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먹히고 작아진’ 양육비이행관리원, 무슨 일이…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2.06.13 14:43:52
  • 호수 137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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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없어 못 도와드립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양육비이행관리원은 2015년 3월에 출범했고, 그날부터 상담전화는 폭주했다. 관계자는 출범 당시 모습을 ‘작은 전쟁터’라고 표현했다. 그만큼 양육비를 받지 못한 양육자들이 많았고, 이들은 양육비이행관리원으로 모든 게 해결될 거라고 믿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양육비이행관리원이 한국건강가정진흥원 산하에 소속되면서 시끄러운 잡음이 들리고 있다. 

양육비이행관리원(이하 이행원)은 한부모 자녀의 양육받을 권리를 보호하고, 양육부·모가 비양육부·모로부터 양육비를 원활히 지급받을 수 있도록 양육비 이행확보 법률을 지원하는 기관이다. 그러나 이행원 이용자가 공통적으로 하는 질문이 있다. 

꼭 필요한
이행원 역할

바로 ‘이행원이 일을 하고 있냐’ ‘도대체 일이 언제 진행되냐’는 것이다. 이행원이 정상적으로 운영된다면 나올 수 없는 말 투성이다.

이행원을 이용 중이던 A씨는 “이행원을 통해 법률구조공단 도움을 받고 이행 명령문이 결정됐다. 당연히 전 남편은 이행명령을 지키지 않고 있다. 그래서 이행원에 추가로 재산 명시와 강제집행 면탈죄 소송을 요청했다”며 “이행원은 이행 명령문에 따른 감치가 예산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말했는데 올해 예산이 이미 소진돼 내년에나 가능하다고 했다”고 글을 남겼다.

해당 글에는 “해마다 이런 일이 있다. 예산 증액을 요구해야 할 것”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돈주고 했을 텐데” “너무 막막하다”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이 밖에도 이행원 이용자는 ▲상담전화를 받지 않음 ▲소송 횟수 제한 등의 문제가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렇다고 모든 이행원 이용자가 이행원을 비판하진 않는다. 이행원 이용자 B씨는 “이행원 조사팀이 경찰관과 직접 통화해 경찰서와 파출소에 협조 공문을 요청했다. 비양육자 근무지로 출장도 간다고 했다. 참 고맙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이행원 이용에 대한 불만은 어떤 상황에서 나오는 것일까? <일요시사>가 취재원으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이 일은 한국건강가정진흥원(이하 한가원)이 무리하게 산하기관으로 이행원을 소속시키며 생겼다. 

자료 표지에는 “한국건강가정진흥원의 위법·부당하고 비윤리적으로 조직을 운영해서 양육비이행관리원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한부모 가정 아동이 피해를 보고 있다. 이를 고발한다”고 적혀 있다.

한국건강가정진흥원 산하 소속 후 잡음
변호사 대거 퇴사에도 인력 충원 없어

한가원은 2004년에 개설됐다. 설립 목적은 다양한 가족의 삶의 질 제고 및 가족 역량 강화를 위해 가족정책을 효율적·체계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또 건강한 가족생활 영위 및 가족의 유지 및 발전을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한가원은 공공기관으로 시작했다. 2005년에는 ‘건강가정기본법’이 제정되며 ‘중앙건강가정지원센터’가 됐다. 2011년에는 재단법인으로 법인화됐다. 그리고 한가원이 특수법인 승인이 난 것은, 이행원이 출범된 2015년이다. 

특수법인은 공익사업을 원활히 하기 위해 설립된 회사로, 정부 및 지방 공공단체가 자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출자해 설립한다.

자료에는 애당초 기획재정부가 이행원만 특수법인을 승인하려 했다고 나온다. 그러나 한가원은 무리해서 이행원을 한가원 내에 설치했고 결과적으로 특수법인이 됐다. 애당초 기획재정부는 이행원을 독립된 기관으로 계획했고, 한가원 내에 설치되면서 이행원 직원이 정리해고됐다.

그렇다면 의문은 한가원이 왜 이렇게까지 무리한 행동을 했는지다. 그 이유는 기획재정부가 한가원의 기존 고유사업에 관한 인력증원을 승인해주지 않았고, 반대로 이행원 인력은 쉽게 승인해준 것이다. 2018년 기획재정부가 승인한 이행원 인력은 97명이었다.

