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 공포’ 건설 카르텔 대해부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3.08.07 10:20:12
  • 호수 143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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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가 위험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LH가 발주한 15개 아파트서 철근이 누락된 사실이 드러났다. ‘순살 아파트’라는 비판을 받고서야 전관 특혜를 때려잡겠다고 나섰다. 설립 14년 만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지난달 기자회견서 “붕괴 사고가 발생한 검단신도시 아파트 공사 설계와 감리를 맡은 업체가 LH 전관 업체”라고 밝혔다.

흔히 담합 행위를 통한 이윤 극대화를 카르텔이라고 한다. 대표적으로 중남미 마약 갱단이 담합을 통해 시장을 독점하는 카르텔로 불린다. 불명예스러운 표현이다. LH는 경기남부지역본부에 ‘반카르텔 공정건설 추진본부’를 설치한다. 스스로 카르텔을 인정하고 허벅지를 찍었다. 과하다 싶을 정도의 쇄신이 필요한 게 사실이다. 올해 매출 19조원에 부채는 총 146조가 넘는 ‘부채 공룡’이기 때문이다. 

무량판
뭐길래…

지난 4월 인천 검단 신축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붕괴됐다. 사고의 원인은 LH가 발주한 무량판 구조에 누락된 철근이었다. 국토교통부는 LH 발주 아파트 단지를 전수조사했다. 지하주차장에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아파트 91곳 중 15개 단지에 철근이 빠져있었다. 무량판 구조는 보 없이 기둥이 직접 슬래브를 지지하는 구조다. 기둥이 하중을 견디려면 보강철근을 반드시 넣어야 한다.

파주운정과 남양주별내 등 5개 단지는 입주까지 마쳤다. 철근 누락이 발견된 15개 단지 중 10곳은 설계, 5곳은 시공상 결함이 발견됐다. LH의 허술한 관리·책임에 관한 비판 여론도 높아지고 있다.

안전상 미흡이 드러난 사업장 중 준공된 곳은 ▲파주운정 A34(임대, 대보건설) ▲충남도청이전신도시 RH11(임대, 대림건설) ▲수서역세권 A-3BL(분양, 양우종합건설) ▲수원당수 A3(분양, 한라) ▲오산세교2 A6(임대, 동문건설) ▲남양주별내 A25(분양, 삼환기업) ▲음성금석 A2(임대, 이수건설) ▲공주월송 A4(임대, 남양건설) ▲아산탕정 2-A14(임대, 양우종합건설) 등 9개 단지다.


현재 공사 중인 곳은 ▲양주회천 A15(임대, 한신공영) ▲광주선운2 A2(임대, 효성중공업) ▲양산사송 A-2(분양, 에이스건설) ▲양산사송 A-8BL(임대, 대우산업개발) ▲파주운정3 A23(분양, 대보건설) ▲인천가정2 A-1BL(임대, 태평양개발) 등 6개 단지다.

LH는 전 구간 전단 계산누락에 인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오는 10일까지 8억900만원을 들여 기둥 신설 슬래브 보완 보강을 마치기로 했다. 입주를 마친 파주운정 A34, 남양주별내 A25, 음성금석 A2, 공주월송 A4, 아산탕정 2-A14서도 철근 사용이 누락된 것으로 적발됐다.

입주한 아파트 주민들은 불안을 감추지 못했다. LH는 15개 단지서 주민 설명회를 열었다. 구체적인 부실 범위와 보강 계획 등을 설명할 방침이다. 이미 일부 단지에서는 설명회를 진행했다.

파주운정 A-34블록은 지난달 31일 설명회를 열었다. 앞서 주민들이 도색 공사로 알고 있던 부분에 보강 작업 중이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속았다는 마음에 배신감마저 느꼈다.

