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여전히 ‘안갯속’

지난해 부동산 시장은 침체기의 시작을 알렸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금리 인상으로 대출 이자 부담이 증가하자 거래가 실종됐고, 하루가 다르게 집값은 내려가기 시작했다. 일부 지역에선 깡통 전세와 역전세 등의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단순한 부동산 시장의 하락을 넘어 전체적인 경기의 흐름이 어려워지면서 올해도 어두운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중에서도 금리·대출·입주 물량을 주목해야 한다. 먼저 금리 변수다. 금리는 담보대출을 통해 직접적으로 수요를 이끌 뿐만 아니라,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을 통해 공급을 지원해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강세장에서 
약세장으로

따라서 급격한 금리 인상은 부동산 시장을 강세장에서 약세장으로, 한발 더 나아가 침체의 늪으로까지 빠지게 만든 주된 요인이다. 

문제는 전 세계 금리 시장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자국 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당분간 금리 인상을 이어갈 예정이란 것이다. 한국은행 역시 여기에 동조해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다만 미국 내 인플레이션이 조금씩 안정을 찾고 있고, 정부 역시 국내 부동산 시장 침체가 경기 불황을 확산시킬까 노심초사하고 있는 만큼 올해 하반기에는 금리 동결 내지 인하로 방향을 틀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금리가 급등세를 멈추고 동결 내지 하락세로 전환된다면 부동산 시장 역시 서서히 반등을 모색하리라 예상된다. 


다음으로 대출과 세금 규제 변수가 있다. 전통적으로 이들은 부동산 수요를 자극할 수 있는 강력한 변수로 꼽힌다. 정부 입장에서 보면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면 대출 규제를 강화해 시장으로 자금이 유입되는 것을 줄일 수 있는 반면 부동산 시장이 냉각되면 대출 규제를 완화해 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정부의 정책 기조는 부동산 시장의 안정적 회복(연착륙)을 기대하면서 규제 완화로 방향을 굳힌 듯하다. 그동안 규제의 대상인 다주택자에게도 취득세 및 양도소득세 중과 족쇄를 풀어주고, 임대사업자등록 시 혜택 복원 및 주택담보대출까지 허용할 방침이다. 다만 고금리 여파가 해소되지 않는 한 시장의 빠른 회복은 결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입주 물량 변수가 있다. 통상 재화의 가격은 공급과 수요가 만나는 점에서 형성된다. 주택 시장의 경우 공급량은 분양 물량과 입주 물량으로 나뉘는데, 이 중 아파트 가격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단연코 입주 물량이다. 

지난 수년간 지역 구분 없이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면서 상대적으로 택지가 풍부했던 지방 및 수도권 외곽을 중심으로 건설사들의 분양 물량이 급증했고, 분양 시점에서 2~3년이 지나면 입주 물량은 가시화된다. ‘과잉 공급에 앞에 장사 없다’라는 부동산 격언이 있다. 입주 물량이 일시에 몰리면 역전세난으로 전세가격이 급락하고, 이로 인한 아파트 가격은 하락은 필수적이다.

그렇다면 2023년 새해 수요자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부동산 유형별로 살펴보기로 하자. 

지난해보다? 2023년 전망 ‘흐림’
금리·대출·입주 물량 주목해야

아파트의 경우 실수요자인지, 가수요자인지에 따라 투자 전략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 무주택 실수요자라면 청약통장을 활용해 시세보다 저렴하고 직주근접이 가능한 도심지 역세권을 노리면서 현금이 풍부하지 않다면 중도금 대출이 가능한지(현행 12억원 이하 가능)를 확인해야 한다.


이른바 ‘상급지 갈아타기’를 원하는 1주택 실수요자라면 급매물을 노리되 새해엔 1주택자에게도 기회가 주어지는 청약제도 개편이 예정돼 있으므로 당첨을 노려보는 것도 좋다. 반면 가수요자인 다주택자는 상대적으로 투자에 신중을 기하는 한편 정부의 임대사업자등록 혜택의 복원을 지켜본 뒤 급매물을 노리고 움직였으면 한다.

오피스텔이나 지식산업센터(아파트형공장)의 경우 임대수익을 목적으로 하는지, 매각차익을 목적으로 하는지에 따라 조금 달리 접근할 필요가 있다. 만일 임대수익 창출을 주된 목적으로 접근한다면 그다지 매력적이지는 않다. 고금리 시대에 임대수익은 고사하고 대출이자 감당도 버겁기 때문이다. 

