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장질’ 처럼회 초선들 안하무인 백태

하나회 ‘처럼’ 가는 이재명 빠조직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군대 내 사조직에 불과했던 ‘하나회’는 박정희정권과 만난 뒤 그 면모가 뒤틀려갔다. 국민을 지키던 조직에서 권력자를 지키는 군대로 변하더니, 급기야 국가를 강제로 찬탈한 ‘강도 세력’으로 변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내부 관계자는 민주당 내 사조직 ‘처럼회’가 하나회의 변질 과정을 답습하고 있다고 <일요시사>에 제보했다. 본래 ‘공부 모임’이었던 이들이 권력자를 비호하는 ‘빠조직’으로 변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2020년 6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최강욱 의원은 국회에 의원단체 하나를 등록했다. 정식 명칭은 국회 ‘공정사회 포럼’으로, 모임의 목표는 ‘삼권분립의 헌법 이념을 구현할 수 있는 정책 개발’과 ‘입법을 통한 공정사회 구현’이었다.

햇병아리서
싸움닭으로

최 의원이 깃발을 꽂자 김남국·김용민·김의겸·문정복·민형배 등 다수의 초선 의원들이 합세했다. 이것이 민주당 강경파 초선 모임이라 불리는 ‘처럼회’의 시작이었다. 처럼회의 시작은 미약했다. 모임의 주축 의원들 대부분이 초선이었던 탓이다. 추후 민 의원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당시 ‘꼼수 탈당’으로 현재 무소속을 유지하고 있다.

모임이 설립된 시기는 제21대 국회 초반부로, 초선 의원들이 의원실 인력 배치도 제대로 끝내기 힘든 시점이었다. 여의도 정치에 이미 익숙해진 다선 의원들이야 늘 하던대로 하면 됐지만, 모든 걸 처음부터 만들어가야 하는 초선들은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정 4년의 청사진을 그리는 일, 국정을 연구하는 일 등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시작이 느렸던 처럼회는 안정세도 느리게 잡혀갔다. 불안정성을 이어간 이유에 이런저런 핑계가 따라붙겠지만 가장 큰 원흉으로 지목되는 것은 ‘주축 의원들의 정치적 입지’였다.

특히 모임을 만든 최 의원은 국회에 입성하자마자 크고 작은 송사에 휘말리며 불안한 모습을 여러 차례 보였다. 

최 의원은 조국 전 장관의 아들 조모씨에게 허위 경력서를 발급해 입학사정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아왔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그는 조 전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씨의 부탁을 받고 그가 일하는 법무법인에서 조씨가 인턴 업무를 했다는 허위 경력서를 작성해줬다.

조씨는 해당 경력서를 발급받아 본인이 지원한 대학원의 입학 담당자들에게 제출했고, 고려대와 연세대 대학원 정치외교학과에 최종 합격할 수 있었다.

지난해 1월28일, 법원은 검찰의 주장을 인정하며 최 의원에게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최 의원은 즉각 항소했지만, 지난 5월20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 항소 5-1부는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

세상을 뒤흔든 이른바 ‘조국 사태’에 현직 의원이 연루돼 유죄판결을 받으며 최 의원 본인은 물론 민주당 전체의 정치적 입지도 좁아졌다. 또 다른 주축인 김용민 의원 또한 각종 논란을 일으키며 민심을 잃어갔다.

임기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시점, 그는 코로나 방역 기간 중 심야까지 동료 국회의원들과 술자리를 가졌다는 이른바 ‘코로나 술자리 논란’을 일으켰고, 폭우로 인해 대전에 물난리 피해가 발생했을 때 처럼회 의원들이 모여 웃고 있는 사진을 공개해 큰 논란을 빚었다.


이때까지만해도 처럼회는 민주당의 ‘애물단지’ 정도로 인식되고 있었다. 그러나 국회 입성 이듬해인 지난해부터 처럼회는 점점 안정세를 찾아갔다. 각종 사건사고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모임 본연의 뜻이 탄력을 받았기 때문이다.