결국 문제의 본질은 두 기관의 인력 다툼이었다. 한가원은 이행원 인력을 한가원에 지원해달라고 요청했고, 당시 이행원 1대 원장(이선희 양육비이행관리원 초대 원장)은 이를 거절했다. 대신 한가원의 인력을 이행원에 채용했다. 정리해고된 인력 일부가 구제됐으나, 한가원 인력 충원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

핵심적인 문제는 2018년에 한가원 2대 이사장이 선출되고 발생했다. 이행원 출범 당시에는 “양육비이행관리원의 인력, 조직, 예산과 관련해서는 이행원장의 의견을 듣는다”고 명시적으로 규정돼있었으나 한가원 2대 이사장이 해당 규정을 정관에서 지웠다. 

두 기관의
인력 싸움

지난해 8월5일 한가원 3대 이사장은 이행원 원장이 공석인 틈을 타 직제개편으로 이행원을 한가원 부서 중 하나로 만들었다. 이행원 원장은 본부장으로 격하됐는데 이때 이행원의 핵심 인력인 변호사들이 대거 퇴사했다. 

2018년 기준 변호사 인력은 21명이었으나 현재는 11명으로 절반이 줄었다. 이들은 직제개편에 반발해 퇴사한 것으로, 이후 이행원이 변호사 인력을 충원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채용하지 않았다. 오히려 일반 인력을 채용해 타 부서에 배정했다.

이때부터 한가원은 이행원 인력을 55명으로 정했다. 기존 사업이 폐지되거나 축소된 것이 아니어서, 이행원 직원은 업무가 계속 과중되고 있다.

실제로 현재 이행원의 상담 인력은 총정원이 5명이지만, 2명이 질병 휴직 중이다. 3명의 상담원이 상담을 전적으로 맡아서 하고 있지만, 그중 1명도 건강이 좋지 않아서 상담 응답률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 피해를 보는 것은 이행원 이용자들이다. 한가원과 이행원의 인력 싸움으로 해마다 이행원에서 직접 소송을 지원하는 숫자가 줄어들고 있고, 매년 10월이면 위탁소송 예산이 떨어져 소송을 진행할 수도 없다. 결과적으로 이용자들이 양육비를 받는 시간만 길어졌다. 

이행원의 변호사 인력 부족은 감치명령을 받고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악성 채무자에게 형사고소할 수도 없게 만들었다. 또 인력 부족으로 한시적 양육비 긴급지원이 끝난 이용자들의 구상금 청구소송 진행을 도울 수 없어서 양육비 회수율도 미미하다.

서비스 받는 
기준 높아져

양육비 이행 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현장 지원반이 필수로 운영돼야 하지만, 인력은 1명뿐이다. 이 1명이 전국의 현장을 관리하고 있으니 그야말로 구색만 갖춘 셈이다.

이 밖에도 이행원의 면접 교섭 지원 서비스는 인력부족으로 본원에서 불가능해 인근 가족센터에 위탁을 주고 진행한다.

이행원 서비스를 받기 위한 기준 자체도 높아지고 있다. 이행원은 2020년부터 중위소득 125%인 경우까지만 지원해 주는 것으로 바뀌어, 수혜 아동 수가 줄어들고 있다. 서류에서는 이 모든 것이 이행원이 한가원 부서로 들어가면서 시작된 일이라고 지적한다.

2017년 한가원 경영평가에서는 “이원화된 조직구조를 해결하라”는 지적을 받았다. 하지만 두 기관이 추진하는 사업의 성격 자체가 너무 다르기 때문에 문제 해결도 불가능하다.

우선 한가원 사업은 대부분 용역관리를 하는 사업이다. 가장 최근에 시행한 한가원 사업은 ▲아이돌봄 중앙지원센터 운영 ▲위기 및 사회적 재난 가족 지원 사업 ▲가족 서비스 연구 사업 등이 있다. 

이에 반해 이행원 사업은 법률구조 등 사법 행정적 성격이 강한 사업이다. 주를 이루는 것은 ▲소송 관련 상담 및 법률 지원 ▲원만한 합의 진행과 민사 집행법상의 강제집행 ▲가사소송법상의 양육비 이행확보 소송 등 양육비 추심을 위한 법적 절차를 진행한다.

