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기소’ 이재명 재판 미리보기

첩첩산중 험해지는 ‘의혹의 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말 그대로 ‘첩첩산중’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앞에 놓인 ‘의혹의 산’이 계속 험난해지는 모양새다. 산을 하나 넘었다 싶으면 또 다른 산이 나타나고 있다. 이제 이 대표의 눈앞에 ‘재판’이라는 산이 모습을 드러냈다. 법정 공방의 시작이다.

최근 정치권의 관심사는 오로지 ‘이재명’이다. 블랙홀처럼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고 있다. 대선 패배 이후 3개월 만에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하고 당 대표 선거에 나설 때부터 예상된 모습이다. 제1야당의 대표가 이만큼의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던 경우는 없었다. 지금까지 일어났고 앞으로 일어날 모든 일이 ‘사상 초유의 상황’인 셈이다. 

1830억 
5503억

지난 22일 검찰은 위례 신도시·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비리와 성남FC 후원금 의혹으로 이 대표를 불구속 기소했다. 사건이 처음 불거지고 1년6개월 만이다. 대장동 의혹 등은 2021년 9월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터져 나왔다. 이 대표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이해충돌방지법·부패방지법 위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이 대표는 성남시장 재직 당시 민간업자에게 유리한 대장동 개발사업 구조를 승인해 성남도시개발공사(이하 성남도개공)에 4895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는다. 이 과정에서 측근을 통해 대장동 개발사업 일정, 사업방식, 서판교 터널 개설 계획, 공모지침서 내용 등 직무상 비밀을 민간업자에게 흘려 7886억원을 챙기도록 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이 대표가 성남도개공 실무진이 주장한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빼도록 해 공사의 이익을 의도적으로 포기했다고 판단했다. 또 위례 신도시 개발사업에서도 민간업자에게 내부정보를 알려줘 부당 이득 211억원을 취하게 한 혐의를 적용했다. 


성남FC 구단주로 있던 2014년 10월~2016년 9월 두산건설‧네이버‧차병원‧푸른위례 등 4개 기업으로부터 후원금 133억5000만원을 받는 대가로 건축 인허가나 토지용도변경 등 편의를 제공한 혐의도 있다. 

여기에 2014년 10월 성남시 소유 부지를 매각하는 대가로 네이버에 성남FC 운영자금 명목으로 50억원을 달라고 요구한 점, 네이버의 뇌물을 기부금으로 포장하도록 한 혐의도 포함됐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정진상 전 대표실 정무조정실장도 함께 기소됐다. 

선거법 이어 또 다시 재판행
이 “법원서 진실 가려질 것”

이 대표는 ‘답정기소(답이 정해진 기소)’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그는 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서 “대장동 사건은 이미 8년 전에 불거졌던 검찰 게이트”라며 “당시 ‘정영학 녹취’가 이미 검찰에 압수됐고, 그 녹취 내용에 당시 범죄 행위가 적나라하게 언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수사하지 않고 묵인‧방치했던 검찰”이라고 화살을 돌렸다. 

이어 “이미 정해놓고 기소하기로 했던 검찰이, 다만 시간을 지연하고 온갖 압수수색 쇼, 체포영장 쇼를 벌이면서 시간을 끌고 정치적으로 활용하다가 이제 정해진 답대로 기소한 것”이라며 “진실은 법정에 가려질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과 이 대표 측의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이 대표는 대장동 사업은 5503억원의 공익 환수 성과고, 성남FC 광고 유치는 적법했다는 입장이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상황. 선거법 위반 혐의에 이어 두 번째 기소된 이 대표는 재판에 출석해 검찰과 시시비비를 다퉈야 한다. 가장 크게 쟁점이 되는 부분은 역시 ‘이익’이다. 

대장동 사업 과정에서 성남도개공이 일정 수준의 이익만 확보한 것이 과연 배임죄가 되는지 여부다. 검찰은 이 대표가 성남도개공이 확정이익 1830억원만 받도록 해 손해를 끼쳤다고 판단하고 있다. 성남도개공 내부 문건을 근거로 이익의 70%(약 6725억원)를 확보할 수 있었다고 본 것이다.


그 차액인 4895억원을 배임 액수로 특정했다. 

반면 이 대표는 검찰에 제출한 진술서에서 “지방자치단체는 공익을 추구하는 행정기관이므로 안정성을 추구해야 한다”며 “이익 배분을 비율로 정하면 예측을 벗어난 경기변동 시 행정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는 불안정성이 있다”고 반박했다.

배임이냐?
아니냐?

그러면서 부산 엘시티, 양평 공흥지구, 제주도 오등봉지구의 민간개발을 언급했다. 부산시장과 양평군수, 제주지사가 허가해 민간사업자가 개발이익을 100% 취득한 것을 배임이라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환수 이익’도 쟁점이다. 검찰은 성남도개공이 1830억원을 확보했다고 판단했고 이 대표 측은 5503억원을 환수했다고 주장 중이다. 이 대표 측은 1공단 공원화와 서판교 터널 조성 비용을 민간사업자가 부담하도록 했기 때문에 성남도개공은 그만큼 더 이익을 봤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 부분을 ‘비용’으로 보고 있다. 

이 대표는 대장동 개발사업 당시 성남시장으로 성남시는 물론 성남도개공의 최종 의사결정권자였다. 다시 말해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나온 이익을 분배하는 구조 등에서 이 대표의 역할이 분명히 존재했다는 뜻이다. 검찰은 확정이익을 제외한 나머지 개발이익을 민간업자가 가져갈 수 있도록 이 대표가 특혜를 몰아줬다는 입장이다. 

