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상춘: 봄이 계속됨 진민욱

어제 걸은 길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재단법인 한원미술관에서 진민욱 작가의 초대전 ‘어제 걸은 길(The road that I walked yesterday)’을 준비했다. 진민욱은 현대미술의 범주 안에서 동양화의 현대성을 추구하며 전통 채색화의 명맥을 계승해나가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재단법인 한원미술관은 한국 미술계의 허리 격인 기성작가의 재발견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수년간 창작활동에 매진해온 이들이 저마다 각자의 작업에 몰두하며 작가로서의 긴 호흡을 위해 예술적 역량을 완성해나가는 점에 주목하는 것이다. 

느린 발걸음

한원미술관은 다양한 장르 속에서 매체에 대한 고민과 다변적 실험을 거듭하는 작가의 행보를 중시하고 지금까지의 변천 과정을 살펴보는 계기를 마련코자 했다. 진민욱의 이번 전시는 예비 중견작가의 도약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한원미술관의 설립 취지와 맞닿아 있다. 

진민욱은 2019년 한원미술관에서 개최한 제10회 화가 ‘화첩: 심상공간’에 참여했다. 당시 전통회화의 이동 시점에 따른 대상과 배경의 경계가 도식적으로 구분된 화면을 선보인 바 있다. 그의 투명하고 담백한 색채와 풍부한 조형미에서 발현되는 노련함은 작업의 무게감을 더한다.

이는 성실함과 집요함을 바탕으로 오랫동안 숙련된 표현기법의 결과다. 

진민욱의 작업에 자주 등장하는 요소는 그의 손길과 사유, 일상의 정취가 담겨있는 농밀하고 섬세한 관찰과 묘사 그리고 투영의 대상이다. 전시 제목인 ‘어제 걸은 길’에서 알 수 있듯 진민욱은 체류했던 도시나 소소한 일상, 생활반경에 인접한 주변 풍경에서 받은 인상을 바탕으로 당시 느낀 소회를 작품으로 풀어냈다. 

기성작가의 재발견
도약의 밑거름 지원

그는 꽃과 곤충, 동물, 바위와 같은 평범한 소재에서 그 안에 숨 쉬고 있는 작은 존재의 아름다움에 매료돼 이를 심상의 재현으로 담아내기 위한 회화적 실험을 거듭해왔다. 또 평온한 일상을 산책하며 자신과 세상의 연결점을 찾고자 자연과의 교감을 시도했다. 

최근 진민욱은 주로 머물렀던 장소, 특히 일상의 주변 사물로부터 느낀 깊은 감명을 모티브로 삼아 풍경화 연작을 그려왔다. 그는 고전문헌에서 자연의 경탄을 묘사하는 문학적 표현인 ‘상춘(항상 봄이 계속됨)’의 의미를 빌려 내러티브를 만들고 있다.

또한 전통회화에서 흔히 접하는 이상향, 도원경과 같은 동양적 세계관을 정지된 화면에 투영함으로써 도시 산책을 통해 거닐었던 장소는 작가의 상상이 더해져 현실 속의 낙원으로 변모한다. 

진민욱은 “상춘의 봄은 특정 계절이 아닌 심리적 봄을 의미한다. 나의 작업은 현실 공간을 빌리지만 일상에서 낙원의 키워드를 찾는다는 전제에서 상상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며 “낙원, 도원경이란 가상의 공간, 도피적인 망상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걷고 몸으로 느끼는 과정을 통해 표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점검하고 그 형태는 어떠해야 하는지 열린 결과를 상상하며 사유의 과정을 작업으로 풀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책 과정에서 받은 인상
감정의 소회 작품에 투영

이번 전시는 지난해 진행한 작업 ‘Stroll&See’와 ‘작은 은거’의 연장선에 있다. Stroll&See 연작은 자연 풍경과의 교감을 통해 삶에서 서서히 발견되는 작은 가치에 주목했던 ‘소소경’ 연작보다 형식적 측면이 한층 더 성숙하고 발전된 사유방식이다. 

