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권이냐 몰세권이냐

쇼핑·문화·여가 등을 한 곳에서 이용이 가능한 주거환경을 갖춘 대형 유통시설 인근 단지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유명 백화점, 스타필드, 이케아 등은 대게 쇼핑·문화·여가를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복합 문화 공간을 제공한다. 이를 도보권에서 이용할 수 있는 주거단지는 ‘원스톱’입지 조건을 한 번에 갖추게 한다. 

분양 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키워드는 주거부터 여가생활까지 한 곳에서 누릴 수 있는 ‘00권’이다. 민간이 주도하는 개발사업의 경우 상업시설을 가깝게 이용할 수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주거단지가 형성된다. 이른바 ‘한국형 콤팩트시티(Compact city)’의 모습을 그려나가고 있는데, 이를 통칭하는 핵심 용어가 ‘백(백화점)세권’ 또는 ‘몰(쇼핑몰)세권’이다.

상업시설
더 가깝게

서울의 대표적인 백세권으로 떠오르고 있는 지역은 서울에서 가장 크다는 ‘여의도 더 현대 백화점’이 입지한 영등포구 여의도 일대다. 지난해 2월 문을 연 이 백화점 인근에는 공작·서울·목화·삼부·수정·장미·화랑·한양·대교 등 대표 여의도 재건축 단지들이 몰려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2002년 양천구 목동점 이후 19년 만에 처음 문을 여는 서울 유통시설로, 아파트 단지 주민들 외에도 주변 오피스텔 입주민과 오피스 직장인 수요까지 흡수하고 있다.

주거용 분양시장에서 백화점 주변은 ‘흥행 보증수표’로 인식된다. 지난해 8월 SRT가 지나가는 동탄역 바로 앞에 문을 연 ‘롯데백화점 동탄점’은 1기 동탄신도시와 2기 동탄신도시 사이에 있어 이 일대 수요를 노리고 있다. 

신세계 백화점도 ‘백세권 대전’에 참여하고 있다. 신세계 백화점은 오는 2027년까지 서울 강남구 SRT와 수인분당·3호선이 지나가는 수서역에 영업면적 약 8만3000㎡의 대규모 신규 점포를 개점하기로 했다. 수서역은 약 1조2400억원을 투입해 복합환승센터로 개발될 예정이다. 서울 강남권의 마지막 남은 노른자 땅으로 불리는 이 일대는 환승터미널과 오피스와 숙박시설, 의료·교육시설 등이 들어설 계획이다.


지난해 6월 한화건설은 신세계, KT에스테이트, 이지스자산운용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업주관사 후보자로 선정됐다. 이 일대에는 한화건설의 프리미엄 주거 브랜드인 ‘포레나’와 KT에스테이트가 운영하는 ‘리마크빌’브랜드를 적용한 주거시설이 조성될 전망이다. 

사업자들은 신도시가 조성 중인 경기 남부권에 대형 백화점이 건립되면 신도시 교통망과 백화점이 어우러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동탄점이 위치한 동탄역에서 수서역까지는 SRT를 이용하면 15분 만에 이동할 수 있다. 오는 2024년 개통을 앞둔 GTX-A노선을 통하면 동탄역에서 서울 강남권까지 20분대에 이동할 수 있게 된다. 

몰세권 효과도 백세권 못지않다. 대표적 사례로 안성시 스타필드가 꼽힌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안성시 공도읍은 2020년 10월 ‘스타필드 안성’개장 이후 3.3㎡당 아파트값이 1년간 38.12% 상승했다. 개장 이전 시점에서 1년간 에 3.97% 오른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확연하다. 

쇼핑·문화·여가 원스톱 생활환경
주거지 선택 새로운 기준으로 부상

대형 유통시설 입점만으로 일대 주택가격이 치솟은 이유는 향상된 주거 편의성에서 찾을 수 있다. 코스트코, 스타필드 등 대형 유통업체 입점은 부동산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친다. 대형 유통업체가 들어서는 곳은 풍부한 유동인구로 주변 일대가 활성화 돼 지역 경제에 활기를 주고 새로운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해 부동산 가치까지 상승시키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 코스트코, 스타필드가 들어서는 지역은 집값 상승이 크게 일어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세종시의 경우 지난 2018년 8월 ‘코스트코 세종점’오픈 이후 인근 아파트 가격이 크게 상승했다. ‘해들마을 2단지 세종 베아채’는 코스트코 세종점을 도보 10분 정도로 이용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큰 인기를 끌었다. 전용 84㎡는 오픈 전인 3월 3억7797만원에 거래됐지만, 오픈 직후인 9월 5억원까지 올랐다. 개장 1년 뒤에는 약 7000만원 웃돈이 추가로 붙었다.

