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바뀐’ 재계 지도 막전막후

못 보던 기업이 순위권에 포진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매년 이맘때면 재계의 시선은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하는 대기업 명단에 쏠린다. 기업의 외형을 가늠하는 수단이자 재계 서열을 구분 짓는 잣대라는 점에서 공정위의 발표에는 관심요소가 다분하다. 또 재계 서열에서 균열의 조짐이 커질수록 관심은 증폭된다. 건실한 성장과 확연한 뒷걸음질 사이에는 온도 차가 명확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매년 5월1일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및 공시대상기업집단’을 발표해왔다. 1987년 재벌에 의한 시장경쟁 저해를 막는다는 취지로 도입된 것으로, 초창기에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이라는 이름으로 자산총액 4000억원을 기준으로 삼았다. 이후 자산총액 기준은 2002년 2조원, 2009년 5조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뒤바뀐
서열

대기업집단을 구분 짓는 기준은 문재인정부 출범 직후 또 한 번 바뀌었다. 2017년 7월 자산 5조원 이상인 공시대상기업집단의 지정을 위한 세부기준이 담긴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한 데 따른 것이었다. 

개정안에 따라 자산총액 5조원 이상 기업집단은 ‘공시대상기업집단(자산총액 5조원 이상)’과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자산총액 10조원 이상)’으로 나뉘었다. 공시대상기업집단은 공시의무와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 제공 금지를 적용받았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은 공시대상기업집단의 적용사항 이외에 추가적으로 상호·순환출자금지, 채무 보증금지, 금융·보험사 의결권 제한 등이 적용된다.


공시대상기업집단에 포함되는 기업집단의 수는 최근 들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2020년 64개였던 공시대상기업집단은 이듬해 71곳으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76개가 해당 명단에 포함됐다.

올해 역시 비슷한 흐름이 목격됐다. 공정위가 발표한 ‘2023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현황’에 따르면 공시대상기업집단은 82개로 전년 대비 6개 늘었다. 이들 집단에 소속된 회사는 3076개로, 전년 대비 190개 증가하면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공시대상기업집단 가운데 상위 48개 기업집단(소속회사 2169개)은 자산총액 10조원을 넘기면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지정됐다. 올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수는 전년(47개) 대비 1개 늘었고, 집단에 속한 회사 수는 같은 기간 61개 증가했다. 

큰 틀에서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이름에 올렸다는 건 공식적으로 ‘대기업’으로 분류됐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자산총액 규모는 대기업 서열을 나누는 척도로 쓰인다.

올해는 최상위권에서 지각변동이 두드러졌다. 십수년간 자산 기준 상위 5대 기업집단은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롯데 순으로 굳어진 양상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SK와 현대자동차의 자리바꿈을 계기로 이 같은 구도에 균열이 생겼고, 올해는 포스코가 롯데를 대신해 다섯 번째 순번으로 올라섰다. 

공정위는 “포스코는 물적 분할 이후 포스코홀딩스가 보유한 포스코 주식 가치 약 30조원이 자산으로 추가 산정돼 자산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포스코는 5대 기업 중 유일하게 ‘총수 없는’ 기업집단이다.

덩치 불린
복병 출현


올해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신규 지정된 기업집단은 총 8곳이다. 이 항목에는 ▲LX ▲에코프로 ▲고려에이치씨 ▲글로벌세아 ▲DN ▲한솔 ▲삼표 ▲BGF(CU편의점) 등이 포함된다. 

2차전지 소재 등을 생산하는 에코프로와 전기자동차용 방진 부품 등을 생산하는 DN은 자산이 1년 전보다 각각 59%, 76%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에코프로는 상장 3사(에코프로·에코프로비엠·에코프로에이치엔) 자산 증가에 힘입에 대기업으로 지정됐고, DN은 자산총액이 2021년 말 3조3100억원에서 지난해 말 5조8200억원으로 확대됐다.

고려에이치씨는 주력 계열회사의 순이익 증가에 따라 자산이 늘었고, 글로벌세아는 쌍용건설 인수로 자산총액 5조원을 넘겼다. 삼표는 지난해 에스피앤모빌리티와 에스피케이인크를 계열사로 추가하면서 재계 순위 80위로 진입했다. 

한솔은 반도체 관련 기업 한솔아이원스 인수 등으로 자산총액이 5조원을 넘어서며 대기업집단에 들었다. BGF는 편의점 사업 관련 영업이익 증가에 따라 자산이 늘어나 맨 마지막 순번으로 진입했다.

