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 울리는’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현주소

늑장 수사에 명단 공개까지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이태원 참사 관련 진상규명이 최악의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특별수사본부의 ‘늑장 수사’ 논란이 가열되는 가운데, 유족들의 동의 없이 희생자 명단이 무단 공개되는 사태가 터졌다. 서울시청·행정안전부 등 사건의 총체적 책임 주체들은 특수본 출범 후 보름이 지나고야 겨우 수사선상에 올랐다. 유족과 실무자가 각각 2차 가해와 저인망식 수사에 고통받고 있는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지난 15일 행정안전부(행안부) 중앙재난안전실장과 서울시 안전총괄과장을 소환 조사했다. 지난 17일에는 서울시청과 행안부 압수수색도 단행했다. 지난 1일 특수본이 출범한 이후 보름 만에 책임 주체를 향한 수사가 첫발을 뗀 셈이다.

지지부진
시늉만?

이어 특수본은 지난 16일 “이상민 행안부 장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해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소방공무원노조가 이 장관을 직무유기·업무상과실치사상으로 고발한 데 따른 절차다. 

특수본 관계자는 “일단 고발장이 접수되면 피의자 신분이 된다”며 “정부조직법 등 법령상 이상민 장관이 경찰 상황 조치에 지휘 감독 권한이 있는지와 재난안전법 등 재난 관련 법령에 따라 이태원 사고 관련해 구체적·직접적 책임이 있는지 등을 수사를 통해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수본의 진상규명이 일명 ‘윗선’을 향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특수본을 향한 부정적인 시선은 여전하다. 겉보기로는 수사가 본궤도에 오른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지적이 파다하다. 특수본의 급속 행보가 ‘구색 맞추기’나 ‘시늉’ 등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특수본은 출범 이후로 꼬리 자르기에 앞장선다는 비판에 시달려왔다. 근본적 책임이 있는 윗선에 관한 수사는 검토하지도 않은 채, 말단 실무자들의 책임 소재를 추궁하는 일명 ‘저인망식 수사’를 펼친 탓이다. 

이들은 지난 12~13일 주말, 용산구청·용산경찰서·용산소방서·서울교통공사 직원들을 불러 조사했다. 이미 특수본이 출범한 지 열흘을 훌쩍 넘긴 시점이었음에도 서울시청과 행안부 대상 수사는 전무했다. 특수본은 관련 시설 66곳을 압수수색하면서도 두 기관의 압수수색만은 뒤로 미뤘다. 

앞서 특수본은 지난 7일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했다. 그 일주일 뒤에도 수사 방향이 위가 아니라 아래를 향하자 비판 여론이 더욱 거세졌다. 

이에 특수본은 “하위직만 수사한다는 의견도 겸허히 청취하겠다. 하지만 기초 수사를 먼저 하는 것이 우선”이라면서도 꼬리 자르기 의혹에 대해선 “법리 검토 중”이라고 해명했다. 

결국 특수본은 진상규명의 핵심인 행안부와 서울시청 관계자 조사에 떠밀리듯 착수한 모양새다. 특수본은 향후 행보를 통해 스스로의 진정성을 입증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특별수사본부 부진한 조사 논란 가열
윗선 겨냥해도 ‘구색 맞추기’ 의심만 

일각에서는 “특수본이 ‘보여주기’식 행보를 보였을 뿐, 본격적인 수사는 시작하지도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5~16일 특수본 행보를 보면 행안부와 서울시청 수사를 본격화한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따져보면 특수본이 적극적으로 나선 건 없다는 주장이다.


특수본이 행안부와 서울시청의 고위 공직자들을 소환 조사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은 피의자 신분이 아닌 참고인 신분이었다. 특수본은 행안부와 서울시청 관계자들의 피의자 전환 시점을 특정하지 않고 있다. 같은 시점 전 용산경찰서 정보과장인 김모 경정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해 소환 조사한 것과는 대비된다.

김 경정은 ‘핼러윈 기간 위험분석 보고서’를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장관 역시 절차에 따라 피의자로 전환됐을 뿐, 당장 수사에 속도를 낼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당국 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이 장관을 수사선상에 올리기 위해서는 여러 절차를 더 거쳐야 한다.

