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동나비엔, 보일러 왕국의 구조 개편 속내

줄었어도…꺼지지 않는 내부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경동나비엔의 사업구조 개편 작업이 효과를 보고 있다. 경동원을 축으로 하는 지배체제가 한층 굳건해졌고, 향후 승계 과정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내부거래 문제는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비중이 낮아졌을 뿐, 해당 논란에서 자유롭긴 힘든 구조다.

경동그룹은 창업주인 고 손도익 창업주가 1967년 부산에서 설립한 왕표연탄(현 원진)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후 탄광 개발부터 보일러 생산과 도시가스 공급에 이르기까지 사업을 확장하면서 그룹사 면모를 갖추는 데 성공했다.

느슨한
관계

현 지배구조의 큰 틀은 2000년대 초반에 세워졌다. 이전까지만 해도 오너 일가 13명이 원진의 지분 64.04%를 나눠갖는 구조였다. 

2001년 10월 손도익 창업주가 세상을 떠나면서 지배구조에 변화가 감지됐다. 오너 2세들이 경영을 완전히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서 사실상 계열분리 수순을 밟기로 한 것이다. 

인적 분할을 거치면서 기존 원진은 손도익 창업주의 세 아들(장남 손경호 경동도시가스 명예회장, 차남 손연호 경동나비엔 회장, 삼남 손달호 원진 회장)이 경영을 나눠 맡는 ‘한 지붕 세 가족’ 체제로 탈바꿈했다. 장남이 경동도시가스, 차남이 경동나비엔, 삼남이 원진을 지배하는 게 골자였다.


장남은 경동홀딩스를 축으로 한 지주회사 체제의 정점에 올랐고, 올해 상반기 기준 경동도시가스를 비롯해 경동인베스트, 경동건설, 경동로지스 등이 장남의 세력 범위에 포함된 상태다. 삼남은 원진을 필두로 원진월드와이드, 경동개발 등을 휘하에 두고 있다.

차남인 손연호 회장이 이끄는 경동나비엔은 그룹에 속한 법인 가운데 가장 높은 인지도를 확보한 곳이다. 손연호 회장은 1979년 경동기계(현 경동나비엔)에 입사했고, 1982년 2월 계열사 임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손경호 회장과 경동나비엔의 인연은 2000년 3월 맺어졌다. 이 무렵 손연호 회장은 경동나비엔에 대표이사 회장으로 취임했고, 이후 20년 넘게 경동나비엔 경영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해당 기간 동안 손연호 회장은 전문 경영인을 선임해 각자 대표 체제로 회사를 경영했다. 현재는 김종욱 대표와 긴밀한 파트너십을 유지 중이다.

지난해 12월 부임한 김종욱 대표는 삼성테크윈, 한화테크윈 연구소장을 지낸 최고기술책임자(CTO) 출신 경영인이다. 현재 ㈜경동나비엔의 생산, 품질, 개발, 구매, 안전, DT(디지털 전환) 총괄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경동나비엔은 손연호 회장 체제에서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법인 5개사의 총자산은 1조850억원에 이른다. 본격적인 홀로서기가 시작된 2003년(1940억원)과 비교하면 매출은 6배가량 커졌다.

탄탄한
지배구조


손연호 회장은 경동원→경동나비엔→나머지 계열회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의 정점에 서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경동원은 경동나비엔 지분 56.72%(826만3287주)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손연호 회장이 직접 보유한 지분은 0.89%(12주9262주)에 불과하다.

경동원의 경동나비엔에 대한 지배력은 나날이 굳건해지고 있다. 2018년까지만 해도 50.51%였던 지분율은, 올해 상반기 기준 지분율은 56.72%로 소폭 올랐다.

손연호 회장은 친족 및 특수관계인은 경동원 지분 94.43%(91만9238주)를 기반으로 경동나비엔에 대한 지배력을 행사 중이다. 손연호 회장의 경동원 지분율은 27.45%다.

향후 3세 승계 역시 경동원 지분의 향방에 달렸다. 현재 손연호 회장의 후계자로는 아들 손흥락(41) 경동나비엔 상무와 맏딸 손유진(44) 경동나비엔 상무보가 꼽힌다. 

