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좌우하는 3개의 ○세권

부동산 시장에서 ○세권에 대한 관심이 높다. 개인별로 어떤 생활권에 살고 싶은지 선호도가 다르겠지만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만만치 않다. 

거주하는 주택 주변에 편의시설이 있다고 해서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연령에 따라 싫어하는 편의시설도 있다. 대표적으로 병세권(병원 생활권) 또는 의세권(의료시설 생활권)은 연령에 따라 선호가 엇갈린다. 의료서비스 수요가 높은 고연령층은 병세권을 선호하지만, 젊은 층은 병세권을 싫어하는 경향이 짙다. 집 주변에 환자가 돌아다니거나 수시로 울리는 앰뷸런스 소리를 싫어하는 젊은 층이 상당하다. 

입맛대로
고르세요

수세권(수변지역 생활권)과 뷰세권(경관을 즐길 수 있는 주거 위치)에 대한 선호도 엇갈린다. ‘경치는 한 달만 보면 끝난다’고 여기는 일부 사람은 수세권과 뷰세권의 가성비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내린다. 높은 가격을 내고 집을 마련할 때 수세권이나 뷰세권보다 차라리 전통적으로 선호도가 높은 역세권이나 학세권 등 물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선택을 내리겠다는 취향이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인기를 끌었던 숲세권과 공세권도 산책과 조용한 환경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선호되지만 벌레를 싫어하고 북적거리는 환경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비선호 대상이다. 

학세권(학교 생활권)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는데, 대표적인 층으로 주로 자동차를 보유한 젊은 싱글 가구다. 스쿨존에서 차량은 이동속도가 제한되고, 속칭 ‘민식이법’으로 불리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의 시행으로 교통사고시 더 높은 처벌을 받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자신에게 맞는 ○세권은 어떻게 선택해야 할까. 업계에선 ‘생활 패턴을 기준으로 ○세권을 선택하라’는 조언이 있다.

예컨대 식사를 직접 만들어 먹는 사람은 백화점·대형마트나 편의점이 가까운 곳을, 배달 음식을 선호하는 사람은 맥세권(맥도날드 생활권)이나 스세권(스타벅스 생활권) 등이 적합하다는 조언이다. 또한 밤에 근무하는 사람에게는 낮에 조용한 주세권(술집이 많은 곳을 의미)도 생활 지역으로 적합하지만, 낮에 근무하는 사람은 피해야 하는 지역으로 꼽힌다. 

다양한 ○세권을 갖춘 입지가 탁월한 주거 단지는 수요가 많아 사람들이 몰리고 그만큼 집값이 오르게 된다. 집값을 좌우하는 뜨는 ○세권 3인방으로 ▲올(All)세권 ▲뷰세권 ▲반세권(반도체 생활권) 등이 있다.

올세권 아파트는 주변에 교통·교육·공원·편의시설 등의 인프라가 잘 갖춰진 단지를 의미한다. 역세권, 학세권, 공세권, 몰세권, 의세권 등 인기 주거지 키워드가 다수 겹친 곳으로, 다양한 인프라를 가깝게 누릴 수 있어 실수요자는 물론 투자자의 선호도가 높다.

환금성이 우수하다는 점도 인기 요인이다. 이들 단지는 우수한 입지여건을 갖춘 만큼 매매시장서 거래가 활발해 시세가 높게 형성되고, 불황기에는 가격 방어가 뛰어나 투자처로 관심을 갖는 이도 적지 않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래미안 대치 팰리스’ 1단지 전용면적 84㎡는 지난해 4월 33억원에 거래됐다. 부동산 호황기였던 2021년 5월 30억30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불황기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상승한 것을 알 수 있다.

역세권, 학세권, 공세권, 의세권… 
요즘 뜨는 올세권·뷰세권·반세권


해당 단지는 지하철 3호선 대치역과 분당선 도곡역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는 더블 역세권이다. 대치동 학원가와 롯데백화점, 강남세브란스병원, 양재천, 한티근린공원 등 교통·교육·상업시설·녹지 환경까지 모두 갖춘 다세권 아파트라는 평가다. 

