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퇴’ 만지작거리는 이재명 노림수

비참한 퇴학? 당당히 자퇴?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자진 사퇴가 현실화될 수 있을까. 민주당 내부에선 벌써 이 대표가 자진 사퇴할 것이라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버티다가 축출되느니 차라리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난 뒤 다음을 노려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이는 민주당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은 카드다. 다음 대권후보에 대한 동정표를 얻을 수 있고, 차기 총선서 ‘리스크’ 없이 싸울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요즘 최고 화두는 ‘명퇴 필승론’이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사퇴해야 민주당이 차기 총선서 이길 수 있다는 뜻으로, 최근 대두되고 있는 이 대표 자진 사퇴론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제야 간신히 중앙 정치로 들어온 이 대표는 당 안팎에서 사퇴 압박을 거세게 받는 중이다.

미련 없이
떠나야?

명퇴 필승론을 꺼내든 쪽은 비명(비 이재명)계 의원들이다. 이들은 이 대표의 보궐선거 출마도, 전당대회 당 대표 선거 출마도 한사코 반대해왔으며 이 대표의 독단적인 결정이 총선까지 간다면 ‘필패’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 비명계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이전에 (이 대표가)소환조사를 받으면 사퇴해야 된다고 주장했지만, 이미 여러 번 소환됐는데도 아무런 (사퇴에 대한)소식이 없다”며 “지방선거 때나 전당대회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태도로 총선까지 치른다면 민주당은 대통령선거, 지방선거에 이어 총선서도 패배한다”고 단호히 말했다.

그의 말대로 민주당은 지난 대통령선거서 패배한 이후, 지방선거까지 연패를 기록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 농단 사태 이후 줄곧 승리해오던 민주당이 2020년 총선 승리를 마지막으로 단 하나의 승리도 챙기지 못한 것이다.

민주당의 승리가 멈춘 시점은 공교롭게도 이 대표가 민주당의 얼굴로 나선 시점과 맞물린다. 2021년 이 대표는 민주당의 대선후보로 확정됐다.

친명(친 이재명)계는 문재인정부의 각종 정책 실패로 당이 매우 어려웠던 상황이었다고 주장하지만, 정치 전문가들의 분석은 사뭇 다르다. 예를 들어 민주당 지지율이 대거 이탈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당 표들이 국민의힘으로 넘어가진 않았다는 것이다. 

전성기였던 2018년도 민주당 지지율인 평균 약 45%에는 한참 미치지 못했지만, 대선후보가 정해지던 당시의 민주당 지지율은 평균 32%를 기록하며 국민의힘 평균 지지율 30%보다는 앞서 있었다. 전성기에 비해 10%p 낮았어도 중도 표심이 완벽히 국민의힘 쪽으로 넘어가지 않은 수치였다.

민주당에 호의적인 한 정치 평론가는 “전성기 때의 민주당 지지율과 크게 차이가 없다고 봐야 한다. 변화가 심했던 것은 국민의힘의 지지율”이라며 “2018년도 국민의힘은 아직 (국정 농단 사태서)회복 전 단계로 봐야 하기 때문에 전통 지지층이 많이 이탈한 상태였다.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그것을 회복한 것일뿐 중도층 표심은 그쪽으로 넘어가지 않았다”고 지지율 변화에 대해 분석했다.

그렇다면 민주당의 연패는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몇몇 여의도 관계자들은 이 대표가 전면에 나선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명퇴필승론? 이만 나서면 선거 패배
이 나선 뒤 줄곧 민주당 지지율 하락

한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지난 대선서 승산이 있었다고 본다. 그런데 선거 양상이 쌍방에 의한 네거티브로 치달으면서 승리 가능성이 점점 모호해졌다”며 “후보 탓을 안 할 수가 없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여러가지 흠결이 나올 때 민주당 쪽에서 떳떳했으면 조금 더 쉬운 선거전이 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대선서 패하면서 지방선거에선 차 떼고 포를 뗀 채로 싸울 수 밖에 없었다. 모두가 알다시피 지방선거는 대선을 따라가게 되지 않나”고 민주당 연패의 원인이 이 대표 때문이라는 뉘앙스로 말했다.

