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뜨는 제3지대의 한계

흔들리는 정치판…잔챙이들만 꼬물꼬물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대체, 대안 정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등 거대 양당의 헛발질로 제3지대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그만큼 양당의 리스크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는 뜻이다. 민심도 등을 돌렸다. 이 같은 위기감 속, 정치권에선 어김없이 대체재 마련을 위해 고심하고 있다. 이번에야말로 고인물 집단을 심판할만한 정치세력이 탄생할 수 있을까?

민심이 심상치 않다. 하루에 한 번 꼴로 여야를 가리지 않고, 각종 리스크와 악재가 쏟아진다. 국회에선 정쟁만 일삼을 뿐, 입으로만 민생을 강조하고 있는 게 작금의 정치 현실이다. 건수 하나 걸리기만 목이 빠지도록 기다리는 형국이다. 오죽했으면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이 “민주당에서는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희망의 등대고, 국민의힘에서는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이 희망의 등불”이라는 우스개성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우측으로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 국민의힘이 떠안고 있는 전광훈 리스크는 민심이 동요하기에 충분했던 계기가 됐다. 민심은 두 양당 리스크를 빌미로 양측 모두를 지지하지 않는 추세다. 하루가 멀다 하고 리스크 몸살을 앓는 탓에 자연스레 민생 문제는 뒷전으로 밀렸다. 결국 유권자들도 거대 양당에 적잖은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매번 선거철이 다가오면 민주당은 우측으로 방향을 틀고, 국민의힘은 좌측을 노리곤 해왔다. 특정 정당을 지지하지 않는 무당층이 자꾸만 늘어나는 현재로서는 집토끼만을 지키기도 바쁘다. 중도층을 노리기 위한 행보도 보이기도 하지만 그에 비한 효과는 아주 미비할 정도로 작다. 

시대전환, 기본소득당 등 소수 정당서 거대 양당에 공격을 가하고는 있으나, 제대로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특히 중도층서 이렇다 할 지지를 보내지 않는 탓이다.


정의당이 제3지대라는 대표성을 잃은 점도 또 다른 세력을 기대하는 이유다. 정의당의 지지세가 한 자릿수 초반에 그치고 있어 현재로선 민주당과 국민의힘을 견제할만한 뾰족한 대안도 없는 셈이다.

정치권에 몸담았던 인사들은 한결같이 “정치가 과거보다 못하다”고 이구동성하고 있다. 과거에는 대화와 협상을 통해 국회를 꾸려나갔지만 작금의 정치는 무조건 반대,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물밑 협상을 한다고 하지만, 겉으로 비치는 모습은 계파 싸움이나 조직 지키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 연출될 뿐이다. 불신을 넘어 정치 혐오까지 생기는 이유다. 이런 탓에 ‘여의도서 제1당은 중도무당’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

양당 리스크에 민심 등 돌려
내세울 인물 현실적으로 없어

양당은 지금까지 중도층 지지율 흡수를 위해서 상대의 리스크를 중점적으로 부각시켜왔지만, 차기 총선을 1년여 앞둔 현 시점에선 더는 통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권자들이 양당의 리스크에 피로감을 느낀 나머지 무당층으로 대거 이동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가에선 원론적으로 또 다른 새로운 대안 정당이 탄생해야 한다는 데 대부분 동의한다. 실제로 지난 18일에는 이를 위한 유의미한 움직임도 포착됐다.

이날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이 적대적 관계가 된 거대 양당 체제의 한계에 따른 대안 세력의 가능성 논의를 위한 자리를 가졌다. 이 자리서 금 전 의원은 신당 창당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이목을 끌었다. 


그는 “유권자가 원하는 것은 고인물 정치 등을 깰 교두보가 될 세력을 필요로 한다”며 “그런 세력을 위해 내년 총선 때 수도권을 중심으로 30석 정도 의석을 차지할 세력이 등장한다면 많은 기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3지대는 양당의 위기 때 빠짐없이 등장해왔던 단골 소재 중 하나지만, 거대 당으로 흡수되거나 자체적으로 소멸되는 등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현실적으로 국내 정치 생태계 상 제3지대 세력의 성공은 쉽지 않은 만큼 제3지대론은 해묵은 주장으로 보는 시각이 다수다. 국내 정치 역사상 제3세력으로 기껏 이목을 끌었던 정당은 자민련(자유민주연합), 국민의당 정도였다. 

가장 큰 성공 사례는 이른바 3김(김대중·김종필·김영삼)의 한 축으로 불린 김종필 전 총리가 대표적이다. 15대 총선 당시 충청권을 중심으로 의석수를 50석까지 늘렸다. DJP(김대중·김종필·김영삼) 연합이 붕괴되고, 김 전 총리가 정계를 떠나면서 자취를 감췄으며 희망을 보였던 국민의당도 결국 역사의 뒤안길로 퇴장했다. 

앞서 국민의당 대표를 맡았던 안철수 의원(현 국민의힘 소속)은 컨벤션 효과를 바탕으로 당시 국민의당 의석수를 38석까지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적지 않은 의석수를 확보한 이 같은 선거 결과는 기존의 국내 정치판을 뒤흔들만 했다. 하지만 호남 중심이라는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면서 수도권에서는 참패를 겪어야 했다. 

지금이 적기지만…
그래도 대안 없다?

그러다가 지난 21대 대선에 앞서 국민의힘과 합당하면서 결국 정치권서 사라졌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소선구제가 결합된 상황에서는 더욱 악화되는 실정이다. 오히려 거대 정당은 위성정당으로 안전핀을 마련했는데 이는 지난 21대 총선서 정의당의 대거 의석수 감소의 이유로 작용하기도 했다. 이렇듯 현재 상황으로선 소수당의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되거나 유권자들의 선택 가능성은 도무지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거대 양당의 조직에 맞서기도 턱없이 부족하다. 실제로 지방선거서 일부 지역에 중대선거구제를 실험했는데, 거대 양대 정당으로의 표 집중 현상이 나타났던 바 있다. 

국회서 선거구제 개편 움직임을 보이면서 제3지대 세력이 다시 집결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거대 정당들이 자신들의 공간을 확보하지 않고, 선거구제도를 개편할 리는 만무해 보인다. 이와 관련해 금 전 의원은 토론회서 “인물 중심, 정당이 아닌 가치 중심의 정당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결국 정당은 해당 조직을 대표할 인물이 반드시 필요하며, 대선후보급 중량감 있는 거물을 앞세우지 않을 경우, 주목받기는 쉽지 않다. 

관건은 제3지대의 성공을 위해 인물을 앞세우지 않고, 고착화돼있는 정치 구조를 깰 수 있을 정도의 파급력을 발휘할 수 있느냐의 여부다. 유동적인 성향이 강한 중도·부동층 특성상 새로운 정당을 무작정 지지한다는 보장도 없다는 점도 제3세력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힌다. 

좌측으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제3지대는 끊임없이 제시돼온 대안 중 하나다. 양당이 여러 리스크에 휘청이는 현재가 기회는 맞다”면서도 “그러나 새 정당이 탄생한다고 해도 나중에는 인물 중심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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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