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치다꺼리’ 등골 빠지는 롯데케미칼 딜레마

‘자회사 뒷바라지’ 허리 휘는 화학 공룡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롯데케미칼이 녹록지 않은 경영 환경에 직면했다. 그룹 차원의 대규모 투자에 선봉으로 나섰지만, 나빠진 업황에 발목을 잡힌 형국이다. 가뜩이나 힘든 마당에 레고랜드발 악재마저 겹쳤다. 자회사 뒷바라지에 힘이 부치는 기색이 역력하다.

그동안 롯데그룹에서 중추 역할을 맡았던 사업 회사는 유통업을 영위하는 롯데쇼핑이었다. 롯데쇼핑은 안정적인 현금 창출 능력을 바탕으로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맡았고, 롯데쇼핑이 만든 토대 위에서 롯데그룹은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분주한 행보를 거듭했다.

변방에서
주력으로

하지만 롯데쇼핑의 위상은 최근 들어 눈에 띄게 낮아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유통 부문이 침체를 겪은 데다,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된 시장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수익성 하락이 가속화된 탓이다. 실제로 2018년 4031억원이던 영업이익(별도 기준)이 지난해 861억원으로 급감하는 등 최근 롯데쇼핑의 실적은 완연한 하향세였다. 

롯데쇼핑이 침체를 겪는 사이 무게추는 롯데케미칼로 옮겨졌다. 그룹의 화학 부문을 이끄는 롯데케미칼은 2015년 10월 삼성그룹 화학 계열사 인수 이후 롯데그룹의 주력으로 자리매김했다.

롯데케미칼의 위상 강화는 눈에 띄는 실적 상승세가 뒷받침됐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1조5000억원대 영업이익(연결기준)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330.3% 증가한 수치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친환경 사업에서의 12조원을 포함해 전체 매출을 50조원까지 끌어올린다는 포부를 밝힌 상황이다.


롯데케미칼은 최근 그룹 미래 먹거리 발굴 작업을 최전선에서 진두지휘하고 있다. 올해 초 수소에너지, 배터리 소재, 리사이클 관련 신사업에 진출해 기업가치를 제고하겠다는 내용의 중장기 전략을 실행에 옮기기 시작한 것이다.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역시 같은 맥락이다. 지난 11일 롯데케미칼은 미국 배터리 소재 지주사 롯데배터리머티리얼즈USA가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 계약(지분 53.3%)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롯데케미칼이 100% 지분을 보유한 롯데배터리머티리얼즈USA는 국내 및 해외 기업결합신고를 마친 뒤 관련 인수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국내 1위, 세계 4위 동박 생산 업체인 일진머티리얼즈는 올해 상반기에 매출 3885억원, 영업이익 468억원을 기록했다. 국내외 유수의 배터리 회사와의 장기 공급계약 등으로 안정적인 현금 흐름이 예상된다. 롯데케미칼은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를 계기로 유럽 및 미국 등 주요 시장 선점을 통해 글로벌 배터리 소재 선도 기업으로 자리매김한다는 복안이다.

그룹 전체가…
우려의 시선

롯데그룹은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를 통해 2차전지(배터리) 4대 소재(양극재, 음극재, 전해액, 분리막) 가치사슬(밸류체인)을 완성하게 됐다. 최근 롯데케미칼은 분리막(PE) 생산 및 배터리 전해액 유기용매(EC, DMC)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롯데알미늄과 롯데정밀화학은 각각 양극박, 동박(솔루스첨단소재 지분투자) 사업을 진행 중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롯데케미칼의 외형 확장 속도가 너무 빠른 것 아니냐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투자금 조달 부담이 가중될 경우 그룹 전체가 위험에 노출될 여지를 남기기 때문이다. 

일단 일진머티리얼즈 인수에 따르는 대가가 예상치를 뛰어넘는 것으로 알려진 이후 이 같은 우려가 더욱 힘을 받는 모습이다. 롯데케미칼이 일진머티리얼즈를 인수하는 데 투입한 비용은 2조7000억원이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해도 인수 금액이 높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나마 롯데케미칼의 튼실한 기초체력은 세간의 우려를 일정 부분 희석시키는 요소다.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롯데케미칼의 보유 현금(현금성 자산+단기금융상품)은 2조8164억원에 달하고, 부채비율과 순차입금의존도는 각각 52.1%, 3.9%에 불과하다.

