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탁? 실수?’ 전원주택 신축 허가 피해담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05.30 12:17:55
  • 호수 142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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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어긴 공무원 훈계로 끝?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2019년 시작된 소송은 2021년 11월9일, 원고 장양호씨의 승소로 마무리됐다. 장씨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주택 간 경계에 위치한 토지로 피해를 보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스스로 알지도 못할 것”이라며 “나는 이 문제가 공무원 결탁이 없고선 있을 수 없다고 본다. 그런데 관련 공무원은 솜방망이 처분만 받았다”고 말했다.

한국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 집 마련을 꿈꾼다. 젊은 시절에는 도심의 아파트를 희망하지만, 중장년층의 67.6%는 은퇴 후에 전원주택 또는 단독주택 거주를 희망한다. ‘임팩트피플스’가 50~60대 188명을 대상으로 ‘중장년층 은퇴 후 희망 거주 형태’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 대부분 아파트 거주 중이지만 ‘은퇴 후에 거주 형태를 변경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가 59%로 절반을 넘었다.

윗집의
신축공사

설문조사 결과는 현재 거주지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비수도권 거주자의 경우 64.7%가 은퇴 후 거주 형태 변경 의사가 있는 반면, 수도권 거주자는 55.8%에 머물렀다. 은퇴 후 선호 거주 형태는 ▲전원주택(34.0%) ▲단독주택(23.4%)이 57.4%를 차지했으며, 아파트는 37.8%였다. 

전원주택은 땅을 사서 그 토지 위에 집을 지으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실제로는 ‘토지 매입→개발행위허가, 전용 허가, 건축신고→착공신고→건축공사→준공→입주’ 순이다. 토지 매입에도 신경써야 한다. 농지나 산지가 아닌 대지로 전환된 토지를 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이런 토지를 샀다고 하더라도 마음대로 집을 지을 수 없다. 건축법에 따라 건축신고를 하거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만약 대지로 전환된 토지가 아닌 농지·산지 전용 토지를 구입했다면, 토지 허가를 받고 건축신고(허가), 착공신고까지 해놓고 집을 지어야 한다. 주택에 도로가 확보돼있는지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도로가 없으면 개발행위 허가와 전용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농촌 지역 건축 신고는 200㎡ 미만 주택만 가능하며, 배치도, 평면도, 입면도, 단면도, 내진설계 구조 도면도 첨부해야 한다.

이렇게 전원주택을 짓기까지 도달하는 과정서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강원도 고성서 전원주택을 지어 거주 중인 장양호씨가 이에 해당된다. 장씨는 2021년 11월9일, 윗집에 사는 A씨를 상대로 ‘약정이행 청구의 소’를 제기해 승소하면서 5364만2564원을 받게 됐다. 

주택 경계면 토지 둘러싼 공방전
‘내 땅’ 정보공개청구 1년간 거절

그간 두 사람 사이엔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장씨는 강원 고성군 간성읍에 소재의 토지 1309㎡, 111.9㎡ 단층 단독주택과 창고를 소유하고 있다. A씨는 장씨의 집 바로 위에 토지를 소유하고 있다. 두 사람의 소유 토지는 맞닿아 있긴 하지만, 토지 간 높이가 있어 붙어 있진 않은 상태다.

A씨는 2018년경 본인 토지에 주택 신축공사를 추진했다. 이때 A씨 소유 토지의 경계선 쪽에 위치한 장씨 소유 토지 일부가 토지 평탄화 작업을 위해 신축공사 계획에 포함돼있었다.

해당 토지 평탄화 작업은 고성군이 지시한 부분으로 평탄화 없이 주택 공사 진행 시 재해 발생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A씨는 장씨에게 평탄화 작업을 위한 ‘토지사용승낙’을 요청했다.


2018년 9월 장씨와 A씨는 ‘약정이행각서’를 작성했다.

