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데까지 간 윤석열 한가위 대반전 플랜

팍팍 치솟는 물가 푹푹 꺼지는 인기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추석에는 풍요로움이라는 단어가 늘 함께한다. 윤석열정부가 추석을 맞아 국민을 위한 종합선물세트를 야심차게 준비했지만 부족해 보인다. 이전 정부에서 써먹던 카드를 다시 꺼내든 탓이다. 이와 함께 인적 개편까지 대대적으로 진행하고 있지만 찝찝한 뒷맛이 남는다. 여의도 라인이 몰락하고 검찰 라인 힘만 더 키우는 꼴이기 때문이다. 

최근 연속적인 금리 인상이 있었고 물가 상승도 가파른 추세다. 현재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연 2.50%까지 올랐다. 금융통화위원회가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2020년 5월 최저 수준인 0.50%로 낮춘 기준금리가 지난해 8월부터 꾸준히 오른 결과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지난 7월에는 처음으로 빅스텝 인상이 결정된 바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지속적인 상승 추세다. 올해 3월부터 4%대를 넘어서기 시작했다. 물가 상승률은 지난 5월 5.4%대를 기록했고, 지난 6월과 7월에는 6%대를 기록한 바 있다.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하향하는 추세지만 최근 농산물 가격이 폭등해 8월 물가상승률 역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소비자물가 동향조사에서 신선 채소는 6월 대비 17.3%, 1년 전보다는 26% 정도 상승했고, 상추는 지난해 대비 2배 넘게 올랐다. 원인은 올해 상반기 급등한 국제 원자재 가격이 하반기 최종상품 가격에 반영된 탓이다.

또 최근 폭우 등으로 국내시장의 수급이 불안정해진 여파도 있다. 경제권에서는 고물가 부담이 내년까지 이어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석열정부도 이 같은 위기를 느낀 모양새다. 지지율 회복이 시급하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은 당선 이후 점차 하락했다. 출범 초기 50%에 달하던 지지율은 지난달 중순 25%까지 떨어지면서 반 토막이 났다. 

지지율 회복이 절실한 가운데 정부는 여러 민생대책과 인사와 관련해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다. 추석을 맞아 지지율 회복을 반드시 이뤄내겠다는 의지다. 고물가 상황에서 추석이 다가오자 ‘민생안정대책’도 꺼냈다. 우선 윤정부는 민생과 관련해 여러 대책을 발표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마트 등을 찾아 민생 행보를 늘렸다.

농축산물 수급·물가 동향을 직접 챙겼다. 지난달 11일에는 양재동 하나로마트 회의장에서 5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열어 민생을 안정시킬 방법을 논의했다. 시민에게 물가상승에 따른 고충도 직접 들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장바구니 물가를 반드시 잡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소상공인이 즐비한 대구서문시장도 방문했다. 대구는 보수의 본거지로 분류되는 지역이다.

부쩍 시민을 향한 스킨십을 늘리는 모양새다. 전국의 많은 시장들 중에서 윤 대통령이 대구서문시장을 방문한 이유도 추석 연휴를 앞두고 국정동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대책 중 하나로 풀이된다.

민생 스킨십 늘려 지지율 올리기
지난해와 다를 것 없는 명절 대책?

이렇듯 정부가 이번 추석 대책의 주안점을 둔 부분은 물가다. 이외에도 서민생활과 밀접한 교통, 코로나 대책 등으로 악화된 민심을 회복하겠다는 계획이다.


긴박한 상황을 타개하고자 정부와 국민의힘은 최근 고위 당정협의회를 개최해 대책 마련에 나섰다. 당정협의에는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한덕수 국무총리,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 등이 참석해 2시간30분가량의 회의를 통해 추석 대비에 열을 올렸다. 

당정은 추석을 앞두고 추석 민생대책의 차질없는 이행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다. 우선 최대 규모 수준의 성수품을 23만톤가량 공급하기로 했다. 또 650억원 규모의 할인쿠폰을 지원하는 등 전방위 조치에 나섰다. 

