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대담> ‘윤정부 1년을 평가하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상임대표

“윤석열 대통령은 아직 총장 마인드”

[일요시사 정치부] 차철우 기자 = 임기 초반만 해도 기본소득당 용혜인 상임대표의 머리는 까만색이었다. 지금은 하얀색과 검은색이 뒤섞여 있다. 하얀 머리가 싫어 틈틈이 머리를 염색했었지만 이제는 그럴 시간조차 없다. 밥도 제대로 챙겨 먹을 시간이 없어 의원실 안에서 라면으로 대충 한 끼를 때우는 경우가 많다. 용 대표의 하루 일정이 많을 때는 8개다. 그만큼 하나라도 더 챙기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서다. 

“모든 영역서 공공선의 퇴행이 이뤄졌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상임대표가 윤석열정부의 1년을 두고 내린 평가다. 기본소득당의 기본 철학은 의미 없는 반대를 하는 게 아니다. 작은 정당이지만 큰 정당과의 대안을 견줘도 손색이 없는 정치세력으로 자리 잡고자 했다. 새로운 어젠다를 발굴하고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려고 해왔다. 이제 조금씩 국민도 그 모습을 알아봐주고 있는 모양새다. <일요시사>가 용 상임대표를 만나 생활동반자법 발의 이유, 윤석열정부 평가, 거대 양당의 정쟁, 선거구제 개편에 대한 생각 등을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생활동반자법을 발의했다. 법안 발의 이유는?

▲가족의 형태와 의미가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 지금의 법과 제도가 사회 변화 현실을 전혀 따라가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여성가족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7명이 굳이 혈연과 혼인이 아니더라도 생계와 주거를 함께 공유하면 가족이라고 생각했다. 주변만 둘러봐도 친구와 한 가구를 이루거나 노인 동거 가족, 동성 커플, 사실혼 커플 같은 다양한 가족 형태가 존재한다. 

응급 상황의 경우에 수술을 급하게 진행해야 하는데, 법적인 가족이 아니라는 이유로 수술동의서에 사인을 하지 못하는 상황도 벌어진다. 또 같이 살던 이가 죽었는데 법적 가족이 아니라는 이유로 장례를 치를 수 없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사각지대를 보호하기 위한 법이다. 당연히 보장돼야 할 권리를 이들에게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로 법안을 준비했다. 

-법안이 필요한 사람들도 많이 만나봤나? 실제 법안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궁금하다


▲법 제도의 영역 안으로 포섭된다는 것은 실제로 국가가 나의 권리를 보장하고 있고 내가 국가로부터 보호받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들게끔 한다. 실제로 동거 동성 커플이라거나 아니면 친구, 가족이라거나 노인 동거 가족 같은 경우에는 권리보장을 기대하기가 어려웠다. 이 법이 실제로 통과가 되려면 많은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나의 미래에 조금 다른 선택들도 가능할 것 같다는 기대하고 계신다.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서도 끝까지 추적하고 있다. 역대 우리나라 정부들이 참사를 대하는 자세를 평가한다면?

▲내년이면 세월호 참사 10주기다. 정부를 거치면서 과거와 지금이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윤석열정부의 대응을 보면서 더 크게 느껴졌다. 윤정부는 유가족의 요구를 정쟁처럼 치부해버리거나 정권에 대한 공격 혹은 위험 요소로 치부해버렸다. 그래도 과거 세월호 참사 때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사과도 하고 해양수산부 장관, 국무총리까지 사의 표명을 하면서 여러 정치적인 책임을 묻는 과정들도 있었다.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 윤정부는 지금까지도 기본적인 주무 부처 장관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역시도 ‘죄가 없다. 몰랐다. 최선을 다했다’고만 이야기한다.

법과 제도 사회 변화 못 따라가  
윤 대통령 편 가르는 정치만 해

이태원 참사 유가족은 윤 대통령에게 계속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면담 요청을 하고 있는데 한 번도 만나지 않았다. 과거보다 지금이 훨씬 더 무능하고 악랄하다고 평가하겠다. 

-앞으로 국가라는 존재는 참사가 발생했을 때 유가족을 어떤 태도로 대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유가족이 원하는 게 뭔지를 듣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 장관도 공식적으로 유가족을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게 참 ‘상징적인 장면’이다. 개별 유가족에게 만나자고 연락은 했다고 하지만, 실제 유가족이 협의회를 만들어서 대책기구를 형성했음에도 불구하고 공식적으로는 단 한 번도 만나지 않았다. 일단 만나야 유가족을 설득하고, 필요한 과제를 확인하는 게 가능하다. 아직 첫 시작도 안 하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참사의 책임을 진심으로 통감한다면 책임을 져야 하는 건 국가다. 

