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포착> 조수진-송주범 ‘DJ 동교동 사저’ 수상한 문자 전말

홍업·홍걸 또다시 형제 싸움?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윤석열정부 첫 대정부질문에서 집권여당 국회의원이 정무직 공무원에게 보낸 문자메시지가 <일요시사> 카메라에 포착됐다. 문자메시지 노출로 DJ(고 김대중 전 대통령) 동교동 사저가 화두에 올랐다. 관련자들이 연이어 해명을 내놨지만 의문은 속 시원하게 해소되지 않는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주고받은 텔레그램 메시지가 언론 보도로 공개됐다. 지난달 26일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 참석한 권 원내대표의 휴대폰 화면을 기자가 포착한 것이다. 

문자 노출
이슈 블랙홀

윤 대통령은 ‘우리 당도 잘하네요. 계속 이렇게 해야’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가 바뀌니 달라졌습니다’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고, 권 원내대표는 ‘대통령님의 뜻을 잘 받들어 당정이 하나 되는 모습을 보이겠습니다’라고 답했다. 

언뜻 보면 대통령과 집권여당 원내대표의 사적 대화로 볼 수 있지만 그 내용이 문제로 떠올랐다.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를 겨냥한 내용이기 때문. 그동안 국민의힘 당내 내홍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 대해 불편한 심경을 드러낸 것이다.

‘문자메시지 노출 사태’는 윤석열정부 첫 대정부질문이 뒷전으로 밀릴 만큼 핫이슈로 떠올랐다. 권 원내대표는 “저의 부주의로 대통령과의 사적인 대화 내용이 노출되며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은 전적으로 저의 잘못”이라고 공개 사과했지만 후폭풍은 계속되는 모양새다. 


문자메시지 노출 사태는 이 건으로 그치지 않았다. 지난달 25일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이 송주범 서울시 정무부시장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장면과 그 내용이 <일요시사> 카메라에 잡혔다. 이날은 대정부질문 시작일로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를 두고 여야가 공방전을 벌였다. 

조 의원은 이날 오후 3시30분경 ‘각종 세금 체납으로 사실상 방치돼있습니다. 이희호 여사 사후 이 여사 친자인 3남 김홍걸 의원에게 소유권이 넘어갔지만 상속세 체납액이 20억원을 넘었습니다. DJ 동교동 사저는 정치사적 의미가 큰 만큼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기 보다는 서울시가 위탁 관리하는 게 좋겠다고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 김홍업 전 의원(차남)이 가족들과 의견을 모았습니다. 동교동 사저(173평)를 공시지가로 서울시가 매입한다면 은행에 돈을 갚고, 김대중평화센터 연구기금, 장학금으로 활용하고 싶다고 합니다. 국민의힘 소속이자 차기…(확인 불가)…시장이 국민통합 차원에서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DJ는 재임 시절 박정희대통령기념사업회를 출범시켜 기념관을 건립한 바 있습니다. 수요일 뵙겠습니다’라는 내용의 문자를 송 정무부시장에게 보냈다.

“서울시가 DJ 동교동 사저 매입해달라”
“근저당 설정·상속세 체납으로 못한다”

해당 문자메시지가 공개되면서 여러 의문점이 제기됐다. 문자메시지에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인물은 모두 5명. 발신자인 조 의원과 수신자인 송 정무부시장을 제외하면 김홍업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 무소속 김홍걸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 3명이다.

이 가운데 김홍업 이사장(차남)과 김홍걸 의원(삼남)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로 두 사람은 이복형제다.

▲의문점1. 왜 조수진 의원인가 = DJ 동교동 사저는 김 전 대통령과 이희호 여사의 이른바 ‘영욕의 세월’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곳이다. 우리나라 정치계파의 한 획을 그은 동교동계는 김 전 대통령의 자택 주소지를 따서 지은 이름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자택 주소지를 딴 상도동계와 함께 우리나라 정치계를 쥐락펴락했다. 

흥미로운 점은 DJ 동교동 사저에 진보진영이 아닌 보수진영 의원이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부분이다. 의문에 대한 답은 조 의원의 과거에서 찾을 수 있다. 기자 출신의 조 의원은 <동아일보>에서 2010년부터 2017년까지 정치부 차장으로 재직하면서 정치권과 밀접한 관계를 맺었다. 


