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박스와 검찰 캐비닛 막전막후

명 다하면 문 열린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잊혀진 사람으로 돌아가고 싶다.”(2020년 신년 기자회견) “남은 기간 동안 최선을 다하고 자연으로 돌아가서 잊혀진 삶, 자유로운 삶을 살겠다.”(지난해 3월 제15대 종정 ‘중봉 성파 대종사’ 추대 법회) 문재인 전 대통령은 여러 차례에 걸쳐 임기를 마치면 조용한 삶을 살겠노라고 했다. 하지만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을 잊지 않은 듯하다.

이런 전직 대통령이 있었나. 과거 전직 대통령의 행보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퇴임 전 발언과도 대치된다. 기념일마다 SNS를 통해 글을 올리고 정치인을 만난다. 책방을 열겠다는 뜻도 드러냈다. 자신의 퇴임 이후 야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여전히 정치적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모양새다. 

“잊히고 싶다”
전혀 다른 행보

최근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관심이 잠잠하다. 정치권과 국민의 관심이 온통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쏠려 있는 탓이다. 이 대표와 민주당은 ‘사법 리스크’로 몸살을 앓고 있다. 위례 신도시·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으로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부결됐기 때문. 

그러나 그 과정에서 민주당의 이탈표가 쏟아져 나오면서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민주당 내부는 친명계(친이재명)와 비명계(비 이재명)로 나뉘어 갈등을 빚는 중이다. 개딸(개혁의 딸)로 불리는 이 대표의 지지층은 체포동의안에 가결표를 던진 것으로 추정되는 의원을 ‘수박’(겉과 속이 다르다는 의미)으로 지칭해 공격하고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내년 총선과 맞물리면서 폭발하는 기세다. 당장 선거법 위반 혐의는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이고 검찰의 두 번째 구속영장 청구도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가 연루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 ▲성남FC 후원금 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 3대 사법리스크 외에도 또 다른 의혹이 터져 나오는 실정이다. 


이 대표에 모든 관심이 집중되면서 문 전 대통령은 상대적으로 중심에서 멀어져 있다.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당 상황과 맞물려 이름이 언급되는 정도다. 최근 온라인에는 ‘수박 7적’ 포스터가 돌아다니고 있다. 체포동의안 표결 이후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서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웹 이미지에는 문 전 대통령이 등장한다. 

이 대표는 지난 15일 페이스북에 “이간질에 유효한 명단이 나돌고 급기야 문재인 대통령을 비난하는 웹 이미지까지 봤다”며 “문 대통령이 당 주축인데 적으로 규정하다니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내부 공격이 가장 큰 리스크라고 하면서 통합과 단결을 요구했다.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지난 14일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대선에 패배한 책임을 지고 송영길 전 대표도 물러났고 문재인 전 대표도 탈당 등으로 당이 굉장한 어려움에 처하니까 그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고 말했다. 사법 리스크를 짊어지고 있는 이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다. 

퇴임 이후에도 SNS로 정치
여전히 영향력 상당한 수준

두 발언은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에서 파생돼 나왔다. 민주당 자체가 ‘이재명 이슈’에 매몰된 상황인 셈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에 이어 문 전 대통령 측의 사법 리스크가 불거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표에 쏠려 있는 검찰의 관심이 기소 이후 재판 과정에 돌입하면 문 전 대통령 쪽으로 향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윤석열정부는 임기 시작과 동시에 문재인정부 지우기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굵직한 사건이 수면 위로 올라왔고 문정부 당시 청와대 인사가 줄줄이 검찰 조사를 받았다. 일부는 구속 수감되기도 했다. 이 대표 때와 마찬가지로 검찰은 문정부 관련 사건서도 ‘윗선’을 노리고 있다.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한변)은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과 관련해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은 2019년 11월2일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한 것으로 지목된 탈북어민 2명이 우리 정부에 나포된 뒤 귀순 의사를 밝혔지만 5일 뒤인 7일 북송이 이뤄진 내용이다.  


검찰은 지난달 28일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 등 문정부 고위직 인사를 재판에 넘겼다. 당시 문정부는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를 저지른 이들은 보호 대상이 아니라며 탈북어민을 북송했다. 

반면 검찰은 탈북어민도 헌법상 우리 국민인 만큼 국내 사법 절차를 따르지 않고 강제로 북한에 돌려보낸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정 전 실장이 의사결정을 주도했고 국정원과 통일부 등을 통해 북송한 과정이 위법했다고 봤다. 여기에 청와대 노 전 실장이 대책회의서 강제북송 방침을 결정하는 데 관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 고위직
재판받는 중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이 의사결정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봤지만 한변은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한변은 “국가 안보의 책임을 맡고 있는 4인의 장관급 인사가 조직적으로 국기문란과 국정 농단의 불법을 자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정점에 있는 문 전 대통령의 역할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나 수사 결과가 없다”고 주장했다. 