-윤정부는 1년 동안 참 다사다난했다. 이제 집권 2년 차에 들어섰는데 그동안을 평가한다면?

▲모든 영역서 공공선의 퇴행이었다고 평가하겠다. 민주주의, 자유, 인권, 경제, 평등, 평화, 외교 모든 분야서 1년 동안 거대한 퇴행이 벌어졌다. 더 나아진 부분을 찾기가 참 어려운 1년이었다. 윤 대통령에게 검찰총장이 아니라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여러 번 말해왔다. 아직도 검찰총장 마인드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단순히 무능한 게 아니라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민주주의 파괴부터 시작해 민생경제의 파탄, 마땅한 대응책도 없다. 국가 공동체에 대한 국민의 신뢰 자체를 깨뜨리는 모습도 많았다. 국민을 갈라치기 하는 정치만 보여주고 있다. 

-국민을 어떻게 갈라치기했다는 건가?

▲대표적인 게 ‘바이든 날리면’을 보도했다고 소송 걸고, 탄압했던 거다. 또 화물연대를 때려 잡으면서 지지율 상승을 봤다. 최근에는 이제 ‘건폭몰이’까지 하면서 분신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문제가 있으면 합리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대화에 나서야 한다. 

이걸 받아들이지 않을 사람은 없다. 건설노조를 두고 공포심 조장을 많이 하고 있다. 월례비를 두고서도 안전하게 일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면 되는데 근절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는 모습이다. 건폭이라고 낙인만 찍고, 수사력을 동원해 탄압하고 있는 것과 다를 게 없다. 국민을 대하는 단적인 장면이다. 

-윤석열 정부는 여러 개혁을 추진 중이다. 잘 이뤄지고 있다고 보나?

▲뭘 하고 있는지 하나도 보이는 게 없다. 노동개혁, 연금개혁, 교육개혁까지. 교육개혁 같은 경우는 만 5세 초등학교 입학을 무리하게 추진했다가 국민의 우려를 사서 교육부 장관이 날아가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사실 개혁 방향을 설정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면 늘봄 학교를 통해 돌봄 공백을 없애겠다고 하는데, 동시에 추진하고 있는 게 주 69시간제다. 8시까지 애를 봐줄 테니 69시간까지 일하라는 것이다. 연금개혁 논의도 어려운 문제인 건 맞다. 윤정부의 논리는 지난 정부가 하지 않았다고 비판하는 게 이해가 간다. 다만 하겠다고 마음먹은 정권이라면 방안을 만들어야 하는데 손 놓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자신들의 방향이나 고민에 대한 설득과정이 없이 ‘우리 연금개혁해요’ 정도다. 

자신들 고민에 설득과정은 없어
윤정부 과거보다 무능하고 악랄

-국회도 상황은 비슷하다. 도무지 민생이 보이지 않는다. 거대 양당은 하루하루 정쟁만 일삼는다


▲정쟁이 꼭 나쁜 분야는 아니다. 지금 문제가 되는 이유는 국회의 싸움이 국민의 삶이랑 별로 관계없는 소모적인 게 많은 탓이다. 정쟁이라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가치 판단이 들어버린 이상 국민이 좋게 평가하기 어렵다.

타협의 문화만 잘 갖춰진다면 치열하면 치열할수록 좋고 생산적일 수 있다. 모든 정당이 싸우지 않고 대충 좋은 게 좋은 거지라고 넘어가면 정치는 우리에게 필요가 없다. 치열하게 싸우더라도 결과적으로는 어떤 합의를 만들어가는 성숙한 민주주의 문화가 갖춰지는 게 좋다.  

-소모적인 정쟁의 가장 큰 문제는 뭔가?

▲지금의 문제가 정쟁 그 자체라기보다는 적대적 공생을 하는 구조가 문제다. 반사이익을 통해 권력을 양분해가면서 상대세력을 보존하는 게 곧 내 세력을 보존하는 자세가 협치를 가장한 야합이다. 이런 메커니즘으로 정치가 굴러가고 있다. 한국 정치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이기도 하다. 여러 문제들이 산적해 있는 위기에 시대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거대 양당제의 메커니즘은 위기 해결에 굉장히 취약하다. 적당한 수준서 해결이란 게 적절히 관리하는 수준으로 멈추게 된다. 4차 산업혁명 등으로 시대가 굉장히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산업구조가 재편되는 중이다. 전 세계적인 변화 흐름 속에서 우리가 확인하고, 정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 

여기에 대해 치열하게 논의하지 않고 적당한 수준서 지금의 상황을 유지하는 것 정도로 여야가 합의해버리고 끝나버리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는 뜻이다. 협치라는 이름의 야합을 거부하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정치세력이 양당에게 필요한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자주 든다. 


