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몰리는 역세권 어때?

서울 역세권 중에서도 이용객이 많은 지하철로 알려진 2·5·7호선 라인에 오피스텔 분양이 속속 이뤄지고 있다. 서울 열린데이터광장의 서울시 지하철 호선별 승하차 인원정보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2호선의 승하차 인원은 7477만8771명에 달했다. 5호선과 7호선은 각각 3454만8776명, 3128만2745명으로 승하차 인원 상위 1~3위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하철 2호선은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을 순환하는 유일한 노선이다. 강남, 시청 등 도심은 물론 서울 주요 지역을 관통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인원이 탑승하는 지하철 노선이다. 2호선 라인의 경우 오피스텔 공급이 가장 활발하다. 이대·연대 신촌, 홍대, 한양대, 건대, 서울대 등 서울 유명 대학가와 업무용 빌딩 밀집지역을 지나 직장인 및 대학생 수요가 풍부해서다.

흥행 보증
노른자 땅

지하철 2호선은 승차인원뿐 아니라 환승역이 모든 구간 환승역(51개)의 절반에 가까운 23개나 있다. 환승인원이 가장 많아 2호선 역세권 일대는 분양시장에서 분양흥행 보증수표이자 노른자 땅으로 통한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둥근 벨트 모양으로 연결된 2호선 축을 ‘싱글 벨트’라고 불린다.

5호선의 경우 서울을 동서로 이어주며 광화문, 여의도, 영등포, 마곡지구 등 주요 업무지구를 관통해 업무라인으로도 불린다. 5호선 라인 또한 오피스텔 공급이 가장 활발한데 대표적으로 여의도와 여의도가 속해 있는 영등포구가 있다.

이들 지역은 지금도 풍부한 임대수요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영등포동에는 지난해 상반기 기준 7800여개 기업체와 4만5000여명의 종사자가 근무 중이다. 인근 여의도동은 8000여개의 기업체와 15만여명의 근로자가 있다. 특히 여의도는 서울 도심권 및 강남권과 함께 서울 3대 업무지구로 꼽히는 곳으로, 은행을 비롯해 ▲증권 ▲보험 ▲방송 ▲국회 관련 시설이 밀집해 있다.


5호선 라인의 오피스텔 대표적인 공급지역으로 서울의 마지막 산업단지인 강서구 마곡지구와 인접한 화곡역, 까치산역, 목동역, 오목교역 등 일대도 오피스텔 등 공급이 활발한 편이다.

7호선 라인은 부평, 부천을 거쳐 반포, 논현, 노원 등을 지나는 노선이다. 7호선의 경우 속속 연장이 이뤄지고 있다. 양주 연장선의 경우 양주 옥정지구를 출발, 서울 도봉산역에 이르는 15㎞ 구간을 잇는 것으로 양주 옥정지구 및 의정부 민락지구부터 강남까지 50분 만에 진입할 수 있어 또 다른 황금노선으로 불려왔다.     

7호선 청라 연장선은 7호선 석남역과 공항철도 청라국제도시역까지 10.6㎞를 연결하는 사업이다. 2027년 개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총 6개 정류장이 건설되고 1조300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된다.  

이용객 많은 서울 지하철 2·5·7호선 
인원 상위 1~3위 역세권 오피스텔 주목

7호선 청라 연장의 가시화와 기업체가 몰리자 청라지역의 오피스텔 공급 또한 활기를 띠고 있다. 먼저 신세계그룹이 2024년 준공 목표로 스타필드 청라국제도시점(가칭)을 준비하고 있다. 코스트코 청라점(가칭) 신축 공사도 예정돼 있다. 이외에도 하나금융타운과 청라 의료복합타운 등도 준공 예정이다. 