스타필드 개장도 부동산 시세를 좌우하고 있다. KB부동산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9년 10월 오픈한 ‘스타필드 시티 명지’바로 앞에 위치한 ‘명지대방노블랜드오션뷰2차’전용 84㎡는 오픈 시점에 4억250만원에 불과했지만, 1년 만에 1억원 가까이 오른 4억9500만원의 시세를 형성했다.


집값 상승효과가 나타나면서 이들 지역 인근에 분양한 단지들도 높은 청약경쟁률을 보였다. 지난 4월 경기도 의정부시에서 분양한 ‘더샵 리듬시티’는 코스트코 의정부점과 차량으로 10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는 점이 부각되며 1순위 청약에서 평균 12.06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2024년 오픈 예정인 ‘스타필드 창원’으로 기대감이 높은 경남 창원시에선 지난해 7월 공급된 ‘창원 롯데캐슬 센텀골드’가 평균 70.58대 1의 청약 경쟁률로 마감됐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백세권과 몰세권 인근 주거단지는 쇼핑, 문화, 여가, 엔터테인먼트 시설이 잘 갖춰진 원스톱 생활환경으로 실생활의 주거 만족도가 크다”면서 “특히 교통, 수요, 개발호재 등 대기업의 면밀한 선택 기준을 통과해 장기적 발전 가능성도 높은 입지라 주택시장에서 인기가 꾸준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백세권과 몰세권 인근 신규 분양단지.

향상된 
편의성

 

▲구리역 롯데캐슬 시그니처= 롯데건설은 경기도 구리시 인창동 일원에 인창C구역 주택 재개발 사업을 통해 ‘구리역 롯데캐슬 시그니처’를 분양한다. 단지는 지하 6층~지상 최고 42층, 11개동, 아파트 1180세대, 오피스텔 251실로 조성된다. 이번 공급에선 아파트 일반분양 679세대를 선보일 예정. 

아파트 주택형은 34㎡(68세대), 46㎡(56세대), 59㎡A·B ·C(264세대), 82㎡A·B(205세대), 101㎡(86세대) 등 총 8개 타입으로 구성된다. 전용 85㎡ 이하 중소형이 공급 물량의 87%를 차지하고 있다. 일반분양 물량이 총 세대 물량의 절반 이상으로 일반 청약자들의 관심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치 상승
원동력으로

도보권 내에 교문초, 인창유치원 및 인창초가 있으며, 건원초, 구지초, 인창중·고교 등 다수의 학교시설도 인근에 자리하고 있다. 또 롯데백화점, 롯데하이마트, 하나로마트, 구리전통시장, CGV 등의 쇼핑 및 문화 편의시설이 가깝다. 한양대학교 구리병원, 구리보건소, 구리우체국, 인창도서관, 구리국민체육센터 등의 의료시설 및 공공기관·시설 등도 있어 편리한 주거 생활이 가능하다.

단지 출입로에는 체육공원이 맞닿아 있어 녹지 공간을 가까이 누릴 수 있다. 인창중앙공원을 비롯해 구리역공원, 돌다리공원, 구리중앙공원, 늘푸른공원 등 공원들이 다양해 언제든 여가 및 휴식 생활을 즐길 수 있다. 입주는 2025년 예정. 

 

 

▲해링턴 플레이스 진사= 효성중공업이 경기 안성시 공도읍에서 ‘해링턴 플레이스 진사’를 공급한다. 지하 2층~지상 최고 29층, 2개블록, 12개동, 전용면적 74~100㎡, 전체 992가구(1블록 355가구, 2블록 637가구) 규모로 조성된다. 1블록은 전용면적 74㎡ 92가구, 84㎡A 105가구, 84㎡B 121가구, 100㎡ 37가구다. 2블록은 전용면적 74㎡ 161가구, 84㎡A 293가구, 84㎡B 148가구, 100㎡ 35가구로 구성된다.

