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재 만발’ 영등포로 가볼까

서울 영등포구가 천지개벽 중이다. 영등포의 대장주 여의도 재건축부터 신길뉴타운까지 곳곳에서 개발이 진행 중이다. 여의도는 개발 호재가 즐비하다. 정비사업으로는 영등포구에서 가장 울고 웃는 곳이 아닐까 싶다. 여의도 내 22개의 아파트 단지 중 17곳은 모두 1970년대 입주했으니 재건축 연한 30년을 훨씬 넘은 셈이다. 

최근 정체되었던 여의도 재건축 추진에 청신호가 커졌다. ‘분리 재건축’ 여부를 두고 3년간 소송을 진행해 온 서울 여의도 광장아파트가 대법원에서 원심 판결을 확정받으며 정비사업에 속도가 붙었다. 

공작아파트가 여의도 재건축 단지 중 첫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데 이어 수정아파트도 최근 영등포구청에 재건축사업 정비계획안을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의 정비사업 패스트트랙인 ‘신속통합기획’을 적용 중인 시범·한양아파트도 연내 정비계획안 확정을 목표로 하는 만큼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여의도 재건축이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정비사업 
패스트트랙

영등포구청은 수정아파트가 지난 7월 말 제출한 정비계획안을 검토하고 있다. 구청에서 해당 안의 입안을 결정하면 서울시로 정비계획안을 올리게 되며 서울시 검토를 거쳐 도시계획위원회 상정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수정아파트의 이번 정비계획안은 2019년 1월 구청에 한 차례 접수됐다가 보류된 것으로 3년 반 만에 정비구역 지정 절차를 재개한 셈이다.

1976년 준공돼 지어진 지 40년을 훌쩍 넘긴 수정아파트는 총 329가구 규모다. 정비계획안에 따르면 재건축 사업 완료 시 용적률 450%를 적용해 최고 45층, 총 525가구 규모로 재탄생한다. 수정아파트는 상업 지역인 여의도 금융중심지구 내에 위치한 만큼 정비계획안 심의에서 ‘여의도 금융중심지구단위계획’과의 정합성 여부가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노후 아파트가 밀집한 여의도 일대는 고층 신축 단지로 탈바꿈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의도 최초로 정비계획안이 통과된 공작아파트는 용적률 490%를 적용받아 기존 373가구에서 582가구로 늘어난다. 49층 높이의 아파트 3개 동과 업무·상업시설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시범아파트와 한양아파트도 신통기획으로 정비계획안 마련에 한창이다. 

준공 50년을 넘긴 시범아파트는 현재 최고 13층 1584가구 규모에서 최고 65층, 2300~2400가구 대단지로 다시 태어난다. 한양아파트도 최고 50층 높이의 재건축안을 만들고 있다. 목화아파트와 통합 개발을 추진하던 삼부아파트도 최근 단독 재건축으로 선회하며 신통기획 단지로 선정됐다. 광장아파트(3·5~11동)도 서울시에 신통기획 참여 신청 의사를 타진했다. 목화아파트는 여의도 재건축 단지 중 자체 사업 방식으로는 최초로 재건축조합을 설립하며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여의도에는 교통 호재 또한 즐비하다. 2·5호선 환승역인 여의도역에 안산과 여의도를 잇는 2024년 신안산선이 들어올 예정이다. 9호선 샛강역에는 서울대입구역과 여의도를 연결하는 신림선이 지난 5월 개통했으며, GTX-B노선(2023년 착공예정)과 서부선(2023년 착공예정) 등도 예정돼 있다. 

정체 여의도 재건축 추진 청신호
‘천지개벽’ 신길뉴타운 개발 속도

영등포구의 구도심인 영등포생활권은 정비사업으로 환골탈태를 꿈꾸고 있다. 오래된 주거지인 만큼 곳곳에서 크고 작은 재개발 사업이 이뤄지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영등포뉴타운 사업이 있는데, 현재 6구역으로 나뉘어 재개발이 진행 중이다. 입주를 마친 신축 단지들이 일대 시세를 리딩하면서 영등포생활권에서 가장 핫한 곳이 되었다.

가장 사업 규모가 큰 1-4구역에는 ‘아크로타워스퀘어’ 1221가구가 2017년 입주를 마쳤고, 인근 1-3구역의 ‘포레나 영등포’ 185가구도 2020년 입주를 마쳤다. 두 신축 단지 사이에 위치한 1-2구역은 2008년 5월 조합설립을 마치고, 192가구의 주거 단지로 탈바꿈을 예고하고 있다.


바로 건너편 1-13구역은 관리처분인가를 마치고 이주가 한창 진행 중이다. 시공사로 대우건설과 두산건설을 선정했고, 단지명은 ‘영등포 센트럴 푸르지오위브’다. 조만간 659가구를 분양한다는 계획. 1-11구역(715가구)과 1-12구역(413가구)은 2020년과 2019년 각각 조합설립인가를 완료한 상태다.