한가원과 이행원의 사업은 사업의 결 자체가 달라서 이원화 구조일 수밖에 없다. 반면 한가원 측이 이행원 사업을 알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10월이면 예산 부족으로 사업 중단
4번이나 실시된 애매한 만족도 조사

취재원이 제공한 서류에는 한가원 경영본부 측 인사가 ‘전자소송’을 ‘비대면 화상재판’으로 여겨, 전자 소송 확대를 근거로 변호사 인력을 감축시켰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전자소송은 소송절차가 원칙적으로 기존 민사 또는 특허소송절차와 동일하다.

다만 전자 소송의 특성에 따라 제약 사항이 일부 추가될 뿐이다.

이행원 소속 직원이 한가원의 ▲기관 운영 방식 ▲조직개편 ▲소통 방식 ▲인력 배분 방식 등으로 불만을 가지게 된 것은 당연한 결과다. 하지만 한가원은 경영평가에서 나온 “이원화된 조직구조를 해결하라”는 의견을 처리해야 했고 ‘만족도 및 인식도 조사’로 이를 개선했다.

자료에는 지난해 총 4회에 걸친 만족도 및 인식도 조사를 했다고 나온다. 첫 번째는 지난해 8월2일부터 13일까지 조사했다. 그러나 이때 조사 결과는 전년 대비 13점이나 떨어졌다. 두 번째는 지난해 11월16일부터 23일까지였는데, 결과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때 이뤄졌던 만족도 조사에는 직원의 전화번호, 본부명, 별명 등을 기재하지 않으면 제출할 수 없었다.

세 번째 조사는 지난해 11월23부터 26일까지였다. 이때는 목표점수 미달 시 재조사할 것과 본부별 응답자 수와 결과를 공유할 예정이라고 공고했다. 부장을 통해 높은 점수를 줘야 한다고 강요하는 요구도 있었다.

한가원은 모두 세 번 조사했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고, 지난해 12월20일부터 22일에 마지막 내부 고객만족도 조사를 했다. 

이 조사는 설문 문항 자체가 애매모호했다. 조사 결과로 실제로 직원들이 얼마나 만족하는지 알 수 없었고, 결과만 발표했다. 이 조사에 응한 직원은 총 87명뿐이다. 

이때 설문 문항은 ▲기관의 비전과 사업방향 이해도, 사업과의 연계성 ▲직무·업무수행 만족도, 대인관계 만족도 ▲조직 및 직무 이해도, 조직 운영체계 변화 노력 및 필요성 공감도, 부서 내 및 부서 간 협조 정도 등이었다. 자료에는 “한가원 경영본부에서 경영평가위원을 속이기 위해 꾸민 일”이라고 적혀있다.

피해는
아동 몫

한가원 관계자는 기자의 ‘이행원 인력을 한가원에서 제한하느냐’는 질문에 “공공기관은 주먹구구로 운영할 수 없다. 이사장이 마음대로 정하는 게 아니다. 인력이 정해진 대로 하는 것”이라며 “요즘은 사람을 한두명 더 뽑는 것보다 시스템화시키는 게 중요하다. 이행원 사업 같은 경우는 시스템 개발을 통해 자동으로 바꾸고 있다. 업무가 과도할 수 없다. 매번 경영평가나 감사를 통해서 보고한다”고 답했다. 

‘이행원 원장이 공석일 때 한가원 소속으로 바꾼 것’에 대해서는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 직원이 개인적인 불만이 있고 경영에 대해 잘 모른다. 그런데 그것을 제보나 신문고 등으로 잘못 나가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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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 청구서 받은 한국 제3의 선택

