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비 채권자가 말하는 '양육비이행원'의 민낯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2.02.15 08:18:11
  • 호수 136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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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부모 가구는 154만 이행원 직원은 50여명

[일요시사 취재 1팀] 김민주 기자 = 통계청 결과에 따르면, 2018년 국내 한부모 가구 수는 153만9362명으로 매해 늘어나는 추세다. 한부모 가구가 늘어남에 따라 자녀 양육비 미지급 문제가 대두되고 있지만, 지난해 양육비 이행률은 36.1%다. 양육비 미지급을 아동학대로 규정하고 있는 미국의 양육비 이행률 72%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치다. 미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양육비 미지급을 아동학대로 규정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원활한 양육비 지급을 목적으로 양육비이행관리원(이하 이행원)이 2015년 개설됐다. 하지만 비양육자 쪽에 양육비를 받아내야 하는 양육자들은 이행원이 탁상공론을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양육비는 미성년 자녀를 보호·양육하는 데 필요한 비용으로, 미성년 자녀 의식주에 드는 비용과 교육비 등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2009년 민법과 가사소송법이 개정되면서 협의이혼 시 양육비에 대한 합의서를 제출하게 됐다. 이로써 이혼한 비 양육자라도 양육의 의무를 다하게 됐다.

여전한 
버티기

하지만 국내의 양육비 이행률은 높지 않다. 양육비 채무자들은 재산은닉, 해외 출국, 위장전입 등의 방법으로 양육비 의무를 피하고 있다. 결국 양육비 채권자들은 자녀 양육비를 받기 위해 채무자에게 소송을 건다.

이때 다수의 채무자가 위장전입을 하고 있어서 실거주지를 확인하려면 직접 발로 뛰어야 하는 현실이다. 양육비 채권자들이 겪는 현실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양육비이행관리원(이하 이행원)은 대상자들에게 ▲소송 관련 상담인 법률 지원 ▲원만한 합의 진행과 민사 집행법상의 강제집행 ▲가사소송법상의 양육비 이행확보 소송 등 양육비 추심을 위한 법적 절차를 진행한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양육비 채무자들에 대해 명단 공개, 출국금지, 운전면허 정지 처분 제도가 시행됐다. 올해 6월부터는 형사처벌도 가능하다. 이 밖에도 면접 교섭을 위한 상담, 양육 지원, 조사정보를 지원 등을 제공한다. 


이 같은 절차들 중 이행원의 조사정보 지원은 소송 및 채권 추심에 필요한 비양육 부모 또는 양육비 채권자의 거주지나 회사, 소득재산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라 꼭 필요한 제도다.

더욱이 명단 공개, 출국금지, 운전면허 정지를 위해서는 감치 처분이 필요하고, 감치를 위해서도 채무자의 실거주지 주소가 필요하다.

감치제도는 고의로 양육비 채무를 불이행할 경우 가하는 제재로 경찰서 유치장, 교도소나 구치소에서 머물게 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양육비 채권자들은 경제적 활동과 양육을 병행하고 있어서 이행원에 소송을 맡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행원의 서비스에도 불구하고 양육비 채권자들이 이행원을 바라보는 시각은 곱지 않다. 받아야 하는 양육비가 5500만원인 한 양육비 채권자 A씨는 이행원을 이용하면서 겪은 상황을 대해 토로했다.

지급 도우미 역할? 매번 탁상공론만
“면접 교섭 전 아이들 보호 선행돼야”

A씨는 2012년에 이혼했고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이행원을 이용했다. 그는 이행원에서 모든 절차를 밟았지만, 이행원은 채무자가 위장전입과 재산은닉을 했기 때문에 ‘힘든 사례’라고 답할 뿐이었다며 답답해했다.

이행원은 A씨 사건을 법률구조공단으로 이관했다. A씨의 사례는 그곳에서도 ‘힘든 사례’일 뿐이었다. 양육비 채무자는 위장전입과 재산은닉으로 이미 법의 테두리 망을 빠져나간 후였다.


이행원은 A씨에게 면접교섭을 제안했다. 아이를 직접 보면 돈을 줄 수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A씨의 이혼 사유는 가정폭력이었고, 채권자인 전 남편은 폭력 전과가 있는 사람이었다. A씨는 이혼 전 남편에게 얼굴을 뺀 모든 부위에 구타를 당했고, 목이 꺾여서 혀가 마비됐다. 

이혼 후에는 A씨를 찾아와 행패를 부린 적도 있어 아이와 함께 4개월간 쉼터에서 숨어 지냈다. 이미 아이가 5살 때 면접 교섭을 진행한 적이 있는데, 전 남편은 아이가 활발하다는 이유로 아이를 종일 박스에 넣어 놓거나 시장에 뒀다.

그 당시 면접교섭은 1년에 4, 5회로 끝났다. 전 남편이 개인적인 사유로 아이를 기다리게 한 것이다. 이행원은 A씨와 A씨의 자녀가 겪은 일을 모두 알고 있었다. 

