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또 논란’ 김명수 대법원장 지난 5년 풀 스토리

문정부 신데렐라, 윤정부 천덕꾸러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법원장은 국회의장, 헌법재판소장, 국무총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과 함께 5부요인으로 불린다. 사법부 최고 상급기관인 대법원의 수장이다. 2017년 취임한 김명수 대법원장의 임기가 막바지에 이르렀다. <일요시사>가 김 대법원장의 지난 5년을 훑었다.

대법원은 헌법재판소와 함께 사법부 양대 최고 법원이다. 대법관 수는 총 14명으로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12명의 대법관이 상고심(법률심) 재판을 담당하고 있다. 법원행정처장은 사법행정업무만 맡는다. 

사법부 수장
5부 요인

2017년 9월부터 대법원을 이끌고 있는 김명수 대법원장은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문재인정부 ‘신데렐라’로 꼽힌다. 윤 대통령은 박근혜정부에서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팀장을 맡았다가 국정감사 발언 이후 한직으로 밀려났다. 문정부가 출범하면서 서울중앙지검장으로 파격 승진한 뒤 검찰총장으로 직행한 바 있다. 

대법원장 후보자 지명 때 김 대법원장은 춘천지방법원 법원장이었다. 대법원 대법관을 거치지 않고 법원장에서 대법원장으로 직행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기 때문에 김 대법원장의 지명은 ‘파격’으로 여겨졌다. 당시 대법원장이었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2기)보다 무려 13기수나 낮고 대법관 13명 중 9명이 김 대법원장보다 기수가 높아 ‘기수 파괴’라는 반응도 이어졌다.

문정부 청와대는 “인권 수호를 사명으로 삼아온 법관으로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권리를 배려하는 한편 국제인권법연구회의 기틀을 다진 초대회장”이라며 “국제연합이 펴낸 인권편람의 번역서를 출간하고 인권에 관한 각종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법관으로서 인권을 구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고 지명 배경을 밝혔다. 


지명 당시 김 대법원장은 “법원이 처한 현실이나 상황이 대내외적으로 어렵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다”며 “국민과 법원 구성원의 수준에 맞는 청사진을 제시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일선 재판 현장에서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된 이례적인 상황이라 걱정이 앞선다”고 덧붙였다. 

김 대법원장의 지명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낳았다. 문정부가 추진하는 사법개혁의 적임자라는 평가가 제기됐다. 김 대법원장 지명 당시 사법부에 대한 국민 불신은 상당한 수준이었다. 박근혜정부 ‘양승태 대법원’에서 시작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가 한창 번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는 국제인권법연구회의 학술 행사를 법원행정처 소속 고위 판사가 부당하게 축소하려 했다는 내용이다. 이후 법원행정처에 ‘판사 블랙리스트’가 있다는 의혹으로까지 번졌다. 김 대법원장은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 소집된 ‘전국 법원장 간담회’에서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장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법원장서 대법원장 직행
사법개혁 적임자 vs 코드 인사

반면에 대법관 경험이 없는 대법원장이라는 점에서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제기됐다. 김 대법원장은 초대 김병로 대법원장과 3, 4대 조진만 대법원장 등 2명을 제외하고 49년 만에 처음으로 법원장에서 대법원장으로 직행한 케이스다. 당시 야당에서는 이 부분을 문제삼아 김 대법원장의 인선이 문정부의 ‘코드 인사’라고 주장했다.

특히 우리법연구회, 국제인권법연구회 초대회장을 지낸 이력이 도마에 올랐다. 우리법연구회는 1988년 노태우 전 대통령이 5공화국에서 임명된 김용철 당시 대법원장을 유임시키려 하자 서명운동을 진행한 ‘제2차 사법파동’ 이후 설립된 법관 모임이다.

국제인권법연구회는 법원 내 학술단체로 사상 최대 규모라고 전해진다. 김 대법원장은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장을 맡은 바 있다.


