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룰렛’ 최후의 스모킹건

검의 창 VS 명의 방패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무엇이든 뚫을 수 있는 창, 무엇이든 막을 수 있는 방패. 어느 쪽이 더 강한 지는 맞부딪쳐 봐야 알 수 있다. 그동안 각자의 무기를 들고 변죽만 울리던 검찰과 거대 야당이 제대로 맞붙는 모양새다. 선공은 검찰이다. 

전초전이 길었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때부터 감돌기 시작한 전운이 가시화되고 있다. 그동안 검찰은 칼끝을 다듬었고 민주당은 방패로 삼을 법안을 만들었다. 검찰의 최종 목표인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국회의원, 당 대표, 개딸(개혁의 딸) 등 여러 겹의 방패를 둘러 입었다. 

변죽만
울리다

처음에는 집안싸움이었다. ‘이재명 사법리스크’의 시발점이 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은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불거졌다. 성남시가 대장동 개발사업을 진행할 당시 특정 업체에 이익금이 집중된 것을 두고 특혜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그러면서 개발 이익금이 정관계 유력 인사에게 흘러 들어갔다는 로비 의혹도 함께 부상했다. 이 대표가 성남시장일 무렵 추진된 사업이었다.

대장동 사건에 연루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이하 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언론인 출신 김만배씨(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남욱 변호사(천하동인 4호 소유주)·정영학 회계사(천하동인 5호 소유주)·정민용 변호사(전 성남도개공 투자사업팀장) 등 이른바 ‘대장동 5인방’은 재판에 넘겨졌다.


이 과정에서 대장동 사건과 관련해 조사를 받던 유한기 전 성남도개공 개발사업본부장, 김문기 성남도개공 개발1처장 등이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했다. 대장동 사건은 대선 기간 내내 화두였다. ‘대장동 사건의 몸통은 누구입니까’라는 질문에 이 대표와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은 서로를 향해 손가락을 겨눴다. 

검찰은 대장동 사건 전담팀을 만들어 ‘윗선’ 규명에 나섰다. 하지만 수사에 돌입한 지 몇 개월이 지나도록 윗선으로 지목된 관계자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늑장 수사’ ‘눈치 보기’ 등의 비판이 일었다. 대선 결과와 수사가 연동된 게 아니냐는 의문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누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느냐에 따라 수사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공소시효 만료 하루 앞두고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기소

지난 3월9일 헌정 사상 처음으로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나왔다. 대선 결과로 공격과 수비 진영이 명확해졌다.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은 5년 만에 집권여당에서 거대 야당으로 바뀌었다. 대형 선거에서 연달아 지면서 궤멸 직전에 몰렸던 보수진영은 대선 승리로 공격 포지션에 자리했다.

윤 대통령 당선 이후 양 진영은 전열 가다듬기에 나섰다. 민주당이 검수완박 법안(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추진하자 윤 대통령은 최측근 한동훈 당시 사법연수원 부원장을 법무부 장관에 지명하는 식이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 취임 전 검수완박 법안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어 국무회의 통과까지 밀어붙였다. 

여기에 한 장관은 검찰인사로 화답했다. 문재인정부에서 승승장구했던 검사는 법무연수원 등 한직으로 밀려났고 좌천됐던 ‘윤석열 사단’이 전면에 배치됐다. 검찰총장 역시 윤석열 사단으로 분류되는 이원석 대검찰청 차장검사가 임명됐다. 검수완박 법안 통과로 초토화됐던 검찰이 윤석열정부 출범 4개월여 만에 진영을 갖춘 것이다. 


그 사이 이 대표는 방패 구축에 나섰다. 대선 패배 이후 불과 2개월 만에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다고 선언했다. ‘방탄 배지’라는 비판이 같은 편인 민주당에서도 나왔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도 맡은 이 대표는 결국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법안 통과
조직 재정비

그러면서 이 대표는 ‘당 대표’라는 또 한 겹의 방패를 덧세우기에 이른다. 사법 리스크를 지닌 이 대표가 당 대표 임기 도중 기소될 가능성을 두고 당헌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대선 이후 이 대표의 강력한 지지자로 떠오른 개딸(개혁의 딸)의 요구에 민주당이 갈피를 못 잡고 휘청거릴 정도였다. 

칼끝을 날카롭게 벼린 검찰은 배지·당 대표·개딸이라는 방패로 무장한 이 대표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이 대표는 대장동 사건 외에도 ▲성남FC 후원금 의혹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이재명 대표 자택 옆집 비선 캠프 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을 받고 있다. 배우자(법인카드 유용 의혹)와 장남(불법도박 의혹)도 수사 대상이다.

