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대담> ‘윤정부 1년을 평가하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상임대표

“윤석열 대통령은 아직 총장 마인드”

[일요시사 정치부] 차철우 기자 = 임기 초반만 해도 기본소득당 용혜인 상임대표의 머리는 까만색이었다. 지금은 하얀색과 검은색이 뒤섞여 있다. 하얀 머리가 싫어 틈틈이 머리를 염색했었지만 이제는 그럴 시간조차 없다. 밥도 제대로 챙겨 먹을 시간이 없어 의원실 안에서 라면으로 대충 한 끼를 때우는 경우가 많다. 용 대표의 하루 일정이 많을 때는 8개다. 그만큼 하나라도 더 챙기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서다. 

“모든 영역서 공공선의 퇴행이 이뤄졌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상임대표가 윤석열정부의 1년을 두고 내린 평가다. 기본소득당의 기본 철학은 의미 없는 반대를 하는 게 아니다. 작은 정당이지만 큰 정당과의 대안을 견줘도 손색이 없는 정치세력으로 자리 잡고자 했다. 새로운 어젠다를 발굴하고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려고 해왔다. 이제 조금씩 국민도 그 모습을 알아봐주고 있는 모양새다. <일요시사>가 용 상임대표를 만나 생활동반자법 발의 이유, 윤석열정부 평가, 거대 양당의 정쟁, 선거구제 개편에 대한 생각 등을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생활동반자법을 발의했다. 법안 발의 이유는?

▲가족의 형태와 의미가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 지금의 법과 제도가 사회 변화 현실을 전혀 따라가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여성가족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7명이 굳이 혈연과 혼인이 아니더라도 생계와 주거를 함께 공유하면 가족이라고 생각했다. 주변만 둘러봐도 친구와 한 가구를 이루거나 노인 동거 가족, 동성 커플, 사실혼 커플 같은 다양한 가족 형태가 존재한다. 

응급 상황의 경우에 수술을 급하게 진행해야 하는데, 법적인 가족이 아니라는 이유로 수술동의서에 사인을 하지 못하는 상황도 벌어진다. 또 같이 살던 이가 죽었는데 법적 가족이 아니라는 이유로 장례를 치를 수 없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사각지대를 보호하기 위한 법이다. 당연히 보장돼야 할 권리를 이들에게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로 법안을 준비했다. 

-법안이 필요한 사람들도 많이 만나봤나? 실제 법안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궁금하다


▲법 제도의 영역 안으로 포섭된다는 것은 실제로 국가가 나의 권리를 보장하고 있고 내가 국가로부터 보호받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들게끔 한다. 실제로 동거 동성 커플이라거나 아니면 친구, 가족이라거나 노인 동거 가족 같은 경우에는 권리보장을 기대하기가 어려웠다. 이 법이 실제로 통과가 되려면 많은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나의 미래에 조금 다른 선택들도 가능할 것 같다는 기대하고 계신다.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서도 끝까지 추적하고 있다. 역대 우리나라 정부들이 참사를 대하는 자세를 평가한다면?

▲내년이면 세월호 참사 10주기다. 정부를 거치면서 과거와 지금이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윤석열정부의 대응을 보면서 더 크게 느껴졌다. 윤정부는 유가족의 요구를 정쟁처럼 치부해버리거나 정권에 대한 공격 혹은 위험 요소로 치부해버렸다. 그래도 과거 세월호 참사 때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사과도 하고 해양수산부 장관, 국무총리까지 사의 표명을 하면서 여러 정치적인 책임을 묻는 과정들도 있었다.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 윤정부는 지금까지도 기본적인 주무 부처 장관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역시도 ‘죄가 없다. 몰랐다. 최선을 다했다’고만 이야기한다.

법과 제도 사회 변화 못 따라가  
윤 대통령 편 가르는 정치만 해

이태원 참사 유가족은 윤 대통령에게 계속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면담 요청을 하고 있는데 한 번도 만나지 않았다. 과거보다 지금이 훨씬 더 무능하고 악랄하다고 평가하겠다. 

-앞으로 국가라는 존재는 참사가 발생했을 때 유가족을 어떤 태도로 대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유가족이 원하는 게 뭔지를 듣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 장관도 공식적으로 유가족을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게 참 ‘상징적인 장면’이다. 개별 유가족에게 만나자고 연락은 했다고 하지만, 실제 유가족이 협의회를 만들어서 대책기구를 형성했음에도 불구하고 공식적으로는 단 한 번도 만나지 않았다. 일단 만나야 유가족을 설득하고, 필요한 과제를 확인하는 게 가능하다. 아직 첫 시작도 안 하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참사의 책임을 진심으로 통감한다면 책임을 져야 하는 건 국가다. 