이들 역세권 오피스텔 분양은 잇따라 성공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4월 2호선 신설동역 역세권 입지를 갖춘 주거형 오피스텔 ‘신설동역 자이르네’는 41.98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고 마감에 성공했다. 같은 달 분양한 ‘잠실 에떼르넬 비욘드’는 지하철 2호선 잠실역을 도보로 이용 가능한 점이 눈길을 끌며 평균 15.75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 8월 대명이십일이 서울 강동구 일대에 공급한 ‘디유니크 강동 투웨니퍼스트’는 홈페이지를 통해 진행된 청약 접수 결과 3개군 총 70실 모집에 384건이 접수돼 평균 5.49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최고 경쟁률은 3군에서 나온 16.86대1로 집계됐다. 단지는 주변으로 지하철 5호선 강동역과 길동역이 위치해 더블역세권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는 단지로 주목받았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2호선, 5호선, 7호선은 이용객이 많을 뿐만 아니라 오피스텔의 주요 고객이 젊은 직장인 수요가 많다”며 “서울의 경우 아파트의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데다 주거의 대안으로 공간 활용이 좋은 2~3룸의 오피스텔이 주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서울 지하철 2·5·7호선 역세권 오피스텔.

 

 

▲신림 에스포레 오피스텔= 서울 관악구 일대에 ‘신림 에스포레 오피스텔’이 공급 중이다. 단지는 지하 2층~지상 19층 규모로 공동주택 16세대, 오피스텔 48실, 근린생활시설 4실 규모다. 지하철 2호선 신림역과 경전철 신림선 신림역, 당곡역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는 초역세권 단지로 빠른 출퇴근을 원하는 20~30대 젊은 직장인 수요를 흡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하철을 통해 GBD, YBD 등 서울의 주요 업무지구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어 직주근접이 가능하다. 신림역세권 개발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 미래가치가 높다. 관악구는 지난해 ‘신림지구중심 지구단위계획 재정비’ 용역에 착수하는 등 본격적인 개발을 준비하고 있다. 약 50만㎡ 부지 신림역 일대의 상업문화 기능을 강화하고, 경전철 신설 역세권 주변을 근린상업중심지로 육성하는 사업이다.

더블역세권 
프리미엄

단지 주변으로 롯데백화점 관악점, 타임스트림, 르네상스 쇼핑몰 등 쇼핑시설이 풍부하다. 약 40만㎡ 규모의 보라매공원이 인근에 있는데다 쾌적한 휴식을 즐길 수 있는 도림천도 가까이 있어 산책을 즐기기 좋다. 신림동 생활 인프라를 모두 누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별빛거리 입구에 위치해 생활이 편리하다. 이 밖에 에이치플러스, 신림동 주민센터, 하나은행 신림역지점 등도 가까이 있다.

 

 

▲아크로 여의도 더원=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핵심 위치에 들어서는 ‘아크로 여의도 더원’이 본격적인 분양에 들어간다. 여의도 증권가인 옛 유수홀딩스 빌딩 자리에 들어서는 하이엔드 오피스텔. 최고 29층, 전용 49~119㎡ 총 492실로 구성된다. DL이앤씨의 하이엔드 브랜드인 ‘아크로’를 오피스텔에 적용한 첫 단지인 만큼 입지나 제품 구성이 뛰어나다. 위치는 지하철 5·9호선 여의도역, 여의도공원, 여의도한강공원, IFC몰, 더현대서울 등으로 걸어서 이용할 수 있다. 지하 연결통로로 이용해 복합쇼핑몰을 도보 2~5분 거리에서 누릴 수 있다. 

20~30대 
수요 흡수

고급 주거시설에 걸맞게 커뮤니티 시설도 남다르다. 규모만 973평으로 최고급 자재로 마감한 수영장, 골프클럽, 피트니스 센터, 오픈 라이브러리, 루프톱 가든 등이 들어선다. 수영장은 228평 규모로 25m 레일 2개가 설치된다. 바데풀, 선베드, 사우나 등의 시설이 갖춰져 럭셔리한 호텔 리조트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냉장고, 식기세척기, 건조기, 인덕션 등 각종 가전제품과 명품 수전 브랜드인 제시, 아트월 세라믹타일, 현관 중문 등이 무상으로 제공된다. 