1981년생인 손흥락 상무는 미국 위스콘신메디슨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2008년 경동나비엔에 입사해 전략, 기획, 영업 등을 거치며 경영 수업을 받았다. 손유진 상무보는 이화여대 국문학 학사·사회학 석사,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박사 출신이다. 2014년 경동나비엔에 입사해 현재 경영지원부문장을 맡고 있다.

알짜배기로 홀로서기
주고받는 긴밀한 관계

업계에서는 손흥락 상무가 회사를 물려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손흥락 상무는 2017년 경동나비엔 이사진에 합류한 것을 계기로 사실상 후계자로 평가받았다. 2015년부터는 전략사업팀장을 맡아 신성장동력인 프리미엄 온수 매트의 기획·마케팅을 총괄했고, 경동원 이사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경동나비엔에 대한 경동원의 지배력이 강화되는 추세는 향후 승계 과정에서 후계자의 입지 강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간 경동원은 경동나비엔을 비롯한 사업회사를 지배하면서 보일러 부품, 설비 관련 사업의 재조정을 꾀했는데, 최근 들어 변화의 폭이 커진 상황이다. 

2019년에는 보일러 컨트롤러 사업을 경동전자로 분할했는데, 경동전자는 이듬해 경동나비엔의 자회사로 흡수됐다. 지난해에는 경동원의 PL사업 부문이 ‘경동폴리움’으로 물적 분할로 떨어져 나간 이후 경동나비엔 자회사로 편입했다.  

이 같은 행보는 꾸준히 지적받아온 내부거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경동전자 분할 전까지만 해도 경동원의 내부거래 비중은 꽤나 높은 축이었다. 2018년 경동원의 내부거래 매출액은 1955억원이었고, 경동원의 전체 매출은 2428억원, 매출에서 내부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80.5%에 달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경동원의 내부거래 비중은 급격한 감소 추세로 돌아섰다. 2020년에는 매출 1840억원 가운데 1110억원을 내부거래로 올리면서 내부거래 비중이 60.3%로 낮아졌고, 지난해에는 매출 1554억원 가운데 765억원(내부거래 비중 49.2%)만이 내부거래로 올린 것이었다.


내부거래 감소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정기관의 압박이 한층 강해질 것으로 점쳐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세청은 지난 5월 경동원이 계열회사인 경동나비엔에 외장형 순환펌프를 저가로 판매한 행위를 문제 삼아 시정명령 및 과징금 36억8000만원 부과를 결정하기도 했다. 과징금은 경동원 24억3500만원, 경동나비엔 12억4500만원이었다. 

공정위에 따르면 경동원은 2009년 1월부터 2019년 3월까지 약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기름보일러 가동에 필요한 외장형 순환펌프를 매출원가 이하의 가격으로 손실을 보며 판매하는 방식으로 경동나비엔을 지원했다. 

당초 경동에버런이 경동나비엔에 외장형 순환펌프를 공급했으나, 2009년 1월부터는 경동원이 경동나비엔에 전량을 생산·납품했다. 이 과정에서 외장형 순환펌프 시장의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 경동나비엔이 손해를 보지 않는 수준에서 납품가를 설정함으로써 경동원이 모든 손실을 부담하는 거래구조가 형성됐다. 

경동원과 경동나비엔의 저가 거래는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이어졌는데, 2019년 3월 내부거래 가격체계를 변경하면서 외장형 순환펌프에도 매출원가에 산업평균 매출이익률을 가산하는 방식을 적용해 거래 가격을 인상함에 따라 지원행위가 종료됐다. 

높아지는
압박 강도


내부거래를 통해 경동원은 약 51억원의 영업손실을 부담한 반면, 경동나비엔은 최소 51억원의 이익을 제공받았다. 아울러 경동나비엔은 경쟁이 치열한 외장형 순환펌프 및 기름보일러 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확보했고, 시장에서의 지위를 유지·강화할 수 있었다는 게 공정위 측의 판단이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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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