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권주자를 만나다> 이기는 방법 아는 윤상현

“수도권 정서·민심 알아야 당대표 적임자”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허구한 날 정치탄압, 야당 탄압을 외친다.” 당내 중진으로 불리는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민주당을 두고 작심 비판한 말이다. 검찰이 수사에 속도를 내면서 이 대표 역시 더욱 코너에 몰리고 있는 형국이다. 윤 의원은 이를 계기로 민주당에 내분이 닥칠 것으로 전망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지역구 관리 능력이 뛰어나다고 정평이 난 의원이다. 20대 국회 당시 윤 의원의 공약 이행률은 89.6%에 달했다. 이런 능력을 인정받아 최근에는 당권주자 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되고 있다. 그는 최근 공식적으로 당권 도전에 나서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일요시사>는 윤 의원에게 비대위의 당협위원장 공모 및 조직 정비 사안,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향한 수사에 대한 의견, 문재인 전 대통령의 주변인 수사, 한반도 핵무장론 등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윤 의원과의 일문일답. 

-정진석 비대위원장이 당협위원장 공모 및 조직 정비를 예고했습니다

▲비대위 당협위원장 공모에 다른 의도가 있는지까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비대위는 통상적인 당무 일정이라고 하는데, 지금은 통상적인 상황이 아닌 비상 상황이라고 비대위가 구성됐습니다. 비대위는 통상적이고 정상적으로 새로운 당 지도부를 구성하는 전당대회를 여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비대위가 갑자기 당 조직을 재편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집권여당이 정부 출범 1년 차에 비대위를 구성하는 상황 자체가 비정상인 상태입니다. 국민에게 안정감 대신 불안감을 드리는 상황입니다. 하루빨리 비정상적인 운영을 마무리하고, 정상적인 당 지도부 출범을 위한 전대 준비를 하기도 부족한 상황인데, 당 조직을 재편할 이유가 없습니다.


-정 비대위원장은 강행할 태세입니다

▲가처분 문제가 한창일 때는 당이 초비상 상황이라고 목이 터지게 외쳤습니다. 그러나 가처분 문제가 해소되자마자 마치 평온하고 정상적인 지도부인 듯이 당협 줄세우기에 들어간 것은 난센스입니다. 비상 상황에서 피치 못하게 전국위원회 의결로 만들어진 비대위는 당원의 총의가 반영된 지도부도 아닙니다. 현 비대위는 국정 뒷받침과 전대 준비에만 집중하고, 당 운영과 조직 전반에 대해서는 새 지도부에 맡기는 것이 상식과 정도입니다.

-당 대표에 출마한다는 말이 나옵니다

▲실제로 제게 전대 출마를 권하는 분이 많았던 것은 사실입니다. 2024년 총선은 윤석열정부의 성패를 결정짓는 중요한 분기점입니다. 우리 당은 지난 총선에서 수도권 121석 중 16석을 얻는 궤멸적 참패를 당한 기억이 있습니다. 수도권에서 무소속으로 연속 당선된 저를 수도권 경쟁력이 가장 뛰어난 정치인, 이기는 방법을 아는 정치인으로 평가하는 분이 많습니다. 

저는 윤정부 출범의 책임있는 중진 의원 중 한 명으로서, 그런 요청을 계속 들으면서 모른 척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전대가 언제 어떻게 열릴지 전혀 가닥조차 잡혀있지 않은 상태지만 출마를 결심했습니다.

-중진 의원으로서 차기 당 대표의 조건에 대해 말씀해주신다면

▲우선 다음 총선을 앞두고, 우리 당의 가장 치명적인 약점이자 시급한 문제는 수도권 선점에 취약하다는 점입니다. 반드시 수도권 출신 당 대표가 돼야 하는 이유입니다. 우리 상대가 될 민주당은 지금 당 지도부부터 원내지도부까지 모두 수도권 의원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문 전 대통령 내로남불 자세
핵잠수함 공해에 상시 배치

반면 우리 당은 충청 출신 비대위원장에 이어 영남 원내대표까지 하방에 하방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100여표 차이로 수십개의 국회의원 자리가 왔다 갔다 하는 치열한 수도권 정서와 민심을 깊숙이 꿰뚫어야 하기에 당을 이끌어갈 수 있는 수도권 의원이 차기 당 대표 적임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민의힘에는 갈등이 많습니다

▲맞습니다. 현재진행형인 당내 갈등을 풀어나갈 인물이 당 대표가 돼야 합니다. 차기 당 대표는 몇몇 의원들과 덧셈의 정치를 할 것인지, 아니면 뺄셈과 분열의 정치를 할지 고민하겠지만 정치는 당연히 덧셈으로 하는 게 옳습니다.

