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코로나 못 놓는 김두천 코진연 상임회장

“정부가 유가족 눈물 닦아줘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코로나19가 국내에 상륙한 이후 2년8개월이 흘렀다. 정부와 국민은 코로나와의 공존, ‘위드 코로나’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일부 국민은 여전히 코로나와의 공존을 거부하고 있다. 파헤치고 뜯어봐야 할 진상규명의 대상으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그 선봉에 선 김두천 코로나 진상규명 시민연대 상임회장을 만났다.

경마 경기처럼 전해지던 코로나19 확진자 수, 사망자 수 보도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확진자와 사망자 수 변화에 따라 널을 뛰던 정부 정책도 잠잠해졌다. 2020년 1월 코로나 창궐 이후 국가 전체가 들썩였던 게 오래전 일처럼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코로나 확진자, 사망자, 백신 피해자가 나오고 있다. 

누군가는…

2020년 본격적으로 코로나 확진자 수가 증가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등 정부 정책이 쏟아졌다. 정부 정책은 국민 통제를 통한 확진자 수 억제를 목표로 시행됐다. 하지만 대유행이 반복되면서 힘을 잃었고 국민은 피로감을 호소했다. 결국 정부는 코로나와의 공존을 택했다. 현재 우리가 ‘위드 코로나’ 시대에 살고 있는 이유다. 

김두천 코로나 진상규명 시민연대(이하 코진연) 상임회장은 “국민이 품고 있는 코로나에 대한 숱한 의문점을 국가가 나서서 해소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국내 첫 확진자가 나온 2020년 1월21일부터 정부가 시행한 ▲마스크 보급·판매 ▲사망자 장례 ▲백신 접종 ▲백신패스 등 절차마다 불거진 문제에 대한 명확한 답변이 있어야 한다는 것. 

지난 22일 오후 서울시청 인근에 자리한 코로나 희생자 및 백신 피해자 합동분향소에서 김 회장을 만났다. 합동분향소는 아직까지 장례를 치르지 못한 희생자의 영정사진과 여러 단체에서 보내온 조화로 가득했다. 합동분향소 중앙에 놓인 코로나 10대 사망자의 유골함도 눈에 띄었다.


“우리 단체(코진연)가 탄생한 게 2020년 4월2일입니다. 대구에서 코로나로 난리 났던 그해 3월에 친지로부터 연락을 받았어요. ‘사람이 코로나에 걸려서 병원에 들어갔는데 어떻게 죽었는지, 화장을 했는지 소식을 전혀 못 듣고 있다. 가족은 격리돼서 식료품도 공급을 못 받고 감금된 상태인데 이게 인권이 있는 나라냐’는 한탄이 전해졌습니다.”  

김 회장은 1.5톤 트럭을 이동분향소로 개조해 대구에 내려갔다. 당시 한 장에 1500원에 달하던 마스크와 식료품을 구입해 고립된 이들에게 공급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1주일 정도 봉사할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그로부터 2년5개월이 흘렀다.

창궐 3개월 2020년 4월 설립
1주일 생각했는데 2년5개월째

‘우리를 인간 취급해준 사람이 당신뿐이다. 당신이 가면 누굴 의지하느냐’는 유가족의 눈물 어린 말을 차마 외면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합동분향소 내부는 탁자와 의자를 놔서 손님을 맞을 수 있게 꾸며져 있었다. 제법 구색을 갖추고는 있지만 실제로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발전기를 돌려 사용한다. 하지만 김 회장은 이 분향소를 철거할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코로나 유가족 입장에서는 몇 안 되는 희생자 추모 장소인 것이다. 

“18세 고등학생이 코로나에 감염되고 1주일 만에 사망했습니다. 역도선수였고 엄청나게 건강한 학생이었는데 갑자기 그렇게 됐단 말입니다. 그 부모님이 ‘건강했던 애가 어떻게 이렇게 갑자기 죽을 수 있느냐. 원인을 규명하고 싶다’고 해서 광주에 내려갔죠. 부검을 권했고 진행했는데 아직도 결과가 안 나왔습니다. 올해 1월에 있던 일입니다.”

합동분향소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유골함의 주인 이야기다. 송모군의 부모는 합동분향소를 찾을 때마다 오열한다고 했다. 김 회장은 그럴 때마다 함께 눈물을 흘리고 곁에서 슬픔을 위로하는 방법 밖에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코로나 사망자에 대한 의문이 풀리지 않는 이상 유가족의 한은 풀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금은 코로나 사망자와 백신 피해자 유가족을 위로하고 그들의 아픔을 함께 나누는 게 시급합니다. 그 이후에는 코로나에 대한 진상규명을 진행해야 돼요. ‘왜 우리 가족이 죽었는지’ ‘장례 과정에서 가족이 입회를 하지 못한 이유가 뭔지’ ‘유가족이 받은 유골함이 정말 내 친지의 것이 맞는지’ 같은 의문을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줘야 합니다.”