각서엔 ▲제1조 A씨 소유 토지 소나무 반출 작업과 절토 작업 도중 작업자의 실수로 소나무, 돌 등이 굴러 떨어져 장씨 소유 토지 건축물이 파손되는 등 피해가 발생되면 공사를 즉각 중단하고 A씨가 피해를 배상한다 ▲제2조 소나무 반출 후 절토와 평토(흙을 쳐서 평지같이 평평하게 메움) 작업이 완료되면 장씨 소유 토지와 A씨 소유 토지의 경계선을 수직으로 절개해 땅바닥까지 절토 작업 후 옹벽 철거와 폐기물 처리비용 등 일체를 사업주(A씨)가 부담한다 ▲제3조 경계선서 양쪽이 1~1.5m 뒤로 물린다 등이 적시됐다.

장씨는 “약정이행각서 제2조에 따라 양 토지의 경계선에 맞춰 신규 옹벽을 설치해야 한다. 제3조는 경계선에 맞춘 직각 절개와 신규 옹벽 설치가 불가능할 경우를 대비해둔 조항에 불과하다”고 해석했다. 

고의냐
실수냐

반면 A씨는 “약정이행각서 제3조에 따라 양 토지 경계선은 장씨 소유 토지 안쪽으로 1.5m 간격을 두고 절개 및 신규 옹벽 설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재판부는 “A씨는 약정이행각서에서 정한 의무인 ▲기존 옹벽 철거공사 ▲양 토지 경계선에 맞춘 절개 및 평토 공사 ▲직각 신규 옹벽 설치공사를 거절했기에, 장씨는 A씨에게 공사대금에 상응하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며 장씨의 손을 들어줬다.

문제가 여기서 끝났으면 좋으련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있었다. 바로 지자체 공무원의 해당 공사 인허가 문제였다. 장씨는 “강원도 고성군청 인허가 관련 공무원 2명이 2018년 9월경 개발행위 인허가 과정서 허가대상지 연접 토지 ‘1-5번지’를 허가서 제외시켜 일어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하지만 개발허가에 포함돼야 할 민원인 소유의 1-5번지를 담당한 공무원은 수허가자와 짜고 ‘(1-5번지는) 기허가지로 허가에는 넣지 말고 계획서상에만 넣어 정리하자’며 고의적으로 제외시킨 것”이라고 주장했다.

어떻게 된 영문일까? 장씨는 강원도 감사실 관계자 C씨와의 전화 통화 녹취록을 <일요시사>에 제공했다. 해당 녹취록서 C씨는 공무원의 실수를 명확하게 지적한다.

C씨는 “선생님(장씨)이 내용을 더 잘 아시겠지만, 선생님 토지는 개발행위 허가에 있어서 기허가지였다. 이후 허가지역이 됐는데 개발행위를 한다는 것을, 해당 공무원이 판단을 제대로 못해서 ‘한 토지에 두 번씩 허가를 한다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래서 담당 공무원이 계획서에만 넣어서 이 사업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녹취록
들어보니…

이어 “그러니 땅을 절토하고 난 뒤에 다시 ‘1-5’를 ‘개발행위 허가’로 변경했다. 실제 계획서 개발행위 허가 계약서상에 문구만 바꾼 상황이다. 결국 이 부분은 실제 개발행위가 다 끝났고, 또 다시 개발허가 면적에 넣는 것은 부적정하니 계획서상에만 넣어서 정리하자고 협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사업계획서 ‘사업장 위치 및 면적조서[변경없음]’에는 3개 필지만 기재돼있고 사업계획서 하단에는 “※재해가 우려되는 비탈면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업구역 외 토지 [1-5대] 사용 승락을 받아 절토해 주변의 피해를 주지 않게 부지를 조성하고자 한다”고 추가됐다.

장씨는 해당 공무원이 실수했다고 보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장씨가 2018년 12월 ‘1-5번지 허가 여부’ 확인을 위해 고성군청에 열람 및 공개 신청과 정보공개청구를 했으나 거절당했기 때문이다. 

