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 페이스’ 윤석열-정진석 불편한 동행 내막

‘아군? 적?’ 선 넘은 과잉 충성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국민의힘은 모두 자기 정치가 하고 싶은 걸까.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다. 국민의힘 정진석 비대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차기 당권주자로 자신을 봐 달라는 시그널을 보내는 모양새다. 윤 대통령은 일단 힘을 실어줬지만 불편한 기색도 내비치고 있다. 

국민의힘 정진석 비대위원장이 전국 당원협의회 조직 재정비를 예고하면서 당 안팎에서 긴장감이 감돈다. 국정감사가 끝나는 시점에 현재 공석인 사고 당협의 위원장을 새로 선임하고, 당무감사를 진행해 기존 위원장들도 대거 교체하겠다는 방침이다. 국정감사가 끝난 뒤, 전당대회 시즌으로 돌입하는 시기에 당협 줄세우기라는 우려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친윤(친 윤석열) 주도의 물갈이라는 평가가 내려진다. 

대대적인
조직 재정비

이런 탓에 당내 혼란과 분열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당 안정화를 꾀하기 위해 비대위가 출범했지만, 비대위가 혼란을 불러오는 셈이다. 현재 국민의힘의 전국 당협 253곳 중 6개월 이상 위원장이 공석인 사고 당협은 68곳에 이른다. 수치로 환산하면 27% 정도다.

이와 함께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 시절 내정된 16곳의 당협위원장 역시 교체하는 대수술에 착수할 예정이다. 이미 내정됐지만 최고위 의결이 이뤄지지 않아서 새로 공모해야 한다는 게 이유다. 한발 더 나아가 정 비대위원장은 필요에 따라 전체 당협에 대한 당무감사를 실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비대위의 첫 과제치고는 상당히 중대한 사안이다.


또 국정감사가 끝나는 대로 조직강화특별위원회도 구성할 계획이다. 정 위원장이 당 조직 정비를 서두르는 이유는 윤심 세력을 일찍부터 채우려는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당협위원장 인선과 당무감사를 통해 최대 100명까지도 교체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사실상 총선에 미리 대비하겠다는 각오로 읽힌다. 당협위원장 교체는 당내에서 ‘쇄신’이 거론될 때마다 정치권에서 꾸준히 꺼내들던 카드다. 그럴 때마다 상당한 파장을 불러왔다. 

특정 계파 죽이기 논란도 꾸준히 불거져왔다. 앞서 김무성 전 의원이 새누리당 당 대표를 할 때도 몇몇 당협위원장을 교체하면서 내분이 불거진 바 있다.

당협위원장은 지역 당원 조직을 관리하기 때문에 전당대회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다. 차기 전당대회에서도 당협위원장의 입김은 세게 작용할 수 있다. 통상 당원 70%로 진행되는 차기 전당대회에서 당원에게 막대한 영향력을 과시할 수 있기도 해서다.

이런 특징상 당협위원장은 당권을 장악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다. 

내홍 재차 터지기 일보 직전
원외 당협위원장 불러 압박

정 위원장은 전대 룰을 손볼지도 고심 중이다. 유승민 전 의원의 지지율이 압도적인 상황에서 이를 견제하기 위해 마련하는 장치다. 


현재 가장 강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전대 룰 수정 방식은 현 방식인 7:3비율에서 당원 비율을 높이는 방안이다. 이른바 역선택을 막겠다는 취지다. 

이처럼 그가 대대적인 정비에 착수하는 이유는 자신이 주류 세력임에도 불구하고, 불안함을 떨칠 수 없다는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윤정부 입장에서는 차기 당 대표를 입맛에 맞는 인물로 골라야 한다. 2024년 총선에서 패배하면 국정 동력에 바로 타격이 가해질 게 뻔하기 때문이다. 

현재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 지지율 1위는 유 전 의원이다. 당 내에선 역선택이라며 열을 올리고 있지만 그럴수록 유 전 대표는 몸집을 키워가고 있다. 조강특위와 당무감사 카드 역시 유 전 의원 견제용이라는 분석도 존재한다. 

조강특위는 과거 이 전 대표가 띄운 바 있다. 정 위원장은 당협 쇼핑으로 이 전 대표와 갈등을 빚었었다. 그러나 최근 그 화살은 부메랑이 돼 정 위원장에게 그대로 돌아왔다. 