영등포역 인근 대선제분 일대 재개발 1-1구역을 보면 지난 3월 사업시행인가를 완료하면서 사업이 탄력받고 있다. 이곳은 낙후된 제분공장에서 지상 19층에 이르는 공동주택 141가구와 오피스텔, 근린생활시설로 탈바꿈하게 된다. 바로 옆에 타임스퀘어가 위치한 몰세권이자 영등포역이 도보권인 역세권 입지여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공원 개발호재도 있다. 지난해 4월 신월여의지하도로(국회대로 지하화, 제물포터널) 개통에 따른 국회대로(제물포길) 지하화 공사로 신월IC에서부터 국회대로 여의도로 이어지는 7.6㎞ 구간에 숲·광장 테마공원(일명 국회대로 지상화 공원 계획)이 조성된다. 서울시는 사업비 573억원을 투자해 2024년까지 공원을 조성할 방침이다. 국회대로 상부 공원을 서울의 새로운 녹색벨트로 조성한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전통적인 교통 중심지답게 영등포생활권은 교통여건이 점점 개선되고 있다. 신안산선이 2024년 들어서면 영등포역은 1호선, KTX에 이어 신안산선까지 모두 지나는 교통의 중심지가 될 전망이다. 

양평역 일대 재개발도 순항 중이다. 착공을 앞둔 양평12구역(707가구)은 조만간 분양에 나설 계획인데 GS건설이 시공을 맡아 ‘양평역 자이’라는 단지명이 유력시 되고 있다. 인근 양평13구역은 조합 설립을 완료했고, 양평14구역은 추진위원회 승인만 마쳐 놓은 상태다.

크고 작은 
개발 사업

다음으로 당산생활권이 있는데, 이 권역은 워낙 교통이 편리한데다가, 소규모 단지들이 재건축에 나서면서 잠재력이 높게 평가되고 있다. 이 권역은 당산4구역을 재개발한 ‘당산롯데캐슬 프레스티지’와 상아·현대아파트를 재건축한 ‘당산센트럴 아이파크’덕분에 정비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당산역 인근 ‘유원제일1차’와 ‘유원제일2차’는 재건축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유원제일1차(554가구)는 관리처분인가를 4월 완료했고 내년 분양을 목표로 하고 있다. DL이앤씨가 시공을 맡았기 때문에 단지 명에 ’e편한세상’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유원제일2차는 총 410가구 소규모 단지로 2018년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상태다. 이들 두 사업장 모두 당산역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고, 우수 학군인 당서초와 당산서중이 가까워서 인기가 많은 곳이다.

당산생활권 교통호재도 보겠다. 이 권역은 2·9호선이 십(十)자형으로 관통하는데, 한가운데 위치한 환승역 당산역이 교통의 중심지다. 이곳에 목동선 경전철이 들어서면 교통망이 더 좋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목동선은 신월부터 목동신시가지를 거쳐 당산까지 이어지는 경전철이다. 현재 상반기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 조사 중에 있는데 당초 2028년 개통을 목표로 했지만, 개통 시기는 예상보다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사라지는
노후 건물

마지막으로 신길생활권을 살펴보자. 신길생활권의 개발 호재하면 곧바로 신길뉴타운이 떠오를 것이다. 신길뉴타운 덕분에 오래되고 낙후된 동네에서 신흥주거지로 천지개벽하고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주목받았던 건 아니다. 2005년 서울시 제3차 뉴타운 후보지로 선정됐으나,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면서 사업 진척이 한동안 없었다. 원래 1구역부터 16구역까지 사업이 추진됐으나, 6곳(1·2·6·15·16구역)이 해제된다.


사업이 진행 중인 10곳 중 7곳은 입주를 마치고 사업을 완료한 상태다. 2015년 ‘래미안 프레비뉴(11구역)’를 시작으로 래미안 에스티움(7구역)’ ‘신길센트럴 자이(12구역)’ ‘신길센트럴 아이파크(14구역)’ 등이 준공을 마쳤다. ‘더샵 파크프레스티지(3구역)’가 준공 완료하면 총 8곳이 입주하게 된다.

나머지 2곳은 뉴타운 사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10구역은 작년 사업시행인가를 받았다. 대우건설이 시공을 맡아 ‘푸르지오’아파트로 거듭날 것으로 보인다. 13구역은 조합 설립을 완료한 상태인데, 지난 2월 GS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돼 ‘자이’ 아파트로 탈바꿈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에선 사업을 재추진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해제됐던 1구역은 2020년 3월 ‘공공재개발’ 사업지로 선정된 이후, 활발히 추진위원회 동의를 받고 있다. 2·4·15구역은 정부 주도 ‘도심공공주택복합 개발사업’에 선정되며 재개발 추진에 다시 합류했다.

신길뉴타운이 뜨게 된 배경에는 교통호재도 한몫을 했다. 현재 신길뉴타운 남측에는 7호선이 인접해 있고 북측에는 1호선이 지나고 있다. 기존 횡축 교통망을 연결해주는 종축 교통망인 신림선과 신안산선이 차례대로 들어서면서 교통이 더욱 편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신길뉴타운 어디에 있든 도시철도를 걸어서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아파트 시세 상승에도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현재 영등포의 경우 특정 지역만 개발되는 것이 아니라 위에서 언급한 대로 크게 4가지 섹터로 환골탈태를 하고 있다”며 “노후한 건축물들이 사라지고 주거환경은 물론 교통여건 또한 크게 개선됨에 따라 영등포 분양시장은 향후에도 수요자들의 관심이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영등포구에서 분양(예정) 중인 단지.

