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슬쩍…’ 새시 바꾼 사천 신축 분양 시공사, 왜?

모델하우스 안내문에 돌연 ‘PNS’ 업체 추가
시공사 측 취재에 “연락주겠다” 후 묵묵부답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경남 사천 소재의 한 신축 아파트 시공사가 모델하우스에 분양 전 공지했던 내용에 분양 후 돌연 시공업체 명단이 추가됐다는 주장이 제기돼 입길에 올랐다.

23일,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요즘 신축 아파트 이 정도는 기본이죠?’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글 작성자 A씨는 “어제 신축 아파트 문제가 뉴스에 나오면서 나름 유명해져서 저희 아파트 입주민들게 제보 사진을 많이 받았다. 재미난 사진 약 40여장을 준비했다. 구경하고 가셔라”며 다수의 사진을 함께 첨부했다.

A씨가 올린 사진에는 분양 당시의 모델하우스 창문 사진과 분양 후의 모델하우스 창문 사진 등이 담겼다. 모델하우스 창문 사진에는 ‘최상단의 창호 업체 설명 2줄’이라는 분양 전 설명과 함께 ‘슬쩍 3줄로 바꾸면서 ’PNS‘를 끼워놨다’는 글자가 들어가 있다.

그는 “나중에 붙여서 뒷면으로 보면 다른 2개의 스티커와 재질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이어 “분양 당시엔 ‘공사 시 창호 형태, 생산업체, 개폐 방식, 유리 색상, 설치 위치, 규격 등은 동등 이상의 제품으로 변경될 수 있다’고 공지했지만, 분양 후 돌연 ‘공사 시 창호 형태, 생산업체, 개폐 방식, 유리 색상, 설치 위치, 규격 등은 동등 이상의 제품으로 변경될 수 있다. LG, KCC, 한화, PNS 중 시공된다’고 추가했다”고 비난했다.


이어 “(내용을 추가한 이유는)PNS로 바꾸려고 추가한 것”이라고 의심했다.

이 같은 A씨의 의혹은 첨부된 실제 시공됐다는 창호 사진을 통해 사실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모델하우스에 설치돼있는 창호(KCC) 제품과 실제 시공된 PNS 창호 사진을 나란히 올리며 “입주민들 사이에선 쿠쿠다스 창호라고 부른다”고 조소했다.

그러면서 “이제 나머지 대부분인 새시 불량 사진을 쭈욱 올리겠다”며 다수의 사진을 게재했다.

A씨가 올린 사진에는 창틀 새시에 크랙이 가 있는 모습, 어린아이들의 발이 빠질 정도로 넓게 건축된 비상계단 통로, 아래만 맞고 위 아귀가 맞지 않는 창틀, 새시 구멍, 걸쇠에 들어가지 않는 잠금장치, 창틀 전체의 심한 오염 및 흔들림 등이 등장한다.

특히 유난히 눈길을 끄는 사진은 클로즈업된 창틀로 ‘창호 완벽주의’라는 글귀 위로 가로로 금이 가 있다. 이 외에도 아귀가 맞지 않아 위쪽 궤도에 들어가 있지 않은 창틀, 세로 창틀이 완전히 깨져 바닥에 파편이 뒹구는 장면 등 주로 새시 시공에 하자들이 다수 발견됐다.

그는 “호응이 좋으면 3탄을 만들어보겠다. 아파트 하자, 어디까지 가능한지 궁금하지 않으시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보배 한 회원은 “설계일을 하면서 현장을 수도 없이 가 봤지만 저렇게 개판인 현장은 처음 본다. 저 정도라면 시공사 직원들도 거의 없이 협력사에게 다 알아서 하라고 떠넘기고 관리를 전혀 하지 않은 것 같다”고 혀를 내둘렀다.


다른 회원도 “여러 가지 복합적인 부실공사로 보이는데 가장 큰 것은 관리감독을 전혀 하지 않은 것”이라며 “감리와 시공 문제”라고 꼬집었다.

A씨는 1시간20분 후 ‘2.5탄 요즘 신축 아파트 이 정도는 기본이죠? 실시간’이라는 제목으로 “보배 화력 보시고 기자님들 방문하셨는데 진입 못하게 막고 있다. 켕기는 게 없다면 막을 이유가 없다. 이거 너무한 거 아니냐?”며 “내집 내 재산 지키고 싶어 누님 형님들 힘 빌려서 기자님들 관심 끌었는데 이게 잘못됐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109동 4·5라인 입구로 향하는 언론사 취재진의 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게시했다. 공개된 영상에는 43초 분량의 동영상에는 8명가량의 취재진이 109동 아파트 진입을 시도했지만 안으로 진입하지 못하고 서성이는 장면이 담겼다.

지난 2021년 11월26일, 시공사는 입주자 모집 당시 공고문을 통해 “목창호류, 가구류, 바닥재, 걸레받이, 벽지, 타일 등 마감재의 색상, 디자인, 재질 등은 실제 시공 시 견본주택과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각 면적별 분양되는 단위세대의 마감재 색상 및 제품은 차이가 있으므로 필히 견본주택서 확인하시기 바란다”고 공지했던 바 있다.

단, 발코니 확장 시 확장 부분의 외부 새시는 이중창호 등으로 설치되나 향후 창호 사양(제조사, 브랜드 및 창틀, 하드웨어, 유리 등)은 변경될 수 있다고 고지했다.

