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FC 의혹’ 또 다른 뇌관

‘수사 무마 의혹’ 1년째 뭉개는 공수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이 막바지로 향하고 있다. 고발-경찰 불송치-고발인 이의 제기-검찰 재수사 요구-경찰 재수사 등의 우여곡절 끝에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다. 문제는 해당 사건에서 뻗어 나온 ‘수사 무마 의혹’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벌써 1년 가까이 이 사건을 쥐고만 있는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둘러싼 의혹은 크게 3가지다.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 이 대표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할 무렵 일어난 성남FC 후원금 의혹, 경기도지사 시절 선거법 위반 혐의와 관련된 쌍방울그룹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이다. 

2018년 고발
5년 걸렸다

대선 기간 내내 대장동 사건이 부각되면서 이 대표는 ‘사법 리스크’에 시달렸다. 특히 대장동 개발사업에 관여한 이들이 차례로 구속기소되면서 ‘윗선’으로 의심받던 이 대표는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대선 패배 이후 3개월 만에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하고 당 대표 선거에 나선 이유도 검찰 수사에 대한 ‘불안감’에서 비롯됐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법조계에서는 대장동 사건이 이 대표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대선 과정에서 터져 나왔고 TV 토론회 등에 끊임없이 언급되면서 국민적 관심이 높았기 때문. 하지만 성남FC 후원금 의혹이 복병으로 떠올랐다. 첫 고발 이후 지지부진하던 수사가 급물살을 타더니 급기야 이 대표의 첫 검찰 소환에 이어 구속영장 청구로 이어졌다.

검찰은 지난 16일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위례 신도시·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묶어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서는 뇌물죄를 적용했다.


이 대표는 2014년 10월부터 2016년 9월까지 성남FC 구단주로 있으면서 두산건설, 네이버, 차병원, 푸른위례 등 4개 기업의 후원금 133억5000만원을 유치하는 대가로 이들 기업에 건축 인허가나 토지 용도 변경 등 편의를 제공한 혐의를 받는다. 

본 사건은 구속영장 청구까지
검찰 수사는 마무리 수순인데

또 2014년 10월 성남시 소유 시유지를 매각하는 대가로 네이버에 성남FC 운영자금 명목으로 50억원을 달라고 요구한 혐의도 있다. 여기에 네이버에서 뇌물을 받았는데도 기부받은 것처럼 기부단체를 끼워놓고 기업이 이 단체를 통해 성남FC에 돈을 지급하게 한 혐의도 적용됐다.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는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다.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로 정치권에 공이 넘어가면서 오히려 체포동의안 처리에 관심이 집중된 상태다. 그러면서 성남FC 후원금 의혹서 파생된 또 다른 의혹이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낮아졌다.

바로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 수사 무마 의혹’(이하 수사 무마 의혹)이다.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은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8년 1월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은 사단법인 희망살림을 통한 네이버의 성남FC ‘우회 지원’ 의혹을 두고 김상헌 전 네이버 대표를 뇌물 공여 혐의로, 이 대표(당시 성남시장)와 민주당 제윤경 전 의원을 제3자 뇌물수수 혐의로 고발했다. 

같은해 6월 장영하 변호사(당시 바른미래당 성남적폐진상조사특별위원장)는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 대표를 특가법상 뇌물죄와 제3자 뇌물죄 등의 혐의로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고발했다. 두산건설·네이버·농협·분당차병원·현대백화점·알파돔시티 등이 성남FC에 160억5000만원을 후원하고 민원을 해결했다는 내용이 골자다. 


항의성 사직
제자리걸음

경기 분당경찰서가 사건을 이첩받아 수사에 착수했다. 2018년에 고발된 사건은 2021년 9월에 이르러서야 ‘불송치’라는 첫 결과가 나왔다. 고발인의 이의 제기로 수원지검 성남지청에서 재수사 여부를 검토했다. 2021년 이 과정에서 박은정 당시 성남지청장이 수사팀의 재수사 의견을 묵살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박 전 지청장은 문재인정부 시절 대표적인 ‘친정부’ 검사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2020년 법무부 감찰담당관으로 재직할 무렵 윤석열 대통령(당시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과 징계 청구 실무를 맡았다. 이후 2021년 7월 성남지청장으로 승진했다. 성남지청장은 ‘검사장 승진 1순위’로 꼽히는 검찰 내 요직이다. 

수사 무마 의혹이 본격적으로 불거진 시점은 대선을 2개월여 앞둔 지난해 1월 말이었다. 수원지검 성남지청 박하영 전 차장검사가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 처리를 두고 항의성 사의를 표한 것이다. 박 전 차장검사와 수사팀은 경찰로부터 넘겨받은 사건의 보완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박 전 지청장이 이를 막았다는 것. 

수사 무마 의혹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자 김오수 당시 검찰총장은 신성식 수원지검장에게 경위 파악을 지시했다. 민주당 대선후보가 연루된 사건을 친정부 검사가 나서서 수사를 무마했다고 언급된 터라 파장이 컸다. 한 시민단체는 박 전 지청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강요 혐의로 고발하기에 이른다. 