또 갈등 중재와 용광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당내 갈등을 적절하게 조정할 수 있는 인물이 당 대표가 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이외에도 정무감각이나 정치전략 등 당 대표에게 요구되는 조건이 많이 있지만, 당 대표는 항상 그 시대와 정국이 필요로 하는 인물이 당선됐습니다. 앞으로도 그래야 합니다. 

-일각에서는 역선택 방지 룰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유승민 전 의원을 견제하는 게 아니냐는 시선이 있는데?

▲특정 정치인을 대상으로 지지율이 역선택이냐 아니냐를 판단하는 것은 옳지 않은 것 같습니다. 어느 정치인이든지 간에, 민주당 등 야당을 지지하는 국민이 크고 작은 비율로 지지할 수 있습니다. 다만 저도 수도권의 치열한 선거판인 인천에서 정치하면서 당은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후보는 윤상현을 지지한다는 분을 무수히 많이 만났습니다. 중요한 것은, 당 대표를 뽑는 문제를 생각해볼 때 역선택이 끼어들어 결과를 왜곡하는 문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에 있습니다. 

-역선택 방지 룰에 대한 의원님의 의견이 궁금합니다

▲당내 경선에 있어서 역선택 방지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대통령 후보나 지자체장 후보를 결정하는 경우, 본 선거에 나갈 후보를 뽑는 것이기 때문에 민심을 고려하는 것이 당연히 필요하고, 어느 정도 반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당 대표는 말 그대로 당의 대표입니다.

더 이상의 추가적인 본 선거가 필요없습니다. 57만명 당원의 대표로서 당원의 총의를 모아 선출하면 되는 것입니다. 그것이 당 대표 본연의 역할과 위상에 가장 부합합니다. 여기에 더해 중도민심, 다른 민심을 폭넓게 고려하는 것은 선출된 대표가 당을 이끌고 가는 과정에서 정치를 통해 풀어갈 일이지, 여러 위험 부담을 고려하면서까지 당 대표 선출에 광범위하게 반영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당 대표가 전대라는 큰 축제를 통해 선출되는 대표인 만큼 국민과도 함께한다는 차원에서 일부 여론조사를 반영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대표 선출에 역선택의 영향을 주면서까지 과도하게 반영돼 당원의 총의를 왜곡하는 지경에 이르러서는 곤란하다는 생각입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향한 수사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사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헌정사상 이렇게 다양한 비리 혐의로 수사선상에 오른 정치인이 과연 있었는가 싶을 정도로 정치인 한 사람으로서 참담하고 부끄러울 지경입니다. 이 대표가 자꾸 정치보복이라는 프레임을 만들어 본인의 리스크를 민주당 전체의 리스크로 확대시키고 있는데, 이는 결국 민주당 내 합리적 인사들의 반발을 불러 민주당의 큰 내홍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이 대표 본인은 1원도 받은 적 없다며 야당 탄압이라고 강조합니다

▲정권이 바뀌고 검찰이 바뀌니까 말이 바뀌었다? 그래서 야당 탄압이다? 이 대표는 과거 성남시장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당하고 특검이 박근혜정부 청와대를 사정없이 파헤치던 무렵에도 선거법 위반 혐의로 성남시청을 압수수색 당했습니다.

“비대위, 당원 총의 반영 안 돼”
민주당 압색은 정치탄압과 별개

그때도 “정치탄압을 중단하라”고 했습니다. 파도 파도 계속 혐의가 나오니까 수사하고 압수수색을 하는 것이지 여당일 때나 야당일 때나 허구한 날 정치탄압, 야당 탄압을 외칩니다. 그런다고 범죄가 가려지는 게 아닙니다. 별로 공감이 되지 않는 정치탄압을 외쳐대니까, 민주당 의원 17명이 정치탄압을 ‘탑압’이라고 잘못 쓴 피켓을 줄줄이 들고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정치탄압 중단하라는 구호를 기계적으로 외치는 것입니다.

