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장질’ 처럼회 초선들 안하무인 백태

하나회 ‘처럼’ 가는 이재명 빠조직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군대 내 사조직에 불과했던 ‘하나회’는 박정희정권과 만난 뒤 그 면모가 뒤틀려갔다. 국민을 지키던 조직에서 권력자를 지키는 군대로 변하더니, 급기야 국가를 강제로 찬탈한 ‘강도 세력’으로 변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내부 관계자는 민주당 내 사조직 ‘처럼회’가 하나회의 변질 과정을 답습하고 있다고 <일요시사>에 제보했다. 본래 ‘공부 모임’이었던 이들이 권력자를 비호하는 ‘빠조직’으로 변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2020년 6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최강욱 의원은 국회에 의원단체 하나를 등록했다. 정식 명칭은 국회 ‘공정사회 포럼’으로, 모임의 목표는 ‘삼권분립의 헌법 이념을 구현할 수 있는 정책 개발’과 ‘입법을 통한 공정사회 구현’이었다.

햇병아리서
싸움닭으로

최 의원이 깃발을 꽂자 김남국·김용민·김의겸·문정복·민형배 등 다수의 초선 의원들이 합세했다. 이것이 민주당 강경파 초선 모임이라 불리는 ‘처럼회’의 시작이었다. 처럼회의 시작은 미약했다. 모임의 주축 의원들 대부분이 초선이었던 탓이다. 추후 민 의원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당시 ‘꼼수 탈당’으로 현재 무소속을 유지하고 있다.

모임이 설립된 시기는 제21대 국회 초반부로, 초선 의원들이 의원실 인력 배치도 제대로 끝내기 힘든 시점이었다. 여의도 정치에 이미 익숙해진 다선 의원들이야 늘 하던대로 하면 됐지만, 모든 걸 처음부터 만들어가야 하는 초선들은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정 4년의 청사진을 그리는 일, 국정을 연구하는 일 등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시작이 느렸던 처럼회는 안정세도 느리게 잡혀갔다. 불안정성을 이어간 이유에 이런저런 핑계가 따라붙겠지만 가장 큰 원흉으로 지목되는 것은 ‘주축 의원들의 정치적 입지’였다.

특히 모임을 만든 최 의원은 국회에 입성하자마자 크고 작은 송사에 휘말리며 불안한 모습을 여러 차례 보였다. 

최 의원은 조국 전 장관의 아들 조모씨에게 허위 경력서를 발급해 입학사정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아왔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그는 조 전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씨의 부탁을 받고 그가 일하는 법무법인에서 조씨가 인턴 업무를 했다는 허위 경력서를 작성해줬다.

조씨는 해당 경력서를 발급받아 본인이 지원한 대학원의 입학 담당자들에게 제출했고, 고려대와 연세대 대학원 정치외교학과에 최종 합격할 수 있었다.

지난해 1월28일, 법원은 검찰의 주장을 인정하며 최 의원에게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최 의원은 즉각 항소했지만, 지난 5월20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 항소 5-1부는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

세상을 뒤흔든 이른바 ‘조국 사태’에 현직 의원이 연루돼 유죄판결을 받으며 최 의원 본인은 물론 민주당 전체의 정치적 입지도 좁아졌다. 또 다른 주축인 김용민 의원 또한 각종 논란을 일으키며 민심을 잃어갔다.

임기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시점, 그는 코로나 방역 기간 중 심야까지 동료 국회의원들과 술자리를 가졌다는 이른바 ‘코로나 술자리 논란’을 일으켰고, 폭우로 인해 대전에 물난리 피해가 발생했을 때 처럼회 의원들이 모여 웃고 있는 사진을 공개해 큰 논란을 빚었다.


이때까지만해도 처럼회는 민주당의 ‘애물단지’ 정도로 인식되고 있었다. 그러나 국회 입성 이듬해인 지난해부터 처럼회는 점점 안정세를 찾아갔다. 각종 사건사고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모임 본연의 뜻이 탄력을 받았기 때문이다.