결국 수원지검은 성남지청에 다시 보완수사를, 성남지청은 경기 분당경찰서에 보완수사를 요구했다. 일각에서는 이미 불송치로 사건을 처리한 기관에서 다시 수사를 맡는 게 맞느냐는 의견도 제기됐다. 결국 경찰 선의 수사는 지난해 7월 경기남부경찰청에서 마무리됐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이 대표와 성남시 공무원 1명, 두산건설 대표 등을 검찰에 송치했다. 제3자 뇌물 혐의를 인정한 것이다. 

능력 없나
봐주기인가

그다음부터 수사는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 경찰은 두산건설을 제외한 나머지 기업에 대해서는 불송치 결정을 했지만 검찰은 수사를 확대했다. 두산건설에 이어 네이버와 차병원 등이 검찰의 레이더망에 걸려들었다. 두산건설은 정자동 의료용 부지 용도변경 허가, 네이버는 정자동 제2사옥 건축 허가, 차병원은 야탑동 옛 분당경찰서 부지 용도변경 특혜 등을 성남FC 후원금과 맞바꿨다는 의혹을 받았다. 

본 사건은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궤도에 접어든 모양새다. 문제는 곁가지로 튄 불똥은 아직 수습 단계에 접어들지 못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2월 장영하 변호사는 김오수 전 검찰총장과 박은정 전 성남지청장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에 직권남용죄, 직무유기죄로 고발했다. 

고발장에 따르면 성남지청 수사과는 2021년 6~7월경 박하영 전 차장검사의 전결로 네이버가 40억원의 성남FC 후원금을 낸 과정을 수사하면서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조사를 의뢰해달라고 대검찰청에 요청했다. 이 과정에서 김 전 총장이 박 전 지청장과 통화하면서 FIU 금융자료 요청을 철회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주장이다. 

대검은 “당시 성남지청은 수사 중인 범죄사실 외에 경찰서 별도로 수사 진행 중인 내용까지 포함해 금융정보 자료제공 요청을 해달라고 했다”며 “이는 절차상 문제가 있어 재검토해보라는 취지로 지적했고 성남지청도 받아들였던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변호사·시민단체 등 고발만 3건
“진행 중이고 검토 중” 답변만

해당 조치가 일선 청에 대한 검찰총장의 당연한 수사지휘권 행사이며 반드시 수행해야 할 책무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장 변호사는 “부당하고 불법적인 압력 행사”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검의 해명처럼 성남지청이 수사하는 사항 이외의 금융정보 제공 요청이 포함돼 부당하다면 대검서 FIU에 요청할 때 그 부당한 부분을 제외하면 되는 것”이라며 “김 전 총장은 범죄를 적극 수사해 처벌해야 할 총 책임자의 본분을 망각하고 자신의 권한을 남용해 범죄 수사를 방해했다”고 명시했다. 

박 전 지청장은 박하영 전 차장검사와 수사팀의 보완수사 혹은 직접수사 요구 건의를 사실상 거절해 정당한 수사요구를 방해했다고 강조했다. 박 전 차장검사가 사표를 제출할 정도로 극심하게 수사를 방해했다는 설명이다.

장 변호사는 “김 전 총장과 박 전 지청장은 범죄를 적극 수사하거나 수사하도록 해야 하는 직무에 있으면서 오히려 직권을 남용해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 수사를 적극적으로 방해했다”고 덧붙였다.


장 변호사의 고발 건 외에도 시민단체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법세련),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한변) 등이 수사 무마 의혹과 관련해 김 전 총장, 박 전 지청장 등을 고발했다. 하지만 공수처에서는 사건을 입건해 배당했다는 소식만 있을 뿐 더 이상의 진행 상황은 알 수 없는 상태다. 

존재 이유
불거지나

박 전 지청장은 지난해 6월 사의를 표명했지만 수리되지 않았다. 국가공무원법상 수사기관에서 비위와 관련된 수사가 진행 중일 경우엔 퇴직이 허용되지 않기 때문. 지난 2일에는 박 전 지청장의 남편인 이종근 법무연수원 연구위원도 사직 의사를 밝혔다. 김 전 총장은 퇴임 이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공수처 관계자는 수사 무마 의혹 사건과 관련해 “현재 (수사를)진행 중이고 검토 중이라는 말씀 밖에 드릴 수 없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윤석열 감찰 사건 공수처로

한변, 이성윤·박은정 고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들고 있는 박은정 전 성남지청장 관련 사건은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 수사 무마 의혹만이 아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는 지난 3일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과 박 전 지청장(현 광주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했다. 

각하→항고→재기수사→이첩

2020년 12월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한변)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시절 법무부가 윤석열 대통령(당시 검찰총장)을 절차에 어긋나게 감찰했다면서 이 연구위원(당시 서울중앙지검장)과 박 전 지청장(당시 법무부 감찰담당관)을 고발했다. 

서울중앙지검은 고발인 조사 이후 2021년 사건을 각하했다. 하지만 한변이 항고하고 서울고검이 지난해 6월 재기수사 명령을 내리면서 수사가 다시 시작됐다.

박 전 지청장 등은 채널A 사건에 연루된 한동훈 법무부 장관(당시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의 감찰 명분으로 법무부와 대검 등에서 확보한 자료를 윤 대통령을 감찰하던 법무부 감찰위원회에 무단으로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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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