이준석계는 즉각 반발하고 있다. 당협위원장 정리는 명분일 뿐이고 사실상 자신들을 찍어내기 위한 과정이 아니냐는 것이다. 사실상 이 전 대표를 확인 사살하는 것 아니냐는 데서 비롯된 의심이다. 

대놓고 
줄세우기

유 전 의원과 이 전 대표는 바른정당계 인물이다.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중의 핵심이었던 권성동 의원도 바른정당 출신이다. 윤 대통령 취임 직후만 해도 바른정당 출신 인물들이 국정을 주도해왔다.

그러나 현재는 점점 뒷전으로 밀리는 상황이다.

한 이준석계 인사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줄세우기를 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비대위가 정리를 위해 칼을 뽑는 행위가 의심받을 소지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협위원장이 새로 임명되면 차기 당 대표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고 할 수 있다”며 “당권 구도에 영향을 미치는 구도가 돼 충분히 정치적 입김을 발휘한 꼴이 된다”고 우려했다.

이 전 대표 시절에도 당무감사를 진행하려는 계획이 있었다. 그러나 착수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정 위원장은 자유한국당계 인물로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 정무수석으로 근무한 바 있다. 과거부터 쭉 보수정당에 몸을 담아왔다. 

당시에는 계파에 몸담지 않았다는 평가가 내려졌고, 여러 갈등도 잘 봉합해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윤 대통령에게 바짝 엎드리는 모양새다. 그가 윤 대통령을 계속 엄호하고 나서는 이유는 당권 욕심 때문으로 보인다. 정 위원장 본인이 직접 당권을 잡기 위해 포석을 다지는 행위인 셈이다. 


비대위가 출범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정 위원장은 TK(대구·경북) 방문길에 올랐다. 수재민 간담회, 지역 시장 방문 등을 통해 텃밭 민심을 확인하러 가기도 했다.

민심을 챙기겠다는 취지에서 비롯된 공식 행보였지만, 당내에서는 당권으로서 텃밭을 다지기 위한 행동으로 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지역민심이 당권을 좌우하는 영향이 큰 것을 비춰볼 때 마냥 당연한 행보가 아니라는 것.

이 전 대표
확인 사살

윤 대통령과 정 위원장 입장에서는 당권주자들이 완벽한 ‘친윤’이 아닌 게 불안할 수 있다. 직접 전대 출마까지 거론되는 이유다. 정 위원장 본인도 당권 출마에 대해 크게 부인하지 않는 모습이다.

정 위원장의 전대 출마가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당이 여전히 갈라져 있는 데다 이미 그는 과거에 갈등을 중재하는 역할을 여러 번 맡아봤다. 야당과의 관계도 나쁜 편이 아니었다. 

입맛에 맞는 당협위원장을 미리 심어놔야 자신은 물론 윤 대통령에게도 유리하다. 문제는 정 위원장의 행위를 두고 당내에서 여러 비판이 쏟아진다는 점이다. 심지어 신윤핵관으로 분류되는 의원들도 정 위원장을 작심 비판하고 나섰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정권 1년 차에 비대위 지도부라는 비정상적인 운영을 마무리해야 한다”며 포문을 열었다. 전당대회에 몰두해야 할 시점에 갑자기 당 조직을 재편할 이유가 없다고도 꼬집었다. 

이에 대해 한 비대위 관계자는 김종인 비대위 시절에도 당무감사가 진행된 적이 있다며 정 위원장이 계획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계획대로 정비를 해야 하는 명분으로 과거에 진행됐던 전체적인 정비가 당의 기반도 조정할 수 있었고 보궐선거 승리로 이어졌다는 게 정리의 명분이다.

그는 결코 “정치적이거나 이준석계 지우기가 아니다”라고도 강조했다. 반면 비윤(비 윤석열)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은 정반대의 생각을 가진다.

한 비윤계 인사는 “당협위원장 재공모까지는 가능하다 쳐도 당무감사까지는 선을 넘었다”며 “비대위 체제가 오랜 기간 유지되는 게 아니다. 당무감사는 차기 지도부에게 맡겨도 충분하다”고 비판했다.

우선 윤 대통령은 정 위원장의 행보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지난 19일 원외 당협위원장을 초청해 오찬 자리를 가졌다. 

당내서도 비대위원장 월권 비판
대통령실 일부서 불편한 기류도

이날 오찬에서는 나경원(서울 동작구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정유섭(인천 부평갑) 위원장, 경대수(충북 증평진천음성) 위원장 등 100명이 참석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는 정 위원장이 참석했고, 주호영 원내대표, 성일종 정책위의장, 엄태영 조직부총장이 이름을 올렸다.