초선 공부 모임으로 시작해 실세로
시작 미약했으나 지금은 ‘기세등등’

연구모임에 참여한 의원들 모두는 공부 열의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이탄희, 박주민 의원 등은 ‘학구파 정치인’으로 불리는 법조계 출신 국회의원이다.

이들은 처럼회의 본래 취지인 ‘공부와 토론’의 기치에 집중했고, 분위기를 재정비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덕분에 처럼회 소속 의원들은 모임을 자주 갖고 매주 활발한 토론을 진행했다. 참석률 또한 매우 높았다. 

당시 처럼회 모임에 자주 참석했던 한 의원은 “처음에는 모임이 매우 생산적이었고, 분위기가 좋아 서로 끈끈했다”며 “또 ‘검찰개혁’이라는 대의로 뭉친 모임이라 전반적으로 민주당 의원들의 지지를 두루 얻고 있었다”고 <일요시사>에 전했다.

그의 말대로 처럼회는 본래 민주당의 염원이었던 ‘검찰개혁’을 위해 만든 조직이다. 공식적인 모임의 취지는 ‘공정사회의 구현’이었지만, 처럼회에 속한 의원들은 공정사회가 검찰공화국이라고 불리는 현 대한민국 아래에서 구현되지는 못할 것이라고 믿었다.

이는 전통 민주당 지지자들의 생각과 일치한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으로 검찰 조직을 불신하게 된 친노 (친 노무현) 성향의 지지자들, 조국 일가에 대한 검찰의 강압 수사를 수차례 봐온 친문(친 문재인) 성향의 지지자들은 처럼회의 ‘검찰개혁’에 큰 힘을 실어주고 있었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처럼회를 재야 운동권 출신들이 모여 만든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와 86그룹이 주축이 돼 만든 더좋은 미래(더미래), 친문 의원들이 만든 민주주의 4.0 등과 비교하며 건강한 모임으로 추켜세워줬고, 원내대표 경선이나 국회의장 후보 선출, 대선후보 선출 등 당내 선거가 있을 때마다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줬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도 잠시, 대선 정국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처럼회의 입지는 다소 흔들리게 됐다. 처럼회가 친문의 대표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를 지지할지 ‘비문, 비주류’의 대표인 이재명 대표를 지지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처럼회는 본래 ‘친이해찬계’ 성향의 정치 집단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초선 의원 대부분이 이해찬 전 대표 시절 공천받아 국회에 입성한 터라, 그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했기 때문이다. 처럼회 소속 초선 의원들의 정치 경험이 전무한 점도 한몫했다.

이해관계
상부상조

애초에 어느 세에 규합될 명분이 없었던 이들은 자연스레 이 전 대표의 뜻에 항상 동조해줬고, 이 전 대표 또한 이들에게 정치적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문제는 대표적인 친문 정치인 출신인 이 전 대표가 대선에서 이낙연 당시 후보를 지지하지 않고, 이재명 후보를 밀었다는 점에서 비롯됐다.

기존 친문 성향 정치인들은 모두 이낙연 후보를 지지하는 추세였지만, 이 전 대표는 의외로 당시 비주류로 인식되고 있었던 이재명 대표의 손을 들어줬다.

이 전 대표가 이재명 대표와 함께 걸어갈 뜻을 내비치자, 처럼회의 주축 의원들도 하나둘 동행에 나섰다. 이것이 처럼회와 이 대표 사이에서 본격적으로 인연이 싹튼 계기였다. 처럼회 소속 의원들은 이 대표와 함께 대선 운동을 뛰면서 그와의 관계를 공고화하기 시작했다.

윤석열 대선 캠프 측에서 각종 비리 스캔들로 이 대표를 괴롭힐 때, 이들은 적극 방어에 나섰으며 민주당 지지자들의 각종 집회에 참석해 진보층 결집을 유도하기도 했다.