-최근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감사원 서면조사로 큰 논란이 있었습니다. 문 전 대통령 주변에 대한 수사도 진행돼야 한다고 보시는지


▲문 전 대통령 주변이라서 수사하는 것이 아니라, 이전 정부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은폐되고 묵살했던 사건이 있다면 당연히 낱낱이 밝혀지고 진상을 규명해야 합니다. 문제가 생겨도 이른바 성역이라는 이유로 접근하지 못했다면 이제는 진실을 가리고 책임질 것이 있다면 책임져야 마땅한 것입니다. 전직 대통령이라도 당연히 모든 의혹에 성실히 답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문 전 대통령도 과거 성역 없는 수사를 강조한 바 있습니다

▲문 전 대통령은 과거 당 대표 시절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검찰 수사에 대해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거부했다. 진실 규명에 협조하겠다는 게 아니라 철저히 방어권을 챙기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통령이라고 예우할 것이 아니라 그냥 피의자로 다루면 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감사원이 문 전 대통령에게 2020년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과 관련해 서면조사를 통보하자, 문 전 대통령 측이 질의서 수령조차 즉각 거부했습니다.

심지어 문 전 대통령은 “대단히 무례한 짓”이라며 불쾌해했다고 하는데 어이없는 일입니다. 민주국가의 시민이라면 누구나 성실히 답해야 할 감사원 질의서에 대해 대단히 무례한 짓이라고 반응하는 것은 ‘절대 존엄식’ 사고나 다름없습니다.

문 전 대통령이야말로 2017년 취임 12일 만에 4대강 정책감사를 지시해 감사원이 이명박 전 대통령을 조사하도록 한 장본인입니다. 대단히 무례한 짓을 직접 지시했던 분은 바로 문 전 대통령 본인입니다.

-핵무장론에 비현실적이라며 비판적인 입장이십니다

▲ 저도 독자적 핵무장을 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국제정치 외교적으로 볼 때 핵무장이라는 것이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가 NPT 체제를 탈퇴해야 되고, 그 순간 외교적, 경제적으로 고립될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이나 국제사회가 우리에게 엄청난 강력한 제재를 가하게 됩니다.

지금 같은 경제상황 속에 그런 외교적 고립을 버텨낼 수가 없을 겁니다. 그래서 일단 한미 동맹을 강화하는 속에서 우리가 미국의 핵전력을 유효하게 쓰는 것이 훨씬 더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제가 지난 박근혜 정부 때부터 계속 주장한 것은, 한반도 영해 바깥 인근에다가 미국의 핵미사일을 탑재한 잠수함을 상시 배치하자, 그러면 그게 훨씬 더 효과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예를 들어 핵잠수함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고, 한반도 영해 바깥에 있기 때문에 한반도비핵화선언을 우리가 준수할 수 있습니다. 또 한반도에 전술핵 배치를 한다고 하면 얼마나 반대 세력이 많겠습니까? 그런데 핵잠수함 공해 배치에 대해서는 영해 밖이므로 반대할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그것이 훨씬 더 효과적인 대안이고, 그 핵잠수함에 탑재된 핵미사일을 한국과 미국 간에 서로 핵공유 협정을 맺으면 훨씬 더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최근 성범죄자들의 만기출소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화학적 거세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하셨는데?

▲현행 일명 화학적 거세법 제4조 3항에 따르면 성범죄자에 대한 치료 명령의 청구는 공소가 제기되거나 치료 감호가 독립청구된 성폭력범죄사건의 항소심 변론 종결 시까지 해야 한다고 돼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김근식 사건과 여러 재범 가능성 높은 성범죄자가 출소를 앞두고 있습니다.

성범죄자에 대해 출소 후 전자발찌 부착 등의 조치 외에 화학적 거세와 같이 성범죄를 근원적으로 차단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에 대한 입법적 근거가 없습니다. 기존에는 화학적 거세 대상자가 공소제기나 치료감호 청구자로 제한돼있었습니다. 이에 제가 현재 추진하려는 법안은 독립된 치료 명령을 청구할 수 있는 경우를 추가하는 것입니다.

출소 후 보호관찰 또는 전자 장치 부착 준수사항을 위반하고 재범의 위험성과 동시에 통원 약물치료의 필요성이 있는 성범죄 전력자에게도 약물치료 명령을 검사가 청구할 수 있도록 신청 요건을 완화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김근식과 같이 출소 후 재범의 위험성이 있는 성범죄자에게 약물치료, 즉 화학적 거세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인 근거가 마련됩니다.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은?

▲올해는 새로운 정부가 출범했고, 지방선거도 마치고, 21대 국회도 절반을 넘어 반환점을 지난 시기입니다. 많은 부분에서 새로운 변화와 시작이 싹트는 시점입니다. 저도 새로운 윤정부를 탄생시킨 국민의힘의 일원으로서 윤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겠습니다.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4선 국회의원으로서 어떤 역할과 노력을 해야 할지 다방면으로 고민 중입니다. 앞으로 어떤 길로 가더라도, 항상 국민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최선의 길을 갈 것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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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