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탁? 실수?’ 전원주택 신축 허가 피해담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05.30 12:17:55
  • 호수 142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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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어긴 공무원 훈계로 끝?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2019년 시작된 소송은 2021년 11월9일, 원고 장양호씨의 승소로 마무리됐다. 장씨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주택 간 경계에 위치한 토지로 피해를 보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스스로 알지도 못할 것”이라며 “나는 이 문제가 공무원 결탁이 없고선 있을 수 없다고 본다. 그런데 관련 공무원은 솜방망이 처분만 받았다”고 말했다.

한국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 집 마련을 꿈꾼다. 젊은 시절에는 도심의 아파트를 희망하지만, 중장년층의 67.6%는 은퇴 후에 전원주택 또는 단독주택 거주를 희망한다. ‘임팩트피플스’가 50~60대 188명을 대상으로 ‘중장년층 은퇴 후 희망 거주 형태’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 대부분 아파트 거주 중이지만 ‘은퇴 후에 거주 형태를 변경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가 59%로 절반을 넘었다.

윗집의
신축공사

설문조사 결과는 현재 거주지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비수도권 거주자의 경우 64.7%가 은퇴 후 거주 형태 변경 의사가 있는 반면, 수도권 거주자는 55.8%에 머물렀다. 은퇴 후 선호 거주 형태는 ▲전원주택(34.0%) ▲단독주택(23.4%)이 57.4%를 차지했으며, 아파트는 37.8%였다. 

전원주택은 땅을 사서 그 토지 위에 집을 지으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실제로는 ‘토지 매입→개발행위허가, 전용 허가, 건축신고→착공신고→건축공사→준공→입주’ 순이다. 토지 매입에도 신경써야 한다. 농지나 산지가 아닌 대지로 전환된 토지를 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이런 토지를 샀다고 하더라도 마음대로 집을 지을 수 없다. 건축법에 따라 건축신고를 하거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만약 대지로 전환된 토지가 아닌 농지·산지 전용 토지를 구입했다면, 토지 허가를 받고 건축신고(허가), 착공신고까지 해놓고 집을 지어야 한다. 주택에 도로가 확보돼있는지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도로가 없으면 개발행위 허가와 전용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농촌 지역 건축 신고는 200㎡ 미만 주택만 가능하며, 배치도, 평면도, 입면도, 단면도, 내진설계 구조 도면도 첨부해야 한다.

이렇게 전원주택을 짓기까지 도달하는 과정서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강원도 고성서 전원주택을 지어 거주 중인 장양호씨가 이에 해당된다. 장씨는 2021년 11월9일, 윗집에 사는 A씨를 상대로 ‘약정이행 청구의 소’를 제기해 승소하면서 5364만2564원을 받게 됐다. 

주택 경계면 토지 둘러싼 공방전
‘내 땅’ 정보공개청구 1년간 거절

그간 두 사람 사이엔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장씨는 강원 고성군 간성읍에 소재의 토지 1309㎡, 111.9㎡ 단층 단독주택과 창고를 소유하고 있다. A씨는 장씨의 집 바로 위에 토지를 소유하고 있다. 두 사람의 소유 토지는 맞닿아 있긴 하지만, 토지 간 높이가 있어 붙어 있진 않은 상태다.

A씨는 2018년경 본인 토지에 주택 신축공사를 추진했다. 이때 A씨 소유 토지의 경계선 쪽에 위치한 장씨 소유 토지 일부가 토지 평탄화 작업을 위해 신축공사 계획에 포함돼있었다.

해당 토지 평탄화 작업은 고성군이 지시한 부분으로 평탄화 없이 주택 공사 진행 시 재해 발생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A씨는 장씨에게 평탄화 작업을 위한 ‘토지사용승낙’을 요청했다.


2018년 9월 장씨와 A씨는 ‘약정이행각서’를 작성했다.

각서엔 ▲제1조 A씨 소유 토지 소나무 반출 작업과 절토 작업 도중 작업자의 실수로 소나무, 돌 등이 굴러 떨어져 장씨 소유 토지 건축물이 파손되는 등 피해가 발생되면 공사를 즉각 중단하고 A씨가 피해를 배상한다 ▲제2조 소나무 반출 후 절토와 평토(흙을 쳐서 평지같이 평평하게 메움) 작업이 완료되면 장씨 소유 토지와 A씨 소유 토지의 경계선을 수직으로 절개해 땅바닥까지 절토 작업 후 옹벽 철거와 폐기물 처리비용 등 일체를 사업주(A씨)가 부담한다 ▲제3조 경계선서 양쪽이 1~1.5m 뒤로 물린다 등이 적시됐다.

장씨는 “약정이행각서 제2조에 따라 양 토지의 경계선에 맞춰 신규 옹벽을 설치해야 한다. 제3조는 경계선에 맞춘 직각 절개와 신규 옹벽 설치가 불가능할 경우를 대비해둔 조항에 불과하다”고 해석했다. 

고의냐
실수냐

반면 A씨는 “약정이행각서 제3조에 따라 양 토지 경계선은 장씨 소유 토지 안쪽으로 1.5m 간격을 두고 절개 및 신규 옹벽 설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재판부는 “A씨는 약정이행각서에서 정한 의무인 ▲기존 옹벽 철거공사 ▲양 토지 경계선에 맞춘 절개 및 평토 공사 ▲직각 신규 옹벽 설치공사를 거절했기에, 장씨는 A씨에게 공사대금에 상응하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며 장씨의 손을 들어줬다.

