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 페이스’ 윤석열-정진석 불편한 동행 내막

‘아군? 적?’ 선 넘은 과잉 충성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국민의힘은 모두 자기 정치가 하고 싶은 걸까.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다. 국민의힘 정진석 비대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차기 당권주자로 자신을 봐 달라는 시그널을 보내는 모양새다. 윤 대통령은 일단 힘을 실어줬지만 불편한 기색도 내비치고 있다. 

국민의힘 정진석 비대위원장이 전국 당원협의회 조직 재정비를 예고하면서 당 안팎에서 긴장감이 감돈다. 국정감사가 끝나는 시점에 현재 공석인 사고 당협의 위원장을 새로 선임하고, 당무감사를 진행해 기존 위원장들도 대거 교체하겠다는 방침이다. 국정감사가 끝난 뒤, 전당대회 시즌으로 돌입하는 시기에 당협 줄세우기라는 우려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친윤(친 윤석열) 주도의 물갈이라는 평가가 내려진다. 

대대적인
조직 재정비

이런 탓에 당내 혼란과 분열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당 안정화를 꾀하기 위해 비대위가 출범했지만, 비대위가 혼란을 불러오는 셈이다. 현재 국민의힘의 전국 당협 253곳 중 6개월 이상 위원장이 공석인 사고 당협은 68곳에 이른다. 수치로 환산하면 27% 정도다.

이와 함께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 시절 내정된 16곳의 당협위원장 역시 교체하는 대수술에 착수할 예정이다. 이미 내정됐지만 최고위 의결이 이뤄지지 않아서 새로 공모해야 한다는 게 이유다. 한발 더 나아가 정 비대위원장은 필요에 따라 전체 당협에 대한 당무감사를 실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비대위의 첫 과제치고는 상당히 중대한 사안이다.


또 국정감사가 끝나는 대로 조직강화특별위원회도 구성할 계획이다. 정 위원장이 당 조직 정비를 서두르는 이유는 윤심 세력을 일찍부터 채우려는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당협위원장 인선과 당무감사를 통해 최대 100명까지도 교체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사실상 총선에 미리 대비하겠다는 각오로 읽힌다. 당협위원장 교체는 당내에서 ‘쇄신’이 거론될 때마다 정치권에서 꾸준히 꺼내들던 카드다. 그럴 때마다 상당한 파장을 불러왔다. 

특정 계파 죽이기 논란도 꾸준히 불거져왔다. 앞서 김무성 전 의원이 새누리당 당 대표를 할 때도 몇몇 당협위원장을 교체하면서 내분이 불거진 바 있다.

당협위원장은 지역 당원 조직을 관리하기 때문에 전당대회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다. 차기 전당대회에서도 당협위원장의 입김은 세게 작용할 수 있다. 통상 당원 70%로 진행되는 차기 전당대회에서 당원에게 막대한 영향력을 과시할 수 있기도 해서다.

이런 특징상 당협위원장은 당권을 장악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다. 

내홍 재차 터지기 일보 직전
원외 당협위원장 불러 압박

정 위원장은 전대 룰을 손볼지도 고심 중이다. 유승민 전 의원의 지지율이 압도적인 상황에서 이를 견제하기 위해 마련하는 장치다. 


현재 가장 강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전대 룰 수정 방식은 현 방식인 7:3비율에서 당원 비율을 높이는 방안이다. 이른바 역선택을 막겠다는 취지다. 

이처럼 그가 대대적인 정비에 착수하는 이유는 자신이 주류 세력임에도 불구하고, 불안함을 떨칠 수 없다는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윤정부 입장에서는 차기 당 대표를 입맛에 맞는 인물로 골라야 한다. 2024년 총선에서 패배하면 국정 동력에 바로 타격이 가해질 게 뻔하기 때문이다. 

현재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 지지율 1위는 유 전 의원이다. 당 내에선 역선택이라며 열을 올리고 있지만 그럴수록 유 전 대표는 몸집을 키워가고 있다. 조강특위와 당무감사 카드 역시 유 전 의원 견제용이라는 분석도 존재한다. 

조강특위는 과거 이 전 대표가 띄운 바 있다. 정 위원장은 당협 쇼핑으로 이 전 대표와 갈등을 빚었었다. 그러나 최근 그 화살은 부메랑이 돼 정 위원장에게 그대로 돌아왔다. 