-윤정부는 1년 동안 참 다사다난했다. 이제 집권 2년 차에 들어섰는데 그동안을 평가한다면?

▲모든 영역서 공공선의 퇴행이었다고 평가하겠다. 민주주의, 자유, 인권, 경제, 평등, 평화, 외교 모든 분야서 1년 동안 거대한 퇴행이 벌어졌다. 더 나아진 부분을 찾기가 참 어려운 1년이었다. 윤 대통령에게 검찰총장이 아니라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여러 번 말해왔다. 아직도 검찰총장 마인드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단순히 무능한 게 아니라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민주주의 파괴부터 시작해 민생경제의 파탄, 마땅한 대응책도 없다. 국가 공동체에 대한 국민의 신뢰 자체를 깨뜨리는 모습도 많았다. 국민을 갈라치기 하는 정치만 보여주고 있다. 

-국민을 어떻게 갈라치기했다는 건가?

▲대표적인 게 ‘바이든 날리면’을 보도했다고 소송 걸고, 탄압했던 거다. 또 화물연대를 때려 잡으면서 지지율 상승을 봤다. 최근에는 이제 ‘건폭몰이’까지 하면서 분신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문제가 있으면 합리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대화에 나서야 한다. 

이걸 받아들이지 않을 사람은 없다. 건설노조를 두고 공포심 조장을 많이 하고 있다. 월례비를 두고서도 안전하게 일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면 되는데 근절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는 모습이다. 건폭이라고 낙인만 찍고, 수사력을 동원해 탄압하고 있는 것과 다를 게 없다. 국민을 대하는 단적인 장면이다. 

-윤석열 정부는 여러 개혁을 추진 중이다. 잘 이뤄지고 있다고 보나?

▲뭘 하고 있는지 하나도 보이는 게 없다. 노동개혁, 연금개혁, 교육개혁까지. 교육개혁 같은 경우는 만 5세 초등학교 입학을 무리하게 추진했다가 국민의 우려를 사서 교육부 장관이 날아가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사실 개혁 방향을 설정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면 늘봄 학교를 통해 돌봄 공백을 없애겠다고 하는데, 동시에 추진하고 있는 게 주 69시간제다. 8시까지 애를 봐줄 테니 69시간까지 일하라는 것이다. 연금개혁 논의도 어려운 문제인 건 맞다. 윤정부의 논리는 지난 정부가 하지 않았다고 비판하는 게 이해가 간다. 다만 하겠다고 마음먹은 정권이라면 방안을 만들어야 하는데 손 놓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자신들의 방향이나 고민에 대한 설득과정이 없이 ‘우리 연금개혁해요’ 정도다. 

자신들 고민에 설득과정은 없어
윤정부 과거보다 무능하고 악랄

-국회도 상황은 비슷하다. 도무지 민생이 보이지 않는다. 거대 양당은 하루하루 정쟁만 일삼는다


▲정쟁이 꼭 나쁜 분야는 아니다. 지금 문제가 되는 이유는 국회의 싸움이 국민의 삶이랑 별로 관계없는 소모적인 게 많은 탓이다. 정쟁이라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가치 판단이 들어버린 이상 국민이 좋게 평가하기 어렵다.

타협의 문화만 잘 갖춰진다면 치열하면 치열할수록 좋고 생산적일 수 있다. 모든 정당이 싸우지 않고 대충 좋은 게 좋은 거지라고 넘어가면 정치는 우리에게 필요가 없다. 치열하게 싸우더라도 결과적으로는 어떤 합의를 만들어가는 성숙한 민주주의 문화가 갖춰지는 게 좋다.  

-소모적인 정쟁의 가장 큰 문제는 뭔가?

▲지금의 문제가 정쟁 그 자체라기보다는 적대적 공생을 하는 구조가 문제다. 반사이익을 통해 권력을 양분해가면서 상대세력을 보존하는 게 곧 내 세력을 보존하는 자세가 협치를 가장한 야합이다. 이런 메커니즘으로 정치가 굴러가고 있다. 한국 정치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이기도 하다. 여러 문제들이 산적해 있는 위기에 시대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거대 양당제의 메커니즘은 위기 해결에 굉장히 취약하다. 적당한 수준서 해결이란 게 적절히 관리하는 수준으로 멈추게 된다. 4차 산업혁명 등으로 시대가 굉장히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산업구조가 재편되는 중이다. 전 세계적인 변화 흐름 속에서 우리가 확인하고, 정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 

여기에 대해 치열하게 논의하지 않고 적당한 수준서 지금의 상황을 유지하는 것 정도로 여야가 합의해버리고 끝나버리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는 뜻이다. 협치라는 이름의 야합을 거부하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정치세력이 양당에게 필요한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자주 든다. 