그의 말대로 지난 대선에서는 역대 유례없는 대통령 후보 간의 네거티브전이 있었다. 윤 대통령은 본인이 엮인 고발사주 문제를 폭로당하며 궁지에 몰렸고, 이 대표는 경선 과정부터 불거진 대장동 사건과 성남FC 제3자 뇌물죄 의혹으로 언론에 난타당하고 있었다.

이들의 각종 가족 리스크도 도마에 올랐다. 윤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학력 위조 사건 등이 언론에 공개되며 대중에 충격을 줬고, 이중 학력 위조 건은 본인이 직접나와 대중에게 사과까지 했다.

이 대표 쪽은 아들과 배우자 둘 다 말썽이었다. 이 대표의 아들의 퇴폐업소 출입 의혹과 그가 과거에 작성한 욕설 게시글 등이 이 대표의 발목을 잡았다. 배우자 김혜경씨에게는 경기도지사 시절 수행기사에게 갑질을 했다는 의혹과 공금 횡령 등의 문제가 제기됐다. 

한 정치 평론가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정치역사에 가정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만약 이때 민주당 후보 쪽에서 아무런 리스크가 나오지 않았다면 매우 유리한 형국이 됐을 것”이라며 “이미 선거는 끝나서 윤 대통령의 리스크는 수면 아래로 가라 앉았지만 이 대표의 리스크는 아직도 민주당에 해를 끼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한 민주당은 차기 총선서도 ‘대패’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이대로 가다간 총선까지 패배할 것이란 정치 평론가의 이 같은 예측은 현재 지지율 추이를 볼 때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최근 리얼미터가 조사한 이달 3주차 주간집계에 따르면 민주당은 39.9%로 전주 42.8%보다 소폭 하락한 반면, 국민의힘은 45%로 전주 42.5%보다 2.5%p 상승했다.

이 대표의 세 차례 검찰 소환조사에서 결집했던 민주당 전통 지지층은 다시 와해되는 데 반해, 각종 논란이 끊이지 않는 국민의힘 쪽에서 오히려 지지층이 결집되는 분위기다.

차 떼고
포 떼고

한 여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3월에 우리 쪽에서 당 대표가 선출되면 당정은 한층 더 안정세 있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며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점차 대두되는 상황서 대비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시끄러운 전당대회를 하는데도 지지율이 역전되지 않았나”고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즉 전당대회 이후 이른바 ‘윤심 리스크’가 사라진다면 국민의힘이 총선까지 탄탄대로의 길을 걸을 것이란 주장이다. 반면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잠잠해지기는커녕 그 수위가 점차 더 강해지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1월10일, 야당 대표로는 헌정사상 최초로 검찰 소환조사를 받았다. 사건을 맡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그에게 박 전 대통령이 받았던 ‘제3자뇌물공여죄’를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 봤고, 이날 오전 10시30분터 불러 열시간 넘게 그를 조사한 뒤 돌려 보냈다. 

그는 성남시장 재직하던 시절인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성남FC의 구단주로 활동하며 성남 소재 다수의 기업에 30억원이 넘는 후원금을 받고, 각종 혜택을 줬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그가 기업들에게 준 혜택은 부지 용도변경 및 건축 인허가 등이 포함돼있다.

이후 이 대표는 지난달 28일 대장동 특혜 혐의를 의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으로부터 소환 통보를 받고 출석한 뒤, 이달 10일에 같은 서울중앙지검에 세 번째 소환돼 조사받았다.

이 대표는 이날 검찰에 출석하며 “사실 많이 억울하고 힘들고 괴롭다”며 “포토라인 플래시가 작렬하는 공개소환은 회술레 같은 수치”라고 작심 발언했다.