배추, 사과, 달걀 등 20대 성수품 가격을 1년 전 수준에 근접하도록 관리하기로 했으며 대형마트, 전통시장 등에서 사용 가능한 농·축·수산물 할인쿠폰은 20%~30% 할인율로 1인당 최대 4만원 혜택을 제공한다. 지난해 추석 공급량 대비 1.8배로 역대 최대 규모다.

고속도로 휴게소 등에 기존 대비 25% 증가한 2000명의 방역 지원 인력을 추가로 배치하며 경기 안성휴게소 등 휴게소에서는 고령층 등에게만 시행하던 무료 PCR 검사를 전 국민으로 확대 시행한다. 

고속버스 운행은 23% 증편하고 임시 갓길차로 운영, 서울·수도권 대중교통을 2시간 연장 운행해 연휴 기간 수송 능력을 최대치로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고속도로 통행료는 연휴 기간 동안 면제된다. 현대·기아 등 5개 자동차 회사 2000여개 서비스 센터에선 무상점검 서비스도 제공된다. 

코로나 방역에 있어 국민 일상을 최대한 보장한다는 계획이다. 의료 대응체계를 가동해 코로나 확산을 막고, 다중이용시설, 사적 모임 등에도 별다른 제한을 두지 않기로 했다.

의료 대응체계 역시 동네의 병·의원, 대면진료와 지정 병상·일반 의료체계 입원을 병행한다. 연휴 기간 신속한 검사와 진료 및 처방을 받을 수 있도록 3000개소 이상의 원스톱 진료기관을 연다. 의료상담센터도 평시 대비 80% 이상인 145개를 운영할 예정이다. 

검찰에 의한
검찰을 위한

이밖에 취약계층과 소상공인 등 지원책, 최근 발생한 집중호우 피해 복구책 등 다양한 대책을 공개했다.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명절 자금을 위해 42조원 이상의 자금이 공급된다. 지난해보다 1조9000억원이 늘어난 규모다.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도 온누리상품권의 구매한도를 100만원까지 확대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같은 추석 특별대책들이 과거와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심지어 정부가 이미 발표했던 물가 대책과도 겹치는 부분이 많아 새롭지도 않다는 것이다. 

물가안정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실제 할인쿠폰 등은 매년 시행했던 제도다. 또 사실상 시민이 물가안정을 체감하기에는 쉽지 않다는 측면도 있다.

대형마트에서는 회원을 대상으로 계산대에서 자동할인이 적용되지만 전통시장은 그렇지 않다. 사용할 수 있는 곳도 전국 상인연합회가 지정한 시장 상점뿐이다. 


설령 전통시장에서 사용한다고 해도 전통시장에 방문하는 연령층이 대부분 고령층이다 보니 가입을 꺼리고 할인받을 수 있는 품목도 사실상 많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윤정부는 대형마트 규제를 누리집 1호 국정과제 안건으로 선정한 바 있다.

즉각 소상공인들이 반발에 나섰다. 정부는 민심 악화를 우려해 일단 재검토를 결정했다. 이런 탓에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가 거의 백지화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현재 대형마트는 2012년 이후 유통산업발전법의 개정으로 월 2회(매월 둘째·넷째주 일요일) 의무휴업을 한다. 또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는 영업이 불가하다.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의 경우 문재인정부에서 2017년 추석부터 2020년 설까지 명절마다 반복해왔다. 이를 없앤 이유는 코로나 확산에 따른 이동 제한 때문이었다.

겉으로만 풍성
까보니 텅텅∼

이렇듯 윤정부는 추석 최대 플랜으로 민생을 가장 큰 목표로 설정했지만 실제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지지율 회복을 위해 건드린 부분은 민생뿐만 아니다. 인사와 관련해서도 추석 전에 손을 볼 예정이다. 인사 논란은 윤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큰 부분을 차지하는 원인 중 하나다. 특히 홍보·인사·총무 등은 대통령실의 최대 약점으로 꼽혀왔다. 

