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선 개수 따라 가치 달라진다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신안산선, 4호선 연장, 신분당선 연장, 서울 경전철 2호인 신림선 등 굵직한 교통망 개발이 가시화되면서 더블, 트리플, 쿼드러플로 거듭나는 수도권 역세권 단지들이 조명되고 있다. ‘도보 1분’‘단지 바로 앞’ 등 전철역과 얼마나 가까운지 강조하던 기존 역세권의 의미에 더해 노선 개수가 역세권의 가치를 결정짓는 또 다른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멀티 역세권 단지에 수요자가 몰리고 있다. 두 개 이상의 노선을 이용해 어느 지역으로든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는데다, 유동인구가 많아 상권 형성이 잘 돼 생활환경도 우수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찾는 수요도 많아 환금성이 뛰어나고 가격대 유지도 안정적이다.

유동인구 많고
생활환경 우수

지하철 5·6호선과 공항철도, 경의중앙선이 지나는 공덕역이 바로 앞에 위치한 쿼드러플 역세권 단지인 ‘공덕3삼성래미안’의 경우 전용면적 59.97㎡가 지난 5월 14억8000만원(3층)에 거래돼 2020년 1월(12억원, 16층) 대비 2억8000만원 올랐다. 반면 지하철 6호선 단일노선인 상수역 역세권 단지인 ‘래미안밤섬래비뉴1차’ 전용면적 59.99㎡는 2020년 1월 12억2000만원(11층)에서 지난 1월 13억9000만원(21층)에 거래돼 1억7000만원 상승하는 데 그쳤다.

향후 멀티 역세권이 기대되는 지역도 기대감으로 집값 상승세가 높게 나타나고 있다. 경기도 시흥시 장현동에 위치한 ‘새재마을청구’ 전용면적 59.91㎡는 지난해 1월 3억4500만원(19층)에서 지난 4월 5억원(11층)으로 1년 새 1억5500만원 상승했다. 해당 단지는 서해선 시흥시청역과 가깝게 위치해 있으며, 시흥시청역에는 월곶판교선과 신안산선 운행도 예정돼 있어 향후 3개 노선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전철역 거리 강조하다 변화
멀티 역세권 주거단지 인기


청약 시장에서도 멀티 역세권의 인기가 높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2월 현대건설이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에 분양한 오피스텔 ‘힐스테이트 청량리 메트로블’은 96실 모집에 1만2174명이 몰려 평균 126.8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인근 청량리역에 GTX-B, C 노선, 강북횡단선 등 향후 10개 노선이 예정돼 관심이 높았다.

지난 3월 현대엔지니어링이 인덕원역 인근에 공급한 ‘힐스테이트 인덕원’(장기민간임대)도 평균 경쟁률 231.8대1의 청약 성적을 거뒀다. 인덕원역에는 현재 4호선 외 GTX-C노선과 월곶-판교선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여러 노선이 지나는 지하철역 인근 주거단지는 편리한 출퇴근 환경과 잘 갖춰진 인프라 시설로 수요가 꾸준해 인기가 높다”면서 “멀티 역세권 입지는 부동산 시장에서 희소성이 부각되며 가격 상승폭도 높은 만큼 연내 분양을 앞둔 주요 주거단지들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수도권에 분양(예정) 중인 멀티 역세권 단지.

 

 

▲힐스테이트 삼성= 현대건설은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 일원에 ‘힐스테이트 삼성’을 분양 중이다. 지하 7층~지상 17층, 전용면적 50~84㎡ 총 165실 규모로 조성된다. 서울 3대 업무지구인 강남업무지구(GBD) 직주근접 단지로 반경 1㎞ 내에 포스코센터, 현대자동차그룹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등이 위치해 있다. 각종 기업이 입주해 있는 테헤란로가 도보권에 위치해 풍부한 배후 수요를 기대할 수 있다. 

지하철 2호선 삼성역과 2호선·수인분당선 환승역인 선릉역, 9호선 삼성중앙역 등 트리플 노선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다. 이 노선을 통해 서울 전역으로 출퇴근하기 편리하다. 특히 삼성역의 경우 GTX A와 C노선이 정차할 예정이어서 일대의 교통은 더욱 편리해질 전망이다. 