다소 감정적인 발언에 이 대표의 지지층은 더욱 결집했으나, 세 차례나 당 대표의 검찰 출석을 바라본 민주당 관계자들은 이제 차츰 지쳐가는 모양새다.

한 비명(비 이재명)계 의원실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이제 정말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는데 민주당은 이 대표 지키기에만 당의 역량을 쏟고 있다”며 “보통 총선 1년 전인 이맘 때에는 중도층 표심을 잡을 당 차원의 그럴듯한 전략이 쏟아져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1대1 대화 
면담 저의는?

그러면서 비명계를 중심으로 민주당 당심이 이 대표에게 부정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선거를 앞둔 불안함과 그동안 이 대표를 내세워서 패배했던 기억들이 민주당 의원들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심지어 처음엔 체포동의안 가결도 염두했었다고 전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차라리 체포동의안을 가결시키자는 주장도 나온 적 있다”며 “한때는 그 주장이 힘을 받은 적도 있었다. 이 대표도 이를 알고 있다. 최근 비명계 단속에 힘을 냈던 것도 이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의 말대로 이 대표는 이달 초부터 비명계 의원들을 차례로 만나 1대1 면담을 가졌다. 이 대표가 만난 비명계 의원들은 비명계 중에서도 이원욱·전해철 등 이 대표에게 비판을 가장 많이했던 ‘스피커형’ 의원들 위주였다.

그는 가장 강성 비명으로 알려진 이원욱 의원을 만나더니 친문(친 문재인)계의 좌장격인 전해철 의원도 만났다. 이후 기동민·김종민·설훈 의원 등을 차례로 만나며 1대1로 깊은 대화를 나눴다.

이 대표와의 만남을 지켜본 한 의원실 보좌관은 <일요시사>에 “의원님께서 직접 들어 정확한 내용은 세세히 모르지만, 총선 전략, 그리고 당이 처해 있는 문제점 등에 관해 의견을 공유했다고 들었다”며 “물론 저의에는 당에서 돌고 있는 체포동의안 가결 건이 깔려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말은 직접적으로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바람대로 비명계 의원들과의 면담 이후 민주당 내부에서는 체포동의안 가결 의견은 부결 쪽으로 돌아서는 모양새다. 민주당 소식통에 의하면 이들은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압도적으로’ 부결시키는 것으로 입을 모았다. 여기에는 이 대표의 설득과 ‘역풍’에 대한 두려움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민주당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가결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역풍을 맞았다. 박 전 위원장은 지난 22일, 한 라디오 인터뷰서 “총선 같은 경우 지금처럼 방탄을 계속하면 폭망”이라며 “민주당 총선 전략의 핵심은 이재명 대표의 희생과 체포동의안 통과”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 대표)체포동의안이 가결된다면 압승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주장에 민주당 지지자들은 박 전 위원장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는 청원글을 올렸다.

체포동의안 가결 시 사퇴 논의? 정치거래 의혹
검찰 기소 시점 협박에 자진 사퇴로 대응하나

박 전 위원장에 대한 징계 주장은 동의자가 3만명이 넘어서며 점차 힘을 받는 모양새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박 전 위원장을 '내부 총질러'로 규정한 뒤 그에 대한 사퇴 여론을 형성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 대표에 대한 사퇴론은 어디서 끊임없이 나오고 있는 것일까? 민주당 관계자들은 현재 이 대표를 대표직서 끌어내릴 인물은 체포동의안을 가결시킬 비명계도, 박 전 위원장 같은 당 외부의 스피커들도 아니라고 분석한다.

이들은 이 대표가 스스로 결단한 뒤 내려올 시점을 조율 중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달 초 이 대표에 대한 세 번째 구속 수사가 이뤄졌을 당시 <일요시사>와 만난 한 친명계 의원실 관계자는 “지금 검찰의 행태를 보고 있자니 기소와 구속 시점을 총선에 맞춰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처럼 총선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을 때는 간간이 소환조사해 망신을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관계자는 “큰 변수가 없다면 기소는 총선 직전쯤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 그렇게 되면 민주당은 치명타를 입게 된다”고 우려했다.