초선 공부 모임으로 시작해 실세로
시작 미약했으나 지금은 ‘기세등등’

연구모임에 참여한 의원들 모두는 공부 열의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이탄희, 박주민 의원 등은 ‘학구파 정치인’으로 불리는 법조계 출신 국회의원이다.

이들은 처럼회의 본래 취지인 ‘공부와 토론’의 기치에 집중했고, 분위기를 재정비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덕분에 처럼회 소속 의원들은 모임을 자주 갖고 매주 활발한 토론을 진행했다. 참석률 또한 매우 높았다. 

당시 처럼회 모임에 자주 참석했던 한 의원은 “처음에는 모임이 매우 생산적이었고, 분위기가 좋아 서로 끈끈했다”며 “또 ‘검찰개혁’이라는 대의로 뭉친 모임이라 전반적으로 민주당 의원들의 지지를 두루 얻고 있었다”고 <일요시사>에 전했다.

그의 말대로 처럼회는 본래 민주당의 염원이었던 ‘검찰개혁’을 위해 만든 조직이다. 공식적인 모임의 취지는 ‘공정사회의 구현’이었지만, 처럼회에 속한 의원들은 공정사회가 검찰공화국이라고 불리는 현 대한민국 아래에서 구현되지는 못할 것이라고 믿었다.

이는 전통 민주당 지지자들의 생각과 일치한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으로 검찰 조직을 불신하게 된 친노 (친 노무현) 성향의 지지자들, 조국 일가에 대한 검찰의 강압 수사를 수차례 봐온 친문(친 문재인) 성향의 지지자들은 처럼회의 ‘검찰개혁’에 큰 힘을 실어주고 있었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처럼회를 재야 운동권 출신들이 모여 만든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와 86그룹이 주축이 돼 만든 더좋은 미래(더미래), 친문 의원들이 만든 민주주의 4.0 등과 비교하며 건강한 모임으로 추켜세워줬고, 원내대표 경선이나 국회의장 후보 선출, 대선후보 선출 등 당내 선거가 있을 때마다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줬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도 잠시, 대선 정국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처럼회의 입지는 다소 흔들리게 됐다. 처럼회가 친문의 대표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를 지지할지 ‘비문, 비주류’의 대표인 이재명 대표를 지지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처럼회는 본래 ‘친이해찬계’ 성향의 정치 집단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초선 의원 대부분이 이해찬 전 대표 시절 공천받아 국회에 입성한 터라, 그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했기 때문이다. 처럼회 소속 초선 의원들의 정치 경험이 전무한 점도 한몫했다.

이해관계
상부상조

애초에 어느 세에 규합될 명분이 없었던 이들은 자연스레 이 전 대표의 뜻에 항상 동조해줬고, 이 전 대표 또한 이들에게 정치적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문제는 대표적인 친문 정치인 출신인 이 전 대표가 대선에서 이낙연 당시 후보를 지지하지 않고, 이재명 후보를 밀었다는 점에서 비롯됐다.

기존 친문 성향 정치인들은 모두 이낙연 후보를 지지하는 추세였지만, 이 전 대표는 의외로 당시 비주류로 인식되고 있었던 이재명 대표의 손을 들어줬다.

이 전 대표가 이재명 대표와 함께 걸어갈 뜻을 내비치자, 처럼회의 주축 의원들도 하나둘 동행에 나섰다. 이것이 처럼회와 이 대표 사이에서 본격적으로 인연이 싹튼 계기였다. 처럼회 소속 의원들은 이 대표와 함께 대선 운동을 뛰면서 그와의 관계를 공고화하기 시작했다.

윤석열 대선 캠프 측에서 각종 비리 스캔들로 이 대표를 괴롭힐 때, 이들은 적극 방어에 나섰으며 민주당 지지자들의 각종 집회에 참석해 진보층 결집을 유도하기도 했다.

