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감사원 실세 유병호 사무총장

원장 위에 총장? 2인자 쥐락펴락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감사원의 하반기 감사 계획을 놓고 ‘보복 감사’ 논란이 불거졌다. 여야는 현 사태를 각각 전‧현 정부 탓으로 규정하고, 연일 정면충돌하는 형국이다. 감사원 안팎에선 ‘실세’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논란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선 좌천 뒤 영전한 유 총장의 ‘복수혈전’에 중립·정중동이 사명인 감사원 전체가 흔들린다는 비판도 나온다.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은 지난 6월 15일 임명됐다. 지난 1월 감사연구원장직으로 사실상 좌천당한 지 5개월 만에 차관급인 사무총장으로 영전한 셈이다. 두 정권은 불과 반년 사이 유 총장에게 상반된 인사 조치를 단행했다. 

정부 바뀌고
다시 돌아왔다

유 총장은 1994년 제38회 행정고시에 합격하면서 공직에 발을 들였다. 1997년 감사원에 전입해 이후 25년간 근속한 ‘감사통’이다. 그동안 공공기관감사국장·심의실장·지방행정감사1국장·국방감사단장·IT감사단장 등 감사원 요직을 두루 거쳤다는 평가다. 대선 직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무사법행정분과 전문위원에 임명되기도 했다.

감사원은 유 총장 임명 당시 “국가‧사회적 현안 관련 또는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는 감사를 주도적으로 지휘해 문제를 해결해와 감사원의 신뢰를 높였다”며 “특히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감사를 통해 조직적인 감사 증거 은폐 등 관계기관의 감사 방해에도 불구하고 결국 경제성이 졸속으로 평가돼 조기 폐쇄 결정됐음을 밝혀 원칙주의자로서의 강직한 면모를 보여줬다”고 치켜세웠다.

이어 “서울교통공사 등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친인척 채용 실태를 파헤쳐 위법부당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추진 사례 등 원칙과 상식에 벗어난 공공기관 인사에도 제동을 건 바 있다”며 “확고한 소신과 함께 진취적인 도전정신으로 감사원을 활력 넘치고 역동적인 조직으로 이끌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전했다.

전 정부 때와는 정반대의 평가다. 감사원이 언급한 두 사건은 모두 문재인정부 때 당시 정부와 집권여당을 정조준한 감사였다. 유 총장은 25년간 감사원에 근무하면서 두 번의 좌천을 맛봤다. 각각의 사건을 파헤친 뒤, 유 총장은 비(非)감사 부서로 보내졌다.

그는 2019년 9월 지방행정감사1국장 시절 ‘서울교통공사 고용 세습 비리’를 밝혀내고 서울교통공사 사장의 해임을 요구했다. 고 박원순 당시 서울시장에게는 주의 처분을 내렸다. 유 총장은 같은 해 12월 심의실장으로 발령받았다.

이듬해 4월 최재형 당시 감사원장(현 국민의힘 국회의원)에 의해 공공기관감사국장으로 복귀했다. 난항을 겪고 있던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사전 감사에 구원 등판한 것.

유 총장은 전면 재감사를 단행했고, 그해 10월 “정부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경제성을 불합리하게 저평가했다”는 감사 결과를 제출했다. 이 과정에서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의 증거 인멸 정황도 포착했다. 담당 국장 중징계 처분 요구와 포렌식 복구 절차가 이어졌다.

유 총장은 지난 1월 감사연구원장으로 또다시 좌천당했다.

‘인사보복’이라는 비판이 일자, 당시 감사원은 “본인이 원해서 보낸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유 총장은 “‘희망을 당했다’는 표현이 가장 정확하다”며 인사보복이 실재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유 총장은 지난 6월15일 취임식에서 “새 정부의 잘못에 대해서도 같은 잣대로 엄정하게 대처할 것을 약속한다”고 발언했다. 그는 “대한민국호가 물가 등 경제적 난제, 사회통합 등의 격랑을 헤치고 미래로 순항할 수 있도록 우리 감사원은 감사원장을 중심으로 밥값(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조직문화개혁’을 천명했다. 그는 “앞으로 전략과 방법론, 고민 없는 계획서·보고서 등이 얼렁뚱땅 결재·시행되는 일이나 그렇게 일하는 간부가 감사지휘 라인에 있는 사례는 없을 것”이라며 “우리는 현재 우물쭈물할 이유가 없다. 특히 간부가 제대로 감사지휘를 하지 못한 채 현재나 미래의 자리를 탐하는 것은 순리에 역행하는 부끄러운 행태임을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달부터 감사원 안팎에서는 “개원 이래 가장 매서운 칼바람이 불고 있다”는 평이 자자하다. 유 총장이 지난달 초 간부회의에서 “악폐 진상규명을 시리즈로 해나갈 예정이니 놀라지 말라”고 밝힌 일화가 흘러나오면서다. 