동맹 청구서 받은 한국 제3의 선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요구했다. 결국 한국은 선택의 기로에 섰다. 원유 수입의 61%는 호르무즈와 연결돼있다. 하지만 미국의 대이란 전쟁에 사실상 편입되면 헌법·여론·대이란 관계까지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2020년 청해부대 독자 파병 모델이 다시 주목받는 가운데, 과연 한국은 한미동맹의 ‘청구서’와 국익 사이에서 제3의 길을 찾을 수 있을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16일(현지시각)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에게 한미 연합 군사 훈련 규모의 대폭 축소를 지시했다. 그 근거는 “나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매우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이었다. 해협은 열고 전쟁 선 긋기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트루스소셜 계정을 통해 이같이 주장하면서 “오래전부터 미국이 한국과의 연합 군사 훈련에 참여하기로 동의해 온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는 “한미 연합 훈련은 비용이 많이 들고, 그 비용의 상당 부분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미국이 부담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북한을 일컬어 “내가 취임한 이래로 미국에 위협적이지 않고, 미국을 존중해 온 국가”라고 하며 “전적으로 부적절하고 적대적인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칭한 한미 연합 훈련은 지난달 17일부터 27일까지 진행된 한미 연합 훈련 ‘을지 자유의 방패’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폭 축소’를 지시한 이유는 “취소하기엔 너무 늦었다”는 것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훈련 대폭 축소의 근거로 자신과 김 위원장과의 관계를 들었지만, 국내에서는 다른 신호로 받아들였다. 국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을 “호르무즈 파병을 위한 압박” 신호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14일 자신의 트루스소셜 계정을 통해 중국·프랑스·일본·한국·영국 등 5개국을 지명하면서 “미국이 홀로 해상을 보호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주장했다. 이어 5개국에 “즉각 군함을 파견해서 호르무즈 해협 통행로 확보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요구의 명분은 “이란이 해협을 봉쇄하면 이들 국가의 원유 공급에도 영향이 간다”는 것이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Hopefully’라는 표현을 활용했다. 명령보다는 조금 약한 표현이었지만, 전 세계는 ‘명령 아닌 명령’ 혹은 ‘요구 아닌 요구’로 해석했다. 5개국이 거론된 기준은 경제적 이익이었다. 이 때문에 동맹국이 아닌 중국도 파병 요구 대상으로 거론된 것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석유의 90%를 호르무즈 해협에서 조달하고 있다”는 명분을 제시했다. 물론 실제로는 경유분 40% 미만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오가고 있었다. 프랑스·영국은 미국과 나토 동맹을 맺고 있다. 한국·일본은 각각 미국과 상호방위조약을 맺고 있다. 그런데 중국은 미국의 전략적 경쟁국이다. 중국에 대한 파병 요구가 없었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에 끊임없이 반복해 온 전형적인 부담 분담이 될 뻔했다. 중국이 파병 요구 대상에 포함된 순간 우리에 대한 파병 요구도 더욱 진지해진 것이다. 지난해 기준 우리 원유 수입의 약 61%와 나프타 수입의 약 54%가 호르무즈 해협과 연결돼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마냥 무시할 수 없는 형편인 것이다. 중국도 참전? 트럼프식 부담 분담 새 기준 헌법 제5조 앞 고민 “무엇을 할 것인가?” 하지만 호르무즈 항행 보호와 미국의 대이란 전쟁 상황은 현실적으로 구분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국가는 군함 파견을 거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초의 압박을 가했던 지난 3월 독일·스페인·이탈리아는 “즉각적인 함정 파견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전쟁을 시작하기 전에 독일과 협의하지 않았고, 독일군 파견에 필요한 유엔·유럽연합·나토 차원의 근거도 없다”고 반발했다. 프랑스도 미국의 대이란 작전과 거리를 두면서 미국 주도가 아닌 별도의 호르무즈 통행 확보 구상을 추진했다. 전투 상황이 안정된 후 이란과의 긴장 완화까지 병행하면서 유조선을 호송한다는 취지의 구상이었다. 영국·프랑스는 “방어적이고 독립적인 다국적 임무”라는 명분으로 다국적 방어 임무에 한정해 작전에 참여했다. 영국은 지난 5월 ▲자율 기뢰 탐색 장비 ▲타이푼 전투기 ▲구축함 HMS 드래곤 ▲대드론 장비 등을 보냈다. 하지만 “미국과 함께 이란과 싸운다”는 인상을 지우는 방식의 파병이었다. 애초 트럼프 대통령이 원했던 것은 미국 중심의 연합군이었다. 한국·일본·독일·호주 등은 영국·프랑스의 다국적 임무 공동성명을 지지했다. 