개발 호재도 있다.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에 따르면 서울도심, 여의도, 강남 등 3도심의 규제 완화를 통해 용도지역제 대신 ‘Beyond Zoning(비욘드 조닝)’ 개념의 도입과 함께 건물 높이 제한 35층의 규제가 사라질 예정이다. 또 2500억원을 투자해 여의도를 디지털 금융특구로 조성한다. 핀테크 산업 집중 육성을 위해 2025년까지 ‘서울디지털금융허브지원센터’를 신설하고 글로벌 금융오피스를 확대 조성해 서울 소재 해외금융기관을 250개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여의도에 위치한 글로벌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규모)도 올해 기준 10개에서 40개까지 늘려 금융중심지-도심권-강남권을 유기적으로 연계하겠다는 계획이다. 

대학가·업무용 빌딩 밀집
대학생·직장인 수요 풍부 

 

▲상봉역 유보라 퍼스트리브= 반도건설이 서울 동북부권 상봉역세권에서 ‘상봉역 유보라 퍼스트리브’ 오피스텔과 단지 내 브랜드 상가 ‘상봉역 포 스퀘어’를 동시에 분양한다. 서울 중랑구 상봉동 91-4, 91-7번지 KT&G 부지에 지하 7층~지상 18층, 전용면적 39~84㎡, 196실 규모로 지어진다. 단지 내 브랜드 상가인 상봉역 포 스퀘어는 지하 1층~지상 3층, 총 89호실 규모다. 상봉역 유보라 퍼스트리브는 주택 시장에서 인지도가 높은 반도건설의 브랜드 ‘유보라’를 적용했다. 

노후주택비율이 높은 상봉동에 들어서는 신규 오피스텔인 만큼 희소성이 높다는 평가다. 중도금 납부조건은 무이자 혜택을 포함한다. 상봉동에서 드문 단층구조 2~3룸 구성된 중소형 타입이 전체 호실의 절반이 넘는 112실을 차지한다. 소형 타입은 1.5룸 2베이 설계를 채택해 공간 활용성을 높였다. 


상봉역 포 스퀘어는 반도건설이 선보이는 상봉동 첫 브랜드 상가다. 반도건설은 근린시설과 휴식·문화공간을 갖춘 공간설계를 도입하고 생활밀착형 상품을 구성해 고객 체류 시설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상봉동은 경기도와 강원지역 관문이자 서울 동북부 교통 요충지로 꼽힌다. 단지로부터 도보로 2분 거리에 위치한 상봉역은 지하철 7호선과 경춘선, 경의중앙선, KTX중앙선이 관통하는 쿼드러플 역세권이다. 상봉역에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B노선이 들어설 예정이다.

고급 주거시설
커뮤니티 갖춰

단지 인근에는 쿼드러플 역세권을 비롯해 망우로 6차선 대로변이 위치해 유동인구비율이 높다. 입주민 고정수요와 함께 상봉재정비촉진지구와 상봉터미널재개발 등 미래수요도 호재로 꼽힌다. 상봉재정비촉진사업은 주택 7800호와 인구 1만9000명 규모의 지구를 형성하는 프로젝트다. 2027년 완공 예정인 상봉터미널 재개발사업은 공동주택, 오피스텔, 판매시설 등을 포함한다. 

생활 인프라시설은 도보권에 위치한 코스트코와 홈플러스, 이마트, 엔터식스, CGV 등이 있다. 교육시설은 단지 반경 1㎞ 내 초등학교 5개소와 중학교 3개소, 고등학교 3개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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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협상’ 일본과 비교해보니⋯