감사원 25년 근속…요직 거친 ‘감사통’ 
문정권서 두 번 좌천, 윤정권에선 영전

일전에 유 총장은 문정부의 공공기관 평가에 관한 잘못을 덮었다는 의혹을 ‘악폐’로 규정한 바 있다. 연루된 감사원 간부와 직원 5명은 감찰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유 총장의 ‘시리즈’ 발언은 전 정권 의혹에 대한 고강도 감찰을 이어나가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 총장은 “향후 인사에서 감사교육원 공간을 빌려 (국·과장이)재충전과 성찰을 하도록 할 것이고, 성찰한 순서대로 (감사 부서로)복귀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감사원은 유 총장 뜻에 따라 국·과장 100여명 중 능력이 애매한 간부를 최대 30명까지 재교육한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복귀 기준으로 제시한 ‘성찰’의 의미가 모호하다는 점이다. 이를 들어 “사실상 나가라는 의미”라는 해석도 제기됐다.

이날 회의에선 강경 발언이 이어졌다. 유 총장은 “전 간부, 전 직원이 곧 인사가 난다고 보면 된다”며 “해야 하는 일인데도 안 하는 것이 제일 나쁘다. 심한 경우 형사처벌로 처리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유 총장 말대로, 이달 초 감사원은 대규모 인사 조치를 단행했다.

이달 말로 예정된 국·과장급 간부 인사는 승진 59명, 전보 90명 규모다. 

이 같은 유 총장 방침에 대한 감사원 내부 평가는 엇갈린다. “분명히 충격 요법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의견과 “공포 통치 수준”이라는 비판이 공존하는 분위기다.

윤석열정부 출범 후 감사원은 끊임없이 ‘중립의무 위반’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야권에선 감사원을 ‘윤정부 최전방 공격수’로 지칭하며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정권 초기 ‘죽은 권력’을 향해 ‘칼춤’을 추는 주체는 대대로 검찰이었다. 하지만 사상 최초의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대규모 피바람을 우려한 더불어민주당이 검찰 수사권을 대폭 축소했다. 이에 검수완박으로 직격탄을 맞은 윤정부는 검찰 대신, 감사원을 ‘칼잡이’로 삼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 총장 영전 뒤에는 이 같은 맥락이 있었다는 해석이다.

전 정권 정조준
중립 위반 시끌

게다가 최재해 감사원장의 실언이 논란을 키웠다. 최 원장은 지난달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질의를 받던 중 “감사원이 대통령 국정 운영을 지원하는 기관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야권은 이 발언을 빌미로 감사원 중립성 논란 맹공에 나섰다.

일각의 지적대로, 감사원은 정권이 바뀐 이후 전 정권 관련 수사에 열을 올리고 있다. 감사원은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에 관해 국방부와 해경을 시작으로 국가안보실·국가정보원·해양수산부·통일부 등 9개 정부 부처·기관을 현장 감사 중이다.

문정부 인사가 남아 있는 국민권익위에도 강도 높은 감사가 시행됐다.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은 ‘부정 감사’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전 위원장은 지난 10일 개인 SNS에서 “권익위 직원에 대한 괴롭히기식 불법 감사를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상습 지각 등 제보’라는 억지 이유로 시작된 감사가 부위원장들과 수행원들 근태, 권익위 직원과 권익위 업무 전반에 대한 자료 제출 요구로 이어지고 있다”며 “감사원 감사는 처음부터 고래 잡기를 작정하고 망신주기나 겁박으로 사표를 내도록 압박하거나 임기 포기를 종용하는 사퇴 겁박용 표적 감사”라고 비판했다.

여기서 ‘고래’란 고위 공직자가 연루되거나 규모가 큰 사건을 의미한다. 감사원에서 통용되는 은어는 아니지만, 유 총장이 자주 쓰는 말로 알려졌다.