문제는 새시 시공업체가 KCC나 LG, 한화 등의 대기업이 아닌 PNS(피엔에스홈즈)라는 것보다는 크랙, 깨짐 등의 시공 불량이 상식적인 선을 넘어섰다는 점과 이에 대한 현장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점이다. 이는 곧 감리 소홀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또 다른 하자 발생으로 인해 논란을 낳을 수도 있다. 

일각에선 외부로 드러난 문제보다는 누수나 곰팡이 등 시간이 지나면서 발생하게 될 하자도 꼼꼼하게 점검해봐야 한다는 지적의 목소리도 들린다. 

재경 소재의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새시의 크랙이나 파손 등 눈으로 보이는 하자들은 시공을 받으면 그만이지만, 아파트 입주 후 살면서 맞닥뜨리게 될 천정 누수나 겨울철 단열처리 문제로 인한 곰팡이 발생 등의 문제는 더 심각할 수 있다”며 “입주일이 늦춰지더라도 하자 부분을 철저하게 체크해 재시공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재 관공서 일을 주로 하는 창호 시공업체 운영 중이라는 한 보배 회원은 “요즘은 하이새시를 잘 쓰지도 않지만 만약 관급 창호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면 전면 재시공 정도로 끝나지 않는다”며 “창호 제작업체, 시공업체, 재무부처까지 싹 다 잡혀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앞서 ‘셀프 감리’로 인한 ‘철근 누락’으로 입길에 올랐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경우 아파트 단지 및 주택 공사 현장의 감리 인원이 법정기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지난 16일,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LH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7월까지 자체 감리를 실시했던 104개소의 공사 현장 중 85개소서 법정 인력 기준의 인원을 배치하지 않았다.

현행 건설기술진흥법상 공사의 품질점검 및 현장 안전 등의 업무를 수행할 공사감독자를 선임해야 하는데 적정 인원은 직급에 따라 비율이 달라진다. 남양주별내 A1-1블록 아파트 공사 17공구는 22.10명이 배치돼야 하지만 18.90명이 배치됐다. 


또 시흥장현 A-3블록 아파트 공사 12공구에선 18.90명이 배치돼야 하는데 실제로 배치됐던 감독자 수는 4.25명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부실시공 논란에 대해 시공사 측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응대해드릴만한 부서가 없어 현장 관리자에게 전달한 후 연락드리도록 하겠다”고 말했으나 아무런 연락도 받지 못했다.

이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사천시청 공동주택팀 관계자는 “지난 16일 입주민이 찾아오셨는데 ‘2차 점검을 해야 한다’고 하셨다. 시공사는 입주 지연금 문제도 있고 예정일에 맞춰 입주를 진행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시공사 측에서 갑작스럽게 세대 확인 행사 날짜를 공지했다’는 제보자 주장에 대해선 “지난 16일 입주민 면담 후 17일에 시공사 측으로부터 입주자 현장 방문을 받겠다는 내용을 전달받았다”고 반박했다. 갑작스럽게 일방적으로 바꾼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논란이 되고 있는 새시 크랙이나 깨짐 등 시공 불량 부분에 대해선 “해당 사진들은 1차 사전점검 때 예비 입주민분들이 촬영한 사진인 것 같은데, 현재 수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시간이 꽤 지난 만큼 상당수는 수리가 완료된 것으로 안다”고 부연했다.

아파트 사용승인 여부에 대한 질문엔 “주택법상 중대 하자(철근 노출이나 누수 등) 및 공용 부분에 대한 하자 발생 시 사용 검사자(사천시청)이 검사를 마쳐야 내주도록 돼있다”면서도 “안타깝게도 새시는 중대 하자 항목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시청이 시공사를 대변하는 모양새가 됐는데 저희는 어쩔 수 없이 관련법에 따라 처리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며 난처해하기도 했다.

아울러 “입주 예정일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우선 (예정대로 입주를)진행한 후 계속 보수를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사업 주체는 사전검검 때 지적된 사항에 대해 중대 하자는 사용 검사를 받기 이전까지, 나머지 하자들은 입주 전까지 보수공사를 끝내야 하며, 위반 시 5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19년 발표된 ‘아파트 등 공동주택 하자 예방 및 입주자 권리 강화방안’(주택법 개정안)에 따르면 시공사 등 공동주택 사업주체는 입주 지정 기간 개시 45일 이전까지 입주 예정자들을 대상으로 사검을 2일 이상 시행하도록 하고 있다.

사검 시 입주 예정자가 지적한 사항들에 대한 조치계획을 수립해 사용 검사권자(시장‧군수‧구청장)에게 제출해야 한다.

해당 아파트는 우리자산신탁이 수탁을, S&D파트너스가 위탁을, 삼정기업과 삼정E&C서 시공사로 참여해 지난 2021년 11월26일, 입주자 모집을 시작했다.

같은 해 12월8일 특별공급을 시작으로 9일(일반1순위), 10일(일반2순위) 청약 응모를 받았고 17일 당첨자 발표, 20일부터 28일까지 서류 제출, 29일~31일까지 입주 계약을 체결했던 바 있다.

이날 다음 부동산에 따르면 해당 아파트의 평당 분양가는 905만원으로 전용면적별로 2억2740만원서 4억4270만원대로 형성돼있다.

한편, 입주민들은 입주 예정자협의회 커뮤니티를 통해 오는 25일, 사천시청 앞에서 사용승인 반대집회 입주민 참가 투표 신청을 받는 등 강력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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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