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원내대표와 원내총무

  •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
  • 등록 2022.10.04 14:15:51
  • 호수 139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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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국회 회기 100일은 국회의 시간이고 의원들의 시간이다. 그런데 올해 정기국회(9.1~12.7)가 열린 지 벌써 한 달이 다 돼가는데도 우리 국민이 느끼는 정기국회 체감온도는 현저하게 낮다.

의원들의 대표인 원내대표의 모습이 보이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정기국회 회기 중인 지난달 19일에야 원내 사령탑이 돼 정기국회를 챙길 시간이 없었고,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도 지난 3월 원내대표로 선출됐지만 8·28 전당대회를 치르느라 정기국회 준비에는 소홀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지난달 19일부터 22일까지 나흘간 진행된 대정부질문에서도 노란봉투법과 영빈관 신축, 그리고 이재명 사법 리스크와 김건희 의혹 관련 공방에 이어 윤석열 대통령 외교 참사(?)까지 거론하면서 전 정부 심판론과 현 정부 실정론을 놓고 충돌만 했다.

국정 전반에 대한 정당 차원의 통일된 질의는 없었다. 원내대표 중심의 준비가 덜 됐기 때문이다. 

4일부터 오는 20일까지 진행되는 국정감사도 제대로 될 리가 없다. 민주당이 현 정부의 문제점을 지적해야 하는데, 문제점 대부분이 전 정부 때부터 벌어졌던 일들이어서 공격수 역할을 제대로 못할 게 뻔하다.


오히려 국민의힘이 상대적으로 현 정부의 정책 실패 등에 대한 비판 강도를 높이려는 웃픈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정기국회 회기만큼은 원내대표가 주도권을 가지고 당을 운영해야 하는데 우리나라 양당의 현재 모습이 그렇지 못하다는 게 문제다.

민주당에는 이재명 대표만 보이고 국민의힘에는 정진석 비대위원장만 보인다는 게 우리나라 국회가 원내총무 부재 시대의 민낯을 드러낸 것이다.

3김 시대를 비롯해 보스 중심의 정치가 존재하던 시기에는 당을 대표하는 총재가 막강한 힘을 가졌다. 의원을 대표하는 원내총무도 있었지만 원내총무는 총재의 하수인에 불과했다.

총재가 자신의 최측근을 원내총무로 직접 임명했으니 그럴 만도 했다.

그러나 17대 국회부터 당 대표의 권한을 분산하기 위한 정치개혁 운동이 일어나고 관련법이 개정되면서 의원총회를 통해 의원들이 뽑은 원내대표와 전당대회를 통해 당원들이 뽑은 당 대표와 역할이 각각 나뉘는 이원화 체제로 바뀌었다.

이는 당 총재의 하수인에 불과했던 원내총무의 위상을 높여 명칭을 원내대표로 바꾸고, 원내의 협의나 각종 제반사항의 권한을 원내대표에게 주어, 의원들의 원내활동을 더 원활하게 하기 위한 목적뿐만 아니라, 당 대표의 독재를 막기 위한 목적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10여년 동안 박근혜 전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이 당 대표가 된 후 대통령후보가 되고 대통령으로까지 당선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다시 원내대표는 당 대표의 하수인으로 전락하고 말았다는 생각이 든다.

당 대표가 임기 2년으로 공천권을 쥐고 있고 ‘당 대표→대통령후보→대통령’ 프레임 아래서 당 대표는 대통령이 되기 위한 발판이 되는 자리기 때문에, 임기 1년의 원내대표가 당 대표에게 밀리는 건 당연할 수밖에 없다.

지금 21대 국회에서도 같은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이재명 대표가 지난 8·28 전당대회를 통해 이미 대권 도전을 위해 안착했고, 국민의힘의 차기 대권주자들도 ‘당 대표→대통령후보→대통령’ 프레임을 노골적으로 표현하면서 당 대표 출마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러니 현재 정기국회 회기인데도 원내대표는 보이지 않고 당 대표와 당 대표 후보, 그리고 비대위원장만 보이는 것이다.

그러나 당 대표가 당의 발전을 위해 원내와 원외에서 큰 정치력을 발휘해야 하지만, 원내에서만큼은 원내대표가 책임 리더로서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는 풍토가 만들어져야 건전한 정당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 정당이 잊어서는 안 된다. 

원내대표가 다시 원내총무로 전락해 당 대표의 하수인이 돼서는 절대 안 된다.

우리 국민은 여야가 건전한 싸움을 하는 것뿐만 아니라, 한 정당 내의 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건전한 싸움도 하고, 아름다운 협상도 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 

대선이나 총선, 그리고 지선 같은 경우 당 대표가 의원을 포함한 전 당원과 함께 선거를 승리로 이끌어야 하기 때문에 당 대표 중심으로 움직이는 게 맞다.

그러나 정기국회 회기 동안에는 원내대표 중심으로 정당이 활발하게 움직여야 한다. 

내년 3월과 4월에 새로 뽑히는 양당의 원내대표는 내년 정기국회를 잘 준비해 국회의 시간이자 의원들의 시간인 정기국회를 성공적으로 치르기를 기대해본다.

원내대표가 다시 원내총무로 전락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 당 대표의 대변인이 되어서도 절대 안 된다.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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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