대선이 끝난 후에도 이들의 ‘상부상조’는 계속됐다. 대통령선거가 끝난 지 몇 개월 안 됐을 무렵, 이 대표는 지방선거와 함께 치르는 보궐선거에 나갈 뜻을 공식적으로 내비쳤다.

당시 대부분의 민주당 의원은 그런 이 대표를 성토하고 나섰다.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지 않고 권력을 욕심낸다는 내용의 비판이 연일 쏟아졌다.


이때 이 대표의 국회 입성을 주도적으로 이끈 세력이 처럼회다. 처럼회 소속 민형배 의원은 “이재명이(8월 전당대회에) 나오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한 것”이라며 “우리 당이 너무 처참하게 깨지고 있다. 이 상황쯤 되면 창당 수준의 재건을 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지지를 선언했다.

처럼회 소속의 김남국 의원은 보궐선거 출마가 방탄용이라는 지적에 대해 “대장동은 법적으로 풀 문제다. 국회의원 배지가 있다고 해서 방탄조끼를 입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이들은 이 대표의 보궐선거 출마를 독려하면서 그의 강성 지지자들을 ‘처럼회 지지자’로 흡수했다. 현재 민주당의 골칫거리로 떠오르고 있는 ‘팬덤 정치’가 시작된 것이다.

이들의 개혁 성향의 이면에는 ‘안하무인’식 밀어붙이기가 있었다. 본인의 신념이 워낙 강해 반대하는 목소리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찍어 누르는 것이다.

검수완박 당시가 그 대표적인 예다. 민주당 비명(비 이재명계)계 의원들은 처럼회가 밀어붙이는 ‘검수완박’의 구조적인 모순점을 지적하며 공개적으로 반대한 바 있다. 민주당 강성 팬층은 이들을 철저하게 응징했다. 겉과 속이 다르다는 뜻의 ‘수박’이라는 별칭을 붙이며 ‘수박 의원들’에게 테러 행위를 가한 것이다.

방패막이
일등공신

테러의 종류도 다양했다. 조직적으로 의원 개인 핸드폰에 ‘문자 폭탄’을 보내는가 하면, 의원실에 종일 전화를 해 하루 종일 불통을 만들기도 했다. 심지어 이 대표에게 쓴소리를 자주 날리는 의원실에는 다량의 수박이 배달되기도 했다.

성희롱 논란에 휩싸인 최강욱 의원에 대한 징계 문제가 불거졌을 때도 강성 팬덤은 최 의원의 징계를 주장하는 목소리를 하나하나 반박하며 ‘처럼회 지키기’에 온 힘을 쏟아부었다.

최 의원에 대한 강한 징계를 주장한 박지현 당시 비대위원장은 강성 팬덤의 공격을 받으며 흔들렸고, 비대위가 끝난 후 전당대회에 참여할 뜻을 내비쳤으나 당 지지자들의 거센 반발로 출마가 무산된 바 있다.

각종 풍파를 함께 겪은 처럼회와 이 대표는 지방선거가 끝난 현재까지 서로 깊게 얽힌 사이가 됐다. 1년 남짓한 시간에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 대표 입장에서는 처럼회가 유일한 국회 내 ‘친명’ 세력이었고, 구심점이 마땅치 않았던 처럼회도 막강한 리더가 필요했다. 

정치적인 성향도 죽이 잘 맞았다. 기존 정치권에서 비교적 자유로웠던 이 대표의 행보는 늘 파격적이었고, 민주당을 개혁하자는 주장에 항상 동의했다. 강성 개혁파로 분류되던 처럼회에 알맞은 리더였던 것이다.