지난해부터 새롭게 선보인 작은 은거 연작은 풍경과 고전 문학의 시적 표현에서 연상되는 이미지에 착안해 도심에서 바라본 산의 경치나 자연물 형태의 윤곽선을 염두에 두고 전통회화의 형식을 오늘날의 관점으로 재해석한 변형 캔버스 작업이다. 

병풍의 구조적 형태를 재해석한 수직적 형상을 갖춘 설치물로 제작됐다. 이 같은 방식은 관람객에게 움직임을 유도함으로써 다층의 레이어를 통한 시각-촉각-사유의 궤적을 함께 공유하고 감상해주기를 바라는 진민욱의 시그널이다. 

각자의 리듬

전승용 선임학예사는 “진민욱은 우리가 사는 현재의 도시에서 무엇을 보고, 생각하며 걷는지 잠시 느린 발걸음으로 우리 자신의 삶을 성찰해 보기를 권유한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시적 풍경으로 가득 채워진 공간에서 작품과 작품 사이를 거닐며 각자의 리듬으로 감상해보기를 제안한다”고 전했다. 전시는 12월16일까지. 


<jsjang@ilyosisa.co.kr>

 

[진민욱은?]

▲학력
이화여대 조형예술대학 동양화전공 박사 졸업(2019)
북경중앙미술학원 중국화과 석사 졸업(2009)
이화여대 조형예술대학 동양화전공 학사 졸업(2003)

▲개인전 
‘어제 걸은 길’ (재)한원미술관(2022)
‘幕間’ 이대서울병원 아트큐브(2021)
‘도시를 보는 작가-Interlude(사이)’ 인천도시역사관(2021)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아트비트 갤러리(2019)
‘소소경逍小景’ 021갤러리(2019)
‘소소경逍小景’ 우민아트센터(2018)
‘박사학위청구전-상춘지경常春之景’ 아트스페이스 루(2018) 외 다수

▲수상
청년작가 한국화 공모전-한국의 아름다움 외교부 장관상(2018)
안견회화정신전 청년작가기획전 우수상(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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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후폭풍’ 표심 가른 당락 결정타

