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대담> ‘바보’ 소리 듣는 천하람 순천갑 당협위원장

“이재명 없어도 이길 수 있나”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이제는 전국구로 불린다. 국민의힘 전당대회서 깜짝 등판해 인지도가 부쩍 높아진 국민의힘 천하람 순천갑 당협위원장 이야기다. 그는 늘 개혁을 외치는 남자다. 이젠 거리로 나서면 하나둘얼굴을 알아볼 정도다. 전남 순천을 고향처럼 생각하는 인물이다. KBS 프로그램 <6시 내고향>을 보듯이 느끼는 따뜻한 정과 정서도 좋지만, 최근 순천 시골에 사람이 없는 것을 마음 아파하는 남자기도 하다. 

“당 주류에 ‘팔로워’만 잔뜩 남은 느낌이다.” 국민의힘 천하람 순천갑 당협위원장이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민심의 관심을 받는 이들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요시사>가 천 위원장에게 최근 근황 및 국민의힘 총선 전략 등을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최근 근황은?

▲서울서 진행 중이던 고정 방송 출연을 대부분 없앤 후로 순천에 있는 시간이 확 늘어났다. 순천만정원박람회에 참석하고 있다. 전국 각지서 손님이 많이 온다. 종일 슈트를 입고 박람회를 누비고 있다. 순천갑당협위원장으로서 지역행사를 챙기는 등 나름 바쁜 하루를 보내는 중이다. 순천이 요즘 정치적으로도 ‘핫’한 지역이라 일이 많다. 

-천하람에게 순천은 어떤 곳인가?

▲한마디로 ‘정치적 고향’이다. 순천 유권자는 수준이 높고 매우 열려있는 도시다. 사실은 그래서 순천으로 온 것이다. 같은 당 이정현 전 의원을 두 번이나 뽑아줬다. 더불어민주당이라고 해서 무조건 뽑아주는 곳이 아니다. 순천은 인구 28만명 정도로 작은 도시가 아니다.


눈여겨볼만한 점은 큰 도시임에도 서로를 다 안다는 것이다. 인물에 대한 평가도 정확하고 빠르게 나온다. 실수라도 하면 바로 아웃이다. 도농 복합지역이라는 것도 좋다. 내 스스로 농촌의 정서를 아는 몇 안 되는 젊은 정치인이라고 생각한다.

요새 젊은 정치인 대부분은 광역시서 정치를 하려고 한다. 순천서 호남의 정서를 배웠고, 농촌, 지역사회 정서까지 느낄 수 있다는 게 좋다. 호남서도 능력과 의지만 있다면 연고가 없어도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는 게 가능하다.

-순천서 활동하면서 느끼는 점은?

▲<6시 내고향> 같은 정서가 있지만 실제로는 쇠락한 게 마음 아프다. 서울은 사람이 없다는 게 별로 와닿지 않는다. 농촌에 가보면 진짜 사람이 없다. 한 집 건너 세 집이 빈 집일 정도다. 아들을 데리고 가끔 순천 시골 지역을 돌아다니면 아이를 본 게 몇 년 만인지 모르겠다 이런 분들도 계신다.

청년 회장이 69세다. 한 세대만 더 지나면 사람이 있기는 할까 우려된다. 진짜 소멸이라는 게 과도한 얘기가 아니다. 10년 후에 이 마을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든다. 걱정이다.

-당내 이야기를 안 물어볼 수 없다. 최고위원 2명이 징계를 받은 뒤 국민의힘이 잠잠해진 것 같다

▲헛소리 하면 날아간다는 걸 느껴서 조심할 수밖에 없을 거다. 문제는 조심하는 건 좋은데, 이제 메시지가 없다. 지도부가 탄생하고 도대체 뭘 했는지를 모르겠다. 지도부가 탄생한 지 벌써 세 달 가까이 돼간다. 사고 친 것만 기억난다. 황우여 전 환경부 장관도 조용히만 있는 게 국민의힘의 목표냐고 일갈했다.


