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대담> 광진구에 깃발 꽂은 오신환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오 브라더스, 고민정 잡으러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소신파, 27년 만에 보수 불모지를 뚫어내고 기적을 쓴 인물. 오신환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의 이력이다. 그런 그가 서울시를 떠났다. 21대 총선서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에게 패배한 오세훈 서울시장을 대신해 오 브라더스 동생이 형의 복수를 이뤄낼 수 있을까? 오 전 정무부시장이 내년 총선서 다시 한번 기적을 쓰기 위해 보수의 험지 광진구로 향한다. 

“광진구는 익숙한 공간입니다.” 오신환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에게는 낯선 곳이 아니다. 아내의 동네이자, 정무부시장 때도 종종 방문했던 지역구로 광진구는 상당히 매력적인 곳으로 느껴왔다. <일요시사>가 오 전 정무부시장을 만나 정무부시장을 하면서 느낀 점, 광진구을 출마 여부, 정치철학 등에 대해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10개월간 몸담았던 서울시청을 떠났다. 되돌아본다면?

▲지난해 8월 첫 출근했을 때를 잊을 수가 없다. 그 때는 110년 만의 집중호우로 전국이 물에 잠겼다. 오자마자 현장 수해 복구에 참여했다. 이날 임명장을 받아야 하는데, 바로 현장으로 투입되면서 늦어졌다. 시청에 계신 분들도 내게 관심을 쏟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아직도 기억이 나는 게 화요일이 첫 출근이었는데, 금요일에 임명장을 받을 수 있었다. 이때 ‘일복이 참 많구나’라고 느꼈다. 10개월 정도 일을 하면서 1분1초를 낭비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왔다. 정무부시장이라는 직책은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이다. 직원들과 소통, 외부에 계신 시민과 소통하며 열심히 일했다고 자부한다. 아쉬운 점은 이태원 참사 분향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부분이다.

사고로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족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분향소 유족에게 출구를 마련해드려야 하는데, 유족이 요구하는 특별법 문제를 국회가 결단 내려서 집으로 돌아가실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는 어떻게 소통했나?

▲직접 연락하면서 소통 창구의 채널 역할을 했으나 서울광장으로 유가족이 오시면서 단절됐다. 끝까지 해결하지 못한 것 같은 마음이 들어 송구스러운 마음이다. 나도 자식을 둔 입장서 굉장히 가슴이 아프고 안타까웠고 그 마음을 나누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국회라는 입법기구를 경험하다 행정을 경험했다. 어떤 걸 느꼈나?

▲정치는 사건이 발생하면 문제를 제기하고 범인을 찾는 데 집중하는 측면이 있다. 이와 달리 행정은 문제를 해결하고 다양한 이 관계자와 소통하면서 문제 해결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정치에서는 책임지는 자세를 강조하지 않는다. 행정은 법적인 책임을 포함해 최종적인 책임을 지는 부분이라는 걸 배웠고, 무게감도 다르다는 걸 느꼈다. 국정 시야의 폭을 넓힌 계기이기도 하다.

-퇴임 후 총선 출마를 염두에 둔 듯 보인다

▲어차피 정치인이라 언젠가는 나간다는 걸 전제로 행정 분야를 경험했다. 시기를 스스로 선택한 측면은 있다. 임명권자이고 인사권을 갖고 있는 오 시장에게 퇴임 한 달 전에 말했는데, 선택을 존중해줘 계획대로 다시 정치 현장으로 뛰어들 수 있을 것 같다.

행정 경험으로 시야 더 넓어져
“광진, 사실상 고향과 다름없다”


-본래 지역구는 관악구을이였는데, 광진구을 출마 소식이 들려온다. 확실히 밝혀달라

▲내년 총선은 광진구을로 나갈 생각이다. 그 지역은 민주화 이후 보수 정치인이 한 번도 당선되지 않은 지역이다. 관악구을서 두 번을 지냈는데, 양지를 찾아가려는 게 아니다. 어려운 지역서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새로운 도전을 하겠다고 마음을 굳혔다. 오 시장의 전 지역구이기도 한데, 그도 적극적으로 권유했다.