대통령실에서는 김대기 비서실장, 이진복 정무수석, 전희경 정무1비서관 등도 함께했다.

윤 대통령은 “민생이 시급하다”며 “정치를 선언하고 국민 앞에 나설 때 모든 것을 던지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이날 오찬에 대해 대통령실은 원외당협위원장과의 만남을 당협위원장들의 노고에 감사한 뜻을 전하기 위해 마련했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 원외 지역구에선 당협위원장이 차기 공천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는 만큼 윤 대통령이 사실상 압박을 가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의 압박이 통하지 않을 경우는 변수다. 

장기간 내홍에 지친 국민의힘이 또 다른 분란에 휩싸인다면 고스란히 그 책임은 정 위원장이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정치권도 정 위원장의 계획을 국민의힘의 새로운 내홍 불씨로 본다. 앞서 정 위원장은 ‘낀박’이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다. 

그는 새누리당 역사상 최초 원외 당선자 신분으로 원내대표에 당선된 바 있다. 당시 김도읍 의원과 민경욱 원내대변인 등 친박(친 박근혜)계를 중심으로 원내대표단을 꾸렸으나 친박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당시 정 위원장은 총선 참패 인원을 숙청하는 역할을 맡았다. 비박(비 박근혜)계로 이뤄진 비대위원 인선안을 내놨지만, 친박계가 상임전국위를 무산시켜버렸다. 이는 정 위원장이 안타까운 별명을 얻게 된 계기로 작용했다. 

이 같은 상황은 오히려 혼란을 자초했고, 보수 분열의 시초가 됐다. 현재 국민의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아직도 보수 세력이 화학적인 결합을 이뤄내지 못하고 있는 상태로 이는 민주당에게 연일 공격거리를 제공하는 꼴이다. 

비대위원장은 당 대표를 대신하고 있을 뿐이다. 정통성이 아니면 정당성이 측면을 살펴봐야 한다. 당원들의 임시 체제기 때문이다. 임시 체제에서 당협위원장을 바꾸겠다는 행위가 월권으로 비춰질 수 있다. 대통령이 탄핵을 당했을 때 권한대행이 장관을 싹 바꿔 버리는 행동과 다를 게 없어 보인다. 

비대위는 위기 상황을 관리하는 데 방점이 찍혀있기 때문에 상황을 변화시키기 위한 변화는 오히려 모험이라고 여겨진다. 사실상 자신들이 원하는 당 대표를 세우기 위한 포석을 까는 셈이다. 

완장 차고…
또 닥칠 혼란?

이를 두고 한 정치권 관계자는 “정 위원장이 과도하게 윤 대통령을 향한 충성심을 보이고 있다”며 “오히려 대통령실의 분위기는 정 위원장이 오버한다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1/4에 해당하는 당협위원장은 대의원을 지명하고 여러 가지 당협의 핵심 당원 관계자들을 관리하고 조직책으로서의 역할이 있다”면서도 “(정 위원장이)생각하는 분들이 당협위원장으로 임명되면 차기 전당대회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보인다”고 우려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정진석 다음 부의장은?

국민의힘 정진석 비대위원장의 후임 국회부의장 자리를 놓고 여러 인물이 하마평에 올랐다.

우선 당내 최다선인 서병수 의원과 김영선 의원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정우택 의원까지 출마를 선언하면서 한층 더 경쟁이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핵심 변수는 마찬가지로 윤심이다.

윤심을 기반으로 당 주류가 된 친윤계의 의중에 따라 국회부의장의 향방도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본래 국회의장단 선출은 최다선과 연장자를 기준으로 하는 게 관례로 추대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최다선 의원 여럿이 출마의 변을 밝히며 경쟁구도가 한층 더 심화하는 양상이다.

가장 먼저 도전을 밝힌 서 의원은 현역 의원들과 꾸준히 소통해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서 의원은 정 의원에게 국회부의장직을 양보한 바 있어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김 의원은 보수당 최초의 여성 국회부의장에 도전한다.

강점은 당의 개혁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는 점이다. 

정 의원은 서 의원의 강력한 대항마로 불린다.

후보군 중 가장 오랜 정치 경력을 보유했고, 행정 경험을 갖춘 바 있다.