올세권 아파트는 부동산 침체기에도 불구하고 분양시장서 선방하고 있다. 다양한 인프라를 쉽고 빠르게 누리면서 높은 프리미엄까지 기대할 수 있는 올세권 아파트는 수요자들의 높아진 눈높이를 충족시키는 만큼 앞으로도 인기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준금리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이자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라 수요자들의 옥석 고르기는 더욱 심화되고 있기 때문에 우수한 주거 편의성과 높은 미래가치까지 기대할 수 있는 올세권 단지의 가치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청약 통장도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강과 천, 호수, 바다 등 조망권 여부에 따라 아파트 청약경쟁률 편차가 크게 벌어진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주택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조망권 프리미엄’이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부동산R114가 지난해 수도권과 광역시 도심에서 청약 접수에 나선 239개 단지 청약경쟁률을 분석한 결과, 강과 바다 조망 가능 여부에 따라 편차가 크게 벌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조망권이 있는 단지의 경우 평균 11.4대1을 기록한 반면, 조망권이 없는 단지는 8.6대1 수준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가격 방어
뛰어나다

조망권 프리미엄은 동일 생활권 내에서도 가격 편차를 불러온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서 바다 조망이 가능한 수영구와 해운대구 일대는 지역 평균 시세 대비 3.3㎡당 700만~800만원 비싼데, 전용 84㎡로 적용해 보면 2억~3억원 차이가 나는 수준이다.

올해 수도권과 광역시 등 도심에서 분양을 앞둔 단지 가운데 강이나 바다 등 조망이 가능한 단지는 분양이 예정된 단지 177개 중 17개 단지만 해당됐다. 이 가운데 부산에 위치한 단지는 11개였다. 리조트나 호텔 등지서 볼 수 있었던 조망권에 대한 입지가 아파트 단지 희소가치를 높이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입지 희소성에 따른 장기적인 가치상승 가능성을 고려해 분양을 앞둔 단지들에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겠다.

반세권에 대한 열기도 뜨겁다. 대표적인 반세권으로 급부상 중인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아파트 가격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삼성전자가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발표하면서다. 투자 규모는 300조원에 이른다.

대기업이…
오지의 변신

특히 K칩스법으로 용인 부동산 시장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K칩스법이 국회를 통과해 삼성이 발표한 반도체 클러스터 대규모 투자가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K칩스법은 반도체를 비롯한 국가전략산업에 기업이 시설투자를 단행하면 세액공제율을 높이는 것을 골자로 한다. 대기업·중견기업은 현행 8%서 15%로, 중소기업은 16%에서 25%로 확대된다. 


정부가 지난달 경기 용인시 처인구 남사읍과 이동읍 일대에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인근 부동산이 요동치고 있다. 처인구는 오랜 기간 개발에서 소외당해왔다. 그나마 남사읍에 들어서는 아파트 단지마저 ‘오지’라 놀림 당하곤 했다.

그러나 최근 이 아파트 주민들이 별안간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에게 감사의 큰절을 올렸다고 해 화제가 되고 있다. 용인시 처인구 남사·이동읍 일원에 들어서는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는 710만㎡ 규모로 세계 최대 규모로 알려졌다.

이곳에는 삼성전자가 5개 최첨단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공장을 짓는 등 총 30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삼성전자의 공장이 가동을 시작하면 직간접적 생산 유발 효과가 700조원에 달하며, 고용유발 효과는 160만명에 이를 전망이다.

삼성전자 외에 SK하이닉스도 처인구 원삼면 일원에 415만㎡ 규모의 첨단 메모리 반도체 클러스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예정 투자비만 121조8000억원에 이른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개발 계획은 즉각적으로 아파트 거래량과 가격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경기 용인시 처인구 남사읍에 있는 6725가구 규모 ‘e편한세상 용인한숲시티’는 지난달 15일부터 26일까지 총 34건의 거래가 신고됐다. 5단지 전용 84㎡는 지난 17일 4억5500만원에 팔렸다.

해당 평형은 지난달 2일만 해도 3억3500만원에 팔렸는데, 순식간에 1억2000만원이 올랐다. 6단지 전용 84㎡ 역시 지난 20일 4억4000만원에 거래돼 11일 거래가격 3억4000만원보다 1억원 올랐다.


