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탁? 실수?’ 전원주택 신축 허가 피해담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05.30 12:17:55
  • 호수 142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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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어긴 공무원 훈계로 끝?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2019년 시작된 소송은 2021년 11월9일, 원고 장양호씨의 승소로 마무리됐다. 장씨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주택 간 경계에 위치한 토지로 피해를 보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스스로 알지도 못할 것”이라며 “나는 이 문제가 공무원 결탁이 없고선 있을 수 없다고 본다. 그런데 관련 공무원은 솜방망이 처분만 받았다”고 말했다.

한국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 집 마련을 꿈꾼다. 젊은 시절에는 도심의 아파트를 희망하지만, 중장년층의 67.6%는 은퇴 후에 전원주택 또는 단독주택 거주를 희망한다. ‘임팩트피플스’가 50~60대 188명을 대상으로 ‘중장년층 은퇴 후 희망 거주 형태’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 대부분 아파트 거주 중이지만 ‘은퇴 후에 거주 형태를 변경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가 59%로 절반을 넘었다.

윗집의
신축공사

설문조사 결과는 현재 거주지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비수도권 거주자의 경우 64.7%가 은퇴 후 거주 형태 변경 의사가 있는 반면, 수도권 거주자는 55.8%에 머물렀다. 은퇴 후 선호 거주 형태는 ▲전원주택(34.0%) ▲단독주택(23.4%)이 57.4%를 차지했으며, 아파트는 37.8%였다. 

전원주택은 땅을 사서 그 토지 위에 집을 지으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실제로는 ‘토지 매입→개발행위허가, 전용 허가, 건축신고→착공신고→건축공사→준공→입주’ 순이다. 토지 매입에도 신경써야 한다. 농지나 산지가 아닌 대지로 전환된 토지를 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이런 토지를 샀다고 하더라도 마음대로 집을 지을 수 없다. 건축법에 따라 건축신고를 하거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만약 대지로 전환된 토지가 아닌 농지·산지 전용 토지를 구입했다면, 토지 허가를 받고 건축신고(허가), 착공신고까지 해놓고 집을 지어야 한다. 주택에 도로가 확보돼있는지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도로가 없으면 개발행위 허가와 전용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농촌 지역 건축 신고는 200㎡ 미만 주택만 가능하며, 배치도, 평면도, 입면도, 단면도, 내진설계 구조 도면도 첨부해야 한다.

이렇게 전원주택을 짓기까지 도달하는 과정서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강원도 고성서 전원주택을 지어 거주 중인 장양호씨가 이에 해당된다. 장씨는 2021년 11월9일, 윗집에 사는 A씨를 상대로 ‘약정이행 청구의 소’를 제기해 승소하면서 5364만2564원을 받게 됐다. 

주택 경계면 토지 둘러싼 공방전
‘내 땅’ 정보공개청구 1년간 거절

그간 두 사람 사이엔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장씨는 강원 고성군 간성읍에 소재의 토지 1309㎡, 111.9㎡ 단층 단독주택과 창고를 소유하고 있다. A씨는 장씨의 집 바로 위에 토지를 소유하고 있다. 두 사람의 소유 토지는 맞닿아 있긴 하지만, 토지 간 높이가 있어 붙어 있진 않은 상태다.

A씨는 2018년경 본인 토지에 주택 신축공사를 추진했다. 이때 A씨 소유 토지의 경계선 쪽에 위치한 장씨 소유 토지 일부가 토지 평탄화 작업을 위해 신축공사 계획에 포함돼있었다.

해당 토지 평탄화 작업은 고성군이 지시한 부분으로 평탄화 없이 주택 공사 진행 시 재해 발생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A씨는 장씨에게 평탄화 작업을 위한 ‘토지사용승낙’을 요청했다.


2018년 9월 장씨와 A씨는 ‘약정이행각서’를 작성했다.

각서엔 ▲제1조 A씨 소유 토지 소나무 반출 작업과 절토 작업 도중 작업자의 실수로 소나무, 돌 등이 굴러 떨어져 장씨 소유 토지 건축물이 파손되는 등 피해가 발생되면 공사를 즉각 중단하고 A씨가 피해를 배상한다 ▲제2조 소나무 반출 후 절토와 평토(흙을 쳐서 평지같이 평평하게 메움) 작업이 완료되면 장씨 소유 토지와 A씨 소유 토지의 경계선을 수직으로 절개해 땅바닥까지 절토 작업 후 옹벽 철거와 폐기물 처리비용 등 일체를 사업주(A씨)가 부담한다 ▲제3조 경계선서 양쪽이 1~1.5m 뒤로 물린다 등이 적시됐다.

장씨는 “약정이행각서 제2조에 따라 양 토지의 경계선에 맞춰 신규 옹벽을 설치해야 한다. 제3조는 경계선에 맞춘 직각 절개와 신규 옹벽 설치가 불가능할 경우를 대비해둔 조항에 불과하다”고 해석했다. 

고의냐
실수냐

반면 A씨는 “약정이행각서 제3조에 따라 양 토지 경계선은 장씨 소유 토지 안쪽으로 1.5m 간격을 두고 절개 및 신규 옹벽 설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재판부는 “A씨는 약정이행각서에서 정한 의무인 ▲기존 옹벽 철거공사 ▲양 토지 경계선에 맞춘 절개 및 평토 공사 ▲직각 신규 옹벽 설치공사를 거절했기에, 장씨는 A씨에게 공사대금에 상응하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며 장씨의 손을 들어줬다.