‘라이프스타일 리더’를 표방하는 힐스테이트 브랜드의 우수한 상품성도 기대할 수 있다. 세련된 외관 디자인이 적용돼 삼성동을 대표하는 랜드마크 단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맞춰 수준 높은 컨시어지 운영을 통해 입주민들의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을 충족시킬 예정이다. 

꾸준한 수요
희소성 부각


전 호실이 주거용 평면으로 구성되며, 100% 자주식 주차 설계가 적용돼 입주민들의 편의성을 극대화했다. 커뮤니티 시설로는 프라이빗 다이닝룸, 미팅룸, 스터디룸, 게스트룸, 오픈 라이브러리, 헬시 바, 프라이빗 짐, 피트니스센터, 골프룸 등 다양한 공간이 조성된다. 

주거용 오피스텔로 공급되는 만큼 아파트 대비 청약, 대출 등 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는 장점도 있다. 만 19세 이상이면 청약통장 없이도 청약 접수가 가능하다. 오피스텔 분양권의 경우 취득세 계산 시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으며, 아파트 청약 시에도 주택으로 간주되지 않는다. 

차별화된 
주거 경험

분양 관계자는 “강남 중심 생활권을 누릴 수 있는 ‘힐스테이트’ 브랜드 단지로 일대를 대표하는 랜드마크 단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브랜드 가치에 걸맞은 고급 상품들을 적용시킨 만큼 수요자들의 많은 관심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더 그로우 서초= 신개념 고급 오피스텔인 ‘더 그로우 서초’가 분양 중이다.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일원에서 지하 7층~지상 19층 규모의 주거용 오피스텔로 조성된다. 중소형 면적으로 구성된 200실 넘는 규모로 서초구 내 중소형 공급 부족을 해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피스텔은 투룸 구조 중심으로 구성된다. 가족 구성원과 라이프 스타일에 따라 다양한 활용이 가능해, 공간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은 물론 공간 자체의 기능성 자체를 향상할 전망이다. 소형 주거 공간에서는 보기 힘든 3Bay 설계(일부세대)도 적용된다. 이를 통해 거실과 주방, 안방은 물론 알파룸에서도 채광과 통풍을 극대화했다.

각 유닛의 창문들은 규칙적인 파사드를 구성해 주변 건물들과 균형 잡힌 입면을 유지할 수 있도록 섬세하게 설계했다. 주방은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인 포겐폴(Poggenpohl)이 적용된다. 독일 브랜드 특유의 기능과 품질은 자랑하면서 고급스러움까지 국내 하이엔드 아파트에 많이 적용되는 브랜드다. 그 외에도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바랄디(Baraldi) 인덕션, 이탈리아 하이엔드 수전 제시(Gessi) 등 유럽의 하이엔드 리빙 브랜드를 곳곳에 사용해 차별화된 주거 경험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일반적으로 지하층에 조성되던 커뮤니티 시설을 최상층에 배치했다. 입주민은 탁 트인 우면산 조망을 즐기며 운동도 하고 식사도 즐길 수 있다. 루프톱에는 25m 길이의 초대형 인피니티풀과 1개의 프라이빗풀이 조성된다. 여기에 스카이 라운지와 스카이 가든까지 배치해 자유로운 휴식 공간을 조성할 계획이다. 

단지 주변으로 우면산과 서리풀 공원이 있어 주거 환경이 쾌적하다는 평가다. 예술의전당, 국립중앙도서관, 한전아트센터, 국립국악원 등 문화예술 시설도 다수 위치해 있다. 여기에 서초 법조타운, 외교센터, 서초구청 등 행정기관과 서울교육대학교, 한국예술종합학교 등이 자리해 교육시설도 풍부하다. 

두 개 이상 역으로 편리하게 이동
수요 많아 환금성 좋고 가격 안정적

강남권 전역으로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는 교통 환경도 갖췄다. 서울지하철 3호선 남부터미널역(예술의전당)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으며 2호선·3호선 환승역인 교대역과 2호선 서초역도 인접해있다. 남부순환로, 서초중앙로, 서초대로, 경부고속도로,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 등을 통해 서울 주요 지역으로의 이동도 편리하다. 

주변에 개발호재도 있다. 서초구의 ‘서초로 지구단위계획 재정비안’에 따르면 서초대로 일대 롯데칠성 부지·코오롱 부지·라이온미싱 부지 등을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 국제 업무/상업 복합 중심지로 개발할 계획이다. 특별계획구역에 속한 4개 부지를 합치면 면적만 6만3006㎡에 달하며, 삼성타운(2만4000㎡)과 합하면 면적만 8만여㎡의 대규모 오피스 타운이 조성되는 것이다. 