순천, 유권자 수준 높고 열려있는 지역
“용산과 소통하며 조금씩 차별화해야”

그럴 수도 있긴 하다. 지금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좀 올랐음에도 60%가 되는 게 아니다. 다음 총선을 잘 치르려면 확장을 해야 하고 득점이 필요하다. 누굴 때리는 것보다는 말과 글로. 좀 걱정스럽다. 새로 뽑는 최고위원도 결국 김기현 대표와 잘 맞는 ‘친윤’으로 간다. 결국 김남국 사태 같은 것만 기다리는 꼴이다. 그게 국민의힘의 전략이다. 

-지도부가 이렇게까지 조심스러워하는 이유는?

▲국민의힘을 취재하시는 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당 대표 이야기를 듣기 어렵다는 말들이 들린다. 김 대표가 백브리핑도 잘 안 하려고 하고, 언론 인터뷰도 안 한다. 쉽게 이야기해서 김 대표가 당 대표가 된 이후 하려는 무언가가 안 보인다는 거다. 그냥 윤 대통령을 조용히 보좌하는 건가 싶을 때도 있다.

결국 필요한 것은 당 대표의 방향성이다. 정무수석 공천 개입 의혹 사태가 있었을 때 빨리 총선 기획단을 꾸리던 공천룰을 바꾸겠다는 등 대책을 내놨어야 했다. 말 그대로 지금은 데미지 컨트롤만 하는 것과 다름없다. 정치는 위기가 곧 기회다. 일이 터졌을 때 어떻게 돌파하겠다는 계산을 해야 하는데 그런 점이 너무 아쉽다. 

-결국 용산과 갈등이 언젠가 한 번쯤은 터지는 거 아닌가?

▲윤 대통령과 소통하면서 조금씩 차별화를 꾀하는 게 방법이다. 갑자기 대통령과 선을 긋는다고 하면 배신의 정치가 바로 튀어나온다. 그렇게까지는 아니더라도 대신 용산과 소통을 이어가면서 이 부분은 조금 다른 목소리를 내겠다. 당 자체적으로 이런 것을 좀 하겠다하는 부분이 필요하다.

‘그게 없다’는 식으로 가면 용산에서는 당 대표가 독자적으로 뭔가 할 거라는 생각 자체를 별로 안 할 것이다. 오히려 뒤통수 맞는 기분이 더 커진다. 공천 시즌이 되니까 갑자기 각을 세우냐는 식일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만의 어젠다를 지금이라도 차근차근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 

-다행스러운 점은 내년 총선서 캐스팅 보트로 불리는 2030세대가 김남국 의원 코인 사태 이후 다시 옮겨가는 모양새다. 이전만큼 청년층을 견고하게 할 추진력을 발휘해야 할 텐데?

▲국민의힘으로 오는 2030세대의 문제는 공고하지 않다는 점이다. 사실 그렇게 많이 왔는지도 잘 모르겠다. 당장 민주당이 꼴 보기 싫으니까 여론조사 전화 오면 국민의힘을 선택하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분들은 여전히 스윙이다. 추진력도 중요한데, 신뢰할 수 있는 메신저가 당내에 잘 안 보인다.

예를 들면 천원 밥상 정책은 사실 큰 반향이 없었다. 복지청책이라는 건 필요한 사람 말고는 관심이 없다. 2030 표심은 싸구려가 아니다. 전체적으로 정치를 잘하고 소신 있고, 합리적으로 하면서 뭔가 해주려고 하네 느낄 때 표가 온다. 지금 2030이 봤을 때 참신하거나 상식적이지 않을 것이다. 고작 저런 이유로 찍어주지 않는다는 소리다. 

-2030에게 인기 받았던 인물을 활용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래도 이제 어지러운 상황은 조금 지났다. 아쉬운 건 지금도 당의 리더급이라는 인물을 다 못 써먹고 있다는 점인데 오히려 멀리하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을 상임고문직서 해촉했고, 유승민·나경원 전 의원,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국면서 멀어졌다.

중량급 인물과 컬래버레이션 전혀 없어 
인재풀 민주당에 비해 뒤진 측면 있어

이준석 전 대표도 마찬가지다. 사실은 주요한 스피커들이 김 대표와 협업할 상황이 아니다. 김 대표와 어떤 의미서든 척을 지고 있다. 김 대표가 ‘연포탕’이라고 발언했지만 솔직히 잘 모르겠다. 국민의힘 정치를 하면서 홍 시장, 유·나 전 의원, 안 의원, 이 전 대표 등 차·포를 다 떼고 정치하겠다는 것과 다를 게 뭔가?