장씨가 고성군청 관계자에게 “내 토지에 대한 개발허가 여부를 내가 확인하는데 왜 거절하느냐”고 묻자, 고성군청 관계자는 “사업자가 비공개 요청을 했다”고 답했다. 이 같은 이유로 장씨는 1년 가까이 자신의 땅 허가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다. 

하지만 A씨는 장씨에게 1-5번지 개발허가를 요청한 적이 없었다. 또 장씨는 1-5에 관한 개발허가를 한 적이 없으며, 최초 개발행위허가서와 사업계획서에도 관련 내용은 없었다. 반면 녹취록서도 알 수 있듯 도면에는 1-5번지가 추가돼있었다.

개인 토지 사용 집주인 허락 없이 승낙 
담당 군청 직원 ‘업무 미숙’ 처분만

공무원 2명 피의자 진술과 공사 관계자의 경찰 심문조서에도 해당 내용은 잘 나와 있다.


“A씨는 개발행위허가를 받지 않고 1-5번지 대지 개발 행위를 한 것이 맞느냐”고 묻자 이들은 “결론적으론 그렇다. A씨는 처음 개발행위를 신청할 당시부터 사업계획서에는 1-5번지 대지를 절토해야 한다고 했다. 장씨로부터 토지사용 승낙을 받아 인감증명서와 함께 제출했으며 시설계획평면도에는 1-5번지 일부를 절토한다는 취지로 설계했다. 그런데 정작 개발행위 신청서를 작성하면서 1-5번지 개발행위 사실은 누락했다. A씨도 이 부분은 실수한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A씨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허가를 받지 않고 개발행위를 한 것”이라고도 했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56조(개발행위의 허가)에는 ‘▲건축물 건축 ▲토지 형질 변경 ▲토석 채취 ▲토지 분할에 해당하는 행위는 개발행위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대통령령으로 정해져 있다. 

해당 공무원은 송방망이 처분을 받았다.

2019년 11월25일 강원도감사위원회는 장씨에게 “민원인이 우리 도에 제기한 민원을 조사한 결과, 민원 발생 원인이 단독주택 신축허가와 관련해 개발행위 및 도로점용 허가 과정 중 개발행위 허가면적 누락과 부적정한 법규를 적용으로 인한 것”이라며 “해당 개발행위와 관련해 세부적인 검토를 통해 개발행위 취소 여부 및 토사 유출 등 피해 방지에 대해 조치하고, 부적정하게 해당 업무를 처리한 관련 공무원에게는 ‘훈계 처분’한다”고 밝혔다.

제 식구 감싸기
솜방망이 징계

이 부분에 대해 장씨는 “사업계획서는 허가 외 구역으로 설정하고 허가 신청서를 내미니, 담당 공무원은 1-5번이 개발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왜 포함시키지 않았느냐고 보안 요구를 해야 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공무원이 그 자리서 그냥 결제한 것”이라며 “결국 법을 어긴 것인데 관련 공무원은 훈계 처리만 받았다. 고성군청에 녹취록 등을 제공하면서 재감사 요청을 했는데 ‘재조사는 불가하다’고 말한다. 나처럼 피해를 보는 사람이 없길 바란다”고 답답한 심경을 전했다.

<일요시사>는 해당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강원도 감사위원회에 수 차례 전화했지만 끝내 연락이 닿지 않았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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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간첩서 이사장으로’ 기막힌 신분 세탁 추적

