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보다 더한 감사원 설레발 막전막후

양손 칼 들고 문 두드린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감사원이 연일 논란의 중심에 서고 있다. 윤석열정부 들어 검찰과 함께 정치권, 언론의 주목을 한껏 받는 중이다. 정치적 중립성·표적 감사 등 <일요시사>가 감사원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짚어봤다.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된 문자메시지가 정국을 뒤흔들고 있다.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과 윤석열 대통령이 주고받은 텔레그램 메시지가 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여당의 내홍이 급속화됐다.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이 송주범 전 서울시 부시장에게 서울시가 동교동 김대중(DJ) 전 대통령 사저를 매입해달라는 내용의 문자를 보내는 모습이 <일요시사>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독립기관
실제론?

지난 5일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의 휴대폰 화면이 통신사 <뉴스1> 카메라에 잡혔다. 사진으로 확인된 메시지 화면에는 “오늘 또 제대로 해명자료가 나갈 겁니다. 무식한 소리 말라는 취지입니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유 사무총장이 보낸 메시지로 수신인은 ‘이관섭 수석’으로 돼있다.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으로 추정된다. 

문자 내용보다는 수신인과 발신인이 관심을 끌었다. 현직 감사원 사무총장과 대통령실 관계자가 개인적으로 소통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모습이 독립성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감사원은 대통령 직속 헌법기관이지만 대통령 간섭이 불가능한 독립기관이기 때문이다. 

당장 정치권이 반응했다. 더불어민주당은 현재 감사원이 감사하고 있는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등과 관련해 ‘기획 감사’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윤석열정권 정치탄압대책위원회’는 “대통령 비서실과 감사원이 짜고 문재인 전 대통령을 겨냥한 감사를 시도했고, 아직도 모의 중이라는 방증”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비판을 정치공세로 규정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원내대변인은 “감사원에 대한 민주당의 정치공세가 도를 넘고 있다”며 “감사원과 대통령실의 정상적인 업무를 정치공작으로 몰고 가고 있다”고 맞대응했다. 

감사원 대변인실은 “해당 문자메시지는 오늘 자 일부 언론에 보도된 ‘서해 감사가 절차 위반’이라는 기사에 대한 질의가 있어 사무총장이 해명자료가 나갈 것이라고 알려준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문자메시지 논란 또 터져
대통령실 관계자와 소통?

윤 대통령은 지난 6일, 용산 대통령실에 출근하면서 ‘유병호 사무총장의 문자가 감사원 독립과 배치되는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감사원의 직무상 독립성은 철저한 감사를 위해 보장되는 장치기 때문에 거기에 굳이 그 정도 관여할 만큼의 시간적 여유도 없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문자메시지 논란은 감사원이 일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동안 감사원의 중립성 문제가 계속 불거졌던 상황에서 문자메시지가 공개돼 기름을 부었다는 분석이다. 지난 7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감사원이 대통령 국정 지원 기관이냐’고 묻는 질의에 최재해 감사원장이 “지원하는 기관”이라고 답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여기에 감사원의 표적 감사 논란이 꼬리표처럼 따라 붙고 있다. 문재인정부 관련 사건을 들여다보고 있는 윤석열정부의 행보에 감사원이 발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탈북 어민 강제북송 사건,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코로나19 백신 수급 지연, 대선 ‘소쿠리 투표’ 논란 등에 대해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대부분 문정부에서 논란이 됐던 사안들이다.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은 2019년 11월 북한 선원 2명이 동료 16명을 살해하고 한국으로 넘어와 귀순 의사를 밝혔으나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강제추방된 사건이다. 이 과정에서 정부가 합동조사를 조기에 강제 종료하고 귀순 의사를 밝힌 어민을 강제로 북송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출범 초부터
조짐 보였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은 얼어붙은 현 정국에 이른바 소스를 제공했다. 2020년 9월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씨가 북한 측 서해상에서 표류 중 북한군에 의해 사살됐다. 문정부에서는 이씨가 월북했다고 발표했지만 윤정부 들어 결론이 번복됐다.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이 사건에 관심을 보여왔다.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서면조사 통보도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서다. 감사원은 지난달 말 문 전 대통령에게 서면조사를 통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메일과 전화 등을 통해 서면조사에 응하라고 통보한 것이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 사실관계를 파악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문 전 대통령은 “대단히 무례한 짓”이라며 강하게 반발한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지난 3일 기자회견에서 “지난달 30일 문 전 대통령께 감사원 서면조사 관련 보고를 드렸다”면서 반응을 전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감사원이 보낸 이메일을 반송했다. 서면조사에 응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드러낸 것이다.