하지만 현금성 자산을 모두 인수자금으로 쓸 수 없기 때문에 추가 재원 마련 방안을 생각해봐야 한다. 게다가 최근 본격화된 인도네시아 초대형 석유화학단지 조성 사업에 대규모 자금 투입이 예정된 만큼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해당 사업을 위해 책정된 금액만 39억달러(약 5조6082억원)에 달한다.

쇼핑 제치고 주춧돌 노릇…순풍 타는가 했더니
곳곳에서 경고음 속출…때 아닌 계열사 뒷수습

올해 들어 한풀 꺾인 성장세는 롯데케미칼의 연이은 대규모 투자에 물음표를 붙이는 또 다른 이유다. 롯데케미칼의 올해 상반기(연결기준) 영업이익은 612억원으로, 전년(1조2178억원) 대비 급감했다. 특히 2분기에는 영업손실 214억원을 냈는데, 원료 가격의 상승과 수요 둔화가 실적 부진의 배경으로 꼽힌다.

하반기 전망 역시 불투명하다. 롯데케미칼의 3분기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평균 전망치)는 매출 5조1885억원, 영업적자 823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6.81% 증가가 예상되지만, 영업손실로의 전환이 유력한 분위기다.

재정에 대한 지적마저 나오는 형국이다. 지난 12일 한국신용평가는 보고서를 통해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후 롯데케미칼의 재무안전성이 저하되고 신용등급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약화된 영업현금 창출력, 인도네시아 나프타 분해시설(NCC) 투자 계획, 자본적 지출(CAPEX) 증가 추세, 신규 동박 사업에 요구되는 후속 투자 소요 등을 감안하면 롯데케미칼의 재무안전성이 상당 수준 저하될 것으로 본다”며 “인수자금 조달 구조와 그에 따른 재무구조 변화가 중요한 요인이 될 전망”이라고 언급했다.

롯데케미칼의 그룹 내 역할이 생각 이상으로 크다는 점도 불안요소가 될 수 있다. 단순히 그룹 화학 부문을 주도하는 선에서 그치지 않고, 타 분야 계열회사의 리스크를 떠안아야 하는 롯데케미칼의 현실이 악재로 작용할 여지를 남기는 분위기다. 

겹겹이 악재
산 넘어 산

지난 18일 롯데건설은 운영자금 2000억원을 확보하기 위해 신주 171만4634주를 발행하는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롯데지주의 손자회사인 롯데건설에서 단기 운영자금이 부족해지자, 롯데케미칼 등이 자금 지원에 나선 모양새다.

롯데그룹 지배구조는 롯데지주→롯데케미칼→롯데건설로 이어지며, 롯데건설 지분 43.79%를 보유한 롯데케미칼은 이번 증자 결정으로 870억원가량을 투입해야 한다.

또한 롯데케미칼은 지난 20일 공시를 통해 롯데건설에 내년 1월18일까지 단기자금 5000억원을 6.39% 이율로 대여한다고 공시했다. 대여금은 연결기준 지난해 말 자기자본의 3.24% 규모다.


이 같은 일련의 조치는 ‘레고랜드 사태’와 연관돼있다. 롯데건설은 서울 둔촌 주공아파트 재건축 사업에 참여 중인데, 최근 강원도 레고랜드 채권 채무불이행 사태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해당 사업의 PF 차환 발행이 어려워졌다. 

롯데케미칼 입장에서 롯데건설 지원은 남는 게 없는 결정이나 마찬가지다. 한창 투자금을 끌어오기도 모자란 판국에, 자회사로 현금이 유출된 양상이다. 

롯데건설의 자금 여력이 개선되지 않으면 롯데케미칼은 최악의 경우 빌려준 돈을 제때 받지 못할 수 있다. 이 여파는 롯데그룹 전반에 미치게 된다. 롯데케미칼이 그룹 계열회사 전체의 신용도를 평가하는 지렛대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최근 롯데케미칼의 주가는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 18일 16만6000원이었던 롯데케미칼 주가는 이후 꾸준히 하락하더니, 지난 26일에는 14만4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는 코로나 사태로 글로벌 증시가 폭락했던 2020년 3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내 코가 
석자인데…

주가 하락이 심상치 않자 롯데케미칼 경영진은 주가 방어에 나서야 했다. 지난달 25일 롯데케미칼은 김교현 대표이사 등 경영진 16명이 최근 총 2760주의 회사 주식을 취득했다고 밝혔다. 취득 평균단가는 약 16만1000원으로, 약 4억4000만원 규모다. 롯데케미칼 측은 책임경영 강화 및 주주가치 향상을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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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