-결국 자기 세력, 반사이익만 노리는 행태가 반복 중이다

▲막상 중요한 문제들은 다 적당히 합의해버렸다. 예를 들면, 우리 당은 반도체 통합투자세액공제(K-칩스법)법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는다. 문제는 세입 공제를 좀 늘려준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데 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 구조 속에서 한국이 어떤 전략을 취할 것인지도 해결책을 내놔야 한다.

산업구조 재편에 있어 어떤 미래 비전을 가지고 어디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방식, 재원 마련은 어떻게 할 것인지가 얽힌 상황서 세액공제 확대 하나로 끝나버리는 게 지금의 정치의 비극이다. 

-정치권에 불어온 김남국 의원의 코인 사태도 야합으로 보나? 일각에서는 여야 의원들이 이번 사태와 관련돼있다는 말도 있는데?

▲국회 차원에서 전수조사를 왜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이번에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이 통과됐는데, 전수조사 안 하면 21대 국회서 코인 문제를 그냥 두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법안 시행을 위해 준비를 하고, 시행일까지 따져보면 내년에 재산이 공개되는 시점에서는 개정된 법이라는 의미다. 

내년은 총선이 있는 해다. 국회서 이 문제를 그냥 덮고 가겠다는 것 아니겠나? 민주당이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결단을 해야 하는데 못하고 있다고 느껴진다. 사법적인 판단의 결과는 사법적 판단일 뿐이다. 정당은 정치를 하는 곳으로서 정치적 결단을 하는 공간이다. 민주당이 정치적 결단을 할 수 있었던 순간이 있다.

양당 세력 위해 협치 가장한 야합만
논의된 선거구제 개편, 개혁 아니다

돈봉투 사건 때도, 코인 사태 때도 김 의원을 조사하겠다고 했다가 막상 김 의원이 탈당해버리니 스텝이 꼬여버린 측면은 있지만, 대응 부분에서 너무 좌고우면했다.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다. 윤희숙 전 의원이 인터뷰서 자기는 의원직을 사퇴했다고 이야기하는데 기가 찬다. 본인도 억울하거나 이유 없이 사퇴한 게 아니다. 부동산 투기와 관련해 의혹이 제기가 돼 꼬리 자르기하듯 사퇴해 버린 거다.

이후 국민의힘에서 어떤 처분이 있었는지, 어떤 결과가 나왔었는지 국민은 모른다. 이런 게 국민이 정치에 대한 회의감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이런 분들이 국회를 아무렇게나 정치해도 되는 여의도를 만들고 있다. 

-이렇듯 국회가 여러 사안으로 혼란을 겪는 중에 선거구제 개편을 추진 중이다

▲정개특위가 전원위원회를 소집하면서 냈던 세 가지 안은 어떤 것도 개혁이 아니라고 판단한다. 1990년대에도 선거제도를 두고 국회서 이미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다. 한국 사회, 한국 경제가 갖고 있는 불비례성, 사표, 득표율과 다양성의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오랜 기간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논의를 해왔던 것은 맞다.

선관위서도 그런 보고서를 내기도 했고, 시민사회서도 논의가 있었다. 그 결과가 21개 국회 선거에 적용됐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다. 그런데 이 방향을 싹 무시하고 소수 정당이나 다양한 정당이 국회에 들어오는 게 더 힘들어지는 안을 가지고 선거구제 개혁이라고 이야기하는 모순적인 행태가 불거졌다.

정치권도 전문가도 중대선거구제로 몰고 가려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선거 공론조사 결과는 한국 사회가 지금까지 논의해왔던 원칙을 입각해 다시 선거제 개혁의 원칙으로 돌아가라는 결론을 국민이 내셨다. 

-소수당이다. 기본소득당은 총선을 어떻게 대비하고 있나?

▲작은 정당은 선거제도에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중대선거구제가 되면 어떻게 선거 준비를 해야 할지, 소선구제가 유지되면 비례를 권역별로 할지 전국으로 할지에 따라 달라지는 게 너무 많다. 여러 방침을 당 자체적으로 논의하는 과정에 있다. 우리 당에서 나는 유일한 국회의원이라 어떻게 출마하느냐가 당의 선거전략과도 연결돼있는 부분이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당원과 함께 고민 중이다. 다만 목표는 명확하다. 양당이 아닌 상태서 대안을 갖고 미래를 이야기하는 정당으로 자리매김하고 싶다. 그러려고 노력했고, 내년 선거서 이를 바탕으로 제3당까지를 목표하고 있다. 

<ckcjfdo@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