이 장관의 직무유기 혐의는 공수처법에 규정된 ‘고위공직자 범죄’로, 공수처 수사 대상이다. 공수처가 아닌 다른 수사기관이 혐의를 인지했다면 이를 공수처에 통보해야 한다.

실제로 특수본은 관련 법에 따라 이 장관 고발 건을 공수처에 통보했다.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또한 직무유기의 관련 범죄로 판단해 함께 넘겼다. 공수처는 사건사무규칙에 따라 통보일로부터 60일 안에 수사 개시 여부를 답해야 한다. 공수처 결정에 따라 이 장관 수사가 어디서 진행될지 결정되는 구조다. 

이상민 장관
계속 놔두나

특수본은 경찰이 고발장을 받은 만큼, 공수처 결정과 관계없이 관련 절차를 일단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공수처 결정에 앞서서 적극적인 수사를 벌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경찰 내부에서도 특수본에 공정·엄정한 수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민관기 전국경찰직장협의회 위원장은 지난 15일 “꼬리 자르기식 수사가 진행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 될 경우 절대로 간과하지 않을 것”이라며 “관련 기관과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상응한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특수본에 전달했다. 

특수본의 진상규명 절차가 국민적 신뢰를 잃은 사이, 유가족들은 각종 심적 고통에 시달렸다. 정부 불신에서 비롯된 음모론(1401호 ‘아니면 말고’ 위험한 이태원 음모론)이 끊임없이 불거졌다. 합리적인 근거 없이, 진상규명이라는 미명 아래 퍼진 낭설은 유가족뿐만 아니라 온 나라를 뒤흔들었다.

아울러 야권에서는 “희생자 신원을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등장했다. 유가족 의사를 반영하지도 않은 채로, 신원 공개 주장에는 점점 힘이 붙었다. 결국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까지 가세하면서 논쟁은 진영논리로 비화될 조짐까지 보였다. 

이 가운데 친야 온라인 매체로 알려진 시민 언론 <민들레>와 <더탐사>가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과 함께 희생자 명단을 무단 공개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더탐사>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스토킹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매체로 일명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최초로 제기한 바 있다.

<민들레>는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이 참여해 최근 출범한 매체다.


떡볶이 먹방
의도적 방송?

<더탐사>는 지난 9일 자신들의 유튜브 채널 커뮤니티에 “희생자 명단은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으로 모두 넘겼다”며 “추모 미사에서 모두 공개할 것으로 잠정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민들레>는 지난 14일 ‘이태원 희생자, 당신들의 이름을 이제야 부릅니다’라는 제목과 함께 희생자 155명(현재 총희생자 수는 158명)의 실명이 적힌 포스터를 공개했다.

당시 <민들레> 측은 “시민언론 <더탐사>와의 협업으로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 명단을 공개한다”며 “희생자들을 익명의 그늘 속에 계속 묻히게 함으로써 파장을 축소하려 하는 것이야말로 오히려 재난의 정치화이자 정치공학”이라고 적었다.

문제는 이들이 사전에 유족들의 동의를 전혀 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민들레>는 “유가족협의체가 구성되지 않아 이름만 공개하는 것이라도 유족들께 동의를 구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깊이 양해를 구한다”며 “희생자들의 영정과 사연, 기타 심경을 전하고 싶은 유족께서는 이메일로 연락을 주시면 최대한 반영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김호경 <민들레> 에디터는 지난 14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유가족에게 명단의 진위 확인과 공개 동의를 받은 적이 없음을 자인했다. 

그러면서 김 에디터는 비판 여론에 관해 “이번 참사가 공적이 사안이고, 일종의 사회적 죽음으로 판단해 보도하게 됐다”며 “대형 재난 발생했을 때 희생자 실명 공개는 오랜 언론의 기본적인 역할이고 책무”라고 답했다.