한 입주민은 “처음부터 설명해줬다면 배신감을 느끼진 않았을 것”이라며 “LH가 관리비 등 현실적인 부분이라도 보상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입주 마쳤는데 시공 결함 무더기 발견
관리·감독 소홀···다양한 원인 드러나

당시 LH 관계자는 “피해 보상안 같은 부분들은 주민과 협의가 필요해 먼저 섣불리 말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안전조치가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해 이 부분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LH의 관리·감독 소홀은 차치하고, 다양한 원인이 드러났다. 건설업계는 시공, 감리까지 모든 공사 과정에 여러 문제가 작용한 것으로 봤다. 철근 누락이 확인된 15개 단지 중 10곳은 이미 설계부터 문제였다. 이들 단지는 설계 때부터 하중 보완을 위한 철근 개수를 잘못 계산하거나 단순 실수로 아예 누락했다. 

나머지 5개 단지는 시공 과정서 철근을 누락했다. 다른 층의 도면을 잘못 보고 철근 배근을 하느라 누락된 사례도 있었다. 15개 단지 모두 감리를 맡은 업체가 철근 누락을 잡아내지 못했다.

한 LH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한 통화서 “외부 감리사가 제대로 일을 하지 않았다고 보는 게 맞다”며 “자체감리 지구는 감독 인원 부족이 원인 중 하나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복합적인 이유라 특정 원인을 꼽을 수 없다”고 일축했다.

감리사의 전문성 문제도 제기됐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벽식 구조가 자리 잡은 현장서 설계와 기술 전문가 중, 무량판 구조에 익숙하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설계 완성도와 상관없이 철근 몇 개 빠져도 무방한 것으로 착각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급등한 공사비도 원인 중 하나로 꼽혔다. 안전보다 수익성에 매몰된 것이다. 2020년 상반기 1t당 541달러였던 철근 가격이 올해 상반기에는 2배(1031달러) 가까이 뛰었다. 2년 전 1t당 7만원대였던 시멘트값은 최근 12만원 안팎으로 올랐다.

원가절감을 위해 인력을 줄이고, 촉박하게 진행하면서 안전을 추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전관예우 관행도 크게 개입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인천 검단 아파트는 구조기술사도 없는 무자격 업체가 설계를 담당했다. 

LH가 전관 특혜로 지적을 받은 건 이번뿐이 아니다. 지난해 감사원 결과에 따르면 콘크리트 두께 미달 아파트도 LH가 눈감아줘 준공됐다.

또 LH는 2016년 1월부터 2021년 3월까지 1만4961건의 계약 중 3227건(21.6%)을 퇴직자가 재취업한 전관 업체와 맺었다. 계약 규모만 9조9억원에 달했다. 전관 업체와 맺은 계약 3건 중 1건(34.1%·6854억원)은 경쟁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이었다. 같은 기간 퇴직자 604명(3급 이상) 중 LH 계약업체에 재취업한 퇴직자도 304명(50.3%)으로 절반이 넘었다.

당연히 전관 업체에 대한 감독은 느슨했고, 관리는 부실했다. 공사 시작 단계부터가 허술했다. LH는 아파트를 짓기 전 ‘건축설계 공모 및 용역심사’를 한다. 관련 법에 따라 심사위원과 참여 업체 관계자는 만날 수 없다. 그러나 퇴직자는 예외였다.

총체적
부실공사

감사원은 LH 내부 심사위원과 퇴직자 사이의 통화 현황을 분석했다. 그 결과, 발표 전 심사위원과 퇴직자 사이 2회 이상의 사전 접촉이 있었다. 그 어떤 심사위원도 ‘사전접촉 확인서’에 관련 사실을 명기하지 않았다. 감사원은 “LH가 퇴직자가 재취업한 업체에 일감을 몰아준다는 불신을 초래한 사례”라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실에 따르면 LH 출신 퇴직자가 재취업한 용역업체 중 LH와 계약한 업체는 9곳이었다.
이들 업체에 재취업한 2급 이상 퇴직자는 총 10명이었다. 이들이 2019년부터 올해까지 LH와 계약한 설계·감리 건수는 204건(규모 2319억원) 수준이었다.


