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서울락스퍼국제영화제 수석프로그래머 허은도 감독

“인권영화도 재밌어야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다들 미쳤다고 했지.” 영화제의 유일한 프로그래머이자 총기획을 담당한 1명의 ‘미친 짓’은 대박으로 마무리됐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영화제를 성공적으로 마친 수석프로그래머의 눈은 벌써 다음 기획으로 향해 있었다. <일요시사>가 서울락스퍼국제영화제 수석프로그래머 허은도 감독을 만났다.

지난달 24일 개막한 서울락스퍼국제영화제(이하 락스퍼영화제)가 6일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막을 내렸다. 개막작 <시대혁명>, 폐막작 <잠입> 등 영화제의 꽃으로 불리는 개·폐막작을 모두 문제작으로 배치해 영화 관계자는 물론 씨네필의 관심을 끌었다. 서울시청 광장에서 상영한 <닥터 지바고> <사운드 오브 뮤직>도 큰 호응을 얻었다. 

서울 넘어

“<닥터 지바고>를 상영한 날, 일몰 시간을 잘못 계산하는 바람에 관객을 많이 기다리게 했거든. 바람도 많이 불어서 추웠고. 그런데도 관객들이 자리를 안 뜨는 거야. 주최 측에서 빌려준 돗자리를 뒤집어쓰고 영화를 보더라고. 밤 11시까지 영화가 상영됐는데 끝까지 보고 가는 관객을 보면서 정말 감동했지.”

지난 2일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락스퍼영화제 사무국에서 수석프로그래머 허은도 감독을 만났다. 푹 눌러쓴 모자에 티셔츠, 청바지 차림은 락스퍼영화제를 종횡무진 뛰어다녔던 때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허 감독은 “내가 늘 모자를 쓰고 다녀서 몇몇 사람은 내가 대머리인 줄 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지난해 ‘서울락스퍼인권영화제’라는 이름으로 1회를 진행한 락스퍼영화제는 올해 ‘서울락스퍼국제영화제’로 2회를 맞았다. 규모와 프로그램을 한층 업그레이드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특히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진행한 개막식이 주목을 받았다. 3000석 대극장의 1층이라도 제대로 채울 수 있겠느냐는 우려는 개막식 이후 깔끔하게 사라졌다.


“영화제는 전환점이 있어야 돼. 영화제는 개·폐막작이 성패를 가른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야. 그중에서도 개막작. 그리고 개막식을 어디서 하는지도 중요한 부분이고. 지난해에는 내 극장(명보 아트씨네마)에서 개·폐막식을 다 진행했는데, 이번에 외형을 크게 키워야겠다는 생각에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을 대관했지. 다들 미쳤다고 했어.”

자유·정의·인권을 주제로 한 락스퍼영화제는 개막작으로 홍콩 민주화운동을 다룬 주관위 감독의 <시대혁명>을 소개했다. 칸 영화제에서 깜짝 상영으로 공개된 <시대혁명>은 전 세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홍콩 정부의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 추진에 반대하는 홍콩 시민의 저항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작년보다 규모 키운 2회
세종문화회관서 개막식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 자리한 관객들은 2시간30분의 러닝타임에도 대부분 자리를 뜨지 않고 끝까지 영화를 관람했다. 오케스트라 공연과 함께 영화가 마무리되자 객석 곳곳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몇몇 관객은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지난해 7월 영화를 직접 본 허 감독은 <시대혁명>을 볼 때마다 눈물을 흘린다고 했다. 

락스퍼영화제는 작명부터 결산까지 허 감독의 손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다. 단편영화제 시상식에서 수여한 트로피 제작도 그의 몫이었다. 개막식 사회를 맡은 이익선 앵커에게 수여된 특별상도 그의 의견이 반영됐다. 허 감독은 “이익선 앵커는 우리 영화제를 위해 헌신한 사람이다. 이런 사람이 특별상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4일 개막식에서도, 29일 폐막식에서도 허 감독은 영화 상영시간을 제외하고는 단 한 번도 자리에 앉지 못한 채 곳곳을 누볐다. 개막식 날 김문수 이사장, 이장호 집행위원장 등과 함께 레드카펫 단상 위에 올라가 잠시 주목을 받은 게 전부였다.