당초 155명의 이름이 담겼던 명단 속 인원은 지난 15일 오전을 기준으로 143명, 17일 오전을 기준으로 128명까지 줄었다. 명단 공개에 반발한 유가족이 항의하자 <민들레> 측이 해당 희생자의 이름을 지운 것이다. 일부 유족들은 항의에 그치지 않고 법적 대응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희생자 무단 노출 일부 유족 항의
혐오 표현 등 2차 가해 고통 호소

주한대사관을 통해 해외에서도 항의가 들어왔다. 외교부 관계자는 지난 15일 기자들과 만나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을 공개한 데 대해 사망자가 발생한 국가의 주한대사관 중 1곳이 항의했다. 해당 매체에 항의와 시정 요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명단 공개를 항의한 대사관이 어디인지는 알리지 않았다. 하지만 해당 관계자는 “이태원 참사 초기 외국인 사망자 26명 가운데 1명을 제외하고는 사망자의 유족이 신원 공개를 원하지 않았으며, 사망자 8명의 유족은 국적 공개도 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명단) 공개에 따라 일부 계속 유감을 표시해 올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 당국자는 ‘대사관 항의가 유족 의사를 반영한 것이냐’는 질의에 “반영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더탐사>는 명단 공개 뒤 ‘떡볶이 광고’를 진행해 논란이 일었다. <더탐사> 방송 진행자 3명은 지난 14일 방송에서 약 10분가량 떡볶이를 먹으며 광고를 이어갔다. 제품을 홍보할 당시 배경화면은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 측이 희생자 명단을 호명하고 있는 사진이었다.

이들은 “소송에 시달리고 있다. 저희 보도를 인용해서 게시판에 글을 쓰신 분이 고발당했다. 그분도 도와드려야 한다”며 소송 비용 마련을 위해 떡볶이 판매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법 피해자 지원 기금 마련을 위한 광고”라며 “여러분 정말 놓은 일 하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방송 중간에는 “떡볶이만 보면 어머니 생각이 난다” ”떡볶이집 아들로서 맛을 보장한다“ “너무 맛있다”며 제품을 홍보했다. 

책임자들
처벌 촉구

진상규명은 더디고 명단은 무단으로 공개됐다. 그사이 아픔은 오롯이 유족의 몫이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지난 16일 오후 희생자 17명의 유족과 가진 간담회 내용을 공개했다. 민변에 따르면 유족들은 희생자에 대한 혐오 표현 등 2차 가해로 인한 고통을 호소했다. 민변 측은 이와 관련한 법률 지원에 착수할 계획이다.

민변 관계자는 “유족들은 희생자들이 숨진 경위에 대한 명확한 진상규명과 마땅히 책임져야 할 사람들에 대한 철저한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jeongun15@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태원 희생자 명단 공개, 처벌 가능성은?

온라인 매체 <민들레>와 <더탐사>는 유족의 사전 동의를 구하지 않고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을 공개했다.

이를 두고 각계의 비판 여론이 터져 나오고 있지만, 이들의 형사 처벌은 사실상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이들에게 명단을 유출한 자가 공무원이라면, 해당 직원은 처벌받을 가능성이 비교적 크다.

정계 및 법조계는 공적 자료인 명단 유출 과정에 공무원이 연루된 건 기정사실로 여기는 모양새다.

이 가정대로 공무원이 명단을 언론사에 전달했다면 개인정보 무단 유출, 공무상 비밀누설 등의 혐의에 해당할 수 있다.

관련법에 따라 적게는 징역 2년, 많게는 5년 형이 선고될 수 있는 범죄다.

반면 언론사들은 적용할 혐의가 마땅치 않다는 분석이다.

가장 유력하다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도 처벌이 쉽지 않다.

해당 법상 개인정보는 살아있는 개인에 관한 정보에 국한되는데, 이미 고인이 된 희생자들의 정보는 해당법 적용이 어렵다는 논지다. 

일각에선 “사망자에 대한 정보라고 하더라도 유족과의 관계를 유추할 수 있는 정보는 유족의 개인정보로 볼 수 있다”는 시각이 있다.

하지만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언론사가 관련 법 속 ‘개인정보 처리자’로 인정되지 않는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

개인정보 처리자는 업무를 목적으로 개인정보파일을 운용‧처리하는 공공기관과 법인을 의미한다.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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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