또 과거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역임하면서 어수선한 당을 정리하는 정치적인 능력도 인정받았다. <차>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불확실성의 시대에 가장 확실하다고 굳게 믿었던 관계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새 정부 초기부터 보이기 시작한 적신호가 이제 눈 돌릴 수 없을 정도로 커진 모습이다. 어디서부터 균열이 시작된 걸까? 우리나라 외교는 한미동맹을 배경으로 진행됐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립 외교를 꾀한 때도 있지만 대체로 한·미 혹은 한·미·일 관계가 우선시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리나라와 미국이 삐걱거리는 모습이 자주 포착되고 있다. 상수였는데 변수됐나 지난 12일 미국 이민 당국에 체포·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 316명이 귀국했다. 이번에 구금된 한국인은 총 317명으로 남성 307명, 여성 10명이다. 이 가운데 1명은 잔류를 택했다. 지난 4일, 미국 이민 당국의 불법체류 및 고용 전격 단속에서 체포돼 포크스턴 구금시설 등에 억류된 지 8일 만이다. 이들은 미국 조지아주 엘러벨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중에 체포·구금됐다. 문제 해결을 위해 조현 외교부 장관이 미국을 급히 방문했다. 당초 이들은 지난 10일(현지시각)에 전세기를 타고 출국할 예정이었지만 ‘미국 측 사정’으로 지연됐다. 외교부는 이번에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향후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미국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현 외교부 장관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에게 이들이 신체적 속박 없이 신속히 귀국하고 향후 미국에 재입국하는 데 불이익이 없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미국 측으로부터 긍정적인 답을 받았다고 한다.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미국을 떠나는 방식을 두고 우리나라와 미국 간의 이견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자진 출국’을, 미국은 ‘추방’을 언급한 것이다. 자진 출국 방식으로 귀국하면 향후 ‘5년 입국 제한’ 등의 불이익이 없다. 반면 추방 명령으로 미국을 떠나면 영구적으로 기록이 남아 최대 10년간 미국에 들어갈 수 없다. 지난 8일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이 이번 사안과 관련해 “법대로 하고 있다. 그들은 추방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출국 형태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다행히 미국 측과 조율이 이뤄지면서 자진 출국 형태로 귀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도 이재명 대통령과 도출한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있고, 이 사안에 대한 한국인의 민감성을 이해하고 있다. 특히 미국 경제·제조업 부흥을 위한 한국의 투자와 역할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야 “700조원 줬는데도?”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측이 원하는 바대로 가능한 한 이뤄질 수 있도록 신속히 협의하고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의 노력으로 상황이 봉합되는 모양새지만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의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인 체포·구금 과정에서 드러난 미국 이민 당국의 모습을 두고 동맹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말이 나왔다. 실제로 미국 측은 한국인 체포 과정에서 수갑을 채웠고, 이들을 환경이 열악한 수용소에 구금했다. 야권에서 ‘외교 참사’가 일어났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6일,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이후 내놓은 논평에서 “이재명정부는 700조원 선물 보따리를 미국에 안겼지만 회담은 공동성명조차 발표하지 못한 채 끝났다”며 “그 결과가 고스란히 현대차-LG 합작 공장 단속 사태로 돌아왔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국민 사이에서는 실컷 투자해 주고 뒤통수 맞은 것 아니냐는 분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700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약속해 놓고도 국민의 안전도, 기업 경쟁력 확보도 실패한 것이 이재명정부의 실용 외교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우리나라는 관세 협상, 한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미국에 5000억달러(약 700조원)를 투자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도 지난 6일 페이스북에 글을 썼다. 수갑 채우고 수용소 넣고 장 대표는 “이번 사태는 단순한 불법체류자 단속을 넘어 앞으로 미국 내 한국 기업 현장과 교민 사회 전반으로 피해가 확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수많은 한국 기업이 미국 전역에서 공장을 건설하고 투자를 확대하는 상황에서 근로자들이 무더기로 체포되는 일이 되풀이된다면 국가적 차원의 리스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이 같은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미국 측과 방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조 장관은 루비오 장관 등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사태의 재발 방지책과 대미 투자 한국 기업 관계자들의 비자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새로운 비자 카테고리를 만드는 등 다양한 방안 논의를 위한 ‘한미 외교부-국무부 워킹그룹’ 신설을 제의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한미 관계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미 관계가 순탄하게 흘러가고 있지 않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 직후부터 관세 등을 무기로 전 세계를 흔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동맹 취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된 바 있다. ‘삐걱거림’은 이정부 출범 초기부터 감지됐다. 