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도 터지고, 부동산도 급등했지만 미래통합당에 신뢰가 낮으니까 잘한다며 선택받지 못했다. 민주당도 지금 마찬가지다. 윤 대통령을 임기 초반부터 세게 때리고, 김건희 여사를 악마화하고, 검찰공화국이다, 독재다 같은 센 이야기를 쏟아냈다.

그런데 이건 어느 순간 질리게 된다. 지금이 검찰 독재면 자기들이 어떻게 정치를 하고 있겠나. 국민이 이제 좀 질리신 것이다. 민주당도 도덕적이지 않으면서 돈봉투, 김남국 사태가 터지는 위선적인 행태를 보인다. 이런 게 좀 도움이 됐다고 본다. 

-다음 계획은 뭔가?

▲젊고 머리가 잘 돌아갈 때 국회의원으로 활동해보고 싶다. 원외서 할 수 있는 것은 많이 했다. 원외 정치인으로서 과분할 만큼 많은 관심을 받았다. 구상한 것들로 원내서 정치해보고 싶은 마음이 크다. 또 이걸 넘어 비수도권을 대표하는 정치인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근래에 많이 든다.

경제적 부분은 수도권에 집중된 지 이미 오래다. 비수도권은 상대적으로 조금 폐쇄적인데 이대로 가다가는 정치권서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게 퇴색된 구호가 될지 모른다. 이런 부분에 관심을 갖고 비수도권의 현실을 제대로 알고 이야기할 리더급 정치인이 되고 싶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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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