 

 

▲아크로 여의도 더원= 디엘이앤씨㈜가 시공을 맡은 하이엔드 오피스텔인 ‘아크로 여의도 더원’이 분양한다.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25-11번지로 지하 7층~지상 29층 1개동으로 대지면적 1676.15평, 연면적 2만5769.73평으로 최고급 하이엔드 오피스텔 492실을 제공한다. 1.5룸부터 2룸, 3룸으로 대형 평형을 갖춘 것이 특장점. 세대당 1.1대의 우월한 주차 대수로 110% 총 575대를 제공한다. 


아파트급 커뮤니티 시설이 돋보인다. 웰니스 라이프를 완성하는 피트니스 및 골프라운지 골프연습장(462㎡/약 140평), 피트니스(330㎡/약 100평) 완벽한 시스템이 구비된 전 타석 스크린 골프 라운지와 프리미엄 기구가 완비된 특별한 시설이 들어선다. 

그 외에도 품격을 높이는 소사이어티 클럽 비즈니스 세미나, 파티가 있는 아크로만의 프라이빗 하이 소사이어티 공간, 일상이 작품이 되는 공간, 럭셔리 인도어 풀 실내 수영장(661㎡/약 200평), 바데풀, 키즈풀 등 호텔급 시설이 들어선다. 2026년 10월 준공 예정.

전통적인 교통 중심지
4가지 섹터 환골탈태

 

▲여의도234레지던스= 대한민국 금융의 중심지인 여의도에서 하이엔드 생활(형)숙박시설인 ‘여의도234레지던스’가 분양한다. 현대엔지니어링에서 시공을 맡는 브랜드 생활숙박시설로 과거 NH 투자증권이 있던 자리에 들어서는 57층 초고층건물이 들어설 계획이다.

총 348실이 공급된다. 지하 6층까지는 주차장,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까지는 근린생활시설과 일반업무시설이, 지상 4층부터 지상 56층까지는 13개 타입의 348실이, 57층에는 인피니티 풀이 들어선다. 13개 타입의 348호실이 분양되는데, 33㎡(전용 11평)부터 102㎡(31평)까지 다양한 구조다. 2026년 2월 완공 예정.

 

 

▲여의도 월드메르디앙= 역세권 3룸 오피스텔과 소형 주택으로 이뤄진 복합 주거단지인 ‘여의도 월드메르디앙’이 분양 중이다. 서울시 영등포구 영등포동8가 4번지 외 5필지에 지하 1층~지상 12층 규모, 30실의 주거용 오피스텔인 아파텔과 11세대의 소형 주택(도시형 생활주택)으로 들어선다.

지하 1층~지상 12층 규모다. 오피스텔은 2~9층, 소형 주택은 10~12층으로 이뤄진다. 총주차 대수는 39대(법정 36대). 오피스텔은 전용면적 58㎡(8실), 61㎡(8실), 62㎡(14실) 3가지 타입이다. 소형 주택은 37㎡(2세대), 47㎡(4세대), 49㎡(2세대), 50㎡(2세대), 56㎡(1세대) 5가지 타입으로 구성된다.

전 세대 발코니 확장과 슬라이드중문, 시스템에어컨, 각종 가전제품 등이 무상으로 제공된다. 3룸과 2배스 구조(일부 세대 제외)의 아파트 평면을 도입했다. 특히 최상층인 12층 3세대는 독점공간 사용이 가능해 특히 높은 인기가 예상된다.

팬트리 공간
넉넉한 수납

 

▲신길 AK 푸르지오= 대우건설은 신길뉴타운에 조성 중인 주상복합 ‘신길 AK 푸르지오’를 선착순 분양 중이다. 미계약 세대에 대해 거주 지역과 청약 통장 가입 여부에 관계없이 선착순으로 분양 받을 수 있다. 

서울시 영등포구 신길동 255 -9번지 일대에 지하 5층~지상 24층, 5개동, 소형 주택·오피스텔 총 392세대와 근린생활시설 등으로 조성된다. 그중 현재 공급 중인 소형 주택(도시형생활주택)은 49㎡A 80세대, 49㎡B1 148세대, 49㎡B2 19세대, 49㎡C 39세대 등 총 286세대 규모다.

실거주에 최적화된 평면을 갖췄다. 거실과 주방, 욕실, 방 2개의 2룸형(총세대수의 72%) 특화 설계를 적용했다. 공간 활용성을 높이기 위한 팬트리 공간 등 넉넉한 수납공간으로 아파트 못지않은 평면을 자랑한다. 전 세대 발코니 확장도 무상으로 시공된다. 파인 가든, 플레이 가든 등 산책·휴식 공간과 피트니스 클럽이 마련되고, 단지 내 지상은 차량 동선과 보행 동선이 분리된 차 없는 안전한 공원형 단지로 꾸며진다. 

 

<webmaster@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