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구청-해밀톤 이태원 카르텔 막후

살아야 했던 상인들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핼러윈 데이 비극의 여파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담당 기관들의 부실·소극 행정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경찰은 ‘이태원 참사 특별수사본부’를 꾸리고 안일했던 대응에 사과했으나 도의적 책임을 지는 이는 없는 상황이다. ‘경찰이 경찰을 수사하는 게 말이 되느냐’는 비판까지 제기되고 있다. 특히 경찰과 용산구청, 이태원 상권을 장악한 해밀톤 호텔 간 유착 의혹까지 제기돼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이태원 상인연합회와 해밀톤 호텔은 사실상 한 몸이라고 불린다. 해밀톤 호텔 간부가 상인회 간부를 맡기도 하기 때문이다. 해밀톤 호텔 대표도 마찬가지다. 그는 경찰뿐만 아니라 용산구청 및 정치권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상인회는 수백억원대 자산을 가진 해밀톤 호텔 대표의 문제점에 대해 쉽사리 나서지 못했다. 그들의 카르텔에 대해 사실상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상권 장악
막강 인맥

해밀톤 호텔 이상용 대표이사는 불법 증축으로 호텔 주변 골목을 좁혀 참사 규모를 키웠다는 의혹을 받는다. 그는 구청 출연기관 이사장과 경찰발전협의회 위원 등으로 활동하면서 용산구 유관 단체들과의 긴밀한 관계를 이어왔다. 이 때문에 해밀톤 호텔 불법 증축물이 강제철거가 돼야 했음에도 10년 가까이 이행강제금을 내며 버텨올 수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대표는 2020년 5월부터 2년간 용산구 조례에 근거해 운영되는 용산복지재단 이사장을 맡았다. 용산복지재단 이사장 자리는 이사회가 추천한 인물을 구청장이 임명한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의 임기가 시작되기 전부터 용산구청과의 관계가 시작된 셈이다.

당연직 이사로 용산구 주민복지국장 포함돼있고 구청으로부터 자원봉사센터 운영을 수탁받는 만큼 용산구청과의 관계는 불보듯 뻔하다. 특히 구청에서 퇴직한 공무원이 재단으로 소속을 옮기기도 해 사실상 낙하산 창구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나온 바 있다.


이태원 지역 일대에서 수백억원대 자산가로 알려진 이 대표는 참사 발생 두 달 전인 8월17일, 용산구 통합방위협의회에 민간 대표 자격으로 참석했다. 이날에는 박 구청장과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최성범 용산소방서장 등도 자리했다.

2000년대 초부터 해밀톤 호텔이 용산구 랜드마크로 자리 잡으면서 용산구상공회 고문과 용산구 구세심의위원회 외부위원까지 맡았다. 또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용산구협의회장까지 역임해 정치권과의 관계도 유지해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용산구의회 관계자는 “용산구에서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과 이 대표의 관계가 굉장히 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용산구 유관기관과 단체에서 이 대표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라고 주장했다.

호텔 대표, 유관기관·단체와 깊은 친분
불법 증축 미철거 버틸 수 있었던 이유?

이 대표의 손길은 경찰에까지 뻗쳤다. 2012년부터 용산경찰서 경찰발전협의회(경발협) 위원으로 활동해온 것이다. 경발협은 경찰과 지역사회의 협력을 위해 만들어진 기구로 지역주민들이 경찰서의 치안정책 등에 대해 조언한다는 명목으로 운영되기에 소속 위원들은 자연스럽게 경찰 간부들과 친분이 생길 수밖에 없다.

경발협은 2018년 ‘버닝썬 사태’ 당시 경찰과 지역 유지들의 유착 통로로 지목되기도 했다.

경찰은 이 대표에 대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태원 참사 특별수사본부’ 출범 이후에야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특수본이 적용한 건축법과 도로법 위반 혐의는 경찰도 이태원 참사 이전 들여다볼 수 있는 부분이었다.