“낯가림이 심하다”며 인터뷰를 여러 차례 거절했던 허 감독은 막상 질문이 시작되자 거침없는 답변을 쏟아냈다.


“자유와 정의, 인권이라는 주제는 굉장히 보편적인 가치야. 그런데 몇몇 국내 영화제는 이런 가치를 정치 이념에 따라 분류해버려. 좌우를 가리지 말고 모두가 보고 다뤄야 할 가치를 진영에 따라 소비하는 상황이라고. 또 인권 영화제라고 하면 성소수자, 장애인 등 한정된 주제에 국한되는 경우가 많고. 그래서 내가 한 번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지.” 

허 감독은 인터뷰 내내 ‘재미있는 영화’를 강조했다. 관객이 찾지 않는 영화, 영화제는 정신승리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영화를 전문으로 하는 영화인이 아니라 인권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영화제를 진행하다보니 ‘프로그래밍’이 되지 않는 부분이 안타깝다고도 덧붙였다.

<시대혁명> <잠입> 문제작 상영
군인에 대한 존경심 고취 목표

그는 “영화제의 외연 확장을 위해 대중이 소비할 수 있는 영화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닥터 지바고>나 <사운드 오브 뮤직> 등 많은 사람이 고전 명작이라고 부르는 영화에는 재미와 함께 분명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강조했다. 자유와 정의, 인권을 맨 앞에 내세우지 않고도 얼마든지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 수 있고, 또 영화제에 그런 영화를 상영해 대중에게 보편적인 가치가 스며들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개인적으로 영화가 관객을 가르치려 들면 그 순간 망하는 거라고 생각해. 관객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서 그들을 동화시켜야지, 선생님처럼 가르쳐서 데려오려고 하면 반발심이 생기게 마련이거든. 특정 인물에 대한 영화를 만들 때도 인물 위주가 아니라 일화 중심의 영화를 만들어야 돼. 그래야 그 안에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담을 수 있지.”

그러면서 6·25전쟁 과정에서 터키 군인과 전쟁 고아의 이야기를 다룬 <아일라>, 이라크 전쟁에서 사망한 챈스 필립스 일병의 유해를 미국으로 송환하는 과정을 그린 <챈스 일병의 귀환>, 아돌프 히틀러와의 협상을 거부하고 전쟁을 택한 영국 총리 윈스턴 처칠의 고뇌를 담은 <다키스트 아워> 등의 영화를 소개했다. 

락스퍼영화제를 마친 허 감독의 눈은 ‘락스퍼영화제의 전국화’로 향해 있었다. 자유와 정의, 인권 등 보편적인 주제를 다루는 만큼 1회성 행사가 아니라 상황에 맞게 영화제를 다양하게 변주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미 다음 달 부산 광안리, 다대포 등지에서 ‘서울락스퍼국제영화제 인 부산’이 진행될 예정이다. 

그에 앞서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서울락스퍼국제영화제 앵콜’도 진행한다. 연평해전 20주년을 맞아 서울시청 광장에서 대규모 영화제를 진행,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친 군인에 대한 존경심을 고취시키자는 취지다. 허 감독은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제복 입은 분들에 대한 존경심이 너무 없었다. 이들이야말로 진짜 영웅”이라고 강조했다. 

전국으로

락스퍼영화제 폐막식을 진행한 사회자는 “오늘은 2회 락스퍼영화제가 끝나는 날임과 동시에 3회 락스퍼영화제가 시작되는 날”이라고 말했다. 허 감독은 “내가 할 수 없을 때까지 영화제를 꾸려 가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을 전했다. 그러면서 “전국적으로 사랑받는 영화제를 만들고 싶다”고 환히 웃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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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