매각 차익을 노리는 경우라면 공급사의 자금난으로 시세보다 10~20% 이상 할인된 신축을 노리되 향후 임대를 고려해 젊은 직장인이나 신혼부부 등이 출퇴근하기에 편리한 도보 5분 내 초역세권에 입지하고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상가는 실사용 목적이 아닌 임대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것은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 서울 및 수도권의 임대수익률이 3%대를 넘어서기 쉽지 않고, 코로나19 사태 및 경기 불황 여파로 제때 임대료를 지불할 수 있는 우량임차인을 찾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신도시나 택지개발지구 내 신규 분양 상가의 경우 높은 분양가 논란 외 상권의 안정화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에 보다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과잉 공급
장사 없다

끝으로 토지 투자는 환금성에 매우 취약한 만큼 반드시 5~10년 이상의 장기 투자를 염두하고 여유 자금으로 접근하길 권한다. 불확실한 개발정보를 제공하면서 매입을 권유하는 기획 부동산업체를 통한 매입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핵심 사항으로는 현장답사가 선행돼야 한다는 점과 현장답사를 통해 진입로 존재 유무, 경사도, 정확한 시세 파악 등이 있다.

아울러 평소 정부 정책 및 인프라 개발정보(도로 및 철도 개설 등 건설정보)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지난해 국내 부동산 시장은 그야말로 ‘롤러코스터’를 방불케 했는데 상반기까지만 해도 집값 급등 추세가 이어지는 듯했지만 거듭된 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시장 열기는 어느 때보다 빠르게 식었고 하반기에는 유례없는 ‘거래 절벽’에 부딪혔다”며 “올해 부동산시장 전망은 하락론이 대세를 이루는 가운데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위한 정부의 규제 완화가 어느 정도까지 ‘약발’이 먹히느냐가 변수”라고 말했다.

올해 내 집 마련을 계획하는 수요자라면 착한 분양가를 내세운 단지를 노려볼 만하다. 매년 분양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서민들의 분양시장 진입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가운데 가격거품을 제거한 실속형 아파트들은 여전히 뜨거운 열기를 보여주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분양가 상승세가 올해에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전국에 공급된 민간 아파트들의 평균 분양가격이 3.3㎡당 1505만원에 달했다. 2021년 동월(1379만원) 대비 9.1% 상승한 수치다. 그중에서도 5대 광역시(세종시 포함)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내 집 마련
착한 분양가

지난해 10월 평균분양가가 3.3㎡당 1579만원으로 전년 동월(1393만원)보다 13.4% 올랐다. 


수도권과 기타 지방은 같은 기간 각각 3.3%(2000만원→2065만원)와 9.2%(1136만원→ 1240만원) 상승했다. 원자잿값 상승과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당분간 분양가 상승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서울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이 조정 대상 지역에서 벗어남에 따라 분양가 상승을 견제할 장치(고분양가 관리제)마저 사라졌다.

분양가 상승은 분양 흥행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사업으로 알려진 둔촌주공 재건축 아파트 ‘올림픽파크 포레온’도 참패했다. 본래 2020년 당시 3.3㎡당 평균 2910만원에 분양하려 했으나 조합원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000만원가량 오른 가격(3.3㎡당 3829만원)으로 선보였으나 2순위 마감(예비당첨자 포함)도 실패하고 말았다. 서울 성북구 ‘장위자이 레디언트’(장위4구역) 역시 1·2순위 모집에 4.68대1의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고분양가 논란 속 주요단지들도 분양시장에서 외면받고 있지만 가격 거품을 뺀 실속형 아파트에는 주택 수요자들의 손길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분양가가 저렴할수록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향후 가격 하락에 대한 부담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호황기 때는 시세차익도 실현할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완전 침체의 늪으로?
수요자 어떻게 대처?

지난해 11월 대전 유성구 갑천지구에 분양한 대전 ‘갑천2 트리풀시티 엘리프’는 1순위 474가구 모집에 4만7055명이 몰려 평균 99.3대1의 치열한 경쟁률을 보여줬다. 이 아파트의 3.3㎡당 분양가는 평균 1362만원(국민주택 기준)으로 전용면적 84㎡형 분양가가 평균 4억5600만원이었다.