김 회장은 합동분향소 운영을 민간단체에서 하는 부분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현재 합동분향소는 몇몇 사람의 사재로 운영되고 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전부 턴 것은 물론 빚까지 졌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코로나 피해 제보를 받는 콜센터도 운영 중이다. 그는 합동분향소와 서울시경 앞에 위치한 콜센터를 매일 오가고 있다.

김 회장은 여러 차례에 걸쳐 진상규명의 필요성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마스크 공급 부족으로 가격이 폭등한 부분, 병원에 가지 못하고 자택서 대기 중 사망한 희생자 등을 언급했다. 특히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은 백신 접종과 후유증 문제는 반드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백신이 개발되는 데 12년가량의 연구 기간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코로나 백신의 경우 개발부터 접종까지 1년밖에 안 걸렸어요. 문재인정부는 안전성이 확보됐다면서 백신 접종을 강제하고 또 백신패스를 활성화했습니다. 하지만 현재 백신 부작용을 호소하는 국민은 47만명, 백신으로 사망한 국민은 2400여명에 달합니다. 백신 안전성에 대해 의심을 품을 만한 수치 아닙니까?”

과학적 관점서 의문 풀어야
다음달 대규모 추모식 예정

김 회장은 최근에 나온 백신 관련 피해보상 청구소송 판결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지난 21일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판사 이주영)는 30대 남성 A씨가 질병관리청장을 상대로 낸 예방접종 피해보상 신청 거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법원이 백신 피해에 대한 국가의 보상을 인정한 것이다.

A씨는 지난해 4월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맞고 다음 날부터 발열, 다리 저림, 감각 이상, 어지럼증 등의 증상을 겪었다. 같은 날 찾은 병원에서 상세불명의 뇌내출혈, 단발 신경병증 등을 진단받았다. 병원 측은 A씨 내원 직후 보건당국에 이상반응 발생을 신고했다.

A씨 가족은 질병청에 진료비 337만원, 간병비 25만원의 피해보상을 신청했지만 질병청은 인과성이 인정되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질병청은 즉시 항소한 상태다. 

“법원의 판결은 사실상 인과성을 인정한 것인데 질병청에서 항소했단 말입니다. 우리로서는 납득이 안 가는 얘기예요. 그리고 판결도 병원비를 보상하라고 돼있는데 이건 근본적인 보상이 아닙니다. ‘코로나 재난 피해 특별보상법’을 만들어서 피해자를 아우르는 방안이 필요합니다.”

김 회장은 코로나 희생자 추모공원 조성, 추모제 진행 등을 기획하고 있다. 최근 60만평의 부지를 기증하겠다는 뜻을 밝힌 사람이 있어 그곳에 이른바 ‘메모리얼 파크’를 짓겠다는 구상이다. 그와 함께 다음달 27일 광화문 광장에서 ‘코로나 희생자 및 백신 피해자 합동 추모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아직 운다

