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설의 조건’ 검찰-유동규 빅딜설 실체

충신? 간신? 어떤 유혹에 넘어갔나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일반 살인보다 면식범의 살인이 더 잔인한 경우가 많고, 타국과의 전쟁보다 내전이 더욱 살벌한 경우가 많은 법이다. 지난 24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측에서 내전이 발발했다. 구속 기한이 만료돼 풀려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 본부장이 이 대표에게 날선 폭로를 연일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이 대표의 오른팔이었던 그가 갑자기 변심한 이유는 무엇일까.

더불어민주당이 장외투쟁에 돌입했다.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청 앞에는 약 1200명(민주당 추산)의 민주당 관계자가 모여 ‘민생파탄·검찰독재 규탄대회’를 열고 윤석열정부와 국민의힘을 공개 비판했다. 1000명이 넘는 규모의 인파가 국회에 모여 행사를 진행한 것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 이후 처음이다.

민주당 1200명
장외투쟁 조짐

이 모임의 주동자라고 여겨지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 자리에서 “국가의 운명이 달린 안보가 위태롭고 민생과 경제는 파탄 지경인데 컨트롤 타워는 대체 어디에 가 있나”라며 “이런 위기 속에서도 정부는 일부 정치검찰을 앞세워서 공안통치로 야당을 탄압하고 전 정부를 공격하는 데 국가 역량을 소진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이날 규탄대회는 전날인 25일부터 이어져왔다. 첫 대회는 국회 본청 내 로텐더홀에서 열렸고 다음날엔 야외로 나와 규탄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민주당 측 관계자는 검찰이 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한 후 이날 규탄대회가 계획돼있었다고 언론에 알렸다.


그러나 많은 이들은 전날 있었던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폭로 때문이라 믿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일 석방된 유 전 본부장은 매일 ‘폭로성’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이 대표와 오랜 시간 함께 일해온 만큼 그의 폭로는 구체적이고 치명적이었다. 

유 전 본부장은 “형제라고 불렀던 사람들에게 배신감을 느꼈다. 이제는 사실만 이야기하겠다”며 “내가 벌받을 건 받고, 이재명 명령으로 한 건 이재명이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나가 나왔다 싶으면 또 하나가, 그리고 또 하나가 나올 것이다. (이 대표를)천천히 말려 죽일 것”이라고 다소 수위 높은 발언을 했다. 

그의 ‘폭로 예고’에 다급해진 건 이 대표 측이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이 폭탄 발언을 하기 바로 전날부터 이 대표 측에 대한 이빨을 본격적으로 드러냈다.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전격 구속시킨 것이다.

검찰은 김 부원장을 체포한 이유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들었다. 그가 지난해 4~8월경 유 전 본부장, 정민용 변호사, 남욱 변호사 등에게서 총 8억4700만원가량의 불법 자금을 받았다고 의심하는 것이다.

지난해 8월경은 민주당 대선 경선 기간으로, 경선 초기 세가 약했던 이재명 캠프는 정치자금이 절실했던 상황이었다. 돈을 받았다고 의심하는 시기에 김 부원장은 이재명 캠프에서 총괄부본부장을 맡고 있었다.


돈의 액수와 돈을 받은 시점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검찰은 그가 받은 8억이 대선 경선 운동에 쓰였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김 부원장의 구속을 두고 정계는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는 중이다. 야권은 ‘야당 탄압’의 일환이라며 반발했고, 여권은 ‘정당한 수사’라는 입장이다. 다만 법조계는 김 부원장 구속에 대한 사실 자체보다 경찰이 그에게 적용시킨 혐의점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

당초 대장동 수사를 하고 있던 검찰이 뜬금없이 왜 ‘불법 대선자금’ 혐의를 적용했냐는 것이다.

‘오른팔’ 연일 폭로…변심 이유는?
불법 대선자금 판도라 상자 열리나

검찰은 그동안 김 부원장이 성남시의원 재직 시절부터 대장동 관련 사업에 깊게 관여돼있다고 의심해 다각도로 수사를 펼치고 있었다. 대장동 사건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성남도시공사가 개발한 택지의 막대한 이익을 ‘화천대유’라는 회사가 가져간 사건이다.

여기서 남 변호사는 투자자문사 킨앤파트너스와 화천대유 사이의 금전 거래 구조를 만들어낸 ‘설계자’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남시가 개발한 도시의 개발 이익금 수천억원을 특정 회사에서 가져갔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여론의 질타가 쏟아졌다.

여론의 질타는 ‘도시 개발에 관련된 사람들의 도움이 없이 어떻게 가능했겠냐’는 의심에서 출발한다. 여기서 도시개발에 관련된 사람들로는 이 대표의 측근들이 언급됐다.