2013년 용산구청이 해밀톤 호텔의 불법 증축물을 적발했음에도 호텔이 5억553만원의 이행강제금을 내며 시정조치 없이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이 대표와 용산구와의 긴밀한 관계가 작용했다는 주장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특수본 관계자는 “언론 보도를 통해 해밀톤 호텔과 구청 등의 유착 의혹이 제기된 사실을 알고 있다. 현재 확인하고 있다”며 “수사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면 당연히 엄정하게 처리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수상한
연결고리

해밀톤 호텔은 용산구 랜드마크로 꼽힌다. 부동산 가치만 1500억원 가까이 되고 보유 현금이 약 130억원에 이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해밀톤 호텔 운영회사인 해밀톤관광의 지난해 말 보유한 이태원 토지의 공시지가는 1499억원으로 집계됐다.

해밀톤 호텔 일대의 5558.46㎡ 면적의 부지를 보유 중인 해밀톤 호텔은 해당 부지를 86억원에 취득했다. 공시지가가 취득가의 17배에 달했다. 호텔은 부동산 장부 가치를 158억원으로 회계 처리했다.

이태원 일대의 1500억원대 부동산을 확보한 해밀톤 호텔은 고 이철수 회장이 1973년에 완공했다. 자금 조달 문제로 우여곡절 끝에 호텔을 열었으며 2015년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진행했다. 리모델링 시점 직후에 불법 증축물인 분홍색 철제 임시벽이 설치됐다는 관측이 많다.

불법 증축물을 철거하지 않은 까닭으로는 매출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해밀톤 호텔은 2010~2019년까지 매년 2억~3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코로나19로 관광객이 줄면서 수십억원대 영업손실이 났다.

2~3년간 적자가 났지만 탄탄한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버틸 수 있었다. 지난해 말 기준 이익잉여금은 209억원에 달했고 같은 기간 부채 비율은 49.8%에 불과한 사실이 해밀톤 호텔이 버틸 수 있었던 비결로 보인다. 해밀톤 호텔은 이 회장의 장남인 이 대표 등 그의 일가족이 지분 86.2%를 보유 중이다.

일부 상인들은 이태원에서 유흥업소와 술집 등을 운영하려면 이 대표의 허락이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가 사실상 이태원의 상권을 장악했다는 주장이다.

상인회 윗선 지목 사실상 갑 위치
“불만·항의 시 장사 접을 각오해야”

이태원의 한 상인은 “한 달에 수억원의 매출을 올려도 해밀톤 호텔이 갑에 위치해 있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고 보면 된다”며 “불법 증축물과 관련된 문제를 제기해도 정치권 인맥과 용산구 유관기관 카르텔이 심하기 때문에 제대로 해결된 적이 전무하다”고 주장했다.

다른 상인도 “이 대표에 대한 문제나 항의를 하면 이태원에서 장사를 하지 못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며 “먹고 살아야 하는 입장에서 쉽사리 나설 수 없었다”고 했다.


특수본은 최근 이 대표를 출국금지 조치했다. 또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이 대표 등의 휴대전화 5점과 건축물 설계도면을 분석 중이다. 해밀톤 호텔의 불법 증축 건축물과 이태원 참사 인명피해의 연관성도 확인할 계획이다.

또 용산구청 관계자를 이틀 연속으로 불러 조사하는 등 박 구청장의 혐의 입증에 주력하고 있다. 앞서 박 구청장은 핼러윈 기간 안전사고 예방대책 마련을 소홀히 하고 참사에 부적절하게 대처한 혐의 등으로 입건돼 수사받고 있다.

특수본은 용산구청이 핼러윈 안전대책을 제대로 수립했는지, 실제 어떤 업무를 이행했는지 꼼꼼히 살펴보는 중이다. 지난 4월 용산구의회에서 제정된 이른바 ‘춤 허용 조례(서울시 용산구 객석에서 춤을 추는 행위가 허용되는 일반음식점의 운영에 관한 조례)’도 면밀하게 들여다보는 중이다.

문제 제기
안 해? 못해?

일반음식점에서도 음향시설을 갖추고 손님이 춤을 출 수 있게 허용한 조례 탓에 참사 당일 일대 업소들이 클럽처럼 운영되면서 피해가 커졌을 가능성 등을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특수본은 용산구청이 재난문자 발송을 지체한 이유도 살펴보고 있다. 용산구청은 참사 직후 재난문자를 발송해달라는 정부와 서울시 요구에도 78분간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특히 특수본 수사가 시작된 이달 7일에야 해밀톤 호텔을 포함한 불법 증축물 7곳을 경찰에 뒤늦게 고발했다.