인사 개편과 쇄신은 취임 윤 대통령 취임 100일 이후 띄우기 시작해 지금까지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추석 전까지 비서관급 참모진을 대거 교체할 계획으로 전해진다. 주요 개편 대상은 시민사회수석실과 정무수석실에서 근무하는 이들이다. 내부감찰까지 단행하면서 비서관급 참모진 교체가 점쳐지고, 칼날이 수석비서관까지 이어진 모양새다.


대통령실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의 가처분 신청이 사법부에서 인용된 점, 국민의힘의 내홍이 끊임없는 점 등에서 정무라인이 제 역할을 해내지 못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31일 기준 정무수석실에 근무하는 수석비서관을 비롯해 선임행정관, 행정관, 행정요원 등 총 23명 중 6명이 짐을 쌌다. 선임행정관과 행정관 등 3명은 권고사직 형태, 홍지만 정무1비서관과 경윤호 정무2비서관 등은 스스로 물러났고, 실무진 중에서는 1명이 물러났다.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이 인수위 기간 자신 있게 내세웠던 시민사회수석실도 힘을 잃어가고 있다. 시민사회수석실에 근무하는 5개 부처(국민통합·시민소통·종교다문화·디지털 소통·국민제안) 비서관 중 3곳이 공석이다. 시민사회수석실은 보안사고를 비롯해 인사개입, 국민제안제 어뷰징 사태 등 논란이 이어져왔다.

각종 의혹으로 정상적인 업무가 불가능한 상황에 이른 셈이다. 조만간 시민사회수석실은 통폐합 가능성이 거론된다. 대통령실은 수시 개편이라는 기조를 내세워 최대 80명까지 교체된다는 말도 들린다. 대통령실에서 근무하는 인원 중 20%에 달한다.

대통령실 대거 인적 쇄신 칼바람
여의도 라인 밀어내는 검찰 라인

이번 교체는 사실상 경질에 가깝다. 다만 일선에서 물러난 이들의 공통분모는 여의도 출신이라는 점이다. 정치권에서는 검찰과 여의도 세력간 권력투쟁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본다. 인적 쇄신의 칼을 쥔 세력이 검찰 라인이라 여의도 세력의 입지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탓에 내부에서조차 인사기용 폭이 더 좁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윤 대통령은 대선 기간 민정수석실 폐지를 공약한 바 있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폐지하겠다는 이유에서다. 민정수석실이 폐지된 이후 고위 공직자 인사검증 담당 소관부처는 법무부다. 이때 함께 신설된 게 법무부 산하의 인사정보관리단이다.

윤정부의 인사검증은 3단계를 거친다. 첫 단계는 인사기획관실에서 여러 인물을 올린다. 1차 검증은 지난 6월 선보인 법무부 산하 인사정부관리단에서 진행한다. 이후 분야를 나눠 후보자의 정보를 수집한 뒤 문제점을 파악한다.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면 인원을 추려 공직기강비서관실로 전달돼 2차 검증을 진행하는 절차를 밟는다. 

해당 단계까지 통과하면 부속실장이 윤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구조다. 인사검증 등에 있어 상호견제를 가능하게 하겠다는 셈이다. 

그러나 이 같은 구조를 두고 검찰 라인이 인사를 담당하는 특성상 개편에도 검찰의 입김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인적 쇄신을 단행해도 검찰을 향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로 보인다. 

당장 야당에서는 비판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인사 대참사에 대한 직접 책임이 있는 법무비서관, 인사비서관, 감찰에 책임이 있는 기강비서관 등 검찰 출신 육상시에 대한 문책이나 경질은 언급이 없다”고 공격했다. 이어 “최근 대통령실 감찰과 인적 쇄신을 검찰 출신 참모가 주도하는데 적반하장”이라고 날을 세웠다. 