이 시기 조 의원은 동교동계에 대한 많은 기사를 보도했다. 2014년 <동아일보>에서 ‘동교동계 좌장’ 더불어민주당 권노갑 상임고문의 회고록 <권노갑 회고록 順命>을 연재할 때 정치부 차장으로서 취재에 참여했다. 자신의 저서 <특종의 탄생>에서 ‘김대중 서거 호외 뒷이야기’를 언급하기도 했다.

배다른 형제
유산 싸움?

기자 시절 맺은 인연이 현재까지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실제 김홍업 이사장 측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조 의원이 서울시와 김홍업 이사장 사이에 다리를 놨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조 의원이 문자메시지에서 언급한 ‘수요일’인 지난달 27일 오세훈 서울시장, 송 정무부시장과 함께 자리했다.

▲의문점2. 왜 송주범 정무부시장인가 = 조 의원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후보 캠프에서 대변인을 맡는 등 인연이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문자메시지를 보면 송 정무부시장을 통해 오 시장에게 제안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송 정무부시장은 “나도 국민의힘 서대문구을 당협위원장으로 활동했다”며 “원래 조 의원과 친분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송 정무부시장은 “조 의원이 아이디어 차원에서 서울시에 제안했고 이를 검토했을 뿐”이라며 “선결조건인 매입 과정부터 법적인 문제에 부딪혔기 때문에 일을 진행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근저당권 설정, 세금 체납 등의 문제로 현행법상 서울시가 DJ 동교동 사저를 매입할 수 없다는 것.

지난달 27일 동석한 오 시장 역시 “그 집(DJ 동교동 사저)에는 근저당이 굉장히 큰 액수로 설정돼있다. 가족들이 풀지 않으면 서울시에 팔 수도 없고 기부채납도 할 수 없다”며 “명확한 법적 장애사항이 있어 법률검토 사항을 말씀드리고 선결과제가 해결되면 그때 가서 논의해보자는 취지의 얘기를 전했다. 장애요소가 해결되지 않으면 서울시에서 진전된 논의를 이어가기가 불가능하다고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의문점3. 왜 김홍업 이사장인가 = 조 의원의 문자메시지에 ‘김홍업 의원(차남)이 가족들과 의견을 모았습니다’ 라는 부분이 있다. 김홍업 이사장이 ‘서울시가 DJ 동교동 사저’를 매입해줬으면 한다’는 뜻을 대표로 조 의원에게 전달한 뉘앙스다. 문제는 DJ 동교동 사저의 소유권을 갖고 있는 김홍걸 의원은 이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한다는 점이다. 

엇갈린 입장
누가 맞나?

김홍걸 의원 측 관계자는 “의원님이 본회의(2일)에 들어가기 10분 전 해당 보도를 보고 이 내용을 알았다고 말했다”면서 “DJ 동교동 사저 처분과 관련해 가족과 논의한 적이 없다고 했다”고 전했다. 소유권을 가진 삼남 김홍걸 의원이 아닌 차남 김홍업 이사장이 DJ 동교동 사저 처분에 나선 이유를 두고 의문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김홍업 이사장 측 관계자는 “(김홍업 이사장이)위임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DJ 동교동 사저 처분과 관련해 가족의 의견을 모았고, 이 과정에서 김홍걸 의원의 의견도 포함됐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김홍업 이사장이 사실상 장자 역할을 하고 있고 위임을 받았다”며 “김홍업 이사장이 형제끼리 얘기가 다 됐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반면 김홍걸 의원 측 관계자는 “의원님이 ‘조수진 의원하고 각별한 관계가 아니라서 연락도 안 하고 만나는 관계도 아닌데 어떻게 해서 이렇게 문자가 오가고 기사가 나갔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며 “이 내용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다고 한다. 의원님 의견이 반영된 건이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DJ 동교동 사저를 둘러싸고 김홍업 이사장과 김홍걸 의원 간의 유산 분쟁이 또다시 반복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두 형제는 2019년 6월 어머니인 이희호 여사 별세 이후 DJ 동교동 사저를 두고 공방을 벌인 바 있다. DJ 동교동 사저의 소유권은 별세 전까지 이 여사가 갖고 있었다.


이 여사는 DJ 동교동 사저에 대해 “김대중·이희호 기념관으로 사용하되 만약 지방자치단체나 후원자가 사저에 대한 보상을 해준다면 3분의 1은 김대중기념사업회에 기부하고 나머지 3분의 2는 세 아들(김홍일·김홍업·김홍걸)에게 균등하게 나눠준다”는 유언을 남겼다.

