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바뀐’ 재계 지도 막전막후

못 보던 기업이 순위권에 포진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매년 이맘때면 재계의 시선은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하는 대기업 명단에 쏠린다. 기업의 외형을 가늠하는 수단이자 재계 서열을 구분 짓는 잣대라는 점에서 공정위의 발표에는 관심요소가 다분하다. 또 재계 서열에서 균열의 조짐이 커질수록 관심은 증폭된다. 건실한 성장과 확연한 뒷걸음질 사이에는 온도 차가 명확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매년 5월1일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및 공시대상기업집단’을 발표해왔다. 1987년 재벌에 의한 시장경쟁 저해를 막는다는 취지로 도입된 것으로, 초창기에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이라는 이름으로 자산총액 4000억원을 기준으로 삼았다. 이후 자산총액 기준은 2002년 2조원, 2009년 5조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뒤바뀐
서열

대기업집단을 구분 짓는 기준은 문재인정부 출범 직후 또 한 번 바뀌었다. 2017년 7월 자산 5조원 이상인 공시대상기업집단의 지정을 위한 세부기준이 담긴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한 데 따른 것이었다. 

개정안에 따라 자산총액 5조원 이상 기업집단은 ‘공시대상기업집단(자산총액 5조원 이상)’과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자산총액 10조원 이상)’으로 나뉘었다. 공시대상기업집단은 공시의무와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 제공 금지를 적용받았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은 공시대상기업집단의 적용사항 이외에 추가적으로 상호·순환출자금지, 채무 보증금지, 금융·보험사 의결권 제한 등이 적용된다.


공시대상기업집단에 포함되는 기업집단의 수는 최근 들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2020년 64개였던 공시대상기업집단은 이듬해 71곳으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76개가 해당 명단에 포함됐다.

올해 역시 비슷한 흐름이 목격됐다. 공정위가 발표한 ‘2023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현황’에 따르면 공시대상기업집단은 82개로 전년 대비 6개 늘었다. 이들 집단에 소속된 회사는 3076개로, 전년 대비 190개 증가하면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공시대상기업집단 가운데 상위 48개 기업집단(소속회사 2169개)은 자산총액 10조원을 넘기면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지정됐다. 올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수는 전년(47개) 대비 1개 늘었고, 집단에 속한 회사 수는 같은 기간 61개 증가했다. 

큰 틀에서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이름에 올렸다는 건 공식적으로 ‘대기업’으로 분류됐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자산총액 규모는 대기업 서열을 나누는 척도로 쓰인다.

올해는 최상위권에서 지각변동이 두드러졌다. 십수년간 자산 기준 상위 5대 기업집단은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롯데 순으로 굳어진 양상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SK와 현대자동차의 자리바꿈을 계기로 이 같은 구도에 균열이 생겼고, 올해는 포스코가 롯데를 대신해 다섯 번째 순번으로 올라섰다. 

공정위는 “포스코는 물적 분할 이후 포스코홀딩스가 보유한 포스코 주식 가치 약 30조원이 자산으로 추가 산정돼 자산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포스코는 5대 기업 중 유일하게 ‘총수 없는’ 기업집단이다.

덩치 불린
복병 출현


올해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신규 지정된 기업집단은 총 8곳이다. 이 항목에는 ▲LX ▲에코프로 ▲고려에이치씨 ▲글로벌세아 ▲DN ▲한솔 ▲삼표 ▲BGF(CU편의점) 등이 포함된다. 

2차전지 소재 등을 생산하는 에코프로와 전기자동차용 방진 부품 등을 생산하는 DN은 자산이 1년 전보다 각각 59%, 76%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에코프로는 상장 3사(에코프로·에코프로비엠·에코프로에이치엔) 자산 증가에 힘입에 대기업으로 지정됐고, DN은 자산총액이 2021년 말 3조3100억원에서 지난해 말 5조8200억원으로 확대됐다.

고려에이치씨는 주력 계열회사의 순이익 증가에 따라 자산이 늘었고, 글로벌세아는 쌍용건설 인수로 자산총액 5조원을 넘겼다. 삼표는 지난해 에스피앤모빌리티와 에스피케이인크를 계열사로 추가하면서 재계 순위 80위로 진입했다. 

한솔은 반도체 관련 기업 한솔아이원스 인수 등으로 자산총액이 5조원을 넘어서며 대기업집단에 들었다. BGF는 편의점 사업 관련 영업이익 증가에 따라 자산이 늘어나 맨 마지막 순번으로 진입했다.

반면 현대해상과 일진은 대기업에서 제외됐다. 현대해상은 지난해 금리 상승에 따른 매도가능채권 가치 하락 영향으로 자산총액이 5조원 이하로 주저앉았다. 일진은 주력 계열회사인 일진머티리얼즈를 롯데케미칼에 매각하면서 자산규모가 급감했다.