[단독] ‘간첩서 이사장으로’ 기막힌 신분 세탁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교육청이 횡령 혐의로 고발한 ‘월드장학재단’의 이사장이 전 조선노동당 총책 황모씨로 드러났다. 황씨는 이사장 취임 2개월 만인 2020년 4월15일, 교육청 허가 없이 재단 자금 50억2500만원을 유용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재단은 ‘월드메르디앙’으로 유명한 월드건설산업 조규상 회장이 2002년 설립했다. 회사 자산 등 50억원을 출연해 재단을 설립하고, 모교와 고향 지역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해 왔다. 조 회장이 별세하기 2년 전인 2020년 2월20일 사임하면서 이사진도 전격 교체됐다. 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한 황씨와 더불어민주당 관련 인물이 연루되면서 횡령 사건이 발생했다. 모조품으로 꾸민 작전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 2월 공익법인설립·운영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재단을 경찰에 고발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재단이 결산서 등을 제출하지 않자 확인에 나섰고, 재단 기본재산에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경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현행법상 공익법인은 기본재산을 처분, 변경하고자 할 때 주무관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4월14일 황씨를 포함한 이사진 5명은 이사회를 열어 재단 자금 50억2500만원을 A씨에게 대여하기로 결정했다. 황씨가 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한 지 2개월 여만이다. 대여금 50억2500만원에 대한 취득 담보는 A씨가 소유한 일본 작가 ‘쿠사마 야요이’의 그림(작품명 ‘호박’) 2점에 대한 평가액을 55억원으로 설정했다. 대여금리는 2020년 4월14일부터 2021년 4월15일까지 연 2.4%를 적용했다고 ‘이사회 이사록’에 적혀 있다. 이어 2021년 4월15일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사회 회의록에는 2022년 4월15일까지 연장한 것으로 드러났다. 기한 연장에 대한 이사회에선 ‘호박’ 2점에 대한 평가액을 65억원으로 계상하기도 했다. 제보자에 따르면, 사건을 주도한 인물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출신으로 알려진 장모씨라고 지목했다. 제보자는 “현재 월드장학재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이사들은 대부분 장씨의 지인”이라며 “장씨가 위작을 담보로 자금을 대여해준 것처럼 꾸며 재단의 자금을 횡령한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장씨가 지인과 통화한 녹취 파일에도 “내가 이사장과 이사들을 추천했다”고 언급했다. 장씨가 A씨에게 ‘호박’ 작품을 구매하라고 지시한 정황도 포착됐다. 특히, A씨가 구매한 ‘호박’ 작품 2점 모두 위작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쿠사마 야요이 ‘호박’ 원본의 영문 철자는 ‘Pumpkin’이지만, 이들이 담보로 제시한 작품 설명서에는 ‘Pumpukin’이라고 표기돼있다. 제보자는 취재진과 인터뷰서 “쿠사마 야요이 측에서 ‘진품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작품’이라는 답변을 받았고, 감정평가를 진행해야 한다는 권유를 받았다”고 말했다.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 시리즈는 미술시장서 환금성이 높은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시교육청 고발, 성동경찰서 수사 허가 없이 장학재단 자금 맘대로 유용 월드장학재단 이사회 의사록이 허위로 작성됐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앞서 대여금 지출에 관한 의사록은 2020년도에 작성됐으나, 장씨가 A씨에게 ‘호박’을 구매하라고 지시한 시기는 2023년이었다는 것이다. A씨는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에서 “2023년에 서울 용산구서 만난 장씨는 ‘월드장학재단 자금 인출에 대한 명분이 없다. 