지난 21일 올린 게시글에선 “(권익위 감사에)감사원 컴퓨터 포렌식 조사까지 동원됐다”며 “먼지 한 톨이라도 찾아낼 기세”라고 주장했다. 이어 “권익위 업무가 마비됐다. 직원들이 4주째 감사에 대응하느라 사실상 업무를 제대로 할 수가 없을 지경”이라며 “직원 사이에 두려움이 소리 없이 전염병처럼 퍼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개발연구원(KDI)도 감사 칼날을 피해가지 못했다. 이들과 국민권익위 모두 문정부 인사가 수장으로 있었거나 정권교체 후에도 남아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외에도 감사원은 병무청, 행정안전부, 선거관리위원회 등을 대상으로 감사를 벌이고 있다. 이 중 선관위 감사가 입방아에 올랐다. 헌법상 독립기관인 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감사는 상당히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감사원은 지난 3월 대선 당시 코로나19 확진자 투표 시간에 투표용지를 소쿠리에 걷어간 이른바 ‘소쿠리 투표 논란’을 정조준하고 있다. 이미 지난 6월부터 자료수집 등 본격적인 감사 절차에 돌입했다. 

검찰 대신
칼춤 추나

감사원은 지난달 보도자료를 내고 “회계 집행뿐 아니라 선거관리 사무 전반에 대해서도 신속하게 강도 높은 감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더군다나 최근 감사원이 공개한 ‘하반기 감사 운영 계획’은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이번 감사 계획에는 신재생 에너지 사업, 코로나 백신 수급 등 문정부의 핵심 정책이 포함됐다. 앞서 무분별한 추진으로 잡음이 일었던 태양광 사업 및 백신 도입 지연 사태 등을 집중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문정부가 만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도 출범 1년 반 만에 감사 대상으로 이름을 올렸다. 

전례 없는 전방위 감사가 예고되면서 편파·표적 감사 의혹은 점차 심화되고 있다. 또한 이 같은 결정에 앞서 내부 반발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감사위원이 특정 정책이 불과 1년 반 만에 다시 감사 대상에 오르는 것에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하지만 유 총장은 ‘보복 감사’ 논란을 부인하고 나섰다. 유 총장은 지난달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누가, 왜 그랬는지 사실관계를 엄밀히 밝혀야 하지 않나. 감사원은 원리·원칙에 따라 헌법이 부여한 기본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잘못한 게 있으면 벌주는 게 왜 보복인가. 경찰이 도둑을 잡는 것과 같다”며 “안 하는 게 직무 유기다. 마땅히 할 일을 보복으로 생각한다면 정치적 이해관계가 개입된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유 총장은 “한국의 중요 이슈에 대해 감사원은 해야 할 일, 잘하는 일을 하는 거다. 이 원칙은 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본래 감사원 사무총장은 감사원장에 이은 조직 내 2인자 자리다. 하지만 정·관계는 유 총장을 ‘원장까지 제친 실세’로 보고 있다. 최근 단행된 감사원 내부 개혁과 전 정권 감사 드라이브를 모두 유 총장이 진두지휘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유 총장이 감사원 내 특별감찰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것이 감사원 ‘집안싸움’과 관련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돼 논란이 일었다. 

‘정중동’ 칼자루 입맛따라?
표적 수사·특별 감찰 논란

최 원장은 지난 22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유 총장에 대한 특별감찰 사실을 시인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의겸 의원이 “유 총장이 공공기관 감사국장 시절 행동강령 위반으로 신고됐느냐”는 질문에 그는 “신고서가 접수된 걸로 알고 있다. 행동강령 위반이라는 내용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2020년 당시 유병호 공공기관 감사국장의 직속 부하들이 유 총장을 신고했다는 사실을 공개하며 “공기업 경영평가, 실태감사를 하면서 행동강령을 위반했다고 하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신고 배경은 ‘맞불 감찰’이다. 유 총장은 감사원 K 과장 등 5명을 지난달 초 직위해제하고 이들을 감찰해왔다. 유 총장은 기획재정부에 대한 봐주기 감사, 즉 ‘악폐’ 의혹을 밝히겠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이들은 억울함을 호소하며 다방면으로 도움을 요청했다고 한다. 하지만 마땅한 탈출구가 없었고, 결국 K 과장이 최후의 수단을 꺼내 든 것이다. 