‘6·3 후폭풍’ 표심 가른 당락 결정타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지방선거가 끝났다. 결과는 나왔으니 원인을 분석할 시간이다. 여야 모두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를 받은 상황이라 외부보다는 내부가 더 시끌벅적한 모양새다. 여당을 견제하면서 야당을 심판한 민심의 절묘함은 어디서부터 비롯됐을까. 지방선거를 뒤흔든 두 이슈, 주식과 부동산의 관점으로 바라봤다. 광역단체장 12 대 4. 지방선거의 승패를 가르는 시‧도지사 결과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5대 12(당시 17개 시‧도)로 완패했던 4년 전 지방선거 결과를 완벽하게 뒤집었다. 문제는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이번 지방선거를 민주당의 완승으로 보기 힘들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모든 선거에서 가장 핵심 지역인 서울을 빼앗겼다. 이긴 것도 진 것도 이번 지방선거는 여러모로 민주당에 유리한 상황에서 치러졌다. 우선 12‧3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을 거쳐 당선된 대통령이 취임 1년 만에 맞는 선거였다.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은 1년여 동안 60%대를 상회했다. 말 그대로 민주당이 ‘질 수 없는’ 선거였다. 실제 선거 초기 각종 여론조사 결과는 민주당의 ‘싹쓸이’를 예견했다. 국민의힘의 텃밭인 TK(대구‧경북) 지역에서조차 민주당이 이기는 결과가 나왔다. 15 대 1, 16 대 0 등의 결과를 예상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았다. 하지만 실제 선거에서는 달랐다. 민주당이 12곳에서 승리해 표면상으로는 국민의힘을 압도했지만 실속은 챙기지 못했다. 보수 궤멸 얘기까지 나왔던 국민의힘은 텃밭을 지키고 서울도 수성했다.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119 대 95(무소속 13)로 선방했다. 구체적으로 뜯어보면 국민의힘이 마냥 졌다고 보기 어려운 결과가 나온 것이다. 민주당으로서는 서울에서의 패배가 뼈아팠다. 국민의힘 후보로 나온 오세훈 서울시장과 민주당 정원오 후보의 득표율 차이는 불과 1.15%p, 표 차로 따지면 6만여표였다. 서울 성동구청장 출신의 정 후보는 이 대통령의 ‘샤라웃’을 받은 이른바 ‘명픽’으로 불렸다. 이 대통령이 ‘일을 잘한다’는 내용으로 정 후보를 언급하면서 인지도와 지지도가 수직 상승했다. 정 후보는 박주민 의원, 전현희 의원 등 민주당 내에서 잔뼈가 굵은 의원을 상대로 한 경선에서 이겼다. 여론조사 결과도 국민의힘 오 시장과 크게 벌어졌다. 20%p 차이가 나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서울시장 당선은 ‘떼놓은 당상’처럼 보였다. 광역단체장 12곳 이기고도 서울 내주면서 ‘반쪽 승리’ 미묘한 변화가 감지된 것은 선거운동이 시작된 이후였다. 오 시장과의 격차가 줄기 시작했고 선거가 임박해서는 오차범위 이내의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그리고 사전투표를 거쳐 본투표 당일 오후 6시 출구조사가 발표됐다. 방송 3사는 정 후보 51.4%, 오 시장 46%로 민주당이 무난하게 서울을 탈환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최종 결과는 오 시장의 신승이었다. 서울 송파구 등에서 투표용지 부족으로 ‘부실 선거’ 논란까지 벌어진 끝에 나온 결과였다. 서울에서의 패배로 민주당은 광역단체장 12곳에서 이기고도 웃지 못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사실상 패배’라는 아쉬운 탄식이 나왔다. 심지어 이 대통령조차 ‘민심의 경고’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서울시장 선거 결과를 두고 부동산이 표심을 갈랐다고 설명했다. 이재명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분노한 민심이 오 시장에게 표를 던졌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부동산 문제를 시장에 맡기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하지만 취임 이후 부동산과 관련해 강경 발언을 이어가는 등 정부가 시장에 깊숙이 관여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달 9일에 종료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정책이 대표적이다. 그동안 다주택자가 누리고 있던 사실상의 세금 감면 혜택을 거둬들이겠다는 취지였다. 이 대통령은 X(옛 트위터)에 연일 다주택자를 압박하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시장을 이기는 정부는 없지만, 정부를 이기는 시장도 없다는 내용의 글도 썼다. 정책으로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이재명정부는 부동산에 묶여 있는 돈을 주식시장으로 흘러가게 하는 이른바 ‘머니 무브’를 꾀하는 정책을 쓰고 있다. 그 결과 주식시장은 ‘코스피 5000’ 시대를 넘어 1만 시대를 바라볼 정도로 폭등했다. 어떤 악재가 발생해도 하루이틀이면 장을 말아 올리는 역대급 ‘불장’에 개미들은 빚을 내서까지 진입했다. 6만 표로 당락 갈려 반면 부동산 시장은 크게 휘청였다. 수요를 억제하고 공급을 늘리면 가격은 자연스럽게 내려간다. 경제의 가장 기본으로 알려진 수요-공급의 원리다. 이정부의 정책도 그 방향으로 설계돼있다. 