감사원은 문 전 대통령을 서면조사하려던 계획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전 대통령이 서면조사 통보에 거부 의사를 분명히 한 만큼 다시 추진하는 것은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듯하다. 감사원은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 중간 감사 결과를 발표하는 방안을 거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감사 과정에서 발견한 위법 사항에 대해서는 검찰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 감사 절차를 무시하는 등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다는 논란도 불거졌다. 앞서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감사 착수 당시 감사위원회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감사원은 적법한 절차를 거쳐 감사를 진행했다는 입장이지만 의혹 제기는 계속됐다. 

민주당 이탄희 의원이 감사원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윤정부 출범(5월10일) 이후 8월까지 감사원 감사위원회의 정례·임시회의는 모두 12차례 열렸다. 감사원장이 의장을 맡고 6명의 감사위원으로 구성된 감사위원회는 감사원의 감사 정책, 주요 감사계획, 결산, 징계‧문책 처분 등을 의결한다. 

문재인정부
아킬레스건

감사원이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 감사에 나선다고 밝힌 것은 6월17일인데 직전 감사위원회 회의인 6월16일 회의에서 ‘학교시설 안전관리실태’ ‘순천시·광양시·임실군·구례군 정기감사’ 등 감사보고서 4건만 의결됐다. 이 대목에서 감사위원회 의결을 거치지 않고 감사에 돌입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감사원은 “사전에 감사위원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는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감사위 의결 이후 변경사항은 사무처에 위임하는 방식으로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문정부에서 임명된 이들이 기관장으로 있는 기관에 대한 감사도 추가됐다.

주로 여권 내에서 사퇴 압력을 받고 있는 기관장들이다. 


대표적인 예로 국민권익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 등이다. 전현희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은 “국민의힘과 검찰, 감사원은 권익위원장 사퇴 압박을 위한 삼각편대 정치공작 시도를 당장 중단하라”고 밝혔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처리 과정에서 권익위측 유권해석을 요구하는 국민의힘, 곧바로 감사에 들어간 감사원, 유족 측 검찰 고발이 서로 연결돼 권익위원장 사퇴 압박에 이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감사원 관련 논란은 최 원장이 사무총장으로 유 사무총장을 임명‧제청했을 때부터 예견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 사무총장은 경제성 조작 논란이 불거진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관련 감사를 담당한 바 있다. 이후 지난 1월 비감사부서인 감사연구원장으로 인사 발령을 받았다. 

표적·정치감사 중립성 논란
‘실세’ 사무총장 그대로 간다?

감사원은 “2020년 10월 공공기관감사국장으로 근무할 당시에 월성원전 1호기 조기 폐쇄 감사를 통해 조직적인 감사증거 은폐 등 관계기관의 감사 방해에도 불구하고 결국 경제성이 졸속으로 평가돼 조기 폐쇄됐다는 사실을 밝혀 원칙주의자로서의 강직한 면모를 보여줬다”고 인사 배경을 밝혔다.

윤정부 출범 이후 단숨에 감사원 2인자가 된 유 사무총장은 문정부를 상대로 칼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 8월 감사원의 ‘2022년 하반기 감사운영 계획’이 발표되면서 노골적인 표적 감사, 정치 감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당시 계획에는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통계청 가계동향 조사 관련 통계조작 논란 등이 포함됐다. 


유 사무총장은 “누가 시킨다고 뭘 하거나 하지 않는다”며 정치 감사, 표적 감사 논란을 일축했다. 지난 8월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감사원의 공정성과 관련한 질문에 “특정 감사 사항에 대해 외부적으로 너저분한 압력도 분명히 있었다”며 “지금 정부에서 압력은 받아본 적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윤정부가 검찰과 감사원을 ‘원투펀치’로 쓰고 있다고도 말한다. 감사원이 감사를 통해 위법사항을 밝혀낸 뒤 고발하면 검찰이 사건을 이어받아 수사하는 식이다. 과거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사건 당시 감사원의 감사 결과 발표 이후 검찰 수사가 진행됐다.

2020년 10월 감사원은 “경제성이 불합리하게 저평가됐다”는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당시 감사원장이 국민의힘 최재형 의원이었다. 이후 국민의힘은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당분간
시끌시끌?

표적 감사 논란에 이어 문자메시지 사건까지 불거지면서 감사원 관련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지난 6일 국감에서 “감사원은 대통령실이 지시한 모든 정치감사를 즉각 중단하길 바란다”며 “정권의 돌격대, 검찰 이중대로 전락한 감사원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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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