A씨는 “이행원은 전 남편에게 아이를 보여주면 양육비가 해결될 거라고 생각했다. 또 상대방이 아이를 보러 오는 것 자체를 감사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며 “면접교섭을 진행하면 단발성에서 그치면 안 된다. 전 남편이 아이에 대한 호기심으로 한번 보고 사라지면, 아이가 받는 상실감은 엄청나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은 이런 일을 겪으면 본인 때문에 아빠가 안 온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행원에서는 전 남편에게 이런 권고조차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1월에 실시한 ‘양육비 미지급 문제 해결을 위한 심포지움’ 자료에 따르면, 면접교섭을 하고 있는 비양육자로부터 양육비를 제대로 받고 있다고 답변한 비율은 18.5%에 그쳤다. 또 다수의 양육자가 전 배우자의 협박으로 두려움과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다. 

대부분
소송 맡겨

이행원에서 양육비 소송을 진행했지만, 자녀가 성년이 돼서 이용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B씨가 받지 못한 양육비는 2억원이 넘는다.

그는 2008년 이혼 후 이행원에서 양육비 소송을 진행했지만 위장전입 등의 문제로 진행되지 않았고 사건이 종결됐다.

B씨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과거 양육비라고 해서 양육비 납부 의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국내 실정은 위장전입‧재산은닉 등의 방법으로 아이가 성년이 될 때까지 버티면 양육비를 내지 않을 수 있다.

이행원에 ‘법률지원 중단 결정’을 받은 사례도 있다. 미지급된 양육비가 1억3000만원인 C씨의 경우다. C씨는 이혼 전 가정주부였고 둘째가 태어난 지 30개월 때 이혼했기 때문에 경제적 기반을 마련해야 했다.

이혼 당시 그의 통장에는 20만원밖에 없었다. 양육비를 받았다면 아이는 엄마와 시간을 보냈겠지만, 양육비가 들어오지 않아 C씨는 돈을 벌었고 아이들을 챙길 시간이 없었다. 이혼 후 전 남편은 전혀 연락이 되지 않았다. 전 남편이 죽은 게 아닐까란 생각이 들 정도였다. 


C씨가 소송을 준비하기 시작한 것은 아이들의 성본 변경을 위한 재판 때문이었다. 죽은 줄만 알았던 전 남편이 나타나서 아이들의 성본 변경을 거절했다.

그때부터 C씨의 양육비 소송 재판이 시작됐다. C씨는 2015년 이행원을 통해 양육비 소송을 진행했지만,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려서 개인소송으로 변경해 진행했다.

그가 진행한 소송은 총 20번이고, 지난해 전 남편은 출국금지 조치를 받았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전 남편의 재혼 상대가 중국인이어서 공소시효가 풀린 뒤 현재 배우자를 따라 중국에 거주하면 양육비 받는 것은 불가능해진다.

지난해 시행된 출국금지는 올해 4월이면 만료된다. C씨는 다시 소송을 진행해야 했지만, 전 남편은 이미 거주불명 상태였다. 

있으나 마나 
미온적 지원

C씨는 지난해 이행원에 연락해 전 남편의 거주지와 회사 이름을 물었지만, 돌아온 답변은 2월에 예산이 풀리니 그때 진행해보자는 것이었다. 답답함을 느낀 C씨는 여성가족부에 연락해 “왜 예산이 부족하냐. 지금 이 시간에도 아이들은 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문제에 대해서 A씨도 같은 의견이다. A씨는 이행원이 재정상의 이유로 연말과 연초인 3~4개월간은 운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2017년 양육비 소송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확인하니 내년까지 기다리라고 한 것이다.

이런 문제에 대해서 “이행원은 국가기관인데 일하는 사람이 터무니 없이 적다. 언제까지 예산과 인력이 없다고만 할 건지 모르겠다. 주민센터가 돈이 없다고 문을 닫지 않는다”며 “법적으로 한 부모가 아니어도 대부분 위장전입이나 재산은닉으로 양육비 소송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다수를 위한 이행원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후 C씨가 받은 것은 양육비이행관리원장의 이름이 적힌 ‘법률지원 중단 결정 통지서(이하 통지서)’였다.

이 통지서에는 “2021년 12월23일자로 법률지원 업무처리지침 제10조 제2항 제1호(개별사건 진행), 제6호(부당한 민원 제기 및 폭언), 제7호(지원 실익 없음), 모니터링 업무처리지침 제10조 제2항 제3조(무리한 요구 등 부당한 대우) 사유로 법률지원 중단이 결정됐다”고 적혀있다.