LH는 퇴직자의 규모가 커 관련 업계 재취업은 우연의 일치라는 입장이다.

전관 업체만의 문제가 아니다. 부실 단지 15곳 중 LH가 직접 감리한 5곳은 법정 기준 절반 수준의 인원이 투입됐다. 일례로 충남 공주 현장에는 8명 이상을 둬야 하는데 실제론 2명뿐이었다. 이마저도 비상주 인력이었다.

정부서도 가장 큰 원인으로 ‘건설 카르텔’을 지목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일, 국무회의 모두발언서 “입주 아파트의 무량판 공법 지하주차장은 모두 우리 정부 출범 전에 설계오류, 부실시공, 부실 감리가 이뤄졌다”며 “근본 원인인 이권 카르텔은 반드시 깨부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의 무량판 시공이 문재인정부 첫해인 2017년 무렵부터 보편화했다고 판단했다. 정부는 책임자들에 대해 모든 책임과 인사조치를 물어갈 계획이다. 대통령실은 LH 퇴직자가 LH와 계약을 맺는 구조로 봤다. 이한준 LH 사장은 지난 2일 “전관 특혜 의혹을 불식시키지 못하면 LH의 미래는 없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칼끝을 겨누자 LH는 쇄신에 나섰다. LH는 경기남부지역본부에 ‘반카르텔 공정건설 추진본부’를 설치한다. 정부와 국토부는 직접 조사에 나서면서 사태 수습에 나서고 있다. 철근 누락 사태와 관련된 설계, 시공, 감리 업체를 수사 의뢰하기도 했다.

다만, 국토부의 책임도 존재한다. 원희룡 장관도 정치적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원 장관은 지난달 LH 서울지역본부서 “이런 일이 벌어진 상황에 대해 국민께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며 “공공주택에 대한 사업감독 책임을 지는 국토부 장관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짊어지고 철저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여당은 문정부의 ‘LH 퇴직자 전관예우’와 연관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야당과 국정조사를 논의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이번 사태에 대해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를 구성키로 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지난 2일 ‘무량판 공법 부실시공 관련 기자간담회’서 TF 가동을 예고했다.

TF위원장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정재 의원이 맡는다.

특히 문정부의 ‘LH 퇴직자 전관 업체’ 문제와 ‘이권 카르텔’에 무게를 뒀다. 윤 원내대표는 “LH 전·현직 직원들의 땅 투기가 드러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파트 철근 누락 사태까지 터졌다. 문재인정부의 주택 건설 사업 관리 정책에 심각한 결함이 있었다고 추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정조사와 관련해 야당과 ‘거래’는 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LH도 그런데 다른 건설사 오죽하겠냐”
전직자 모신 이합집산 세력 “부순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은 서울-양평 고속도로의 ‘대통령 일가 특혜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달 27일 김건희 여사 일가 특혜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소집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민주당은 국정조사 요구서를 통해 “변경한 서울-양평고속도로 종점 일대에 대통령 처가가 소유한 토지가 다수 있어 특혜 의혹이 불거졌다”며 “원희룡 장관은 ‘거짓 선동’이라고 억지를 부리며 해당 사업을 독단적으로 백지화시켜 큰 사회적 혼란을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윤 원내대표는 “해당 사안은 국정조사 조건을 갖추지 않았고 정쟁의 장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다. 고속도로 관련 국정조사는 적절치 않다”고 했다.

LH 철근 누락 사태가 김건희 여사 특혜 의혹의 견제 카드로 변모한 순간이다. 국민의 안전과 직결된 사안인 만큼 관련 법안 논의가 시급한 상황이다.