대선이 끝난 후에도 이들의 ‘상부상조’는 계속됐다. 대통령선거가 끝난 지 몇 개월 안 됐을 무렵, 이 대표는 지방선거와 함께 치르는 보궐선거에 나갈 뜻을 공식적으로 내비쳤다.

당시 대부분의 민주당 의원은 그런 이 대표를 성토하고 나섰다.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지 않고 권력을 욕심낸다는 내용의 비판이 연일 쏟아졌다.


이때 이 대표의 국회 입성을 주도적으로 이끈 세력이 처럼회다. 처럼회 소속 민형배 의원은 “이재명이(8월 전당대회에) 나오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한 것”이라며 “우리 당이 너무 처참하게 깨지고 있다. 이 상황쯤 되면 창당 수준의 재건을 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지지를 선언했다.

처럼회 소속의 김남국 의원은 보궐선거 출마가 방탄용이라는 지적에 대해 “대장동은 법적으로 풀 문제다. 국회의원 배지가 있다고 해서 방탄조끼를 입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이들은 이 대표의 보궐선거 출마를 독려하면서 그의 강성 지지자들을 ‘처럼회 지지자’로 흡수했다. 현재 민주당의 골칫거리로 떠오르고 있는 ‘팬덤 정치’가 시작된 것이다.

이들의 개혁 성향의 이면에는 ‘안하무인’식 밀어붙이기가 있었다. 본인의 신념이 워낙 강해 반대하는 목소리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찍어 누르는 것이다.

검수완박 당시가 그 대표적인 예다. 민주당 비명(비 이재명계)계 의원들은 처럼회가 밀어붙이는 ‘검수완박’의 구조적인 모순점을 지적하며 공개적으로 반대한 바 있다. 민주당 강성 팬층은 이들을 철저하게 응징했다. 겉과 속이 다르다는 뜻의 ‘수박’이라는 별칭을 붙이며 ‘수박 의원들’에게 테러 행위를 가한 것이다.

방패막이
일등공신

테러의 종류도 다양했다. 조직적으로 의원 개인 핸드폰에 ‘문자 폭탄’을 보내는가 하면, 의원실에 종일 전화를 해 하루 종일 불통을 만들기도 했다. 심지어 이 대표에게 쓴소리를 자주 날리는 의원실에는 다량의 수박이 배달되기도 했다.

성희롱 논란에 휩싸인 최강욱 의원에 대한 징계 문제가 불거졌을 때도 강성 팬덤은 최 의원의 징계를 주장하는 목소리를 하나하나 반박하며 ‘처럼회 지키기’에 온 힘을 쏟아부었다.

최 의원에 대한 강한 징계를 주장한 박지현 당시 비대위원장은 강성 팬덤의 공격을 받으며 흔들렸고, 비대위가 끝난 후 전당대회에 참여할 뜻을 내비쳤으나 당 지지자들의 거센 반발로 출마가 무산된 바 있다.

각종 풍파를 함께 겪은 처럼회와 이 대표는 지방선거가 끝난 현재까지 서로 깊게 얽힌 사이가 됐다. 1년 남짓한 시간에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 대표 입장에서는 처럼회가 유일한 국회 내 ‘친명’ 세력이었고, 구심점이 마땅치 않았던 처럼회도 막강한 리더가 필요했다. 

정치적인 성향도 죽이 잘 맞았다. 기존 정치권에서 비교적 자유로웠던 이 대표의 행보는 늘 파격적이었고, 민주당을 개혁하자는 주장에 항상 동의했다. 강성 개혁파로 분류되던 처럼회에 알맞은 리더였던 것이다.