-언급한 인물들은 민심이 강한 축에 속한다

▲민심에 강하고, 나름대로 대중이 다 잘 알고 주목하고, 공감하는 사람들이다. 다 떨어져 나가니까 지금은 당 주류에 ‘팔로워’만 잔뜩 남은 느낌이다. 윤핵관이라는 사람들도 원래 당의 리더가 아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역할이 조연, 보좌역 같은 느낌이 짙다.

김 대표도 대중적으로 스피커 파워가 센 느낌은 아니다. 그러다 보니 국민에게 국민의힘이라는 당 자체가 사고를 치는 거 말고는 뭘 하는지 잘 모르게 된다. 이슈가 될만한 사람들과 협업해야 하는데, 그런 컬래버레이션이 없다. 하다 못해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홍 시장을 찾아갔다. 꼭 그러라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이제는 총선을 대비해야 할 시점이다. 반사이익에만 기대려는 경향이 보이는데?

▲이재명 없는 민주당에 이길 수 있어야 한다. 기본적으로 지도부는 선거를 치를 때 이념적으로, 지역적으로, 세대적으로 확장해야 한다. 이 부분과 더불어 기존 국민의힘 지도부서 갖고 있는 인적 구성만으로 쉽지 않다고 여겨지면 다른 전략을 고심할 필요가 있다. 차라리 인재 영입을 빨리 시작하는 게 방법이다.

당내 분란이 생기겠지만, 우리 당의 인재풀은 민주당에 비해 뒤진 면이 있다. 최근까지 민주당이 여당이었기 때문에 문재인정부는 청와대, 구청장, 행정 등을 하면서 인재풀이 확 수혈됐었다. 국민의힘이 이번 지방선거는 이겼지만 오랜 기간 선거를 지다 보니 박근혜정부 때 하던 인물이 그대로 남은 경우가 많다. 

수도권 선거는 바람도 중요하지만, 인물 경쟁력도 중요하다. 본격적으로 실행에 옮길 시점이다. 당협위원장, 현역 의원들이 반발할 게 뻔하지만, 아무것도 안 하고 있을 수는 없다. 당장은 그런 움직임이 있진 않다. 

-인재 영입 외에 필요한 부분은?

▲진정성이다. 쉽게 이야기해 영남서 공천만 받으면 되는 사람이 하는 정치랑은 달라야 할 것이다. 국민의힘은 좀 더 다양한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특히 수도권, 충청권의 원외서 활동하는 인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이런 창구가 잘 마련돼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호남은 말할 것도 없어서 걱정이다. 특히 수도권 당협위원장들 같은 경우는 수도권 민심이 안 좋은 것에 관해 어디 가서 말할 데가 없다. 게다가 괜히 말했다가 공천 잘릴까 봐 이런 걱정들을 하고 계신다. 

-대전략을 세워야 하지 않나?

▲국민의힘이 비례대표 공천에 있어 테마가 뭔지, 비례대표가 국회에 들어온 뒤 다음 번 총선에 지역구로 나갈 만한 인재를 뽑을 건지 정해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4년간 의정활동만 잘할 진짜 전문가들, 비례 장사하려는 사람을 빼고 고려해야 한다. 지금은 아무것도 안 하고 있을 수 없는 시기다.

공천에 테마가 뭔지 정확히 설정해야
비수도권 대표할 리더급 정치인 될 것

불신도 높은데 국민이 참여할 수 있는 형태로 바꿔볼 수도 있을 것이고, 안정적인 지역서 컷오프가 발생했을 때 좀 더 창의적으로 잘 채워볼 수 없을지 고민할 때다. 무조건 경선하라고 하면 싸움만 난다. 조직력만 가진 지방 호족같은 인물이 올라오니까 당직자, 보좌관 등 여의도서 잘 훈련받은 사람을 지역으로 내려보낼 방법은 없을까 등 고민거리는 많다. 