만일 그의 주장대로 검찰이 기소 시점을 총선 직전으로 잡는다면 민주당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할 물리적 시간도, 여건도 생길 수가 없다. 총선을 앞둔 상황서 수장이 공석이 돼버리는 사태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또, 비명계에서는 당헌 80조를 근거로 이 대표가 빨리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주당 당헌 제80조 제1항에는 ‘사무총장은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부정부패와 관련한 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각급 당직자의 직무를 기소와 동시에 정지하고 각급 윤리심판원에 조사를 요청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다.

당헌을 곧이 곧대로 적용한다면 검찰이 이 대표를 기소하는 순간, 이 대표의 당원권은 그대로 정지되는 셈이다. 이런 사태가 온다면 이 대표는 당에서 ‘축출’되는 꼴이 돼 정치적 재기가 불가능한 상태가 된다.

이 대표 사퇴를 줄곧 주장해온 한 의원실 관계자는 “지난 두 번의 선거서 봤듯 민주당 지지자가 아닌 일반 대중은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부정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며 “만약 부정적으로 봤다면 국민의힘이 이미 역풍을 맞고도 남았을 일”이라고 <일요시사>에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같은 사실을 모두 계산하고 있는 이 대표도 그런 사태가 오기 전에 자진 사퇴에 대해 고려하고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사실 이 모든 내용은 이 대표가 가장 잘 알고 있다. 저렇게까지 (당에서 제명해야 한다며)가는 것은 말 그대로 양측의 의견 차를 좁히지 못했을 때 발생할 일”이라며 “그 전에 친명계도, 비명계도 어느 정도 합의에 이를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가 만일 스스로 물러서는 그림을 보여준다면 다음 대선후보로의 길은 계속 달릴 수 있다. 그가 현 정권에 탄압받아 물러서는 그림이 민주당 지지층의 동정표를 끌어오는 것은 물론, 중도 표심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민주당이 내년 총선서 리스크 없이 국민의힘과 맞붙어 승리를 기대할 수도 있는 노릇이다.

보나마나…
역풍 불가피

행정부와 지방 권력을 빼앗긴 민주당이 의회 권력까지 빼앗긴다면 당 자체로도, 또 이 대표에게도 치명적인 상황이 찾아온다. 다음 대통령 자리를 노리고 있는 이 대표로선 자진사퇴 카드가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니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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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 가득한 보완수사권 폐지 후폭풍

