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있는’ 유승민 배신자 프레임

밟으면 밟을수록 고맙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밖에서는 두 팔 벌려 환영하지만 안에서는 사실상 왕따를 당하고 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현재 처해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오히려 감사하다는 눈치다. 당내에서 배제할수록 밖에서 자꾸만 관심이 커져 돌아오기 때문이다. 

바뀌는 전당대회 룰을 놓고 친윤(친 윤석열) 세력과 반윤(반 윤석열) 세력의 충돌이 한층 더 심화한 양상이다. 친윤 세력은 당심이 곧 민심이라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반윤 세력은 바뀐 전당대회 룰 변경에 대놓고 불만을 표시한다. 이 중심에는 유승민 전 의원이 있다. 유 전 의원은 전당대회 룰 개정의 최대 피해자로 보인다.

당내선 아싸

국민의힘 지도부가 전당대회 룰을 개편한 표면상의 이유는 당원의 권리 향상에 방점이 찍혀있다. 내면에는 유 전 의원을 배제하겠다는 목표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는 회의를 열고 당 대표 선출 규정을 당원투표 100%로 바꿨다.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같은 당원이 대표를 뽑는 게 당연하다”며 전당대회 룰 개정의 정당성을 피력하기도 했다.

유 전 의원은 30%가 넘는 압도적인 민심을 얻고 있다. 그는 매주 지지율이 상승하는 등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이들과 큰 차이를 보인다. 세부적으로는 수도권, 대전, 충청, 강원, 대구·경북(TK), 전남 등 전국에서 1위를 기록 중이다.


국민의힘 일부에서 주장하고 있는 단순히 ‘역선택’이라고 보기에는 지지율이 심상치 않다. 일부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의 선택을 다수 받고 있긴 하지만, 조직적으로 유 전 의원에게 지지를 보냈다고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유 전 의원만의 지지층이 존재하는 셈이다. 

다만 민심에서 확실히 앞선 것과는 반대로 당심에서는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유 전 의원은 “권력의 폭주, 막장 드라마”라며 “당명을 윤심의힘으로 바꾸라”고 크게 반발했다. 전대 룰이 개편되면서 유 전 의원에게는 다소 불리한 무대가 됐다. 과거 친박(친 박근혜) 세력이 유 전 의원을 내쫓기 위해 수를 썼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당시 친박 세력은 성명서를 발표해 유 전 의원을 철저하게 배제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유 전 의원을 ‘배신자’로 규정해버렸다. 여당 원내대표로 당선된 이후 보수개혁이라는 꿈을 펼치려는 순간 당내에서 이른바 배신자 공격이 들어왔다. 유 전 의원의 정치인생이 요동치던 순간이다.  

정권 맞서며 꾸준히 몸값 키우기
일각에서는 전당대회 불출마론도

친박 세력이 유 전 의원을 변방으로 밀어내기에는 성공했으나, 결국 이는 유력 대권주자로 떠오르는 계기로 작용했다. 보수당에서는 배신자, 밖에서는 차기 대통령으로 거론되며 평가가 엇갈렸다. 

이번 전대서도 국민의힘은 유 전 의원에게 배신자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 유 전 의원이 가진 배신자 이미지는 자신의 정치인생에서도 치명적인 약점이 됐다. 여전히 배신자 프레임에 갇혀있는 상태로 당내 지지 기반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이를 이용하려 드는 모양새다. 오히려 배신자에게 가하는 정치권력의 탄압으로 여긴다. 정치권에서도 오히려 유 전 의원의 몸값을 키워주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박해로 쫓겨난다는 장면을 연출해야 정치적 입지가 넓어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유 전 의원의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비판 발언은 중도층에 소구력이 있다는 게 장점이다. 윤핵관 세력이 당내에만 한정돼 중도층을 끌어들이기 어려운 상황에 처한 것과는 반대된다. 

유 전 의원 본인도 “밟으면 밟혀 주겠다”며 물러나지 않을 태세임을 분명히 했다. 이와 함께 권력의 폭주라는 말로 국민의힘에 제대로 대립각을 세웠다. 하루가 멀다 하고,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오히려 유 전 의원에게 득이 된 셈이다.

국민의힘 지지층으로 한정해도 유 전 의원의 지지율이 2위다. 반면, 윤석열 대통령과 동기화 중인 김기현 의원은 내비친 자신감에 비해 힘을 받지 못하는 중이다. 

같은 당 하태경 의원은 “전당대회 룰 당원투표 100% 변경이 오히려 유 전 의원을 키워준다”고 꼬집었다. 유 전 의원이 받는 지지는 윤 대통령이 문재인정부에 대립각을 세웠던 과거와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간다. 

윤·정권 깔수록 존재감 커진다?
나경원·안철수에 낀 2위 한계?