대법원이 안팎으로 내홍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2017년 9월26일 김 대법원장이 취임했다. 그는 취임식에서 “저의 대법원장 취임은 그 자체로 사법부의 변화와 개혁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대법원장이 사법부의 정점에 홀로 서 있는 것이 아니라 늘 구성원들과 어울려 함께 소통하는 모습에서부터 사법부의 변화는 시작될 것”이라고 일성을 남겼다. 

그로부터 5년이 흘렀다. 대법원장의 임기는 6년. 김 대법원장의 임기는 이제 9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 그에 대한 평가는 부정적인 쪽으로 쏠린다. 임기 중 불거진 코드 인사 문제는 현재진행형이고 ‘거짓말 논란’은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사법부 독립 등 사법개혁을 이끌 것이라는 기대도 무색해졌다. 

지난 5일 전국법관대표회의(이하 법관회의)에서 김 대법원장이 도입한 ‘법원장 후보 추천제도’를 비판하는 의견이 제기됐다. 법관회의는 전국 각급 법원을 대표하는 120여명의 판사가 사법행정을 논의하고 대법원장에게 건의하는 조직으로 김 대법원장 취임 이후인 2017년 상설화됐다.

신뢰 회복
실패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법원장 후보 추천제가 코드 인사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잇따라 나왔다.

법원장 후보 추천제는 일선 법관들이 법원장 후보를 추천하면 대법원장이 최종 임명하는 제도로 2019년 처음 도입됐다. 이전에는 대법원장이 고등법원 부장판사 가운데 지방법원장을 임명하는 방식으로 인선이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2~4명의 추천 후보 가운데 최다 득표자를 공개하지 않고 대법원장이 법원장을 결정하는 부분이 문제로 떠올랐다.

앞서 4월에 열린 법관회의에서도 코드 인사에 대한 문제 제기가 계속됐다. 당시 법관 대표들은 ▲일부 법원장의 이례적인 3년 재임 ▲특정연구회 출신의 서울중앙지법 발령 등을 거론했다. 사법 농단 의혹 재판을 맡았던 윤종섭 부장판사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비리 의혹과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을 맡았던 김미리 부장판사가 3년 근무라는 관행을 깨고 각각 6년, 4년간 서울중앙지법에 근무한 점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여기에 내년 전국 20개 지방법원으로 법원장 후보 추천제를 확대 시행하기 전 고등법원 부장판사를 법원장 후보자에서 배제하는 ‘원천 봉쇄 규정’을 만든 사실이 드러났다. 불공정 인사 논란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대법원은 지난 10월31일 ‘법원장 후보 추천제의 운영 등에 관한 예규’를 신설했는데 법원장 후보 자격을 ‘법조 경력 22년 이상, 법관 재직 10년 이상인 지방법원 부장판사’로 제한했다. 기존에 지방법원장이 될 수 있었던 고등법원 부장판사의 법원장 진출이 막힌 셈이다.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이하 한변)은 법원장 후보추천제 확대 시행과 고등법원 부장판사 배제 정책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한변은 지난 8일 “추천제는 이미 인기투표제로 전락해 법원을 선거판으로 만들고 직업적 양심이 따르는 법관이 업무에서 배제되는 등 부작용을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설상가상 그간 대법원장에 대한 내부 견제자 역할을 해오던 고등법원 부장판사를 법원장 후보 추천 대상에서 원천적으로 배제하겠다는 것은 법원장 알박기 인사를 통해 사법의 정치화를 가속하겠다는 의도”라며 “이는 추천제와 결합해 법원 권위와 신뢰 추락, 재판의 형해화를 가속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거짓말 논란
리더십 붕괴


판사 탄핵 관련 거짓말 논란은 김 대법원장을 끊임없이 따라다니고 있다. 김 대법원장이 국민은 물론 법조계의 신뢰를 크게 잃은 사건이기도 하다. 거짓말 논란은 지난해 2월 처음 불거졌다. 당시 국회에선 사법 농단에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던 부산고등법원 임성근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이 추진 중이었다. 헌정 사상 첫 법관 탄핵 추진이다. 