의문 가득한 보완수사권 폐지 후폭풍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70년 넘게 유지된 우리나라 형사제도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오는 10월 검찰청 폐지와 맞물려 사회에 많은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정부 때부터 힘을 키워온 경찰은 이번 개정안으로 강력한 권한을 갖게 됐다. 동시에 경찰은 국민의 질문에 답해야 할 상황에 이르렀다. 경찰을 믿을 수 있나? 지난달 31일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형소법 개정안은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없애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제 검사는 사법경찰관에게 보완수사를 ‘요구’할 권한만 갖는다. 1954년 형사소송법이 제정된 이래 72년 만에 가장 큰 사법체계 변화를 마주하게 됐다. 격변하는 형사제도 형소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주도로 이뤄졌다. 표결 결과 재석 의원 178명 가운데 찬성 175명, 반대 2명, 기권 1명으로 가결됐다. 민주당 곽상언 의원과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이 반대했고, 민주당 이소영 의원이 기권표를 던졌다. 국민의힘은 표결에 불참했다. 이번 개정안에는 보완수사권을 포함해 오는 10월 신설되는 공소청 검사의 수사권을 전면 폐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수사 과정에서의 모든 자료를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에 기록하도록 했다. 피해자 보호를 위한 장치로는 경찰이 사건을 불송치할 경우 고소인‧피해자‧고발인이 이의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이에 필요한 사건 기록 열람‧등사 권한도 부여했다. 이번 형소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그동안 민주당이 주도해 온 검찰개혁은 마무리 수순에 접어 들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해 9월 검찰청 폐지를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에 따라 오는 10월2일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이 출범하는데, 공소청 검사는 공소 제기와 재판 유지만 맡는다. 일각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써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지만 국회 본회의 통과 직후 청와대에서 환영의 메시지가 나오면서 가능성은 사라졌다. 이날 청와대는 “국회의 입법 과정과 최종 판단을 존중한다”며 “수사와 기소의 분리를 통해 권력의 독점과 남용을 막는 한편, 피해자와 국민 인권 보호 수준을 높임으로써 형사사법 시스템이 국민 곁으로 한걸음 더 다가서도록 할 것”이라는 내용의 입장문을 내놨다. 국민 10명 중 6명 반대 여당 주도 본회의 통과 이 대통령은 거부권 대신 ‘사필귀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4일 국무회의에서 “국민의 삶을 더욱 안정적으로 지키기 위해 모든 권력기관은 예외 없이 국민의 통제 아래 두겠다는 사필귀정의 필연적 조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수사·기소 분리는 비정상적 형사사법 시스템을 정상화하는 첫걸음”이라고도 했다. 국회 본회의 통과, 국무회의 의결 등 법안 공포 과정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면서 우리나라 사법체계는 그동안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걷게 됐다. 그리고 그 중심에 ‘경찰’이 놓였다. 문재인정부 당시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의 기소 독점주의가 깨지면서 경찰에 실리기 시작한 힘은 이번 형소법 개정안으로 절정에 이르렀다. 이번 형소법 개정안이 통과되기까지 검찰에 ‘보완수사권’이라는 견제 기능을 남겨둘지를 두고 진통이 상당했다. 형소법 개정안이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만큼 경찰에 집중되는 권한을 견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보완수사권은 그 최후의 보루로 여겨졌다. 실제 보완수사권 폐지에 관한 여론조사 결과는 압도적으로 반대가 높았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의 의뢰로 지난 1~3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보완수사권 존치 여부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62.5%가 ‘검찰에 보완수사 권한을 줘야 한다’고 답했다. ‘불필요하다’는 응답은 31.8%로 나타났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53.8%가 ‘보완수사가 필요하다’고 답했고 모든 지역에서 과반을 기록했다. 대구‧경북 지역에서 73.1%로 가장 높았고 서울 64.7%, 호남권에서도 59.9%가 ‘보완수사권을 존치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남녀노소, 지지 정당, 정치 성향을 불문하고 ‘보완수사권이 필요하다’는 쪽에 손을 든 것이다. 존치 의견 우세해도… 존치 찬성자들은 경찰의 수사 능력을 의심했다. 검찰보다는 경찰이 국민과의 접점이 더 넓은 상황에서 ‘억울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수사를 제대로 처리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장윤기 사건’이 불거지면서 형소법 개정안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진 감도 없지 않았다. 장윤기 사건은 지난 5월 광주 광산구 월계동 남부대학교 인근에서 장윤기가 여고생을 흉기로 살해한 내용이다. 이 여고생의 비명을 듣고 달려간 남학생도 크게 다쳤다. 