“코로나로 사망한 사람은 평생 자기 친지나 동료의 길흉사에 다녔을 겁니다. 하지만 정작 자기 죽음에 대해서는 어떤 애도도 받지 못했어요. 사람 대우를 못 받고 돌아가셨단 말입니다. 완전히 죄인 취급을 받고 사망한 셈입니다. 코로나에 감염된 게 국민의 잘못입니까. 지금이라도 정부가 나서서 그들의 아픔을 달래주고 눈물을 닦아줘야 합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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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2015년 진행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여파가 아직까지 남아있다. 정부는 당시 합병으로 인해 외국계 투자회사인 엘리엇 매니지먼트및 메이슨 캐피탈과 국제투자 분쟁에 휩싸였다. 국제상설중재재판소의 판정으로 정부는 이들에게 약 2100여억원을 배상해야 하는 상황 중 아주 작은 소생의 실마리가 나왔다. 엘리엇 분쟁 사건의 판정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한 것이다. 정부가 미국계 해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와의 8년간 진행 중인 국제투자 분쟁에서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1300여억원을 배상하라는 국제투자 분쟁 판정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의 항소심에서 승소하면서다. 이로 인해 배상 판결이 취소될 가능성도 되살아났다. 사건 발단 짚어보니… 법무부에 따르면 영국 항소법원은 지난 17일 한국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여 1심 법원인 고등법원에 사건을 환송했다. 이에 따라 사건을 되돌려받은 영국 고등법원은 엘리엇에 대한 한국 정부의 배상을 결정한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재판 관할권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한국 정부로서는 중재판정 자체를 무효화할 가능성을 다시 확보하게 된 셈이다. 엘리엇 배상 사건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이다. 해당 사건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정부가 국민연금공단(이하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이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엘리엇은 해당 의혹이 발발한 지 3년이 지나서야 7억7000만달러의 손해를 입었다며 ISDS를 제기했다. 엘리엇의 ISDS 제기는 대한민국 정부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만약 엘리엇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막대한 국민 세금이 배상금으로 지급돼야 하는 상황이었다. 또 국제 중재 절차는 매우 복잡하고 오랜 시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국가의 대외 신인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었다. 대한민국 정부는 법무부를 중심으로 전담팀을 구성하고 국제 법률 전문가들과 협력해 엘리엇의 주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양측은 수년간의 준비 과정을 거쳐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서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국정 농단 사건의 재판 결과와 국민연금 관계자들의 증언 등이 중요한 증거로 활용됐다. 기나긴 법적 공방 끝에 지난 2023년 6월20일, 네덜란드 헤이그의 PCA는 엘리엇의 ISDS 사건에 대한 최종 판정을 내렸다. 판정 결과는 대한민국 정부에게 상당한 충격이었다. PCA는 한국 정부가 엘리엇에 5358만6931달러(당시 환율로 약 690억원) 와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이는 엘리엇이 청구한 금액인 약 7억7000만달러의 약 7%에 해당하는 금액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정부가 국제 중재에서 패소해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점에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PCA는 판정문에서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찬성 행위가 한국 정부에 귀속되는 행위며, 이로 인해 엘리엇에 손해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이는 국민연금이 공적기금으로서 정부의 통제 하에 있으며, 그 의사결정이 정부의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또 정부가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의 정당한 주주 권리를 침해하고 투자가치를 훼손했다고 봤다. 배상 취소 소송 항소심 승소 한미FTA상 성립 불가능 판단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는 이 판정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았다. 법무부는 판정 직후 즉각적으로 불복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2023년 7월18일, 정부는 중재판정부에 판정의 해석·정정을 신청하는 동시에, 중재지인 영국 법원에 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정부는 판정에 법리적 오류가 있거나 중재 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주장하며 판정을 뒤집기 위한 총력전을 펼쳤다. 특히, 정부는 엘리엇 사건이 한미 FTA상 ‘성립 불가능’한 사건이라는 점을 취소소송에서 가장 크게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국제투자 분쟁은 해외 투자자가 ‘투자국’의 협정 위반 행위에 대해 제기하는 국제중재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상업적 행위’일 뿐 국가의 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게 정부의 논리였으나 1심 법원에서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정부는 해당 판결에 대해서도 항소를 진행했고 지난 17일 영국 항소법원은 우리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사건은 다시 1심 법원인 영국 고등법원으로 환송됐으며, 영국 고등법원은 배상 판결을 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 애초 재판 관할권이 있었는지부터 다시 심리하게 된다. 이 판결은 한국 정부가 거액의 배상을 면할 수 있는 반전의 기회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엘리엇 배상 사건의 발단은 삼성물산 제일모집 합병에서 촉발됐다. 지난 2015년 5월26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합병 계획을 발표하며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1대 0.35의 비율로 흡수합병하는 방식이었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 및 지배력 강화를 위한 것으로 해석됐으나, 삼성물산 주주들에게는 불리한 합병 비율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8년 소송 결말은? 당시 제일모직의 주가는 삼성물산의 약 3배였지만, 자산총액 기준으로는 삼성물산이 제일모직의 3배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는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하고 있음을 공시하며 합병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합병 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하는 등 적극적인 반대 운동을 펼쳤다. 