박 원내대표가 육상시로 표현한 인물은 이원모 인사비서관, 주진우 법률비서관,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 등이다. 이들은 검찰 출신 참모진이다. 대통령실의 대대적 쇄신으로 여의도 라인이 휩쓸려나간 뒤 앞으로 인사가 고민일 것으로 분석된다. 

정치권에서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을 제외한 다른 여의도 라인이 대통령실에 합류한다고 해도 검찰 라인의 텃세를 이겨낼 수 있을지 의문을 표한다. 인적 쇄신 등을 수시로 하겠다는 기조가 뚜렷하지만 현재와 같은 시스템이라면 국민 정서에 반하는 인선을 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지지율 추락
잡아야 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석 때 인적 개편과 쇄신을 단행한다고 한 게 일시적인 효과는 있을 수 있지만 빈자리를 누가 채울지가 의문”이라며 “이 같은 우려를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인적 개편뿐 아니라 인사시스템도 고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대통령 추석 선물은? 

 

전남 순천 매실액이 다가올 대명절인 대통령실 추석 명절 선물 세트 구성품으로 선정됐다.

순천시에 따르면 농업회사법인 순천엔매실은 순천 매실액 2만병을 대통령실로 납입했다고 밝혔다. 

해당 업체는 매실액, 매실 장아찌 등 가공품을 생산하는 곳이다.

순천엔매실은 농촌융복합산업 인증, 식품안전관리인증(HACCP) 등을 획득한 가공 사업장이다.

대통령실에 납품된 순천 매실액은 대통령 추석 명절 선물로 각계각층에 보내질 예정이다.

작년 추석 문재인정부에서는 충주의 청명주와 팔도쌀 등 지역 특산물을 추석 선물로 선정한 바 있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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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비화폰’ 통화 내역 추적