단지가 들어설 공도읍은 안성과 평택을 잇는 입지를 갖춰 두 지역의 생활권을 공유할 전망이다. 단지 인근 평택 소사·용죽·현촌·용이지구 등의 주거지 조성에 따른 인프라 확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가까운 교육시설로는 양진초, 양진중, 용죽지구 학원가, 진사시립도서관 등이 있다. 스타필드 안성, 이마트 트레이더스, 마트킹 등이 주변 생활인프라를 구성한다. 진사지구 내 약 5700㎡ 규모의 공원이 조성될 예정이다. 소사지구 문화공원, 역사유적공원 등의 녹지가 가깝다. 

백화점 주변 흥행 보증수표
‘한국형 콤팩트시티’모습은?

 


▲e편한세상 주촌 더프리미어= DL이앤씨는 경남 김해시 주촌면 선지리 213-2번지 일원에서 ‘e편한세상 주촌 더프리미어’를 분양한다. 지하 2층~지상 29층, 9개동, 전용면적 84~115㎡ 총 992가구 규모로 조성된다. 전 가구가 희소성이 높은 중대형 평형으로 구성된 것이 특징이다. 

교육시설로는 김해서중, 제일고, 임호고 등이 인근에 위치해 있다. 인접한 주촌선천지구 개발에 따른 초등학교 1곳의 개교 계획도 있다. 차량을 통해 내동 학원가도 이용이 수월하다. 코스트코 김해점을 비롯해 김해사랑병원, 경희의료원교육협력중앙병원, 김해문화의전당, 하나로마트, 홈플러스 등 다양한 생활인프라 이용도 편리하다. 

여기에 조만강, 경운산 등 쾌적함을 더하는 자연환경이 단지 앞뒤로 위치한 배산임수 입지를 갖췄다. 대규모 수변공원인 무지개공원이 인접해 있어 집 앞마당처럼 가깝게 이용할 수 있어 높은 주거쾌적성이 기대된다. 이 밖에 이지일반산업단지, 골든루트일반산업단지, 서김해일반산업단지(개발 예정) 등이 가깝다. 

 

 

▲힐스테이트 센텀 더퍼스트= 현대엔지니어링은 부산시 수영구 센텀권역 수영구 망미동에서 ‘힐스테이트 센텀 더퍼스트’를 분양한다. 지하 3층~지상 37층, 전용면적 61~84㎡, 총 447실 규모로 아파트처럼 4개 동으로 구성된다. 커뮤니티, 조경 등이 다양하게 꾸며지는 단지형 오피스텔로 구성된다. 

이 단지는 수영강변에 인접한 입지특성을 고려한 랜드마크 지붕 구조물과 경관조명을 도입하고, 커튼월룩 파사드 설계를 적용해 고급스러움과 실용성을 더한 외관을 구현할 예정이다. 또한 상징적인 오브제로 차별화된 디자인을 적용한 문주를 도입해 단지의 품격을 더할 계획이다.

우선 남향 위주의 단지 배치에 통경축 확보로 개방감과 일조량, 통풍을 극대화했다. 전 실이 수영강변에서 희소성이 높은 중소형 타입 위주로 구성된다. 세대 내부는 일반 아파트와 동일한 구조설계와 4베이 판상형 위주의 설계(일부타입 제외)를 적용해 주거 편의성도 높였다. 


여기에 타입별로는 드레스룸, 다용도실 등을 도입해 수납공간과 공간활용성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밖에도 옥상정원을 구성해 여유로운 일상을 선사할 예정이다. 힐스테이트 측은 입주자의 건강과 생활편의를 위한 휘트니스 및 단지별 세대 창고 등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장기적 발전
가능성 높아

수영강을 바로 앞에서 누리는 입지에 조성돼 쾌적한 주거환경이 돋보인다. 일부 호실에서는 단지 바로 앞을 지나는 수영강 영구 조망과 함께 바다 조망도 가능해 특급 조망권을 갖춘 쾌적성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센텀권역에 위치하는 만큼, 신세계백화점, 벡스코, 롯데백화점, 영화의전당 등 센텀시티 생활권을 공유할 수 있고 인근에 코스트코와 이마트 트레이더스가 있어 편리하다.

 

 

<webmaster@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