월성원전 1호기 조기 폐쇄 사건도 검찰의 칼끝이 윗선으로 향하고 있다. 특히 관련 문건을 삭제한 혐의로 기소된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 3명이 유죄 판결을 받으면서 청와대까지 겨냥할 동력이 생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월 대전지법 제11형사부는 감사원법 위반, 공용전자 기록 등 손상, 방실침입 혐의로 기소된 산업부 국장급 공무원 A씨에게 징역 1년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B씨와 C씨에게는 각각 징역 8개월과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이들에 대한 유죄 판결이 현재 같은 재판부에서 진행 중인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 등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관련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인다. 특히 일각에서는 백 전 장관을 넘어 문정부 청와대 등 윗선까지 타고 올라갈 가능성이 제기된다. 

유죄 판결을 받은 A씨는 백 전 장관 등에 대한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월성원전을 2년 반 더 가동하는 방안을 장관에게 보고했다가 질책받고 즉시 폐쇄로 정책 방향을 바꿨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 같은 방침 전환에 문 전 대통령이 청와대 내부 시스템에 단 ‘월성 1호기 영구 가동중단은 언제 결정할 계획인가요’라는 댓글이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했다. 

검찰 칼끝
윗선 가나

울산시장 선거 개입 및 하명수사 의혹도 재판이 진행 중이다. 해당 사건은 문정부 때인 2018년 6·13 지방선거에서 청와대가 당시 송철호 울산시장 후보의 당선을 위해 경선 경쟁자였던 임동호 후보에게 불출마를 권유하고 당시 울산시장인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의 비위 첩보를 울산경찰청에 전달하는 하명수사를 지시했다는 내용이다. 

문정부 당시 청와대 관계자가 다수 연루됐다는 의혹이 나오면서 검찰 수사가 어디까지 진행될지 여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3‧8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된 김기현 대표는 지난해 12월 문 전 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냥한 글을 SNS에 올렸다.

한병도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공판 이후에 올린 글이다.  


김 대표는 당시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를 유린한 심각한 불법”이라며 “국민을 위해 봉직하는 공직 자리를 특정 후보의 경쟁자를 사퇴시키는 뇌물 용도로 악용하는 것은 심각한 매관매직이며 악질적인 공직선거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한 전 수석은 2018년 2월 임동호 전 민주당 최고위원에게 오사카 총영사 자리와 공공기관장직 등을 제안하며 울산시장 포기를 권유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임 전 위원은 송철호 당시 울산시장 후보의 경쟁자였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무엇보다 임종석 전 비서실장이 직접 연루된 증언이 나온 만큼 임 전 실장에 대한 수사가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며 “문 전 대통령이 그 배후로 지목되고도 남을 만큼 차고 넘치는 증언이 계속되고 있으니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책임소재를 밝히는 일도 더 늦출 수 없다”고 했다. 

지금은 조용하지만…
언제 시작될지 몰라

윤정부가 문정부 지우기에 몰두하면서 정치, 사회, 외교 등 분야를 막론하고 의혹들이 툭툭 튀어 나오는 중이다. 심지어 감사원은 문정부 시절 국가통계 왜곡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다. 여기에 문 전 대통령의 가족도 여러 의혹에 휩싸여 있다. 

당장 크게 언급되고 있는 사건은 문 전 대통령 사위 특혜 채용 의혹이다. 지난달 28일 검찰은 박석호 타이이스타젯 대표를 배임 혐의로 체포했다. 타이이스타젯은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의원이 실소유주로 의심받는 태국계 저가 항공사다.


이스타항공이 자사 항공권 판매 대행사인 이스타젯에어서비스에 71억원 상당의 외상 채권을 설정한 뒤 ‘회수 불능’으로 손실 처리했지만 이 돈이 타이이스타젯으로 흘러갔다는 의혹이 나왔다. 

일단 검찰은 해당 사건이 문 전 대통령 사위 특혜 채용 의혹과 무관하다고 선을 그은 상태다. 타이이스타젯은 문 전 대통령의 사위인 서모씨가 전무로 취업한 회사다. 서씨가 타이이스타젯에 취업한 시기를 전후해 이상직 전 의원은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위원,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 등을 맡았다. 

문 전 대통령의 아들인 문준용씨 특혜 채용 의혹도 재점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문씨의 특혜 채용 의혹은 2017년 처음 불거진 일로 오랜 시간 정치권을 달군 바 있다. 해당 의혹을 처음 제기한 국민의힘 심재철 전 의원과 하태경 의원이 문씨로부터 민·형사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심 전 의원과 하 의원은 형사소송에서는 무혐의, 민사에서도 승소한 바 있다.

타이밍은
내년 총선?

정치권에서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내분 상태에 빠지면서 친문계(친 문재인)가 움직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문 전 대통령을 구심점 삼아 이 대표와 맞설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가 마무리되면 그 타깃이 문 전 대통령으로 옮겨갈 것이라는 예상이 제기된다. 아직 이 대표에 가려져 있을 뿐 문 전 대통령 역시 사법 리스크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뜻이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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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