 

 


▲과천청사역 한양수자인= ㈜한양은 지하철 4호선 정부과천청사역 역세권 입지를 갖추는 오피스텔 ‘과천청사역 한양수자인’을 분양한다. 경기도 과천시 별양동 일원에 지하 7층~지상 22층(오피스텔 지상 7층~지상 22층), 1개동 전용면적 23~55㎡, 전체 288실(일반분양 254실) 규모로 들어선다. 

정부과천청사역은 현재 운행 중인 4호선뿐만 아니라 향후 GTX-C노선과 과천위례선이 예정돼 트리플 역세권으로 거듭날 전망이다. 과천대로, 우면산로 등의 도로망도 인접한다. 정부과천청사역에는 GTX-C노선(양주~수원)과 과천위례선(정부과천청사~복정)이 예정됐다. 

인근 생활인프라는 이마트 과천점, 과천시청, 과천시민회관 등이 자리하며 문원초, 문원중, 과천외고, 과천고, 과천중앙고, 과천여고 등 교육시설이 가깝다. 단지가 들어설 과천과 인접한 안양에선 ‘안양 한양수자인 리버뷰’(전용 55㎡ 4개 타입, 169실)가 분양 중으로, 한양은 경기 남부를 대표하는 두 지역에 ‘한양수자인’을 공급해 브랜드 가치를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분양 관계자는 “과천은 대기업 본사가 몰려 있는 강남권 직주근접이 가능하고 대형 쇼핑몰 등의 이용이 편리해 꾸준히 인기가 높은 지역”이라고 말했다. 

 

 

▲e편한세상 부평역 센트럴파크= 인천 부평구에서 DL건설과 DL이앤씨가 ‘e편한세상 부평역 센트럴파크’를 분양한다. 수도권지하철 1호선, 인천지하철 1호선 부평역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는 단지로 부평역은 향후 GTX-B 노선도 계획됐다.

단지는 지하 2층~지상 30층, 13개동, 전용면적 39~84㎡, 전체 1500세대로 조성된다. DL건설과 DL이앤씨에 따르면 이 사업장은 부평공원과 희망공원·희망체육공원 등 지역 대표 대형공원 사이에 들어서는 ‘더블 공세권’ 입지 여건을 갖췄다. 향후 해당 사업장의 입주민들은 단지와 인접한 육교를 통해 부평공원에 바로 접근할 수 있을 예정이다. 인천시청 자료를 보면, 부평공원의 면적은 약 11만3000㎡로 이곳에는 족구장과 농구장, 게이트볼장, 중앙광장, 어린이놀이터, 분수대, 산책로, 주차장 등 각종 시설들이 조성돼 있다. 


강남권 
직주근접

또 도심 속 공원 중에서는 보기 드물게 지정된 구역에서 그늘막 텐트 설치가 가능하고, 부평예술제 등 각종 문화행사도 열린다. 희망공원과 희망체육공원도 가깝다. 이곳에도 등산로와 운동기구, 족구장, 농구장, 게이트볼장 등이 갖춰져 있다. 단지 인근에서 추진 중인 ‘캠프마켓 이전부지 반환 및 활용사업’에도 대규모 공원 조성이 예정돼 있다. 

 

<webmast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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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미영 팀장’ 동반 탈옥 비쿠탄 마약왕 풀스토리