‘김건희 비화폰’ 통화 내역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영부인은 통신상 기밀을 요하는 위치에 있지 않다. 그저 ‘대통령의 아내’다. 비화폰이 필요하지도 않고 쓸 일도 없다. 김건희씨는 그 어떤 영부인과는 달랐다. 윤석열정부 초부터 비화폰을 사용하면서 정치권을 포함해 이곳저곳에 개입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비화폰은 통화 녹음이 불가능하고 내용도 암호화된다. 정부와 대통령실 경호처·안보 담당 고위 관계자, 군·정보기관에 근무 중인 이들이 주로 사용한다. 민간인에게는 지급되지 않는다. 김건희씨는 윤석열정부 초기부터 비화폰을 사용했다. 지금까지 지켜졌던 관행을 파괴하고 비화폰을 사용하면서 수사기관·정치권 등에 개입한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수사 개입 정황 확인 채상병 사건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순직해병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씨가 사용했던 비화폰 통신 기록 확보에 나섰다. 정민영 특검보는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동 특검사무실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지난주 대통령실과 국방부 군 관계자 비화폰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정 특검보는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임성근 전 사단장 등 주요 당사자 21명의 비화폰 통신 기록을 국군지휘통신사령부 및 대통령경호처로부터 제출받을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수사 외압이 의심되는 기간 비화폰 통신 기록을 분석하며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정 특검보는 김씨도 비화폰을 사용했느냐는 질문에 “사용한 것으로 파악했다”며 “본인에게 지급된 것”이라고 전했다. 특검팀은 지난 2023년 7∼8월 소위 ‘VIP 격노’ 이후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채 상병 사망 사건 관련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자에서 제외된 배경에 윤 전 대통령 부부를 정점으로 한 수사 외압과 구명 로비가 있었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미 윤 전 대통령과 임성근 전 사단장 등 주요 인물의 자택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해 휴대전화 등을 확보했다. 이들이 당시 보안성이 높은 비화폰을 사용해 연락했던 정황을 포착하고 통신 기록 확보에 추가로 나선 것이다. 정민영 특검보는 “일반 휴대전화로 연락을 주고받은 기록들은 어느 정도 확인됐는데 중간중간 비화폰을 이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누구와 어떤 시기에 수발신이 이뤄졌는지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채상병 특검, 윤·김 통신 기록 확보 조태용·김태용 등 “VIP 격노 사실” 앞서 특검팀은 대통령경호처에 비화폰 통신 기록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했고, 경호처 측은 임의제출 형식으로 관련 자료를 특검에 제출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르면 이번 주 안에 비화폰 기록을 모두 넘겨받아 분석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채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발단이 됐던 2023년 7월31일 VIP 격노 회의 전후 기간 이들의 비화폰 통신 기록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방침이다. 특검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김씨 계좌를 관리했던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임 전 사단장 구명을 위해 “내가 VIP(윤 전 대통령)한테 얘기하겠다”고 지인에게 말한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로부터 넘겨받아 구명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비화폰 기록을 토대로 김씨가 이 전 대표와 어떤 통화 내용을 주고받았는지 등을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김씨의 비화폰 사용에 의문을 제기한다. 윤석열정부 이전엔 대통령 부인이 비화폰을 상시로 사용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경호처 출신 한 정치권 관계자는 “영부인이 비화폰을 쓰는 게 불법은 아니지만 여러 입김이 작용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기에 관행적으로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씨에게 비화폰을 지급한 이유에 대해 경호처는 “비화폰은 국가정보원의 ‘국가정보보안 기본 지침’ 등을 근거로 한 대통령경호처의 내부 규정에 따라 관리되고 있다”며 “김씨에 대해서는 관련 내부 규정에 따라 제공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김씨에게 지급된 비화폰은 카카오톡이나 텔레그램 등은 사용할 수 없고 송수신 통화와 문자메시지 발송만 가능하다. 그의 비화폰 기록이 판도라의 상자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씨의 비화폰 기록에 대해 윤 전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 등을 수사 중인 김건희 특검(특별검사 민중기)도 압수수색에 나설 수 있어서다. 지난해 7월 김씨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디올백 수수 사건으로 검찰 출장 조사를 받기 전 김주현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과 30분 넘게 비화폰으로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다. “전부 맞다” 줄줄이 실토 또,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의혹이 불거졌던 지난해 10월 김 전 수석이 당시 심우정 전 검찰총장과 비화폰으로 2차례 통화하기도 했는데, 이와 관련한 김씨의 비화폰 기록이 추가로 확인되면 파장이 커질 수 있다. 