‘유 총장 리스크’는 이뿐만이 아니다. 유 총장의 고압적인 태도는 내부 직원들과 지속적인 마찰을 빚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익명 비판을 입막음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은 올해 초 내부망에 익명게시판 ‘감나무숲’을 개설했다.

내부 문제를 직원끼리 자유롭게 논의하라는 취지였다. 지난 6월 유 총장이 취임한 이래로, 감나무숲에 조직 운영 방향을 비판하는 글이 자주 올라온 게 발단이 됐다.

비판 글은 유 총장이 회의 때 “(감나무숲의)명예훼손 글은 디지털 포렌식을 해서 고발하겠다”고 발언한 뒤 그 수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감사원 측은 “유 총장은 ‘익명성에 기댄 비방을 자제하고, 명예훼손 문제가 발생할 경우 피해자가 요청하면 법률 지원 등을 하겠다’고 말한 것인데 이를 오해한 것”이라며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유 총장과 감사원을 둘러싼 정치권 충돌 역시 날로 격화되는 형국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감사원 행보를 겨냥해 ‘정치 보복성 감사’라고 비판한다. 국민의힘은 이 같은 비판이 사실 왜곡이라며 감사원을 엄호하고 나섰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지난 25일 “권익위·방통위 같은 전 정권의 임기제 기관장을 대상으로 한 무차별 표적 감사는 직권남용 소지가 크다”며 “고발을 포함한 모든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더니, 윤석열정권에서 권력기관은 법보다 충성이 먼저인가”라고 꼬집었다.

지난 21일 같은 당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이 “감사원의 선전포고로 규정하고 전면 대응에 나설 것이다. 감사원은 민주당의 집중 감사 대상”이라며 “특히 (감사원 실세)유 총장은 용서할 수 없다”고 말한 데 이은, 강경 발언의 연속이다. 

반면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난 25일 자신의 SNS에서 “문정부가 마땅히 했어야 할 감사를 그냥 넘어갔기 때문에 윤정부가 할 수밖에 없다”며 “이는 사정기관의 정상화”라고 주장했다.

한통속?
폭풍전야

그는 “백신 수급도 제대로 못한 코로나 대응, 민간인 사찰 의혹을 받은 공수처, 대선 때 소쿠리 투표함을 내민 선관위까지 모두 문제가 없었다고 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얼마나 지은 죄가 크면 감사원의 상시적 업무까지 경기를 일으키고 발목 잡기를 하느냐”고 비판했다.