선공은 검찰이 날렸다. 검찰은 지난 1일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관련해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소환 통보를 보냈다. 대표 취임 나흘 만이다.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은 부동산 개발회사 아사이벨로퍼 측이 용도변경(자연녹지→준주거) 과정에서 성남시로부터 특혜를 받았다는 내용이다. 2006년 성남시장 선거 당시 이 대표의 선거대책본부장이었던 김인섭씨가 2015년 이 회사에 영입된 후 사업이 급속도로 진전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백현동 식품연구원 등 공기업 이전 부지의 용도변경 경위에 ‘국토부가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고 협박했다’고 발언했다. 

대장동 사건과 관련해 사망한 김문기 처장을 모른다고 한 발언에 대해서도 허위사실 공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대표는 대선후보 시절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김 처장을 알았냐는 질문을 받았다. 당시 그는 ‘재직 때 몰랐고 하위 직원이었다. 그때 당시 팀장이었을 텐데 제가 이분을 알게 된 것은 경기도지사가 됐을 때 기소된 다음에 알았다’고 답한 바 있다.

산 넘어 산
첩첩산중

하지만 검찰은 이 대표가 그 이전부터 김 처장을 알고 있다고 봤다. 

김 처장과 관련된 허위사실 공표 혐의를 수사 중이던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는 이 대표를 지난 8일 공소시효 만료를 하루 앞두고 불구속기소했다. 백현동 관련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서는 수원지검 성남지청 형사3부에서 불구속기소했다. 이 대표는 검찰의 소환 요구에 응하지 않고 서면 답변만 제출했다.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대표는 검찰과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여야 한다. 만일 재판에서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되면 공직선거법과 국회법에 따라 의원직을 잃게 되고 5년간 피선거권도 제한된다. 차기 대선에 출마할 길이 막히게 되는 셈이다.


이 대표가 패할 경우, 민주당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보전받은 대선 선거비용 약 434억원을 반환해야 한다. 이 대표는 물론 민주당 입장에서도 구석에 몰린 상황이다.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은 수사 결과가 뒤집혔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 시절 성남FC 구단주로 있으면서 2014~2016년 두산건설로부터 55억원 상당의 광고 후원금을 유치하고, 그 대가로 2015년 두산그룹이 소유한 분당구 정자동 병원 부지 3000여평을 상업용지로 용도변경해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사건은 2018년 6월 바른미래당의 의혹 제기로 시작됐다. 3년 가까이 결론을 내지 않고 있던 경찰은 지난해 9월 증거불충분으로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고발인이 이의신청을 하면서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온 데 이어 수사 무마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대장동 사건과 함께 대선 내내 화두로 떠올랐다. 

성남FC 후원금 의혹 송치
변호사비 대납 의혹 뇌관?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 경찰의 재수사 끝에 180도 다른 수사 결과가 나왔다. 경기남부경찰청으로 사건을 이관한 경찰은 사건 관련자들로부터 새로운 진술을 청취하고 압수수색을 통해 진술을 뒷받침할 증거를 확보해 이 대표에게 제3자 뇌물공여 혐의가 인정된다는 보완수사 결과를 내놨다. 

문제는 검찰이 들고 있는 사건이 아직 많다는 점이다. 특히 변호사비 대납 의혹은 이 대표의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변호사비 대납 의혹은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로 재직하던 2018년 그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맡은 변호인들에게 쌍방울그룹 전환사채 등으로 거액의 수임료가 대납됐다는 내용으로 수원지검에서 들여다보고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대장동 사건, 백현동 사건 등과 달리 변호사비 대납 의혹은 이 대표 본인이 직접 관계돼있는 사건이기 때문에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여기에 검찰은 쌍방울 그룹의 횡령 의혹을 수사하면서 이 대표와의 연관성도 함께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 자택인 분당 수내동 아파트 옆집에 있는 경기주택도시공사(GH)의 합숙소가 선거사무소로 쓰였다는 ‘이재명 대표 자택 옆집 비선 캠프 의혹’은 경찰 수사가 한창이다. 이 대표의 측근인 배모씨가 문제의 집을 집주인 대신 전세 매물로 내놨고 GH는 2020년 8월 이 물건을 2년간 임차하기로 계약한 정황을 잡았다고 한다.

이제 시작
다음은?