이준석계는 즉각 반발하고 있다. 당협위원장 정리는 명분일 뿐이고 사실상 자신들을 찍어내기 위한 과정이 아니냐는 것이다. 사실상 이 전 대표를 확인 사살하는 것 아니냐는 데서 비롯된 의심이다. 

대놓고 
줄세우기

유 전 의원과 이 전 대표는 바른정당계 인물이다.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중의 핵심이었던 권성동 의원도 바른정당 출신이다. 윤 대통령 취임 직후만 해도 바른정당 출신 인물들이 국정을 주도해왔다.

그러나 현재는 점점 뒷전으로 밀리는 상황이다.

한 이준석계 인사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줄세우기를 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비대위가 정리를 위해 칼을 뽑는 행위가 의심받을 소지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협위원장이 새로 임명되면 차기 당 대표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고 할 수 있다”며 “당권 구도에 영향을 미치는 구도가 돼 충분히 정치적 입김을 발휘한 꼴이 된다”고 우려했다.

이 전 대표 시절에도 당무감사를 진행하려는 계획이 있었다. 그러나 착수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정 위원장은 자유한국당계 인물로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 정무수석으로 근무한 바 있다. 과거부터 쭉 보수정당에 몸을 담아왔다. 

당시에는 계파에 몸담지 않았다는 평가가 내려졌고, 여러 갈등도 잘 봉합해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윤 대통령에게 바짝 엎드리는 모양새다. 그가 윤 대통령을 계속 엄호하고 나서는 이유는 당권 욕심 때문으로 보인다. 정 위원장 본인이 직접 당권을 잡기 위해 포석을 다지는 행위인 셈이다. 


비대위가 출범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정 위원장은 TK(대구·경북) 방문길에 올랐다. 수재민 간담회, 지역 시장 방문 등을 통해 텃밭 민심을 확인하러 가기도 했다.

민심을 챙기겠다는 취지에서 비롯된 공식 행보였지만, 당내에서는 당권으로서 텃밭을 다지기 위한 행동으로 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지역민심이 당권을 좌우하는 영향이 큰 것을 비춰볼 때 마냥 당연한 행보가 아니라는 것.

이 전 대표
확인 사살

윤 대통령과 정 위원장 입장에서는 당권주자들이 완벽한 ‘친윤’이 아닌 게 불안할 수 있다. 직접 전대 출마까지 거론되는 이유다. 정 위원장 본인도 당권 출마에 대해 크게 부인하지 않는 모습이다.

정 위원장의 전대 출마가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당이 여전히 갈라져 있는 데다 이미 그는 과거에 갈등을 중재하는 역할을 여러 번 맡아봤다. 야당과의 관계도 나쁜 편이 아니었다. 

입맛에 맞는 당협위원장을 미리 심어놔야 자신은 물론 윤 대통령에게도 유리하다. 문제는 정 위원장의 행위를 두고 당내에서 여러 비판이 쏟아진다는 점이다. 심지어 신윤핵관으로 분류되는 의원들도 정 위원장을 작심 비판하고 나섰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정권 1년 차에 비대위 지도부라는 비정상적인 운영을 마무리해야 한다”며 포문을 열었다. 전당대회에 몰두해야 할 시점에 갑자기 당 조직을 재편할 이유가 없다고도 꼬집었다. 

이에 대해 한 비대위 관계자는 김종인 비대위 시절에도 당무감사가 진행된 적이 있다며 정 위원장이 계획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계획대로 정비를 해야 하는 명분으로 과거에 진행됐던 전체적인 정비가 당의 기반도 조정할 수 있었고 보궐선거 승리로 이어졌다는 게 정리의 명분이다.

그는 결코 “정치적이거나 이준석계 지우기가 아니다”라고도 강조했다. 반면 비윤(비 윤석열)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은 정반대의 생각을 가진다.

한 비윤계 인사는 “당협위원장 재공모까지는 가능하다 쳐도 당무감사까지는 선을 넘었다”며 “비대위 체제가 오랜 기간 유지되는 게 아니다. 당무감사는 차기 지도부에게 맡겨도 충분하다”고 비판했다.

우선 윤 대통령은 정 위원장의 행보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지난 19일 원외 당협위원장을 초청해 오찬 자리를 가졌다. 

당내서도 비대위원장 월권 비판
대통령실 일부서 불편한 기류도

이날 오찬에서는 나경원(서울 동작구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정유섭(인천 부평갑) 위원장, 경대수(충북 증평진천음성) 위원장 등 100명이 참석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는 정 위원장이 참석했고, 주호영 원내대표, 성일종 정책위의장, 엄태영 조직부총장이 이름을 올렸다.