윤 대통령이 권력에 맞서 싸운 게 오히려 투사 이미지로 작용해 정치권에서는 컨벤션 효과까지 불었다. 당내에서는 출마 여부를 확실하게 밝히지 않는 유 전 의원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여러 다양한 변수들이 나올 수 있는 까닭이다.

불출마 시 당내 표심은 김 의원과 권성동 의원 같은 친윤 주자들보다는 현재 1위인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안철수 의원에게 양분될 수 있다. 

국민의힘의 당원 수가 폭증한 배경에는 윤핵관이 아닌, 이준석 전 대표 시절 유입이라는 분석도 많다. 결국 비윤계에게 표를 빼앗기는 경우 친윤계는 오히려 적지 않는 타격을 받게 된다.

정치권에서는 유 전 의원이 확실하게 출마 선언하지 않고 있는 이유 중 하나로 보고 있다. 지속적으로 친윤 세력에게 타격을 가하면서 자신의 몸값을 키우기 위한 물밑 작업이라는 것. 

이는 자신을 지지하는 중도층 선점에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런 탓에 일각에서는 유 전 의원을 중심으로 국민의힘이 조만간 분당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현재 당심을 100% 윤석열 대통령이 가지고 있다고 할 수가 없다”며 “(국민의힘)분당을 100%로 본다”고 예상했다.

당외 인싸


친윤계에게 타격만 가하면 유 전 의원은 절반의 성공을 거둔다. 이런 탓에 일각에서는 유 전 의원이 차라리 당 대표에 출마하지 않고, 때를 기다려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당 대표 중도 포기론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유 전 의원 측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출마할지 말지 진지하게 여러 방면으로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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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

[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박모씨와 조직원 3명이 필리핀 현지 수용소서 탈옥한 것으로 확인됐다. 8일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박씨와 함께 보이스피싱 등의 범행을 함께한 조직원 포함 총 4명은 최근 필리핀 루손섬 남동부 지방 비콜 교도소로 이감됐던 것으로 확인된다. 이후 지난 4월 말, 현지서 열린 재판에 출석한 박씨와 일당은 교도소로 이송되는 과정서 도주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 수사 당국 관계자는 “박씨와 일당 3명이 교도소로 이송되는 과정서 도주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구체적인 탈출 방식 등 자세한 내용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박씨는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 출신의 전직 경찰로 알려져 충격을 안겼던 바 있다. 2008년 수뢰 혐의로 해임된 그는 경찰 조직을 떠난 뒤 2011년부터 10년간 보이스피싱계의 정점으로 군림해왔다. 특히, 박씨는 조직원들에게 은행 등에서 사용하는 용어들로 구성된 대본을 작성하게 할 정도로 치밀했다. 경찰 출신인 만큼, 관련 범죄에선 전문가로 통했다는 후문이다. 박씨는 필리핀을 거점으로 지난 2012년 콜센터를 개설해 수백억원을 편취했다. 10년 가까이 지속된 그의 범죄는 2021년 10월4일에 끝이 났다. 국정원은 수년간 파악한 정보를 종합해 필리핀 현지에 파견된 경찰에 “박씨가 마닐라서 400km 떨어진 시골 마을에 거주한다”는 정보를 넘겼다. 필리핀 루손섬 비콜교도소 수감 보이스피싱 이어 마약 유통까지 검거 당시 박씨의 경호원은 모두 17명으로 총기가 허용되는 필리핀의 특성상 대부분 중무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가 위치한 곳까지 접근한 필리핀 이민국 수사관과 현지 경찰 특공대도 무장 경호원들에 맞서 중무장했다. 2023년 초까지만 해도 박씨가 곧 송환될 것이라는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박씨는 일부러 고소당하는 등의 방법으로 여죄를 만들어 한국으로 송환되지 않으려 범죄를 계획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또, 박씨는 새로운 마약왕으로 떠오르고 있는 송모씨와 함께 비콜 교도소로 이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비쿠탄 교도소에 수감돼있는 한 제보자에 따르면 “박씨의 텔레그램방에 있는 인원이 10명이 넘는다. 대부분 보이스피싱과 마약 전과가 있는 인물들로 한국인만 있는 것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씨는 본래 마약과는 거리가 멀었던 인물이다. 송씨와 안면을 트면서 보이스피싱보다는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빠지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교도소 내에서 마약 사업을 이어왔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경찰 안팎에서는 “새로운 조직을 꾸리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당시 일각에서는 이들이 비콜 교도소서 탈옥을 계획 중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비쿠탄 교도소 관계자는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서 약 100만페소(한화 약 2330만원) 정도면 인도네시아로 밀항이 가능하다. 비콜 지역 교도소는 비쿠탄보다 탈옥이 쉬운 곳”이라고 증언한 바 있다. 한편, 지난 7일 외교부와 주필리핀 대한민국 대사관 측은 정확한 탈출 방식이나 사건 발생 일자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일축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