해적 룰렛은 참가자가 돌아가면서 칼집에 장난감 칼을 밀어넣는 게임이다. 특정 자리에 칼을 꽂으면 해적 모양의 머리가 튀어 오른다. 검찰은 이 대표와 관련한 사건 수사 결과를 하나씩 내놓으며 칼을 꽂는 모양새다. 아직 이 대표가 ‘펄쩍’ 튀어 오를만한 스모킹건은 나타나지 않은 상황이다. 검찰의 창과 이 대표의 방패, 어느 쪽이 강할 지는 곧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아내와 아들까지 ‘가족 잔혹사’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아내 김혜경씨는 법인카드 유용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

김씨는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된 직후인 2018년 7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측근인 배씨가 경기도청 법인카드로 자신의 음식값 등을 치른 사실을 알고도 용인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김씨와 배씨를 검찰로 넘긴 상태다.

이 대표의 장남 동호씨도 소환조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남부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지난 14일 불법도박과 성매매 혐의를 받고 있는 동호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그는 2019년부터 1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한 카드게임 사이트에서 수차례에 걸쳐 불법 도박을 한 혐의를 받는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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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정재관 현 군인공제회 이사장(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에게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이사장은 대한토지신탁의 박종철 대표이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표가 김건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담당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청문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29일 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이던 정재관 이사장에게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전단지를 제거했음을 보고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윤석열정부의 정치권 인맥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개입 정황들 이날 오후 10시51분 박 구청장이 보낸 문자에는 ‘전단지 제거 완료’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ㅋ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취지의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가 오간 시간대는 소방 경찰 시민이 뒤엉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심폐소생술을 하던 10시49분과 겹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면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관리 실패와 초기 대응 부실이 핵심 책임 논쟁으로 이어졌던 만큼, 참사 당일 용산구청이 어떤 업무에 행정력을 투입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청문회에서 해당 문자와 관련해 “전단지를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업무인 것 같아 전화해 보라고 한 것일 뿐 바로 나가서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문위원들은 문자 내용과 상황을 근거로 사실상 조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또 참사 상황에서 대통령실 인근 문제를 별도로 챙기고 이를 대통령경호처 인사에게 보고한 정황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고 우려 민원 전화가 쇄도하던 때 박 구청장은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진보 단체 전단지를 다 떼어냈다며 사진과 함께 보고 형식의 문자를 보냈다. 이를 받은 정 이사장은 웃으며 “고생했다. 이태원 압사사고 안타깝고”라고 답한 것이다. 이번 문자 공개로 이태원 참사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판단과 대통령실 주변 기관과의 관계,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 구청장이 문자를 보낸 정 이사장은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과 절친한 육사 38기 동기다. 윤석열 캠프에서 ‘국방정책자문단 육사 8인회’로 통했으며 용산 ‘대통령실 이전 TF’에서 활동했다. ‘21세기 하나회’나 다름없다. 이태원 참사 전단지 제거 의혹 제기 보고받은 정, 대토신 사장 임명 개입? 박 구청장은 수사와 재판에서 이날 오후 10시51분에야 이태원참사를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느낌표까지 쓰며 “전단지 제거 완료”를 보고한 바로 그 시각과 분 단위까지 일치한다. 박 구청장이 참사 현장에 도착한 건 8분 뒤인 10시59분. 그 사이 박 구청장이 어디에 몰두했는지 그리고 대통령실 측근들과 어떤 소통을 한 건지 처음 드러났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양성우 이태원 특조위 위원은 “정재관이 전단지 제거를 요청했기 때문에 자랑하려고 보낸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박 구청장은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양 위원이 “정재관을 통해서 경호처장 김용현, 나아가 대통령 내외에게 전달될 것을 의식하고 보고한 것 아닙니까”라고 재차 질문하자, 박 구청장은 아니라고 답했다. 앞서 정 이사장은 특조위 조사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대통령실에 협조한 걸 자랑하려고 일방적으로 보낸 것 같다”고 진술했고,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현재 정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군인공제회는 약 17만명 군인 회원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 기관이다. 자산 규모는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하 기업 가운데 하나인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신탁회사다. 사실상 공제회의 핵심 투자 및 사업 플랫폼 역할을 한다. 문제의 중심에는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대표 박종철의 인사 흐름이 있다. 정 이사장은 2023년 1월 제16대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예비역 육군 준장 출신으로 통상 소장 또는 중장급이 맡아왔던 자리에 임명된 이례적 인물이다. 군 안팎에서는 그의 발탁 배경에 윤 정부 핵심 인맥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조 책임진 원스타 준장 실제로 군인공제회가 창립된 1984년 이래 준장급이 이사장을 맡은 건 정 이사장이 처음이다. 예비역 준장 출신인 정 이사장이 발탁된 데에는 ‘김용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군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현역 군인 및 군무원 37명으로 구성된 제113차 대의원회의에서 선출,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기 때문이다. 또 정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 38기 출신으로 한미연합사 민군작전처장, 합참 민군작전과장,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등을 거친 군 경력 인사다. 특히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시절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며 윤정부 핵심 라인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됐다. 