장윤기와 여고생이 일면식도 없는 사이로 알려지면서 ‘묻지마 범죄’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장윤기 사건에 경찰인 그의 아버지가 개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장윤기의 부친을 비롯한 경찰 관계자가 사건에 개입해 증거를 인멸하고 수사 관련 정보를 누설하는 등의 행위를 한 게 검찰의 보완수사 과정에서 나타난 것이다. 특히 장윤기의 아버지가 아들의 방에서 없앤 리얼돌은 성범죄 가능성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로 여겨졌다. 10대 여고생이 피살된 사건에서 경찰이 가해자 측과 유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보완수사권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경찰에 대한 최소한의 견제 장치라도 남겨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범죄 피해자들의 목소리도 더해졌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김모씨는 보완수사권 폐지와 관련해 강한 분노를 드러냈다. 김씨는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무소속 한동훈 의원 주최로 열린 보완수사권 폐지 긴급 간담회에 참석했다. 피해자들 나섰지만… 김씨는 “세금을 내고 열심히 사는 사람들을 보호하지 않고 왜 그들(범죄자)을 보호하고 감싸려고 하는지, 죄를 짓지 않은 피해자는 잘 모르겠다”며 “변호사와 검사도 반대하고 경찰도 난리 나고 피해자도 반대하는데, 도대체 누구를 위한 법인가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지금 이 시점에도 피해받는 피해자에 대한 장치는 아무것도 없다는 게 화가 난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도 형소법 개정안에 대한 국무회의 의결 전 경찰 수사에 대한 우려를 표한 바 있다. 형소법 개정안이 국회 입법권을 부정할 만큼 심각하진 않다고 전제하면서도 경찰에 집중되는 거대한 권한을 걱정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경찰이 엄청난 권한을 갖게 되는데 ‘앞으로 안전할 걸까’라는 우려를 안 할 수가 없다”며 “경찰 스스로 책임 의식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이) 높은 책임감으로, 높은 윤리 의식으로 엄정하고 중립적으로 철저하게 범죄 피해자들이 억울하지 않게, 또 억울한 피의자가 생기지 않게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의 수사 비리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수사에 관한 비리를 저지르면 국민이나 피해자로서는 내 사건을 저렇게 망가뜨려서 가해자, 피해자를 뒤집어 놓으면 자살하고 싶을 정도가 됐는데, 담당 경찰은 감봉 몇 개월하고 또 딴 데 가서 수사하는 게 이해가 안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엄청난 힘” 우려하면서도 거부권 요구에 “심각하지 않아” 이어 “(경찰이) 증거를 숨기고 없애 버리고 내 사건을 뒤집어서 반대로 만들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한 엄중함을 갖고 있냐. 전 자신이 없다”며 “수사와 관련된 비리나 비위에 대해 더 높은 책임을 요구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명백한 수사상의 비위가 발생하면 최소 해임, 파면 등의 조치를, 아니면 아예 영구적으로 수사를 하지 말고 다른 일을 하는 등의 엄중한 책임을 언급했다. 형소법 개정안 통과로 사실상 수사의 전 과정을 맡게 된 경찰은 조직의 명운을 걸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경찰청은 지난 4일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과 전국 시‧도 경찰청장, 경찰서장 등이 참석한 지휘부 회상회의를 열었다. 형소법 개정안에 따른 후속 조치를 논의하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현장 수사관과 중간관리자를 대상으로 개정 내용을 집중 교육하고 보강이 필요한 수사 인력과 예산을 검토해 관계 부처와 협의하기로 하는 등의 내용이 나왔다. 유 직무대행은 “국민께서 경찰 수사의 공정성과 신속성, 범죄 피해자에 대한 실질적인 보호, 경찰의 비대화 등에 대해 걱정하고 계신 것을 잘 알고 있으며 경찰은 이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국민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새로운 형사사법 체계가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조직의 명운을 걸고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또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부패하기 마련이고 경찰도 예외가 아니”라며 “경찰관 배우자 및 존‧비속 상피제와 경찰 수사 인권‧감찰 조사기구, 경찰 수사 개혁위원회 권고 사항 등을 포함한 촘촘한 통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아울러 “경찰 수사의 유일한 지향점은 국민이며 기준은 오직 법과 원칙”이라며 “새로운 형사사법 체계가 국민의 신뢰 속에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분골쇄신의 각오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불신 의심 극복되나 이 대통령의 당부, 경찰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불신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여기에 경찰 내부에서도 이번 개정안을 크게 반기는 분위기는 아니라고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에 일이 몰려 과부하가 걸린 부분도 아직 해결되지 않았는데, 이제는 수사에 대한 책임까지 모두 짊어져야 하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