명실상부 이 대표의 오른팔로 자리매김한 정진상 민주당 대표실 정무실장부터 유 전 본부장, 그리고 김 부원장 등이다. 검찰은 해당 의심들을 바탕으로 사건을 수사하고 있었다.

따라서 검찰이 김 부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집행할 때 정계에선 검찰이 드디어 ‘대장동 단서’를 찾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세간의 예측과는 달리 검찰이 문제삼은 것은 지난 대선 경선 과정에서 받은 대선 후원금이었다.

대장동 수사에 집중하고 있었던 수사팀이 대선자금부터 수사하는 것을 보고 법조계는 “유 전 본부장이 구체적인 증언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유 전 본부장의 증언을 토대로 불법 대선자금을 밝혀낸 뒤, 연결고리를 찾아내 대장동까지 칠 것이라는 예측을 하는 것이다.


검찰은 최장 20일인 구속 기간 동안 김 부원장에게 8억원의 사용처와 이 대표와의 연결고리를 집중 추궁할 계획이다. 또 돈을 건넨 사람 중 남 변호사가 포함된 것으로 미뤄볼 때, 대장동 수사에 대한 연결고리도 함께 알아낼 전망이다.

특히, 남 변호사가 8억원을 건넨 이후 김 부원장에게 부동산 신탁회사 설립과 경기 안양시 개발사업을 위한 탄약고 이전을 청탁했다는 진술이 확보된 것으로 알려져 수사는 더욱 탄력받는 모양새다.

연결고리
시나리오

지난 1년간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했던 ‘대장동 수사’가 유 전 본부장의 결정적인 진술로 구체화되며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대표의 측근으로 알려진 유 전 본부장이 검찰에 협력적인 자세를 취한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힘을 받는 추측은 그가 검찰과 형량 거래, 이른바 ‘플리바게닝(Plea Bargaining)’을 했다는 의심이다. 실제로 유 전 본부장이 석방될 때, 검찰은 그에 대한 추가 구속을 ‘의도적으로’ 하지 않았다는 의심을 수차례 받았다. 검찰은 석방 이유로 “법원이 위례 신도시 개발 의혹 사건을 기존 대장동 사건과 병합하지 않기로 해 석방된 것”이라고 밝혔다.

법원이 병합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구속 기간이 만료될 때마다 다른 사건을 찾아내 연장하던 그동안 검찰의 관례를 비춰볼 때, 유 전 본부장에 대한 구속에 의지가 약한 것으로 해석된다.


검찰이 일부러 유 전 본부장을 풀어줬다는 것은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전날 김 부원장을 구속하면서 ‘유 전 본부장을 풀어주고, 김 부원장을 구속하는’ 그림이 연출됐다.

우호적이지 않던 시절에 풀어준 것이 아니라 수사에 매우 협조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상황에서 석방한 것으로 볼 때 민주당 측은 ‘검찰과 유 전 본부장 사이의 모종의 사법거래가 있을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친명(친 이재명)계의 좌장격 인물로 알려진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유동규씨가 구속돼있다가 재판 도중 석방됐는데, 속된 말로 거래가 있지 않았겠냐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검찰 동의하에 석방됐는데 그 진술의 신빙성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느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정 의원은 “유 전 본부장을 대장동 일당과 친밀한 관계로 묶었는데, 김 부원장은 이들과 본질적으로 다른 사람”이라는 의견을 덧붙였다.

같은 당 박주민 의원도 “유동규씨 신병 확보와 관련해 검찰청에서 기자들과 차장 검사의 티타임이 있었는데 ‘병합이 돼야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이렇게 말했다”며 “병합이 안 되면 구속영장 관련해선 되는 게 없다는 취지로 이해된다. 병합과 구속영장이 하나의 전제조건이고 필수조건이냐”고 일침했다.

8억원 타고
대장동으로

민주당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그의 석방 문제뿐만이 아니다. 민주당은 검찰이 유 전 본부장의 혐의를 ‘뇌물죄’가 아닌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적용한 것을 두고 “검찰이 형량이 비교적 낮은 ‘정치자금법’을 적용해 유 전 본부장을 회유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뇌물죄는 액수에 따라 10년 이상 또는 무기징역까지 가능한 중죄다.

그에 반해 정치자금법의 형량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법정형이 정해져 있다. 정치자금법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사례 중 형량을 비교적 길게 받았다고 일컬어지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도 징역 2년과 추징금 8억8300만원(뇌물 약 9억원 수수 추산)을 선고받은 바 있다.

한 법조계 인사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사실 뇌물을 받았다는 의심을 받는 사람은 ‘뇌물죄’나 ‘정치자금법 위반’이나 형량에 큰 차이가 없다”며 “내가 알기론 약 1000만원 정도 벌금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러나 뇌물을 받은 쪽은 어떤 혐의를 적용받냐가 매우 중요한 문제다. 정치자금법으로 처벌받는 쪽이 훨신 형량이 감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 전 본부장은 뇌물을 주고 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따라서 뇌물 수수 의혹이 뇌물죄로 처벌받는다면 5년 이상, 최대 무기징역까지 각오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이 ‘뇌물죄’가 아닌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만큼 심각한 위기에서는 빠져나왔다는 게 법조계의 해석이다.