롯데 녹인 포스코 용광로 열기 
멈춘 적 없는 진격의 에코프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은 1개 늘었다. 기존 공시대상기업집단이었던 장금상선과 쿠팡은 자산증가에 힘입어 해당 명단에 포함됐다. 장금상선은 신조선박 도입 및 환율 상승으로 이익이 늘어난 효과였고, 쿠팡은 매출 증가 및 신규 자회사 설립 등에 따른 것이다.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이름을 올린 LX는 자산 10조원을 넘기면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도 포함됐다. 대기업 지정과 함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포함된 건 지난해 두나무에 이어 두 번째다.

LX는 LX홀딩스 등 12개사를 지난해 6월 LG그룹에서 친족분리해 별개의 기업집단으로 독립했으며, 자산총액 기준 재계 순위는 44위다. 지정자료 제출 의무를 지는 동일인으로는 구본준 회장이 지정됐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이었던 교보생명보험과 두나무는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변경됐다. 교보생명의 자산총액은 지난해 말 기준 8조9000억원으로, 전년(13조8000억원) 대비 35.5% 감소했으며, 기존 32위였던 재계 순위는 53위로 21계단 하락했다. 

두나무는 1년 새 자산총액이 10조8000억원에서 7조4000억원으로 줄면서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전환됐다. 고객예치금이 5조8112억원에서 2조8684억원으로 대폭 감소한 여파였다. 재계 순위는 44위에서 61위로 밀렸다.

기존 대기업 가운데 자산 변동이 두드러진 곳도 제법 보인다. KG는 쌍용자동차를 인수하면서 재계 순위가 71위에서 55위로 급상승했다. 카카오는 에스엠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면서 자산총액이 1조8000억원가량 증가했다. 지난해 재계 순위 25위를 기록했던 HMM은 자산총액이 25조원으로 늘면서 순위를 여섯 단계 끌어올렸다.


올해 대기업 진입이 유력했던 하이브는 에스엠엔터테인먼트 인수 포기의 여파로 자산총액(4조8100억원)이 기준선을 밑돌면서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을 피했다. 금호아시아나와 대우조선해양은 진행 중인 기업결합(M&A)이 종료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내년부터 해당 명단에서 제외될 것으로 예상된다. 

예고된
순위 변화

총수 일가 중에서는 약 40명이 외국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친족 범위가 혈족 4촌·인척 3촌 이내로 축소되면서 친족 수는 3325명으로 49.3% 줄었고, 14개 대기업집단 소속 총 40개사가 임원 독립경영 인정 요건을 충족하는 사외이사 지배회사로 기업집단에서 제외됐다

공정위가 올해 처음으로 총수 일가 국적 현황을 파악한 결과 7명의 배우자가 외국 국적을 보유하고 있었다. 동일인 2세가 외국 국적이나 이중국적인 경우도 16개 집단 31명으로 집계됐다. OCI 동일인인 이우현 회장은 외국인(미국인)으로 확인됐다. 

이우현 회장이 외국인임에도 동일인으로 등록된 것과 달리, 김범석 쿠팡 의장은 올해 역시 동일인 지정을 피했다. 쿠팡의 동일인은 2021년 이후 3년째 쿠팡 법인으로 지정됐다. 쿠팡은 김범석 의장의 국내 개인회사, 국내 친족 회사가 없다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공정위는 외국인이면서 동일인으로 지정된 이우현 회장의 사례를 김범석 쿠팡 의장과 다르게 해석했다. 쿠팡의 의사결정 최상단에 있는 쿠팡INC.는 미국 법인이지만, OCI는 최상단 회사가 국내 법인이라는 차이도 감안했다.


다만 공정위는 외국인 동일인 지정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며 통상마찰 가능성을 최소화하고자 관계 부처와 충분히 협의한 뒤 시행령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곳곳서
희비 교차