그런데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 우리나라에도 한미 연합 훈련 대폭 축소라는 현실적인 체감이 닥쳐왔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도 해상 초계기·군수 지원함·기뢰 제거 전력 등 구체적인 군사 옵션을 공개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이는 “미국이 한국 안보를 위해 비용을 부담하고 있는데, 한국은 미국이 필요로 할 때 왜 중동에서 역할을 하지 않느냐”는 트럼프식 계산에 대한 한국 정부의 응수였다. 한국의 호르무즈 파병에는 여러 쟁점이 있다. 그런데 그중 특히 두드러지는 것은 헌법적 쟁점이다. 우리 헌법 제5조 제1항은 “대한민국은 국제평화의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이란 전쟁의 성격에 대한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진보 진영 일각에서는 이미 미국·이란 전쟁을 침략 전쟁으로 규정하고 있다. 범여권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나오고 있다. 지난 3월에는 더불어민주당 이기헌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파병 요구는 동맹국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없는 요구”라며 “국회는 국익과 헌법 가치를 지키기 위해 무리한 파병 요청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시엔 독자 지금은 실전 조국혁신당 김준형 의원도 “호르무즈에 단 한 척의 군함도 보내서는 안 된다”며 “한·미 상호방위조약에도 위반된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는 “어떠한 국제적 분쟁이나 국제적 평화와 안전과 정의를 위태롭게 하지 않는 방법으로 평화적 수단에 의해 해결한다”는 취지로 규정된 한·미 상호방위조약 제1조였다. 이 의원은 지난 7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다시 파병 반대 주장을 펼쳤다. 그는 “국제 평화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 전쟁을 부인한다는 헌법적 가치가 중요한 판단 근거였다”며 “전쟁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이후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에도, 국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유엔 헌장 제2조 제4항은 유엔 회원국 간 영토 보전·정치적 독립에 대한 무력 위협·무력 행사를 금지하고 있다. 이에 대한 예외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승인을 받은 공격과 무력 공격에 대응하는 개별적·집단적 자위권이다. 따라서 파병의 성격을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으면 위헌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 결국 파병을 결정하더라도 파병 동의안의 문구와 파병 시 수행할 작전의 내용에 따라 성격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파병 이전에 파병의 성격부터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 특히 미국은 선전포고 없이 전쟁을 시작했다. 선전포고는 법적 판단의 충분조건은 아니다. 하지만 정치적·역사적 문제 제기는 충분히 가능하다. 정식 전쟁 선언과 명확한 전쟁 목표 없이 군사행동부터 선행됐다는 불안정성을 충분히 환기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 전쟁의 성격을 명확하게 규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헌법적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 아울러 우리 군의 임무가 무엇으로 규정되느냐에 따라 헌법적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 가령 한국군이 ▲상선 호위 ▲기뢰 제거 ▲수색 구조 ▲해상 초계 ▲군수 지원 등에 한정된 임무만 수행한다면 이는 국제 항행 보호 및 자국민·자국 선박 보호 목적의 방어적 해외 파병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이란 함정 선제 타격 ▲이란 본토 공격 지원 ▲미군의 공격 작전에 정보·표적·화력 측면에서 직접 결합 ▲미국의 작전지휘체계에 편입 등의 상황이 파병의 성격으로 확정된다면 이는 전쟁의 일부로 평가될 수도 있다. 이미 이란은 지난 7일(현지시각) 에스마일 바가이 외교부 대변인 명의로 X에 한국어 성명을 발표했다. 이란은 이 성명을 통해 “현재 이란 국민은 미국의 침략적 행위에 맞서 자위하고 있으며, 여성·어린이를 상대로 한 미국의 전쟁범죄에 단호히 대응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다른 국가가 페르시아만과 호르무즈 해협에서 군사적으로 주둔하거나 작전에 참여하는 것은 침략 행위의 당사자를 직접적으로 지지하는 것으로 간주될 수밖에 없고,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우리에 대해서는 “이란과 대한민국의 관계는 64년 넘는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양국 관계는 줄곧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발전해 왔다. 이란은 대한민국과의 우호 관계를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고 경고했다. 청해부대 딜레마 여론 문제도 간단하지 않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는 지난 3월 <에너지경제신문>의 의뢰로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2명을 상대로 무선(100%) RDD 자동응답조사(ARS) 방식으로 진행한 미국의 해군 파병 요청 관련 긴급 현안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응답자의 60.9%는 파병에 반대했고, 37.2%는 “매우 반대”였다. 