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대담> 광진구에 깃발 꽂은 오신환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오 브라더스, 고민정 잡으러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소신파, 27년 만에 보수 불모지를 뚫어내고 기적을 쓴 인물. 오신환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의 이력이다. 그런 그가 서울시를 떠났다. 21대 총선서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에게 패배한 오세훈 서울시장을 대신해 오 브라더스 동생이 형의 복수를 이뤄낼 수 있을까? 오 전 정무부시장이 내년 총선서 다시 한번 기적을 쓰기 위해 보수의 험지 광진구로 향한다. 

“광진구는 익숙한 공간입니다.” 오신환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에게는 낯선 곳이 아니다. 아내의 동네이자, 정무부시장 때도 종종 방문했던 지역구로 광진구는 상당히 매력적인 곳으로 느껴왔다. <일요시사>가 오 전 정무부시장을 만나 정무부시장을 하면서 느낀 점, 광진구을 출마 여부, 정치철학 등에 대해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10개월간 몸담았던 서울시청을 떠났다. 되돌아본다면?

▲지난해 8월 첫 출근했을 때를 잊을 수가 없다. 그 때는 110년 만의 집중호우로 전국이 물에 잠겼다. 오자마자 현장 수해 복구에 참여했다. 이날 임명장을 받아야 하는데, 바로 현장으로 투입되면서 늦어졌다. 시청에 계신 분들도 내게 관심을 쏟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아직도 기억이 나는 게 화요일이 첫 출근이었는데, 금요일에 임명장을 받을 수 있었다. 이때 ‘일복이 참 많구나’라고 느꼈다. 10개월 정도 일을 하면서 1분1초를 낭비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왔다. 정무부시장이라는 직책은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이다. 직원들과 소통, 외부에 계신 시민과 소통하며 열심히 일했다고 자부한다. 아쉬운 점은 이태원 참사 분향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부분이다.

사고로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족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분향소 유족에게 출구를 마련해드려야 하는데, 유족이 요구하는 특별법 문제를 국회가 결단 내려서 집으로 돌아가실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는 어떻게 소통했나?

▲직접 연락하면서 소통 창구의 채널 역할을 했으나 서울광장으로 유가족이 오시면서 단절됐다. 끝까지 해결하지 못한 것 같은 마음이 들어 송구스러운 마음이다. 나도 자식을 둔 입장서 굉장히 가슴이 아프고 안타까웠고 그 마음을 나누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국회라는 입법기구를 경험하다 행정을 경험했다. 어떤 걸 느꼈나?

▲정치는 사건이 발생하면 문제를 제기하고 범인을 찾는 데 집중하는 측면이 있다. 이와 달리 행정은 문제를 해결하고 다양한 이 관계자와 소통하면서 문제 해결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정치에서는 책임지는 자세를 강조하지 않는다. 행정은 법적인 책임을 포함해 최종적인 책임을 지는 부분이라는 걸 배웠고, 무게감도 다르다는 걸 느꼈다. 국정 시야의 폭을 넓힌 계기이기도 하다.

-퇴임 후 총선 출마를 염두에 둔 듯 보인다

▲어차피 정치인이라 언젠가는 나간다는 걸 전제로 행정 분야를 경험했다. 시기를 스스로 선택한 측면은 있다. 임명권자이고 인사권을 갖고 있는 오 시장에게 퇴임 한 달 전에 말했는데, 선택을 존중해줘 계획대로 다시 정치 현장으로 뛰어들 수 있을 것 같다.

행정 경험으로 시야 더 넓어져
“광진, 사실상 고향과 다름없다”


-본래 지역구는 관악구을이였는데, 광진구을 출마 소식이 들려온다. 확실히 밝혀달라

▲내년 총선은 광진구을로 나갈 생각이다. 그 지역은 민주화 이후 보수 정치인이 한 번도 당선되지 않은 지역이다. 관악구을서 두 번을 지냈는데, 양지를 찾아가려는 게 아니다. 어려운 지역서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새로운 도전을 하겠다고 마음을 굳혔다. 오 시장의 전 지역구이기도 한데, 그도 적극적으로 권유했다.