21대 국회 들어 ‘부실공사 방지법’이 최소 13건 발의됐지만 모두 계류 중이다.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 8건, 주택법 개정안 2건, 건축법 2건, 건설산업특별법 제정안 1건 등이 국토위에 머물러 있다. 6개 법안은 지난해 1월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 이후 잇달아 발의됐지만 논의가 멈췄다. 여야가 철근 누락 사태를 예방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누락된 철근 수가 가장 많은 현장은 한신공영이 시공한 양주회천 A15다. 154개의 철근이 무량판 기둥서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 시공사 관계자는 “감리까지 거친 설계대로 진행했을 뿐”이라며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으면 또 다른 비판을 받았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전문적인 구조 계산이 포함되는 설계상의 오류를 시공사가 찾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LH도 시공사가 설계상의 문제점을 발견해 이야기할 수 있지만, 필수 의무사항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15개 단지 명단이 공개되면서 시공사들은 이미지 타격을 받고 있다. 일반인들은 철근을 빼먹은 파렴치한 건설사로 오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요시사>와 통화한 건설사들은 책임 소지에 대해 말을 아꼈다. 한 건설사 측은 “LH는 중요한 발주처”라며 “회사 이름을 언급하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LH가 풀어야 할 또 다른 숙제는 부채비율 축소다. 이 사장은 현재 220% 수준에 달하는 부채를 임기 내 200%대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이 사장은 지난 18일 LH 본사에서 “LH가 보유한 일부 고가 토지를 매각해 민간이 효용성 있게 활용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누가 누굴?
정쟁 이슈로

매각이 유리하다고 판단되는 부동산을 처분해 부채 부담을 줄이겠다는 의도다. LH는 서울, 제주, 인천 영종도 등 전국 15조원대 자산을 현금화해 부채비율을 낮춘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말 LH의 부채비율은 218.7%다. 다만 고금리 여파로 자산 매각이 쉽지 않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LH 오리사옥의 경우 10년째 매각이 지연되고 있다. 건설 카르텔에 산더미처럼 쌓인 부채를 LH가 감당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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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비화폰’ 통화 내역 추적