<jeongun15@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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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떠나더라도 자신이 모집·관리해 온 고객의 보험계약을 함께 옮길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이른바 ‘포괄양수도’. 한 대형 보험대리점 산하 조직이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퇴사 시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의 약정서를 작성했다. “나가도 기존 계약을 가져갈 수 있다”는 약속은 실제로 지켜질 수 있었을까.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옮길 때 자신이 기존 회사에서 모집·관리하던 보험계약을 새 소속에서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넘겨받는 것을 업계에서는 흔히 ‘포괄양수도’라고 부른다. 설계사 입장에서는 이직 이후에도 기존 고객을 계속 관리할 수 있고, 계약 유지에 따라 발생하는 수수료 문제와도 연결될 수 있어 소속을 옮길 때 중요한 조건으로 꼽힌다. 양수도 약속 실행 미지수 다만 보험계약 자체가 설계사의 소유물인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의 당사자는 보험회사와 보험계약자이고, 보험설계사는 고객에게 상품을 설명하고 계약 체결을 중개한 대가로 보험사나 법조인보험대리점(GA)으로부터 약정된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따라서 설계사가 자신이 모집한 계약에 대해 법적인 ‘소유권’을 갖고 있어 회사를 옮길 때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한 설계사가 한 법인보험대리점에서 근무하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을 모집했다고 가정해 보자. 설계사가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보험대리점으로 옮긴다고 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이 자동으로 설계사를 따라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 자체는 기존 보험사와 고객 사이에 그대로 유지되고, 설계사가 퇴사하면 기존 회사가 해당 계약을 관리하거나 다른 설계사를 담당자로 지정할 수 있다. 반대로 기존 회사와 설계사 사이에 계약 이관에 대한 합의가 있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설계사가 새 보험대리점으로 이동한 뒤에도 자신이 모집했던 계약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기존 회사에서 새 회사로 관리관계를 옮기는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신규 보험대리점 간 협의와 수수료 정산, 보험사 전산상 담당자 변경 등 실무적인 절차가 뒤따를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이 같은 계약 이관을 보험업법 등이 일률적으로 보장하거나 금지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보험설계사의 이직에 따른 계약 이관을 직접 규율하는 법령이 없어, 실제로 계약을 넘겨줄지 여부는 기본적으로 보험대리점과 설계사 사이의 계약이나 합의에 따라 결정되는 영역으로 해석된다. 설계사 영입 ‘계약 이관’ 약정 본사는 양수도 불허…엇갈린 방침 이 때문에 보험대리점이 설계사를 영입할 당시 “향후 다른 회사로 옮기더라도 기존 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속했다면 해당 약정이 중요해진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인카금융서비스 내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은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향후 퇴사할 경우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을 약정서에 담았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인카금융서비스(주) 사업단 부속 약정서’에는 인카다이렉트 사업단과 설계사 김모씨 사이의 구체적인 계약 조건이 적혀 있다. 눈에 띄는 것은 퇴사 이후의 계약 처리 방식이다. 약정서에는 “조직의 이동(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의 양수도 조건으로 원활한 계약 이관 조치한다”고 명시돼있다. 설계사가 향후 조직을 떠나더라도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계약 이관뿐 아니라 퇴사 이후 남아 있는 수수료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다. 약정서에는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미정산 잔여 유지수수료는 월지급 또는 퇴사 시점부터 1년이 되는 시점에 정산해 지급한다”고 적혀 있다. 영입 당시 지급 수수료율과 일부 시책 등 구체적인 보상 조건도 함께 약정됐다. 앞서 작성된 또 다른 부속 약정서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확인된다. 해당 문서 역시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양수도 조건으로 이관하고, 남은 유지 수수료를 별도로 정산하도록 했다. 그런데 이 약정에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설계사에게 계약 이관을 약속한 주체는 인카금융서비스 본사가 아니라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다. 인카다이렉트는 인카금융서비스 내에 편입된 영업 조직이다. 기존 다이렉트119가 인카금융서비스에 합병되면서 인카다이렉트라는 조직으로 편입됐고, 그 아래 다시 사업단과 본부 등 영업 조직이 구성돼있다. 계약 옮겨도 정산은 별개 앞서 김씨와 부속 약정을 체결한 사업단 역시 이 같은 인카다이렉트 산하 조직 중 하나다.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체결한 이 같은 약정이 인카금융서비스 본사의 방침과 맞아떨어졌느냐다. 인카금융서비스 본사는 지난 2024년 소속 조직에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방침을 전달했다. 김씨는 이후 본사의 방침과 자신이 체결한 약정 내용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본사에서는 안 된다고 하는 포괄양수도를 사업단이 어떻게 약정할 수 있는 것이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본사가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갖고 있었다면, 사업단이 설계사에게 향후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정할 수 있었는지가 쟁점인 셈이다. 