반면 현대해상과 일진은 대기업에서 제외됐다. 현대해상은 지난해 금리 상승에 따른 매도가능채권 가치 하락 영향으로 자산총액이 5조원 이하로 주저앉았다. 일진은 주력 계열회사인 일진머티리얼즈를 롯데케미칼에 매각하면서 자산규모가 급감했다.

롯데 녹인 포스코 용광로 열기 
멈춘 적 없는 진격의 에코프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은 1개 늘었다. 기존 공시대상기업집단이었던 장금상선과 쿠팡은 자산증가에 힘입어 해당 명단에 포함됐다. 장금상선은 신조선박 도입 및 환율 상승으로 이익이 늘어난 효과였고, 쿠팡은 매출 증가 및 신규 자회사 설립 등에 따른 것이다.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이름을 올린 LX는 자산 10조원을 넘기면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도 포함됐다. 대기업 지정과 함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포함된 건 지난해 두나무에 이어 두 번째다.

LX는 LX홀딩스 등 12개사를 지난해 6월 LG그룹에서 친족분리해 별개의 기업집단으로 독립했으며, 자산총액 기준 재계 순위는 44위다. 지정자료 제출 의무를 지는 동일인으로는 구본준 회장이 지정됐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이었던 교보생명보험과 두나무는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변경됐다. 교보생명의 자산총액은 지난해 말 기준 8조9000억원으로, 전년(13조8000억원) 대비 35.5% 감소했으며, 기존 32위였던 재계 순위는 53위로 21계단 하락했다. 

두나무는 1년 새 자산총액이 10조8000억원에서 7조4000억원으로 줄면서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전환됐다. 고객예치금이 5조8112억원에서 2조8684억원으로 대폭 감소한 여파였다. 재계 순위는 44위에서 61위로 밀렸다.

기존 대기업 가운데 자산 변동이 두드러진 곳도 제법 보인다. KG는 쌍용자동차를 인수하면서 재계 순위가 71위에서 55위로 급상승했다. 카카오는 에스엠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면서 자산총액이 1조8000억원가량 증가했다. 지난해 재계 순위 25위를 기록했던 HMM은 자산총액이 25조원으로 늘면서 순위를 여섯 단계 끌어올렸다.


올해 대기업 진입이 유력했던 하이브는 에스엠엔터테인먼트 인수 포기의 여파로 자산총액(4조8100억원)이 기준선을 밑돌면서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을 피했다. 금호아시아나와 대우조선해양은 진행 중인 기업결합(M&A)이 종료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내년부터 해당 명단에서 제외될 것으로 예상된다. 

예고된
순위 변화

총수 일가 중에서는 약 40명이 외국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친족 범위가 혈족 4촌·인척 3촌 이내로 축소되면서 친족 수는 3325명으로 49.3% 줄었고, 14개 대기업집단 소속 총 40개사가 임원 독립경영 인정 요건을 충족하는 사외이사 지배회사로 기업집단에서 제외됐다

공정위가 올해 처음으로 총수 일가 국적 현황을 파악한 결과 7명의 배우자가 외국 국적을 보유하고 있었다. 동일인 2세가 외국 국적이나 이중국적인 경우도 16개 집단 31명으로 집계됐다. OCI 동일인인 이우현 회장은 외국인(미국인)으로 확인됐다. 

이우현 회장이 외국인임에도 동일인으로 등록된 것과 달리, 김범석 쿠팡 의장은 올해 역시 동일인 지정을 피했다. 쿠팡의 동일인은 2021년 이후 3년째 쿠팡 법인으로 지정됐다. 쿠팡은 김범석 의장의 국내 개인회사, 국내 친족 회사가 없다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공정위는 외국인이면서 동일인으로 지정된 이우현 회장의 사례를 김범석 쿠팡 의장과 다르게 해석했다. 쿠팡의 의사결정 최상단에 있는 쿠팡INC.는 미국 법인이지만, OCI는 최상단 회사가 국내 법인이라는 차이도 감안했다.


다만 공정위는 외국인 동일인 지정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며 통상마찰 가능성을 최소화하고자 관계 부처와 충분히 협의한 뒤 시행령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곳곳서
희비 교차

한편 개정 공정거래법에 따라 내년부터는 ‘자산 10조원 이상’이 아닌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0.5% 이상’인 집단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크다. 공정위는 자산 5조원 이상인 공시집단 기준도 상향하거나 GDP에 연동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관련 연구용역 결과는 9월경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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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