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여전히 ‘안갯속’

지난해 부동산 시장은 침체기의 시작을 알렸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금리 인상으로 대출 이자 부담이 증가하자 거래가 실종됐고, 하루가 다르게 집값은 내려가기 시작했다. 일부 지역에선 깡통 전세와 역전세 등의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단순한 부동산 시장의 하락을 넘어 전체적인 경기의 흐름이 어려워지면서 올해도 어두운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중에서도 금리·대출·입주 물량을 주목해야 한다. 먼저 금리 변수다. 금리는 담보대출을 통해 직접적으로 수요를 이끌 뿐만 아니라,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을 통해 공급을 지원해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강세장에서 
약세장으로

따라서 급격한 금리 인상은 부동산 시장을 강세장에서 약세장으로, 한발 더 나아가 침체의 늪으로까지 빠지게 만든 주된 요인이다. 

문제는 전 세계 금리 시장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자국 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당분간 금리 인상을 이어갈 예정이란 것이다. 한국은행 역시 여기에 동조해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다만 미국 내 인플레이션이 조금씩 안정을 찾고 있고, 정부 역시 국내 부동산 시장 침체가 경기 불황을 확산시킬까 노심초사하고 있는 만큼 올해 하반기에는 금리 동결 내지 인하로 방향을 틀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금리가 급등세를 멈추고 동결 내지 하락세로 전환된다면 부동산 시장 역시 서서히 반등을 모색하리라 예상된다. 


다음으로 대출과 세금 규제 변수가 있다. 전통적으로 이들은 부동산 수요를 자극할 수 있는 강력한 변수로 꼽힌다. 정부 입장에서 보면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면 대출 규제를 강화해 시장으로 자금이 유입되는 것을 줄일 수 있는 반면 부동산 시장이 냉각되면 대출 규제를 완화해 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정부의 정책 기조는 부동산 시장의 안정적 회복(연착륙)을 기대하면서 규제 완화로 방향을 굳힌 듯하다. 그동안 규제의 대상인 다주택자에게도 취득세 및 양도소득세 중과 족쇄를 풀어주고, 임대사업자등록 시 혜택 복원 및 주택담보대출까지 허용할 방침이다. 다만 고금리 여파가 해소되지 않는 한 시장의 빠른 회복은 결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입주 물량 변수가 있다. 통상 재화의 가격은 공급과 수요가 만나는 점에서 형성된다. 주택 시장의 경우 공급량은 분양 물량과 입주 물량으로 나뉘는데, 이 중 아파트 가격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단연코 입주 물량이다. 

지난 수년간 지역 구분 없이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면서 상대적으로 택지가 풍부했던 지방 및 수도권 외곽을 중심으로 건설사들의 분양 물량이 급증했고, 분양 시점에서 2~3년이 지나면 입주 물량은 가시화된다. ‘과잉 공급에 앞에 장사 없다’라는 부동산 격언이 있다. 입주 물량이 일시에 몰리면 역전세난으로 전세가격이 급락하고, 이로 인한 아파트 가격은 하락은 필수적이다.

그렇다면 2023년 새해 수요자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부동산 유형별로 살펴보기로 하자. 

지난해보다? 2023년 전망 ‘흐림’
금리·대출·입주 물량 주목해야

아파트의 경우 실수요자인지, 가수요자인지에 따라 투자 전략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 무주택 실수요자라면 청약통장을 활용해 시세보다 저렴하고 직주근접이 가능한 도심지 역세권을 노리면서 현금이 풍부하지 않다면 중도금 대출이 가능한지(현행 12억원 이하 가능)를 확인해야 한다.


이른바 ‘상급지 갈아타기’를 원하는 1주택 실수요자라면 급매물을 노리되 새해엔 1주택자에게도 기회가 주어지는 청약제도 개편이 예정돼 있으므로 당첨을 노려보는 것도 좋다. 반면 가수요자인 다주택자는 상대적으로 투자에 신중을 기하는 한편 정부의 임대사업자등록 혜택의 복원을 지켜본 뒤 급매물을 노리고 움직였으면 한다.

오피스텔이나 지식산업센터(아파트형공장)의 경우 임대수익을 목적으로 하는지, 매각차익을 목적으로 하는지에 따라 조금 달리 접근할 필요가 있다. 만일 임대수익 창출을 주된 목적으로 접근한다면 그다지 매력적이지는 않다. 고금리 시대에 임대수익은 고사하고 대출이자 감당도 버겁기 때문이다. 

매각 차익을 노리는 경우라면 공급사의 자금난으로 시세보다 10~20% 이상 할인된 신축을 노리되 향후 임대를 고려해 젊은 직장인이나 신혼부부 등이 출퇴근하기에 편리한 도보 5분 내 초역세권에 입지하고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상가는 실사용 목적이 아닌 임대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것은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 서울 및 수도권의 임대수익률이 3%대를 넘어서기 쉽지 않고, 코로나19 사태 및 경기 불황 여파로 제때 임대료를 지불할 수 있는 우량임차인을 찾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신도시나 택지개발지구 내 신규 분양 상가의 경우 높은 분양가 논란 외 상권의 안정화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에 보다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과잉 공급
장사 없다

끝으로 토지 투자는 환금성에 매우 취약한 만큼 반드시 5~10년 이상의 장기 투자를 염두하고 여유 자금으로 접근하길 권한다. 불확실한 개발정보를 제공하면서 매입을 권유하는 기획 부동산업체를 통한 매입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핵심 사항으로는 현장답사가 선행돼야 한다는 점과 현장답사를 통해 진입로 존재 유무, 경사도, 정확한 시세 파악 등이 있다.