반도체 공장이 들어서면 고소득 노동자가 대거 유입되어 지역상권을 활성화할 것이고, 집값을 더 올리는 데 기여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진다. 워낙 대형 호재인 만큼, 당분간 부동산 시장의 관심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단, 부동산 투기꾼들이 엉터리 정보로 투자자들을 현혹하는 일이 없도록 철저한 감독이 필요하다. 

침체기 불구하고 분양시장서 선방
동일 생활권서도 가격 편차 보여 

이들 지역에 토지 투자를 눈여겨보는 이들도 많지만 현실적으로 토지 거래는 쉽지 않아 보인다. 용인시가 처인구 남사읍과 이동읍 전역을 2026년 3월19일까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기 때문이다. 

남사, 이동읍 내 주거지역은 60 ㎡, 상업지역과 공업지역은 150㎡, 녹지지역은 100㎡를 초과할 경우 토지거래허가를 받아야 한다. 비도시 지역에서는 농지 500㎡, 임야 1000㎡, 그 외의 토지는 250㎡를 초과할 때 해당된다. 주택은 취득 후 2년간 실거주하는 조건으로만 허가를 받을 수 있다.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가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국토부는 실제 반도체 클러스터 개발 호재를 노린 땅 투기를 방지하고자 지난달 20일부터 남사읍과 이동읍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이 되면 일정 규모를 초과하는 토지를 거래할 때 관할 시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주거용지는 거주해야 하고, 상업용이나 공업용지는 실제 사업을 해야 거래를 허가해 주기 때문에 투자 목적의 토지 매입이 어렵다는 의미다. 

하지만 반도체 클러스터 발표와 토지거래허가구역 발효 사이에 5일의 시차가 있었던 탓에 투자 수요가 일부 유입된 것으로 파악된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달 15일부터 19일까지 남사읍에서는 45건, 이동읍에선 44건의 토지 거래가 이뤄졌다. 지난 2월 같은 기간 거래량은 남사읍 10건, 이동읍은 7건에 불과했다.

부동산에는 분명 호재지만, 최종 완공 시기가 2042년으로 20년가량 소요되는 장기 사업이라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 거래된 토지의 지번은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최근 거래가 사업 예정지에 포함되는지는 확인이 어렵지만, 반도체 호재를 겨냥한 투자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토지를 강제로 수용당하는 반도체 클러스터 예정지보다는 개발로 인한 시세차익을 오롯이 누릴 수 있는 주변 토지에 투자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장기 사업
투자 신중 

신도시나 산업단지 같은 대규모 개발사업이 발표되면 단기적으로 지역 부동산시장이 과열되는 것은 피할 수 없기 때문에 기획 부동산처럼 잘못된 정보로 사람들을 현혹하는 범죄가 기승을 부리지 않도록 꾸준한 시장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집값을 좌우하는 다양한 ○세권에 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편리하면서도 쾌적한 주거환경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올세권, 뷰세권이 뜨고 있다. 반도체 단지 조성 호재는 반세권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webmast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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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공개> 검찰 수사기록으로 본 12·3 내란 사태 전말 ⑥좌파 14명 체포 실패 내막

