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보다 더한 감사원 설레발 막전막후

양손 칼 들고 문 두드린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감사원이 연일 논란의 중심에 서고 있다. 윤석열정부 들어 검찰과 함께 정치권, 언론의 주목을 한껏 받는 중이다. 정치적 중립성·표적 감사 등 <일요시사>가 감사원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짚어봤다.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된 문자메시지가 정국을 뒤흔들고 있다.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과 윤석열 대통령이 주고받은 텔레그램 메시지가 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여당의 내홍이 급속화됐다.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이 송주범 전 서울시 부시장에게 서울시가 동교동 김대중(DJ) 전 대통령 사저를 매입해달라는 내용의 문자를 보내는 모습이 <일요시사>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독립기관
실제론?

지난 5일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의 휴대폰 화면이 통신사 <뉴스1> 카메라에 잡혔다. 사진으로 확인된 메시지 화면에는 “오늘 또 제대로 해명자료가 나갈 겁니다. 무식한 소리 말라는 취지입니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유 사무총장이 보낸 메시지로 수신인은 ‘이관섭 수석’으로 돼있다.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으로 추정된다. 

문자 내용보다는 수신인과 발신인이 관심을 끌었다. 현직 감사원 사무총장과 대통령실 관계자가 개인적으로 소통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모습이 독립성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감사원은 대통령 직속 헌법기관이지만 대통령 간섭이 불가능한 독립기관이기 때문이다. 

당장 정치권이 반응했다. 더불어민주당은 현재 감사원이 감사하고 있는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등과 관련해 ‘기획 감사’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윤석열정권 정치탄압대책위원회’는 “대통령 비서실과 감사원이 짜고 문재인 전 대통령을 겨냥한 감사를 시도했고, 아직도 모의 중이라는 방증”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비판을 정치공세로 규정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원내대변인은 “감사원에 대한 민주당의 정치공세가 도를 넘고 있다”며 “감사원과 대통령실의 정상적인 업무를 정치공작으로 몰고 가고 있다”고 맞대응했다. 

감사원 대변인실은 “해당 문자메시지는 오늘 자 일부 언론에 보도된 ‘서해 감사가 절차 위반’이라는 기사에 대한 질의가 있어 사무총장이 해명자료가 나갈 것이라고 알려준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문자메시지 논란 또 터져
대통령실 관계자와 소통?

윤 대통령은 지난 6일, 용산 대통령실에 출근하면서 ‘유병호 사무총장의 문자가 감사원 독립과 배치되는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감사원의 직무상 독립성은 철저한 감사를 위해 보장되는 장치기 때문에 거기에 굳이 그 정도 관여할 만큼의 시간적 여유도 없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문자메시지 논란은 감사원이 일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동안 감사원의 중립성 문제가 계속 불거졌던 상황에서 문자메시지가 공개돼 기름을 부었다는 분석이다. 지난 7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감사원이 대통령 국정 지원 기관이냐’고 묻는 질의에 최재해 감사원장이 “지원하는 기관”이라고 답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여기에 감사원의 표적 감사 논란이 꼬리표처럼 따라 붙고 있다. 문재인정부 관련 사건을 들여다보고 있는 윤석열정부의 행보에 감사원이 발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탈북 어민 강제북송 사건,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코로나19 백신 수급 지연, 대선 ‘소쿠리 투표’ 논란 등에 대해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대부분 문정부에서 논란이 됐던 사안들이다.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은 2019년 11월 북한 선원 2명이 동료 16명을 살해하고 한국으로 넘어와 귀순 의사를 밝혔으나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강제추방된 사건이다. 이 과정에서 정부가 합동조사를 조기에 강제 종료하고 귀순 의사를 밝힌 어민을 강제로 북송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출범 초부터
조짐 보였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은 얼어붙은 현 정국에 이른바 소스를 제공했다. 2020년 9월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씨가 북한 측 서해상에서 표류 중 북한군에 의해 사살됐다. 문정부에서는 이씨가 월북했다고 발표했지만 윤정부 들어 결론이 번복됐다.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이 사건에 관심을 보여왔다.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서면조사 통보도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서다. 감사원은 지난달 말 문 전 대통령에게 서면조사를 통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메일과 전화 등을 통해 서면조사에 응하라고 통보한 것이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 사실관계를 파악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문 전 대통령은 “대단히 무례한 짓”이라며 강하게 반발한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지난 3일 기자회견에서 “지난달 30일 문 전 대통령께 감사원 서면조사 관련 보고를 드렸다”면서 반응을 전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감사원이 보낸 이메일을 반송했다. 서면조사에 응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드러낸 것이다.