아울러 평소 정부 정책 및 인프라 개발정보(도로 및 철도 개설 등 건설정보)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지난해 국내 부동산 시장은 그야말로 ‘롤러코스터’를 방불케 했는데 상반기까지만 해도 집값 급등 추세가 이어지는 듯했지만 거듭된 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시장 열기는 어느 때보다 빠르게 식었고 하반기에는 유례없는 ‘거래 절벽’에 부딪혔다”며 “올해 부동산시장 전망은 하락론이 대세를 이루는 가운데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위한 정부의 규제 완화가 어느 정도까지 ‘약발’이 먹히느냐가 변수”라고 말했다.

올해 내 집 마련을 계획하는 수요자라면 착한 분양가를 내세운 단지를 노려볼 만하다. 매년 분양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서민들의 분양시장 진입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가운데 가격거품을 제거한 실속형 아파트들은 여전히 뜨거운 열기를 보여주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분양가 상승세가 올해에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전국에 공급된 민간 아파트들의 평균 분양가격이 3.3㎡당 1505만원에 달했다. 2021년 동월(1379만원) 대비 9.1% 상승한 수치다. 그중에서도 5대 광역시(세종시 포함)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내 집 마련
착한 분양가

지난해 10월 평균분양가가 3.3㎡당 1579만원으로 전년 동월(1393만원)보다 13.4% 올랐다. 


수도권과 기타 지방은 같은 기간 각각 3.3%(2000만원→2065만원)와 9.2%(1136만원→ 1240만원) 상승했다. 원자잿값 상승과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당분간 분양가 상승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서울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이 조정 대상 지역에서 벗어남에 따라 분양가 상승을 견제할 장치(고분양가 관리제)마저 사라졌다.

분양가 상승은 분양 흥행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사업으로 알려진 둔촌주공 재건축 아파트 ‘올림픽파크 포레온’도 참패했다. 본래 2020년 당시 3.3㎡당 평균 2910만원에 분양하려 했으나 조합원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000만원가량 오른 가격(3.3㎡당 3829만원)으로 선보였으나 2순위 마감(예비당첨자 포함)도 실패하고 말았다. 서울 성북구 ‘장위자이 레디언트’(장위4구역) 역시 1·2순위 모집에 4.68대1의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고분양가 논란 속 주요단지들도 분양시장에서 외면받고 있지만 가격 거품을 뺀 실속형 아파트에는 주택 수요자들의 손길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분양가가 저렴할수록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향후 가격 하락에 대한 부담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호황기 때는 시세차익도 실현할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완전 침체의 늪으로?
수요자 어떻게 대처?

지난해 11월 대전 유성구 갑천지구에 분양한 대전 ‘갑천2 트리풀시티 엘리프’는 1순위 474가구 모집에 4만7055명이 몰려 평균 99.3대1의 치열한 경쟁률을 보여줬다. 이 아파트의 3.3㎡당 분양가는 평균 1362만원(국민주택 기준)으로 전용면적 84㎡형 분양가가 평균 4억5600만원이었다.


지난해 10월 대전 유성구 용계동에 분양했던 ‘도안 우미린 트리쉐이트’ 전용면적 84㎡형 분양가가 6억4800만~6억7400만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2억원가량 저렴했다. 

지난해 10월 부산시 부산진구 양정동에 공급했던 ‘양정자이더샵SKVIEW’도 저렴한 분양가를 무기로 단기간 완판 됐다. 1순위 540가구 모집에 3만1793명이 몰려 평균 58.9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아파트는 부산진구가 조정대상지역(고분양가관리지역) 당시 심의받았던 분양가로 공급됐다. 전용 84㎡형의 분양가가 6억7000만원 전후(중간층 기준)다. 단지 바로 옆에 ‘연산롯데캐슬골드포레(2020년 입주)’ 전용 84A㎡형이 지난해 9월 7억6000만원에 거래됐다. 주변 시세보다 1억원가량 저렴한 셈이다. 다음은 가격 거품을 뺀 주요 단지.

▲빌리브 리버런트= 신세계건설은 울산에서 가장 주거 선호도가 높은 남구 신정동에서 ‘빌리브 리버런트’를 분양 중이다. 지하 3층~지상 29층, 4개동, 총 311가구 규모에 전용면적 78·84㎡로 구성된다. 분양가는 전용면적 84㎡ 기준 6억원대로 책정된다. 

어느 정도
약발 먹힐까

신정동 일대에서 올해 공급됐던 아파트들의 분양가가 8억~9억원대로 책정됐던 점을 감안하면 2억~3억원 저렴하다. 또 단지 바로 옆에 위치한 ‘울산신정푸르지오(2012년 입주)’는 입주한 지 10년이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6억원 이상의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구축 가격으로 신축 아파트를 구매할 수 있는 셈이다.

▲포레나 대전학하= ㈜한화 건설부문은 대전 유성구 학하동 일원에 위치한 ‘포레나 대전학하’를 분양 중이다. 지하 2층~지상 34층, 21개동, 전용면적 59~84㎡, 2개 단지 규모다. 총 1754가구 중 임대를 제외한 872가구를 일반에 분양한다. 전용면적 84㎡ 단일 평형이다. 

단지는 도안신도시 생활권에 위치함에도 도안신도시 대비 합리적인 가격에 누릴 수 있다. 금융 혜택도 주어진다. 계약은 계약금 1차 1000만원 정액제로 수요자 부담을 낮췄고, 중도금 60%는 전액 무이자 혜택이 주어진다. 잔금은 30%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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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