임 부장판사는 2020년 5월 사표를 제출했는데 김 대법원장이 국회의 탄핵 추진을 언급하면서 수리를 거부했다고 폭로했다. 김 대법원장이 당시 정치 상황에 휘둘려 자신의 사표를 받아주지 않았다는 주장이었다. 임 부장판사의 주장에 대법원이 직접 나서 “김 대법원장은 임 부장판사에게 탄핵 문제로 사표를 수리할 수 없다는 취지로 말한 사실이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문제는 당시 상황이 담긴 녹취가 있었던 것. 

당시 녹취에는 “지금 뭐 탄핵하자고 저렇게 설치고 있는데, 내가 사표 수리했다 하면 국회에서 무슨 얘기를 듣겠냐 말이야” “탄핵이 돼야 한다는 그런 생각은 갖고 있지 않은데, 일단 정치적인 그런 것은 또 다른 문제니까” 등의 내용이 담겼다.

삼권분립이 확립돼있고 사법부의 수장이 정치적 상황에 따라 판단한 부분에서 비판이 잇따랐다.

거짓말이 드러나면서 망신을 당한 김 대법원장은 “언론에 공개된 녹음자료를 토대로 기억을 되짚어 보니 지난해 5월경에 있었던 임 부장판사와의 면담 과정에서 ‘정기인사 시점이 아닌 중도에 사직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에서 녹음자료 같은 내용을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며 “약 9개월 전의 불분명한 기억에 의존해 답변한 것에 대해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임기 9개월 남아
부정평가가 대세

대법원장 공관을 둘러싼 잡음도 끊이질 않았다. 

대법원장 공관 리모델링에 거액의 예산을 전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해당 의혹은 2019년 감사원이 시행한 대법원 재무감사결과보고서를 통해 알려졌다. 당시 감사원은 2017년 김 대법원장 취임 이후 시행된 대법원장 공관 리모델링 사업에 4억7000만원에 달하는 예산이 전용됐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2019년 11월 전상화 변호사가 이 사건과 관련해 김 대법원장을 고발했다. 경찰은 지난 9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상 국고 손실 혐의로 고발된 김 대법원장 사건을 각하하고 불송치했다. 절차적인 문제는 있을 수 있지만 예산을 개인적으로 착복하거나 횡령하는 등 불법적으로 쓰이진 않았다고 판단했다. 

‘땅콩 회황’ 사건으로 기소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게 2017년 12월 대법원은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문제는 그 직후인 2018년 초 대법원 공관에서 한진 법무팀이 만찬을 가진 사실이 드러나면서 불거졌다.

한진 법무팀에는 김 대법원장의 며느리인 강모 변호사가 근무하고 있었다. 이를 두고 재판의 공정성을 훼손한 행위라는 지적이 뒤따랐다.

법원 안팎에서는 이미 김 대법원장 후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 ‘김명수 대법원’에 대한 신뢰는 바닥을 치고 있다는 설명이다. 내부에서는 김 대법원장이 역점적으로 추진했던 제도에 제동을 거는 목소리가 연이어 나오고 있고, 외부에서는 리더십이 붕괴된 수장으로 보는 시각이 있는 것.

윤석열 대통령 임기 동안 대법원장을 포함해 대법관 14명 중 13명이 교체된다. 사법부 대변혁이 예고돼있는 상황. 특히 내년 9월 신임 대법원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사법 지형도가 완전히 바뀔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8일 취임한 오석준 대법관이 그 시발점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음 누구?
후임에 관심