김홍일 전 의원은 2019년 4월 사망했다.

관련자들 해명에도 의문 남아
보도 다음 날 정무부시장 교체

하지만 김홍걸 의원 측이 유언장에 형식상 하자가 있어 법적 효력이 없다며 이 여사의 친자인 자신이 유일한 법정상속인이라고 주장해 갈등을 빚었다. 김홍일 전 의원과 김홍업 이사장은 김 전 대통령과 첫 번째 부인인 차용애 여사 사이의 자식이다.

민법에 따르면 부친이 사망한 이후 전처 출생자와 계모 사이 친족관계는 소멸한다.

2019년 12월 김홍업 이사장은 김홍걸 의원을 상대로 DJ 동교동 사저에 대한 부동산 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법원은 이를 인용, 김홍걸 의원이 DJ 동교동 사저를 처분해서는 안 된다고 판결했다. 이후 김홍걸 의원 측의 이의신청도 기각했다. 두 형제의 다툼은 지난해 6월 이 여사의 2주기를 앞두고 봉합됐다. 이 여사의 유언을 따르기로 한 것. 


▲의문점4. 상속세 체납인가, 분할납부인가 = 상속세를 두고도 김홍업 이사장 측과 김홍걸 의원 측의 입장이 엇갈렸다. 조 의원의 문자메시지에 따르면 DJ 동교동 사저의 상속세 체납액은 20억원을 웃돈다. 2층짜리 단독주택인 DJ 동교동 사저의 감정가액은 32억원 상당으로 알려져 있다. 상속세는 16억~17억원 부과된 것으로 파악된다.

김홍업 이사장 측 관계자는 김홍걸 의원이 상속세를 내지 못해 16억~17억원의 상속세가 불어났다는 입장이다. 또 사저에 사람이 살지 않아 제대로 된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럴 바엔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있는 최규하 전 대통령 사저처럼 서울시에서 관리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반면 김홍걸 의원 측 관계자는 상속세 체납이 아니라 분할납부 중이라는 입장을 전해왔다. 김홍걸 의원도 언론 보도 이후 ‘체납액이 20억원을 넘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팩트 체크’하라는 입장을 전했다고 한다. 사저 관리가 안 되고 있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어제도 물청소했다”고 말했다. 

▲의문점5. 정무부시장 교체 왜? = 조 의원의 문자메시지 보도가 나간 다음 날인 지난 3일 송 정무부시장이 교체된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지난 4월 취임 이후 불과 4개월여 만이다. 송 정무부시장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조 의원과의 문자메시지 때문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문자와 별개”
선긋기 나서