당시 엘리엇은 삼성물산의 가치가 지나치게 저평가됐으며 합병 조건이 불공정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법원은 엘리엇의 가처분신청을 모두 기각하며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합병의 가장 중요한 변수는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이었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합병 반대 의견을 내놨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은 내부 투자위원회를 거쳐 합병에 찬성표를 던졌다. 결국 2015년 7월17일,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이 통과됐고, 그해 9월1일 통합 삼성물산이 공식 출범했다. 이후 박근혜정부 국정 농단 사건이 불거지면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불법성 의혹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별검사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지배력 강화를 위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이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하는 등 불법 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특히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도록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관련 인사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2025년 7월17일, 대법원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과 관련한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로써 이 회장은 약 10년간 이어져 온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게 됐다. 리스크 해소 다양한 반응 엘리엇 배상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으면서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항소심에서 ‘한국 승소’로 뒤집히자, 취소 청구를 주도한 법무부 장관으로서 환영했다. 한 전 대표는 “최선을 다하고 성과를 낸 많은 ‘좋은 공직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제가 법무부 장관으로서 지휘했던 엘리엇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판정의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대한민국이 이겼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저 소송(취소소송 제기) 관련해 저를 많이 비난했었다”고 정쟁적 비판을 상기시켰다. 그는 “‘국익’이 걸렸지만 결과가 나쁠 수도 있는 위험 부담이 큰 문제를 결정할 때, 몸 사리면 공직자들은 편하다. ‘지면 네 돈 낼 거냐’는 폭력적인 질문 앞에서 ‘안 하고 말지’ 생각이 들게 마련”이라며 “그래도 몸 사리지 않고 국익을 생각한 좋은 공직자들이 있다. 이 경우가 그랬다”고 설명했다. 특히 “엘리엇 항소에 대해 ‘질 가능성이 크니 항소하지 마라, 그래서 지면 한동훈 사비로 돈 대신 내라’는 감정적 비난이 많았고, 그런 제목의 언론 사설까지 있었다”면서 공직사회에 “피 같은 국민 세금 아끼기 위해 많은 분들이 혼신의 노력을 해온 것을 제가 잘 안다”고 격려를 보냈다. 한 전 대표는 “의미있는 승리지만 이 사안은 아직도 갈 길이 먼, 쉽지 않은 싸움”이라며 “끝까지 최선을 다해 국익을 지켜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법조계에서는 엘리엇 배상 사건처럼 메이슨 캐피탈이 같은 이유로 제기했던 ISDS의 중재판정 취소소송 항소 포기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한 국제통상 전문 변호사는 “엘리엇과 메이슨은 같은 이유로 ISDS를 제기했다”며 “엘리엇은 취소소송의 항소심을 진행하면서 메이슨은 지연이자 등으로 항소심을 진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엘리엇 사건이 항소심에서 승리하면서 메이슨도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아쉬울 따름”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4월 정부 대리 로펌 및 외부 전문가들과 논의한 끝에 정부의 메이슨 ISDS 중재판정 취소 청구를 기각한 싱가포르 국제상사법원의 1심 판결에 대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발단 “이재명정부가 구상권 제기해야” 메이슨은 지난 2018년 9월 우리 정부가 자유무역협정(FTA)을 위반했다며 손해배상금 1억9139만달러(약 2609억원)와 판정일까지 연 5% 월 복리이자를 지급하라는 ISDS를 제기했다. 정부는 한미 FTA상 ‘정부가 채택하거나 유지한 조치’는 공식적인 국가 행위를 전제로 하는데, 개별 공무원의 불법적이고 승인되지 않은 비위 행위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중재판정부는 지난해 4월 우리 정부를 향해 메이슨 측에 3203만876달러(약 438억원) 및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취소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달 싱가포르 법원은 메이슨 측 주장을 받아들여 한국 정부 측에 손해배상을 명한 중재판정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법무부는 "법리뿐 아니라 항소 제기 시 발생하는 추가 비용 및 지연이자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해 결정했다"고 항소 포기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이번에 항소심에서 정부가 승리했지만, 여전히 문제는 국민 세금으로 내야 할 배상액이다. 정부가 메이슨에 지급해야 할 돈은 지연이자까지 포함해 약 887억원이 됐다. 엘리엇에 배상해야 할 금액은 당초 1300억원에서 지연이자까지 더하면 약 1500억원가량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시민단체에서는 엘리엇과 메이슨이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손해를 봤다며 소송을 제기한 만큼 당시 합병을 주도한 이 회장과 두 기업의 합병 과정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박근혜 전 대통령 등을 상대로 구상권을 제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리이자가 계속 쌓이면서 배상액도 천문학적으로 계속 늘고 있는 상황이라, 이재명정부의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5월 대선을 앞두고 참여연대는 대선후보들에게 엘리엇·메이슨 ISDS 배상금 구상권 행사 여부를 듣기 위해 질의문을 보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은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참여연대는 “단순한 침묵이 아니라 대통령 후보로서 세금 수천 억원의 손실을 되돌리기 위한 의지와 책임을 보여야 할 자리에서 책무를 방기하고 있다는 점이 중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17일에는 이재용 회장의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직후 다시 한번 “재벌 봐주기 판결로 사회 정의를 무너뜨리고 총수 일가의 전횡을 용인하는 해로운 판례를 남긴 법원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주장과 함께 정부를 향해 구상권 청구를 요청했다. 구상권 문제는? 다만 국제통상 전문가로 활동한 송기호 변호사가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장에 있다는 점에서 변화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송 실장은 변호사 시절 “법무부는 당시 중과실로 불법 행위한 대한민국 공무원들, 이들과 공모 관계라고 인정된 이재용 회장을 상대로 신속하게 구상권 청구를 해야 한다”며 “박 전 대통령 등 공무원에겐 국가배상법에 따라 당사자에게 청구하고, 이 회장에 대해선 민법상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청구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