[단독] ‘김미영 팀장’ 동반 탈옥 비쿠탄 마약왕 풀스토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김미영 팀장’으로 불린 보이스피싱 총책 박모씨와 함께 필리핀 구치소서 탈옥한 조직원들의 실체가 드러났다. ‘비쿠탄 이민국 수용소’서 처음 만난 이들은 보이스피싱과 마약 유통을 결합한 신종 범죄조직을 꾸렸다. ‘비쿠탄 마약왕’으로 알려진 송모씨는 2022년 수원서 필로폰을 소지한 채 붙잡힌 김모씨의 상선이라는 정황이 드러났다. 지난 8일 본지가 [<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를 최초 보도한 이후, 외교부 측은 루카스 베르사민 필리핀 대통령비서실장에게 “탈옥한 이들에 대한 조속한 검거와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해달라”는 공적 서한을 전달했다. 현재 박씨에 대한 검거 작전은 필리핀 이민청 도피사범추적팀과 필리핀 코리안데스크(한인 사건 전담 경찰 부서)가 협력하고 있다. 새벽 탈출 어디로 갔나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약 2년 전 비쿠탄 교도소에 수감된 이들은 지난해 11월 필리핀 나가시(市) 카마린스 수르 주 구치소로 이감됐다. 3명 모두 불법 고용과 인신매매 혐의 등으로 기소되면서다. 복수의 제보자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1일에서 2일 새벽 사이 미리 준비한 오토바이와 차량을 이용해 탈옥했다. 필리핀 교정 당국은 지난 2일, 인원 점검 때 박씨 일당이 탈옥한 것을 뒤늦게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교도소에 CCTV가 설치돼있지 않아 탈옥 상황을 구체적으로 알 수 없으나 일부 훼손된 철조망을 찾아냈다고 한국 정부에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카마린스 수르 구치소에 대해 현지 제보자는 “담장이 낮고, 보초도 허술해서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곳이기에 탈옥이라고 하기 민망할 정도”라며 “그들은 비쿠탄 교도소보다 허술하다는 점을 노리고 변호사를 통해 가짜 범죄를 만들어 이감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탈옥한 일당이 도피하는 동안에도 보이스피싱과 마약 유통을 결합한 신종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씨는 2012년부터 필리핀 현지에 콜센터를 차린 보이스피싱 1세대다. ‘김미영 팀장’이라고 소개하며 전화나 문자메시지로 금융기관을 사칭해 개인정보를 빼냈다. 박씨가 보이스피싱으로 가로챈 금액만 4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08년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서 근무하다가 수뢰 혐의로 해임된 경찰 출신으로 드러나면서 더욱 충격을 안겼다. 경찰 근무 당시 접했던 범죄 수법을 토대로 ‘김미영 팀장’ 사기 수법을 고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10년간 보이스피싱 조직을 운영해 온 박씨는 2021년 10월6일 마닐라 인근서 붙잡혔다. 당시 국정원은 수년간 파악한 정보를 종합해 필리핀 현지에 파견된 경찰에 ‘박씨가 마닐라서 400km 떨어진 시골 마을에 거주한다’는 정보를 넘겼다. 검거 당시 박씨의 경호원은 모두 17명으로 대부분 중무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가 위치한 곳까지 접근한 필리핀 이민국 수사관과 현지 경찰 특공대도 이들에 맞서 중무장했다. 붙잡힌 박씨는 “필리핀서 범죄를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국내 송환을 피하고 상대적으로 보안이 취약한 필리핀 교도소에 수감되기 위한 노림수였다. 비쿠탄 교도소 출신 제보자는 <일요시사>와 통화서 “(박씨는)비쿠탄 내에서 식사를 판매하는 아저씨로 통했다”며 “박씨가 송씨, 신씨와 어울리면서부터 교도소 내에 마트를 인수해 장사할 정도로 돈을 많이 벌었다”고 증언했다. 보이스피싱과 결합한 마약 유통 대포폰으로 텔레그램 마약방 개설 비쿠탄 교도소는 식사가 제공되지 않기 때문에 죄수들이 직접 돈을 벌거나 영치금을 통해 생계를 이어간다. 죄수들은 스스로 돈을 벌기 위해 조직을 꾸려 보이스피싱, 대포폰, 마약 유통 사업을 할 수밖에 없다. 최근 박씨와 함께 탈옥한 송씨, 신씨가 비쿠탄 교도소 내에서 동업을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였다. 박씨와 함께 탈옥한 송씨와 신씨에 대한 새로운 증언들도 쏟아졌다. 