문제가 여기서 끝났으면 좋으련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있었다. 바로 지자체 공무원의 해당 공사 인허가 문제였다. 장씨는 “강원도 고성군청 인허가 관련 공무원 2명이 2018년 9월경 개발행위 인허가 과정서 허가대상지 연접 토지 ‘1-5번지’를 허가서 제외시켜 일어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하지만 개발허가에 포함돼야 할 민원인 소유의 1-5번지를 담당한 공무원은 수허가자와 짜고 ‘(1-5번지는) 기허가지로 허가에는 넣지 말고 계획서상에만 넣어 정리하자’며 고의적으로 제외시킨 것”이라고 주장했다.

어떻게 된 영문일까? 장씨는 강원도 감사실 관계자 C씨와의 전화 통화 녹취록을 <일요시사>에 제공했다. 해당 녹취록서 C씨는 공무원의 실수를 명확하게 지적한다.

C씨는 “선생님(장씨)이 내용을 더 잘 아시겠지만, 선생님 토지는 개발행위 허가에 있어서 기허가지였다. 이후 허가지역이 됐는데 개발행위를 한다는 것을, 해당 공무원이 판단을 제대로 못해서 ‘한 토지에 두 번씩 허가를 한다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래서 담당 공무원이 계획서에만 넣어서 이 사업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녹취록
들어보니…

이어 “그러니 땅을 절토하고 난 뒤에 다시 ‘1-5’를 ‘개발행위 허가’로 변경했다. 실제 계획서 개발행위 허가 계약서상에 문구만 바꾼 상황이다. 결국 이 부분은 실제 개발행위가 다 끝났고, 또 다시 개발허가 면적에 넣는 것은 부적정하니 계획서상에만 넣어서 정리하자고 협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사업계획서 ‘사업장 위치 및 면적조서[변경없음]’에는 3개 필지만 기재돼있고 사업계획서 하단에는 “※재해가 우려되는 비탈면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업구역 외 토지 [1-5대] 사용 승락을 받아 절토해 주변의 피해를 주지 않게 부지를 조성하고자 한다”고 추가됐다.

장씨는 해당 공무원이 실수했다고 보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장씨가 2018년 12월 ‘1-5번지 허가 여부’ 확인을 위해 고성군청에 열람 및 공개 신청과 정보공개청구를 했으나 거절당했기 때문이다. 

장씨가 고성군청 관계자에게 “내 토지에 대한 개발허가 여부를 내가 확인하는데 왜 거절하느냐”고 묻자, 고성군청 관계자는 “사업자가 비공개 요청을 했다”고 답했다. 이 같은 이유로 장씨는 1년 가까이 자신의 땅 허가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다. 

하지만 A씨는 장씨에게 1-5번지 개발허가를 요청한 적이 없었다. 또 장씨는 1-5에 관한 개발허가를 한 적이 없으며, 최초 개발행위허가서와 사업계획서에도 관련 내용은 없었다. 반면 녹취록서도 알 수 있듯 도면에는 1-5번지가 추가돼있었다.

개인 토지 사용 집주인 허락 없이 승낙 
담당 군청 직원 ‘업무 미숙’ 처분만

공무원 2명 피의자 진술과 공사 관계자의 경찰 심문조서에도 해당 내용은 잘 나와 있다.


“A씨는 개발행위허가를 받지 않고 1-5번지 대지 개발 행위를 한 것이 맞느냐”고 묻자 이들은 “결론적으론 그렇다. A씨는 처음 개발행위를 신청할 당시부터 사업계획서에는 1-5번지 대지를 절토해야 한다고 했다. 장씨로부터 토지사용 승낙을 받아 인감증명서와 함께 제출했으며 시설계획평면도에는 1-5번지 일부를 절토한다는 취지로 설계했다. 그런데 정작 개발행위 신청서를 작성하면서 1-5번지 개발행위 사실은 누락했다. A씨도 이 부분은 실수한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A씨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허가를 받지 않고 개발행위를 한 것”이라고도 했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56조(개발행위의 허가)에는 ‘▲건축물 건축 ▲토지 형질 변경 ▲토석 채취 ▲토지 분할에 해당하는 행위는 개발행위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대통령령으로 정해져 있다. 

해당 공무원은 송방망이 처분을 받았다.

2019년 11월25일 강원도감사위원회는 장씨에게 “민원인이 우리 도에 제기한 민원을 조사한 결과, 민원 발생 원인이 단독주택 신축허가와 관련해 개발행위 및 도로점용 허가 과정 중 개발행위 허가면적 누락과 부적정한 법규를 적용으로 인한 것”이라며 “해당 개발행위와 관련해 세부적인 검토를 통해 개발행위 취소 여부 및 토사 유출 등 피해 방지에 대해 조치하고, 부적정하게 해당 업무를 처리한 관련 공무원에게는 ‘훈계 처분’한다”고 밝혔다.

제 식구 감싸기
솜방망이 징계

이 부분에 대해 장씨는 “사업계획서는 허가 외 구역으로 설정하고 허가 신청서를 내미니, 담당 공무원은 1-5번이 개발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왜 포함시키지 않았느냐고 보안 요구를 해야 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공무원이 그 자리서 그냥 결제한 것”이라며 “결국 법을 어긴 것인데 관련 공무원은 훈계 처리만 받았다. 고성군청에 녹취록 등을 제공하면서 재감사 요청을 했는데 ‘재조사는 불가하다’고 말한다. 나처럼 피해를 보는 사람이 없길 바란다”고 답답한 심경을 전했다.

<일요시사>는 해당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강원도 감사위원회에 수 차례 전화했지만 끝내 연락이 닿지 않았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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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