[단독 공개] 검찰 수사기록으로 본 12·3 내란 사태 전말 ⑥좌파 14명 체포 실패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12·3 계엄 당일 내란 주동자들은 정치인과 판사 등 자신들이 반국가 세력으로 지칭한 14명의 체포를 위해 서둘렀다. 하지만 준비가 된 것은 각 군의 사령관들뿐이었다. 계엄사령부와 합동수사본부의 설치는 훈련 상황서도 24시간가량 걸리는데 이를 간과한 것이다. 미리 계엄을 준비했다는 증거가 계속해서 나오는 상황에 실무진에게 준비시키지 않은 점이 의문점으로 남아있다.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내란 주도자들이 정치인과 판사 등 ‘좌파세력’이라고 지칭한 14명의 체포를 시도했지만 무산됐다. 그 내막에는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이하 합수본)의 미설치가 있다. 진술 나오자 다른 전략 <일요시사>가 검찰 진술 조서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계엄이 시작된 계기와 14명의 체포 미수 및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불법 점거의 실패 이유로 ‘합동수사본부 미설치’를 꼽았다.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하기 이전 국회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대립은 심각했다. 과반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야당은 자기들끼리 뭉쳐서 법안을 통과시켰고 윤 전 대통령은 재의요구권을 사용했다. 또 야당은 이진숙 방통위원장과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를 수사한 검찰들에 대한 탄핵을 시도하고 김건희씨와 관련한 특검법을 계속 발의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검찰 진술조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27일경, 윤 전 대통령이 관저 식사 자리서 “수사받다가 마음에 안 든다고 검사를 탄핵하고, 재판받다가 마음에 안 든다고 판사를 탄핵하고, 헌법재판소가 마음에 안 들면 정족수를 자르고, 이게 나라냐.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국가 세력의 준동에 관해 청주간첩단 및 창원간첩단 사건과 관련해 수사 과정서 잡은 인원들을 판사 기피 신청이 들어오면 단기간에 결정하는 것이 상식인데 6개월이나 결정을 하지 않아 간첩들의 구속 기간이 끝나 다 풀려나 돌아다니는데도 이런 것을 방치하고 있는 상황이니 나라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미래 세대에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어주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비상계엄)이 필요하겠다”고 강조했다. 일주일이 지난 후 윤 전 대통령은 김 전 장관에게 “야당의 패악질로 나라의 미래가 없다. 국가 비상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들은 비상계엄 관련 논의를 했다. 이때 체포 명단인 이른바 ‘좌파 세력’ 14명의 명단과 군대를 어떻게 투입할지 등을 확정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들은 체포 명단의 사람들의 신병을 확보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게다가 내란 주동자들은 검찰 진술과 형사 법정 등에서도 체포하려 하지 않았다고 진술하고 있다. “합수부 미설치로 체포 불가” “합수부 없어 시작부터 위법” 김 전 장관은 검찰에 “주요 정치인 등에 대한 검거를 시도한 바 없다. 혐의가 있어야 검거를 시도하지 않겠냐”며 “언론에 나오는 위치 추적 등은 포고령에 따라 정치활동이 금지되고 있는 상황이니 주요 정치인 몇 분과 부정선거 등과 관련해 사회서 의혹이 제기되는 사람들의 위치를 미리 파악하라고 이야기한 것일 뿐”이라고 진술했다. 하지만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과 작전에 투입된 군인들의 진술로 체포 명단이 실제로 존재했으며 체포를 지시하고 시도했다는 것마저 모두 드러났다. 체포 시도가 있었다는 진술이 계속해서 나오자 내란 주동자들은 다른 전략을 세우게 된다. 바로 ‘합동수사본부 미설치’다. 김 전 장관은 검찰 진술서 합수본이 미설치돼 체포가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는 “계엄사령부와 합수본이 설치되는 과정이라 검거가 불가능하다”며 “합수본이 설치되려면 검찰과 경찰의 협조가 필요한데 아무런 대비도 없이 체포부터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진술했다. 김 전 장관의 진술은 계엄 직후 선관위에 국군 정보사령부 부대원들을 보내 선거인 명부 관리 서버를 장악하고 선관위 당직자들에 대한 통신 제한(휴대전화 압수)과 감금이 위법한 수사 활동임을 나타내고 있다. 계엄이 터지면 통상적으로 합수본 역할을 맡는 국군 방첩사령부 관계자도 검찰 진술 당시 선관위 투입은 잘못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영희 방첩사 비서실 1과장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방첩사 소속 군인들로 하여금 중앙선관위 서버를 꺼내오도록 지시하거나 계엄 해제 이후 관련 증거를 제거하도록 시킨 것은 자신들의 정당한 권한 범위를 넘어선 것”이라고 말했다. 