오 대법관은 윤석열정부 첫 대법관이라는 점에서 향후 사법부 인적구성 방향을 예측해볼 수 있는 가늠자로 여겨진다. 그는 보수나 중도 성향으로 분류되면서 현재 진보 우위의 대법원이 윤정부 기간 내 서서히 보수 우위로 변모할 것이라는 예상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김 대법원장이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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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정재관 현 군인공제회 이사장(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에게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이사장은 대한토지신탁의 박종철 대표이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표가 김건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담당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청문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29일 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이던 정재관 이사장에게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전단지를 제거했음을 보고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윤석열정부의 정치권 인맥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개입 정황들 이날 오후 10시51분 박 구청장이 보낸 문자에는 ‘전단지 제거 완료’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ㅋ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취지의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가 오간 시간대는 소방 경찰 시민이 뒤엉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심폐소생술을 하던 10시49분과 겹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면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관리 실패와 초기 대응 부실이 핵심 책임 논쟁으로 이어졌던 만큼, 참사 당일 용산구청이 어떤 업무에 행정력을 투입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청문회에서 해당 문자와 관련해 “전단지를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업무인 것 같아 전화해 보라고 한 것일 뿐 바로 나가서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문위원들은 문자 내용과 상황을 근거로 사실상 조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또 참사 상황에서 대통령실 인근 문제를 별도로 챙기고 이를 대통령경호처 인사에게 보고한 정황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고 우려 민원 전화가 쇄도하던 때 박 구청장은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진보 단체 전단지를 다 떼어냈다며 사진과 함께 보고 형식의 문자를 보냈다. 이를 받은 정 이사장은 웃으며 “고생했다. 이태원 압사사고 안타깝고”라고 답한 것이다. 이번 문자 공개로 이태원 참사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판단과 대통령실 주변 기관과의 관계,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 구청장이 문자를 보낸 정 이사장은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과 절친한 육사 38기 동기다. 윤석열 캠프에서 ‘국방정책자문단 육사 8인회’로 통했으며 용산 ‘대통령실 이전 TF’에서 활동했다. ‘21세기 하나회’나 다름없다. 이태원 참사 전단지 제거 의혹 제기 보고받은 정, 대토신 사장 임명 개입? 박 구청장은 수사와 재판에서 이날 오후 10시51분에야 이태원참사를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느낌표까지 쓰며 “전단지 제거 완료”를 보고한 바로 그 시각과 분 단위까지 일치한다. 박 구청장이 참사 현장에 도착한 건 8분 뒤인 10시59분. 그 사이 박 구청장이 어디에 몰두했는지 그리고 대통령실 측근들과 어떤 소통을 한 건지 처음 드러났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양성우 이태원 특조위 위원은 “정재관이 전단지 제거를 요청했기 때문에 자랑하려고 보낸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박 구청장은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양 위원이 “정재관을 통해서 경호처장 김용현, 나아가 대통령 내외에게 전달될 것을 의식하고 보고한 것 아닙니까”라고 재차 질문하자, 박 구청장은 아니라고 답했다. 앞서 정 이사장은 특조위 조사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대통령실에 협조한 걸 자랑하려고 일방적으로 보낸 것 같다”고 진술했고,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현재 정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군인공제회는 약 17만명 군인 회원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 기관이다. 자산 규모는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하 기업 가운데 하나인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신탁회사다. 사실상 공제회의 핵심 투자 및 사업 플랫폼 역할을 한다. 문제의 중심에는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대표 박종철의 인사 흐름이 있다. 정 이사장은 2023년 1월 제16대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예비역 육군 준장 출신으로 통상 소장 또는 중장급이 맡아왔던 자리에 임명된 이례적 인물이다. 군 안팎에서는 그의 발탁 배경에 윤 정부 핵심 인맥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조 책임진 원스타 준장 실제로 군인공제회가 창립된 1984년 이래 준장급이 이사장을 맡은 건 정 이사장이 처음이다. 예비역 준장 출신인 정 이사장이 발탁된 데에는 ‘김용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군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현역 군인 및 군무원 37명으로 구성된 제113차 대의원회의에서 선출,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기 때문이다. 또 정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 38기 출신으로 한미연합사 민군작전처장, 합참 민군작전과장,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등을 거친 군 경력 인사다. 특히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시절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며 윤정부 핵심 라인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됐다. 