지역 현안인 자양4구역 지구단위 개발 문제를 일단락 짓는 과정서도 주민들이 광진구을로 출마해달라는 많은 요청도 보내줬다. 광진구을이 안고 있는 여러 문제, 지역주민의 니즈와 욕구를 충족시키고 싶다. 관악구을서도 27년 만에 보수 정치인이 당선됐다.

-왜 광진구을인가?

▲경험의 노하우를 통해 새로운 역사를 쓰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내년 총선은 윤석열정부의 중간평가적 성격을 띤다. 이런 측면서 광진구을은 우리 당이 반드시 넘어야 할 고지다. 민주화 이후 보수정당 후보가 이겨본 적 없는 험지가 서울에 세 곳있다. 그 중 하나인 관악구을서 내가 2015년 기적을 이뤘다. 27년 만이다. 

이제 남은 곳은 광진구을과 강북구을이다. 광진구을서 36년 만에 기적을 이뤄내면 국민의힘 총선 승리와 윤정부 후반기 국정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사도 했을 텐데, 지역을 좀 둘러봤나?

▲지난 22일에 이사했다. 사실 광진구는 나에게 익숙한 공간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 건국대학교는 내 모교다. 더 익숙한 것은 아내의 고향이다. 7년간 연애를 하면서 자주 오갔다. 동네가 낯설거나 어색하진 않다. 다시 고향에 돌아온 느낌이다. 

-오 시장과 민주당 고민정 의원의 리턴매치격 성격인가?

▲정치권에서는 나와 오 시장을 ‘오 브라더스’라고 부른다. 그런 의미서 ‘오 브라더스의 리벤지 매치’로 봐주면 감사하겠다. 오 시장과의 인연은 오래됐다. 지난 서울시장 보선 때 선거캠프서도 서울시장 보궐선거 선거대책위원회 공동선대위원장을 했었다. 사실상 정치적 동지와 다름없다. 

그런 점에서 광진구을로 나가는 게 더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오 시장이 출마했을 당시인 21대 총선서 광진구가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았다. 광진구는 인접한 주변 지역에 비해 상당히 저평가돼있다. 오랜 기간 한쪽 정당의 정치인을 지지하고 선택해 고여 있는 느낌마저 든다. 지역이 새롭게 발전하기 위해 사람을 바꿀 기회가 왔다.

지금은 광진구청장도 국민의힘 소속이다. 광진구 주민의 마지막 선택이 22대 총선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꾼 호소인이 아니라 진정한 진짜 일꾼을 광진구을 주민이 선택해주셨으면 좋겠다. 


“오 시장 함께 리벤지 준비 중”
양당 한발씩 물러나 협의해야

-광진구을은 보수당에게 험지로 불린다

▲험지를 떠나 일을 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굉장히 매력적인 곳이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10년간 주거 정비사업과 관련해 주거환경 개선 사업이 거의 부재하고 이뤄지지 않았다. 지금 그 욕구들이 폭발적으로 분출 중이다. 이런 욕구들이 나를 뜨겁게 만들었다. 단순히 주거 정비사업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광진구는 이런 가능성들이 상당히 열려 있는 곳이다. 

-본래 정치인이다. 시청에 있으면서도 꾸준히 지켜봤을 텐데, 어떤 생각이 들었나?

▲행정을 하면서 시민의 입장서 정치를 지켜봤다. 정치라는 건 누가 더 잘하느냐로, 국민에게 희망과 대안이 돼야 한다. 최근 정치는 누가 누가 더 못하냐 경쟁을 하는 것 같아서 불편한 마음이다. 정치는 완벽하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더라도 대안이 되고, 희망이 돼야 한다. 민주당의 대선 불복 심리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을 여전히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명한 검찰총장,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를 감옥에 보낸 검찰총장으로 인식하는 것 같다. 윤 대통령은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이다. 정치 초보 프레임을 씌우고 매사 멸시와 증오의 언사로 헐뜯는 데만 집중하고 있다.


대통령을 존중하는 마음을 회복해 줬으면 바람이다. 물론 정치란 구조적으로 상대 정당이 잘못해야 국민에게 주목받는 맹점을 가졌다.