한편 개정 공정거래법에 따라 내년부터는 ‘자산 10조원 이상’이 아닌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0.5% 이상’인 집단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크다. 공정위는 자산 5조원 이상인 공시집단 기준도 상향하거나 GDP에 연동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관련 연구용역 결과는 9월경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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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문재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이후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미묘한 시기에 사정기관의 칼끝이 문재인정부를 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 기관에 대해 ‘바람이 불기도 전에 눕는다’고 비판한다. 권력의 향방에 따라 행보를 달리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과도기’ 상황에 놓여있다.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탄핵안 인용으로 파면됐고 새 대통령은 아직 뽑히지 않았다. 헌법은 대통령 궐위 이후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존재하긴 하지만, 한정된 권한만을 행사할 수 있기에 우리나라는 이른바 ‘반쪽짜리 정부’ 상태에 있는 셈이다. 새 정부 앞두고… 대선 정국이 시작되면 국가기관에 종사하는 공무원의 움직임은 느려진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이전 정부와 180도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 보고 변화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 형태로 직에서 물러나면서 다음 정부는 여느 정부보다 ‘전 정부 지우기’에 몰두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서 새로운 정책을 펴거나 기존 정책을 발전시키는 행보는 무의미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사정기관은 말할 것도 없다. 선거에 미칠 영향 때문에라도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편이다. 특히 유력 후보와 관련한 사건은 대선 이후로 미루는 경우도 허다하다. 자칫하다가는 ‘선거 개입’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 이번 대선은 선거 기간이 짧아 국민의 빠른 판단이 필요하다. 작은 사건이 대선에 나비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검찰과 감사원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후보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전 대통령이 표적이 됐다. 이전부터 해온 수사와 조사의 결과를 내놓는다고 하기엔 시기가 미묘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24일 검찰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2021년 12월 시민단체 고발 이후 3년5개월여 만이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서모씨의 항공사 특혜 채용 의혹 등을 수사해 왔다. 서씨가 취업했던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도 뇌물공여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문 전 대통령의 딸인 다혜씨와 서씨는 기소유예 처분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다혜씨, 서씨와 공모해 이 전 의원이 실소유한 이스타항공의 해외법인 격인 타이이스타젯에 서씨를 임원으로 채용하도록 했다. 서씨는 2018년 8월 취업 이후 2020년 3월까지 타이이스타젯에서 급여로 약 1억5000만원, 주거비 명목으로 6500만원을 받았다. 집값 통계 조작 결과 발표 청와대 외압 정황도 나와 검찰은 서씨의 취업으로 문 전 대통령이 그간 다혜씨 부부에게 주던 생활비 지원을 중단한 점을 들어 문 전 대통령이 이 금액만큼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을 봤다고 판단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 직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 의원은 “터무니없고 황당한 기소”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보복성 기소”라는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다. 윤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문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린다. 그는 “법정서 진실을 밝히는 것을 넘어 검찰권이 얼마나 어처구니없이 행사되고 남용되고 있는지 밝히는 계기로 삼겠다”며 “수사권 남용 등 검찰의 불법행위에 대해 형사 고소하는 것은 물론, 검찰을 개혁하는 기회로 여기겠다”는 발언도 내놨다. 검찰 기소에 앞서 감사원도 문정부에 대한 감사 결과를 내놨다. 문정부 임기 동안 부동산 등 국가 통계를 광범위하게 조작했다는 내용이다. 특히 청와대와 정부가 통계 작성 기관 등에 압박을 가한 사실도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지난달 17일 감사원은 ‘주요 국가 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전국 주택가격 동향 조사(주택통계), 가계동향 조사(소득통계), 경제활동인구 조사(고용통계) 등을 감사한 자료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대통령비서실(11명)·국토교통부(7명)·한국부동산원(7명)·통계청(6명) 등 총 31명에 대해 징계 요구(14명)·인사자료 통보(17명) 등 엄중 조치하는 한편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와 통계청 등에 통계의 정확성·신뢰성 제고 방안을 마련하고 향후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제도개선 통보 및 주의 요구를 처분했다. 검찰 기소 왜 지금? 감사원은 2023년 9월 대통령비서실·국토부·통계청·한국부동산원(이하 부동산원) 소속 22명 가운데 일부 주요 관련자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 의뢰한 바 있다. 당시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및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 홍장표 전 경제수석,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이 수사 의뢰 대상에 포함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청와대와 국토부는 주택 가격에 대해 부동산원에 ‘통계 결과를 미리 알고 싶다’며 사전 제공하도록 지시했고 이 자료를 바탕으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통계 결과를 임의로 수정하고 통계 개선 명목으로 표본 가격을 조작하는 등 통계 왜곡을 은폐했다. 