-결국 자기 세력, 반사이익만 노리는 행태가 반복 중이다

▲막상 중요한 문제들은 다 적당히 합의해버렸다. 예를 들면, 우리 당은 반도체 통합투자세액공제(K-칩스법)법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는다. 문제는 세입 공제를 좀 늘려준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데 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 구조 속에서 한국이 어떤 전략을 취할 것인지도 해결책을 내놔야 한다.

산업구조 재편에 있어 어떤 미래 비전을 가지고 어디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방식, 재원 마련은 어떻게 할 것인지가 얽힌 상황서 세액공제 확대 하나로 끝나버리는 게 지금의 정치의 비극이다. 

-정치권에 불어온 김남국 의원의 코인 사태도 야합으로 보나? 일각에서는 여야 의원들이 이번 사태와 관련돼있다는 말도 있는데?

▲국회 차원에서 전수조사를 왜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이번에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이 통과됐는데, 전수조사 안 하면 21대 국회서 코인 문제를 그냥 두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법안 시행을 위해 준비를 하고, 시행일까지 따져보면 내년에 재산이 공개되는 시점에서는 개정된 법이라는 의미다. 

내년은 총선이 있는 해다. 국회서 이 문제를 그냥 덮고 가겠다는 것 아니겠나? 민주당이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결단을 해야 하는데 못하고 있다고 느껴진다. 사법적인 판단의 결과는 사법적 판단일 뿐이다. 정당은 정치를 하는 곳으로서 정치적 결단을 하는 공간이다. 민주당이 정치적 결단을 할 수 있었던 순간이 있다.

양당 세력 위해 협치 가장한 야합만
논의된 선거구제 개편, 개혁 아니다

돈봉투 사건 때도, 코인 사태 때도 김 의원을 조사하겠다고 했다가 막상 김 의원이 탈당해버리니 스텝이 꼬여버린 측면은 있지만, 대응 부분에서 너무 좌고우면했다.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다. 윤희숙 전 의원이 인터뷰서 자기는 의원직을 사퇴했다고 이야기하는데 기가 찬다. 본인도 억울하거나 이유 없이 사퇴한 게 아니다. 부동산 투기와 관련해 의혹이 제기가 돼 꼬리 자르기하듯 사퇴해 버린 거다.

이후 국민의힘에서 어떤 처분이 있었는지, 어떤 결과가 나왔었는지 국민은 모른다. 이런 게 국민이 정치에 대한 회의감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이런 분들이 국회를 아무렇게나 정치해도 되는 여의도를 만들고 있다. 

-이렇듯 국회가 여러 사안으로 혼란을 겪는 중에 선거구제 개편을 추진 중이다

▲정개특위가 전원위원회를 소집하면서 냈던 세 가지 안은 어떤 것도 개혁이 아니라고 판단한다. 1990년대에도 선거제도를 두고 국회서 이미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다. 한국 사회, 한국 경제가 갖고 있는 불비례성, 사표, 득표율과 다양성의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오랜 기간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논의를 해왔던 것은 맞다.

선관위서도 그런 보고서를 내기도 했고, 시민사회서도 논의가 있었다. 그 결과가 21개 국회 선거에 적용됐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다. 그런데 이 방향을 싹 무시하고 소수 정당이나 다양한 정당이 국회에 들어오는 게 더 힘들어지는 안을 가지고 선거구제 개혁이라고 이야기하는 모순적인 행태가 불거졌다.

정치권도 전문가도 중대선거구제로 몰고 가려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선거 공론조사 결과는 한국 사회가 지금까지 논의해왔던 원칙을 입각해 다시 선거제 개혁의 원칙으로 돌아가라는 결론을 국민이 내셨다. 

-소수당이다. 기본소득당은 총선을 어떻게 대비하고 있나?

▲작은 정당은 선거제도에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중대선거구제가 되면 어떻게 선거 준비를 해야 할지, 소선구제가 유지되면 비례를 권역별로 할지 전국으로 할지에 따라 달라지는 게 너무 많다. 여러 방침을 당 자체적으로 논의하는 과정에 있다. 우리 당에서 나는 유일한 국회의원이라 어떻게 출마하느냐가 당의 선거전략과도 연결돼있는 부분이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당원과 함께 고민 중이다. 다만 목표는 명확하다. 양당이 아닌 상태서 대안을 갖고 미래를 이야기하는 정당으로 자리매김하고 싶다. 그러려고 노력했고, 내년 선거서 이를 바탕으로 제3당까지를 목표하고 있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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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