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초선·대표라지만…” 이재명, 의정활동 소홀 논란

대표 발의 3건, 공동발의 16건, 상임위 출석 42%
선거 전 지역구 ‘문지방 닳듯’ 이후론 왕래 뜸해

[일요시사 정치팀] 박 일 기자 = 법안 대표 발의 3건, 공동발의 16건, 국방위원회 전체회의 19차례 중 출석 8회, 결석 6회, 청가 5회(출석률 42.11%).

해당 지표는 국회의안정보시스템(http://likms.assembly.go.kr/bill/main.do)을 통해 확인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의 의정활동 성적표다(28일 오후 3시 기준). 

흔히 국회의원들은 법안 발의 수, 본회의 및 상임위 전체회의 참석률 등으로 유권자들로부터 의정활동을 평가받는다. 그만큼 이들에게 가장 중요하면서도 주어진 의무이자 권리가 경제, 사회, 문화, 스포츠 등 사회 전반에 관련된 법안을 만들거나 기존에 시행 중인 기존 법안들의 개정안 발의기 때문이다.

국회의원들을 ‘걸어다니는 입법기관’이라고 부르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앞서 지난 20대 대선서 윤석열 당시 후보에게 패했던 이 대표는 지난해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 인천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윤형선 국민의힘 후보를 누르고 여의도 입성에 성공했다.

금배지를 단 후 그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지난해 6월28일)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지난해 7월27일) ▲이자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같은 해 7월27일) 3건의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대표가 ▲실질적으로 의정활동을 시작한 기간이 1년이 채 되지 않는다는 점 ▲초선 의원이라는 점 ▲일반 평의원이 아닌 제1야당의 대표라는 점 등을 감안하더라도 왕성하지 못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에 반해 정진석 국민의힘을 이끌고 있는 비상대책위원장은 대표 발의 수가 29건, 공동 발의는 615건으로 확인됐다. 정 비대위원장은 튀르키예‧시리아 지진 피해 희생자 추모 및 복구지원 촉구 결의안을 대표 발의(지난 13일)했으며, 지난 27일엔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물론 당 대표라거나 재선(2선)이나 중진(3선 이상) 등 선수가 높다고 해서 단순하게 법안 발의 수나 본회의 참석률 등 의정활동이 활발하다고 해석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의 의정활동 기간이 짧아서 의정활동 지표 수치가 낮다는 지적은 설득력은 낮아 보인다. 단순히 지난해 보궐선거서 금배지를 달았던 여야 초선 의원들과 비교해도 확연하게 차이가 큰 탓이다.

국민의힘에선 대구 수성을 이인선 의원 9건, 충남 보령‧서천 장동혁 의원 11건, 강원 원주시갑의 박정하·경남 창원의창의 김영선 의원 6건이었고, 민주당에선 제주 제주을 김한규 의원이 7건의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재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로 레이스를 펼치고 있는 안철수 의원(재선)은 5건으로 비교적 저조했으나 3건 발의에 그쳤던 이 대표보다는 2건 많았다.

국회법 제79조에 따르면 ‘의원은 10인 이상의 찬성으로 의안을 발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본인이 법안을 내고 싶다고 해서 발의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자신 외에 9명의 동료 의원들의 참여가 있어야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 같은 조항 때문에 대표 발의 의원실에선 공동발의 의원을 물색하기 위해 전체 의원실에 팩스를 돌리거나 도장과 서명을 받는 경우도 다반사다.

이 대표는 공동발의 건수도 적었다. 통상 공동발의는 대표 발의한 의원 요청으로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형식인데도 11건으로 지난해 보궐선거서 당선됐던 위의 초선 의원들과 적게는 6배에서 많게는 10배가 넘게 차이가 났다.

공동발의는 ▲2024 강원동계청소년올림픽대회 지원 특별법안(지난해 7월1일) 외 15건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국민의힘 김영선 의원 102건, 이인선 의원 117건, 장동혁 의원 121건, 박정하 의원 148건의 법안에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 김한규 의원도 97건의 공동발의에 참여했다.

상임위 출석률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대표는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으로 지난해 8월1일부터 같은 달 26일까지 19차례의 전체회의 중 결석 7차례와 청가 5차례로 11차례만 출석했다. 윤후덕‧김영배‧설훈(민주당), 한기호‧김기현(국민의힘) 등 여야 국방위 소속 의원들이 72.22%서 100% 참석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처참한 성적이 아닐 수 없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 당시부터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에 시달려왔다. 지난달 10일, 검찰 소환조사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그에 대한 수사가 계속되고 있다. 같은 달 27일에는 동료 의원들에게 검찰의 구속 수사 부당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2월로 접어들어선 둘째 주부터 비명(비 이재명)계 의원들을 차례로 만나 자신의 혐의에 대해 결백함을 호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비명계 인사들은 이 대표의 결단(?)을 요구하며 체포동의안에 찬성표를 던지겠다는 입장을 공공연하게 밝혀왔다.