‘관세 협상’ 일본과 비교해보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트럼프발’ 통상 전쟁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앞서 못 박은 시한은 끝났다. 우리나라는 유예 기간이 끝나기 전날 타결했다. 이제 협상 결과를 두고 계산기를 두드려야 할 때다. 일본과 유럽연합(EU), 그리고 한국. <일요시사>가 세부 내용을 들여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각국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을 상대로 돈을 번, 즉 대미 무역 흑자를 거둔 나라들이 표적이 됐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부터 전 세계는 ‘트럼프발’ 통상 전쟁에 휘말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숫자를 외칠 때마다 세계 경제가 요동쳤다. 하루 전 극적 타결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다소 늦게 통상 협상을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지난 6월 조기 대선이 치러질 때까지 ‘무정부’ 상태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탄핵심판 등 대형 정치 이슈가 거듭되면서 미국과 협상을 하고 싶어도 테이블에 앉을 사람이 마땅치 않은 상태였다. 실제 한덕수 전 국무총리나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등이 협상에 나섰지만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 새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제동을 걸었다. 또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 선언, 최 전 부총리 탄핵안 상정 등의 상황이 겹치면서 미국과의 협상은 큰 진전 없이 시간만 흘렀다. 이후 이재명 정부가 출범했다. 우리나라는 좀처럼 미국 실무진과 접점을 찾지 못했다. 그 사이 트럼프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모든 한국산 제품에 대해 산업별 관세와는 별도로 25%의 일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시한은 지난 1일로 못 박았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FTA 체결로 사실상 무관세 수준이었기에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 경제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자동차나 반도체 등 핵심 수출 품목에 붙는 관세 외에도 비관세 장벽(관세 이외의 수단으로 무역을 제한하는 조치)을 허물라는 압박도 가해졌다. 쌀이나 소고기 등 농·축산물 시장 개방, 정밀 지도 반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이 협상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국내 상황과 맞물려 쉽게 내주기 어려운 조건들이었다. 일·EU와 같은 15%로 막아 대미 투자는 3500억달러로 협상도 난항을 겪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 통상 협상을 하루 앞두고 출국하려다 미국 측의 취소로 불발하는 일이 일어났다. 앞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방한을 닷새 앞두고 일정을 취소하기도 했다. 미국 고위급 인사들과의 만남이 잇따라 무산되면서 ‘한미 관계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일본과 유럽연합(EU)이 차례로 미국과 협상을 타결하면서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특히 일본의 협상 결과가 공개되면서 우리나라가 최소한으로 맞춰야 할 기준이 생겨버렸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자동차 등 수출 품목이 일부 겹치기에 일본보다 관세가 높아지면 수출 경쟁력이 망가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일본과 무역 협상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일본산 수입품에 부과하는 상호관세는 15%다. 기존 25%에서 10%포인트 줄어들었다. 일본이 미국에 5500억달러(약 759조원)를 투자할 것이고 이 중 90%의 수익을 미국이 받게 된다고도 했다. 동시에 자동차와 농산물을 일부 개방한다는 조건도 달렸다. 지난달 27일에는 미국과 EU가 관세 협상을 타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EU로부터 수입되는 모든 품목에 대해 일괄적으로 1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산 에너지 7500억달러(약 1030조원) 구매 및 대미 투자 6000억달러(약 820조원) 확대 방안을 담은 ‘무역협정 틀’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일본과 EU의 협상 타결로 미국의 협상 전략이 윤곽을 드러냈다. 관세를 낮추는 조건으로 무엇을, 얼마나 내놓느냐가 관건이 된 것이다. 관심이 집중된 부분은 대미 투자액이었다. 애당초 통상 전쟁 자체가 타국이 얻는 대미 무역 흑자를 줄이겠다는 명목으로 시작된 터라 트럼프 대통령은 상대국에 대미 투자라는 일종의 ‘청구서’를 요구한 셈이다. 일본이 5500억달러, EU가 6000억달러를 미국에 각각 투자하기로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리나라에 날아올 청구액에 관심이 쏠렸다. 협상 시한이 다가오면서 언론보도 등을 통해 3000억달러, 4000억달러 등의 추측이 난무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제멋대로’ 외교에 우리나라 협상팀이 휘둘리고 있다는 말도 나왔다. 쌀 소고기 지켰다는데 우리나라는 협상 시한을 하루 앞둔 지난달 31일 한국산 제품에 대한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을 골자로 협상을 타결했다. 일단 일본, EU와 동일한 수준으로 관세 인하를 이끌어낸 것이다. 관심을 모았던 자동차 관세율은 15%, 철강·알루미늄·구리는 기존 관세율(50%)을 유지하기로 했다. 또 반도체와 의약품 관세 부과 시 최혜국 대우도 약속받았다. 다른 나라보다 불리한 관세를 적용받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부분도 일본, EU와 같은 합의 내용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민감한 품목으로 분류됐던 쌀과 쇠고기 등의 개방은 하지 않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농산물 전면 개방을 언급해 향후 변동 가능성을 지켜봐야 한다. 