지난해 10월 대전 유성구 용계동에 분양했던 ‘도안 우미린 트리쉐이트’ 전용면적 84㎡형 분양가가 6억4800만~6억7400만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2억원가량 저렴했다. 

지난해 10월 부산시 부산진구 양정동에 공급했던 ‘양정자이더샵SKVIEW’도 저렴한 분양가를 무기로 단기간 완판 됐다. 1순위 540가구 모집에 3만1793명이 몰려 평균 58.9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아파트는 부산진구가 조정대상지역(고분양가관리지역) 당시 심의받았던 분양가로 공급됐다. 전용 84㎡형의 분양가가 6억7000만원 전후(중간층 기준)다. 단지 바로 옆에 ‘연산롯데캐슬골드포레(2020년 입주)’ 전용 84A㎡형이 지난해 9월 7억6000만원에 거래됐다. 주변 시세보다 1억원가량 저렴한 셈이다. 다음은 가격 거품을 뺀 주요 단지.

▲빌리브 리버런트= 신세계건설은 울산에서 가장 주거 선호도가 높은 남구 신정동에서 ‘빌리브 리버런트’를 분양 중이다. 지하 3층~지상 29층, 4개동, 총 311가구 규모에 전용면적 78·84㎡로 구성된다. 분양가는 전용면적 84㎡ 기준 6억원대로 책정된다. 

어느 정도
약발 먹힐까

신정동 일대에서 올해 공급됐던 아파트들의 분양가가 8억~9억원대로 책정됐던 점을 감안하면 2억~3억원 저렴하다. 또 단지 바로 옆에 위치한 ‘울산신정푸르지오(2012년 입주)’는 입주한 지 10년이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6억원 이상의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구축 가격으로 신축 아파트를 구매할 수 있는 셈이다.

▲포레나 대전학하= ㈜한화 건설부문은 대전 유성구 학하동 일원에 위치한 ‘포레나 대전학하’를 분양 중이다. 지하 2층~지상 34층, 21개동, 전용면적 59~84㎡, 2개 단지 규모다. 총 1754가구 중 임대를 제외한 872가구를 일반에 분양한다. 전용면적 84㎡ 단일 평형이다. 

단지는 도안신도시 생활권에 위치함에도 도안신도시 대비 합리적인 가격에 누릴 수 있다. 금융 혜택도 주어진다. 계약은 계약금 1차 1000만원 정액제로 수요자 부담을 낮췄고, 중도금 60%는 전액 무이자 혜택이 주어진다. 잔금은 30%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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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비화폰’ 통화 내역 추적