‘김건희 비화폰’ 통화 내역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영부인은 통신상 기밀을 요하는 위치에 있지 않다. 그저 ‘대통령의 아내’다. 비화폰이 필요하지도 않고 쓸 일도 없다. 김건희씨는 그 어떤 영부인과는 달랐다. 윤석열정부 초부터 비화폰을 사용하면서 정치권을 포함해 이곳저곳에 개입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비화폰은 통화 녹음이 불가능하고 내용도 암호화된다. 정부와 대통령실 경호처·안보 담당 고위 관계자, 군·정보기관에 근무 중인 이들이 주로 사용한다. 민간인에게는 지급되지 않는다. 김건희씨는 윤석열정부 초기부터 비화폰을 사용했다. 지금까지 지켜졌던 관행을 파괴하고 비화폰을 사용하면서 수사기관·정치권 등에 개입한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수사 개입 정황 확인 채상병 사건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순직해병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씨가 사용했던 비화폰 통신 기록 확보에 나섰다. 정민영 특검보는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동 특검사무실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지난주 대통령실과 국방부 군 관계자 비화폰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정 특검보는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임성근 전 사단장 등 주요 당사자 21명의 비화폰 통신 기록을 국군지휘통신사령부 및 대통령경호처로부터 제출받을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수사 외압이 의심되는 기간 비화폰 통신 기록을 분석하며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정 특검보는 김씨도 비화폰을 사용했느냐는 질문에 “사용한 것으로 파악했다”며 “본인에게 지급된 것”이라고 전했다. 특검팀은 지난 2023년 7∼8월 소위 ‘VIP 격노’ 이후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채 상병 사망 사건 관련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자에서 제외된 배경에 윤 전 대통령 부부를 정점으로 한 수사 외압과 구명 로비가 있었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미 윤 전 대통령과 임성근 전 사단장 등 주요 인물의 자택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해 휴대전화 등을 확보했다. 이들이 당시 보안성이 높은 비화폰을 사용해 연락했던 정황을 포착하고 통신 기록 확보에 추가로 나선 것이다. 정민영 특검보는 “일반 휴대전화로 연락을 주고받은 기록들은 어느 정도 확인됐는데 중간중간 비화폰을 이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누구와 어떤 시기에 수발신이 이뤄졌는지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채상병 특검, 윤·김 통신 기록 확보 조태용·김태용 등 “VIP 격노 사실” 앞서 특검팀은 대통령경호처에 비화폰 통신 기록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했고, 경호처 측은 임의제출 형식으로 관련 자료를 특검에 제출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르면 이번 주 안에 비화폰 기록을 모두 넘겨받아 분석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채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발단이 됐던 2023년 7월31일 VIP 격노 회의 전후 기간 이들의 비화폰 통신 기록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방침이다. 특검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김씨 계좌를 관리했던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임 전 사단장 구명을 위해 “내가 VIP(윤 전 대통령)한테 얘기하겠다”고 지인에게 말한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로부터 넘겨받아 구명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비화폰 기록을 토대로 김씨가 이 전 대표와 어떤 통화 내용을 주고받았는지 등을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김씨의 비화폰 사용에 의문을 제기한다. 윤석열정부 이전엔 대통령 부인이 비화폰을 상시로 사용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경호처 출신 한 정치권 관계자는 “영부인이 비화폰을 쓰는 게 불법은 아니지만 여러 입김이 작용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기에 관행적으로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씨에게 비화폰을 지급한 이유에 대해 경호처는 “비화폰은 국가정보원의 ‘국가정보보안 기본 지침’ 등을 근거로 한 대통령경호처의 내부 규정에 따라 관리되고 있다”며 “김씨에 대해서는 관련 내부 규정에 따라 제공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김씨에게 지급된 비화폰은 카카오톡이나 텔레그램 등은 사용할 수 없고 송수신 통화와 문자메시지 발송만 가능하다. 그의 비화폰 기록이 판도라의 상자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씨의 비화폰 기록에 대해 윤 전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 등을 수사 중인 김건희 특검(특별검사 민중기)도 압수수색에 나설 수 있어서다. 지난해 7월 김씨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디올백 수수 사건으로 검찰 출장 조사를 받기 전 김주현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과 30분 넘게 비화폰으로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다. “전부 맞다” 줄줄이 실토 또,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의혹이 불거졌던 지난해 10월 김 전 수석이 당시 심우정 전 검찰총장과 비화폰으로 2차례 통화하기도 했는데, 이와 관련한 김씨의 비화폰 기록이 추가로 확인되면 파장이 커질 수 있다. 