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 주역 릴레이 인터뷰> 경대수 새누리당 의원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09.26 10:4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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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 자르기? 당적 떼고 당당히 조사받으라는 뜻"

 

[일요시사=김명일 기자] 지난 1979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무려 23년간이나 검찰에서 재직한 경대수 새누리당 의원(증평·진천·괴산·음성)은 검사시절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강직한 검사로 이름을 날렸다. 초선인 경 의원이 지난 6월 7일 당의 중책인 윤리위원장으로 임명될 수 있었던 이유다. 대선을 불과 80여일 앞두고 새누리당은 연일 터져 나온 비리사건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를 일벌백계하고 당을 수습해야만 하는 것은 온전히 그의 몫이 됐다. 따라서 <일요시사>는 자의든 타의든 이번 대선정국에서 새누리당의 쇄신이라는 중책을 짊어지게 된 경 의원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다음은 경 의원과의 일문일답.

 

- 검사 출신으로 정치에 입문하게 된 계기와 동기는 무엇인가?

▲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처음 검사가 됐을 때 나의 꿈은 평생 법조인으로 사는 것이었다. 정치를 하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런데 지난 2006년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됐던 사행성 오락인 ‘바다이야기’와 관련된 수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수뇌부와 의견충돌이 있어 갑자기 검찰을 나오게 됐다. 그 후 변호사로 남은 인생을 사는 것보다는 정치에 입문해 고향발전에 기여하는 것이 더 보람된 삶인 것 같아 정치에 입문하게 됐다.

- 손수 입당신청서를 냈다던데?

▲ 그렇다. 사람들은 내가 검사출신인 만큼 정치권의 러브콜을 받고 정치에 입문한 것이 아니냐고 생각한다. 하지만 난 다르다. 자의적으로 정치에 입문하기로 마음먹고 인터넷으로 직접 입당신청서를 내며 정치를 시작했다. 검사생활을 하며 여야에 아는 사람들은 많았지만 그런 사람들의 도움을 받는 구태의연한 방법으로 정치에 입문하고 싶진 않았다.

- 정치에 입문한 후 원외인사임에도 도당위원장을 맡는 등 지역구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인가?


▲ 처음 정치를 시작할 때만 해도 충청도는 새누리당의 불모지였다. 새누리당의 당적을 가진 정치인 대부분이 원외인사였다. 그러한 상황임에도 당시 지역정치인들은 ‘친박’이니 ‘친이’니 계파를 나눠 싸우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계파를 초월해 오직 지역을 위해 일하겠다고 마음먹고 실천해 나갔다. 이것이 주민들에게 감동을 주었고 정치적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 지난 2009년 10·28보궐선거에서 정범구 민주당 후보에게 패배했지만 지난 4·11총선에서 설욕했다. 지난 2009년과 현재를 비교할 때 승패를 가른 요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외부적 요인으로는 2009년엔 세종시 문제 등으로 반한나라당 정서가 강했다. 공천을 받았지만 이미 승리는 어렵다는 판단이 들었다. 또 선거과정에서 같은 당 경쟁 후보가 공천에 불복해 출마하면서 표가 분산됐다. 물론 가장 큰 요인은 내가 정치신인으로서 지역에서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후 4·11총선까지 나는 주민들과 격이 없이 어울리며 진정성을 무기로 다가갔다. 또 왜 집권당이 국회의원이 되어야 하는지 주민들에게 일일이 설명하고 설득했다. 이러한 노력이 빛을 발한 것 같다.

- 야권이 검찰을 향해 연일 '정치검찰'이라는 비판을 하고 있다. 검사 출신으로 이에 대한 생각은?

▲ 최근 검찰은 상왕이라 불리던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의원을 구속하는 등 일명 문고리 권력에 대해 성역 없는 수사를 펼쳤다. 반면 야권은 비리의혹이 있는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를 불러서 조사만 하겠다는데도 강하게 반발했다. 어느 쪽이 공정한 수사인가? 검사시절에 정치인들이 사건에 관해 신경을 써달라고 하는 이야기를 들어는봤지만 봐달라는 뜻으로 해석하진 않았다. 정치인들도 관련된 사건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원칙대로 처리한다면 압력이라고 볼 수 없다.

- 정치권에서는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검찰개혁은 불필요하다고 보는가?

▲ 개혁에는 찬성한다. 어떤 조직이든 개혁이 없으면 썩게 된다. 지금의 체제가 올바른지 깊이 연구해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치권의 한 사람으로 검찰개혁에 힘을 보탤 수도 있다. 다만 개혁의 목적이 정치적이라면 그것은 진정한 개혁이 아니다. 검찰개혁에 불순한 의도가 담겨있어서는 안된다.