불법성 미리 알고? 박성하 방첩사 기획조정실장은 “현장에 나가 있던 소위 체포조에 대해서 당시에는 알지 못했다”면서도 “하지만 전시에도 방첩사가 일부 범죄에만 수사권이 있기 때문에 전시나 계엄 상황이라도 관할권이 없는 선관위나 정치인 등 체포나 점거는 경찰의 협조가 필요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게다가 합수본(방첩사)은 직접 수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통합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 하는데 지역 합수단서 해야 할 일을 방첩사 인원으로 진행한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한 군검찰 출신 변호사는 “합수본은 계엄사령관이 임명하는 군사경찰 관리, 경찰공무원, 국가정보원 직원 중 사법경찰 관리의 직무를 수행하는 자, 그 밖에 사법경찰 관리의 직무를 수행하는 자로 구성된다”며 “또 합수본은 계엄사령관이 지정한 사건의 수사와 정보기관 및 수사기관의 조정·통제업무를 관장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선관위로 투입된 인원들은 계엄사령관으로부터 임명을 받지도, 임무를 하달받지도 않았다”며 “게다가 합수본까지 설치되지 않았다고 한다면 시작부터 위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보사와 방첩사 모두 계엄사령군(군사경찰)이 아니기에 정당한 절차가 없었다면 반란군이라고 볼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여기서 의문이 드는 점은 계엄 업무를 해본 김 전 장관이 왜 무리수를 뒀는지다. 김 전 장관은 대한민국 합동참모부서 작전본부장을 역임한 바 있다. 합참 작전본부에는 계엄과가 편제돼있기 때문에 김 전 장관이 계엄군과 합수본 지정 및 운용 등을 몰랐다고 보기 힘들다. 합참 계엄과서 편찬하는 계엄실무편람에도 잘 나와있기 때문이다. 김 전 장관은 논란을 줄이기 위해 계엄이 선포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전군주요지휘관회의를 화상으로 개최하면서 박안수 전 육국참모총장을 계엄사령관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을 합동수사본부장으로 임명했다. 하지만 일부 사령관 등에게만 공유됐던 12·3 계엄 작전은 계엄사령부가 설치되기도 전에, 합수본이 설치되기도 전에 끝났다. 사령부만 알았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검찰 진술 조서에 따르면, 김 전 장관은 전군주요지휘관회의서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부 사령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부 사령관에게 국회와 선관위 출동을 하면서 방첩사에 합동수사본부를 구성해서 임무 수행을 하라고 지시했다. 김 전 장관이 방첩사에 지시한 임무는 경찰과 국방부 조사본부에 100명씩 인원을 요청하고 선관위로 먼저 투입된 국군 정보사령부가 접수한 선관위 서버를 꺼내오라는 지시였다. 국방부 조사본부와 경찰에 인원 요청을 한 것은 정치인, 판사, 등 민간인 체포를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조사본부는 방첩사가 요청한 수사관 지원 요청을 4차례 거절했다. 조사본부 한 관계자는 검찰 조사 당시 “지난 3일 계엄령 선포 이후 방첩사로부터 수사관 100명 지원을 네 차례 요청받았지만, 근거가 없다고 판단해 응하지 않았다”며 “이후 합수본 실무자 요청에 따라 시행 계획상 편성돼있는 수사관 10명을 지난해 12월4일 오전1시8분 출발시켰다”고 진술했다. 방첩사의 수사관 파견 요청에는 불응했고, 계엄 시행 이후 방첩사를 중심으로 꾸려지는 합수본 요청에는 응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사관이 파견된 시간은 이미 계엄 해제 의결이 이뤄진 뒤였다. 합수본이 계엄 해제와 비슷한 시기에 모양새라도 갖춘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김 전 장관이 계엄 직후 전군주요지휘관회의서 여 전 사령관에게 합수본 설치를 지시했지만 설치가 늦어진 이유가 있다. 방첩사에 내려진 지시는 좌파세력 체포와 합수본 설치, 검찰과 경찰 및 국방부 조사본부 등에 협조 요청 등으로 내란 주동자들에게는 어느 것 하나 미룰 수 없는 일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박 기획조정실장은 “부대에 도착해보니 OOO회의실에 여 전 사령관이 이경민 참모장, 이창엽 비서실장과 같이 있었다”며 “합수본 설치 지시를 받으려 사령관에 물어봤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여 전 사령관이 다른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는데 ‘합수본부장으로 임명됐다. 우리 대원들은 다 나가 있다’고 말하며 통화에만 집중했을 뿐 합수본 설치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계엄 6개월 전부터 준비 실무진만 ‘닭 쫓던 개’ ‘비상계엄이 선포되면 국가적으로 엄중한 상황이 될 텐데 방첩사는 계엄 선포 예정 사실을 알고 준비하지 않았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계엄이 선포되면 합수본을 설치해야 하는 사람이 나다. 