논란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이어진 박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 역시 공제회 이사회 추천과 국방부 승인 절차를 거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회사인 군인공제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서는 이 같은 인사 흐름을 두고 “군인공제회 수장 교체 이후 산하 기업 인사까지 연쇄적으로 바뀌는 전형적인 권력 인사 패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대한토지신탁 대표 선임 과정은 공개 채용 형식을 취하지만, 최종 후보자는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국방부 승인까지 거쳐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제회 수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대표의 과거 이력까지 다시 조명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확대됐다. 박 대표는 과거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담당했던 대한토지신탁 실무 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업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일가가 연루된 특혜 의혹 사건과도 연결된 사업이다. 당시 윤석열 측은 대선 과정에서 공흥지구 개발사업이 대한토지신탁 주도로 진행된 만큼 특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자료에서 박 대표가 해당 사업 담당자로 확인됐다. 2018년 12월 사업1본부장으로 퇴사한 박 대표가 정권 출범 이후 다시 복귀한 배경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토지신탁은 지난 11월 초 <일요시사>와 통화하며 “2014년 양평 공흥지구 사업은 오래된 만큼, 담당자를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요청한 ‘대한토지신탁 양평 공흥지구 개발 담당자 명단’에는 박 대표를 비롯한 양평 공흥지구 사업 실무자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기재돼있다. 김건희 일가 집사로 활동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의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대한토지신탁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4년 5월27일 양평 공흥지구 사업 담당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대표는 대한토지신탁 사업1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2월 퇴사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에이치에스파트너스그룹 사장과 비전알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3년 5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 같은 의혹은 대한토지신탁의 최근 경영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한토지신탁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PF 부실 여파로 유동성 압박을 겪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최근 수천억원 규모의 재무 지원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로부터 지급보증과 채권 인수 등을 통해 수차례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경영지표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군인들의 노후자금이 부실 자회사 방어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의 100% 전액 출자를 바탕으로 부동산 신탁 및 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주요 자금 조달이나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지원하는 등 모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를 공모하는 모회사다.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인사 시스템과 상법 및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된다. 대표이사직이 공석이 되면,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를 공개 채용한다. 지원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지원서를 제출하며, 대한토지신탁 인사총무팀 등에서 서류 전형을 진행한다. 양평 공흥지구 사업1본부장이 대표이사로 김용현 입김?···군인공제회 연결고리 주목 논란의 핵심은 인사와 경영 책임의 연결성이다. 군인공제회는 군인 복지와 연금 재원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정치권 외풍으로부터 독립성이 중요하다. 정 이사장의 임명 배경부터 산하 기업 대표 인사까지 정치적 인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관 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군 관련 기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제회 관계자들은 “이사장이 특정 정치 라인으로 임명되면 관련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연쇄적으로 배치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기관의 본래 목적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공우이엔씨도 자금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공우이엔씨는 대한토지신탁과 마찬가지로 군인공제회가 출자한 자회사다. 1993년 설립된 제일종합개발은 1999년 공우개발사업소 창설로 이어졌다. 군인공제회관과 계룡대 등의 시설 관리, 예식장, 사우나, 체력 단련장 등을 직영하는 업체였다. 2000년엔 육군 오수처리시설 용역관리와 환경공사로 사업 분야를 넓혀 나갔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핵심 사업은 이미 공우이엔씨 손을 떠난 상황이다. 2012년 국우터널이, 2022년엔 문학터널이 무료화됐다. 2023년엔 경북 영천 소재 군 골프장 충성대 체력단련장 운영이 종료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2023년 감사보고서는 공우이엔씨 민간사업 관련 보증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우이엔씨는 BTL이 아닌 기타 분야 사업에서도 2000억원대 보증을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공우이엔씨 기타 사업 보증액 규모는 835억원 규모였다. 이 중 시설관리용역 관련 보증액을 제외한 기타 사업 분야 보증액 규모는 394억원이었다. 2년 사이 기타 사업 관련 보증액이 1222억원 불어났다. 2년 사이 보증액이 약 335% 폭증한 셈이다. 이로 인해 자금난 얘기가 고개를 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우이엔씨 상황은 2024년 들어 악화일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기준 공우이엔씨 매출액은 1066억5280만원 규모였다. 그러나 23억2986만원 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내부적으론 2024년 손실액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내부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공우이엔씨 적자 허덕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박 대표 인사 사이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군인공제회와 산하 기업 인사 구조상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군인들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공공성 기관에서 정치권 인맥 중심 인사가 반복될 경우 제도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