반면 국민의힘 측은 유 전 본부장과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과의 사이를 주목한다. 김 전 처장은 지난해 12월 검찰 조사를 받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인물이다.

대장동개발사업 당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임무를 맡았던 부서에 근무했고, 유 전 본부장과 함께 초과이익 환수조항을 ‘의도적으로’ 삭제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었다.

석방 사례 이례적…혐의도 ‘정치자금법’
여 “배신감” 야 “검과 형량 거래 의심”

김 전 처장의 사망 소식이 보도되자, 세간의 이목은 이 대표에게 쏠렸다. 그의 재판과 관련된 참고인들이 이미 여럿 죽었던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한 듯 이 대표는 대선후보 시절 한 매체에 출연해 “(김문기 전 처장을)재직 때 몰랐고 하위 직원이었다. 그때 당시 팀장이었을 텐데 제가 이분을 알게 된 것은 경기지사가 됐을 때 기소된 다음에 알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후 김 전 처장과 해외순방을 다녀온 동영상이 퍼지고, 그와 만난 현장 사진이 수차례 등장하면서 이 대표는 ‘거짓말 논란’에 휩싸여야 했다.

김씨의 유족은 지난 2월 기자회견을 통해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8년 동안 충성을 다하면서 봉사한 아버지 죽음 앞에 조문이나 어떠한 애도의 뜻도 안 비쳤다”며 “저희 가족은 더 이상 버틸 수 없어 나왔다”고 주장했다.

유족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 대표와 김 전 처장이 분명히 아는 사이였고, 인연도 굉장히 오래 됐다고 주장했다. 이는 유 전 본부장의 생각과 일치한다. 유 전 본부장은 “왜 변심했느냐”는 취채진 질문에 “(이 대표가)김문기를 몰라? (나랑)셋이 호주에서 같이 골프 치고 카트까지 타고 다녔으면서”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세계에는 의리 그런 게 없더라. 내가 지금까지 착각하고 살았던 것 같다”며 이 대표에게 실망한 기색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그의 발언을 종합해보면 그는 이 대표가 김 전 처장을 몰랐다고 한 점에 크게 실망했고, 그 때문에 본인도 의리를 지킬 필요가 없다고 결심했다.

국민의힘은 유 전 본부장의 변심은 검찰의 사법 거래 때문이 아니라, 김 전 처장을 모른다고 주장한 이 대표의 ‘말’ 때문이라 강하게 믿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는 유 전 본부장과 김 전 처장의 관계다.

사실 김 전 처장을 성남도시개발공사에 끌어들인 인물은 유 전 본부장이다. 검찰 측 주장에 따르면, 김 전 처장과 이 대표의 관계는 이 대표가 정계에 데뷔하기 전부터 이어져왔다.

이후 이 대표가 성남시장에 당선되며 정계에 데뷔하자 김 전 처장은 그의 하위 직원으로 일하기 시작했고, 시장과 경기도지사 시절 통틀어 약 10차례 대면 보고와 회의를 진행했다. 모를래야 모를 수 없는 사이라는 것이 국민의힘과 유 전 본부장의 주장이다.

유 입만
바라보다

폭로를 결심한 이유가 배신감 때문이든, 사법 거래 때문이든 칼날은 이 대표를 향해 빠르게 날아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정치생명은 끝났다’는 평가까지 나오는 가운데, 정계와 언론은 유 전 본부장의 입만 바라보고 있다.


<ingyu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플리바게닝이란?

현재 국내에 정식으로 도입되지 않은 제도지만, 미국과 프랑스, 일본, 영국 등에서 광범위하게 쓰고 있는 ‘형량 거래 제도’다.

특히 미국 같은 경우 형사 사건의 90% 이상이 이 제도를 통해 기소가 이뤄지고 있다.

플리바게닝 제도를 도입하면 결정적인 증언과 단서를 제공받아 범죄자를 효과적으로 색출할 수 있다는 효과를 볼 수 있고, 공익 제보를 통해 피의자가 사회에서의 갱생의 기회를 더욱 폭넓게 보장받는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진실을 추구하는 재판이 ‘거래’로 얼룩진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렵다.

한국에서는 2010년 법무부가 수사 협조자에 대한 형별 감경의 내용을 담은 ‘형사소송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발의된 적이 있으나 반대 의견이 많다는 이유로 국무회의에서 유보시켰다.

공식적인 플리바게닝 도입은 무산됐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오래전부터 암암리에 ‘형법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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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