"검찰 개혁 필요하지만 정치검찰은 오해"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 충북 힘 모으겠다"

- 검사출신임에도 법사위가 아닌 농식품위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농식품위에서 어떠한 역할을 맡을 것인가?

▲ 농식품위를 1지망으로 선택했다. 물론 법사위를 선택하면 무척 편할 테지만 나의 지역구는 농촌지역이다. 지역구 주민들을 위해 농촌의 현실을 관계부처에 전달하고 개선책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먼저 내가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 대선을 80여 일 앞두고 있다. 대선정국에서 '충북 홀대론'이 제기되고 있는데 충북을 대표하는 정치인으로서 어떠한 역할을 할 것인가?

▲ 충북 홀대론은 이미 오래된 이야기다. 그래서 박근혜 대선후보에게 충북의 현실, 도민들의 바람 등을 여러 차례 말씀 드렸다. 충청북도의 인구는 적지만 대선에서 차지하는 무게감은 크다. 지금까지의 선거에서 충북이 선택한 후보는 반드시 대통령 됐다. 혼전을 거듭하고 있는 이번 대선에서는 더더욱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충북이 새누리당을 적극 지지하도록 분위기를 이끌고 실제로 대통령 만들기에 큰 역할을 한다면 충북에 대한 홀대론이 사라질 만큼 화끈한 지원을 얻어내겠다.

- 새누리당 윤리위원장을 맡고 있다. 현영희 의원 제명에 앞장섰는데 막상 법원에서 영장이 기각됐다. 이에 대한 생각은?

▲ 실제 혐의가 사실인 것을 전제로 제명안을 통과시킨 것이 아니다. 사실여부와 상관없이 해당 의원이 구설수에 올라 새누리당이 큰 상처를 받았음으로 정치적으로 책임을 져야한다는 것이다. 또 조사과정에서 당적에서 벗어나 당당하게 조사 받으라는 뜻이다. 야권에서는 꼬리자르기라고 비판하는데 만약 당적을 유지한 채 조사를 받고 무혐의가 됐다면 집권당이 검찰에 압력을 가했다며 비판할 것 아닌가? 현 의원 개인으로서도 좋지 않은 일이다.

- 국회 입성 후 다양한 법안 발의와 활발한 상임위 활동을 펼쳐온 것으로 안다. 가장 자부심을 느끼는 활동은 무엇인가?

▲ 현재 농촌지역 노인들의 가장 큰 사망 원인은 바로 폐렴이다. 충북 괴산군의 경우 65세 이상 인구가 무려 28%에 달한다. 하지만 폐렴을 예방할 폐렴구균접종이 국가 필수예방접종에 포함되어있지 않아 접종률이 매우 낮다. 그래서 이를 국가 필수예방접종으로 바꿔야한다는 법안을 발의했다. 지난 대정부 질문에서는 김황식 국무총리로부터 이를 내년부터 추진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내기도 했다. 이로써 지역 노인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을 것 같아 가장 큰 자부심을 느낀다.

- 향후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할 의정활동은 무엇인가?

▲ 지역 유권자와 지역 현안 챙기기다. 지역민들의 요구와 의견들을 하나하나 청취해 의정에 반영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법률안 제정과 국비 지원 등 유권자들에게 약속 한 것을 반드시 지켜나가겠다.
 
- 앞으로 어떠한 정치인이 되고 싶은가? 또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정직하고 착한 정치인이 되겠다. 처음과 끝이 똑같은 정치인이 되겠다. 이러한 약속은 선거유세 과정에서도 수차례 말씀드린 내용이다. 반드시 지키겠다.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제가 잘못하는 일이 있다면 가차없이 야단쳐주시고 지적해주시길 바란다. 다만 정치를 사랑하는 마음, 정치인을 바른 길로 이끌어가겠다는 애정을 갖고 비판 해주시길 바란다. 아무리 미워도 결국에는 정치인들이 나라의 운명을 결정하는 역할을 한다. 정치는 필요 없고, 정치는 악이란 식으로 무조건적인 비판을 하는 것은 대한민국을 더 불행하게 만든다.

 


<경대수 의원 프로필>

▲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제1, 2차장검사

▲ 제주지방검찰청 검사장

▲ 대검찰청 마약조직범죄부장, 검사장

▲ 경대수법률사무소 변호사

▲ 한나라당 증평, 진천, 괴산, 음성군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


▲ 한나라당 충청북도당위원회 위원장

▲ 새누리당 충청북도당위원회 위원장

▲ 제19대 국회의원 (충북 증평·진천·괴산·음성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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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