네가 빌린 것으로 해줄 수 없겠냐’고 부탁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수긍하자 재단은 A씨가 2020년 4월15일부터 2022년 4월15일까지 50억2500만원을 대여한 것처럼 꾸며 의사록을 작성했다. 월드장학재단 자금 50억2500만원의 행방은 묘연한 상태다. 실제로 A씨는 자금을 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A씨는 “내가 50억이 넘는 돈을 받았으면 이렇게 태연하게 전화를 받겠느냐”며 “장씨가 부탁해서 대여자 명의만 빌려준 것이라 황당하고 억울하다”고 주장했다. 재단 횡령에 가담한 인물들에 대한 배경에 민주당 연루 의혹도 제기됐다. 먼저, 이사장 황씨는 남한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사건의 핵심 인물이다. 중부지역당 사건은 1992년 제14대 대통령선거를 앞둔 10월6일, 국가안전기획부가 “남로당 이후 최대 간첩단 사건”이라고 주장하며, 90여명을 간첩 혐의로 적발한 사건을 말한다. 당시 안기부는 “남한 조선노동당 가담자 95명을 적발해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총책 황씨 등 62명을 구속하고 300여명을 추적 중”이라고 발표했다. 황씨는 거물급 고정 간첩 이선실(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에게 포섭돼 1990년 입북했던 바 있다. 이후 북한 노동당에 가입, 간첩 교육을 받은 후 ‘중부지역서 당을 조직하라’는 지령을 받고 남파됐다. 국내서 중부지역당 총책으로 활동하다 1992년 체포됐고, 대법원서 간첩 및 반국가단체 결성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이후 김대중정부 시절인 1998년 8·15 특사 때 형집행정지로 풀려났고 노무현정부 때인 2003년 특별사면으로 복권됐다. 좌파들의 횡령 잔치 황씨의 간첩 혐의는 노무현정부의 과거사 진상조사 때 재확인되기도 했다. 국가정보원 과거사위원회는 2007년 보고서에서 “북한과 손잡고 남한 사회의 변혁을 이루고자 했던 국내 일부 운동 세력 및 인물들과 북한의 적극적인 대남 공작이 결합돼 발생한 사건”이라고 적었다. 황씨는 1980년 사북 사태 중심 인물이기도 했다. 그는 같은 해 6월 미스 유니버스 대회장 폭파 미수 사건으로 체포돼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황씨는 “광주민주화운동의 실상을 알리기 위해 직접 만든 사제 폭약을 들고 대회장에 들어갔다”고 했다. 그는 지난 2018년 강원랜드 상임감사 최종 후보에 오른 2인 중 한 명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당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이철규 의원은 제출받은 자료를 통해 “황씨의 간첩 혐의가 명백한데도 정부가 황씨 이력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앞서 강원랜드는 2018년 5월 모집 공고를 낸 뒤 임원추천위원회(비상임이사 3명·외부위원 2명 구성)의 추천을 거쳐 후보자 5인의 이력을 기획재정부 공공기관 운영위원회에 제출했다. 이후 위원회는 심의·의결을 거쳐 황씨가 포함된 최종 2인 명단을 강원랜드로 보냈다. 위원회 절차를 거치는 만큼, 공기업 상임감사위원 임명 시 정부 측의 판단이 중요하다. 공기업 상임감사위원은 감사 조직을 책임지는 역할이다. 큰 범위서 내부 비리를 감시하고 회계업무를 감독해 경영진을 견제하며 방만 경영을 예방하는 역할을 한다. 당시 강원랜드 언론팀은 “확인해드릴 수 있는 건 현재 (상임감사위원 최종 후보에 오른 인물은)2명이라는 사실 뿐”이라고만 밝혔다. 관계자는 최종 후보에 오른 인물의 신상에 대해서 알지 못할뿐더러 발표 이전이기에 공개하기도 힘들다고도 했다. 어떻게 돌아왔나 황씨는 정치권에 러브콜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여론을 떠들썩하게 했다. 그는 “2004년 2월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과 공천권을 쥔 모 의원 등으로부터 정치 입문 제의를 받았다”고 폭로한 바 있다. 황씨는 <신동아>와 인터뷰서 “정 의원이 직접 전화를 걸어와 자기가 적극 밀 테니까 한번 만나자고 했지만, 정치에 뜻이 없어 만나지 않았다”면서 “(한나라당의 그 같은 제의를 보면서)우리 같은 전력을 가진 사람도 이제 아무런 문제가 없구나, 이제는 거리낌 없이 살아도 되겠구나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정 의원은 황씨의 주장에 대해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라며 전면 부인했다. 