지역 현안인 자양4구역 지구단위 개발 문제를 일단락 짓는 과정서도 주민들이 광진구을로 출마해달라는 많은 요청도 보내줬다. 광진구을이 안고 있는 여러 문제, 지역주민의 니즈와 욕구를 충족시키고 싶다. 관악구을서도 27년 만에 보수 정치인이 당선됐다.

-왜 광진구을인가?

▲경험의 노하우를 통해 새로운 역사를 쓰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내년 총선은 윤석열정부의 중간평가적 성격을 띤다. 이런 측면서 광진구을은 우리 당이 반드시 넘어야 할 고지다. 민주화 이후 보수정당 후보가 이겨본 적 없는 험지가 서울에 세 곳있다. 그 중 하나인 관악구을서 내가 2015년 기적을 이뤘다. 27년 만이다. 

이제 남은 곳은 광진구을과 강북구을이다. 광진구을서 36년 만에 기적을 이뤄내면 국민의힘 총선 승리와 윤정부 후반기 국정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사도 했을 텐데, 지역을 좀 둘러봤나?

▲지난 22일에 이사했다. 사실 광진구는 나에게 익숙한 공간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 건국대학교는 내 모교다. 더 익숙한 것은 아내의 고향이다. 7년간 연애를 하면서 자주 오갔다. 동네가 낯설거나 어색하진 않다. 다시 고향에 돌아온 느낌이다. 

-오 시장과 민주당 고민정 의원의 리턴매치격 성격인가?

▲정치권에서는 나와 오 시장을 ‘오 브라더스’라고 부른다. 그런 의미서 ‘오 브라더스의 리벤지 매치’로 봐주면 감사하겠다. 오 시장과의 인연은 오래됐다. 지난 서울시장 보선 때 선거캠프서도 서울시장 보궐선거 선거대책위원회 공동선대위원장을 했었다. 사실상 정치적 동지와 다름없다. 

그런 점에서 광진구을로 나가는 게 더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오 시장이 출마했을 당시인 21대 총선서 광진구가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았다. 광진구는 인접한 주변 지역에 비해 상당히 저평가돼있다. 오랜 기간 한쪽 정당의 정치인을 지지하고 선택해 고여 있는 느낌마저 든다. 지역이 새롭게 발전하기 위해 사람을 바꿀 기회가 왔다.

지금은 광진구청장도 국민의힘 소속이다. 광진구 주민의 마지막 선택이 22대 총선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꾼 호소인이 아니라 진정한 진짜 일꾼을 광진구을 주민이 선택해주셨으면 좋겠다. 


“오 시장 함께 리벤지 준비 중”
양당 한발씩 물러나 협의해야

-광진구을은 보수당에게 험지로 불린다

▲험지를 떠나 일을 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굉장히 매력적인 곳이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10년간 주거 정비사업과 관련해 주거환경 개선 사업이 거의 부재하고 이뤄지지 않았다. 지금 그 욕구들이 폭발적으로 분출 중이다. 이런 욕구들이 나를 뜨겁게 만들었다. 단순히 주거 정비사업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광진구는 이런 가능성들이 상당히 열려 있는 곳이다. 

-본래 정치인이다. 시청에 있으면서도 꾸준히 지켜봤을 텐데, 어떤 생각이 들었나?

▲행정을 하면서 시민의 입장서 정치를 지켜봤다. 정치라는 건 누가 더 잘하느냐로, 국민에게 희망과 대안이 돼야 한다. 최근 정치는 누가 누가 더 못하냐 경쟁을 하는 것 같아서 불편한 마음이다. 정치는 완벽하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더라도 대안이 되고, 희망이 돼야 한다. 민주당의 대선 불복 심리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을 여전히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명한 검찰총장,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를 감옥에 보낸 검찰총장으로 인식하는 것 같다. 윤 대통령은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이다. 정치 초보 프레임을 씌우고 매사 멸시와 증오의 언사로 헐뜯는 데만 집중하고 있다.


대통령을 존중하는 마음을 회복해 줬으면 바람이다. 물론 정치란 구조적으로 상대 정당이 잘못해야 국민에게 주목받는 맹점을 가졌다.