그러면서 “민선 7기(2018년 7월1일~2022년 6월30일) 임기 중에 취임했다. 4월에 시작해 짧았지만 사실상 내 임기는 7월1일까지인 셈이다. 모양상으로는 지난달 1일 부시장들이 그만둘 때 같이 그만뒀어야 하는데 시장님 당선 이후 막바로 그만둘 수 없어 조금 더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
사진 = 박성원 기자<psw@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이후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미묘한 시기에 사정기관의 칼끝이 문재인정부를 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 기관에 대해 ‘바람이 불기도 전에 눕는다’고 비판한다. 권력의 향방에 따라 행보를 달리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과도기’ 상황에 놓여있다.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탄핵안 인용으로 파면됐고 새 대통령은 아직 뽑히지 않았다. 헌법은 대통령 궐위 이후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존재하긴 하지만, 한정된 권한만을 행사할 수 있기에 우리나라는 이른바 ‘반쪽짜리 정부’ 상태에 있는 셈이다. 새 정부 앞두고… 대선 정국이 시작되면 국가기관에 종사하는 공무원의 움직임은 느려진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이전 정부와 180도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 보고 변화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 형태로 직에서 물러나면서 다음 정부는 여느 정부보다 ‘전 정부 지우기’에 몰두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서 새로운 정책을 펴거나 기존 정책을 발전시키는 행보는 무의미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사정기관은 말할 것도 없다. 선거에 미칠 영향 때문에라도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편이다. 특히 유력 후보와 관련한 사건은 대선 이후로 미루는 경우도 허다하다. 자칫하다가는 ‘선거 개입’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 이번 대선은 선거 기간이 짧아 국민의 빠른 판단이 필요하다. 작은 사건이 대선에 나비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검찰과 감사원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후보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전 대통령이 표적이 됐다. 이전부터 해온 수사와 조사의 결과를 내놓는다고 하기엔 시기가 미묘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24일 검찰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2021년 12월 시민단체 고발 이후 3년5개월여 만이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서모씨의 항공사 특혜 채용 의혹 등을 수사해 왔다. 서씨가 취업했던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도 뇌물공여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문 전 대통령의 딸인 다혜씨와 서씨는 기소유예 처분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다혜씨, 서씨와 공모해 이 전 의원이 실소유한 이스타항공의 해외법인 격인 타이이스타젯에 서씨를 임원으로 채용하도록 했다. 서씨는 2018년 8월 취업 이후 2020년 3월까지 타이이스타젯에서 급여로 약 1억5000만원, 주거비 명목으로 6500만원을 받았다. 집값 통계 조작 결과 발표 청와대 외압 정황도 나와 검찰은 서씨의 취업으로 문 전 대통령이 그간 다혜씨 부부에게 주던 생활비 지원을 중단한 점을 들어 문 전 대통령이 이 금액만큼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을 봤다고 판단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 직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 의원은 “터무니없고 황당한 기소”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보복성 기소”라는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다. 윤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문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린다. 그는 “법정서 진실을 밝히는 것을 넘어 검찰권이 얼마나 어처구니없이 행사되고 남용되고 있는지 밝히는 계기로 삼겠다”며 “수사권 남용 등 검찰의 불법행위에 대해 형사 고소하는 것은 물론, 검찰을 개혁하는 기회로 여기겠다”는 발언도 내놨다. 검찰 기소에 앞서 감사원도 문정부에 대한 감사 결과를 내놨다. 문정부 임기 동안 부동산 등 국가 통계를 광범위하게 조작했다는 내용이다. 특히 청와대와 정부가 통계 작성 기관 등에 압박을 가한 사실도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지난달 17일 감사원은 ‘주요 국가 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전국 주택가격 동향 조사(주택통계), 가계동향 조사(소득통계), 경제활동인구 조사(고용통계) 등을 감사한 자료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대통령비서실(11명)·국토교통부(7명)·한국부동산원(7명)·통계청(6명) 등 총 31명에 대해 징계 요구(14명)·인사자료 통보(17명) 등 엄중 조치하는 한편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와 통계청 등에 통계의 정확성·신뢰성 제고 방안을 마련하고 향후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제도개선 통보 및 주의 요구를 처분했다. 검찰 기소 왜 지금? 감사원은 2023년 9월 대통령비서실·국토부·통계청·한국부동산원(이하 부동산원) 소속 22명 가운데 일부 주요 관련자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 의뢰한 바 있다. 당시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및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 홍장표 전 경제수석,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이 수사 의뢰 대상에 포함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청와대와 국토부는 주택 가격에 대해 부동산원에 ‘통계 결과를 미리 알고 싶다’며 사전 제공하도록 지시했고 이 자료를 바탕으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통계 결과를 임의로 수정하고 통계 개선 명목으로 표본 가격을 조작하는 등 통계 왜곡을 은폐했다. 