반면 이 대표는 부동산 경기변동에 대비해 지방자치단체의 안정적 수익을 추구했고 사업으로 인한 손해를 성남도개공과 성남시가 떠안는 것을 막기 위해 확정이익 방식을 선택했다고 주장했다. 민간업자의 이익이 커진 것은 부동산시장의 활황으로 인한 것일 뿐 공사가 이익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성남FC 후원금 의혹은 ‘제3자 뇌물죄’ 입증 여부가 관건이다. 제3자 뇌물죄는 형법 제130조에 규정돼있는 것으로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그 직무에 관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하거나 공여를 요구 또는 약속한 때 인정된다.

제3자 뇌물죄는 뇌물죄와 달리 ‘부정한 청탁’이 입증돼야 한다. 재판에서도 이 부분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성남FC 후원금 의혹은 2018년 자유한국당·장영하 변호사 등의 고발로 시작해 지난해 대선 직전에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성남지청 수원지검 박하영 검사(현재 사임)가 검찰 내부망에 성남FC 후원금 의혹 수사 관련 내용을 담은 글을 올리면서 수사무마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1심 결과
언제쯤?

수사팀은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고 있는데 박은정 당시 성남지청장이 이를 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대선을 불과 한 달여 앞두고 터져 나온 의혹에 경찰이 재수사를 진행했고 두산건설 전 대표와 성남시 관계자가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네이버와 차병원, 푸른위례 등까지 수사를 확대해 이 대표를 기소하기에 이른 것. 

반면 이 대표 측은 성남FC 광고를 위한 적법한 후원금 모집이었다고 반박했다. 이 대표는 “자치단체장은 관내 기업·단체·기관·독지가를 상대로 기부나 후원을 유치하려고 노력한다”며 “경남FC를 보유한 홍준표 전 경남지사는 관내 기업에 후원(무상)을 요청해 수많은 기업에서 수억원씩 후원을 받아 이를 홍보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번 기소된 혐의로 집행유예 포함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잃는다. 검찰은 이 대표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법정형과 양형기준을 고려하면 징역 11년 이상의 징역형이 선고돼야 하는 중대범죄”라고 한 바 있다. 검찰의 말대로면 이 대표는 의원직 상실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임기다. 이번 국회의원 임기는 내년 5월까지다. 그 전에 이 사건의 확정 판결이 나올 가능성은 적은 편이다. 실제로 이 대표는 지난해 9월,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지만 아직 1심 판결도 나오지 않았다. 선거법 위반 사건은 공소제기부터 6개월 안에 1심 판결을 선고하도록 돼있지만 훈시 규정에 불과해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줄줄이 나올 수사 결과다. 이 대표가 안고 있는 사법 리스크는 ‘시한폭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정 시점이 되면 반드시 터지게 돼있다는 뜻이다. 검찰은 이 대표와 관련해 ▲변호사비 대납 의혹 ▲대북송금 의혹  ▲백현동 특혜 개발 의혹 ▲정자동 호텔 의혹 ▲가스공사 부지 개발특혜 의혹 등을 수사 중이다. 

수사 중인 혐의 산더미
민주당, 당 대표 지키기


대장동 사건과 관련해서도 ‘428억원 약정’ 의혹은 이번 공소사실에 빠졌다. 검찰은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 등 대장동 일당이 이 대표 측에 배당금 428억원을 주기로 약속했다는 의혹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일단 김씨는 428억원이 자신의 몫이라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검찰은 해당 의혹과 관련해서도 추가 기소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대표는 법적 방어와 동시에 정치적 방어도 동시에 해야 한다.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과 관련해 국회 체포동의안이 ‘가결 같은’ 부결로 나오면서 정치적 위기 상태에 빠졌다. 체포동의안 표결 이후 민주당은 친명계(친 이재명)와 비명계(비 이재명)로 나뉘어 갈등을 빚고 있다. 민주당 강성 지지층인 ‘개딸(개혁의딸)’이 기름을 붓고 있는 형세다.

일단 민주당은 ‘방탄 이재명’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민주당은 이 대표가 당헌상 직무정지 규정 예외 사례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지난 22일 민주당은 당무위원회를 열어 당헌 80조 유권해석 결과를 정했다. 

민주당 당헌 80조는 뇌물,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부정부패 관련 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각급 당직자 직무를 기소와 동시에 정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기엔 예외조항이 있는데 정치탄압 등 부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면 당무위 의결을 거쳐 달리 정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민주당 당무위는 이 예외조항을 근거로 이 대표의 당 대표직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혐의 여부가 아닌 정치탄압 의도를 고려했다는 것.

민주당 김의겸 대변인은 “당헌 80조3항에 따라 정치탄압 등 부당한 이유가 있다고 의결, 80조1항에서 규정한 직무를 기소와 동시에 정지하고 각급 윤리심판원에 조사 요청할 수 있다는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의결했다”고 밝혔다. 

정치적 위기
더 문제다?

민주당이 ‘이재명 지키기’에 나서면서 당내 내분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표가 안고 있는 사법리스크가 현실화되면서 ‘방탄’ 논란이 꾸준히 제기돼왔는데 이번 결정으로 쐐기를 박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장 국민의힘 측은 민주당 당무위 결론 이후 “정당 민주주의가 또다시 이재명 방탄 앞에 무너졌다”고 비판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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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