앞서 민주당은 당 차원에서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당론 채택을 두고 비공개 의원총회를 열기도 했다. 이날 의총 결과 ‘부결’ 대신 ‘자율투표’하기로 당론이 정했지만 일각에선 이 대표의 개인 비리 문제로 인해 당무 일정이 영향을 받아선 안 된다는 불만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지난 17일에는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윤석열정권 검사 독재 규탄대회’를 열어 윤석열정부에 대해 ‘검사 독재정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이재명 힘내라’ ‘김건희 수사 언제 하나’ 등의 손 피켓을 들고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에 대해 반발했다.

이 뿐만이 아니었다. 민주당은 최고위원회의, 원내대책회의, 대변인들의 브리핑, 이 대표 기자간담회 및 서울 숭례문(지난 4일)‧광화문 장외투쟁 등 다수의 채널을 통해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 및 이에 대한 부당함을 주장해왔다. 주로 ‘김건희 주가조작’이나 ‘검찰 독재정권’ 등 윤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로 할애됐다.

“검찰 조사 받겠다는데 무엇을 방탄하느냐”(지난달 4일, 최고위원회의 직후) “특권을 바란 바 없고, 잘못한 것도 없고, 피할 이유도 없으니 당당하게 맞서겠다”(지난달 10일,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원 출석 당시) “정치검찰에 맞서 당당하게 조사에 임하고 왔다. 주권자를 위한 성실한 노력을 범죄로 둔갑시키려는 검찰정권의 폭력적 왜곡 및 조작 시도에 앞으로도 굴하지 않겠다”(지난달 11일, 인천 현장 최고위원회의) “윤정부, 이재명 대표 악마화에 여념 없다”(지난달 17일, 원내대책회의서 박홍근 원내대표 발언) 등이었다.

이 대표 기자회견(지난달 30일) 및 ‘김건희 특검 수용’ ‘윤석열 검사 독재 규탄’ 의원총회, 체포동의안 당론 채택 의원총회 등 민주당 당무는 이 대표 사안으로 점철됐다. 지난달 31일, 이 대표는 서울 여의도 국회서 열렸던 비명계 의원들의 모임인 토론회서 먼저 축사를 제안하는 등 접촉면을 넓히는 데 힘을 썼다.  

특히 이태원 참사를 둘러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소추안이 본회의를 통과(지난 8일)하고 본격적인 검찰수사가 시작되면서 빈도와 강도는 눈에 띄게 늘었다.


결국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로 인해 민주당은 당 차원에서 ‘쓰지 않아도 될’ 에너지를 낭비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겉으로는 민생을 외치고 경제를 부르짖었지만, 정작 그 이면에는 ‘이재명 방탄’이라는 키워드가 숨겨져 있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당 차원의 단일대오 덕분이었을까? 앞서 지난 27일, 이 대표는 ‘성남FC 후원금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자신에 대한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가까스로 부결 처리되면서 구속 수사를 피했다. 

지난해 12월, 비명계 인사인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대해)당이 당당하게 싸울 일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조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서 “혐의가 입증된 게 없기 때문에 이 대표가 당당하게 싸워나가시길 원한다”고도 했다.

‘당 차원에서 이 대표를 보호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일부 친명(친 이재명)계 의원들 및 지도부를 통해 나오는 말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상황이 이쯤 되면서 이 대표 지역구인 인천 계양구에 몇 번이나 방문했는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 대표의 공식 SNS 채널에 공개된 공식 일정에 따르면, 지난해 대표 당선 이후인 8월28일 이후 인천을 찾은 것은 11월15일 인천 계양 테크노밸리 공공주택지구 착공식 방문이 유일했다.


올해 들어서는 검찰의 1차 소환조사 다음 날이었던 지난달 11일과 19일, 단 두 번 뿐이었다. 심지어 11일은 자신의 지역구인 계양구도 아닌 인천시 남동구의 모래내시장이었으며 민심 청취가 목적이 아닌 현장 최고위원회의 참석이었다.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국민 속으로 경청투어’ 시작을 천명했지만 한 달이 넘어가도록 이렇다 할 ‘지역구 행보’는 찾아볼 수 없다.

이 대표는 8일 만인 지난 19일에 인천 계양구 전통시장을 찾았다. 그나마 이날 전통시장 방문 일정도 주차환경개선사업 및 중소벤처기업부 및 중기부 산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육성사업 선정에 따른 상인 및 상인회로부터 감사패를 받기 위한 자리였다. 

반면 지난해 6월 지방선거 및 8·28 민주당 전당대회 직전까지만 해도 이른바 ‘하루가 멀다 하고’ 인천지역을 자주 왕래했다.

지난해 5월16일 인천시 통합선대위 출범식을 시작으로 사흘 뒤인 19일 계양역 선거유세 ▲22일 계양산 방문 ▲27일 부평역 선거유세 ▲28일 전국카페사장협동조합 정책협약식 및 경인아라뱃길 방문 ▲29일, 계양구 상야동 개화역 차량기지 인근 서울지하철 9호선 계양TV 연장 공약 발표 ▲31일 계양구청 일대를 방문했다.

당선 후인 6월30일엔 인천시당 당선인 워크숍에 참석했다.

이후로 발길이 뜸했던 이 대표는 8·28 전대 즈음인 ▲ 7월14일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 2022 인천평화복지연대 후원콘서트 ▲8월1일 부평구청 토크콘서트 ▲6일·7일 인천 합동연설회 참석 등 선거유세를 위해 방문했던 바 있다. 

 
<par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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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