찬성 의견은 34.4%였고 “매우 찬성”을 선택한 사람의 비율은 17.9%였다. 당시에는 파병 반대 목소리가 더 컸다는 간접 근거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압박을 가한 현시점에서는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개혁신당 개혁연구원이 지난 6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17명을 대상으로 무선 RDD 방식의 ARS 자동응답 방식을 적용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론은 첨예하게 엇갈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중 34.9%는 군 병력 파병을 지지했지만, “방어용 무기만 지원하자”는 의견도 31.8%였다. “군사 지원에 참여하지 말아야 한다”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도 27.6%였다. 이렇듯 여론도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어 위헌·여론 비판을 피할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개혁연구원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3월 미국의 요청 이후 현재까지 호르무즈 해협 파병 여부를 최종 결정하지 않았다. 이 같은 정부의 대응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을 받은 전체 응답자 중 50.9%는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을 선택했다. “잘하고 있다”는 응답을 선택한 비율은 42.2%였고, “잘 모르겠다”는 응답을 선택한 비율은 6.9%였다. 지난 3월부터 파병 결정 시 실제 파병할 수 있는 유력한 부대로는 청해부대가 거론된 바 있다. 정부는 문재인 전 대통령 재임 당시인 2020년 국회 동의 없이 청해부대의 작전 범위를 확대해 호르무즈 해협에 파병한 적이 있다. 미국과 이란은 당시에도 충돌했다. 당시 정부는 ‘국군부대의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 파견 연장 동의안’의 단서 조항을 근거로 국회의 별도 동의를 받지 않았다. 동의안에는 “유사시 우리 국민 보호 활동 시에는 지시되는 해역을 포함한다”는 문구가 포함돼있었다. 이를 토대로 문재인정부는 청해부대의 활동 영역을 한시적으로 확대했다. 병력? 무기? 불참? 세 갈래 갈린 민심 다만 당시 청해부대 파병은 미국의 연합군 참여 요청과 무관하게 독자 파병 형식을 취했다. 이 옵션이 다시 부활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 상황은 2020년과 다르다. 미국이 다시 ‘미국이 요청한 다국적 호르무즈 군사작전 참여’를 요구하며 강하게 압박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당시에는 그해 5월에 이르기까지 청해부대가 실제로 호르무즈 해협에 투입된 적이 없었다. 아울러 당시와 달리 현재 임무·지휘 체계·교전규칙이 질적으로 달라진다면 기존 파병 동의안을 확대 해석해 처리하는 것보다는 새로운 국회 동의를 받는 게 헌법 제60조의 취지에 부합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을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나폴레옹 놀이’를 시도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프랑스의 나폴레옹 1세는 1806년 베를린 칙령을 통해 영국을 대상으로 한 대륙봉쇄령을 발동했다. 이는 유럽 전체와 영국 간 무역·교류를 모두 차단해 영국 경제를 질식시키려는 전략이었다. 그러던 중 러시아가 경제적 피해 때문에 대륙봉쇄령에서 이탈했고, 나폴레옹은 1812년 러시아 원정을 시도했다가 실패해 몰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도 나폴레옹 1세의 대륙봉쇄령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은 물론 전략적 적대국인 중국에까지 해협 확보를 공개적으로 요구한 상황이다. 이란에 대한 해상 봉쇄와 강한 경제 압박도 병행하고 있다. 여기에는 ▲적국의 경제적 생명선 조이기 전략 ▲봉쇄의 성공이 제3국의 협조에 달려 있다는 점 ▲패권국의 강력한 협조 요구 ▲경제·안보 조치가 동맹국 통제 문제로 확대된다는 점 등의 공통점이 있다. 실제로 이란은 미국의 봉쇄 조치 이후 원유 수출이 크게 감소해 경제적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적 부담 분산과 이란 고립이라는 정치적 효과를 극대화하려고 한다. 대륙봉쇄령은 비현실성에서 비롯된 유럽 각국의 비협조·밀무역을 시작으로 러시아의 이탈을 거쳐 러시아 원정의 대실패로 연결됐고, 결국 나폴레옹 1세의 몰락으로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 균열과 국내 이익의 경계선을 교묘하게 오가면서 21세기판 대륙봉쇄령을 시도하려고 한다. 이란의 경고 우리의 응수 패권국이 자신의 전략적 목적을 위해 참여국이 감수할 수 있는 국익의 한계를 넘어서는 순간, 강제로 만든 연합은 내부로부터 붕괴되기 시작한다. 이 같은 흐름이 보이는 현 상황에서 지지율 하락세에 시달리고 있는 이재명정부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23년 전 이라크 파병 문제에 시달리다가 지지율 하락과 진보 진영의 비토에 직면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뇌가 이 대통령의 눈가에 아른거리고 있진 않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