특검팀은 최근 조 전 원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17시간가량 조사했다. 조 전 원장은 2023년 7월31일 오전 11시쯤 대통령 주재 국가안보실 회의에서 윤 전 대통령이 해병대수사단 수사 결과 보고를 받을 당시 배석한 것으로 알려진 7명 중 한 명이다. 윤 전 대통령은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육군 중장·현 국방대학교 총장)에게 수사 결과를 보고받고 격노해 대통령실 내선전화(02-800-7070)로 이 전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조 전 원장은 특검 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 이충면 전 외교비서관, 왕윤종 전 경제안보비서관,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에 이어 다섯 번째로 윤 전 대통령의 격노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당시 국가안보실 회의 참석자로만 보면 4번째다. 정 특검보는 “해병대수사단이 이첩한 수사 기록의 회수와 관련해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에게 확인할 내용이 많다”고 말했다. 이 전 비서관은 해병대수사단이 경북경찰청으로 순직 사건 기록을 이첩한 당일 임 전 비서관,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 등과 연락하며 수사 기록 회수 과정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특검팀은 이 전 비서관 등 대통령비서실 공직기강비서관실 관계자들이 대통령실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경북경찰청 사이에 다리를 놓아 이첩 기록 회수 과정에 관여한 정황을 파악했다. 특검팀은 지난달 16일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파견 근무하던 박모 총경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며 이 전 비서관이 기록 반환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의 진술을 확보했다. 박 총경은 대통령실과 국수본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2023년 8월2일 이모 전 국수본 강력범죄수사과장에게 전화해 유 전 관리관의 연락처를 전달하고 경북청이 연결할 수 있도록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과장도 특검에 출석해 박 총경이 이 전 비서관 이름을 언급하며 기록 반환을 검토하라고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 전 비서관은 해병대수사단이 기록을 이첩한 직후 2023년 8월2일 오후 1시21분 이 전 비서관과 통화하고 뒤이어 오후 1시42분 유 전 관리관에게 전화했다. 누구와 통화했나 유 전 관리관은 지난해 6월 국회에서 임 전 비서관으로부터 경북청에서 전화를 걸어올 것이란 말을 들었고, 경북청 관계자와 통화하며 수사 기록 회수를 상의했다고 설명했다. 유 전 관리관은 노모 당시 경북청 수사부장과의 통화에 대해 “경북청에서 ‘아직 사건을 접수하지 않았다. 회수해 갈 것인가’라고 물었고, 판단하기론 ‘항명에 따른 무단 이첩이라 회수하겠다’고 했다”는 말을 주고받았다고 밝혔다. 유 전 관리관과 경북청의 통화 이후 해병대수사단에서 이첩한 수사 기록은 같은 날 오후 7시 20분쯤 국방부검찰단에서 회수했다. 임 전 사단장을 포함해 8명으로 혐의자가 적시된 해병대 수사 기록은 국방부 조사본부의 재검토를 거쳐 2명으로 축소돼 경북청에 다시 보내졌다. 특검팀은 수사의 초점을 점차 국방부검찰단의 수사 기록 회수와 국방부조사본부의 수사 기록 재검토 과정 확인으로 옮기고 있다. 정 특검보는 “기록 회수와 재검토 등과 관련해 국방부 관계자들을 계속 조사하고 있다”면서 “수사 초반에 비해 기록 회수나 (조사본부) 재조사 부분에 대해 중점적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김진락 전 국방부조사본부 수사단장(육군 대령)의 2023년 8월 수사 기록 재검토 과정에서 자필로 작성한 20여쪽 분량의 수첩을 확보해 국방부의 외압 정황을 확인하고 있다. 지난해 아닌 2023년 초부터 사용 “문제 생기거나 위기 때마다 애용” 국방부조사본부는 2023년 8월9일 이 전 장관의 지시를 받아 해병대수사단 수사 기록 재검토에 들어갔고 닷새 후 임 전 사단장 등 6명을 혐의자로 판단한 중간보고서를 작성했다. 하지만 국방부조사본부는 총 6차례에 걸친 보고서 수정을 거쳐 대대장 2명만 혐의자로 적시한 재검토 결과를 경북청에 재이첩했다. 김씨와 비화폰으로 통화한 인물들은 모두 사건 핵심 관계자들이다. 복수의 대통령실 출신 인사들은 에 김씨가 윤 전 대통령이나 자신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마다 비화폰으로 김 전 수석과 조 전 원장 등과 통화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에게 비화폰을 제공한 인물은 윤석열정부 초대 경호처장이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다. 김 전 장관은 윤석열정부가 들어선 지 얼마 되지 않아 김씨에게 비화폰을 제공했다고 한다. 김씨가 비화폰을 많이 사용하던 시기는 2023년 초부터다. 특검팀도 2023년 3월부터 김씨가 비화폰을 사용하기 시작한 정황을 포착했다. 일각에서는 김씨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과 지난해 9월부터 비화폰으로 통화하기 시작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사 안팎에서는 노 전 사령관과 김씨가 비화폰으로 통화하기 직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다는 관측이 나온다. 내연남 역할은? 한 정보사 관계자는 “김씨의 어머니인 최은순씨의 내연남 의혹을 받는 사람이 있는데 이 사람이 노상원을 후원하던 사람이라는 풍문은 많이 알려진 얘기”라며 “노상원과 내연남이 서로 아는 사이라는 건 사실이지만 내연남이 노상원에게 돈을 퍼줬다는 건 거짓말”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내연남이 노상원과 비화폰으로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는 모른다. 적어도 무속과 고민 상담 등은 아닐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