논란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이어진 박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 역시 공제회 이사회 추천과 국방부 승인 절차를 거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회사인 군인공제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서는 이 같은 인사 흐름을 두고 “군인공제회 수장 교체 이후 산하 기업 인사까지 연쇄적으로 바뀌는 전형적인 권력 인사 패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대한토지신탁 대표 선임 과정은 공개 채용 형식을 취하지만, 최종 후보자는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국방부 승인까지 거쳐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제회 수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대표의 과거 이력까지 다시 조명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확대됐다. 박 대표는 과거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담당했던 대한토지신탁 실무 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업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일가가 연루된 특혜 의혹 사건과도 연결된 사업이다. 당시 윤석열 측은 대선 과정에서 공흥지구 개발사업이 대한토지신탁 주도로 진행된 만큼 특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자료에서 박 대표가 해당 사업 담당자로 확인됐다. 2018년 12월 사업1본부장으로 퇴사한 박 대표가 정권 출범 이후 다시 복귀한 배경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토지신탁은 지난 11월 초 <일요시사>와 통화하며 “2014년 양평 공흥지구 사업은 오래된 만큼, 담당자를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요청한 ‘대한토지신탁 양평 공흥지구 개발 담당자 명단’에는 박 대표를 비롯한 양평 공흥지구 사업 실무자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기재돼있다. 김건희 일가 집사로 활동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의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대한토지신탁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4년 5월27일 양평 공흥지구 사업 담당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대표는 대한토지신탁 사업1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2월 퇴사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에이치에스파트너스그룹 사장과 비전알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3년 5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 같은 의혹은 대한토지신탁의 최근 경영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한토지신탁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PF 부실 여파로 유동성 압박을 겪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최근 수천억원 규모의 재무 지원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로부터 지급보증과 채권 인수 등을 통해 수차례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경영지표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군인들의 노후자금이 부실 자회사 방어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의 100% 전액 출자를 바탕으로 부동산 신탁 및 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주요 자금 조달이나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지원하는 등 모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를 공모하는 모회사다.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인사 시스템과 상법 및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된다. 대표이사직이 공석이 되면,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를 공개 채용한다. 지원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지원서를 제출하며, 대한토지신탁 인사총무팀 등에서 서류 전형을 진행한다. 양평 공흥지구 사업1본부장이 대표이사로 김용현 입김?···군인공제회 연결고리 주목 논란의 핵심은 인사와 경영 책임의 연결성이다. 군인공제회는 군인 복지와 연금 재원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정치권 외풍으로부터 독립성이 중요하다. 정 이사장의 임명 배경부터 산하 기업 대표 인사까지 정치적 인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관 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군 관련 기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제회 관계자들은 “이사장이 특정 정치 라인으로 임명되면 관련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연쇄적으로 배치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기관의 본래 목적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공우이엔씨도 자금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공우이엔씨는 대한토지신탁과 마찬가지로 군인공제회가 출자한 자회사다. 1993년 설립된 제일종합개발은 1999년 공우개발사업소 창설로 이어졌다. 군인공제회관과 계룡대 등의 시설 관리, 예식장, 사우나, 체력 단련장 등을 직영하는 업체였다. 2000년엔 육군 오수처리시설 용역관리와 환경공사로 사업 분야를 넓혀 나갔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핵심 사업은 이미 공우이엔씨 손을 떠난 상황이다. 2012년 국우터널이, 2022년엔 문학터널이 무료화됐다. 2023년엔 경북 영천 소재 군 골프장 충성대 체력단련장 운영이 종료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2023년 감사보고서는 공우이엔씨 민간사업 관련 보증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우이엔씨는 BTL이 아닌 기타 분야 사업에서도 2000억원대 보증을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공우이엔씨 기타 사업 보증액 규모는 835억원 규모였다. 이 중 시설관리용역 관련 보증액을 제외한 기타 사업 분야 보증액 규모는 394억원이었다. 2년 사이 기타 사업 관련 보증액이 1222억원 불어났다. 2년 사이 보증액이 약 335% 폭증한 셈이다. 이로 인해 자금난 얘기가 고개를 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우이엔씨 상황은 2024년 들어 악화일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기준 공우이엔씨 매출액은 1066억5280만원 규모였다. 그러나 23억2986만원 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내부적으론 2024년 손실액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내부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공우이엔씨 적자 허덕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박 대표 인사 사이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군인공제회와 산하 기업 인사 구조상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군인들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공공성 기관에서 정치권 인맥 중심 인사가 반복될 경우 제도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