특수본은 용산경찰서 간부가 참사 발생 후 핼러윈 기간 안전을 우려하는 내용의 정보보고서를 부당하게 삭제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용산경찰서 소속 정보관들을 불러 진술을 들었고 관련자 추가 조사와 압수물 분석이 완료되는 대로 삭제를 지시한 용산경찰서 정보과장과 정보계장을 소환할 방침이다.

특수본은 용산서 정보과 간부들에게 다른 직원을 시켜 정보보고서를 작성한 정보관의 업무용 PC에서 문건을 삭제하고 이 과정에서 직원들을 회유·종용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증거인멸·업무상 과실치사상)가 있다고 보고 입건해 수사 중이다.

또 보고서 삭제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는 박성민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도 관련자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소환할 계획이다. 박 부장은 용산서를 포함한 일선 경찰서 정보과장들이 가입된 메신저 대화방에서 “감찰과 압수수색에 대비해 정보보고서를 규정대로 삭제하라”고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행안부와 서울시의 참사 책임에 관해서는 사실관계를 추가로 파악한 뒤 적용할 법리를 검토하기로 했다. 혐의 관련성이 있고 압수수색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강제수사에 착수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특수본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본격 수사 가능성을 내비쳤다.

특수본 유착 의혹 수사 검토
수사 칼끝 정치권 향할 수도

김동욱 특수본 대변인은 지난 16일 언론 브리핑에서 행안부 압수수색 여부에 대해 “수사에 필요한 절차는 모두 진행할 것”이라며 “현재 7명을 피의자로 입건해 조사 중이지만 추가 피의자가 나올 수도 있다”고 밝혔다.

특수본은 지난 14∼15일 행안부 중앙재난안전상황실장을 비롯한 재난안전 관련 부서 직원들을 잇따라 참고인으로 소환했다. 이들 조사와 법리검토 결과를 토대로 조만간 이 장관에 대한 강제수사에 착수할 여지를 열어둔 것으로 풀이된다.

특수본은 이 장관이 경찰 지휘·감독 책임자로서 지위는 물론 재난을 예방·수습할 직접적인 법적 책임을 갖는지 집중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단순히 경찰을 지휘·감독하는 수준을 넘어서 재난 발생에 직접 책임을 지는 당사자로 인정되면 직무유기는 물론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곧바로 적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장관이 재난을 방지하고 수습하는 정부부처 수장으로서 객관적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탓에 참사가 발생했다는 법리 구성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특수본은 특히 주최자가 없는 행사에 대해 국가가 어떤 법적 책임을 지는지 들여다본 후 이 장관의 혐의를 구체적으로 파악한다는 방침이다. 특수본은 “행안부 직원들 참고인 조사를 통해 (이 장관의)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지휘 의무가 존재하는지 등을 확인 중에 있다”고 말했다.

특수본은 이 전 서장 등 경찰 소속 피의자들의 참사 책임 여부도 신중히 들여다보고 있다. 특수본은 경찰 현장 책임자였던 이 전 서장이 현장에 늦게 도착한 경위를 명확히 파악하기 위해 당시 수행원과 용산경찰서 직원들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또 이 전 서장이 핼러윈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현장 책임자로서 안전조치를 충분히 했는지 따져보기 위해 이날 오후 용산경찰서 경비과장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특수본은 경비과장 등 용산경찰서 직원들을 상대로 이 전 서장이 참사 발생 직후 현장에 도착한 것처럼 상황보고서를 조작했다는 의혹도 캐물을 예정이다.

봐주기 논란
의식한 경찰

경찰청 특별감찰팀이 수사를 의뢰한 용산경찰서 112상황실장과 서울경찰청 상황3팀장도 조만간 불러 조사한 뒤 입건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특수본은 이들에게 참사 발생 사실을 윗선에 제때 보고하지 않아 경찰 보고체계에 혼란을 일으키고 적절한 사고수습 조치를 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특별감찰팀은 이들에게 어떤 범죄 혐의를 물을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특정하지는 않았다. 특수본은 당사자와 관련자 진술을 모두 살펴 입건 여부를 판단할 것으로 전망된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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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