정 의원은 “2월에는 당장 내 공천 문제 때문에 정신없던 때였는데 다른 사람 신경 쓸 겨를이 있었겠냐”고 반문하면서 “황씨와 전화 통화한 적도 있고, 한번 만난 적도 있지만, 전혀 다른 일 때문이었다”고 주장했다. 횡령 사건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장씨는 2022년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 지지단체인 ‘기본경제특별위원회’ 집행위원장을 맡았다. 그는 라임펀드 사태에 연루돼 해외 도피 중인 김영홍 메트로폴리탄 회장으로부터 라임 자금 19억6000만원을 건네받았다는 의혹을 받는 인물이다. 장씨는 지난해 3월 민주노총 위원장을 사칭해 피해자를 속이고 자금을 편취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최근 업계에서는 장씨를 상장사 셀피글로벌, 디딤이엔에프, 메탈바인 자금 횡령 사건을 주도한 ‘기업사냥꾼’ 일당으로 의심하고 있다. 실제로 장씨는 3개 회사의 총괄감사위원장 명함을 뿌리고 다녔다. 장씨 일당으로 언급되는 안모씨는 메탈바인의 실사주로 통하는데, 장씨는 메탈바인의 감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또 안씨가 ‘작전세력’으로 지목됐던 코스닥 상장사 셀피글로벌에도 장씨의 측근이자 월드장학재단 이사인 이모씨가 2022년 8월부터 2023년 3월까지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기업사냥꾼 등장 민주당 연루 의혹 셀피글로벌 소액주주들은 안씨를 주가 폭락, 거래정지의 배후로 지목하고 규탄하고 있다. 장씨와 안씨의 연관성은 디딤이앤에프의 최대주주와 전 경영진 간의 경영권 다툼 과정서도 제기됐다. 디딤이앤에프는 2023년 3월부터 주요주주가 된 슈퍼개미(거액의 돈을 굴리는 개인투자자) 김상훈씨의 독특한 공시로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된 코스닥 상장사다. 공시에 자신의 직업을 ‘모험가’라고 소개한 김씨는 물타기(자신이 보유한 주식의 평균 매수단가가 현재의 주가보다 높을 때 손실을 줄일 목적으로 일정 기간을 두고 계속 매수하는 것)를 하다가 디딤이앤에프의 최대주주가 됐다. 2024년 초까지 이전 경영진과 치열한 경영권 다툼을 벌이다가 그해 5월 경영권 분쟁 종결에 합의했다. 사측(전 경영진)은 김씨와 경영권 분쟁을 벌이던 지난 1월 ‘주주님들에게 드리는 호소문’이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통해 김씨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면서 “기업사냥꾼 안씨 일당이 회사를 괴롭히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대주주로 오른 김씨보다는 안씨 등에 대한 폭로가 강조됐다. 회사를 괴롭히는 이들로 ‘멜파스, 유테크, 셀피글로벌 등 3개 회사를 상장 폐지시킨 기업사냥꾼 안모씨 일당’을 언급하기도 했다. 사측은 “‘안모씨 일당’이 메탈바인 감사로 재직 중인 장씨에게 디딤이앤에프와 메탈바인, 셀피글로벌 등 3개 회사의 총괄 감사위원장 직위가 각인된 위조 명함을 제작해줘 메탈바인과 디딤이앤에프가 한 회사인 것처럼 보이게 한 후 이를 활용해 투자자들을 기망하는 사기행각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한편, 국세청이 ‘공익법인 결산서류 공시제도’를 시행한 지난 2009년 월드장학재단의 최초 공시를 보면 월드건설산업이 현금 약 50억7000만원, 조 회장이 현금 약 1억3000만원을 출연한 것으로 명시됐다. 이후 장학재단은 51억~52억원 규모의 자산을 유지해 왔다. 눈치보는 정치권 50억원이 정기예금에 예치돼있었던 만큼 자산 대부분은 금융자산(단기금융상품, 현금 및 현금성 자산)으로 분류됐다. 그러나 2023년 1월 재단이 공시한 공익법인 결산서류를 살펴보면, 50억2500만원이 공익목적 사업의 현금자산이 아닌 기타사업의 장기대여금으로 분류됐다. 금융자산은 약 7600만원으로 명시됐다. 2022년 재무제표에는 50억2500만원이 대여금으로 분류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고발한 내용은 현재 서울 성동경찰서에서 수사 중이다. 성동경찰서 관계자는 “횡령 건으로 고발이 접수돼 수사 중이라 수사 대상, 자금 사용처 등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해줄 수 없다”고 전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