이행원 권한 확대 필수
양육비 소송 간소화도

C씨는 “이 통지서를 받고 너무 충격받았다. 나는 거주지 확인이나 직장 조회를 왜 못하냐, 예산이 왜 없냐고 이의를 제기한 거다. 이행원은 무조건 기다리라고만 한다. 양육자들이 이런 통지서를 받으면 어떨지 생각해봤나. 양육비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 없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 문제에 대해서 양성욱 법무법인 진성 변호사는 “양육비이행법 제18조에는 ‘이행관리원의 장은 양육비 이행 지원을 위해 필요한 경우 양육비 채권자가 가사소송법 및 민사집행법에 따른 필요한 법률 지원을 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며 “혹여 민원인이 무리한 요구를 했다면 그 요구를 제외하고 들어주면 된다. 아마 이행원 내부 규칙이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는 대외적인 구속력은 없다”고 밝혔다.

이행원 관계자는 “C씨는 2015년부터 소송이 여러 차례 진행됐는데 개인적으로 계속 취소했다. 이런 경우 개인소송과 중복되니 지원하기 어렵다고 이미 안내한 적 있다. 또, 폭언과 무리한 요구를 지속해서 했기 때문에 민원심의회 상정한 결과 2년 법률 지원 중단 결정을 내렸다”고 답했다.

정희경 한국여성변호사회 기획이사는 “양육비이행관리원의 권한을 강화하고, 징수 및 제재 절차를 일원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양육비이행관리원에 채무자 소재 탐지, 재산 및 소득 조회 권한을 부여하고, 운전면허 정지 등 행정적 제재 처분 요청 권한도 실효적으로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무엇보다 양육비 미지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양육비에 대한 인식을 교정하고, 양육비 지급을 결정하는 환경‧문화적 요소를 개선해야 한다. 현행 이혼법제를 유책주의에서 파탄주의로 변경하고, 부모 교육에 양육비 지급 내용을 보강하는 한편 면접교섭에 대한 모칭과 양육비이행관리원의 적극적 관리 및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예산 없고
인원 부족

이영 양육비해결연합 대표는 “이행원의 예산 부족으로 소송이 계속 멈춘다. 인력과 예산을 대폭적으로 늘리는 것이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라면, 현행 양육비 소송의 절차를 간소화시키는 것이 최선일 것”이라고 전했다.


<alsw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양육비 나 몰라’ 김동성 버티다…

서울가정법원이 쇼트트랙 전 국가대표 김동성씨에게 ‘감치 30일’을 지난 9일 선고했다.

두 자녀의 양육비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울가정법원은 2019년 1월 이혼 이후 지난해 2월까지 김씨가 미지급한 양육비 총 3000만원에 대해 “15개월 동안 매월 200만원씩 나눠서 양육자에게 지급하라”고 지난해 4월 판시한 바 있다.

하지만 김씨는 법원의 양육비 이행명령을 이달까지 단 한 차례도 따르지 않았다.

김씨는 지난 9일 열린 첫 감치재판에 출석하지 않아 법정 구속은 면했다.

김씨의 전 부인 이소미씨(가명, 41세)를 법률 대리하는 남성욱 법무법인 진성 변호사는 “김씨처럼 양육비 채무자가 재판에 출석하지 않으면 보통 한 번 더 재판 기일을 잡는 편인데, 이번 재판에선 바로 감치 결정이 내려졌다”며 “양육비 이행강화 법안이 실효성 있는 구제 수단 역할을 할 수 있게끔 재판부가 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남 변호사는 감치 30일이 결정된 부분에 대해 “양육비 채무자가 법원의 이행 명령을 단 한 차례도 따르지 않았다는 점에서 사회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한 행위라고 재판부가 본 듯하다”고 덧붙였다.

전 부인 이씨는 지난 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첫 번째 재판 날 법원이 감치 결정을 내릴 거라고 기대하지 않았는데, 의외였다”며 “최근 청소년기에 들어간 아이들 양육비 때문에 힘들었는데, 법원의 결정에 따라 전 남편이 양육비를 꼭 지급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감치 결정에 따라 법원은 감치 집행장, 감치 결정등본 등을 김씨가 거주하는 지역 관할 경찰서에 보낼 예정이다.

관할 경찰서는 집행장의 유효기간인 6개월 이내에 김씨를 구인해야 한다.

이씨가 전남편 김씨의 감치 결정을 이끌어내기까지의 여정은 매우 어려웠다.

김씨는 이혼 조정조서에 따라 2019년 1월부터 아이들이 성년이 될 때까지 아이 당 양육비를 월 150만원, 매달 300만원을 이씨에게 지급해야 한다. 

하지만 김씨는 이달까지 양육비를 전혀 지급하지 않았다.

지난달 기준, 김씨가 지급하지 않은 양육비는 약 5880만원에 이른다.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작년 7월부터 시행됨에 따라,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에 대한 형사처벌·신상 공개·출국금지·운전면허 정지가 가능하다. 

양육비 미지급자는 가정법원의 감치명령 결정에도 정당한 사유 없이 1년 이내에 양육비를 주지 않으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의 형사처벌을 받는다.

여성가족부는 법원의 감치명령에도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으면 미지급자의 신상을 여성가족부 온라인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남 변호사는 “법원의 감치 결정에도 김씨가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다면, 운전면허 정지, 출국금지 등의 강력한 압박 조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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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