하지만 나는 해당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체포조를 운영한 수사단장도 해당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답했다. 그는 “방첩사 비상소집이 완료된 시간이 지난해 12월4일 오전 1시4분”이라며 “합수본은 기본 시설도 갖추지 못한 상태서 계엄이 해제됐다”고 말했다. 방첩사 인원들이 전원 소집되는 시간에 이미 계엄은 해제된 것이다. 방첩사의 작전 계획상에는 상황실 설치에 8시간, 합수본 설치에 24시간을 예정하고 있는데 비상계엄이 3시간 만에 해제됐다. 본부 설치에만 24시간이 걸리며 계엄사령관으로부터 임명을 받아 합수본을 완전히 구성하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한 군사학과 교수는 “계엄 선포에 대해 사령관과 참모진 외에 실무자에게도 공유가 됐다면 미리 합수본 설치를 준비하고 있다가 계엄이 선포된 후 바로 체포를 진행했을 것”이라며 “이번 계엄의 패착은 이전 계엄과 달리 빠르게 대처한 국회를 막지 못한 것과 계엄사령부부터 합수본까지의 실무자들이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방첩사 사령부에서는 미리 계엄 준비를 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방첩사 소속 간부 A씨는 검찰 조사에서 “방첩사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체결한 MOU에 언급된 ‘합동수사본부’는 계엄 시 설치되는 합수부가 맞다”고 진술했다. 방첩사와 국수본은 지난해 6월28일 ‘안보범죄 수사 협력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합동수사본부 설치 시 편성에 부합하는 수사관 등을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검찰은 이를 근거로 방첩사가 계엄을 오래전부터 준비한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지휘부에서 최초에는 지난해 5월 초순경 3주안에 체결하라는 지시를 했다”며 “보통 미국 국방정보국(DIA) 등 해외정보수사기관과 이런 MOU를 맺고, 국내 기관은 관련 법령이 있어 MOU를 맺지는 않는다. 국내 기관과 MOU를 맺은 건 이번이 처음이고, 굳이 이런 MOU를 맺는 게 의아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다만 조지호 경찰청장은 해당 MOU에도 불구하고 계엄 당일 수사관 지원 요청을 이행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조 청장은 지난 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긴급 현안 질의에 나와 “방첩사 주관으로 수사본부가 꾸려질 수 있으니 경찰서 필요한 인력을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해서, 제가 준비하겠다고 했다”고 밝혔으며 계엄 당일 수사관 81명이 방첩사 요청으로 대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두환과 구상 흡사 내란 주동자들은 경찰력을 대거 방첩사로 파견해 합동수사본부를 꾸리고 정치인 체포 작전을 벌일 계획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1979년 비상계엄하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피살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이 만든 합수본과 흡사한 구상이다. 당시 합수본은 정권에 반대하는 정치인에 대한 정보 기능을 도맡아 12·12 군사 반란의 수괴인 전두환씨가 권력을 장악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됐다. <kcj512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계엄 사령부 구성도 완전 실패 <일요시사>가 확보한 검찰 진술조서에 따르면 계엄사령부는 구성조차 못했다. 권영환 전 대한민국 합동참모본부 계엄과장은 계엄이 선포된 후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으로부터 ‘계엄사령부 설치를 도와라’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에 그는 육군 본부 참모진들이 올라올 때까지 계엄사 상황실 구성 준비를 했다. 계엄이 선포되면 계엄사에는 2실(비서실, 기획조정실) 8처(정보처, 작전처, 치안처, 법무처, 보도처, 동원처, 구호처, 행정처)를 구성하도록 돼있으나. 권 전 과장이 계엄사 상황실을 구성하고 있을 당시 국회에서는 ‘비상계엄해제 요구결의안’이 가결됐다. 당시 권 전 과장이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에게 “(계엄해제 요구안이 가결됐으니) 법률상 지체 없이 계엄을 해제하도록 돼있다”고 말하자 박 전 총장은 “그런 것을 조언할 것이 아니라 일이 되게끔 만들어야지 일머리가 없다”며 “올해 연습을 두 번이나 했다고 하면서 구성을 왜 빨리 못하냐”고 꾸짖었다고 한다. 이는 내란 주동자들이 2차 계엄을 생각하고 있었으며 계엄사 구성의 역할이 합참에 있었다는 것을 내포하는 대목이다. <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