이렇게 집값 관련 통계 수치를 조작한 사례는 감사원 확인 결과 102건에 달했다. 청와대와 국토부가 부당한 외압을 행사한 구체적인 정황도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외압은 2018년 1월 서울 양천, 성남 분당의 주택 매매 가격 주간 변동률 왜곡 등에 처음 시작됐고, 2018년 하반기 부동산시장이 요동치자, 객관적 근거도 없이 특정 지역 개발계획 철회 등 정부 발표 내용이 시장 안정에 효과를 준 것처럼 통계에 반영토록 요구했다. 감사원은 “국회·언론은 국정감사 등에서 주택 가격 동향 조사 변동률 등이 시장 상황 및 민간 통계 등과 다르다며 통계의 정확성·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으나 개별 표본 가격 등 구체적인 통계자료는 공개되지 않아 표본 가격이 시장가격과 격차가 벌어진 사실은 외부에 드러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감사원 감사 결과 문정부가 핵심 정책의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통계를 조작한 사실도 드러났다. 문정부는 출범 때부터 ‘소득 주도 성장’을 일관되게 밀어붙였다. ‘양질의 일자리 만들기’도 정부 주도로 진행했다. 문제는 그 효과를 정부 차원에서 왜곡했다는 점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통계청은 2017년 각각 2·3·4분기 가계소득을 가집계한 결과 전년 대비 감소로 확인되자, 정당한 절차 없이 표본 설계에 없는 가중값을 임의로 적용해 가계소득을 증가시켰다. 부동산·고용 다 건드렸다 소득 불평등과 관련해서도 ‘마사지’가 들어갔다. 청와대는 2018년 1분기 소득5분위 배율이 역대 최악(5.95)으로 나타나자 통계청에 개인정보 등이 포함된 통계자료를 사전 제공하도록 부당한 지시를 했다. 또 한 노동연구원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개인별 근로소득 불평등 개선’으로 보고·발표하도록 지시했다. 통계청은 청와대 지시에 따라 통계자료 제공 관련 보도 설명 자료 등을 사실과 다르게 작성·발표했다. 감사원 결과가 나온 이후 정치권은 들끓었다. 국민의힘은 ‘국기 문란 범죄’라고 주장했고 민주당은 감사원의 ‘표적 감사’라고 맞섰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이 모든 실패를 통계 조작으로 감추고 국민의 고통 위에 거짓의 탑만 쌓아 올렸다. 거짓의 탑이 무너지려고 하자 최재해 감사원장을 탄핵했다”며 “한술 더 떠서 이재명은 감사원을 민주당 자신들이 장악한 국회 아래로 이관해 손아귀에 틀어쥐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표본도, 지수 작성 방식도, 자료 수집 방식도 다른 통계를 동일선상에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 상식 중의 상식”이라며 “이미 전 정권이 돼버린 윤석열정권의 잔당들이 전 정권(문재인정부)의 숨통을 기어이 끊어놓겠다는 의지가 부른 희대의 사건”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이 감사 결과를 발표한 시기도 지적했다. 한 최고위원은 “윤석열정부 출범 4개월 만에 착수한 감사를 새 정부 수립을 불과 47일 앞둔 때에 마무리한 저의가 대체 무엇인가”라며 “대통령선거에 개입하겠다는 저열한 의도가 있지 않고서야 이런 짓을 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이 의도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북한 GP 파괴 두고도 수사 요청 민주 “해체 준하는 개혁” 반발 감사원은 지난달 24일에도 문정부 당시 군 인사 6명을 수사해달라 요청했다. 이들은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북한이 파괴한 북한군 최전방 감시초소(GP)에 대한 우리 측의 불능화 검증을 부실하게 진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경두·서욱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국방부·합동참모본부 관계자들이 수사 요청 대상자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은 2018년 체결한 9·19 군사 합의에 따라 비무장지대(DMZ) 내 GP 10개씩을 파괴하고 1개씩은 원형을 보존하면서 병력과 장비를 철수시킨 뒤 상호 현장 검증을 실시했다. 당시 군 당국은 북한군 GP 1개당 총 7명씩 총 77명으로 검증단을 파견해 현장 조사를 한 뒤 북한군 GP가 완전히 파괴됐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북한군 GP 지하시설의 존재 가능성이 제기됐다는 점이다. 우리 군 당국이 이 부분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나왔다. 전직 군 장성 모임인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은 지난해 1월 이 내용을 포함한 북한군 GP 불능화 검증 부실 의혹에 대한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 그 결과가 이번 감사원의 수사 요청인 셈이다.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와 감사원의 연이은 문정부 ‘공격’에 민주당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검찰과 감사원이 노골적으로 대선에 개입하며 ‘신 관권선거’를 주도하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25일 국회 소통관서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기소하고 감사원이 북한의 GP 파괴 관련 결과를 내놓은 이후다. 조 수석대변인은 “권력기관이 이제 대통령선거에까지 사실상 개입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따름”이라며 “마지막까지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졸개이기를 자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내란 세력이 벌이는 최후의 저항을 국민과 함께 막아내고 내란 세력을 철저히 뿌리 뽑아 국민 주권을 돌려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대세 영향 미칠까? 앞서 민주당은 집값 등 통계 조작 관련 감사원 발표 이후 ‘해체에 준하는 개혁 대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민주당 전 정권 탄압대책위원회의 기자회견서 나온 발언이다. 민주당은 “독립 기관이라는 존재 가치를 상실한 채 내란 옹호 기관이라는 오명을 안은 감사원에 닥칠 결말은 하나뿐”이라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도 문정부 표적 감사, 윤정부 부실 감사 등을 이유로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헌재가 탄핵안을 기각해 최 원장은 직무에 복귀했으나 감사원장이 국회로부터 탄핵 소추당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