문제가 여기서 끝났으면 좋으련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있었다. 바로 지자체 공무원의 해당 공사 인허가 문제였다. 장씨는 “강원도 고성군청 인허가 관련 공무원 2명이 2018년 9월경 개발행위 인허가 과정서 허가대상지 연접 토지 ‘1-5번지’를 허가서 제외시켜 일어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하지만 개발허가에 포함돼야 할 민원인 소유의 1-5번지를 담당한 공무원은 수허가자와 짜고 ‘(1-5번지는) 기허가지로 허가에는 넣지 말고 계획서상에만 넣어 정리하자’며 고의적으로 제외시킨 것”이라고 주장했다.

어떻게 된 영문일까? 장씨는 강원도 감사실 관계자 C씨와의 전화 통화 녹취록을 <일요시사>에 제공했다. 해당 녹취록서 C씨는 공무원의 실수를 명확하게 지적한다.

C씨는 “선생님(장씨)이 내용을 더 잘 아시겠지만, 선생님 토지는 개발행위 허가에 있어서 기허가지였다. 이후 허가지역이 됐는데 개발행위를 한다는 것을, 해당 공무원이 판단을 제대로 못해서 ‘한 토지에 두 번씩 허가를 한다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래서 담당 공무원이 계획서에만 넣어서 이 사업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녹취록
들어보니…

이어 “그러니 땅을 절토하고 난 뒤에 다시 ‘1-5’를 ‘개발행위 허가’로 변경했다. 실제 계획서 개발행위 허가 계약서상에 문구만 바꾼 상황이다. 결국 이 부분은 실제 개발행위가 다 끝났고, 또 다시 개발허가 면적에 넣는 것은 부적정하니 계획서상에만 넣어서 정리하자고 협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사업계획서 ‘사업장 위치 및 면적조서[변경없음]’에는 3개 필지만 기재돼있고 사업계획서 하단에는 “※재해가 우려되는 비탈면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업구역 외 토지 [1-5대] 사용 승락을 받아 절토해 주변의 피해를 주지 않게 부지를 조성하고자 한다”고 추가됐다.

장씨는 해당 공무원이 실수했다고 보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장씨가 2018년 12월 ‘1-5번지 허가 여부’ 확인을 위해 고성군청에 열람 및 공개 신청과 정보공개청구를 했으나 거절당했기 때문이다. 

장씨가 고성군청 관계자에게 “내 토지에 대한 개발허가 여부를 내가 확인하는데 왜 거절하느냐”고 묻자, 고성군청 관계자는 “사업자가 비공개 요청을 했다”고 답했다. 이 같은 이유로 장씨는 1년 가까이 자신의 땅 허가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다. 

하지만 A씨는 장씨에게 1-5번지 개발허가를 요청한 적이 없었다. 또 장씨는 1-5에 관한 개발허가를 한 적이 없으며, 최초 개발행위허가서와 사업계획서에도 관련 내용은 없었다. 반면 녹취록서도 알 수 있듯 도면에는 1-5번지가 추가돼있었다.

개인 토지 사용 집주인 허락 없이 승낙 
담당 군청 직원 ‘업무 미숙’ 처분만

공무원 2명 피의자 진술과 공사 관계자의 경찰 심문조서에도 해당 내용은 잘 나와 있다.


“A씨는 개발행위허가를 받지 않고 1-5번지 대지 개발 행위를 한 것이 맞느냐”고 묻자 이들은 “결론적으론 그렇다. A씨는 처음 개발행위를 신청할 당시부터 사업계획서에는 1-5번지 대지를 절토해야 한다고 했다. 장씨로부터 토지사용 승낙을 받아 인감증명서와 함께 제출했으며 시설계획평면도에는 1-5번지 일부를 절토한다는 취지로 설계했다. 그런데 정작 개발행위 신청서를 작성하면서 1-5번지 개발행위 사실은 누락했다. A씨도 이 부분은 실수한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A씨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허가를 받지 않고 개발행위를 한 것”이라고도 했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56조(개발행위의 허가)에는 ‘▲건축물 건축 ▲토지 형질 변경 ▲토석 채취 ▲토지 분할에 해당하는 행위는 개발행위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대통령령으로 정해져 있다. 

해당 공무원은 송방망이 처분을 받았다.

2019년 11월25일 강원도감사위원회는 장씨에게 “민원인이 우리 도에 제기한 민원을 조사한 결과, 민원 발생 원인이 단독주택 신축허가와 관련해 개발행위 및 도로점용 허가 과정 중 개발행위 허가면적 누락과 부적정한 법규를 적용으로 인한 것”이라며 “해당 개발행위와 관련해 세부적인 검토를 통해 개발행위 취소 여부 및 토사 유출 등 피해 방지에 대해 조치하고, 부적정하게 해당 업무를 처리한 관련 공무원에게는 ‘훈계 처분’한다”고 밝혔다.

제 식구 감싸기
솜방망이 징계

이 부분에 대해 장씨는 “사업계획서는 허가 외 구역으로 설정하고 허가 신청서를 내미니, 담당 공무원은 1-5번이 개발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왜 포함시키지 않았느냐고 보안 요구를 해야 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공무원이 그 자리서 그냥 결제한 것”이라며 “결국 법을 어긴 것인데 관련 공무원은 훈계 처리만 받았다. 고성군청에 녹취록 등을 제공하면서 재감사 요청을 했는데 ‘재조사는 불가하다’고 말한다. 나처럼 피해를 보는 사람이 없길 바란다”고 답답한 심경을 전했다.

<일요시사>는 해당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강원도 감사위원회에 수 차례 전화했지만 끝내 연락이 닿지 않았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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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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