-국민의힘이 하루하루 넘기기 급급해 보인다

▲여당이니까 정책적인 드라이브는 아무래도 정부가 주도할 수밖에 없다. 요즘 정치개혁 이런 것도 늘 국민이 관심 많은데 국민의힘의 안은 도대체 뭔가 알기 어렵다. 사실은 정당도 생각보다 어젠다나 주도권을 갖고 올 수 있는 부분이 있다. 단순히 이재명·김남국 때리기만으로는 떨어지는 감을 주워 먹을 수 있을지 몰라도 확장적으로 가기는 쉽지는 않다.

-늘 개혁이 필요하다고 외치는 인물 중 한 명이다. 전당대회 때도 개혁을 말하면서 민심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이 민심을 더 잡으려면?

▲맞다. 전략 자체가 민심을 움직여 당심을 따라오게 하려는 전략이었다. 민심이 반영되지 않는 선거다 보니 잘 먹히진 않았다. 인지도나 신뢰도가 낮아서다. 이 전 대표처럼 파괴력이 없었던 시절이다. 그렇지만 수치상으로 1등을 한 여론조사도 꽤 많이 나왔다.

그러나 대구·경북(TK) 당원, 국민의힘 지지자도 결국 이기는 선거를 원한다. 나도 대구가 고향이지만 우리 당은 맨날 수도권서 죽을 것 같을 때 대구 가서 ‘제발 살려달라, 낙동강 전선을 지켜달라, 개헌 저지선을 지켜달라’고 말한다. 대구가 왜 국민의힘을 지켜줘야 하나? 국민의힘이 대구를 위해서 열심히 일해야지. 

TK라고 해서 무조건 표를 맡겨 놓은 게 아니다. 국민의힘 당원도 당이 안정적이고 분란 없이 돌아가기를 바라지만, 이기기를 바라는 마음은 같다. 결국 당원을 괴리시키지 않는 선에서 민심 지향적으로 갈 수밖에 없다. 민주당도 개딸(개혁의 딸) 이야기를 안 들을 수 없다. 그런데 개딸 이야기만 들으면 망한다. 어느 정도는 같이 가면서 민심 지향적으로 가야 한다. 

-이런 상황 속에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오름세를 보였다

▲모든 게 다 연동돼있다. 신뢰의 문제인데 민주당이 신뢰를 많이 잃은 상황이다. 민주당이 중도층의 신뢰를 많이 받았다면 정부를 때리는 게 힘이 실린다. 지금은 발목 잡는 수준이다. 2020년 총선을 치를 때도 문재인정부에 대한 인식이 좋지만은 않았다. 지지율은 괜찮았지만.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도 터지고, 부동산도 급등했지만 미래통합당에 신뢰가 낮으니까 잘한다며 선택받지 못했다. 민주당도 지금 마찬가지다. 윤 대통령을 임기 초반부터 세게 때리고, 김건희 여사를 악마화하고, 검찰공화국이다, 독재다 같은 센 이야기를 쏟아냈다.

그런데 이건 어느 순간 질리게 된다. 지금이 검찰 독재면 자기들이 어떻게 정치를 하고 있겠나. 국민이 이제 좀 질리신 것이다. 민주당도 도덕적이지 않으면서 돈봉투, 김남국 사태가 터지는 위선적인 행태를 보인다. 이런 게 좀 도움이 됐다고 본다. 

-다음 계획은 뭔가?

▲젊고 머리가 잘 돌아갈 때 국회의원으로 활동해보고 싶다. 원외서 할 수 있는 것은 많이 했다. 원외 정치인으로서 과분할 만큼 많은 관심을 받았다. 구상한 것들로 원내서 정치해보고 싶은 마음이 크다. 또 이걸 넘어 비수도권을 대표하는 정치인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근래에 많이 든다.

경제적 부분은 수도권에 집중된 지 이미 오래다. 비수도권은 상대적으로 조금 폐쇄적인데 이대로 가다가는 정치권서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게 퇴색된 구호가 될지 모른다. 이런 부분에 관심을 갖고 비수도권의 현실을 제대로 알고 이야기할 리더급 정치인이 되고 싶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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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