대통령실에서는 김대기 비서실장, 이진복 정무수석, 전희경 정무1비서관 등도 함께했다.

윤 대통령은 “민생이 시급하다”며 “정치를 선언하고 국민 앞에 나설 때 모든 것을 던지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이날 오찬에 대해 대통령실은 원외당협위원장과의 만남을 당협위원장들의 노고에 감사한 뜻을 전하기 위해 마련했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 원외 지역구에선 당협위원장이 차기 공천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는 만큼 윤 대통령이 사실상 압박을 가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의 압박이 통하지 않을 경우는 변수다. 

장기간 내홍에 지친 국민의힘이 또 다른 분란에 휩싸인다면 고스란히 그 책임은 정 위원장이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정치권도 정 위원장의 계획을 국민의힘의 새로운 내홍 불씨로 본다. 앞서 정 위원장은 ‘낀박’이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다. 

그는 새누리당 역사상 최초 원외 당선자 신분으로 원내대표에 당선된 바 있다. 당시 김도읍 의원과 민경욱 원내대변인 등 친박(친 박근혜)계를 중심으로 원내대표단을 꾸렸으나 친박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당시 정 위원장은 총선 참패 인원을 숙청하는 역할을 맡았다. 비박(비 박근혜)계로 이뤄진 비대위원 인선안을 내놨지만, 친박계가 상임전국위를 무산시켜버렸다. 이는 정 위원장이 안타까운 별명을 얻게 된 계기로 작용했다. 

이 같은 상황은 오히려 혼란을 자초했고, 보수 분열의 시초가 됐다. 현재 국민의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아직도 보수 세력이 화학적인 결합을 이뤄내지 못하고 있는 상태로 이는 민주당에게 연일 공격거리를 제공하는 꼴이다. 

비대위원장은 당 대표를 대신하고 있을 뿐이다. 정통성이 아니면 정당성이 측면을 살펴봐야 한다. 당원들의 임시 체제기 때문이다. 임시 체제에서 당협위원장을 바꾸겠다는 행위가 월권으로 비춰질 수 있다. 대통령이 탄핵을 당했을 때 권한대행이 장관을 싹 바꿔 버리는 행동과 다를 게 없어 보인다. 

비대위는 위기 상황을 관리하는 데 방점이 찍혀있기 때문에 상황을 변화시키기 위한 변화는 오히려 모험이라고 여겨진다. 사실상 자신들이 원하는 당 대표를 세우기 위한 포석을 까는 셈이다. 

완장 차고…
또 닥칠 혼란?

이를 두고 한 정치권 관계자는 “정 위원장이 과도하게 윤 대통령을 향한 충성심을 보이고 있다”며 “오히려 대통령실의 분위기는 정 위원장이 오버한다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1/4에 해당하는 당협위원장은 대의원을 지명하고 여러 가지 당협의 핵심 당원 관계자들을 관리하고 조직책으로서의 역할이 있다”면서도 “(정 위원장이)생각하는 분들이 당협위원장으로 임명되면 차기 전당대회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보인다”고 우려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정진석 다음 부의장은?

국민의힘 정진석 비대위원장의 후임 국회부의장 자리를 놓고 여러 인물이 하마평에 올랐다.

우선 당내 최다선인 서병수 의원과 김영선 의원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정우택 의원까지 출마를 선언하면서 한층 더 경쟁이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핵심 변수는 마찬가지로 윤심이다.

윤심을 기반으로 당 주류가 된 친윤계의 의중에 따라 국회부의장의 향방도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본래 국회의장단 선출은 최다선과 연장자를 기준으로 하는 게 관례로 추대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최다선 의원 여럿이 출마의 변을 밝히며 경쟁구도가 한층 더 심화하는 양상이다.

가장 먼저 도전을 밝힌 서 의원은 현역 의원들과 꾸준히 소통해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서 의원은 정 의원에게 국회부의장직을 양보한 바 있어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김 의원은 보수당 최초의 여성 국회부의장에 도전한다.

강점은 당의 개혁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는 점이다. 

정 의원은 서 의원의 강력한 대항마로 불린다.

후보군 중 가장 오랜 정치 경력을 보유했고, 행정 경험을 갖춘 바 있다.

또 과거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역임하면서 어수선한 당을 정리하는 정치적인 능력도 인정받았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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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