처럼회 소속 의원은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에서 “이 대표는 친문 세력에게 많은 어려움을 겪었던 인물”이라며 “기존의 민주당을 개혁하자는 데 우리(처럼회)와 의견이 일치하는 부분이 많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기본적으로 (이 대표가)개혁에 열려 있는 리더고 의원 대부분의 의견을 수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렇게 시너지를 발휘한 두 세력은 이제 민주당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권력까지 얻게 됐다. 이 대표는 이 대표대로 민주당 전당대회의 압승을 이뤄낸 뒤 당의 얼굴이 됐고, 처럼회 소속 의원은 대거 최고위원에 당선되며 지도부를 꿰찼다.

중진 합세 민주당 장악
하나회 같은 수순 밟나

이 대표는 민주당 내 비주류에서 리더로 올라갔고, 초선 공부모임이었던 처럼회는 당의 실세가 됐다.

새로운 민주당 지도부가 출범되자 당 안팎에서는 걱정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당 대표도, 최고위원도 모두 심하게 강성이라는 지적이다. 중도로의 확장을 도모해야 하는 민주당이 지나치게 극단적으로 갈 것이라는 우려였다.

당내에서는 이미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이 대표가 그동안의 민주당 대표들과는 달리 소통에 많이 닫혀 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고, 그를 돕고 있는 최고위원들과 처럼회 소속 의원들 또한 ‘안하무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소리도 들린다.

심지어 몇몇 처럼회 소속 의원은 강성 팬덤 문화에 취해 정치적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종종 하는 중이다.

최근 극단적인 행보를 보인 의원은 김용민 의원이다. 김 의원은 지난 8일 청계광장에서 열린 제9차 ‘김건희 특검! 윤석열 퇴진! 촛불 대행진’에 현역 의원 최초로 참석했다.

그는 참석 뿐만 아니라 마이크를 잡고 무대에 나가 극단적인 언행들을 쏟아냈다. 그는 이날 집회에서 “우리가 함께 행동해서 윤석열정부 (임기)를 5년 채우지 못하게 하고 국민의 뜻에 따라 빨리 퇴진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며 “그것이 진정한 국민 주권의 실현”이라고 주장했다.

해당 발언을 두고 여권에서는 물론 야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한 비명계 민주당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윤석열정부가 비상식적인 수사 탄압을 벌이고 있는 것은 맞지만 해당 발언은 너무 나간 것 같다”며 “임기를 이제 시작한 대통령에게 퇴진하라는 소리에 강성 지지자들 말고 누가 동의하겠나. 당에 도움 되지 못하는 행위”라고 전했다.

그는 “요즘 친명계 의원들(처럼회 소속 의원들을 비롯)에 대한 비판도 자유롭게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강성 팬덤의 보복 문제도 있고 당내 실세로 거듭난 이들이 너무 거침없이 나아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에서 “이들(김남국, 김용민)이 조국 집회 때 길거리 유세를 통해 스타가 된 뒤 국회에 입성한 사람들 아니냐”면서 “정치 경험이 적은 탓에 당내 실세가 된 요즘 많이 들떠 있는 것 같다”고 다소 수위 높은 비판을 가했다.

이 대표의 당선과 친명 의원들의 최고위원 당선에 힘입어 당내 주류로 거듭난 처럼회는 사실상 시험대 위에 놓이게 됐다. 당내 의사결정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위치에 올라간 이들은 당의 성공에도, 당의 실패에도 책임을 떠안아야만 한다.

길거리 스타
시험대 위에

처럼회는 “누구‘처럼’되자, 혹은 누구‘처럼’ 되지 말자”라는 뜻으로 붙여진 모임명이다. 그러나 이들이 “하나회‘처럼’ 변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당내에서 속속 등장하고 있다. 좋은 취지로 만들어진 ‘사조직’이 권력의 맛을 본 후, 특정 정치인을 비호하기 위한 ‘빠조직’이 되어가고 있다는 소리다. 이들은 “처럼회가 하나회처럼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본래의 취지를 상기하고 정상화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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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