미국 백악관은 이재명 대통령 당선과 관련해 처음 내놓은 메시지에서 중국을 언급해 ‘이례적’이라는 말을 들었다. 백악관은 지난 6월3일 한국 대선 결과에 대한 언론의 질문에 “한미동맹은 철통같이 유지된다”면서도 “한국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진행했지만 미국은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 행사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하며 반대한다”고 말했다. 백악관의 메시지를 두고 이정부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행사 견제, 실용 외교를 표방하는 이 대통령이 중국과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는 압박 등 다양한 해석이 이어졌다. 당시 미국은 중국과 관세를 두고 이른바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었다. 시간이 가면서 다소 소강상태가 되긴 했지만 갈등의 골은 여전히 남아 있다. 분위기만 화기애애? 관세 협상이나 한미 정상회담을 두고도 여전히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협상 시한으로 정한 날짜를 하루 앞두고 미국과 타결을 이뤄냈다. 당초 한미FTA로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의 관세는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0’이었기에 타격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한을 통해 언급한 상호 관세 25%를 15%로 낮추는 데는 합의했지만 과정은 난항을 거듭했다. 루비오 장관의 방한이 취소되는가 하면 ‘한미 2+2 통상 협의’를 앞두고 미국 측의 취소로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길을 돌리는 일도 벌어졌다. 일본이 먼저 관세 협상을 마무리하면서 기준이 생기고 시간에 쫓기는 등 여의치 않은 상황이 지속됐다. 결국 미국과의 관세 협상은 일본과 비슷한 수준에서 정리됐고 동시에 천문학적인 수준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이때도 관세 협상 결과를 두고 이견이 나타났다. 우리 정부 측은 쌀, 소고기 등 농산물 개방은 없다고 주장했던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면 개방을 말했다. 또 대미 투자의 방식에서도 서로 다른 생각을 보였다. 이견은 한미 정상회담을 거치고도 조율되지 않은 모양새다. 미국 측은 관세 협상 타결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대통령의 방미를 언급했고 실제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정상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앞에 두고 면박을 주는 등의 돌발 행동을 보인 바 있어 우려가 제기됐지만 무난하게 마무리됐다는 평을 받았다. 문제는 명문화된 결과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달 25일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했지만 공동합의문은 발표하지 않았다.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을 통해 동맹의 성과와 협력 의제를 문서화해 왔다. 당선 메시지에 중국 언급 정상회담 합의문도 없어 당시 공동합의문이 나오지 않은 데 대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제기될 정도였다. 정상회담에서 각종 현안을 폭넓게 논의했지만 구체적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결과였다. 특히 자동차 관세가 확정되지 않으면서 업계는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 관세 협상에서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으로 타결했지만 문서로 명시되지 않은 것이다. 안보 문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한미 정상회담 이후인 지난달 28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동발표문이 항상 있는 것은 아니”라며 “정상 간 논의 내용은 상당 부분 생중계됐고 나머지는 언론 브리핑을 통해 양국 국민에게 효과적으로 설명했다”고 말했다. 위 안보실장은 “문건을 만들어내기까지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많은 공감대가 있었다. 그런 공감대를 바탕으로 추가 협의를 하면 마무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나온 조 장관의 발언은 조금 더 구체적이었다. 그는 “투자 부문에서 국민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어 수용하지 않았다”며 공동합의문이 발표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말했다. 이어 “미일 간 합의문 내용을 보면 왜 우리가 협상을 지연해 가면서까지 안을 만들고 있는지 이해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일본은 관세 협상에서 제조업·항공우주·농업·에너지·자동차 등 분야에서 미국에 시장을 개방하고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는 내용의 합의를 진행했다. 또 합의 불이행 시 미국이 관세를 재조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담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굴욕 협상’이라는 말도 나왔다. 조 장관은 “일본의 타결 협상안을 보면 우리가 비슷한 협상안을 받아들인다고 할 때 여러 문제점이 많다”며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분명히 하며 협상을 강하게 하다 보니 합의가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품목 관세가 부과될 때 최혜국 대우가 불확실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현재로서는 그렇다”고 인정했다. 불확실성 해소될까?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에 자리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타국을 대하는 방식은 이제 변수를 넘어 상수가 되는 모양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한미 관계를 더 흔들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