‘김건희 비화폰’ 통화 내역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영부인은 통신상 기밀을 요하는 위치에 있지 않다. 그저 ‘대통령의 아내’다. 비화폰이 필요하지도 않고 쓸 일도 없다. 김건희씨는 그 어떤 영부인과는 달랐다. 윤석열정부 초부터 비화폰을 사용하면서 정치권을 포함해 이곳저곳에 개입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비화폰은 통화 녹음이 불가능하고 내용도 암호화된다. 정부와 대통령실 경호처·안보 담당 고위 관계자, 군·정보기관에 근무 중인 이들이 주로 사용한다. 민간인에게는 지급되지 않는다. 김건희씨는 윤석열정부 초기부터 비화폰을 사용했다. 지금까지 지켜졌던 관행을 파괴하고 비화폰을 사용하면서 수사기관·정치권 등에 개입한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수사 개입 정황 확인 채상병 사건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순직해병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씨가 사용했던 비화폰 통신 기록 확보에 나섰다. 정민영 특검보는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동 특검사무실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지난주 대통령실과 국방부 군 관계자 비화폰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정 특검보는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임성근 전 사단장 등 주요 당사자 21명의 비화폰 통신 기록을 국군지휘통신사령부 및 대통령경호처로부터 제출받을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수사 외압이 의심되는 기간 비화폰 통신 기록을 분석하며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정 특검보는 김씨도 비화폰을 사용했느냐는 질문에 “사용한 것으로 파악했다”며 “본인에게 지급된 것”이라고 전했다. 특검팀은 지난 2023년 7∼8월 소위 ‘VIP 격노’ 이후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채 상병 사망 사건 관련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자에서 제외된 배경에 윤 전 대통령 부부를 정점으로 한 수사 외압과 구명 로비가 있었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미 윤 전 대통령과 임성근 전 사단장 등 주요 인물의 자택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해 휴대전화 등을 확보했다. 이들이 당시 보안성이 높은 비화폰을 사용해 연락했던 정황을 포착하고 통신 기록 확보에 추가로 나선 것이다. 정민영 특검보는 “일반 휴대전화로 연락을 주고받은 기록들은 어느 정도 확인됐는데 중간중간 비화폰을 이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누구와 어떤 시기에 수발신이 이뤄졌는지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채상병 특검, 윤·김 통신 기록 확보 조태용·김태용 등 “VIP 격노 사실” 앞서 특검팀은 대통령경호처에 비화폰 통신 기록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했고, 경호처 측은 임의제출 형식으로 관련 자료를 특검에 제출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르면 이번 주 안에 비화폰 기록을 모두 넘겨받아 분석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채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발단이 됐던 2023년 7월31일 VIP 격노 회의 전후 기간 이들의 비화폰 통신 기록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방침이다. 특검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김씨 계좌를 관리했던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임 전 사단장 구명을 위해 “내가 VIP(윤 전 대통령)한테 얘기하겠다”고 지인에게 말한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로부터 넘겨받아 구명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비화폰 기록을 토대로 김씨가 이 전 대표와 어떤 통화 내용을 주고받았는지 등을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김씨의 비화폰 사용에 의문을 제기한다. 윤석열정부 이전엔 대통령 부인이 비화폰을 상시로 사용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경호처 출신 한 정치권 관계자는 “영부인이 비화폰을 쓰는 게 불법은 아니지만 여러 입김이 작용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기에 관행적으로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씨에게 비화폰을 지급한 이유에 대해 경호처는 “비화폰은 국가정보원의 ‘국가정보보안 기본 지침’ 등을 근거로 한 대통령경호처의 내부 규정에 따라 관리되고 있다”며 “김씨에 대해서는 관련 내부 규정에 따라 제공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김씨에게 지급된 비화폰은 카카오톡이나 텔레그램 등은 사용할 수 없고 송수신 통화와 문자메시지 발송만 가능하다. 그의 비화폰 기록이 판도라의 상자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씨의 비화폰 기록에 대해 윤 전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 등을 수사 중인 김건희 특검(특별검사 민중기)도 압수수색에 나설 수 있어서다. 지난해 7월 김씨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디올백 수수 사건으로 검찰 출장 조사를 받기 전 김주현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과 30분 넘게 비화폰으로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다. “전부 맞다” 줄줄이 실토 또,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의혹이 불거졌던 지난해 10월 김 전 수석이 당시 심우정 전 검찰총장과 비화폰으로 2차례 통화하기도 했는데, 이와 관련한 김씨의 비화폰 기록이 추가로 확인되면 파장이 커질 수 있다. 