제보자에 따르면, 신씨는 타인 명의로 개통한 유심칩을 판매하는 역할을 맡았다. 신씨는 불법 유심칩 1개당 한국 돈 약 25만원을 받고 팔았다. 신씨에게 산 대포 유심칩으로 신분을 철저히 숨길 수 있게 된 송씨는 텔레그램으로 마약 전달책을 모집하고 유통하는 이른바 ‘마약방’을 개설했다. 평소 신씨가 재테크 사기, 주식 및 코인 리딩방 등을 운영해오면서 모은 수천명의 회원들은 송씨가 운영하는 마약방으로 초대됐다고 한다. 송씨는 채팅방서 ‘두목’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했다. 또 박씨는 신씨의 도움을 받아 수억원가량을 비트코인으로 환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비쿠탄 교도소 출신 제보자는 “마약과 거리가 멀었던 박씨가 송씨와 안면을 트면서 보이스피싱보다는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을 함께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송씨가 필리핀 파사이 등에 있는 마약 공급책을 통해 한 달에 5kg 정도의 필로폰 유통을 지시했다”며 “송씨는 비쿠탄서 만난 중국 마피아로부터 싸게 구입한 필로폰 등을 드라퍼(전달책)에게 전달해 한국으로 수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송씨가 드라퍼에게 준 배달료는 한화 약 1000만원가량으로 전해진다. “한국 싫어” 가짜 범죄 다수의 전달책이 송씨의 필로폰 배달을 시도한 정황은 곳곳서 드러났다. 송씨가 고용한 운반책은 2022년 1월25일, 수원의 한 모텔서 필로폰을 소지하다가 붙잡힌 김모씨였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당시 수원중부경찰서는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30대 남성 김씨를 긴급체포했다. 김씨는 이날 오전 8시7분께 장안구 영화동의 한 모텔서 필로폰을 소지했다. 앞서 ‘한 남성이 모텔서 마약을 소지하고 있다’는 신고를 접수받은 경찰은 현장으로 출동했다. 경찰은 모텔 안에서 필로폰이 포장된 비닐백 30개를 발견하고 이를 압수 조치했다. 또 김씨를 상대로 진행한 마약 간이 검사서 양성반응을 확인했다. 경찰조사에서 김씨는 투약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텔레그램으로 필로폰 거래를 지시한 ‘orjinal8282’가 상선이라는 사실을 숨기려고 거짓으로 진술했다. 경찰에 따르면, orjinal8282이라는 아이디를 가진 자가 김씨에게 “수원으로 가서 모텔을 잡고 기다려라”며 “사탕(엑스터시) 50, 어름(필로폰) 50 좀 있다가 드랍해서 갖고 있어”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송씨와 비쿠탄 교도소서 함께 지냈던 제보자는 “orjinal8282는 송씨의 아이디”라며 “김씨가 붙잡혔다는 소식을 들었던 마약방 회원들은 송씨가 김씨의 고용주(상선)이었다고 적었다”며 텔레그램 채팅방 사진을 전했다. 송씨가 넘긴 마약을 유통하려고 한 사람은 또 있었다. 지난해 1월23일, 충남 서산서 아내를 살해하고 저수지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 필리핀으로 도주한 강주천이다. 그는 한국 경찰의 공조 요청으로 필리핀서 검거됐으나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 강주천은 지난해 6월 비쿠탄 수용소서 탈옥했다가 8일 만에 체포됐다. 탈옥 후 체포 당시 1kg의 필로폰을 소지하고 있었다. 강주천은 도피 자금을 벌기 위해 송씨의 지시를 받아 필로폰 배달을 시도한 것으로 추정된다. 밥 먹듯… 탈옥 시도 비쿠탄 관계자들은 이른바 ‘마약왕 전세계’ 박왕열이 큰돈을 벌자, 박씨와 송씨 일당도 마약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봤다. 지난해 중순 박왕열은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서 “이젠 나보다 송씨가 마약왕에 가깝다”며 “한국으로 보내는 양이 내가 보낸 것보다 많다”고 말했다. 앞서 박왕열은 2016년 10월 필리핀 한 사탕수수밭서 한국인 3명을 총으로 쏴 살해한 사건의 범인이다. 이 사건은 드라마 <카지노>를 통해 유명해졌다. 그는 비쿠탄 이민국 수용소에 구금됐다가 2017년 3월 탈옥해 두 달 만에 잡혔다. 2019년 10월에는 재판을 받고 구치소로 돌아가던 중 재차 도주해 2020년 10월 다시 검거됐다. 박왕열은 이 기간에 마약왕 전세계로 거듭났다. 국내 마약 유통·판매 총책이었던 ‘바티칸 킹덤’ 이모씨에게 수억 원대의 마약을 공급했다. 