대미 투자액은 3500억달러(약 490조원)로 결정됐고 1000억달러(약 140조원) 상당의 액화천연가스(LNG) 또는 기타 에너지 제품을 수입하기로 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한국과 일본의 대미 무역 상황은 지난해 기준 각각 660억달러 흑자, 685억달러 흑자로 규모가 유사한 상황에서 일본보다 작은 규모인 3500억 달러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며 “기업이 주도하는 조선펀드 1500억달러를 제외하면 우리 펀드 규모는 2000억달러로 일본의 36%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합의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미국과 조선업 분야 협력을 확대하기로 한 것”이라며 “한미 조선협력펀드 1500억달러는 선박 건조, MRO(유지·보수·정비), 조선 기자재 등 조선업 생태계 전반을 포괄한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협상팀은 조선 협력을 내세운 게 협상 타결의 ‘키’였다고 자평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브리핑을 하며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가 협상 타결에 가장 큰 기여를 했다고 밝혔다.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뜻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구호인 ‘매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에서 따온 표현이다. 자동차는 관철 못 해 아쉬운 부분으로는 자동차 관세를 꼽았다. 이전까지 우리나라 자동차는 관세가 0%였다. 2.5%였던 일본과 비교해 근소하게 가격 경쟁력을 가졌다. 하지만 이번 협상 타결로 일본과 똑같은 15% 관세가 결정되면서 자동차 업계는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됐다. 우리나라 협상팀이 끝까지 자동차 관세 12.5%를 요구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 15%’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큰 고비를 하나 넘었다”며 “이번 협상으로 정부는 수출 환경의 불확실성을 없애고 미국 관세를 주요 대미 수출 경쟁국보다 낮거나 같은 수준으로 맞춤으로써 주요국들과 동등하거나 우월한 조건으로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고 평했다. 협상 결과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성공과 실패를 떠나 일단 ‘최악은 면했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협상 타결이 이뤄지기 전까지 유예 기간을 놓쳐 관세 25%를 맞을 수도 있다고 우려한 것에 비하면 나름 ‘선방했다’는 의견이다. 동시에 미국이 내민 청구서의 구체적인 부분을 더 살펴야 한다는 신중론도 존재한다. 일본 등은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타결 발표와 실제 합의 내용이 다르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결정된 사항을 즉흥적으로 바꾸는 등 외교 과정에서 ‘오락가락’하는 면모를 보인 적이 여러 차례 있다.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불확실성을 극대화하는 협상 기술을 사용한다는 평이다. 정밀 지도·국방비 등 안보 이슈 백악관서 만나 대통령끼리 담판?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나라와의 협상 타결 내용을 발표하면서 언급한 정상회담이 ‘진짜’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는 “한국이 투자 목적으로 상당한 금액을 추가 투자하기로 합의했다”면서 2주 내로 이재명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투자액이 발표될 것이라고 했다. 추가 청구서가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 통상 협상에서 논의되지 않은 정밀 지도 반출 문제가 협상 테이블에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지도 반출 등 안보 사안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별도로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지도 반출과 관련해) 우리가 계속 방어해왔다. 추가 양보는 없다”고 말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3월 <2025 국가별 무역 장벽 보고서>에서 정밀 지도 반출 제한을 한국과의 디지털 무역 장벽 중 하나로 지목했다. 우리나라 정부는 군사기밀 유출을 우려해 정밀 지도의 국외 반출을 막아왔다. 정밀 지도에 해외 기업이 가진 위성사진을 결합하면 국가 안보와 직결된 지도 정보로 완성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정계와 IT업계는 정밀 지도를 반출해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협상에서는 다뤄지지 않았지만 정상회담의 의제로 오를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뜻이다. 주한미군 주둔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문제도 거론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들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5% 이상을 국방비 예산으로 잡으라고 압박했다. 우리나라에도 대선 후보 시절부터 방위비 분담금으로 100억달러를 내야 한다고 여러 차례 말하는 등 전방위로 요구한 바 있다. 추가 청구 나올까? 한미 정상회담은 이 대통령의 ‘외교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 G7 정상회의에 참석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지 못했다. 나토 회의에는 이 대통령 대신 위성락 안보실장이 참석했다. 이번 정상회담이 ‘안보’ 회담이 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딜을 벌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