이렇게 집값 관련 통계 수치를 조작한 사례는 감사원 확인 결과 102건에 달했다. 청와대와 국토부가 부당한 외압을 행사한 구체적인 정황도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외압은 2018년 1월 서울 양천, 성남 분당의 주택 매매 가격 주간 변동률 왜곡 등에 처음 시작됐고, 2018년 하반기 부동산시장이 요동치자, 객관적 근거도 없이 특정 지역 개발계획 철회 등 정부 발표 내용이 시장 안정에 효과를 준 것처럼 통계에 반영토록 요구했다. 감사원은 “국회·언론은 국정감사 등에서 주택 가격 동향 조사 변동률 등이 시장 상황 및 민간 통계 등과 다르다며 통계의 정확성·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으나 개별 표본 가격 등 구체적인 통계자료는 공개되지 않아 표본 가격이 시장가격과 격차가 벌어진 사실은 외부에 드러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감사원 감사 결과 문정부가 핵심 정책의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통계를 조작한 사실도 드러났다. 문정부는 출범 때부터 ‘소득 주도 성장’을 일관되게 밀어붙였다. ‘양질의 일자리 만들기’도 정부 주도로 진행했다. 문제는 그 효과를 정부 차원에서 왜곡했다는 점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통계청은 2017년 각각 2·3·4분기 가계소득을 가집계한 결과 전년 대비 감소로 확인되자, 정당한 절차 없이 표본 설계에 없는 가중값을 임의로 적용해 가계소득을 증가시켰다. 부동산·고용 다 건드렸다 소득 불평등과 관련해서도 ‘마사지’가 들어갔다. 청와대는 2018년 1분기 소득5분위 배율이 역대 최악(5.95)으로 나타나자 통계청에 개인정보 등이 포함된 통계자료를 사전 제공하도록 부당한 지시를 했다. 또 한 노동연구원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개인별 근로소득 불평등 개선’으로 보고·발표하도록 지시했다. 통계청은 청와대 지시에 따라 통계자료 제공 관련 보도 설명 자료 등을 사실과 다르게 작성·발표했다. 감사원 결과가 나온 이후 정치권은 들끓었다. 국민의힘은 ‘국기 문란 범죄’라고 주장했고 민주당은 감사원의 ‘표적 감사’라고 맞섰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이 모든 실패를 통계 조작으로 감추고 국민의 고통 위에 거짓의 탑만 쌓아 올렸다. 거짓의 탑이 무너지려고 하자 최재해 감사원장을 탄핵했다”며 “한술 더 떠서 이재명은 감사원을 민주당 자신들이 장악한 국회 아래로 이관해 손아귀에 틀어쥐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표본도, 지수 작성 방식도, 자료 수집 방식도 다른 통계를 동일선상에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 상식 중의 상식”이라며 “이미 전 정권이 돼버린 윤석열정권의 잔당들이 전 정권(문재인정부)의 숨통을 기어이 끊어놓겠다는 의지가 부른 희대의 사건”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이 감사 결과를 발표한 시기도 지적했다. 한 최고위원은 “윤석열정부 출범 4개월 만에 착수한 감사를 새 정부 수립을 불과 47일 앞둔 때에 마무리한 저의가 대체 무엇인가”라며 “대통령선거에 개입하겠다는 저열한 의도가 있지 않고서야 이런 짓을 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이 의도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북한 GP 파괴 두고도 수사 요청 민주 “해체 준하는 개혁” 반발 감사원은 지난달 24일에도 문정부 당시 군 인사 6명을 수사해달라 요청했다. 이들은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북한이 파괴한 북한군 최전방 감시초소(GP)에 대한 우리 측의 불능화 검증을 부실하게 진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경두·서욱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국방부·합동참모본부 관계자들이 수사 요청 대상자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은 2018년 체결한 9·19 군사 합의에 따라 비무장지대(DMZ) 내 GP 10개씩을 파괴하고 1개씩은 원형을 보존하면서 병력과 장비를 철수시킨 뒤 상호 현장 검증을 실시했다. 당시 군 당국은 북한군 GP 1개당 총 7명씩 총 77명으로 검증단을 파견해 현장 조사를 한 뒤 북한군 GP가 완전히 파괴됐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북한군 GP 지하시설의 존재 가능성이 제기됐다는 점이다. 우리 군 당국이 이 부분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나왔다. 전직 군 장성 모임인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은 지난해 1월 이 내용을 포함한 북한군 GP 불능화 검증 부실 의혹에 대한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 그 결과가 이번 감사원의 수사 요청인 셈이다.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와 감사원의 연이은 문정부 ‘공격’에 민주당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검찰과 감사원이 노골적으로 대선에 개입하며 ‘신 관권선거’를 주도하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25일 국회 소통관서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기소하고 감사원이 북한의 GP 파괴 관련 결과를 내놓은 이후다. 조 수석대변인은 “권력기관이 이제 대통령선거에까지 사실상 개입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따름”이라며 “마지막까지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졸개이기를 자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내란 세력이 벌이는 최후의 저항을 국민과 함께 막아내고 내란 세력을 철저히 뿌리 뽑아 국민 주권을 돌려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대세 영향 미칠까? 앞서 민주당은 집값 등 통계 조작 관련 감사원 발표 이후 ‘해체에 준하는 개혁 대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민주당 전 정권 탄압대책위원회의 기자회견서 나온 발언이다. 민주당은 “독립 기관이라는 존재 가치를 상실한 채 내란 옹호 기관이라는 오명을 안은 감사원에 닥칠 결말은 하나뿐”이라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도 문정부 표적 감사, 윤정부 부실 감사 등을 이유로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헌재가 탄핵안을 기각해 최 원장은 직무에 복귀했으나 감사원장이 국회로부터 탄핵 소추당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