이는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 등에게 팔렸다. 박왕열의 옥중 마약 유통 의혹은 이미 경찰 수사를 통해 사실로 드러났다. 지난 4월12일, 경남경찰청 광역수사대는 A씨 등 3명을 국내 중간 판매책에게 마약류를 판매한 혐의로 구속했다고 밝혔다. 유통책 중 한 명은 2022년 12월 NBP서 박왕열을 만나 국내로 밀반입해 보관 중인 마약류를 판매키로 공모하고, 지난해 1월 메신저인 텔레그램을 이용해 특정한 장소에 마약을 놓고 사라지는 이른바 ‘던지기 수법’으로 엑스터시 100정, 필로폰 10g을 국내 중간 판매책들에게 600만원(도매가)을 받고 공급했다. 그동안 경찰은 박씨 일당 등 한국인 범죄자의 강제송환을 추진했으나 지지부진한 상태다. 박씨 일당은 필리핀서 죄를 짓고 형을 받으면 국내 송환이 지연된다는 점을 노렸기 때문이다. 경찰은 현재 박씨에게 적용된 혐의 중 인신매매는 허위로 만들어낸 범죄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수원 모텔서 잡힌 전달책 상선” 박왕열 “이젠 송씨가 마약왕” 박씨가 쓴 꼼수는 이미 필리핀 도피 사범들 사이에 만연하다. 현재 필리핀 도피 사범은 5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 송환을 거부하는 범죄자들은 필리핀 현지 변호사를 통해 ‘가짜 범죄’를 만든다. 비용은 한국 돈으로 많게는 3000만원서 적게는 100만원 정도가 든다. 제보자에 따르면 “가짜 케이스를 만드는 건 흔한 일”이라며 “강간, 사기, 폭행 정도의 가짜 범죄를 만들어 재판에 출석하면서 국내 송환을 계속 미루는 것”이라고 전했다. 박씨가 국내로 송환될 경우, 최소 징역 15년서 25년 이상 집행될 수 있다. 지난해 6월 재판부는 2012년 3월부터 2016년 6월까지 중국과 필리핀서 보이스피싱 총책으로 활동하며 피해자 435명에게 26억여원을 가로챈 B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송씨의 경우, 마약을 수출입·제조·매매하거나 매매를 알선 또는 그럴 목적으로 소지·소유한 것에 대한 처벌이 가해진다. 해당 혐의가 인정되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며, 영리 목적 또는 상습적이라는 사실이 입증될 경우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까지 내려질 수 있다. 필리핀 당국과 한국 정부도 탈옥범들을 추적 중인 가운데, 현지 법 적용을 고려하면 다시 붙잡히더라도 국내 송환이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필리핀서 저지른 다른 범죄의 조사와 재판이 끝나지 않아 한국으로 송환되려면 최소 6년이 걸린다. 특히, 탈옥 행위로 현지 법을 중대하게 위반한 만큼 현지서 징역형을 선고받을 가능성도 크다. 송씨와 박씨에 관한 국내 송환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볼 수 있다. 필리핀서 장기간 수용 생활을 하는 한국인을 국내로 이송하면 좋으나, 현재 수용자 이송 조약은 체결돼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법무부는 “송환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인물의 이송 요청을 지속하고 있다”며 “필리핀 이민국과 논의를 이어가는 중”이라고 밝혔다. 법무부의 이 같은 입장은 예전과 다르지 않다. 시간이 가는 동안 이송 조약조차 체결하지 못한 점은 한국 정부의 소극 행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법무부가 보이스피싱 혐의가 아닌 마약 유통 혐의로 송환을 적극적으로 요청한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필리핀 정부가 ‘재량’을 근거로 거절할 가능성도 있으나 법무부는 이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머나먼 국내 송환 이상화 주필리핀대사는 지난 14일 오전과 오후에 각각 필리핀 외교부 차관과 법무부 차관을 만나 박씨에 대한 조속한 검거와 재발 방지 대책 등을 요구했다. 한편, 박씨 일당 외에 인질강도 혐의로 수배돼있던 한 남성도 최근 현지 교도소를 빠져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필리핀 현지 경찰이 쫓고 있는 한국 국적의 수배범만 박씨 일당을 포함해 6명 이상인 것으로 파악됐다. 수배범들은 대부분 사기 혐의로 수배가 걸려 있었다. 이 중에는 10건 이상 수배가 걸린 수배범들도 있었다. 그만큼 교정시설 보안이 취약하다는 뜻이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