다주택자를 옥죈 것도 시장에 매물을 공급하려는 의도였고 서울 전역과 경기 일부를 토지거래허가 구역으로 지정한 것은 수요를 억제하려는 노력이었다. 부동산 시장은 정부의 의도대로 반응하지 않았다. 매물은 예상만큼 나오지 않았고 수요는 많아졌다. 앞으로도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심리가 시장에 반영되면서 너도나도 빨리 집을 사려고 달려든 것이다. 매물이 줄어드는데 집을 사려는 사람은 많으니 집값은 올랐다. 매매 시장의 움직임은 전‧월세 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집을 가진 사람들이 전세 대신 월세로 바꾸기 시작했고 세입자는 ‘날벼락’을 맞았다. 동시에 월세가 폭등했다. 집을 사기엔 호가가 너무 높았고 세입자로 살기에도 팍팍해졌다. 서울에서 집을 사려던 사람들이 외곽으로 밀려나는 구조였다. 20~30대의 상황은 더 암울했다. 근로소득은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주거비를 감당하지 못했다. 부동산 투기 수요를 막겠다며 대출은 막아둔 상태였고, 대출이 된다 해도 서울에 집을 사기엔 엄두도 내지 못할 만큼 시세가 높아졌다. ‘돈이 돈을 버는’ 구조로, 주식시장에서 큰돈을 만진 이들은 20~30대가 아니었다. 주식 폭등도 영향 적었다 한 주식 투자자는 “지금과 같은 불장에서는 모두가 돈을 버는 듯한 착시 현상이 일어난다. 그리고 나도 돈을 벌 것으로 생각해 시장에 뛰어든다. 하지만 실제 인생을 바꿀 정도로 돈을 버는 사람은 극소수다. 그리고 그렇게 돈을 번 사람들은 대부분 상급지로 이사 간다. 이미 상대적으로 상급지에 사는 사람이 최상급지로 가는 거다. 이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이 같은 상황은 서울시장 선거 결과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오 시장이 정 후보보다 표를 많이 받은 자치구는 25개 중 10곳이다. 정 후보는 15곳에서 이기고도 승리하지 못한 셈이다. 오 시장이 이긴 자치구에는 공통점이 있다. 집값이 크게 상승한 지역이라는 것이다. 오 시장은 송파‧광진‧영등포‧양천‧강동‧동작‧중‧용산‧서초‧강남구에서 정 후보에 앞섰다. 이 중 서초와 강남을 제외한 8개 지역구는 이정부 출범 이후 아파트값 상승률이 가장 많이 올랐다. 집값이 가장 많이 오른 10개 지역구 중 성동‧마포구만 빼고 오 시장이 이긴 지역이 일치하는 것이다. 성동구는 정 후보가 3선 구청장을 지낸 곳이다. 서울시장 선거만큼은 ‘부동산 표심’이 당락을 갈랐다고 봐도 될 정도의 결과다. 전문가들은 자산 투표 경향이 결과에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자산투표는 유권자가 자신이 보유한 집이나 주식 등과 관련한 경제적 이익에 따라 투표하는 현상을 뜻한다. 부동산 비중이 큰 강남권이 선거에서 상대적으로 보수 후보를 많이 지지하는 이유와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이정부가 출범 이후 내놓은 대출 규제, 토지거래 허가구역 지정, 다주택자 압박, 보유세 개편 시사 등의 정책은 강남권뿐만 아니라 서울 전역을 들썩이게 했다. 부동산 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지역구가 과거와 비교해 늘어났다는 뜻이다. 이들의 표심이 오 시장에게 집중되면서 정 후보는 석패했다. 집값에 반응한 선택 많았다 이, 취임 1주년서 “정상화”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이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지난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관련 세금 제도를 정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투기 목적의 부동산 보유 부담을 늘리겠다는 뜻을 재확인한 자리였다. 이 대통령은 “우리나라 보유세가 대체로 낮다. 많이 사 모아도 부담이 별로 없다”며 “투기용으로 가진 것을 내놓으면 엄청난 공급 여력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전세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일종의 사금융인데 지금 사라져가는 추세”라며 “정상화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집값) 상승 압력을 나름 잘 막아왔다”며 “선거에는 나쁜 영향보다 좋은 영향이 차라리 더 많지 않았을까 싶다. 1월부터 구두 개입을 통해서 눌러 놓지 않았으면 엄청나게 폭등했을 것”이라고 부동산 정책에 대해 자평했다. 공급 대책에 대해서는 “임대를 싸게, 좋은 곳에, 평범한 중산층이 충분히 살 수 있는 좋은 품질의 것으로 공급하려 한다”고 언급했다. 오 시장은 이 대통령의 부동산 정책 관련 발언을 비판했다. 그는 “대통령께서 오늘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최근 전세 매물의 급격한 감소와 전‧월세 가격 상승에 대해 ‘정상화 과정’이라고 답변했다”며 “현장의 고통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괴리된 시각”이라고 꼬집었다. 정책 그대로 오 “참사다” 그러면서 “지금 전세가 소멸하고 있는 현상은 어떤 시대적 흐름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니다”라며 “정부의 잘못된 부동산 정책이 초래한 뼈아픈 결과이자 서민 주고 안정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는 ‘정책 참사’의 장면”이라고 지적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