특검팀은 최근 조 전 원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17시간가량 조사했다. 조 전 원장은 2023년 7월31일 오전 11시쯤 대통령 주재 국가안보실 회의에서 윤 전 대통령이 해병대수사단 수사 결과 보고를 받을 당시 배석한 것으로 알려진 7명 중 한 명이다. 윤 전 대통령은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육군 중장·현 국방대학교 총장)에게 수사 결과를 보고받고 격노해 대통령실 내선전화(02-800-7070)로 이 전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조 전 원장은 특검 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 이충면 전 외교비서관, 왕윤종 전 경제안보비서관,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에 이어 다섯 번째로 윤 전 대통령의 격노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당시 국가안보실 회의 참석자로만 보면 4번째다. 정 특검보는 “해병대수사단이 이첩한 수사 기록의 회수와 관련해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에게 확인할 내용이 많다”고 말했다. 이 전 비서관은 해병대수사단이 경북경찰청으로 순직 사건 기록을 이첩한 당일 임 전 비서관,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 등과 연락하며 수사 기록 회수 과정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특검팀은 이 전 비서관 등 대통령비서실 공직기강비서관실 관계자들이 대통령실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경북경찰청 사이에 다리를 놓아 이첩 기록 회수 과정에 관여한 정황을 파악했다. 특검팀은 지난달 16일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파견 근무하던 박모 총경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며 이 전 비서관이 기록 반환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의 진술을 확보했다. 박 총경은 대통령실과 국수본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2023년 8월2일 이모 전 국수본 강력범죄수사과장에게 전화해 유 전 관리관의 연락처를 전달하고 경북청이 연결할 수 있도록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과장도 특검에 출석해 박 총경이 이 전 비서관 이름을 언급하며 기록 반환을 검토하라고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 전 비서관은 해병대수사단이 기록을 이첩한 직후 2023년 8월2일 오후 1시21분 이 전 비서관과 통화하고 뒤이어 오후 1시42분 유 전 관리관에게 전화했다. 누구와 통화했나 유 전 관리관은 지난해 6월 국회에서 임 전 비서관으로부터 경북청에서 전화를 걸어올 것이란 말을 들었고, 경북청 관계자와 통화하며 수사 기록 회수를 상의했다고 설명했다. 유 전 관리관은 노모 당시 경북청 수사부장과의 통화에 대해 “경북청에서 ‘아직 사건을 접수하지 않았다. 회수해 갈 것인가’라고 물었고, 판단하기론 ‘항명에 따른 무단 이첩이라 회수하겠다’고 했다”는 말을 주고받았다고 밝혔다. 유 전 관리관과 경북청의 통화 이후 해병대수사단에서 이첩한 수사 기록은 같은 날 오후 7시 20분쯤 국방부검찰단에서 회수했다. 임 전 사단장을 포함해 8명으로 혐의자가 적시된 해병대 수사 기록은 국방부 조사본부의 재검토를 거쳐 2명으로 축소돼 경북청에 다시 보내졌다. 특검팀은 수사의 초점을 점차 국방부검찰단의 수사 기록 회수와 국방부조사본부의 수사 기록 재검토 과정 확인으로 옮기고 있다. 정 특검보는 “기록 회수와 재검토 등과 관련해 국방부 관계자들을 계속 조사하고 있다”면서 “수사 초반에 비해 기록 회수나 (조사본부) 재조사 부분에 대해 중점적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김진락 전 국방부조사본부 수사단장(육군 대령)의 2023년 8월 수사 기록 재검토 과정에서 자필로 작성한 20여쪽 분량의 수첩을 확보해 국방부의 외압 정황을 확인하고 있다. 지난해 아닌 2023년 초부터 사용 “문제 생기거나 위기 때마다 애용” 국방부조사본부는 2023년 8월9일 이 전 장관의 지시를 받아 해병대수사단 수사 기록 재검토에 들어갔고 닷새 후 임 전 사단장 등 6명을 혐의자로 판단한 중간보고서를 작성했다. 하지만 국방부조사본부는 총 6차례에 걸친 보고서 수정을 거쳐 대대장 2명만 혐의자로 적시한 재검토 결과를 경북청에 재이첩했다. 김씨와 비화폰으로 통화한 인물들은 모두 사건 핵심 관계자들이다. 복수의 대통령실 출신 인사들은 에 김씨가 윤 전 대통령이나 자신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마다 비화폰으로 김 전 수석과 조 전 원장 등과 통화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에게 비화폰을 제공한 인물은 윤석열정부 초대 경호처장이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다. 김 전 장관은 윤석열정부가 들어선 지 얼마 되지 않아 김씨에게 비화폰을 제공했다고 한다. 김씨가 비화폰을 많이 사용하던 시기는 2023년 초부터다. 특검팀도 2023년 3월부터 김씨가 비화폰을 사용하기 시작한 정황을 포착했다. 일각에서는 김씨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과 지난해 9월부터 비화폰으로 통화하기 시작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사 안팎에서는 노 전 사령관과 김씨가 비화폰으로 통화하기 직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다는 관측이 나온다. 내연남 역할은? 한 정보사 관계자는 “김씨의 어머니인 최은순씨의 내연남 의혹을 받는 사람이 있는데 이 사람이 노상원을 후원하던 사람이라는 풍문은 많이 알려진 얘기”라며 “노상원과 내연남이 서로 아는 사이라는 건 사실이지만 내연남이 노상원에게 돈을 퍼줬다는 건 거짓말”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내연남이 노상원과 비화폰으로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는 모른다. 적어도 무속과 고민 상담 등은 아닐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