“중앙정부, 지방에 권력 이양해야”
“문제 제기보다 문제 해결이 먼저”

-원내대표를 경험해봤다. 국민의힘이나 민주당이 원내 협상 때 여론전을 자주 펼친다

▲제일 중요한 것은 상대의 존재를 인정해줘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 당의 생각만 100% 관철하려 하면 양쪽이 합의를 도출할 수 없다. 조금 양보하고 상대의 것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필요하다. 양쪽 주장만 팽팽하게 맞서면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피해는 국민에게 고스란히 전가된다. 정치가 해결 능력을 잃어버린 그런 모양새가 그려지는데 그럴 때마다 안타깝다.

엄연히 생각이 다른 사람들의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는 곳이 국회다. 국회가 끌어안고 포용하면서 가야 하는 게 정치의 훈명이다. 이 점을 지금 정치인인들이 명심했으면 좋겠다. 

-국민의힘도 쇄신이 필요하다는 말들이 나온다

▲맞다. 국민의힘도 국민에게 다시금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고민해야 한다. 총선이 점점 다가오고 있는데, 국민의힘도 앞으로는 미래 비전, 담론을 갖고 우리 사회와 국가를 어떻게 바꿀 것이라는 걸 국민에게 제시하면 좋겠다. 

-국회로 돌아오게 된다면 가장 먼저 할 일은?

▲17개 시도 중 서울시도 한 지방정부다. 서울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지방 도시들이 늘 서로 견제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중앙정부가 갖고 있는 무한 권력을 지방정부에 이양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예산권, 인사권, 조직권을 다 중앙정부가 틀어쥐고 있다.

국가의 균형 발전은 서울과 비서울,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아니라 중앙정부가 갖고 있는 권한을 지방으로 이양할 때부터 시작된다. 중앙정부 혼자서는 광역 226개의 기초단체를 다 관장할 수 없다. 분권을 통해 지방에 역할을 부여하고 자율성을 담보하도록 해야 한다. 

-지방은 인구 소멸 문제도 심각하다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다. 고령화·저출생 문제가 그렇다. 서울 출생율 0.5명은 전대미문의 숫자다. 이 와중에 서울은 글로벌 유명 도시와 경쟁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 이런 점을 빌어 자치권을 확대해 다양성으로 인구 소멸을 대비하기 위한 해결책이 필요해 보인다. 

-광진구 지역 주민과도 정무부시장을 하면서 만났나?

▲광진구을을 선택한 계기다. 정무부시장을 하면서 주거환경 정비사업에 대한 주민 목소리를 경청하고 챙겼다. 이 중 광진구서도 자양 4동 1, 4구역 신통기획으로 지정돼있는 구역의 주민과 간담회를 했었다. 

-오신환은 어떤 정치인인가?

▲스스로 밝히기는 부끄럽지만 팔로우십과 실무능력이 괜찮다는 평가를 내려주신다. 나는 여의도서 유일하게 연극을 전공한 한예종 출신 정치인이다. 연극은 주연배우 혼자 할 수 없다. 누군가 대본을 쓰고 무대를 세우고 미술·조명·음악이 어우러져야 한 편의 작품이 만들어진다. 당장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해도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면 된다는 소리다. 주변을 빛나게 해주면 장기적으로 동료의 신뢰를 얻게 된다는 것을 연극무대서 몸소 배웠다. 처음 정치권에 발을 들였을 때도 앞으로도 같은 태도로 임하고 싶다. 

-앞으로의 목표는?

▲미래를 전망하면서 오늘의 문제를 해결하는 게 정치의 소임이다. 문제 제기보다는 문제 해결을 먼저 생각하는 정치인으로 살기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 서로 다른 생각을 좁히고, 문제 해결 능력을 키워내는 정치인이 되도록 노력하는 모습도 보여줄 것이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오신환 다음 정무부시장은?

오신환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후임으로 강철원 서울시 민생소통특보가 내정됐다.

신임 강 정무부시장은 2000년 오세훈 시장의 국회의원 시절부터 보좌관으로 함께한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2010년 오 시장 재임 때는 정무조정실장을 맡았고, 2011년 오 시장이 서울시를 사퇴할 때도 함께 떠났을 만큼이다.

2021년 오 시장이 서울시장에 당선된 이후 미래전략특별보좌관을 맡았고, 지난해에는 지방선거서 캠프 대변인, 7월에 서울시 민생소통특보로 보임된 바 있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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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