“중앙정부, 지방에 권력 이양해야”
“문제 제기보다 문제 해결이 먼저”

-원내대표를 경험해봤다. 국민의힘이나 민주당이 원내 협상 때 여론전을 자주 펼친다

▲제일 중요한 것은 상대의 존재를 인정해줘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 당의 생각만 100% 관철하려 하면 양쪽이 합의를 도출할 수 없다. 조금 양보하고 상대의 것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필요하다. 양쪽 주장만 팽팽하게 맞서면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피해는 국민에게 고스란히 전가된다. 정치가 해결 능력을 잃어버린 그런 모양새가 그려지는데 그럴 때마다 안타깝다.

엄연히 생각이 다른 사람들의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는 곳이 국회다. 국회가 끌어안고 포용하면서 가야 하는 게 정치의 훈명이다. 이 점을 지금 정치인인들이 명심했으면 좋겠다. 

-국민의힘도 쇄신이 필요하다는 말들이 나온다

▲맞다. 국민의힘도 국민에게 다시금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고민해야 한다. 총선이 점점 다가오고 있는데, 국민의힘도 앞으로는 미래 비전, 담론을 갖고 우리 사회와 국가를 어떻게 바꿀 것이라는 걸 국민에게 제시하면 좋겠다. 

-국회로 돌아오게 된다면 가장 먼저 할 일은?

▲17개 시도 중 서울시도 한 지방정부다. 서울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지방 도시들이 늘 서로 견제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중앙정부가 갖고 있는 무한 권력을 지방정부에 이양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예산권, 인사권, 조직권을 다 중앙정부가 틀어쥐고 있다.

국가의 균형 발전은 서울과 비서울,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아니라 중앙정부가 갖고 있는 권한을 지방으로 이양할 때부터 시작된다. 중앙정부 혼자서는 광역 226개의 기초단체를 다 관장할 수 없다. 분권을 통해 지방에 역할을 부여하고 자율성을 담보하도록 해야 한다. 

-지방은 인구 소멸 문제도 심각하다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다. 고령화·저출생 문제가 그렇다. 서울 출생율 0.5명은 전대미문의 숫자다. 이 와중에 서울은 글로벌 유명 도시와 경쟁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 이런 점을 빌어 자치권을 확대해 다양성으로 인구 소멸을 대비하기 위한 해결책이 필요해 보인다. 

-광진구 지역 주민과도 정무부시장을 하면서 만났나?

▲광진구을을 선택한 계기다. 정무부시장을 하면서 주거환경 정비사업에 대한 주민 목소리를 경청하고 챙겼다. 이 중 광진구서도 자양 4동 1, 4구역 신통기획으로 지정돼있는 구역의 주민과 간담회를 했었다. 

-오신환은 어떤 정치인인가?

▲스스로 밝히기는 부끄럽지만 팔로우십과 실무능력이 괜찮다는 평가를 내려주신다. 나는 여의도서 유일하게 연극을 전공한 한예종 출신 정치인이다. 연극은 주연배우 혼자 할 수 없다. 누군가 대본을 쓰고 무대를 세우고 미술·조명·음악이 어우러져야 한 편의 작품이 만들어진다. 당장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해도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면 된다는 소리다. 주변을 빛나게 해주면 장기적으로 동료의 신뢰를 얻게 된다는 것을 연극무대서 몸소 배웠다. 처음 정치권에 발을 들였을 때도 앞으로도 같은 태도로 임하고 싶다. 

-앞으로의 목표는?

▲미래를 전망하면서 오늘의 문제를 해결하는 게 정치의 소임이다. 문제 제기보다는 문제 해결을 먼저 생각하는 정치인으로 살기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 서로 다른 생각을 좁히고, 문제 해결 능력을 키워내는 정치인이 되도록 노력하는 모습도 보여줄 것이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오신환 다음 정무부시장은?

오신환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후임으로 강철원 서울시 민생소통특보가 내정됐다.

신임 강 정무부시장은 2000년 오세훈 시장의 국회의원 시절부터 보좌관으로 함께한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2010년 오 시장 재임 때는 정무조정실장을 맡았고, 2011년 오 시장이 서울시를 사퇴할 때도 함께 떠났을 만큼이다.

2021년 오 시장이 서울시장에 당선된 이후 미래전략특별보좌관을 맡았고, 지난해에는 지방선거서 캠프 대변인, 7월에 서울시 민생소통특보로 보임된 바 있다. <차>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