사업단 자체 판단만으로 계약 이관을 약속할 수 있었는지, 아니면 인카다이렉트나 인카금융서비스 차원의 권한이나 승인이 전제돼있었는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약정서에 ‘계약을 이관한다’고 적었다고 해서 실제 포괄양수도가 쉽게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기존 소속 회사와 새로 옮길 회사, 보험사 등 여러 주체의 협의가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가령 한 설계사가 A법인보험대리점(GA)에서 B 대리점으로 옮기면서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함께 가져가려 한다면, 우선 기존 GA가 해당 계약을 내보내는 데 협조해야 하고, 새 GA 역시 이를 받아 관리할 수 있는 상태여야 한다. 이후 실제 보험계약을 보유한 보험사 전산에서도 담당 조직이나 설계사 변경 등 필요한 절차가 이뤄져야 한다. 근저당 걸고 3년 만 이관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돈 문제도 함께 정리해야 한다. 설계사에게 지급되는 수수료는 계약 체결 시점에 모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유지 기간에 따라 나눠 지급되는 경우가 많다. 회사가 자체 재원으로 일부 수수료를 먼저 지급했거나 정착 지원금·시상금 등을 지급했다면, 퇴사 시 이를 어떻게 정산할지를 두고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실제 보험업계에서는 설계사가 다른 GA로 옮기는 과정에서 기존 소속 회사가 계약 이관에 협조하지 않아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반복돼 왔다. 계약 이관 여부를 일률적으로 정한 법적 기준이 없는 만큼, 기존 GA가 계약을 내보내지 않겠다고 판단할 경우 설계사가 이를 일방적으로 요구하기는 쉽지 않은 구조다. 기존 GA 입장에서도 계약이 빠져나가면 향후 해당 계약에서 발생하는 수수료 등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 설계사의 이직과 함께 기존 고객 계약까지 다른 회사로 넘어갈 경우, 회사가 관리하던 계약과 수익 기반을 함께 내주는 셈이어서 계약 이관에 소극적일 유인이 있다는 설명이다.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해도 실제 진행은 쉽지만은 않다. 계약의 관리만 넘겨주는지, 남은 수수료까지 함께 정산하는지, 기존에 지급된 지원금이나 시상금에 환수 조건이 붙는지 등에 따라 설계사가 체감하는 조건은 크게 달라진다. 인카다이렉트 측 관리자들은 이와 관련해 포괄양수도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지난 8월 김씨와의 카카오톡 대화에서 한 관리자는 “인카다이렉트 양수도 100% 된다”며 “W금융이 대표적이고, 개인이든 지점이든 자신들이 계속분을 받기 위해 안 한 거지 원하는 분들 다 해드렸다”고 말했다. 이들의 설명대로라면 포괄양수도가 이뤄지지 않은 사례는 회사가 이를 거부해서가 아니라, 설계사나 조직이 기존 계약에서 계속 발생하는 수수료를 받기 위해 스스로 계약 이관을 선택하지 않은 경우라는 취지다. ‘100% 가능’ 철석같은 약속 실제 이관까지 절차 수두룩 하지만 <일요시사>가 확인한 W금융 측 설명은 달랐다. W금융 대표는 DM(다이렉트 메시지)에서 “포괄양수도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전했다. “내가 과거 인카 측에서 해촉된 뒤 곧바로 포괄양수도를 받은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인카다이렉트 측 설명처럼 퇴사와 동시에 기존 계약과 관련 권리가 한꺼번에 넘어온 것이 아니라, 해촉 이후 약 3년이 지나서야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받았다는 것이다. 대표는 계약을 넘겨받는 과정에서도 별도의 조건이 뒤따랐다고 주장했다. 계약 이관 과정에서 근저당 설정 등의 부담이 있었고, 기존 계약에서 발생하는 유지 수수료 역시 충분히 정산받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계약 이관을 어디까지 ‘포괄양수도’로 볼 것인지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퇴사 이후 기존 계약 일부 또는 전부가 다른 회사로 이관됐다고 하더라도, 영입 당시 약속한 조건에 따라 즉시 계약과 잔여 수수료 등이 함께 이전된 것인지,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별도의 협의와 조건을 거쳐 이관된 것인지는 성격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포괄양수도 사례로 W금융을 언급한 경위에 대해 당시 김씨와 대화를 나눴던 사업단 관리자에게도 확인을 요청했다. 해당 관리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회사에서 전해 들은 내용을 그대로 전달했을 뿐”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자신이 포괄양수도 가능 여부나 과거 사례를 직접 확인해 안내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후 A씨는 인카다이렉트를 떠나 같은 인카금융서비스 내 다른 조직으로 소속을 옮겨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포괄양수도 약정과 실제 운영 방식에 대한 문제를 SNS에 제기했다. 해당 내용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자 인카다이렉트 측은 A씨의 게시물 등을 문제 삼았고, 결국 A씨는 ‘허위 사실 유포 및 회사 평판 리스크’ 등을 이유로 해촉 통보를 받은 상태다. 결국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설계사들에게 약정한 포괄양수도가 실제 100% 가능한 조건이었는지다. 또 본사의 방침과는 달리 ‘포괄양수도’에 대해 사업단이 자체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는지도 쟁점이다. 방침 따로 약정 따로 인카다이렉트 측은 현재 회사 내부 규정상 설계사 퇴사에 따른 타사 계약 이관과 잔여 수수료 등을 일괄 이전하는 포괄양수도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소비자가 직접 요청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개별 계약 이관을 허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산하 사업단에서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안내하거나 별도 약정을 체결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만약 그렇게 했다면 사업단에서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하며, 잘못된 안내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내부 조사와 필요시 제재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