처럼회 소속 의원은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에서 “이 대표는 친문 세력에게 많은 어려움을 겪었던 인물”이라며 “기존의 민주당을 개혁하자는 데 우리(처럼회)와 의견이 일치하는 부분이 많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기본적으로 (이 대표가)개혁에 열려 있는 리더고 의원 대부분의 의견을 수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렇게 시너지를 발휘한 두 세력은 이제 민주당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권력까지 얻게 됐다. 이 대표는 이 대표대로 민주당 전당대회의 압승을 이뤄낸 뒤 당의 얼굴이 됐고, 처럼회 소속 의원은 대거 최고위원에 당선되며 지도부를 꿰찼다.

중진 합세 민주당 장악
하나회 같은 수순 밟나

이 대표는 민주당 내 비주류에서 리더로 올라갔고, 초선 공부모임이었던 처럼회는 당의 실세가 됐다.

새로운 민주당 지도부가 출범되자 당 안팎에서는 걱정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당 대표도, 최고위원도 모두 심하게 강성이라는 지적이다. 중도로의 확장을 도모해야 하는 민주당이 지나치게 극단적으로 갈 것이라는 우려였다.

당내에서는 이미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이 대표가 그동안의 민주당 대표들과는 달리 소통에 많이 닫혀 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고, 그를 돕고 있는 최고위원들과 처럼회 소속 의원들 또한 ‘안하무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소리도 들린다.

심지어 몇몇 처럼회 소속 의원은 강성 팬덤 문화에 취해 정치적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종종 하는 중이다.

최근 극단적인 행보를 보인 의원은 김용민 의원이다. 김 의원은 지난 8일 청계광장에서 열린 제9차 ‘김건희 특검! 윤석열 퇴진! 촛불 대행진’에 현역 의원 최초로 참석했다.

그는 참석 뿐만 아니라 마이크를 잡고 무대에 나가 극단적인 언행들을 쏟아냈다. 그는 이날 집회에서 “우리가 함께 행동해서 윤석열정부 (임기)를 5년 채우지 못하게 하고 국민의 뜻에 따라 빨리 퇴진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며 “그것이 진정한 국민 주권의 실현”이라고 주장했다.

해당 발언을 두고 여권에서는 물론 야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한 비명계 민주당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윤석열정부가 비상식적인 수사 탄압을 벌이고 있는 것은 맞지만 해당 발언은 너무 나간 것 같다”며 “임기를 이제 시작한 대통령에게 퇴진하라는 소리에 강성 지지자들 말고 누가 동의하겠나. 당에 도움 되지 못하는 행위”라고 전했다.

그는 “요즘 친명계 의원들(처럼회 소속 의원들을 비롯)에 대한 비판도 자유롭게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강성 팬덤의 보복 문제도 있고 당내 실세로 거듭난 이들이 너무 거침없이 나아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에서 “이들(김남국, 김용민)이 조국 집회 때 길거리 유세를 통해 스타가 된 뒤 국회에 입성한 사람들 아니냐”면서 “정치 경험이 적은 탓에 당내 실세가 된 요즘 많이 들떠 있는 것 같다”고 다소 수위 높은 비판을 가했다.

이 대표의 당선과 친명 의원들의 최고위원 당선에 힘입어 당내 주류로 거듭난 처럼회는 사실상 시험대 위에 놓이게 됐다. 당내 의사결정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위치에 올라간 이들은 당의 성공에도, 당의 실패에도 책임을 떠안아야만 한다.

길거리 스타
시험대 위에

처럼회는 “누구‘처럼’되자, 혹은 누구‘처럼’ 되지 말자”라는 뜻으로 붙여진 모임명이다. 그러나 이들이 “하나회‘처럼’ 변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당내에서 속속 등장하고 있다. 좋은 취지로 만들어진 ‘사조직’이 권력의 맛을 본 후, 특정 정치인을 비호하기 위한 ‘빠조직’이 되어가고 있다는 소리다. 이들은 “처럼회가 하나회처럼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본래의 취지를 상기하고 정상화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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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