특검팀은 최근 조 전 원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17시간가량 조사했다. 조 전 원장은 2023년 7월31일 오전 11시쯤 대통령 주재 국가안보실 회의에서 윤 전 대통령이 해병대수사단 수사 결과 보고를 받을 당시 배석한 것으로 알려진 7명 중 한 명이다. 윤 전 대통령은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육군 중장·현 국방대학교 총장)에게 수사 결과를 보고받고 격노해 대통령실 내선전화(02-800-7070)로 이 전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조 전 원장은 특검 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 이충면 전 외교비서관, 왕윤종 전 경제안보비서관,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에 이어 다섯 번째로 윤 전 대통령의 격노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당시 국가안보실 회의 참석자로만 보면 4번째다. 정 특검보는 “해병대수사단이 이첩한 수사 기록의 회수와 관련해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에게 확인할 내용이 많다”고 말했다. 이 전 비서관은 해병대수사단이 경북경찰청으로 순직 사건 기록을 이첩한 당일 임 전 비서관,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 등과 연락하며 수사 기록 회수 과정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특검팀은 이 전 비서관 등 대통령비서실 공직기강비서관실 관계자들이 대통령실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경북경찰청 사이에 다리를 놓아 이첩 기록 회수 과정에 관여한 정황을 파악했다. 특검팀은 지난달 16일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파견 근무하던 박모 총경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며 이 전 비서관이 기록 반환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의 진술을 확보했다. 박 총경은 대통령실과 국수본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2023년 8월2일 이모 전 국수본 강력범죄수사과장에게 전화해 유 전 관리관의 연락처를 전달하고 경북청이 연결할 수 있도록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과장도 특검에 출석해 박 총경이 이 전 비서관 이름을 언급하며 기록 반환을 검토하라고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 전 비서관은 해병대수사단이 기록을 이첩한 직후 2023년 8월2일 오후 1시21분 이 전 비서관과 통화하고 뒤이어 오후 1시42분 유 전 관리관에게 전화했다. 누구와 통화했나 유 전 관리관은 지난해 6월 국회에서 임 전 비서관으로부터 경북청에서 전화를 걸어올 것이란 말을 들었고, 경북청 관계자와 통화하며 수사 기록 회수를 상의했다고 설명했다. 유 전 관리관은 노모 당시 경북청 수사부장과의 통화에 대해 “경북청에서 ‘아직 사건을 접수하지 않았다. 회수해 갈 것인가’라고 물었고, 판단하기론 ‘항명에 따른 무단 이첩이라 회수하겠다’고 했다”는 말을 주고받았다고 밝혔다. 유 전 관리관과 경북청의 통화 이후 해병대수사단에서 이첩한 수사 기록은 같은 날 오후 7시 20분쯤 국방부검찰단에서 회수했다. 임 전 사단장을 포함해 8명으로 혐의자가 적시된 해병대 수사 기록은 국방부 조사본부의 재검토를 거쳐 2명으로 축소돼 경북청에 다시 보내졌다. 특검팀은 수사의 초점을 점차 국방부검찰단의 수사 기록 회수와 국방부조사본부의 수사 기록 재검토 과정 확인으로 옮기고 있다. 정 특검보는 “기록 회수와 재검토 등과 관련해 국방부 관계자들을 계속 조사하고 있다”면서 “수사 초반에 비해 기록 회수나 (조사본부) 재조사 부분에 대해 중점적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김진락 전 국방부조사본부 수사단장(육군 대령)의 2023년 8월 수사 기록 재검토 과정에서 자필로 작성한 20여쪽 분량의 수첩을 확보해 국방부의 외압 정황을 확인하고 있다. 지난해 아닌 2023년 초부터 사용 “문제 생기거나 위기 때마다 애용” 국방부조사본부는 2023년 8월9일 이 전 장관의 지시를 받아 해병대수사단 수사 기록 재검토에 들어갔고 닷새 후 임 전 사단장 등 6명을 혐의자로 판단한 중간보고서를 작성했다. 하지만 국방부조사본부는 총 6차례에 걸친 보고서 수정을 거쳐 대대장 2명만 혐의자로 적시한 재검토 결과를 경북청에 재이첩했다. 김씨와 비화폰으로 통화한 인물들은 모두 사건 핵심 관계자들이다. 복수의 대통령실 출신 인사들은 에 김씨가 윤 전 대통령이나 자신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마다 비화폰으로 김 전 수석과 조 전 원장 등과 통화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에게 비화폰을 제공한 인물은 윤석열정부 초대 경호처장이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다. 김 전 장관은 윤석열정부가 들어선 지 얼마 되지 않아 김씨에게 비화폰을 제공했다고 한다. 김씨가 비화폰을 많이 사용하던 시기는 2023년 초부터다. 특검팀도 2023년 3월부터 김씨가 비화폰을 사용하기 시작한 정황을 포착했다. 일각에서는 김씨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과 지난해 9월부터 비화폰으로 통화하기 시작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사 안팎에서는 노 전 사령관과 김씨가 비화폰으로 통화하기 직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다는 관측이 나온다. 내연남 역할은? 한 정보사 관계자는 “김씨의 어머니인 최은순씨의 내연남 의혹을 받는 사람이 있는데 이 사람이 노상원을 후원하던 사람이라는 풍문은 많이 알려진 얘기”라며 “노상원과 내연남이 서로 아는 사이라는 건 사실이지만 내연남이 노상원에게 돈을 퍼줬다는 건 거짓말”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내연남이 노상원과 비화폰으로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는 모른다. 적어도 무속과 고민 상담 등은 아닐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