감사원은 문 전 대통령을 서면조사하려던 계획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전 대통령이 서면조사 통보에 거부 의사를 분명히 한 만큼 다시 추진하는 것은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듯하다. 감사원은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 중간 감사 결과를 발표하는 방안을 거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감사 과정에서 발견한 위법 사항에 대해서는 검찰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 감사 절차를 무시하는 등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다는 논란도 불거졌다. 앞서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감사 착수 당시 감사위원회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감사원은 적법한 절차를 거쳐 감사를 진행했다는 입장이지만 의혹 제기는 계속됐다. 

민주당 이탄희 의원이 감사원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윤정부 출범(5월10일) 이후 8월까지 감사원 감사위원회의 정례·임시회의는 모두 12차례 열렸다. 감사원장이 의장을 맡고 6명의 감사위원으로 구성된 감사위원회는 감사원의 감사 정책, 주요 감사계획, 결산, 징계‧문책 처분 등을 의결한다. 

문재인정부
아킬레스건

감사원이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 감사에 나선다고 밝힌 것은 6월17일인데 직전 감사위원회 회의인 6월16일 회의에서 ‘학교시설 안전관리실태’ ‘순천시·광양시·임실군·구례군 정기감사’ 등 감사보고서 4건만 의결됐다. 이 대목에서 감사위원회 의결을 거치지 않고 감사에 돌입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감사원은 “사전에 감사위원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는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감사위 의결 이후 변경사항은 사무처에 위임하는 방식으로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문정부에서 임명된 이들이 기관장으로 있는 기관에 대한 감사도 추가됐다.

주로 여권 내에서 사퇴 압력을 받고 있는 기관장들이다. 


대표적인 예로 국민권익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 등이다. 전현희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은 “국민의힘과 검찰, 감사원은 권익위원장 사퇴 압박을 위한 삼각편대 정치공작 시도를 당장 중단하라”고 밝혔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처리 과정에서 권익위측 유권해석을 요구하는 국민의힘, 곧바로 감사에 들어간 감사원, 유족 측 검찰 고발이 서로 연결돼 권익위원장 사퇴 압박에 이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감사원 관련 논란은 최 원장이 사무총장으로 유 사무총장을 임명‧제청했을 때부터 예견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 사무총장은 경제성 조작 논란이 불거진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관련 감사를 담당한 바 있다. 이후 지난 1월 비감사부서인 감사연구원장으로 인사 발령을 받았다. 

표적·정치감사 중립성 논란
‘실세’ 사무총장 그대로 간다?

감사원은 “2020년 10월 공공기관감사국장으로 근무할 당시에 월성원전 1호기 조기 폐쇄 감사를 통해 조직적인 감사증거 은폐 등 관계기관의 감사 방해에도 불구하고 결국 경제성이 졸속으로 평가돼 조기 폐쇄됐다는 사실을 밝혀 원칙주의자로서의 강직한 면모를 보여줬다”고 인사 배경을 밝혔다.

윤정부 출범 이후 단숨에 감사원 2인자가 된 유 사무총장은 문정부를 상대로 칼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 8월 감사원의 ‘2022년 하반기 감사운영 계획’이 발표되면서 노골적인 표적 감사, 정치 감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당시 계획에는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통계청 가계동향 조사 관련 통계조작 논란 등이 포함됐다. 


유 사무총장은 “누가 시킨다고 뭘 하거나 하지 않는다”며 정치 감사, 표적 감사 논란을 일축했다. 지난 8월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감사원의 공정성과 관련한 질문에 “특정 감사 사항에 대해 외부적으로 너저분한 압력도 분명히 있었다”며 “지금 정부에서 압력은 받아본 적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윤정부가 검찰과 감사원을 ‘원투펀치’로 쓰고 있다고도 말한다. 감사원이 감사를 통해 위법사항을 밝혀낸 뒤 고발하면 검찰이 사건을 이어받아 수사하는 식이다. 과거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사건 당시 감사원의 감사 결과 발표 이후 검찰 수사가 진행됐다.

2020년 10월 감사원은 “경제성이 불합리하게 저평가됐다”는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당시 감사원장이 국민의힘 최재형 의원이었다. 이후 국민의힘은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당분간
시끌시끌?

표적 감사 논란에 이어 문자메시지 사건까지 불거지면서 감사원 관련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지난 6일 국감에서 “감사원은 대통령실이 지시한 모든 정치감사를 즉각 중단하길 바란다”며 “정권의 돌격대, 검찰 이중대로 전락한 감사원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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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